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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2. 영업을 보는 관점, 어떻게 바꿔야 하나

고객이 의지할 만한 조언자인가?
시장을 대하는 관점이 승패 갈라

최용주 | 344호 (2022년 05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기업에 바람직한 경영자는 영업을 바라보는 관점을 가진 사람이다. 경영자는 무조건적으로 매출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에 대해 설득력 있는 관점을 가져야 한다. 영업 사원 역시 이러한 관점이 필요하다. 같은 자료나 현상을 보더라도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고 해석해 고객에게 특별한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고객이 찾고자 하는 정보를 가장 잘 제공하고 이를 위해 조직 구조와 제품, 서비스까지도 변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고객이 가장 선호하는 영업 구조와 인력을 보유한 기업은 승리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영업 직원은 수많은 상황에 직면해서 일 처리를 하고 성과를 만들어가는 사람이다. 따라서 ‘현장과 밀착된 날카로운 시야’야말로 바로 영업이 추구해야 할 길이다. 날카로운 시야는 영업 현장의 상황을 바라보는 관점(Perspective)으로부터 출발한다. 하나의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문제해결의 방법도 다양하다. 영업 사원은 종합적인 정보를 갖고 판단해야 하므로 다양한 시각을 갖고 있어야 한다.

복잡한 현실에 대해 자기만의 진단을 내리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영업은 치열한 사고를 통해 ‘진실을 구하는 전투일 뿐 아니라 그 진실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얻으려는 전투’의 과정이다. 모든 영업 혁신과 영업 교육은 이러한 영업에 관한 시각을 제공하기 위해 준비돼야 한다.

따라서 영업 담당자는 현실에 대한 지식이 결여됐거나 자신이 활동하는 곳, 즉 매일 다양한 고객을 만나는 상황에 적용할 수 없는 분석이나 처방은 무시할 필요가 있다. 영업의 시작과 끝은 현장이고 고객이다. 그리고 영업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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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 바람직한 경영자

다음 중 누가 진정한 경영자일까? 여러분은 누구의 편인가?

A는 별명이 ‘넝마주이’다. 조금이라도 돈이 된다 싶으면 뭐든 시작한다. 심지어는 다른 사람이 하다가 철수한 사업이라도 서슴지 않고 가져온다. 편향적 긍정성이랄까? 작은 가능성만이라도 하다 보면 대박 날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즐긴다. 그의 소신은 명확했다. “어느 누가 사업이 잘될지, 안 될지를 알겠습니까?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하다 보면 어느 하나 걸리지 않겠습니까?” 넝마주이의 집이 그렇듯이 조금이라도 돈이 된다 싶으면 모조리 주워 오기 때문에 집은 가져온 것들로 가득하다. 정리는 포기한 지 오래이니 이미 주워 온 것들에는 감흥이 없다. 새롭게 주워 올 거리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었다. 이렇듯 이 사업, 저 사업 닥치는 대로 벌이다 보니 많은 사업이 지지부진이다. 30년 전에 만들었던 주력 사업이 성공한 이후 그 어떤 것도 성공하지 못했다.

B는 별명이 ‘돈 되나’이다. A와는 정반대로 돈이 되는지의 판단이 사업성에 대한 기준이다. 신중하게 돌다리를 두들기고 건너는 편이라 실패는 많지 않다. 문제는 돌다리가 깨질 때까지 두드리고만 있는 경우가 있었으니 사업의 순발력은 꽝이었다. 새로운 사업을 검토할 때의 기준은 명확했다. 사전 검토가 충분치 않으면 절대로 사업을 진행하질 않았다. 그래서인지 모르지만 그가 관리하는 기업은 탄탄함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성장은 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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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더 바람직한 경영자인지는 사람마다 다르게 평가할 것 같다. 평가를 위한 잣대가 있으면 좋을 듯하다. 두 경영자에 대해 누가 더 나은 경영자인가의 결론을 논하기 위해 다른 문제 하나를 더 풀어보도록 하자. [그림 1]은 하버드대에서 수많은 경영자를 대상으로 한 테스트였다.

