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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1. Interview: 마리암 코우차키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 교수’

“모든 선택 이후엔 거울을 보며 성찰
회사가 직원들의 윤리적 실험실 돼야”

이규열 | 353호 (2022년 9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큰 규모의 조직에서는 사람들이 부정행위를 더 쉽게 용인하는 경향이 있으며, 은행 역시 부정행위에 취약한 조직으로 밝혀졌다. 비윤리적 행위를 저지른 사람들은 스스로를 비인격적인 인간이라 평가하며 더 큰 부정에 빠지기 쉽다. 여러 개의 자아가 통합되지 못하거나 심리적으로 고갈된 상태에도 비윤리적 행위가 일어날 가능성이 커진다. 조직에서 일어나는 직원들의 부정을 개인의 일탈로 치부해선 안 된다. 회사는 개인의 윤리 의식 함양을 돕는 윤리적 실험실이 돼야 한다. 면접, 프로젝트 리뷰 등의 과정에 윤리 관련 질문을 포함하는 등 기업 문화 전반에 윤리를 통합해야 한다.



2022년 상반기 오스템임플란트, 우리은행 등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에 달하는 횡령 사건들이 연이어 보도되며 온 나라가 큰 충격에 빠졌다. 수억 원대 이상의 횡령 금액뿐만 아니라 회사가 이들의 범행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는 점도 사람들의 큰 공분을 샀다. 우리은행 횡령 사건의 경우, 한 직원이 약 8년 동안 상급자의 직인을 몰래 쓰거나 암호 기기를 도용하는 등 온갖 부정한 수법으로 8차례에 걸쳐 약 700억 원을 횡령했고, 심지어 1년 가까이 무단결근을 했지만 회사는 그 사실을 알아채지 못하고 10년 넘게 그에게 같은 업무를 맡겼다.

이 사건을 조사한 금융감독원은 이번 사고에 대해 은행의 내부 통제가 작동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지만 주원인으로는 ‘개인의 일탈’을 꼽았다. 개인이 마음먹고 저지르는 비윤리적 행위는 막기 어렵다. 올해 초 발생한 새마을금고 횡령 사건의 경우 상급자가 함께 가담한 것으로 밝혀졌다. 자금, 회계 등을 관리하는 담당자들은 관련 프로세스와 정책을 잘 알고 있어 내부 통제망을 교묘히 피해 부정을 저지를 수 있다.

그렇다고 이번 대규모 횡령 사건들을 개인의 일탈로만 치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국민들은 분노에 휩싸였으며 무엇보다도 개별 기업을 넘어 시장 전체의 신뢰 문제에 직결된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내부 통제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 직원 개인의 일탈을 막을 수 있는 조직 차원의 해법이 필요하다.

마리암 코우차키(Maryam Kouchaki)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 교수는 “직원들의 윤리 교육은 가정과 학교에서 끝나는 게 아니다”라며 “회사가 직원들의 윤리적 실험실이 돼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조직의 도덕적 의사결정 전문가로서 HBR에 ‘윤리적인 회사 만들기’ ‘윤리적 커리어 쌓기’ 등 윤리적 조직 문화에 관한 다수의 글을 기고하기도 했다. DBR가 코우차키 교수에게 직원들이 윤리적으로 행동하는 회사를 만드는 방법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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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에서는 사기업, 금융기관, 공공기관 등
다양한 조직에서 비윤리적 횡령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 횡령 사건에 특히 취약한 조직이 있나?

조직의 규모가 클수록 부정행위를 저지를 가능성이 크다. 88명의 사람을 5명 또는 25명씩 한 방에 배정하고 10개의 워드 점블(word jumble)1 을 풀도록 했다. 7번째 문제는 풀 수 없도록 설계됐다. 문제는 순서대로 풀어야 하며 맞출 때마다 1달러가 보상으로 주어졌다. 상위 20%에 들면 10달러가 추가로 주어졌다. 참가자들은 그들이 몇 개의 문제를 풀었는지 연구진에게 보고했고, 푼 문제에 대한 정답은 알릴 필요가 없었다. 5명 방에서 7번째 문제를 풀었다고 보고한 참가자는 27%였지만 25명 그룹에서는 54%였다. 이후 온라인에서 187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한 유사한 실험에서도 마찬가지의 결과가 나타났다.

