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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s go CVC 인포뱅크의 CVC ‘아이엑셀’

스타트업과 인포뱅크 사업부를 매칭
기술 특허 출원 지원하며 ‘윈윈 시너지’

장재웅 | 355호 (2022년 10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기업 메시징 시장을 개척한 1세대 벤처기업 인포뱅크의 CVC ‘아이엑셀(iAccel)’은 2015년 설립 이후 7년간 170여 개 스타트업에 340억 원 이상을 투자했다. 투자 성과도 성공적이다. 아이엑셀이 투자한 기업들의 기업 가치 성장률이 6배가 넘고 피투자 기업의 80%가 후속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특히 아이엑셀은 ‘IP(지적재산권) 컨설팅’ 역량을 바탕으로 다른 CVC들과 차별화되는 성과를 올리고 있다. 인포뱅크 사옥 내 특허 법인을 입주시켜 언제든 스타트업과 아이디어 미팅을 하다가 특허 아이템이 나오면 바로 같은 층에 있는 특허 법인 소속 변리사들을 불러서 특허 관련 회의를 하는 방식으로 스타트업들의 특허 출원을 돕고 있다. 이 같은 특허 경영의 성과는 아이엑셀의 팁스 운영사 실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아이엑셀은 7년간 총 86개 스타트업의 팁스 선정을 도왔다. 올해도 상반기에만 18개 스타트업이 팁스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다른 팁스 운영사들이 보통 연간 5∼10개 정도의 스타트업을 팁스 지원 트랙에 올리는 데 비하면 놀라운 실적이다.



올 들어 9월 말까지 약 20여 곳의 CVC가 신규 등록했다. ‘제2의 벤처붐’이 일었던 지난해(연간 19건)를 뛰어넘을 전망이다. 특히 과거 대기업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CVC가 최근에는 중견기업을 넘어 스타트업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두나무의 두나무앤파트너스, 스마트스터디의 스마트스터디벤처스, 무신사가 만든 무신사파트너스 등이 스타트업이 만든 대표적인 CVC다. 쿠팡과 우아한형제들의 경우 별도로 CVC를 설립하지는 않았지만 사내 투자 전담 조직을 만들어 스타트업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이 같은 스타트업 CVC 모델의 선도 기업으로 손꼽히는 곳이 인포뱅크의 CVC, ‘아이엑셀’이다. 기업 메시징 서비스와 스마트카 솔루션 등을 제공하는 인포뱅크의 독립 사업부로 2015년 출범한 아이엑셀은 설립 이후 7년여간 기업형 액셀레레이터로서의 역할을 꾸준히 수행하며 총 170여 개 스타트업에 340억 원 이상을 투자했다. 이 중 팁스(TIPS)1 선정 기업만 86개에 이른다. 투자 성과도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이엑셀이 투자한 기업들의 기업 가치 성장률이 6배가 넘고 피투자 기업의 80%가 후속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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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엑셀은 인포뱅크 내에서 투자 기업과 인포뱅크의 다른 사업부 간 협력을 조율(coordinating)하는 역할을 한다. 인포뱅크의 아이모터스(자율주행차 및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솔루션), 아이메시지(기업용 문자메시지 서비스), 아이비즈(비대면 금융 서비스 등), 아이플랫폼(방송용 문자 투표 서비스 등), 아이테크엑스(IT 서비스 및 금융 솔루션) 등 5개 사업부와 스타트업을 매칭해 각 사업부가 책임지고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포트폴리오 전담제’를 운영 중이다. 기술 파트는 기술 관련 밸류업 지원을 해주고 경영 파트는 비즈니스 조언을 하는 방식이다. 이뿐만 아니라 인포뱅크 내 사업부들이 거래하는 약 1만5000여 개의 고객사와 아이엑셀이 투자한 스타트업을 연계하면서 투자 대상이 되는 기업의 시장 개척을 돕는 것도 아이엑셀의 역할이다.

