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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x 태평양 ESG 포럼 2021: 앤드루 윈스턴 에코스트래티지스 대표 강연

넷 포지티브는 ‘하면 좋고’가 아닌, ‘꼭 해야 하는’

앤드루 윈스턴(Andrew Winston) | 334호 (2021년 12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기업이 관련 있는 모든 이해관계자를 생각하며 기업 활동을 추구하는 넷 포지티브(Net Positive)를 구체적으로 실현하려면 다음의 단계를 밟아갈 수 있다.

첫째, 광범위한 목표를 세운다.
둘째, 파트너사와 적극 협력한다.
셋째, 새로운 사업 모델로 확장한다.



편집자주
이 글은 ‘DBR x 태평양 ESG 포럼 2021’에 메인 연사로 참여한 ESG 전문 컨설팅 업체 ‘에코스트래티지스’ 앤드루 윈스턴 대표의 강연 주요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앤드루 윈스턴은 ESG 분야의 세계적인 전문가로, 이 포럼은 10월27일 ‘지속가능한 혁신의 길’이라는 주제로 개최됐습니다.


기업은 어떤 식으로 가치를 창출할까?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을 것이다. 하나는 원가 혹은 위험 요소를 감소시키는 방법이다. 다른 하나는 제품이나 무형적인 서비스의 가치를 올려 매출을 키우는 방법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무수히 많은 논리와 방법이 나와 있다. 기업 규모나 업종에 관계없이 다들 원가를 절감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고,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오늘날 기업은 새로운 개념에서 가치를 창출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바로 ‘넷 포지티브(Net Positive)’다. 넷 포지티브 기업은 ‘그 영향 아래 놓이는 모든 사람의 삶의 질을 상품, 운영, 지역 및 국가 등 모든 범위에서 직원, 공급업체, 심지어는 미래 세대 및 지구라는 행성 자체를 포함한 모든 이해관계자를 위해 개선하는 기업’을 말한다. ESG를 통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관점 자체는 이전보다 많이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같다. 크게 세 가지 면에서 그 당위를 찾아볼 수 있다. 첫째, 상위 1%가 전체 부의 44%를 소유하는, 부의 불평등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전 세계적인 웰빙이 엄청나게 개선됐지만 모든 사람에게 그 영향이 미치지는 않고 있다. 오히려 불평등은 점점 더 심해지고 있고 이것은 전체 시스템에 부담이다. 기업은 사회경제적으로 배경이 다르거나 인종이 다른 사람 등에게 균등한 기회가 돌아갈 수 있도록 애쓸 필요가 있다. 둘째, 기후변화다. 지금 우리가 얼마나 위험한 상황인지 숫자만 봐서는 언뜻 이해하기 힘들다. 인류가 탄소배출을 급격히 감소시키지 않으면 72조 달러의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씨티뱅크가 분석하는 등 다양한 예측 결과가 나오지만 가슴에 쉽게 와 닿지는 않는 수치다. 일부 사람은 여기에 대한 대응으로 오히려 경제가 파괴될 수 있다고도 하는데 이 이슈에 대해서는 이미 어떤 행동을 하는 것보다 아무 행동도 하지 않을 때 오히려 피해가 큰 상황에 도달했다. 무엇이라도 하는 게 손 놓고 안 하는 것보다는 나은 상황이라는 의미다. 셋째, 생물다양성에 대한 부담이다. 인간도 결국 수많은 생물종 중 하나인데 우리 탓에 많은 생물종이 계속 멸종하고 있다. 여기에 대해서는 많은 기업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독일 자동차회사인 다임러는 내연기관과 관련해서는 더 이상 개발하지 않겠다고 했고, 볼보는 2030년까지 전기차만 판매하겠다고 했다. 페덱스 같은 대기업도 전기차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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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보다 구체적인 방법과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세상의 패러다임을 재건하는, 아울러 탄소중립으로 가는 과정에 엄청난 기회가 놓여 있기 때문이다. 즉 단순히 당위적으로 마땅한 수준이 아니라 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 엄청난 시장과 기회가 놓여 있기 때문에 기업이 당연히 걸어가야 하는 길이라는 의미다.

ESG가 비즈니스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근거는 계속 커지고 있다. Just Capital이라는 기관은 미국에서 정의로운 100대 기업을 선정하고 있다. 여기에 선정된 기업들을 보면 다른 기업에 비해 녹색에너지를 두 배 정도 많이 사용하고 오염 배출량이 적으며 평균 임금이 높고 젠더나 인종, 민족 간 임금 공평성도 높다. 기부도 훨씬 많이 한다. 동시에 여기에 속한 기업들은 지난 5년간 주주 환원액이 56% 많았고 ROA가 7.2% 높았다. 다시 말해 사업적으로 책임 있는 자세로 일하는 것이 단순히 도덕적으로 옳다거나 착한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확보하는 것뿐 아니라 매출이나 이익 면에서도 더 나은 결과를 보장한다는 의미다. 전 세계 최대의 투자 펀드인 블랙록을 운영하는 래리 핑크는 1월에 CEO들에게 쓴 서한에서 이렇게 밝혔다. 지속가능한 기업들의 인덱스가 벤치마크 대비 81% 높은 성과를 달성할 것이라고 말이다. 원래 기업 투자에서는 그 무엇도 보장할 수가 없는 법인데 최소한 ESG와 관련해서는 이 분야에 대한 투자에서 기업 가치를 떨어뜨리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볼 수 있다.

