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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캐플란 교수의 전략 실행 방법론

전략회의와 운영회의 꼭 분리하라

DBR | 18호 (2008년 10월 Issue 1)
정리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그럴싸한 전략을 내놓고 나서 전략대로 성공하는 기업이 있고, 전략이 허망한 구호로만 남은 채 실패하는 기업이 있다. 이 둘의 차이점은 ‘실행’에 있다. 좋은 전략을 세우는 것도 어렵지만 만든 전략을 성공적으로 실행하기는 더 어렵다. 따라서 전략 실행은 모든 기업의 고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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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23, 24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2008 팔라듐 아시아태평양 콘퍼런스’에 전략 실행 분야의 세계 전문가들이 모였다. 이 가운데 균형성과표(BSC)의 창시자이자 전략 실행 분야의 대가인 로버트 캐플란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의 강연을 정리해 소개한다. 전략 실행에 관한 캐플란 교수와 데이비드 노턴 박사의 최신 연구 성과는 1월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기고한 논문 ‘Mastering the Management System’을 참조하면 된다. 이 논문은 동아비즈니스리뷰(DBR) 2호에 전문이 번역돼 실려 있다.
 
CEO의 최대 고민은 전략 실행
팔라듐그룹 창업자이자 컨설턴트인 데이비드 노턴 박사와 내가 15년 전에 발표한 균형성과표(BSC)는 재무적 요소와 비재무적 요소를 잘 조화하는 게 핵심이다. 재무적 관점뿐 아니라 고객 관점, 프로세스 관점, 학습 및 성장 관점의 네 가지로 접근하면 주주가치와 고객가치, 인재관리, 시스템 운영관리까지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틀이 만들어진다는 게 BSC의 개념이다. 우리는 BSC를 처음 발표한 이후에도 15년 간 추가 연구를 진행했다.
 
지난해 콘퍼런스 보드가 최고경영자(CEO)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장 큰 도전과제를 묻는 질문에 ‘탁월한 실행’이 1위로 꼽혔다. 그리고 ‘최고경영진이 전략을 일관성 있게 실행하는 것’이 3위로 나타났다. 1, 3위에 거론된 심각한 도전과제가 모두 실행과 관련된 것이었다.
 
우리가 팔라듐그룹의 온라인 멤버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귀사에서 공식적인 전략 실행 프로세스를 갖고 있느냐’는 질문에 54%가 ‘그렇다’고 답변했다. 전략 실행 프로세스를 가진 기업 10곳 중 7곳은 해당 업계 평균보다 더 높은 성과를 냈다. 그만큼 기업에서 전략 실행 프로세스를 가졌느냐의 여부가 실적과 상관관계를 보인다.”
 
전략에는 미션과 비전을 넣어라
나는 올해 1월 노턴 박사와 함께 HBR에 실행 프리미엄(Execution Premium) 개념을 발표했다. 실행 프리미엄은 전략과 운영을 성공적으로 연결해 실행력을 높임으로써 기업이 얻을 수 있는 최대 가치라고 할 수 있다. 이를 토대로 8월에 우리의 다섯 번째 책인 ‘실행 프리미엄: 경쟁력 있는 이익을 위해 전략과 운영을 연결하기’를 출간했다. 우리는 이 책에서 지난 25년 동안 기업들이 수행해 온 경영관리 기법들을 통합해 망라하고자 노력했다. 여러분께 이 책에 실은 전략 실행에서의 주요 6단계를 알려드린다.
 
1단계는 전략 개발이다. 전략을 고안할 때는 리더십이 매우 중요하다. 단순한 프로젝트 리더도 물론 중요하지만 경영진에 훌륭한 리더가 없으면 효과적인 전략 수행이 어렵고 혁신적인 성과를 얻을 수 없다. 지난 수년간 우리는 뛰어난 리더들을 인터뷰하고 다음과 같은 사실들을 알아냈다. BSC에 들어간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것을 만들기 위한 노력과 시간, 전략 자체를 고도화하는 과정이 있어야 전략이 기업의 신념체계 일부가 된다. 과거에는 경영진 가운데 한 명이 BSC를 만드는 경우가 많았다. 매달 BSC에 대해 보고하고 이야기하긴 하지만 한 명이 제안한 것은 조직 전체의 프로세스로 작용할 수 없다. 경영진 모두가 측정 지표가 뭔지 명확히 이해하고 그것을 신념체계의 일부로 만들어야 한다. 또한 전략은 팀 스포츠가 되어야 한다. 회사 문제는 한 개인이나 부서만의 책임이 아니다. 조직 전체를 망라해 같은 전략에 기반을 두고 실행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전략을 개발하려면 우선 미션을 정해야 한다. ‘우리가 누구이고, 우리의 성공이 왜 의미 있는지, 직원들이 왜 우리의 성공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등을 미션으로 정의하는 것이다. 구글의 미션은 다음과 같이 아주 짧으면서도 주목성을 가진다. ‘세계의 정보를 조직하라. 그리고 그것을 보편적으로 접근할 수 있고 유용하도록 만들어라.’ 미션은 운영관리에 대한 핵심가치를 정의하는 것이다.
 