한편 아이엑셀은 국내외 VC를 대상으로 수시로 IR 데모데이를 개최해 스타트업의 후기 투자를 돕는 역할도 하고 있다. 또한 케이글로벌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등을 통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돕고 있다. 최근에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한 ‘시드 팁스’ 운영사로도 선정돼 투자 유치 이력이 없는 예비 창업팀을 대상으로 한 인큐베이팅에까지 나서는 등 초기 스타트업 육성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아이엑셀은 초기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IP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주는 ‘IP 액셀러레이터’ 활동을 통해 스타트업의 IP를 보호하고 경쟁력을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7년간 투자 기업들에 총 2600개의 특허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줬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인포뱅크 사옥 내에 특허 법인이 입주를 하고 있다. “스타트업으로 출발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배운 노하우를 바탕으로 스타트업들이 유니콘으로 성장하는 여정을 돕고 싶다”는 홍종철 아이엑셀 대표를 DBR가 만나 투자 철학과 경쟁력에 대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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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정신 유지 위해 CVC 모델 도입

인포뱅크는 1998년 설립된 기술 스타트업이다. 기업용 문자 알림 서비스와 대규모 문자 투표 기술을 앞세워 2006년 코스닥에 상장했다. 은행에서 이체를 하거나 택배를 주문하면 해당 은행이나 업체로부터 날아오는 문자가 인포뱅크의 기업용 문자 알림 서비스다. 또한 TV 오디션 프로그램 등에서 자주 활용하는 ‘문자 투표’ 역시 인포뱅크의 기술로 구현됐다. 기업용 문자메시지 서비스와 문자 투표 서비스 등을 앞세워 인포뱅크는 연 매출 1336억 원(2021년 기준), 시가총액 978억 원(2022년 9월30일 종가 기준)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인포뱅크는 창업 초기부터 스타트업 투자에 눈독을 들였다. 인포뱅크가 최초로 액셀러레이팅 사업 가능성에 눈을 뜬 것은 인포뱅크 출신 직원이 창업한 ‘컴투스’에 초기 투자를 집행했다 큰 성공을 거뒀기 때문이다. 당시 인포뱅크는 6억5000만 원 정도를 시드 자금으로 출연했는데 이후 컴투스가 2007년 높은 가치를 인정받아 증시에 상장하면서 주식 처분 등으로 총 253억 원의 수익을 거뒀다.

하지만 인포뱅크가 본격적으로 스타트업 투자를 시작한 것은 2015년, 아이엑셀이란 이름으로 CVC를 설립하면서부터다. 여기에는 쓰라린 실패 경험이 밑바탕이 됐다. 기업용 문자서비스 등으로 사세를 키우며 다양한 신사업을 테스트하던 인포뱅크는 2010년 2월 국내 최초로 무료 메신저 서비스 ‘엠엔톡’을 선보였다. 지금은 국민 메신저 반열에 오른 카카오톡보다 무려 한 달이나 앞서서 무료 메신저를 선보인 셈이었다. 초기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사용자가 순식간에 100만 명이나 늘어났고 앱스토어 다운로드 순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인포뱅크는 무료 메신저 사업이 회사에 큰 도움이 안 될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유료로 서비스를 하는 기업용 문자메시지 사업과 무료 메신저 사업의 이해관계가 상충된다는 것이 당시 회사의 생각이었다. B2B 메시징 기술로 성장한 회사이기에 B2C 사업에 대한 노하우가 부족했고 플랫폼 경제의 폭발적인 성장 가능성 또한 예측하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인포뱅크는 유지 관리 직원 2명만 남긴 채 사실상 엠엔톡을 방치하는 오판을 했다. 이후 카카오톡이 나타나면서 빠른 속도로 사용자 수가 늘자 뒤늦게 무료 메신저 사업에 뛰어들었다. 급히 직원 50여 명을 배치하고 50억∼100억 원씩 자금을 투입했지만 이미 시장은 카카오톡이 완전히 장악한 뒤였다.

