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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5. 스티브 블랭크 스탠퍼드대 교수: 리셋 전략을 통해 변화에 도전하는 법

가설을 들고 나가 재빨리 현장에서 수정
성공한 기업들은 린스타트업을 채택했다

최한나 | 336호 (2022년 0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스타트업 전문가인 스티브 블랭크는 “사업 계획을 머릿속으로만 구상하지 말고 현장으로 나가 직접 고객을 만나고 신속하게 검증하는 과정을 반복적으로 거치며 보완하라”고 강조했다. 이른바 ‘린스타트업 방법론’이다. 또한 혁신에 어려움을 겪는 대기업에는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실행하는 조직과 혁신적인 실험을 자유롭게 시도할 수 있는 조직을 별도로 두라”고 조언했다.



스티브 블랭크 스탠퍼드대 교수는 주재우 국민대 교수와의 대담을 통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 리셋 전략을 통해 변화에 도전하는 법’을 주제로 한 인사이트를 전했다. 대담 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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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 한국에 거주한 적이 있다고 들었다.

1970년대 미군을 컨설팅했기에 평택에 거주한 적이 있다. 당시 서울 도심과 시골을 오가며 한국을 경험했다. 그 이후 수십 년 동안 한국은 비약적으로 성장했고 지금까지도 세계적인 성공 사례로 기록되고 있다. 만약 지금 서울에 간다면 아마도 생소할 것 같다.

다양한 기업가와 학생들을 만나봤을 텐데 한국 사람들의 특징이 있을까?

열심히 일한다. 또한 열심히 공부한다. 한국인 학생들의 장점이자 단점은 부모님 말씀을 너무 잘 듣는다는 것이다. 좋은 점이기는 하지만 기업가정신을 발휘하는 데 발목을 잡기도 한다. 창업은 너무 위험하다, 대기업이나 정부, 은행에서 일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라고 말하는 부모님 말씀에 잘 따른다. 그러다 보면 적극적인 실험을 하기가 어려워진다. 미국인 학생들은 그렇게 부모님 말씀을 잘 듣지 않는다.

실리콘밸리에서 다년간 활동했는데 어떤 교훈을 얻었는가.

20여 년간 기업가로 활동하다가 현재는 주로 강연에 집중하고 있다. 직접 창업하거나 투자한 기업 중 성공한 사례에는 공통점이 있다. 성공한 기업은 창업자들이 의지를 갖고 건물 밖으로 나가서 가설을 검증하는 데 힘을 쏟았다. 반면 실패한 기업들은 처음에 세운 가설이 옳다고 생각하고 그대로 밀고 나갔다. 이런 경험을 통해 나는 건물 안에서는 팩트를 찾을 수 없다, 밖으로 나가서 직접 소비자를 만나 가설이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제품을 개발하든, 서비스를 기획하든, 사업을 새로 시작하든 우리는 검증되지 않은 일련의 가설을 갖고 출발한다. 하지만 팩트로 확인하기 전까지 이것은 추측에 불과하다. 우리 고객이 어떤 사람인가, 어떤 기능을 원할 것인가, 유통 채널은 어떤 것이 효율적인가 등을 추측해볼 뿐이다.

20세기까지는 이렇게 계획에 초점을 둬도 그럭저럭 괜찮았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경영 환경의 변화는 더욱 빨라졌고 특히 코로나 팬데믹이 심해진 이후에는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다. 따라서 최소한의 요건만 갖춘 가설을 들고 밖으로 나가 가능성을 빠르게 확인하고 수정과 보완을 반복하며 비즈니스 모델의 타당성을 검증해야 한다.

대체로 대기업은 이미 알려진 비즈니스 모델을 사용한다.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좀 더 효율적으로 실행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스타트업은 다르다. 스타트업은 기존 모델을 실행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탐색한다. 즉 가설을 끊임없이 검증하며 보완하는 실험 과정이다. 바로 여기서 혁신에 대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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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스타트업 개념이 시작된 지점인 것 같다.