세로축은 경제적 이윤(Economic Profit)을 나타내고 가로축은 매출액의 크기(Sales volume)를 나타낸다. 세 가지 질문을 해보자. 첫 번째 질문은 ‘기업에 가장 최선인 상태는 어디라고 생각하는가’이다. 응답자의 100%가 첫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정답을 제시했다. 바로 Ⅰ사분면이다. 기업이 지향해야 할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질문이다. ‘기업에 차선이 되는 선택은 어디인가?’ 이 질문에 대해 정답을 말한 관리자는 전체의 약 80∼90% 정도였다. 질문에 답을 하기에 앞서 세 번째 질문에 답을 해보도록 하자. ‘그렇다면 기업에 가장 나쁜 상황은 어디일까?’ 마지막 질문에 대한 정답률은 불과 50%밖에 안 됐다고 한다.

그러면 차선과 최악의 결과를 같이 보도록 하자. 제시된 정답에 따르면 차선은 매출이 낮아도 이윤이 높은 Ⅱ사분면이고, 최악은 이윤은 낮은데 매출만 높은 Ⅲ사분면이다. 차선인 Ⅱ사분면을 선택한 사람들은 ‘숫자만 따지는 인간’이라는 말을 들을 수도 있다. 위에서 예시로 언급한 경영자 중 ‘돈 되나’라고 불렸던 B가 여기에 적합한 유형으로 보인다. 아마 많은 이가 최악의 상태가 Ⅲ사분면이란 사실을 의외라고 여길 것이다. 그러나 사실 이윤과 매출 모두 안 좋은 Ⅳ사분면보다 Ⅲ사분면이 더 나쁜 상태다. 이익이 마이너스(-)임에도 불구하고 계속적으로 매출을 드라이브(Drive)하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의외로 많은 영업 조직에서는 Ⅲ사분면을 신봉하는 사람이 많다. ‘매출이 인격이다’는 말이 실감 나는 순간이다. 앞에서 예시를 들었던 경영자 중 ‘넝마주이’라는 별명을 가진 A가 바로 최악의 Ⅲ사분면을 신봉하는 사람이 될 듯하다.

여러분들도 마음속으로 답을 해 봤는가? 중요한 질문 하나를 더 해보자. 왜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하는가?

매출액은 기업의 실적이나 가치를 잘못 나타내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 사업의 가치를 감안하지 않는 상태에서의 의사결정은 오로지 드러난 매출액만을 따지게 된다. 시대가 변했음을 모르는 어떤 방문판매 기업의 경영자는 판매 모델에 대한 고민을 하는 대신 기존 판매원의 이탈을 막고자 했다. 그는 판매원의 소득 유지를 위해 고객 중심이 아닌 판매원 중심의 제품과 판매 구조를 유지하고자 했다. 방문판매원 중심의 사업 운영은 고객으로부터 멀어지는 결과를 가져왔고 그나마 방문판매를 선호하는 고객은 판매원과 오랜 관계를 가진 사람들이었다. 결과적으로 판매원들은 좁은 고객층의 충성도에만 집착하게 됐다. 회사는 매출을 방어하고 판매원을 지키고자 각종 이벤트를 진행했다. 비용의 대부분은 고객 확대를 위해서가 아닌 판매원 독려를 위해 지출됐다. 몇 년이 지나 이 회사는 좋은 제품을 가지고도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는 기업으로 남게 됐다. 당장의 매출에 눈이 어두운 나머지 사업의 가치나 비용을 따지지 않는 경영자나 영업 관리자가 하는 전형적인 행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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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들이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해 호불호가 있듯이 기업의 영업 활동에 대응하는 방식도 다양하다. 그렇기 때문에 고객의 대응 방식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많은 기업은 영업 직원들을 독려하거나 인센티브를 내걸고 “고객에게 가서 매출을 올리라”고 말한다. 영업 직원들은 주어진 영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종종 할인된 가격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영업을 한다. 그런 영업이 누적되면 기업은 브랜드 포지셔닝을 잃고 시간이 지나면서 제품 경쟁력까지 약화시킨다. 이런 일이 누적되면 마침내 거래가 어려워진다. 이처럼 경영자가 매출액의 유지에만 몰입이 되면 비용 투입 적절성에 착시를 일으키게 된다.

또한 이런 혼란의 중심에는 언제나 기회비용이 있다. 이는 한국 기업에서도 매우 흔하게 볼 수 있는 현상이다. 기회비용은 차선의 대안을 실현할 때 치러야 할 대가를 의미한다. 이를 무시하게 되면 A(별명: 넝마주이) 같은 경영자가 된다. 영업에서도 특히 기회비용은 중요하다. 무조건적으로 매출만 추구하는 경영자들은 다양한 추가 수익원을 찾지 않고는 못 견디는 경우가 많다. 개별적으로 볼 때는 합리적일 수 있는 여러 사업을 진행하라며 직원들을 압박하지만 여러 개 사업을 펼칠 경우 비용 관리가 복잡해져 부분의 합보다 더 큰 전체의 이득으로 이어지지 않게 된다.