인포뱅크는 이후 엠엔톡의 실패를 경험 삼아 사내 벤처를 만들고 조직 내 스타트업 정신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태생이 스타트업이었다고 해도 이미 200여 명 규모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회사가 다시 스타트업처럼 일하기는 어려웠다. 홍 대표는 “특히 사내 벤처의 경우 초기에는 다들 열정적으로 참여했지만 MVP(최소 기능 제품)에 대한 시장 반응이 없으면 빠르게 포기하고 사업부 복귀를 시도하려는 모습들을 보였다”며 “스타트업에서처럼 조직원들 사이에 ‘실패하면 죽는다’는 절박감이 없어서인지 성과가 잘 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몇 번의 신사업 시도에서 실패를 경험하면서 인포뱅크는 내부에서 새로운 동력을 찾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절감한다. 이후 회사를 8개 사업 부문으로 세분화해 ‘각자 사업부제’를 시도한다. 회사를 스타트업처럼 작게 쪼개 도전 정신을 일깨우기 위해서였다.2 또한 이즈음 인포뱅크는 국내 액셀러레이터의 ‘조상’ 격인 프라이머(Primer)의 파트너로 지분 투자에 참여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투자 사업에 진출한다. 이후 2015년 말에 팁스(TIPS) 운영사로 선정되며 본격적인 투자 활동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회사와의 시너지와 재무적 실적 동시 고려

앞서 설명한 대로 아이엑셀은 인포뱅크의 CVC 역할은 수행하고 있지만 별도 법인으로 독립하지 않고 인포뱅크의 사업부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통상 투자 조직은 기업 외부에 있는 것이 적절하다는 인식이 있다는 점에서 인포뱅크의 선택은 이례적이다. 흔히 투자 조직이 회사 내에 위치하면 투자 전문가가 아닌 회사 임원들의 입김에서 자유롭기 어렵고 특히 의사결정 구조가 복잡해져 민첩성이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인포뱅크가 아이엑셀을 조직 내에 둔 이유는 인포뱅크의 다른 사업부들과 원활하게 협업하기 위해서는 이 편이 더욱 유용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실제 많은 CVC와 오픈 이노베이션 조직은 투자 이후 계열사나 사업 부서와의 협업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CVC가 투자한 스타트업과 협업해 시너지를 내야 할 사업 부서가 스타트업에 배타적이기 때문이다. 투자 조직은 모기업이나 계열사와의 시너지가 있을 것 같아 투자를 결정했는데 정작 계열사나 사업 부서가 투자 대상 기업의 기술이나 제품의 POC(Proof of Concept•개념증명)나 파일럿 테스트 기회를 제공하지 않아 답답해 한다. 반대로 사업 부서 입장에서는 기존에 내부에서 사용하던 기술이나 소재 및 부품 등을 바꾸는 데 엄청난 비용이 들고, 안정성 검사 등에 긴 시간이 들기 때문에 손발을 맞춰보지 않은 신규 스타트업과 협업하기가 선뜻 내키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CVC와 계열사나 사업 부서의 경우 각자 전략 목표나 KPI가 달라 이해 상충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이런 한계를 잘 이해하고 있던 인포뱅크는 아이엑셀을 회사 내 사업부로 두고 CEO를 중심으로 아이엑셀의 투자 기업과 각 사업부와의 협업을 독려하는 방식을 택했다. CEO의 지시 아래 아이엑셀 외 5개 사업부가 일사불란하게 아이엑셀이 투자하는 스타트업과 협업을 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AI 빅데이터, 모빌리티, 바이오 헬스케어, 엔터테인먼트 등 피투자 기업들의 카테고리를 나눠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이 포트폴리오와 가장 가까운 사업부가 관련 스타트업의 육성과 협업을 맡는 방식이다. 이를테면 AI 및 빅데이터 관련 스타트업은 아이메시지 사업부가, 모빌리티 관련 스타트업 육성은 아이모터스가 지원하는 식이다.

특히 인포뱅크는 사업부별로 8대2 원칙을 지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모든 사업부는 기존 아이템에 80%, 신수종 아이템 발굴에 20%를 투자해야 한다’는 의미다. 성공한 1세대 벤처기업인 인포뱅크가 스타트업 정신을 유지하기 위해서 만든 원칙이다. 그 때문에 각 사업부는 자연스럽게 아이엑셀과의 협업을 중시할 수밖에 없다. 홍 대표는 “사업부들이 항상 신사업 찾기에 목말라 있다 보니 주기적으로 아이엑셀이 투자한 스타트업 포트폴리오를 사업부에 공유하는 자리를 갖는다”며 “최근에는 오히려 사업부들이 좋은 스타트업을 추천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투자 의사결정에서 외부의 입김이 작용하지는 않는다. 아이엑셀은 독립 사업부로 사업부 자체 성과로 평가를 받기 때문에 투자 의사결정은 오롯이 6명의 내부 심사역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심사역 모두가 동의를 해야만 투자가 결정되는 구조다.

