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Finance

끝을 좋게 하려면 ‘적극적 기다림 전략’을

박세영 | 340호 (2022년 03월 Issue 1)
032


Based on “A Generalization of Yaari’s Result on Annuitization with Optimal Retirement”(2015) by S. Park in
Economics Letters, 137: 17-20.

무엇을, 왜 연구했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해외를 여행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졌지만 3년 전만 해도 미국이나 유럽을 여행하기 위해 최소 10시간 이상씩 비행기를 타는 경험을 기꺼이 감수하곤 했다. 긴 비행을 마치고 공항에 도착했을 때의 기쁨과 설렘은 이루 다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감격을 뒤로하고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제일 먼저 해야 하는 일은 항공사에 맡겼던 수화물을 찾으러 가는 일이다.

하지만 당연히 도착할 것으로 생각했던 수화물이 제대로 도착하지 않거나 생각지도 못했던 상태로 도착한다면 당황스러움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실제로 유럽의 최대 명절인 크리스마스를 맞아 지난해 12월, 영국에서는 냉동 생선이나 고기 등 식품이 담긴 스티로폼 박스들이 뚜껑이 열린 채로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나오는 사고가 종종 발생해 BBC뉴스 등 현지 언론이 관심 있게 보도한 적이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이었든 이 뉴스가 필자의 시선을 끈 것은 현재 우리 상황이 공항의 컨베이어 벨트에서 뜻밖의 ‘뚜껑 열린 스티로폼 박스’를 받아 든 승객들의 처지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게 됐기 때문이다.

우리는 팬데믹 상황과 다양한 경제 불확실성 가운데 2022년 임인년 새해를 맞이했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여파로 이동 제한 조치 등으로 강화된 봉쇄 정책은 2년 동안 누적돼 왔던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뿐만 아니라 경제 성장에도 직접적인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또한 2021년에만 벌써 두 번이나 진행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이어 올해에도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예상된다. 금리 인상의 여파로 기존 대출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져 개인과 기업의 연체율•부도율 상승이 불가피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대출을 계획하고 있는 경우에도 상당 부분 대출 자체가 제한되는 일이 발생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도전적인 변화와 상황에 대응해 나만의 맞춤형 자산 관리 전략을 설계하는 방법엔 어떤 것이 있을까.

여신금융협회 연구진은 먼 미래의 일이지만 반드시 준비해야 하는 은퇴•연금 등의 생애주기 사건들을 수동적으로 기다릴 것이 아니라 효용함수 극대화 프레임(Utility Maximizing Framework)을 통해 은퇴 시기 자체를 능동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믿었다. 이에 개인의 맞춤형 자산 관리 전략을 새롭게 설계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투자론과 기업 재무에서는 새로운 사업에 대한 투자 또는 기존 사업의 종료를 결정하기 위해 보통 순현재가치(Net Present Value) 이론을 활용한다. 순현재가치는 어떤 사업의 가치를 나타내는 척도 중 하나로서 최초 투자 시점부터 사업 종료 시기까지의 연도별 현금 흐름(Cash Flow)을 현재 가치로 할인해 합산한 값이다. 다시 말해 순현재가치는 이익과 비용을 적절한 할인율에 따라 현재 가치로 환산하는데 이익의 현재 가치에서 비용의 현재 가치를 차감해 계산한다. CEO들은 만약 순현재가치가 0보다 작으면 투자할 가치가 없는 사업으로, 반대로 0보다 크면 투자할 가치가 있는 사업으로 판단한다.

그런데 순현재가치를 계산할 때 통상 ‘무위험 이자율’로 미래의 현금 흐름을 현재 가치로 할인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는 불확실성에 전혀 대비하지 못한 채 미래의 현금 흐름을 수동적으로 기다리는 상황과 동일하다. 즉 은행에 돈을 맡겨만 두고 새로운 자산 배분이나 대체 투자 없이 정해진 금리에 의존해 정기적으로 예금 이자만을 찾는 경우로도 이해할 수 있다. 경제학자 로버트 맥도날드(Robert McDonald)와 대니얼 시겔(Daniel Siegel)은 1986년 ‘The Value of Waiting to Invest’를 통해 이미 순현재가치 이론을 다음과 같이 비판했다. “순현재가치가 0보다 크면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는 이론은 미래에 기대되는 현금 흐름의 불확실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이론을 따르는 투자 의사결정은 미래에 막대한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

042


본 연구는 순현재가치가 0보다 크다고 해서 무조건 투자할 가치가 크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효용함수 극대화 프레임에서 순현재가치에 대응되는 개념인 기대효용(Expected Utility, 미래 효용의 총합을 현재 가치로 환산)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최적의 투자 의사결정을 유도한다. 먼저, 미래의 효용을 현재 가치로 할인할 때 순현재가치 이론에서처럼 무위험 이자율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개인의 사망 위험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주관적 할인율(Subjective Discount Rate)을 사용한다. 이 경우 주관적 할인율이 무위험 이자율보다 큰 값을 갖게 돼 경제 주체는 지금 당장에도 미래의 효용 또는 현금 흐름을 상대적으로 더 크게 체감할 수 있다.