원인을 밝히기 위해 온라인으로 296명의 참가자를 모집해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이들은 100명, 또는 10명 그룹에 배정됐고 ‘그룹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부정행위를 저지를 것이라 생각하는지’ ‘부정행위가 얼마나 규범에 어긋나는지’ 등에 답했다. 연구 결과, 100명 그룹에서는 평균 36.95명이, 10명 그룹에서는 평균 4.55명이 부정행위를 저지를 것이라 응답했다. 비율로 보면 100명 그룹보다 10명 그룹이 더 높았다. 그러나 100명 그룹의 사람이 10명 그룹의 사람들보다 부정행위가 규범에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즉, 부정행위를 용인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실험을 토대로 진행한 통계 분석에서도 예상되는 부정행위자의 비율보다 그 수가 많아질수록 부정행위가 규범에 어긋난다고 생각하는 정도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분의 1보다 100분의 7을 더 크게 생각하는 비율 편향(ratio bias)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앞선 연구 결과들에 따르면 조직의 규모가 클수록 부정행위가 용인되는 분위기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고, 이에 대한 ‘자기 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2 이 발동해 실제 부정행위를 저지를 비율도 높아지는 것으로 보인다.

산업에 따른 차이는 없나?

실제로 은행이 부정행위에 관대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에게 200달러의 보상이 주어지는 과제를 수행하도록 했고, 일부 참가자에게는 과제 중 그들의 직업적 역할을 상기시켰다. 실험 결과, 은행 직원이라는 역할을 상기한 참가자들이 부정행위를 저지를 가능성이 더 커졌다. 이후 다른 산업에 종사하는 참가자들에게도 유사한 실험을 진행했는데 이들에게는 직업적 역할을 상기한다고 해서 부정행위를 저지를 가능성이 커지지 않았다.3

이들 중 일부는 비윤리적인 행동을
수차례에 걸쳐서 저질렀다.

원래 나쁜 행동은 한 번 시작되면 끊기 어려우며 습관으로 굳어지기 일쑤다. 우선 사람들은 자신이 저지른 부정행위를 쉽게 잊는 ‘비윤리적 기억상실’ 경향을 갖고 있다. 더 유의해야 할 점은 한 번 부정행위를 저지르면 미끄러운 비탈길에서 넘어진 것처럼 더 큰 나락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293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한 결과 자신의 부정행위를 떠올린 사람들은 스스로를 비인격적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스스로를 자기 통제력이 부족하고 계획을 따르기보다는 충동적으로 행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이후 진행된 과제 수행 실험에서 더 많은 속임수를 저질렀다. 자기 충족적 예언으로 더 심각한 부정행위를 저지르게 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 것이다. 어쩌면 대규모 횡령 사건 역시 아주 사소한 부정행위에서부터 시작됐을지도 모른다.

비윤리적 행동의 악순환은 어떻게 끊어내야 하나.