아이엑셀의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CVC의 역할에 맡게 인포뱅크의 주력 사업과 연관성이 있는 AI(인공지능)나 빅데이터, 챗봇 등의 사업을 영위하는 스타트업 비중이 약 40%로 높다. 대표적인 사례로 AI 음성 기술 스타트업 자이냅스가 있다. 자이냅스는 사람의 음성을 AI가 학습해 ‘가상 음성’을 만드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고인이 된 유명인의 생전 목소리를 복원하는 프로젝트나 AI 뉴스 앵커 프로젝트 등에 활용된다. 이 회사의 기술은 인포뱅크의 챗봇이나 상담봇 솔루션에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바이오•헬스케어나 소부장(소재•부품•장비)과 관련된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도 늘고 있다. 특히 소부장은 기존 투자자들이 크게 선호하지 않았던 영역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자동차 냉각장치 생산 스타트업인 MH기술개발이다. MH기술개발은 세계 최초로 일체형 자동차 냉각 장치 생산 혁신 기술을 개발한 스타트업으로 2017년 아이엑셀이 초기 투자를 집행했지만 이후 데스밸리에 빠져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다급해진 MH기술개발의 전 직원은 아이엑셀을 찾아왔다. 당시 이미 사세가 기운 이 회사에는 대표와 대표의 아내, 아들 등 가족들만 남아 있었다. 이 회사의 절박한 사정을 듣고, 또 여전히 투자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아이엑셀은 긴급 자금 6000만 원을 추가 투입해 회사 소생의 마중물로 쓰게 했다. 이후 회사에 다른 투자사들의 후속 투자가 이어지면서 결국 자금난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이후 전기자동차 모터, 배터리 냉각 혁신 기술을 고도화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MH기술개발은 약 250억 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으며 국내 자동차 용품 기업과 인수합병 협상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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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를 통해 진입 장벽을 세워주고
기업 가치 높여

아이엑셀이 다른 CVC들과 가장 두드러지게 다른 점은 IP(지적재산)를 활용해 스타트업의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준다는 점이다. 아이엑셀이 IP에 집중하는 이유는 인포뱅크가 성장 과정에서 특허로 인해 쓰라린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인포뱅크는 창업 초기 B2B 대상 ‘문자 알림 서비스’를 바탕으로 승승장구했다. 국내 모든 은행은 물론 카드사 쇼핑몰, 증권사, 보험사 등이 인포뱅크와 계약을 체결해 이 서비스를 운영했다. 하지만 기술 개발 과정에서 특허를 등한시한 것이 화근이었다. 특허가 없다 보니 누구나 관련 기술을 활용할 수 있게 됐고 문자 알림 서비스 시장이 커지는 것을 목격한 국내 통신 대기업들이 자체 망을 활용한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에 진출하며 이내 대기업에 시장을 뺏기게 됐다. 2015년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의 기업용 메시징 분야 진출에 제동을 걸었지만 아직도 끝나지 않는 싸움을 지속하고 있다. 당시의 경험을 통해 이후 인포뱅크는 기술 개발 과정에서 항상 특허를 앞세우게 됐다. 그 결과, 현재 인포뱅크가 보유한 특허만 800개가 넘는다. 그리고 이 기조는 인포뱅크의 사업부인 아이엑셀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실제 아이엑셀은 투자 의사결정을 할 때 스타트업의 기술력을 유심히 본다. 특허 출원이 가능한 기술이 있거나 아이디어가 있다면 투자 가치가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한 투자 결정 이후에는 스타트업이 보유한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최대한 많은 특허를 받을 수 있도록 컨설팅을 제공한다. 또한 인포뱅크 사옥 내 특허 법인을 입주시켜 언제든 스타트업과 아이디어 미팅을 하다가 특허 아이템이 나오면 바로 같은 층에 있는 특허 법인 소속 변리사들을 불러서 특허 관련 회의를 하는 방식으로 스타트업들의 특허 출원을 돕고 있다. 통상 아이엑셀은 사업 초기부터 스타트업과 머리를 맞대고 팁스 전 최소 10개 정도의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축한다. 이렇게 아이엑셀은 현재까지 약 170개 스타트업과 약 2600개의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특허 경영’의 장점은 무엇일까. 먼저, 관련 시장에 대한 진입 장벽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 스타트업의 경우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와 이를 구현할 기술이 있고 충분히 성숙한 시장이 있다고 해도 대기업이나 글로벌 기업이 해당 시장에 진출한다면 버텨낼 재간이 없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특허로 무장한 경우 아무리 대기업이라고 해도 쉽사리 진입하기 어렵다. 특허가 경쟁사 진입을 차단하거나 늦추는 방어막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물론 경쟁사가 특허 무효화 소송 등을 진행할 수는 있지만 이는 막대한 시간과 자원이 필요한 활동이다. 또한 만약 누군가 특허 무효화에 성공한다고 해도 그때부터는 누구든 그 기술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시장 매력도가 떨어진다. 모든 리스크를 감당하면서까지 특허 무효화를 시도한다고 해도 승소 가능성이 낮은 것도 사실이다. 이래저래 특허 포트폴리오를 촘촘히 짜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또한 특허 포트폴리오는 투자 유치나 이후 M&A 및 기업공개 시에도 중요하다. 일단 특허가 있으면 후발 주자 진입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어 기업 가치 또한 높게 평가받을 수 있다. 일례로 아이엑셀이 2018년 투자한 AI 학습 데이터 플랫폼 스타트업 ‘크라우드웍스’는 아이엑셀과 손잡고 국내 특허 100건, 해외 특허 14건, 국제특허(PCT) 14건 등 데이터 라벨링 관련 국내 최다 특허를 보유하게 되면서 4년 만에 기업 가치가 770억 원까지 커졌다. 또한 아이엑셀이 2017년 투자한 AI 기반 자율주행 모빌리티 플랫폼 스타트업 ‘스프링클라우드’는 자율주행 관련 24건의 특허와 25건의 상표 출원을 진행했다. 그 결과, 기업 가치 436억 원을 인정받으며 2023년을 목표로 코스닥 상장을 준비 중이다.

