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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1. 콘텐츠 산업의 미래 전략

콘텐츠 유통 플랫폼의 구심력 흔들
다양한 크리에이터의 원심력 커져

임일 | 346호 (2022년 06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최근 글로벌 콘텐츠 산업에서 플랫폼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존 대형 콘텐츠 유통 플랫폼의 영향력이 약화되고, 개별 크리에이터의 위상이 높아지는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NFT 기술의 등장으로 디지털 콘텐츠의 소유 가치가 커짐에 따라 크리에이터가 플랫폼에서 벗어나 디지털 콘텐츠를 독립적으로 생산, 유통, 거래하고자 하는 ‘원심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응해 기존 콘텐츠 유통 플랫폼은 콘텐츠 크리에이터와의 관계를 강화하고 콘텐츠 거래의 대리인 역할을 하는 새로운 전략을 검토해야 한다. 다른 한편, NFT 기반 콘텐츠 거래 플랫폼은 콘텐츠의 사용 가치를 높이고, 거래의 신뢰를 올릴 수 있도록 가치 산정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최근 글로벌 콘텐츠 산업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콘텐츠 산업의 대표 기업인 넷플릭스는 2022년 1분기 실적 발표 후 주가가 40% 이상 폭락했다.1 이러한 주가 하락의 주된 원인으로는 기준 금리 상승에 따른 주식시장의 침체, 코로나19 유행 감소세로 넷플릭스 시청 시간이 줄어든 것, 구독료 인상으로 11년 만에 처음으로 가입자 수가 감소한 것 등이 꼽힌다. 그런데 이런 이유만으로 보기에는 주가 하락의 폭이 지나치게 크다. 이를 두고 시장이 넷플릭스의 장기적인 성장성과 경쟁력에 대해서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와 더불어 한때 광풍에 가까운 성장을 보였던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한 토큰) 거래도 최근 주춤한 편이다. 대표적인 NFT 거래 사이트인 오픈시(opensea)의 거래액은 올해 들어 80%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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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한편 크리에이터(creator)라고 불리는 콘텐츠 제작자(혹은 제작사)는 양적으로도 크게 늘어나고 그 영향력도 점점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크리에이터 경제(creator economy)라고 불리는 크리에이터와 관련된 경제의 규모도 계속 커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2022년 크리에이터 경제의 규모가 약 1042억 달러(한화 약 130조 원)로 추산되고 있으며 이 중에서 약 80%가 벤처캐피털이 크리에이터에 투자한 금액이다.3 여기에 NFT 기술이 등장하면서 크리에이터가 직접 자신의 콘텐츠를 판매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향후 메타버스가 콘텐츠 소비를 위한 새로운 플랫폼 역할을 하면서 크리에이터 경제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위와 같은 복잡한 변화의 물결이 미래 콘텐츠 산업을 어떻게 바꿀지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앞으로 변화의 핵심이 콘텐츠 플랫폼과 크리에이터의 역학관계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이 글에서는 콘텐츠 플랫폼과 크리에이터의 역학관계를 중심으로 콘텐츠 산업의 변화를 조망하고자 한다. 특히 콘텐츠 산업의 환경 변화와 NFT, 메타버스 관련 기술 발전이 콘텐츠 산업에 끼치는 영향을 중점적으로 살펴볼 것이다. 콘텐츠의 정의는 사람에 따라, 사용되는 맥락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좁게는 영화, 드라마, 웹툰, 음악, 뉴스, 책 등 엔터테인먼트를 위한 제품이나 정보를 말하지만 넓게는 예술품, 디자인, 브랜드 등도 포함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콘텐츠 중에서도 온라인에서 소비되는 디지털 콘텐츠에 초점을 맞춰 이를 둘러싼 복잡하고 다양한 현상을 관통하는 변화의 큰 흐름을 정리하고자 한다.

전통적인 콘텐츠 제작과 유통 방식의 변화

그동안 콘텐츠 산업에서 영화와 드라마 유통은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OTT 플랫폼이, 음악이나 웹툰과 같은 콘텐츠의 유통은 네이버나 카카오와 같은 포털 기반 플랫폼이 과점했다. 사용자가 만든 동영상(UCG)의 경우 유튜브가 거의 독점했다. 이처럼 온라인 콘텐츠 유통은 분야별로 소수의 플랫폼이 독점 내지는 과점하는 형태를 보였다. 그런데 최근 디즈니 플러스, 애플TV, 쿠팡플레이와 같은 다양한 신생 OTT가 등장하면서 콘텐츠 유통이 과점에서 경쟁으로 바뀌고 있다. 콘텐츠 생산 부문에서도 개인 유튜버와 같은 독자적인 동영상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늘어나고 넷플릭스, 카카오, 네이버와 같은 콘텐츠 유통 플랫폼이 직접 투자를 해서 예능 프로그램이나 웹소설과 같은 독자적인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또 미국의 서브스택(Substack), 패트리온(Patreon)과 같이 크리에이터가 주도하는 콘텐츠 플랫폼이 새롭게 등장하는 등 콘텐츠 생태계가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1. 기존 콘텐츠 유통 플랫폼의 약화