가장 최근 기업들이 느끼는 압력은 아마 동료 기업들에서 올 것이다. 다른 기업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다양한 실험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기존 방법으로 사업을 해나가는 것에 대해 불안함을 느낄 것이다. 유럽의 대표적인 은행인 산탄데르는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갖고 행동에 나서는 기업들에 더 나은 금리로 대출을 해준다. 목적의식에 관심이 많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젊은 세대는 이런 기업에서 일하고 싶어 한다. 이들은 기업이 환경이나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의무를 갖고 있다고 여기며 3분의 2 정도는 사회적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기업에서 일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기업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안 되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셈이다. 지금까지 잘못해 왔던 관행을 바로 잡거나 조금 만회하는 정도로는 충분하지 않다. 현재 엄청난 문제에 직면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서야 하며 규모를 키우고 속도를 높여야 한다. 관심을 가져야 할 이해관계자들을 줄 세웠을 때 주주들은 오히려 제일 뒤에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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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광범위한 비전으로 목표를 세우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제약회사 바이엘은 ‘모두를 위한 건강, 기아 없는 세상’, 가구 기업 이케아는 ‘많은 사람의 일상을 개선하는 것’, 에너지 기업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에너지와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 전기차 기업 테슬라는 ‘전 세계가 지속가능한 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을 가속화’하겠다는 식의 목표를 갖고 있다. 이런 목적은 결국 이 기업이 사람들에게, 나아가 이 세상에 어떤 것을 가져다주는가를 정의한다. 이런 약속이 쉬운 것은 아니다. 방법이 명확하지 않을 때도 많다. 하지만 선도적인 기업들은 전하고자 하는 가치와 추구하는 방향을 앞 다퉈 빠르게 천명하고 있다. 이는 기업 내외부에 해당 기업이 나아가려는 길을 명확히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파트너사와의 협력이다. 나아가 전체 시스템에서 정부나 다른 기업, NGO들과도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내부적으로 핵심을 잘 다진 후 밖으로 나아가 파트너십을 확보해야 한다는 말이다. 예컨대 애플은 알루미늄 제조사들과 협력해 조인트벤처를 만들었다. 애플은 내부적으로 제로 카본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파트너사와 손을 잡았다. 애플은 항공기나 자동차 기업과 비교해 알루미늄을 많이 쓰지는 않지만 일단 이런 시스템을 구축해 두면 관련 기업들이 관심을 갖고 규모의 경제가 생기면서 훨씬 더 저렴하게 조달할 수 있는 유인이 생긴다. 실제로 아우디가 새로운 전기차를 만들 때 바로 여기서 생산된 알루미늄을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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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새로운 사업 모델로 확장해야 한다. 유니레버가 대표적인 사례다. 유니레버는 유니세프와 함께 아이들에게 손 씻기를 가르치는 캠페인을 하고 있다. 손만 자주 씻어도 쉽게 예방할 수 있는 질병 때문에 사망하는 아이들이 전 세계적으로 굉장히 많다. 유니레버는 벌써 10억 명이 넘는 아이들에게 손 씻기를 가르쳤고 실제로 유병률이 급감하는 것을 수치적으로 확인하기도 했다. 유니레버는 단순히 캠페인을 진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사업으로 확장했다. 아이들은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짧다. 흔히 손을 흐르는 물에 30초 정도는 씻어야 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아이들에게 30초는 너무 길다. 또 일부 지역에서는 30초씩이나 사용할 수 있는 물이 부족하기도 하다. 유니레버는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를 고민하면서 R&D 쪽으로 이슈를 넘겼다. 그 결과 10초 만에 세균 99.9%를 제거할 수 있는 비누를 개발했다.

유니레버는 신입 사원을 인도 농촌에 보내서 지역 주민들과 함께 거주하도록 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이 프로그램을 거친 사원들은 소비자, 나아가 사람에 대해 이전과는 다른 시각으로 보고 유니레버가 내거는 ‘사람을 살리는 일’이라는 사명에 깊이 공감하게 된다. 이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실제 그에 부합하는 제품 라인을 선보이면서 유니레버는 인도나 남아메리카뿐만 아니라 유럽이나 미국에서도 이미지를 제고하는 효과를 얻었고, 비누만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는 회사라는 이미지를 얻을 수 있었다. 실제로 앞에서 소개한 비누 브랜드는 유니레버의 매출 상위권에 오르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넷 포지티브는 ‘하면 좋고, 안 해도 할 수 없는’ 정도의 목적이 아니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지구와 인류와 전 생물종의 번영이며 이들의 번영 없이 기업만 번창할 수는 없다. 어떻게 하면 넷 포지티브를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고민이 필요한 때다.


정리=최한나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코리아 편집장 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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