이익은 고객이 지불하는 가격과 고객에게 제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판매자의 총비용 간의 차이다. 어떤 고객은 더 많은 조언이나 서비스를 필요로 하므로 비용이 더 들기도 한다. 다른 고객은 대량 주문을 하기 때문에 판매 효율이 높다. 또 다른 고객은 자신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원하기도 한다. 결국 이러한 요인들은 숨겨진 영업 비용이다. 많은 비용이 영업 조건과 서비스 차이에 숨어 있다. 영업 사원의 무심한 활동이 이러한 숨겨진 비용을 무시하게 되면 수익과 비즈니스에 마이너스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DBR mini box

영업 사원이 가져야 할 관점

우수한 영업 사원이 되려면 단순한 방문객(sales visitor)이 되지 말고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비즈니스 조언자(trusted business advisor)가 돼야 한다고들 말한다. 고객이 자신의 비즈니스에서 성공하도록 도움으로써 고객과 진정한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런 상황하에서 영업 사원은 고객의 컨설턴트 역할을 해야 한다. 컨설턴트는 고객의 사업을 위한 건전한 조언자이고 사업에서 제3의 의견을 제공해주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훌륭한 컨설턴트란 무엇일까?

아래 표는 영업 사원이 지향해야 할 방향이다. 생각(사고)은 기존에 해 오던 생각(사고)이 있고, 자료도 기존의 자료가 있고 조합 또는 가공을 통해 만들어 내는 자료가 있다. 먼저 기존에 해오던 방식에 기존 자료를 가지고 업무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관료, 공무원, 비경쟁 공기업 직원이 이렇게 일한다. 이들은 이런 방식으로 일하는 것이 가장 잘 맞는다. 정해진 틀 속에서 정해진 룰을 지키며 일하기 때문이다. 기존 사고를 기반으로 새로운 자료를 찾아서 답을 내는 사람들은 ‘논문 쓰는 사람들’이다. 논문을 쓴다는 것은 기존의 연구를 바탕으로 새로운 관점의 더하기(+)를 해 가는 것이다. 새로운 사고로 새로운 자료를 적용하는 사람들은 미래학자나 점쟁이 정도다.

훌륭한 컨설턴트는 ‘같은 자료나 현상을 보더라도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고 그 관점의 가치를 말해주는 사람’이다. 기존 자료나 현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해석해 고객에게 다른 관점과 특별한 가치를 제공하는 사람이다. 고객이 기존에 인지하지 못했던 새로운 경영과 현상의 시각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다음의 표는 컨설턴트의 위치와 역할을 정의한 것이다. 영업은 기존의 현상에 대해 새로운 인사이트(사고)를 제공함으로써 고객의 실질적인 성장을 돕는 것이지 단순히 거래 조건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부분만 바라보지 않는 총체적인 시야

결국 경영자는 사업 전체를 보는 관점으로 영업을 바라봐야 한다. 오로지 매출을 늘리는 것이 영업직의 숙명이라고 생각하는 경영자들이 있다. 매출을 늘리는 것이 영업의 책무이고 이익에 대한 관리는 다른 부서의 몫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그들의 전형적인 생각이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점포가 10개인 커피 전문점 사업이 있다. 커피 전문점 사업의 전체가 이익을 내려면 어떠해야 할까? 답은 간단하다. 10개 점포 각각에서 발생하는 이익의 합이 본사 간접비를 초과해야 한다. 그러므로 영업 말단에서 아무리 매출 실적이 좋아도 매출 자체가 각 말단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커버할 정도가 되지 않으면 더 깊은 수렁에 빠져들게 된다.

이윤은 매출액에서 매출원가를 빼는 것이다. 이윤을 높이려면 매출만을 높여서는 안 된다. 원가를 낮춰야 한다. 매출액을 높이는 것을 성장 전략이라 하고 원가를 낮추는 것을 생존 전략이라 한다. 경영자는 이 두 가지를 함께 고려하는 사람이다.

장사치와 사업가의 핵심적인 차이를 투자라 한다. 투자가 없이 날로 먹으려는 것이 장사치다. 장사치는 돈이 나올 곳을 찾지만 사업가는 돈을 넣을 곳을 찾는다. 돈을 벌려면 먼저 돈을 투자해야 한다. 경영자는 사업가여야 한다. 사업가는 전체 차원을 보는 사람이다. 더 이상 매출액만이 영업의 전부일 수는 없다. 그렇다면 어디에 영업적인 투자를 할 것인가? 현명한 영업적 투자 의사결정이야말로 경영과 고객을 보는 올바른 관점이다.