고객 개발(customer development)에 대해 처음 아이디어를 내고 캘리포니아대에서 강의할 때였다. 스타트업 CEO였던 에릭 리스가 투자를 해달라고 요청하기에 내가 개발한 고객 개발 방법론을 적용하면 투자하겠다고 했다. 그는 내 수업을 들어보더니 너무 좋았다 하면서도 실제 스타트업에서는 엔지니어가 완성된 형태의 뭔가를 들고 나서서 고객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신속한 방법을 통해 실험을 반복한다고 지적했다. 이것에 바로 ‘애자일 엔지니어링’이다. 처음부터 완성된 형태로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한 조각씩 개발을 해나간다. 에릭 리스가 『린스타트업』이라는 책을 쓴 후, 알렉산더 오스터왈더가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를 도입해 오늘날 스타트업의 혁신 툴로 알려진 ‘린스타트업 방법론’이 정립됐다. 아이디어를 계속 검증해가며 다듬어가는 방법이다.

이 방법론에서 발견한 또 한 가지는 피벗(pivot)이라는 개념이다. 방향 전환이라는 의미다. 어떤 정보를 파악했는데 그것이 잘못된 개념이라면 비즈니스 모델을 빠르게 수정해야 한다. 20세기에는 이렇게 하기가 불가능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방식을 통해 돈과 시간을 절약하고 완전히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이것이 생존 확률을 높이는 환경이기도 하다. 즉 피벗은 변화에 빠르게 적응해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는 것이다. 이는 어떤 전략이나 방법이라기보다는 문화적인 맥락이다. 나를 비롯해 동료, 상사, 경영진 등 모든 사람이 초기 계획의 잘못된 점에 대한 의견을 솔직하게 주고받을 수 있는 문화 말이다. 뭔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고 해서 질책을 받는다면 그 어떤 사업 계획도 생존할 수 없다. 따라서 나는 피벗이 방법론적 문제가 아니라 문화적 문제라고 생각한다.

대기업에서도 수용할 수 있는 방법일까?

린스타트업 방법론을 시도했다는 것 자체로는 혁신을 한 게 아니다. 이는 단지 멋있어 보이고 경영진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데 그치고 마는 ‘혁신 극장(theater)’일 뿐이다. 궁극적으로는 혁신을 얼마나 진행했는지가 중요한데 많은 대기업이 도전해보지만 실패에 그치고 만다. 이것이 조직 전체의 맥락에서 이해돼야 한다.

또 혁신과 실행이 동시에 일어나야 한다. 바로 양손잡이 조직이다. 혁신과 실행이 서로 지지해주며 잘 안 되는 부분을 채워주는 구조다. 성공한 벤처기업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혁신가와 기업가다. 미친 것처럼 보이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혁신가와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고 프로젝트가 진행될 수 있도록 하며 여러 팀이 함께 일할 수 있도록 돕는 기업가가 모두 있어야 한다.

대기업은 혁신팀을 별도로 만들어 기존 비즈니스의 운영과 혁신적인 아이디어 개발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기존 비즈니스의 논리를 혁신팀에 적용하려고 하면 실패한다. 아이디어를 내는 독창적인 사람들이 혁신을 꽃피울 수 있도록 별도로 팀을 만들어야 한다. 실행가와 혁신가를 동시에 거느리는 양손잡이 조직으로 거듭나야 성공하는 기업이 될 수 있다.


스티브 블랭크 미 스탠퍼드대 교수
실리콘밸리에서 활동하는 연쇄 창업가이자 창업 교육자다. 1980∼1990년대에 기술 관련 스타트업 8개를 창업했으며 그 경험을 살려 고객 개발 방법론을 개발했고, 창업을 꿈꾸는 후배들을 위한 교육자로 활약하기 시작했다. 특히 2011년 고객 개발 모델과 애자일 엔지니어링,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를 결합한 ‘린 런치패드(Lean LaunchPad)’ 클래스를 설계했다. 그의 고객 개발론은 에릭 리스에게 영감을 줬으며 린스타트업 이론의 기반이 됐다. 그의 교육 커리큘럼은 전 세계 유수 대학뿐 아니라 미국 국립과학재단의 혁신 사업(the National Science Foundation Innovation Corps)에 도입됐으며 국방과 외교 분야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현재 스탠퍼드대 겸임 교수이자 컬럼비아대 선임연구원,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강의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깨달음에 이르는 4단계(The Four Steps to the Epiphany)』 『스타트업 창업 매뉴얼(The Startup Owner’s Manual)』이 있다.

정리=최한나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코리아 편집장 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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