최근 디즈니플러스, 애플TV, 쿠팡플레이와 같은 신생 OTT가 등장한 배경에는 디지털 콘텐츠 비즈니스의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디지털 산업의 발전으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플랫폼이 늘어나면서 사용자가 무료로 콘텐츠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예를 들어 드라마나 영화, 밈(MEME) 등은 온라인 포털, 방송사 사이트, 유튜브 등에서 무료로 볼 수 있다. 또 서로 다른 형태의 콘텐츠 유통 플랫폼(예: 넷플릭스와 유튜브)의 비즈니스 영역이 점점 겹치고 있다. 예컨대 과거에는 오징어게임을 보기 위해 넷플릭스에 돈을 내고 가입해야만 했다면 지금은 유튜브에서 오징어게임에 대한 요약본 등의 콘텐츠를 무료로 소비할 수 있다. 게다가 넷플릭스가 제공하는 콘텐츠는 주로 영화와 드라마로서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에 대한 니즈를 모두 충족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이 돈을 내고 넷플릭스와 같은 OTT에 가입할 유인이 과거보다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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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콘텐츠 유통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때 소비자가 플랫폼을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얼마나 콘텐츠가 풍부한가이다. 소비자는 다양한 유료 OTT 중에서 당연히 콘텐츠가 가장 많은 플랫폼을 선택할 것이다. 여러 개를 가입할 수도 있지만 그 경우 가입비가 몇 배로 커지므로 가능하면 하나, 많아야 두 개 정도의 OTT에 가입할 것이고, 이때 당연히 콘텐츠가 가장 많은 플랫폼을 선택할 것이다. 그런데 콘텐츠 시장이 성숙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5000가지 콘텐츠를 가진 플랫폼과 1000가지 콘텐츠를 가진 플랫폼이 있다면 아마도 5000가지 콘텐츠를 가진 플랫폼에 더 비싼 가입비를 내고라도 가입해서 다양한 콘텐츠를 보려는 수요가 컸을 것이다. 그런데 콘텐츠의 절대량이 늘어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10만 가지 콘텐츠를 가진 A 플랫폼과 2만 가지 콘텐츠를 가진 B 플랫폼이 있고 콘텐츠의 퀄러티 차이가 크지 않다고 가정해보자. 만일 가입비가 비슷하다면 소비자는 여전히 콘텐츠가 많은 A 플랫폼을 선호할 것이다. 그런데 A 플랫폼이 가입비를 크게 올린다면 어떻게 될까? 소비자가 콘텐츠를 볼 수 있는 시간은 제한돼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A든지, B든지 간에 시간의 제약으로 해당 플랫폼의 콘텐츠를 다 소비하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즉, 소비자에게는 A와 B의 효용의 차이가 크지 않다. 결국 소비자들은 B로 옮겨가거나 가입을 해지하고 무료 콘텐츠로 만족할 가능성이 크다.

넷플릭스가 최근 수익성을 만회하기 위해서 계정 공유를 금지하고 가입비를 올리는 등의 조치를 취하자 가입자가 대거 구독을 취소해 버린 것은 이런 변화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즉, 과거에는 콘텐츠가 가장 많은 넷플릭스가 갖는 시장지배력이 강력했지만 전반적으로 콘텐츠가 크게 늘어난 지금에는 ‘양’이 갖는 가치가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네트워크 효과의 원리로 설명하자면 콘텐츠와 사용자를 연결해 주는 콘텐츠 유통 플랫폼은 콘텐츠가 풍부할수록 가치가 커지므로 가입비가 비슷하다면 네트워크 효과가 상당히 강하지만 가입비가 올라가면 네트워크 효과가 약해진다. 즉, 가입비를 통한 수익화가 용이했지만 동시에 경쟁사가 저렴한 가입비로 공격하기도 쉬워지는 수익성의 저주(curse of profitability)4 에 걸린 것이다. 따라서 넷플릭스와 같은 기존 콘텐츠 플랫폼은 전략적 변화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제는 가입비에 대한 소비자의 민감도가 커졌기 때문이다. 즉, 가입비를 인상해서 수익을 높이려는 전략은 가입자의 감소로 오히려 수익 악화를 가져올 수 있다. 그보다는 가입비에 대한 좀 더 정교한 프라이싱 전략을 세워야 한다. 가입비는 오히려 낮추고 가입비 외에 광고나 콘텐츠 판매, 커뮤니티 활성화, IP 활용 등과 같은 간접적인 수익을 늘려가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또 다른 한편으로 개별 콘텐츠를 원하는 소비자를 위한 단품, 혹은 몇 개를 묶은 번들 콘텐츠 판매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단품 판매는 콘텐츠 소비가 많지 않은 소비자에게 이익이며 플랫폼 입장에서도 이들을 플랫폼에 유입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하다. 또 플랫폼은 중도에 가입 취소를 한 고객에게도 단품을 판매하고 그들 중 일부를 다시 가입시킬 수 있다.