올바른 관점은 훌륭한 경영자를 만드는 기반이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개인이건, 조직이건 어떤 사안에 직면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 그 사안을 대하는 자신의 입장을 정리하는 것이다. 그리고 보다 높은 수준의 입장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감정과 비즈니스를 분리해야 한다.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매출 등 단기 목표에만 집중하지 말고 올바른 관점으로 ‘큰 그림’을 그리는 훈련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훌륭한 경영자, 정치인뿐 아니라 탁월한 영업 사원을 보면 입장 정리의 고수인 경우가 많다. 주관적인 입장을 남들이 인정하는 객관성으로 잘 바꾼다면 “저 사람 소통 잘하네” “설득력 있네”라는 평가를 들을 수 있다. 경영자로 성장한다는 것은 ‘경영에 대해 설득력 있는 관점’을 갖는다는 의미이다. 또한 훌륭한 영업인이 된다는 것은 “고객에 대한 설득력 있는 관점”을 갖는다는 것을 말한다. 입장은 사안을 대하는 높은 수준의 관점을 필요로 한다. 사안을 어떤 관점으로 보는가에 따라 입장의 정리 수준이 달라진다. ‘비즈니스적인 입장 정리’가 곧 세일즈 관점이다.

캐피텍 은행의 고객 중심 관점 영업

경영과 고객에 대한 설득력 있는 관점을 갖고 성공한 사례를 하나 들어보자. 최근 은행 산업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사례로 꼽히는 기업이 바로 캐피텍(Capitec) 은행이다. 2000년, 남아프리카의 은행 산업은 수십 년 동안 ‘빅 4(스탠더드, FNB, Ned Bank, Absa)’에 의해서 지배되고 있었다. 하위권 은행들은 감히 이들 4대 은행에 도전할 엄두조차 못 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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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은행을 상징하는 단어를 나열해 본다면 다음과 같다. ‘대형 지점, 긴 대기 행렬, 과도한 서류 요구, 복잡한 프로세스, 대규모 지점 보유, 관료주의, 오후 3시30분 이후 고객 응대 종료’ 등. 여기에 돈 많은 백인 고객을 중심으로 소득 계층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등이 일반적이었다.

2001년 3월1일 설립된 캐피텍은 시작부터 은행의 슬로건을 ‘국민의 금융 창구’로 내걸었다. 기업 금융과 신탁을 전혀 하지 않는 대신 스스로를 은행이 아닌 고객 지향 리테일 업체로 규정하고 오로지 “리테일의 기본을 완벽하게 하는 것(Perfect the basis of Retail Banking)”에 집중했다. 빅 4 은행이 중점을 뒀던 소득 상류층에 접근하는 대신 지금까지 그 나라에서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해왔던, 소득 수준이 낮은 고객을 상대로 은행 서비스를 제공했다. 캐피텍은 이를 통해 기존의 경쟁적 지배 체제를 붕괴시켰다.

캐피텍의 전략은 소매금융에 대한 인식과 행동에서 그 정점을 찍었다. 핵심은 세 가지였다. 첫째, 복잡한 용어의 금융 상품과 각종 설명 자료를 고객이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 고객에게 접근하는 방식을 단순화했다. 고객 입장에서 매우 간편하고 이해하기 쉬운 상품과 서비스 패키지로 현장 영업 직원의 설명력을 극대화한 것이다. 캐피텍의 고객 제공 자료들은 불필요한 은행 전문 용어가 없다. 별도의 설명이 없어도 고객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미국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인생이 성숙해간다는 것은 “삶에서 불필요한 복잡성이 없어지는 것”이라 했다. 성숙할수록 단순해진다는 뜻이다. 정말 그렇다. 무술의 고수는 누구보다 강한 내공에 뛰어난 실력을 갖췄지만 현란한 동작이나 불필요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 시대의 문장가는 어려운 단어를 남용하지 않는다. 쉽지만 적절한 표현을 간결한 문체에 실어 감동을 자아낸다. 인기 강사도 마찬가지다. 복잡하고 길게 말하지 않고 알아듣기 쉽게 재미있는 비유를 들어 내용을 전달한다.