전략 개발에는 비전도 필요하다. 우선 수치적 목표를 보여 줘야 한다. 영국의 리즈대는 2015년에 세계 상위 50대 대학 안에 들겠다고 비전을 설정했다. 기업도 매출을 언제까지 얼마나 성장시킬지, 자본수익률은 얼마나 올릴지에 대한 수치적 비전이 있어야 한다.

전략은 세 가지로 구성된다. 첫 번째는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다. 목표는 나중에 성공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되며, 앞에서 언급한 수치적 목표와 관련이 있다. 두 번째는 경쟁사보다 무엇을 더 잘하고 차별성을 가지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세 번째는 타깃 고객군이 누구인지 범위를 정해야 한다.”
 
모든 직원에게 전략을 이해시켜라
전략을 수립했으면 2단계에서 전략지도와 BSC를 활용해 전략을 구체화해야 한다. 지속 가능한 주주가치를 위해서는 이 단계에서 생산성과 성장전략이라는 두 가지 도구를 쓸 수 있다. 그런데 지난 13개월 동안 살펴본 바에 따르면 한 가지 요소가 더 필요하다. 바로 리스크관리다. 많은 기업에서 리스크관리를 너무 간과하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놀랍다. 망하는 기업은 리스크관리에 취약하다. 리스크 측정방법이나 관리방법이 틀렸고, 리스크 자체를 과소평가한 것도 문제다. 게다가 회사 안에는 리스크에 대해 토론하는 조직도 부재했다. 시티그룹과 메릴린치, 베어스턴스 같은 금융기업의 경영진 회의에서는 주택가격 변동에서 비롯되는 리스크에 관한 질문이 없었다. 리스크 관련 내용을 토론하는 프로세스 자체가 없는 것도 문제였다.
 
전략개발에서 시작해 BSC를 측정하고 실행을 위한 액션플랜까지 모든 게 이뤄지면 전략적 목표 달성이 궤도에 오른다.
 
전략을 계획한 뒤에는 3단계에서 이에 맞춰 모든 조직을 정렬(align)시켜야 한다. 여러 부서가 각각 따로 놀면 사공이 많아 배가 산으로 올라간다. 모든 부서가 전체적인 사공 역할을 하는 리더의 비전에 맞춰 하나로 정렬해야 시너지를 낸다. 그래야 전략지도나 BSC가 부서별로 위에서 아래로 전달될 수 있다. 본사와 상관없는 자회사라도 본사가 전략지도를 활용해 이를 정렬한다면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본사와 자회사들이 각각 다른 BSC를 가질 수도 있고, 반대로 본사가 같은 BSC를 모든 자회사에 할당할 수도 있다. 유통체인 회사라면 고객에게 어느 매장에서든 같은 경험을 하도록 동일한 BSC를 제공할 것이다.
 
직원들에 대한 동기부여도 필요하다. 한 번만 말해서는 직원들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다. 멜론이라는 금융기업의 CEO는 모든 직원에게 전략을 전달한 뒤 직원들을 계속 방문한다. 심지어 창고까지 방문하면서 전략지도를 설명해 보라고 퀴즈를 낸다. 그만큼 모든 직원이 전략을 잘 이해하도록 여러 방법을 동원한다. 월간 매거진이나 회람문, 웹사이트 등을 통해 전략을 전달할 수 있다. 미국의 방위산업체 록히드마틴은 직원들에게 펜을 나눠주고 펜에 전략지도를 스티커로 만들어 붙이게 했다. 조직원들에게는 자신들이 하는 활동이 전략지도 가운데 어디에 해당하는지를 각인시켜야 한다. 전략을 토대로 직원과 조직을 정렬하면 높은 단계의 목표라 하더라도 곧 직원 자신의 목표가 될 수 있다.”
 