2. 크리에이터의 부상

그동안 콘텐츠 플랫폼이 콘텐츠를 만드는 크리에이터와 수익을 직접 나누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넷플릭스와 유튜브가 그중에서 크리에이터와 수익을 가장 많이 나누는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넷플릭스도 제작비 지원의 형태로 콘텐츠를 구입해서 소유권과 저작권 일체를 자신들이 갖고 유통한다. 유튜브도 광고비의 일부를 지급할 뿐 프리미엄 서비스 가입비와 같은 수익은 나누지 않는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틱톡과 같은 SNS는 광고 수익을 일부 사용자와 나누지만 그 비중은 미미하다. 이러한 SNS에 다양한 콘텐츠를 올려 사용자를 끌어들이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은 ‘인플루언서’라는 이름으로 외부 제품을 광고 혹은 판매하거나 자신의 명성을 이용한 자신의 제품을 판매함으로써 얻는 수익이 소득의 대부분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콘텐츠인 K-POP의 경우도 아티스트나 소속사가 만드는 콘텐츠는 공식 뮤직비디오나 음악방송 영상, 혹은 라이브 방송 등에 국한된다. 팬이나 대중에게 소비되는 콘텐츠는 이들 외에 일반 팬들이 만든 유튜브 동영상, 콘서트나 음악방송에서 팬들이 촬영한 직캠이나 사진 등 매우 다양하다. 이러한 콘텐츠는 K-POP 아티스트의 인기를 높이고 대중의 관심을 끄는 데 큰 역할을 함에도 불구하고 굿즈 판매를 통한 약간의 수입 외에는 콘텐츠 제작에 대한 직접적인 보상은 없다. 이들은 아티스트에 대한 팬심, 혹은 커뮤니티에서 인정받는 것을 보상으로 여기고 콘텐츠 제작에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을 감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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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크리에이터가 만드는 콘텐츠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해야 한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콘텐츠 산업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콘텐츠 유통에 따른 수익의 많은 부분을 크리에이터에게 돌려주는 플랫폼이 생기고 있다. 뉴스 사이트인 서브스택은 기사 작성자에게 독자들이 지불한 사이트 가입비의 90%를 지급한다. 게이머가 자신의 게임을 중계하는 플랫폼인 트위치는 가입비의 50%를 이들 게이머(크리에이터)에게 지급하고 있다. 음악, 동영상, 교육 콘텐츠 등을 다루는 패트리온은 크리에이터에게 가입자가 지불한 돈의 88∼95%를 지급한다.5 넷플릭스나 유튜브와 비교하면 엄청나게 많은 부분을 크리에이터에게 돌려주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크리에이터에 대한 보상을 많이 하면 고품질의 콘텐츠를 만드는 크리에이터를 유인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이와 같이 크리에이터를 중시하게 된 변화에는 몇 가지 요인이 있다. 첫째, 콘텐츠 플랫폼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크리에이터의 영향력이 더 커졌다. 과거에는 크리에이터가 콘텐츠를 유통할 수 있는 플랫폼이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플랫폼의 파워가 강했지만 이제는 크리에이터가 활동할 수 있는 플랫폼이 다양해져 크리에이터의 목소리가 커진 것이다. 둘째로 촬영, 그래픽, 편집 등을 위한 장비와 소프트웨어가 일반화되고 비용이 싸지면서 독립적인 크리에이터들이 과거보다 더 높은 퀄러티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크리에이터가 만들어 내는 콘텐츠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셋째, NFT를 비롯한 기술의 발전으로 크리에이터가 자신의 콘텐츠를 직접 판매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의 콘텐츠 플랫폼에서 콘텐츠를 유통하는 것 외에 자신의 콘텐츠를 직접 판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대부분의 콘텐츠 플랫폼이 크리에이터에게 80∼90%의 수익을 지급하는 모델을 채택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명확한 변화의 방향은 크리에이터의 파워가 강해지고 있으며 앞으로 콘텐츠 산업의 수익 중 더 많은 부분이 크리에이터에게로 돌아갈 것이라는 점이다.

기술의 발전과 디지털 콘텐츠:
사용 가치에 더한 소유 가치의 등장

1.디지털 콘텐츠의 가치

디지털 콘텐츠를 이해하기 위해 콘텐츠의 가치를 좀 더 심도 있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콘텐츠의 가치는 크게 사용 가치(consumption value)와 소유 가치(ownership value)로 나눌 수 있다. 사용 가치는 그 콘텐츠를 소비하면서 얻게 되는 콘텐츠 본연의 가치인 반면 소유 가치는 그 콘텐츠를 보유함에 따른 부가적인 가치이다. 모나리자와 같은 아름다운 그림을 보면서 느끼는 감동, 오징어게임과 같은 드라마를 보면서 얻는 재미, 명품 제품의 좋은 품질로 인한 만족감, 게임에서 아이템을 사용해서 게임을 수월하게 하는 것 등이 사용 가치이다. 이에 비해 명화의 비싼 가격,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기 위해 비싼 가격을 주고 명품을 구입하는 것, 영화의 주연배우가 입었던 옷이 비싼 가격에 거래되는 것 등은 소유 가치라고 할 수 있다. 사용 가치는 콘텐츠의 질에 주로 좌우되는 반면 소유 가치는 콘텐츠의 희소성과 인기에 영향을 받는다.

우리가 모나리자를 보면서 즐거움을 느끼는 이유는 그것이 아름다운 그림이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모나리자가 비싼 이유는 모나리자 그림은 레오나르도 다빈치라는 거장이 그린 것이면서 세계에서 단 하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용 가치와 소유 가치는 예술품뿐 아니라 공산품에도 해당된다. 나이키 신발은 보통 20만 원 이하로 구입할 수 있지만 나이키가 1972년에 처음 만든 러닝화 문슈(Moon Shoe) 한 켤레는 2019년 경매에서 약 5억 원에 팔렸다.6 보통의 나이키 신발과 문슈는 사용 가치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문슈는 12켤레밖에 제작되지 않았고 그중 한 켤레가 5억 원에 팔린 것은 한 번도 착용하지 않았다는 희소성 때문이었다. 명품은 누구나 소유할 수 없기 때문에 가치가 높으며 수량이 제한돼 있는 한정판도 그래서 더 비싸다.

그림과 같은 오프라인의 물리적인 콘텐츠는 소유 가치가 큰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다. 이런 콘텐츠는 소유 가치가 크기 때문에 비싸게 거래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비해 디지털 콘텐츠가 소유 가치가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디지털 정보는 복제하는 데 비용이 들지 않아서 무제한 복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7 즉, 디지털 콘텐츠는 희소성이 거의 없다.