‘팁스 맛집’인 이유

그런가 하면 아이엑셀은 ‘팁스 맛집’으로도 유명하다. 아이엑셀은 2015년 말 팁스 운영사 자격을 얻은 후 지난해까지 6년간 총 86개사가 팁스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도록 했다. 또한 이미 올해 상반기에만 총 18개의 스타트업이 팁스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올해 목표는 26개다. 다른 팁스 운영사들이 통상 연간 5∼10개 정도의 스타트업을 팁스 지원 트랙에 올리는 것에 비하면 놀라운 실적이다. 이 같은 실적 덕분에 아이엑셀은 팁스 운영사 자격을 7년째 유지 중이다. 팁스 운영사 자격은 보통 6년간 유지되며 3년 주기로 실적을 평가해 계속 지정 여부를 결정한다. 아이엑셀의 경우 지난해 실적 평가 최우수 등급을 받아서 운영사 자격이 자동 연장됐다.

아이엑셀이 팁스 운영에 탁월한 성과를 보이는 이유는 7년간 팁스 운영사를 하면서 성공 경험과 노하우가 쌓였기 때문이다. 팁스는 서면 평가와 대면 평가에 의해 합격 여부가 결정되는데 그때그때 조금씩 기준이 달라지지만 통상 중기부가 요구하는 평가 과제 기준인 PSST(Problem & Market, Solution, Scale-up, Team)에 맞춰 적합한 스타트업을 선정한다. 즉, 타깃 시장이 크고, 해결하려는 문제가 명확하고, 회사의 기술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명확한 스케일업 계획이 있고, 이 계획을 운영사가 잘 서포트할 수 있는지가 판단 기준이다. 또한 창업자 그룹의 역량 역시 주요 평가 대상이다.