자기 성찰(reflection)의 기회가 필요하다. 자신이 저지른 비윤리적인 행동에 대해 반성하고, 이에 대해 책임질 기회가 주어지면 스스로를 비인격적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줄어든다. 이를 위해선 심리적 안전감이 형성돼 있어야 한다. 직원들이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인격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조직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어야 한다. 윤리는 경험을 통해 학습되는 것이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에게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부정적으로 볼 것이라는 ‘수치심’보다는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쳤다는 ‘죄책감’이 들어야 이후에 저지를 수 있는 또 다른 비윤리적 행위를 막을 수 있다. 따라서 자신의 부정행위를 통해 누가 피해를 입었고, 어떻게 행동하는 게 옳았던 것일지 성찰하게 만드는 동시에 자기 스스로에 대해서는 인격적인 비난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 같은 성찰의 기회가 주기적으로 주어져야 초기에 나쁜 행동이 더 큰 나쁜 행동으로 번지는 일을 막을 수 있다. 예컨대, 회사에서 프로젝트가 끝나면 성과에 대한 피드백을 진행하듯이 윤리적 측면에서도 피드백을 진행해야 한다. ‘이번 프로젝트와 프로세스가 우리 회사가 지향하는 윤리적 가치와 부합하는지’ ‘이 프로젝트를 통해 피해를 입은 사람이 없는지’ 등을 검토하는 것이다.

많은 기업이 직원의 부정행위를
개인의 일탈로 치부한다.

사람들은 윤리적 규범에 대한 학습이 가정과 학교에서 완성된다고 생각하며 회사를 윤리적 규범을 배우는 장소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사실 회사만큼 우리가 윤리적 딜레마로 시달리는 장소는 많지 않다. 프로젝트에서 자신의 역할과 성과를 부풀리거나 경비 보고서 내용에 거짓된 내용을 작성해야 하는 순간들도 온다. 회사는 직원들의 부정을 직원 개인 탓으로 돌려선 안 된다. 직원들이 회사와 개인의 삶에서 윤리적으로 행동할 수 있도록 윤리 의식을 학습하는 실험실로 만들려는 조직적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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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일상을 구별해선 안 된다는 뜻인가.

사람들은 하루 중 3분의 1 이상을 회사에서 보내며 일은 정체성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 많은 사람이 바라는 대로 일과 일상이 분리될 수 있다는 건 어쩌면 순진한 생각일지도 모른다. 직원들의 윤리 학습에 대한 회사의 책임 문제를 차치하고서도 일과 일상을 구분하는 건 개인의 윤리적 행동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사람들은 여러 공동체에서 다양한 정체성을 갖고 있지만 이들이 통합되지 않으면 비윤리적인 행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아진다.

300명의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군에는 ‘나는 스스로의 진짜 감정이 무엇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나는 나 자신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등의 질문을 통해 이들의 정체성이 분리돼 있다고 느끼도록 만들었다. 이후 참가자들은 동전 던지기 결과를 예측하는 과제를 수행했고, 자신이 얼마나 많이 예측에 성공했는지 보고하도록 했다. 실험 결과, 정체성의 분리를 느낀 이들이 부정행위를 저지를 확률이 더 높게 나타났다.

이후 150쌍의 상사, 부하 직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부하 직원은 자신이 직장에서 얼마나 진정성 있게 행동하고, 자신의 정체성이 얼마나 통합돼 있다고 느끼는지 등을 평가하도록 했다. 상사에게는 부하 직원이 평소 얼마나 부정행위를 빈번하게 저지르는지 기록하도록 했다. 부하 직원이 자신의 정체성이 분리돼 있다고 느낄수록 진정성 있게 행동하지 않는다고 보고했으며 더욱 빈번하게 부정행위를 저지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조직 차원에서 직원들이 회사에서 온전한 ‘나’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면 부정행위를 방지하는 데도 효과가 있다. 자신의 평소 취향에 따라 옷을 입을 수 있도록 하거나 일과 상관없는 일상에 관한 솔직한 얘기를 터놓을 수 있는 회식을 마련하는 것도 직원들의 자아를 통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외에도 사람들이 윤리적으로
취약한 상황이 있는가.