본 연구는 또한 이러한 적극적 기다림 자체가 미래에 기대할 수 있는 효용 또는 현금 흐름 자체에도 직접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음을 보였다. 생애주기 전략의 관점에서 적극적 기다림이 결과적으로 현재 소비, 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 비중, 그리고 은퇴 시기를 유연하게 재조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순현재가치 이론은 은퇴라는 미래의 사건에 대해 은퇴할 가치가 있는지 정도를 판단하는 데만 활용될 수 있다. 하지만 본 연구에서는 개인의 금융 자산, 소득, 그리고 금융시장의 상황에 따라 시변성(Time Variation)을 갖고 은퇴의 가치가 극대화되도록 은퇴 시기를 결정한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영국의 석유회사 BP(British Petroleum)는 본 연구에서처럼 적극적 기다림을 미래에 기대할 수 있는 현금 흐름에 반영한 후 이를 극대화할 수 있는 시점에서 유전 개발을 위한 본격적인 투자를 감행한 바 있다. 먼 미래에 유전 개발이 성공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다림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유전 개발이라는 미래 사건의 불확실성과 가능성을 평가해 현재 시점에서 투자와 위험 관리 전략을 설계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탄성파 탐사(Seismic Survey)를 통해 지역별로 유전이 있을 가능성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한다. 여기서 유전이 있을 가능성이 낮으면 유전 개발을 포기하고 가능성이 높으면 실험적인 시추(Exploratory Drilling)를 실행한다. 실험적인 시추를 통해 유전 개발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이 되면 유전 개발을 포기하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면 본격적인 시추(Appraisal Drilling)를 실시한다. 본격적인 시추를 통해 유전 개발 가능성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확보하고 업데이트한 이후에 다시 유전 개발 성공 가능성을 분석해 투자를 할지 말지에 대한 최종 의사결정을 내린다.

셰익스피어의 ‘끝이 좋으면 다 좋아(All’s Well That Ends Well)’라는 희곡의 제목처럼 2022년 임인년 새해에는 올 한 해의 마지막을 적극적으로 기다리며 해피엔딩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보자. 또한 2022년뿐만 아니라 미래에 누구에게나 다가올 은퇴, 그리고 노후 또한 적극적으로 기다려 나만의 맞춤형 장기적 자산 관리 전략을 설계해보자. 각자 인생의 키맨(Key-Man, 핵심 인재)은 본인 자신이다. 저마다 다른 인생의 시간표에서 미래에 맞게 될 생애주기적 사건들을 적극적으로 맞이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투자하고, 어떻게 미래의 위험을 관리할지 스스로 전략을 세워야 할 때다. 이러한 적극적 기다림이 자산 관리에 반영될 때 분명 우리 미래의 효용은 현재보다 훨씬 더 커질 수 있을 것이다.


박세영 노팅엄경영대 재무 부교수 seyoung.park@nottingham.ac.uk
필자는 연세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포항공대에서 투자/위험관리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여신금융협회 조사역으로 재직한 후 싱가포르국립대에서 박사후과정을 거쳐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영국 러프버러경영대에서 재무 조교수로 재직했다. 주요 연구 분야는 포트폴리오 이론을 중심으로 한 투자/위험관리와 은퇴, 보험, 연금 등 생애주기 전반에 걸친 자산 관리 등이다.
  • 박세영 | 노팅엄경영대 재무 부교수

    필자는 연세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포항공대에서 투자, 위험관리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여신금융협회 조사역으로 재직한 후 싱가포르국립대 박사후과정을 거쳐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영국 러프버러경영대에서 재무 조교수로 재직했다. 주요 연구 분야는 포트폴리오 이론을 중심으로 한 투자/위험관리와 은퇴, 보험, 연금 등 생애주기 전반에 걸친 자산관리 등이다.
    seyoung.park@nottingham.ac.uk
    이 필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