기업을 경영하는 일은 어떨까? 크게 다르지 않다. 화려하지만 이해하기 힘든 전략은 현장에서 실행되지 않아 십중팔구 실패한다. 반면에 성공하는 전략은 심플하다. 누가 들어도 금방 이해해 실천할 수 있다. 그러니 성공 확률이 높다.

둘째, 리테일을 가장 ‘리테일스럽게’, 즉 소매 사업답게 전개한 것이다. 캐피텍 은행은 기존의 다른 은행이 집중했던 시장인 기업 금융을 과감히 포기했다. ‘선택은 고통을 수반한다’는 말이 있다. 캐피텍인들 다른 은행들처럼 매력적으로 보이는 기업 금융 시장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겠는가? 그럼에도 철저히 소매금융 시장에 집중했다. 그것도 고급 소매금융 시장이 아니라 일반 대중을 상대로 한 소매금융 시장을 선택한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캐피텍의 선택은 단 한 가지일 수밖에 없었다. 더욱 소매업답게 경영 구조를 바꾸는 것이었다. 예컨대 은행에서 커리어를 쌓은 정통 은행원이 아닌 소매업 유경력자 직원이 전체 지점의 98%를 차지할 정도로 현장의 영업 인력 구조를 과감하게 재편했다. 현 CEO인 게리 푸리(Gerrie Fourie)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스스로를 은행이라기보다 하나의 소매업체로 생각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오전 8시보다 늦게 열고 오후 5시보다 일찍 닫을 이유를 찾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소수의 선택된 사람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라이빗뱅킹 시스템에 도전장을 내고 독특한 라이프스타일과 니즈를 반영하는 보다 일상적인 전략으로 접근했습니다.” 캐피텍의 영업시간은 기본이 오전 7시∼오후 7시이고 지역에 따라 약간의 조정만 있을 뿐이다. 심지어 일요일에도 영업을 한다.

셋째, 캐피텍은 가치 제안 측면에서 누구를 막론하고 고객을 동등하고 중요하게 여기는 것에 집중했다.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하나의 간단한 은행 계좌만 제공하는 데 중점을 뒀고 모두에게 정확히 동일한 조건과 요금, 서비스를 가진 골드 카드를 제공했다. 이 계좌는 저축, 대출,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며 그 외에는 아무것도 제공하지 않았다.

여러분이 식당에 갔을 때에 소득에 따라 식사에 다른 금액이 부과된다면 기분이 어떨 것 같은가? 캐피텍은 소득 수준에 따른 차별을 철저하게 없앤 은행이다. 기업은 통상적으로 시장 진입 전략을 짤 때 새롭고 더 좋은 것을 잠재적인 고객에게 제공해 기존 업체와 차별화를 추구하고 마진이 높은 고객들을 타깃해서 진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캐피텍은 백인과 고소득자 중심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금융 서비스 시장에서 흑인 시장을 중심으로 하는 대중 시장에 진입한 은행이다. 대중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고객을 차별하지 않는 은행을 표방했고 이는 탁월한 진입 효과를 냈다.

넷째, 캐피텍의 진입 전략과 기존 은행에 대처하는 방식은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 영역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었다. 아무도 새로운 은행이 열릴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던 시골 지역에서 시작했다. 경쟁 은행이 주목하지 않은 시장에 진입, 즉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업의 첫 번째 단계를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회사가 성장하면서 점차 도시 지역으로 옮겨갔고 지금은 남아프리카공화국 대부분에서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됐다.

고객을 대하는 관점의 차별화

캐피텍은 2007년까지 활성 고객 100만 명이라는 숫자 장벽을 돌파했다. 그로부터 10년 후에는 1000만 명 이상의 고객과 약 800개의 지점을 보유하게 됐다. 언뜻 평범해 보일지도 모르는 이 은행 영업 전략의 밑바닥에는 “실질적인 기회에 대응한다”는 의미심장한 전략이 숨어 있다. 캐피텍은 창업부터 경쟁자들이 하는 일을 ‘복사해 붙여 넣지’ 않았다. 고객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것에 우선적으로 초점을 맞춘 후 다음 순서로 경쟁 격차를 찾고 실행하는 일을 수행했다. “차별화와 혁신은 본질적으로 산업 파괴의 핵심이며 이 두 가지 원칙이 함께 작용해 실질적인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한다”라는 캐피텍 은행 경영진의 말은 시장 전략을 대변한다.

