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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tical Science

미국 공공 조달 시장의 정치적 작동 원리

이호준 | 327호 (2021년 08월 Issu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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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ed on “Partisan Procurement: Contracting with the United States Federal Government, 2003-2015” by Carl Dahlstrom, Mihaly Fazekas and David E. Lewis in American Journal of Political Science (Forthcoming)

무엇을, 왜 연구했나?

2017년 OECD 통계에 따르면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전체 예산의 약 25%가 공공 조달에 사용될 정도로 공공 조달 시장의 규모가상당하다. 미국 연방정부의 예시를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국방부의 공공 조달 예산만 해도 그 규모가 연간 3500억 달러에 달한다. 이처럼 막대한 규모의 공공 조달 예산은 미국 정부가 민간 영역에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 물론 경쟁계약법(Competition in Contracting Act)에 따르면 공공 조달 사업은 공개 입찰 경쟁을 원칙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연구는 정치적인 동기가 어떻게 이러한 원칙을 우회하는 변칙적인 공공 조달 정책 결과를 야기하는지 설명한다.

미국의 공공 조달 정책 결정에 있어서 정치적 동기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먼저 공공 조달 결정을 내리는 공공기관의 유형과 공공 조달 계약의 다양한 형태에 대해서 알아봐야 한다. 먼저, 공공 조달 결정은 미국 연방정부 중앙부처를 비롯한 공공기관에서 내리게 되는데 공공기관의 인적 구성은 크게 정무직 공직자와 직업공무원으로 구분된다. 정무직 공직자가 공공 조달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치화된 기관(politicized agency)’에서는 공공 조달 정책 결정이 정치적 동기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정치화된 기관에서조차도 공공 조달 정책 결정을 내릴 때는 경쟁계약법이라는 법률적 규제의 제약을 받는다. 다만, 경쟁계약법이 공개 입찰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나 예외적인 상황에서는 단독 입찰, 수의계약과 같은 비경쟁적 입찰을 할 수 있는 예외 조항도 존재한다. 저자들의 첫 번째 이론적 예측은 정치화된 기관에서는 이러한 비경쟁적 입찰 제도를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이론적 예측은 정치화된 기관이 어떤 정치적 동기에 의해서 공공 조달 정책 결정을 내리지는지와 직결된다. 저자들은 선거 경쟁이 치열한 경합주에서 이러한 정치화된 기관의 비경쟁적 입찰 계약이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될 것이고 이러한 경향은 선거 주기가 가까울수록 극대화될 것이라 주장한다.

세 번째 이론적 예측은 정치화된 기관의 공공 조달 계약은 주로 집권 정당과 가까운 기업들에 집중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예측이 정확하다면 백악관의 주인이 바뀌는 경우에는 정치화된 기관에서는 공공 조달 계약 대상 기업들이 대거 교체되는 현상이 관찰될 것이나 정치화되지 않은 기관에서는 이러한 패턴이 관찰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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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발견했나?

저자들은 경험적 분석을 위해 2003년부터 2015년까지의 기간 동안 미 연방정부가 체결한 모든 공공 조달 계약 중 계약 규모가 15만 달러 이상인 57만여 건의 계약을 분석 자료로 활용했다. 첫 번째 가설과 두 번째 가설을 검증하기 위한 경험적 분석의 종속변수는 비경쟁적 입찰 계약 여부다. 57만여 건의 계약 중 35%가 비경쟁적 입찰의 성격을 띤 계약으로 분류됐다.

세 번째 가설을 검증하기 위한 종속변수는 계약 주체인 기업이 재계약 대상이 됐는지 여부다.

독립변수는 공공 조달 계약 발주기관의 정치화의 정도, 선거주기와 경합주, 정권 교체기이다. 발주 기관의 경우, 정치화의 수준이 가장 높은 행정부처(executive departments)부터 행정부처 내 실•국(bureaus), 독립청(independent administrations), 그리고 정치화의 수준이 가장 낮은 독립위원회(independent committees) 순으로 코딩했다. 또한 각 발주 기관 내 정무직 공직자의 비율도 발주 기관의 정치화의 정도를 측정하는 별도의 지표로 활용했다. 경합주의 경우, 대통령 선거 1년 전후의 기간과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에는 언론에 의해 경합주로 분류된 주를 ‘1’로 코딩하고 나머지는 ‘0’으로 코딩했다. 정권 교체기의 경우, 정권 교체 1년 전에 체결된 계약과 새 정부 출범식 2년 후의 기간을 ‘1’로 코딩하고 나머지는 ‘0’으로 코딩했다. 이는 새 정부가 출범하게 되면 전체 연방정부 조직을 장악하는 데 소요되는 기간이 약 6개월에서 18개월 정도가 되는 현실과 새로운 계약의 발주 및 체결, 계약 개시 등에 소요되는 기간을 고려한 코딩 방법이다.

분석 결과, 저자들의 예측대로 공공 조달 발주 기관이 정치화된 수준이 높을수록 비경쟁적 입찰을 할 확률이 높게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행정부처가 공공 조달 계약 발주 기관인 경우 여타의 통제변수들을 통제한 상태에서 비경쟁적 입찰을 할 확률이 48%, 행정부처 내 실국이 발주 기관인 경우에는 35%, 독립청은 18%, 독립위원회는 16%로 나타났다. 이러한 경향은 경합주에서 더욱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경합주 효과’는 대체로 제한적이었으며 행정부처를 제외하면 그 효과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

정권 교체기에 공공 조달 재계약 체결 여부에 대한 분석의 경우, 정권 교체기에 정치화 수준이 높은 발주 기관(행정부처)과 공공 조달 계약을 체결한 기업은 재계약을 체결할 확률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에서 감소했다. 반면 정치화 수준이 낮은 발주 기관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정치화 수준이 높은 공공 조달 발주기관의 경우, 집권 정당과 가까운 기업들에 공공 조달 계약을 집중한다는 이 연구의 예측을 부분적으로나마 뒷받침하는 결과라 할 수 있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이 연구는 미국의 공공 조달 정책의 결정 과정에서의 정치적 영향력에 대한 분석을 제기함으로써 미국의 공공 조달 시장에 대한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앞서 제시했듯이 미국 연방정부의 공공 조달 예산의 규모는 천문학적이며 이는 민간 기업에는 거대한 시장이다. 공공 조달 정책 결정의 주체가 민주적 통제를 받는 국가기관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집권 세력의 정치적 동기는 공공 조달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매우 중요한 요인으로 생각될 수 있다. 이 연구의 의의는 미국의 공공 조달 시장의 정치적인 작동 원리를 이론적으로, 그리고 경험적으로 보여줬다는 데 있다.


이호준 크라운랩스 공공정책팀장 hojun.lee@crown-labs.com
필자는 한국외대를 졸업하고 고려대 정치외교학과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정책컨설팅그룹 크라운랩스에서 공공정책팀장으로 재직 중이며 주 연구 분야는 의회정치, 한국 정치, 배분정치이며 비교정치경제와 방법론, 정치 리스크 등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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