팁스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팁스 운영사로부터 투자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스타트업들은 대부분 타깃 시장과 해결하려는 문제를 명확히 밝히는 편이다. 또한 창업팀의 역량도 어느 정도 수준 이상은 된다. 그렇지 않으면 애초에 AC들이 투자를 집행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결국 차이는 기술 역량과 스케일업에 대한 계획에서 나뉘는데 여기서 아이엑셀의 차별화된 경쟁력이 드러난다. 아이엑셀의 IP 컨설팅 능력이 팁스 선정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하는 것이다. 다른 팁스 지원 스타트업들이 기술 개발 계획이나 시장에 대한 예측치를 이야기하는 데 반해 아이엑셀이 팁스에 올린 스타트업들은 이미 5∼10개 정도의 특허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평가위원 입장에서는 달성 가능 여부를 알 수 없는 장밋빛 미래로 가득한 사업계획서보다는 실제 눈에 보이는 특허가 훨씬 설득력이 있어 보이기 마련이다.

또한 스케일업 분야의 경우 팁스 보육 기간(보통 2∼3년) 내 회사의 스케일업 계획이 명확해야 하는데 이때 아이엑셀이 자체 보유한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이 힘을 발휘한다. 아이엑셀은 런치2.0(Lunch 2.0)으로 시작해 아이엑셀 캠프, 아이엑셀 C-day, 데모데이, 아이엑셀 스티키니스, 아이엑셀 글로벌 등으로 이어지는 자체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이 충실히 갖춰져 있다. 런치2.0은 아이엑셀이 보유한 회사 내•외부 전문가들과 네트워킹을 통해 사업 전반의 경험 및 노하우를 전수하는 프로그램이고 아이엑셀 캠프는 스케일업 전문가 교육 및 성공 사례 교육 등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아이엑셀의 강점인 IP 컨설팅 역시 캠프 단계에서 이뤄진다. 또한 아이엑셀은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6611㎡(약 2000평)규모의 인포뱅크 사무실 한편에 ‘창업 기업 보육 공간’을 두고 있다. 이 공간에 입주한 스타트업들이라면 아이엑셀 C-day를 통해 서로 편하게 만나 정보를 공유하고 협력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또 아이엑셀은 주기적으로 창업팀과 궁합이 맞는 벤처캐피털(VC)을 연결해주는 ‘데모데이’ 등을 주기적으로 열어 후속 투자 유치에 도움을 주고 있다. 국내•외 약 2500여 명의 투자자와 네트워크가 구축돼 있어 후속 투자 유치 비율이 80%로 높은 수준이다. 한편 팁스가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만큼 해외 파트너십이나 해외시장 진출에 대한 구상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에 아이엑셀은 ‘아이엑셀 글로벌’ 프로그램을 통해 실리콘밸리 진출 지원 역량을 가진 미국 현지 액셀러레이터 및 동남아 진출을 지원 사격할 동남아 현지 액셀러레이터 등과의 긴밀한 파트너십을 맺고, 국내 스타트업들의 현지 진출 시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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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 팁스부터 후기 투자까지 전방위적 지원

아이엑셀은 지난 9월 ‘시드 팁스’ 운영사로 선정됐다. 기존 팁스가 시드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기술 개발 자금 등을 지원했다면 시드 팁스는 투자 유치 이력이 없는 예비 창업팀을 선발해 사업화 자금과 보육 과정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쉽게 말해, 팁스 이전 단계를 지원하는 셈이다. 이를 통해 인포뱅크는 극초기 스타트업을 조기 발굴한 뒤 스케일업해 후기 투자까지 연계할 수 있는 밸류체인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홍 대표는 “시드 팁스에 선정된 스타트업의 경우 팁스 선정 시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며 “이에 극초기 스타트업을 발굴해 안정적으로 키울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아이엑셀은 올해 한국모태펀드가 출자한 175억 원 규모의 ‘인포뱅크 창업 초기 혁신펀드 1호’,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 및 한국성장금융의 핀테크혁신펀드가 출자한 100억 원 규모의 ‘인포뱅크 핀테크혁신펀드 1호’의 운용사로 선정되면서 개인투자조합 단계를 넘어 벤처투자조합 운용사 영역으로의 투자 영역을 확대했다. 특히 올해 들어 경기 침체로 스타트업(초기 벤처) 투자가 꽁꽁 얼어붙은 가운데 이뤄진 벤처펀드 결성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홍 대표는 “위기라고 몸을 사릴 때일수록 오히려 적정한 가격에 좋은 딜을 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올해 말까지 누적 100개 이상의 팁스 선정 팀을 이끌면서 창업 팀이 꼭 손잡고 싶은 투자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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