운영회의와 전략회의는 따로 하라
다음 단계에서는 운영계획을 세운다. 장기 전략에 맞춰 매일 매일의 운영 계획 및 예산을 연결시키는 것이다. 이 단계에서는 품질을 관리하는 방법과 식스시그마 시스템을 적용하는 법, 운영을 위해서 어느 정도의 능력(capability)이 필요한지 등을 정한다. 상품이나 서비스를 만들려면 직원과 장비, 재고를 쌓아둘 창고가 필요한데 이때 각각이 얼마나 필요한지 알아야 한다.
 
전략 실행을 시작하고 나서는 실행이 잘 진행되는지 모니터해야 한다. 이번에 내놓은 책에서 쓴 핵심적 아이디어 중 하나는 운영에 대한 리뷰와 전략에 대한 리뷰를 분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둘은 다르다. 우리가 관찰한 결과 기업이 운영 리뷰와 전략 리뷰를 같은 회의에서 하게 되면 운영 리뷰에만 시간을 빼앗겨 전략 리뷰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 운영에는 항상 문제가 발생하게 마련인데 항상 이를 해결하기에 급급하기 때문에 전략을 제대로 살펴보지 못한다. 예컨대 납기를 못 맞추겠다거나 기계가 고장 났다거나 납품업체가 불량품을 납품한다거나 하는 운영상 문제의 급한 불을 꺼야 하는 상황에서 전략을 함께 논의하기란 쉽지 않다. 이런 문제는 끊임없이 발생한다. 그러다보니 전략에 대해선 얘기할 시간이 없다.
 
운영 리뷰와 전략 리뷰는 회의실과 회의시간도 달리해야 한다. 전략 리뷰는 1개월에 한 번 정도가 알맞다. 회의 전에 전략지도와 BSC에 대한 정보를 임원에게 미리 보내 회의를 준비해서 들어오도록 해야 한다. 임원은 데이터에 대한 보고를 들으려고 회의에 참석하는 게 아니다. 회의를 하는 이유는 전략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매달 전략 회의에서 2시간 반 정도를 할애해 전략지도 상의 중요 주제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하는 게 좋다.
 
연례회의라 할 수 있는 전략 피드백 회의에서는 채택한 전략이 근본적으로 옳은지 검토한다. 1년 동안 BSC를 통해 수집한 전략에 대한 많은 정보를 어떻게 분석할지, 전략이 적합한지, 어떻게 하면 전략을 더 잘 수행할 수 있을지 테스트하는 것이다. 이때 외부환경 변화나 경쟁구도 변화, 기술 변화 등의 요소도 고려해야 한다. 이를 토대로 새롭게 통합한 전략계획과 실행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한 편의점 업체의 예를 들겠다. 10년 전에 이 회사의 CEO가 새로운 전략을 도입했다. 단순히 편리함만 제공하는 게 아니라 편의점에서의 쇼핑을 재미있게 만들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판촉과 상품 진열도 새로 하고 직원들은 재미있는 유니폼을 입었다. 그리고 이 회사는 전략지도와 BSC를 사용해 펀(fun)과 익사이팅(exciting)을 새로운 성과지표로 추가했다. 그런데 몇 년 뒤에 보니 시장점유율 개선이 안 되고 고객 충성도도 떨어져 있었다. 고객들로부터 들어보니 ‘편의점에는 즐거움이 아닌 편리성을 위해서 오는데, 지금 이 편의점은 정작 진열엔 신경 쓰지 않아 소비자로서 콜라나 감자칩이 어디에 있는지 찾기 어렵다’고 답했다. 그래서 이들은 다시 전통적인 편의점으로 바꿨다.
 
현재 기업의 문제가 전략을 제대로 실행하지 못했기 때문인지, 전략 자체가 잘못된 것인지도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 기업에서 회의는 세 가지로 나눠 하는 게 좋다. 운영 회의는 일주일에 두 번, 임원 전략 회의는 매달 한 번, 그리고 1년에 한 번은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를 활용해 전략이 제대로 됐는지 테스트하고 더 정교하게 만드는 회의를 할 필요가 있다.
 
많은 기업이 실패하는 이유는 전략관리책임자(SMO)가 없기 때문이다. 모든 기업에는 전략기획 부서는 있지만 전략을 해석하고 조직을 정렬하고 BSC를 실시하고 전략을 검토하는 기능은 없다. SMO가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다. SMO는 전략과 실행을 연결하는 모든 단계를 관리하는 사람이다. SMO는 중요한 전략실행 프로세스에 대해 경영진이 연례회의에 와서 미션이나 전략을 공유할 때 오너 역할을 맡아 전략적 이니셔티브를 줄 필요가 있다. 이들은 또 월별 전략리뷰 회의에서 어젠다를 수립하고, 적절한 사람들을 초대하며, 일련의 준비와 관리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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