사람들이 심리적으로 고갈 상태일 때 비윤리적 일탈에 빠지기 쉽다. 사람들은 자기통제를 위해 인지적인 자원이 필요하다. 그래서 오전에 열심히 일을 하고 진이 빠진 오후에 사람들이 거짓말을 할 가능성이 20∼50% 늘어난다.4 팬데믹 기간 재택근무를 하며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은 이들도 있지만 경제적으로 취약하거나 코로나19 최전선에 있는 이들은 심리적 고갈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주의해야 할 사실은 사람들은 심리적 고갈 상태에 빠진 타인의 비윤리적 행동을 더 쉽게 묵인한다는 점이다. 이들이 과로하고 피곤한 상태이기 때문에 고의적으로 부정행위를 저지르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하고 이들이 잘못을 저지르도록 내버려 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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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적인 해결책은 충분한 휴식을 통해 직원들이 심리적 고갈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잦은 야근, 주말 근무가 사람들을 윤리적인 위험에 빠뜨리게 만들 수 있다. 과로한 직원들이 부정행위를 저지를 수 있는 결산, 보고서 작업 등을 해야 할 때 관리자들은 이들이 잠시라도 휴식할 수 있도록 권고해야 한다. 회사 내 충분한 휴게 공간을 마련하고 시에스타와 같은 낮잠 시간을 정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모든 기업이 행동 강령을 갖고 있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다.

행동 강령은 직원들에게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그에 따라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메시지를 전달하는 지침이다. 직원들에게 일체감, 충성심을 형성하기 위해 보통 윤리 강령에는 ‘우리(we, us)’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그러나 오히려 ‘우리’라는 포용적 표현이 직원들의 비윤리적 행위를 부추길 수 있다. 120명의 실험 참가자 중 절반에게는 ‘우리’라는 표현이 사용된 행동 강령을 읽게 하고, 나머지에게는 ‘직원’ 등 보다 공식적인 용어를 사용한 행동 강령을 읽게 했다. 이후 10개의 수학 퍼즐을 풀게 했고, 이 중 5개는 풀 수 없는 문제였다. 전자 그룹은 풀 수 없는 5개 문제 중 평균 2.83개, 후자 그룹은 2.06개를 풀었다고 보고했다.

후속 실험에서 ‘우리’라는 표현이 사용된 행동 강령을 읽은 사람들은 공식적인 용어를 사용한 행동 강령을 읽은 사람들보다 그 조직을 용서, 친절, 사교 등 측면에서 높게 평가했다. 동시에 범죄에 대해 더 쉽게 용서할 것이라 판단했다. 또한 ‘우리’라는 표현은 충성심을 강조하며 조직 전체의 이익을 위해 비윤리적 행위가 용인될 수 있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도 있다. 지나치게 공식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것 역시 성과 지향적인 인상을 전달해 비윤리적인 이익 추구 행위로 이어질 수도 있다. 행동 강령에는 ‘우리’와 같은 따뜻한 용어를 사용하되 동시에 위반 사항과 그에 대한 처벌도 명확히 포함해야 한다.

어떻게 윤리적인 조직 문화를 구축할 수 있을까.

우선, 기업 문화 전반에 윤리를 통합해야 한다. 면접에 윤리 관련 질문을 넣고, 온보딩 기간에 회사가 추구하는 윤리적 가치를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윤리적 행동을 직원 평가에 포함해 정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앞서 이야기한 대로 실패로부터 배울 수 있는 환경, 즉 심리적 안전감을 조성해야 하고, 자기 성찰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사후 성찰뿐 아니라 프로젝트에 들어가기 앞서 윤리적으로 상충되는 부분이 없는지 살펴보는 사전 성찰도 효과적이다. 다음과 같은 질문도 직원들이 도덕적으로 성찰하는 데 도움이 된다.

• 대중 평가: 내가 내린 선택이 내일 신문 1면에 나와도 괜찮은가?
• 일반화 평가: 모두가 이런 식으로 행동하면 어떻게 될까?
• 거울 평가: 이 선택을 하고 거울을 보면 내 자신이 자랑스럽게 느껴질까?

직원들과 함께하는 자원봉사 역시 개인의 이기심을 극복하고 더 큰 사회적 책임을 지도록 만드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이규열 기자 ky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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