캐피텍은 무엇이 달랐을까? 다른 은행과 다른 점 한 가지만 꼽자면 단연 ‘고객을 대하는 관점의 차이’라 하겠다. 캐피텍의 성공 요인은 단순히 영업 방식의 문제가 아니다. 고객과 시장 정보에 대한 대응 행동의 문제이며 기회, 위협의 양면성 대처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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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피텍은 고객에게 맞춰서 자신의 모든 것을 최적화했다. 상품, 서비스, 지점 구조, 인력 구조까지도 말이다. 이는 지금의 디지털 상황에서 더욱 큰 시사점을 준다. 겉으로는 누구나 고객의 편의성을 맞춰주고 있다. 하지만 한 꺼풀만 벗겨 본다면 고객이 찾고자 하는 정보를 가장 잘 제공하는 기업, 특히 고객이 가장 선호하는 영업 구조와 영업 사원을 통해 제공하는 기업이 승리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캐피텍 은행은 대상 고객의 행동, 이익, 잠재력 등을 연구해서 지역에 대한 서비스를 맞춤화했다. ‘판매 모델은 동일하게 제공하되 서비스 및 인력 배치는 대상 시장에 맞추는 것’이다. 빠르게 진화하는 오늘날의 디지털 커머셜 환경에서 여전히 선두를 달리고 있는 현주소가 이 전략의 성공을 입증한다.

캐피텍은 단순히 영업 스킬이나 잔머리로 승부하지 않았다. 애초부터 그렇게 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 분야는 어쩌면 다른 은행들이 더 뛰어나게 했을지도 모르겠다. 이 은행이 현장에 대해 가진 관점은 모든 것을 꿰뚫어 볼 수 있는 듯 쓰인 병법서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오로지 현장에 밀착된 날카로운 시야에서 나온 것이다. 수많은 비즈니스 이슈는 곧 현장의 문제임과 동시에 사업의 타당성 이슈다. 타당성의 핵심은 책상 위에 있는 게 아니라 고객에게 있다. 성공하는 기업은 ‘고객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란 고민을 아주 구체적이고 시장 지향적으로 한다.

전 세계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코로나 전후를 이분법적으로 보는 시각은 틀렸다. 경영자로서 의사결정 포인트는 코로나 이전이나 이후가 달라지지 않았다. 디지털과 아닌 것을 이분법적으로 보는 시각 또한 틀렸다. 오만한 사람의 특징은 두 가지다. 하나는 미래를 볼 줄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사람의 마음을 읽을 줄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경영의 신은 없다. 또한 완전히 새로운 상황은 존재하지 않는다. 시대가 바뀌어도 변함없이 해야 할 일이 있다. 이 시점에서 경영자가 해야 할 일은 어떤 부분에서 현재진행 중인 것에 속도를 더 높일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이다. 경영자는 자신의 투자 배분을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할까를 고민해야 한다. 투자의 포인트는 수익이 따라가는 성장(Profitable Growth)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경영자들은 효과적으로 자원을 배분해야 한다.

누구에겐 위기, 또 다른 누군가에겐 기회가 될 전환기에 믿어야 할 것은 단 하나다. 바로 신뢰를 위한 행동이다. 신뢰는 일관성에서도 나오고, 꾸준함에서도 나오며, 디테일에서도 나온다. 일관성, 디테일, 꾸준함을 상징하는 한마디는 바로 ‘현장에서의 실행’이다. 요즘 “경영학이 죽었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전적으로 공감되는 말이다. 그러나 경영학이 죽은 것은 AI나 디지털 등을 몰라서 그런 것이 아니다. 트렌드에 뒤처졌기 때문만도 아니다. 경영 현장에서 멀어진, 동떨어진 얘기만을 함으로써 죽은 것이다. 현장에서 떨어진 경영학적인 관점은 그 자체로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경영과 영업의 시작과 끝은 현장이고 고객이다.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가 필요하다.



최용주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경영학과 교수•부총장 yjchoi@assist.ac.kr
필자는 서울과학종합대학원(aSSIST) 교수겸 부총장으로 재직하며 산업정책연구원(IPS) 원장을 겸임하고있다. 그동안 기업의 성과지향적 영업에 대한 연구 및 여러 기업의 영업 현장 자문 활동을 했다. 국내 제약회사 및 식품회사의 현장 사업본부장 및 부사장, 컨설팅사 대표 등으로 재직하며 현장 경험을 쌓았다. 주요 저서로는 『영업의 미래』 『하버드에서 배우는 영업 혁신』 『CEO 영업 교과서』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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