2. 기술 발전이 콘텐츠와 크리에이터에게 미치는 영향

그런데 NFT 기술이 등장하면서 사용 가치밖에 없었던 디지털 콘텐츠에 희소성을 부여할 수 있게 됐다. NFT 이전에도 희소성이 있는 디지털 콘텐츠가 있었다. 온라인 게임에서 사용되는 아이템이 희소성을 부여한 대표적인 경우다. 예를 들어서 엔씨소프트의 인기 게임 리니지에서 ‘진명황의 집행검’이라는 특수한 검은 매우 얻기 어려운 귀한 아이템이다. 2020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NC 다이노스팀이 우승 세리머니에서 집행검을 본떠서 만든 모형 검을 들어서 유명해지기도 했다. 집행검은 수많은 종류가 있기는 하지만 모든 종류를 통틀어도 개수가 100개 정도인 매우 귀한 아이템이다. 물량이 없으므로 거래가 거의 없어서 실제 가격을 정확히 알기는 어렵지만 종류에 따라 가격이 몇천만 원에서 5억 원까지도 나간다고 추정되고 있다.8 이런 높은 가격은 이 아이템을 보유하면 게임상에서 엄청난 능력치를 갖게 돼 게임을 수월하게 할 수 있는 사용 가치가 높다는 이유도 물론 있다. 하지만 수량이 제한된 아이템이기 때문에 희소성이 갖는 가치가 오히려 더 크다. 집행검이 100개가 아니라 몇백만 개가 존재한다면 집행검의 능력치가 지금과 동일하더라도 그 가치는 지금보다 훨씬 낮을 것이다. 그만큼 희소성에 따른 소유 가치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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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아이템이 디지털 콘텐츠임에도 불구하고 소유 가치를 갖게 된 이유는 게임이라는 환경이 게임회사에 의해 완벽하게 통제가 가능해서 아이템의 희소성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에서 어떤 아이템을, 누가 갖고 있고, 몇 개가 있는지, 누구에게 양도됐는지 등은 게임 회사가 완벽하게 파악하고 통제할 수 있다. 그러나 게임 밖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리니지의 집행검은 다른 게임으로 가져갈 수 없다. 즉, 다른 게임 사용자에게는 가치가 0인 것이다. 그런데 NFT가 등장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NFT는 모든 디지털 콘텐츠의 소유권과 수량을 한정할 수 있게 함으로써 온라인 어디에서나 디지털 콘텐츠에 희소성을 부여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로 인해 디지털 콘텐츠 산업에는 다음과 같은 여러 가지 변화가 일어나고 있거나 앞으로 일어날 것이다.

첫째로 기존의 사용 가치 위주로 생산되고 소비되던 디지털 콘텐츠에 소유 가치라는 별도의 가치가 부여되면서 새로운 비즈니스가 탄생하고 있다. 예를 들어서 ‘오징어게임’은 넷플릭스가 약 250억 원을 투자해서 만든 디지털 콘텐츠이다. 세계적인 성공으로 이미 투자의 수백 배에 달하는 이익을 얻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만일 넷플릭스가 오징어게임을 NFT를 사용해서 한정판으로 1000명에게만 소유권을 판매하면 어떻게 될까? 대부분의 사람이 이미 오징어게임을 사용(시청)했으므로 가치가 없을까? 사용 가치는 이미 소비됐다 해도 희소성으로 인해서 소유 가치가 생길 것이다. 실제로 1000명에게만 판매한다면 개당 가격은 수천만 원, 심지어는 수억 원이 될 수도 있다. 이와 같이 기존의 사용 가치 중심의 디지털 콘텐츠 비즈니스가 ‘사용 가치+소유 가치’로 다양화되고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로 디지털 콘텐츠가 적절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게 됨에 따라 콘텐츠가 풍부해지고 디지털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늘어날 것이다. 기존의 디지털 콘텐츠 크리에이터는 자신의 콘텐츠에 대한 적절한 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웠다. 디지털 콘텐츠의 특성상 쉽게 복제가 가능해 무단으로 복제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큰 변화를 가져온 것이 유튜브다. 유튜브는 동영상 콘텐츠를 대규모로 배포함으로써 사용 가치를 극대화하는 역할을 했다. 유튜브에서 콘텐츠를 생산하는 유튜버가 많아지고 활성화되면서 유튜버가 하나의 직업으로 자리 잡을 정도가 됐다. 이런 성과는 유튜브가 콘텐츠 소비를 정확하게 추적하고 크리에이터와 수익을 배분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많은 게이머가 트위치에서 활동하는 이유도 자신의 게임 영상을 중계하면 이를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경제적 보상이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좋은 콘텐츠를 생산할 유인을 높이며 크리에이터를 증가시킨다. 크리에이터에 대한 수익 배분은 현재는 유튜브와 같은 특정 플랫폼 안에서만 가능하다. 만일 NFT와 같은 소유 가치를 부여하는 기술이 자리를 잡아서 크리에이터가 자신의 콘텐츠를 직접 판매해서 수익을 얻을 수 있게 되면 크리에이터가 많아지고 콘텐츠가 더욱 풍부해질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셋째, 온라인과 오프라인 콘텐츠의 결합이 더 견고하고 다양하게 이뤄질 것이다. 오프라인에는 예술품, 명품, 브랜드 등 오랜 역사를 거쳐 확립된 소유 가치가 강한 콘텐츠가 많다. 이들 오프라인 콘텐츠는 인터넷이 등장한 이후로 꾸준히 디지털 콘텐츠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최근에 NFT가 등장하면서 명품과 같은 오프라인 제품을 디지털화한 제품을 판매하거나 오프라인 그림을 고해상도로 사진을 찍어 디지털화한 후에 이 디지털 버전을 판매하고, 아니면 아예 처음부터 디지털 버전으로 예술품을 만들어서 판매하는 방법 등 다양한 방법으로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콘텐츠를 결합하거나 연결하는 방식이 등장하고 있다. 또 오프라인 작품의 소유권을 한정 수량으로 쪼개서 NFT화한 후에 이를 판매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오프라인 제품을 적게는 몇 명, 많게는 수만, 수십만 명이 소유하고 자신의 지분을 거래할 수 있게 됨에 따라 고가의 예술품 거래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플랫폼과 크리에이터의 관계:
구심력과 원심력

1. 구심력과 원심력의 줄다리기

기존의 콘텐츠 플랫폼과 크리에이터와의 관계를 생각해 보자. 그동안 플랫폼은 디지털 콘텐츠의 소유 가치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사용 가치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거의 0의 비용으로 무제한 복제가 가능한 디지털 콘텐츠는 사용자가 많을수록 사용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오징어게임을 한국의 시청자만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경우와 전 세계 시청자를 대상으로 제공하는 경우, 매출은 후자가 훨씬 큰 데 비해 비용은 두 경우가 거의 같기 때문에 전 세계를 대상으로 서비스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크리에이터 입장에서도 가입자가 많은 플랫폼에 콘텐츠의 유통을 맡기는 것이 더 많은 사람이 자신의 콘텐츠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유리하다. 또 사용자 입장에서도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이와 같이 콘텐츠 플랫폼과 크리에이터, 사용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짐에 따라 소수의 콘텐츠 플랫폼이 크리에이터와 사용자를 끌어당기는 구심력이 매우 강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콘텐츠 플랫폼이 크리에이터에 비해서 더 큰 힘을 가진다.

그런데 경쟁 플랫폼의 등장과 더불어 NFT와 같은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콘텐츠 판매가 가능해지는 등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현재 크리에이터가 디지털 콘텐츠를 만들어서 수익을 얻는 방법은 더 많은 사용자가 자신의 콘텐츠를 사용하도록 해서 사용 가치를 높이는 것이 거의 유일한데 앞으로 판매를 통해서도 수익을 얻을 수 있게 된다면 큰 변화가 나타날 것이다.9 크리에이터가 자신의 콘텐츠를 소수의 구매자에게 판매해도 충분한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면 지금보다 대형 플랫폼에 덜 의존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 위해서는 거대 콘텐츠 플랫폼을 통해서 인지도를 얻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일단 인지도를 얻은 크리에이터는 콘텐츠의 판매를 굳이 대형 플랫폼에서 할 필요가 줄어들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웹툰이 인기를 얻게 되면 해당 웹툰에 관련된 파생 콘텐츠(포스터, 원화 스케치, 짧은 애니메이션 동영상 등)를 NFT 형태로 한정판으로 판매할 수 있다. 이때는 사용 가치보다 소유 가치가 중요하기 때문에 굳이 대규모 유통 플랫폼에서 판매할 필요가 없다. 오픈시와 같은 일반 NFT 마켓은 물론 웹툰에 특화된 전문 콘텐츠 마켓에서 판매하는 것이 오히려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이와 같은 판매 모델이 일반화되면 일반 소비자에게는 유통하지 않고 판매만 하는, 즉 소수의 구매자에게만 공개하는 한정판 프리미엄 웹툰이 등장할지도 모른다.

NFT 기술이 발전해 디지털 콘텐츠의 거래량이 지금보다 급격히 커진다면 오픈시와 같은 콘텐츠 거래 플랫폼이 지금보다 훨씬 더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여기에 더해 세계적인 인지도와 팬을 확보한 크리에이터는 콘텐츠의 사용과 거래를 동시에 제공하는 자체적인 플랫폼을 구축하려는 시도를 할 것이다. 실제로 BTS의 소속사인 하이브는 네이버와 합작으로 위버스(Weverse)라는 독자적인 콘텐츠 배포 및 판매 플랫폼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와 같이 영향력 있는 크리에이터의 콘텐츠 플랫폼은 그 자체로 충분히 경쟁력을 갖고 그 안에서 콘텐츠의 소비(사용 가치)와 거래(소유 가치)가 완결되는 독자적인 플랫폼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더해서 앞에서 언급한 다양한 신생 콘텐츠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크리에이터가 콘텐츠를 유통할 수 있는 채널은 더 다양해지고 있다. 이로 인해 크리에이터와 사용자가 기존의 콘텐츠 플랫폼에서 떨어져 나가려는 일종의 원심력이 커질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원심력이 커짐에 따라 독자적인 콘텐츠 플랫폼을 구축하는 크리에이터가 늘어나고 중소 콘텐츠 플랫폼도 많아질 것이다. 또한 넷플릭스나 네이버/카카오와 같은 기존의 플랫폼에서도 영향력이 큰 크리에이터의 콘텐츠를 별도로 모아 놓은 일종의 컬렉션 형태의 서비스가 생겨날 수도 있다. 이런 컬렉션에서는 콘텐츠의 형식이나 제공 방식을 크리에이터가 원하는 형태로 맞춤화하는 등 크리에이터가 상당한 자율성을 가질 것이다. 오프라인 유통체인이 파워가 강한 브랜드에 대해서는 숍인숍(shop-in-shop) 형태로 독립된 공간과 운영을 보장해 주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2. 초소액 지불 기술의 발전과 기대되는 변화

현재 NFT 기술은 주로 이미지나 짧은 동영상과 같은 콘텐츠의 개인 간 소유권 거래에 활용된다. 하지만 속도도 느리고 기술적 한계가 많아서 콘텐츠의 자세한 사용 내역이나 많은 거래를 처리하기에는 많은 제약이 있다. 또 거래에 사용되는 암호화폐의 종류가 다양하며 서로 다른 종류의 암호화폐를 사용하는 거래는 더 복잡하고 시간이 걸린다. 예를 들어서 구매자는 이더리움만 가지고 있는데 구매하고자 하는 콘텐츠는 클레이튼으로만 구입할 수 있다면 암호화폐 사이의 환전(스와프)을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해진다.

다른 IT처럼 앞으로 NFT 기술도 발전을 거듭하면서 콘텐츠 거래 절차가 더 간단해지고 속도도 빨라지며 처리 용량도 커질 것이다. 특히 디지털 콘텐츠의 종류가 뭐든지, 그것이 얼마나 사소한 것이든 상관없이 콘텐츠 사용에 대해 과금과 지불을 실시간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될 가능성이 크다. 기존에도 콘텐츠 사용에 대한 과금이 가능했지만 그것은 네이버나 넷플릭스와 같은 특정 사이트 안에서만 가능했다. 만일 음악, 이미지, 동영상과 같은 디지털 콘텐츠에 대해서 소유권 이전이나 사용에 대한 과금 및 지불을 몇십 원, 몇 원까지 실시간으로 할 수 있는 초소액 지불(micro payment)이 특정 사이트를 통해서만이 아니라 온라인 어느 곳에서나 가능해지면 어떤 일이 생길까? 이것은 콘텐츠뿐 아니라 온라인 플랫폼 비즈니스 전체에 걸쳐서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콘텐츠에 대한 초소액 지불이 일반화되면 콘텐츠 크리에이터는 자신의 콘텐츠를 특정 플랫폼에 얽매임 없이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유통할 수 있기 때문에 플랫폼의 파워는 더욱 약해질 것이다. 예를 들어서 현재는 개인 크리에이터가 자신이 만든 음악, 웹소설, 웹툰, 동영상 등을 수익화하는 방법은 유튜브나 네이버와 같은 특정 콘텐츠 플랫폼에 올리거나 이들 플랫폼에 판매하는 것이 거의 유일하다. 이들 플랫폼 안에서만 콘텐츠 사용에 대한 정확한 파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초소액 지불이 실현되면 콘텐츠를 기존의 콘텐츠 플랫폼뿐만 아니라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포털, 블로그, 메타버스 등에 크리에이터가 직접 올려서 수익화하는 것이 가능하다. 소유의 증명과 사용에 따른 대금의 지불이 스마트 콘트랙트에 따라 자동으로 실행될 것이기 때문이다. 사용자는 기존의 콘텐츠 플랫폼과 사이트는 물론이고 메타버스에서 여러 공간을 돌아다니면서도 내 아바타가 착용한 명품 액세서리를 공통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어떤 콘텐츠를 사용하고 싶으면 초소액 지불로 즉시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콘텐츠를 사용해 보고 마음에 들면 추가 금액을 지불하고 소유권을 구입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지불된 돈은 스마트 콘트랙트에 따라 크리에이터는 물론 계약 조건에 따라 원지적재산권(IP) 소유자에게도 미리 계약된 비율만큼 바로 전달될 것이다. 물론 모든 디지털 콘텐츠를 사용할 때마다 돈을 내야 한다면 사용자가 사용을 꺼려서 콘텐츠 산업이 위축될 수도 있다. 이런 문제는 기존의 콘텐츠 유통 시장과 마찬가지로 구독 모델, 혹은 기본 콘텐츠는 무료이지만 프리미엄 콘텐츠는 유료화하는 식의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초소액 지불이 실현되기까지는 극복해야 할 기술적 과제가 많기에 언제 실현될지는 정확히 예상하기 어렵다. 초소액 지불 기술의 개발이 지연되면 여전히 현재 콘텐츠 플랫폼의 파워가 상당 기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중앙집권적인 관리 주체(플랫폼) 없이 크리에이터(혹은 위임을 받은 대리인)가 자신의 디지털 콘텐츠에 대해서 온라인 어느 곳에서나 직접 수익화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다는 점이다. NFT와 그 관련 기술은 다른 혁신적인 기술과 마찬가지로 초기에는 거품이 생겼다가 꺼지고10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그 잠재력이 실현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터넷 기술도 등장한 후에 거품이 꺼지는 과정을 거친 후에 차츰 전자상거래와 SNS가 인터넷 기술의 주요한 응용 분야로 자리 잡았다. 블록체인 기술은 등장한 이후에 실용성 있게 활용되는 분야가 없었는데 어쩌면 NFT를 활용한 콘텐츠 초소액 지불이 블록체인 역사상 최초의 실용적인 응용 분야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콘텐츠 산업의 미래 전략

그렇다면 미래의 콘텐츠 산업 변화에 관계자들은 어떤 전략으로 대응해야 할까? 콘텐츠 산업의 주요 플레이어로는 1) 네이버/카카오, 유튜브나 넷플릭스 같은 기존의 콘텐츠 유통 플랫폼 2) 오픈시와 같이 NFT를 기반으로 하는 콘텐츠 거래 플랫폼 3) 엔터테인먼트 기획사, 영화/드라마 제작사, 디지털 아트, 웹툰 작가와 같은 크리에이터 4) 오프라인 콘텐츠에 주력하는 일반 회사 등이 있다. 본 글에서는 1)과 2)의 플랫폼의 전략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11

1. 기존 콘텐츠 유통 플랫폼의 전략

앞으로 신생 플랫폼의 등장과 더불어 NFT 기반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콘텐츠의 거래가 일반화될수록 기존의 콘텐츠 유통 플랫폼들의 독과점 지위는 더욱 위협을 받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기본적인 전략은 여전히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통해서 차별화된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이다. 앞에서 풍부한 콘텐츠가 가져오는 전략적 가치가 줄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렇다 해도 차별화된 콘텐츠가 중요치 않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고객을 끌어들이는 것은 기본적으로 다양한 콘텐츠이다. 다만 콘텐츠에 투자함에 있어 과거와 달리 투자 효율을 더 철저히 따지면서 효과적으로 투자해야 할 것이다. 콘텐츠에 투자함에 있어 현재의 영화와 드라마 형태의 콘텐츠에서 좀 더 다양화된 형태의 콘텐츠를 확보해야 할 것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콘텐츠가 풍부해짐에 따라 자신의 취향에 맞는 다양한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지가 더 큰 가치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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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콘텐츠 유통 플랫폼은 콘텐츠의 유통에 치중하고 있기 때문에 콘텐츠의 거래에 대한 준비가 잘 돼 있지 않다. 특히 NFT를 활용한 분권화된 콘텐츠 거래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따라서 기존 콘텐츠 유통 플랫폼은 빠른 변신을 통해서 콘텐츠 거래 플랫폼도 겸하는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가능한 전략으로는 콘텐츠 거래 플랫폼을 만들고 이를 기존의 콘텐츠 유통 플랫폼과 밀접하게 연동시키는 것이다. 우선은 자신들이 유통하는 콘텐츠를 NFT화해서 판매를 겸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에 더해서 콘텐츠 소비를 활성화해 콘텐츠 사용 가치를 높이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 사용 가치를 높여야 해당 플랫폼의 가치를 높이고 자신들이 판매하는(만일 판매한다면) 콘텐츠의 거래 가치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콘텐츠 소비를 촉진하는 첫 번째 방법으로 가입비를 낮춰 사용자를 늘리고 대신 일부 프리미엄 콘텐츠에 대해서는 더 비싼 사용료를 받거나 광고를 하는 등의 방법으로 수익을 보완하는 방법도 검토해볼 만하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광고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12 둘째로, 어떤 콘텐츠를 좋아하는 충성 커뮤니티가 존재하면 해당 콘텐츠의 소유 가치도 올라가기 때문에 커뮤니티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주요 전략이 돼야 할 것이다. 현재 넷플릭스나 유튜브의 경우는 사용자 간의 상호작용 방식이 댓글 정도가 거의 유일하다. 커뮤니티 활성화를 위해서는 특정 콘텐츠에 대한 팬클럽 혹은 커뮤니티를 지원하거나 제휴를 통해서 활성화시키는 방법을 검토해야 한다. 이를 위해 자신들이 보유한 콘텐츠의 IP(지적재산권)에 대한 제약을 완화해서 크리에이터들이 파생 콘텐츠를 만드는 것을 장려하는 방법이 있다. 현재도 넷플릭스는 자신들의 콘텐츠로 파생 콘텐츠를 만들어 유튜브 등에 올리는 것에 대해서는 크게 제지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파생 콘텐츠가 많아질수록 넷플릭스의 본 콘텐츠에 대한 관심과 인기도 올라간다는 것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의 IP를 완전히 무료로 공개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기본적으로는 누구든지 자신들의 IP를 사용해서 파생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 하고 그 파생 콘텐츠가 일정 수익 이상이 발생하면 그 일부를 나누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NFT 기술을 활용해 이러한 수입 배분 조건을 스마트 콘트랙트로 시스템화할 수도 있다. 특정 콘텐츠에 대한 커뮤니티에서 이런 방법으로 파생 콘텐츠를 많이 생산하면 그 커뮤니티도 활성화될 뿐 아니라 해당 콘텐츠의 인기도 올라가며 나중에 커뮤니티의 수익으로도 연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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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가지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전략은 콘텐츠 크리에이터와의 관계 강화이다. 향후 콘텐츠 산업에서 콘텐츠 크리에이터의 파워가 전반적으로 강해질 것이라고 했다. 따라서 콘텐츠 플랫폼으로서의 전략적 우위는 얼마나 좋은 크리에이터를 확보하는가에 달려 있다. 이를 위해서는 외부의 뛰어난 크리에이터에 대한 전략적 투자도 좋은 방법이지만 유망한 크리에이터가 플랫폼에서 많은 활동을 하면서 성장할 수 있는 유인을 제공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콘텐츠 플랫폼은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인지도가 낮은 크리에이터는 이런 플랫폼에서 자신의 콘텐츠를 유통하고 싶은 유인이 강하다. 이러한 크리에이터를 잘 육성하고 인기를 얻도록 해 서로 윈윈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향후 크리에이터 경제가 성장해도 기존의 콘텐츠 유통 플랫폼이 크리에이터에 비해서 비교 우위를 가질 수 있는 분야 중 하나는 콘텐츠 크리에이터(혹은 소유자)를 대신해서 콘텐츠의 거래를 실행하는 대리인(agency) 역할이다. 앞서 얘기한 것과 같이 NFT 기술은 분권화된 인증 방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소유권(혹은 사용권) 확인의 속도가 느리다. 또한 소유권(사용권)이 확인됐다고 하더라도 NFT 자체는 소유권 정보만 가지고 있을 뿐이고 실제 콘텐츠는 별도의 서버에 저장되고 액세스된다. 따라서 동영상같이 크기가 큰 콘텐츠를 사용자에게 실시간으로 문제없이 서비스하기 위해서는 대용량 시스템과 이를 운영하는 노하우가 필요하다. 현재 넷플릭스와 같은 콘텐츠 유통 플랫폼은 이런 콘텐츠를 서비스하는 데 장점을 가지고 있다.

현재는 넷플릭스와 같은 플랫폼들은 콘텐츠의 사용권을 판매하고 서비스하는 모든 과정을 플랫폼 안에서 직접 처리하는 형태라고 할 수 있다. NFT로 콘텐츠를 거래하는 경우라도 콘텐츠 크리에이터(혹은 소유자)는 콘텐츠를 서비스하거나 판매하는 일을 이들 플랫폼에 위탁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어떤 영화를 보기 위해서 콘텐츠 유통 플랫폼에 들어가서 해당 영화를 선택하면 사용자가 그 영화에 대한 사용권이 있는지는 NFT 기술로 확인을 하고, 확인이 된 후에 그 영화에 대한 사용(스트리밍)은 플랫폼의 시스템을 사용해서 이뤄지는 형태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더 나아가서 사용자가 그 영화의 사용권이 없는 경우에는 플랫폼이 가지고 있는 사용권을 사용자에게 판매하거나 사용자의 승인하에 사용자의 계정에서 자동으로 사용료가 지급되고 시청할 수 있게 할 수도 있다. 즉, 콘텐츠 플랫폼이 콘텐츠 크리에이터나 소유자를 대신해서 콘텐츠 판매와 사용을 서비스하는 형태가 되는 것이다. 현재 콘텐츠 유통과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결정적인 차이는 콘텐츠에 대한 소유권이 현재는 콘텐츠 유통 플랫폼에 있지만 이와 같은 형태에서는 크리에이터가 소유권을 갖고 있는 점이다. 즉, 콘텐츠 유통 플랫폼이 콘텐츠 크리에이터 경제의 일부가 돼 콘텐츠의 거래와 사용을 대신하는 것이다. 이런 서비스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미리 준비하는 플랫폼이 향후 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다.

2. NFT 기반 콘텐츠 거래 플랫폼

현재 오픈시와 같이 NFT 콘텐츠 거래를 중심으로 하는 NFT 거래 콘텐츠 플랫폼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콘텐츠 거래 측면에서 이들 플랫폼은 콘텐츠 거래액의 증가가 성장으로 직결된다고 할 수 있다. 콘텐츠의 거래액, 즉 소유 가치는 앞서 언급했듯이 희소성과 콘텐츠의 인기에 비례한다. 희소성은 콘텐츠를 생성할 때 정해지는 경우가 보통이므로 사후적으로는 콘텐츠의 인기, 즉 인지도가 콘텐츠의 소유 가치를 결정한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콘텐츠 거래 플랫폼의 성장은 콘텐츠 인지도의 증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NFT 초기에 만들어져서 그 자체로 희소성이 크고 소유 가치가 큰 크립토펑크나 BAYC(Bored Ape Yacht Club) 같은 콘텐츠는 이미 인지도와 인기가 크기 때문에 그 자체로 소유 가치가 크다. 하지만 NFT 콘텐츠가 양적으로 증가하면서 새로 만들어지는 NFT 콘텐츠의 경우나 희소성이나 인지도가 높지 않을 것이다. 이 경우 이들 플랫폼은 거래되는 NFT 콘텐츠의 인지도와 인기를 어떻게 전략적으로 높일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거래 콘텐츠의 인지도와 인기는 많은 경우 얼마나 많은 사람이 소비하고 관심을 갖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이들 플랫폼은 기능 측면에서 콘텐츠를 거래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콘텐츠의 사용 가치를 실현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 기존의 콘텐츠 유통 플랫폼들이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은 크리에이터의 대리인 형태로 콘텐츠의 거래와 사용을 대신하게 된다면 거래 중심의 기존 NFT 플랫폼이 위협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콘텐츠 사용 기능 측면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영화나 드라마와 같은 전통적인 콘텐츠의 경우 기존의 콘텐츠 유통 플랫폼들이 사용성 부문에서 압도적인 강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들과 콘텐츠 유통에서 직접적으로 경쟁하는 것은 좋은 전략이 아닐 것이다. 콘텐츠 거래 플랫폼이 이미 확보하고 있는 NFT 콘텐츠에서 파생된 콘텐츠를 소비하기 편리하게 함으로써 사용 가치를 부여하고 동시에 소유 가치도 높이는 전략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서 오픈시는 BAYC NFT 소유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이벤트를 주최하고 BAYC의 파생 콘텐츠를 오픈시에서 서비스하는 방법으로 콘텐츠 유통 플랫폼과 경쟁할 수 있겠다.

콘텐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콘텐츠 거래 플랫폼이 중요하게 추진해야 할 또 다른 전략은 적절한 가치 산정을 위한 절차와 시스템의 구축이다. NFT 콘텐츠의 거품이 꺼지고 소비자들이 NFT 콘텐츠를 더 선택적으로 구매하게 된다면 콘텐츠의 가치를 소비자가 정확히 평가할 수 있어야 거래도 활성화될 것이다. 그런데 현재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NFT 콘텐츠의 가치를 평가할 정보나 기준이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물론 현재도 거래 플랫폼에서 NFT 콘텐츠를 생성한 계정에 대한 기본적인 확인과 거래 추이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준다. 예를 들어서 오픈시의 경우, 확인된 계정에서 올린 콘텐츠에는 파란색 체크 표시를 한다. 그러나 오픈시가 확인하는 내용은 e메일 계정이 확실한지, 과거에 가이드라인을 위반한 적이 없는지 등의 기본적인 사항일 뿐 해당 콘텐츠의 가치를 평가하기 위한 정보는 거의 없다. 어떤 시장이든 구매자가 거래 대상의 가치를 정확히 평가할 수 없다면 시장이 활발히 움직이며 성장하기 어렵다. 과거 전자상거래 초기에 오픈마켓에서 위조/가짜 상품이나 거래 사기 등으로 시장 활성화에 장애가 되자 오픈마켓 플랫폼들이 적극적으로 투자해 위조/가짜 상품을 찾아내고 사기 방지 절차를 도입하며, 구매자의 후기를 활성화해 시장을 성장시킨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거래 플랫폼이 콘텐츠의 가치를 직접 평가할 필요는 없다. 구매자의 점수 평가, 일반 소비자의 코멘트, 해당 콘텐츠 커뮤니티의 활성화 등 어떤 것이 되든 소비자가 평가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할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NFT 자체가 분권화된 기술이기 때문에 오픈시와 같은 통제된 플랫폼이 콘텐츠에 대한 중앙집중적인 평가를 하는 것이 블록체인 기술의 분권화 정신에 어긋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NFT와 같은 블록체인 기술이 분권화로 제공하는 것은 거래와 소유권의 확인일 뿐이다. 콘텐츠에 대한 평가와 사용자의 의견을 중앙집중적인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것은 이런 정신에 어긋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향후 NFT로 대표되는 디지털 콘텐츠 관련 기술의 발전에 따라 온라인 콘텐츠 산업도 급격한 변화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디지털 콘텐츠 소유권과 관련된 기술의 등장은 디지털 콘텐츠 시장을 혁명적으로 바꿀 것이다. 이런 변화는 디지털 콘텐츠에 국한되지 않고 오프라인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경영자들은 이들 기술의 진화 방향과 비즈니스의 변화를 관심 있게 살펴보고 대응 전략을 구상해야겠다.


임일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il.im@yonsei.ac.kr
필자는 서울대에서 경영학 학사와 석사를 받은 후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에서 정보시스템 분야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New Jersey Institute of Technology 교수를 거쳐 2005년부터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관심 분야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개인화, 추천 시스템 등이다.
  • 임일 임일 |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필자는 서울대에서 경영학 학사와 석사를 받은 후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에서 정보시스템 분야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New jersey Institute of Technology 교수를 거쳐 2005년부터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관심 분야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개인화, 추천 시스템 등이다
    il.lim@you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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