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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연구회 × DBR 공동 기획 - ESG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ESG 통합 전략에 AI가 필요한 이유

강형구,장가영 | 325호 (2021년 07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글로벌 금융 산업에서 유행이 된 ESG 통합이 현장에서 제대로 실천되지 않는 이유는 첫째, ESG 자료 수집과 분석 과정에서 객관성이 낮고, 둘째, 경영진과 실무진이 기대할 수 있는 인센티브가 적고, 셋째, 투자자별 ESG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한계를 보완하면서 ESG 통합의 디지털 전환을 이루는 방법으로 AI 활용을 제안한다. 자연어 처리 기술을 기반으로 한 ESG 자료 분석 및 평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모니터링과 플랫폼 구축 등 다양한 혁신 기술을 활용해 지속가능한 ESG 통합을 추진할 수 있다.



필자주
본 원고는 장가영 박사의 박사 학위 논문 ‘ESG Integration into Financial Decision-Making: The New Management Fashion in the Financial Industry’를 기반으로 작성했습니다.

편집자주
경영학, 법학, 경제학, 정치학 전공 교수 및 연구원들로 구성된 ESG연구회가 ESG에 관한 연구 결과를 공유합니다. ESG연구회는 2013년 여름부터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서 격월간 세미나를 지속하며 ESG의 개념과 한국 기업 환경에서의 함의를 고민하고 토론해왔습니다. DBR와 ESG연구회가 공동으로 기획해 연재하는 기사를 통해 ESG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지혜를 얻어 가시길 바랍니다.

신약성경을 보면 베드로가 교회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면서 지배구조의 중요성을 간파한 뒤 이를 디자인하고 설득하는 데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는지 알 수 있다. 약 60년 전인 1962년 과학자 레이철 카슨(Rachel Carson)은 책 『침묵의 봄(Silent Spring)』을 통해 화학 살충제의 심각성을 언급하면서 과학과 기술의 발전 속에서 인간은 인류 자기 자신뿐만이 아닌 전체 생명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함을 강조했다. 이처럼 지배구조에서 사회, 환경까지 아우르는 지속가능성이라는 화두는 어떤 특정 국가, 산업, 종(種)에 국한되지 않고 수천 년간 이어져 온 이슈다.

최근 금융권에서 주목받고 있는 ESG 통합(ESG Integration)은 이런 지속가능성 문제를 특히 금융과 결합해 풀어가고자 하는 수단이다. 마치 18세기의 미국 감리교도들이 술, 담배, 도박에 관련된 회사에 대한 투자를 거부하고 노예무역, 밀수, 과시적 소비를 회피한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오늘날 ESG 통합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영리 추구를 목적으로 설립된 기업들이 자칫 고루하거나 부수적인 문제로도 취급해 버릴 수 있는 지속가능성 문제에 관심을 가지도록 유도하고 이를 비시장 전략의 일환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넓혔다는 데 의의가 매우 크다.

ESG 통합이란 ESG를 기업의 의사결정 프로세스나 핵심 활동에 명시적이면서 체계적으로(explicit and systematic) 반영하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몇 년간 금융업계와 학계에서 ESG 통합이 기업의 투자 수익 혹은 위험 관리 차원에서 실효성이 있다고 밝히는 연구들이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물론 이에 못지않게 ESG 통합이 투자 수익에 그다지 이득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나 심지어 ESG 통합을 마케팅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기업들에 대한 비판도 많다.1 그런데 이런 학계에서의 활발한 논의와 대조적으로 현장에서는 ESG 통합을 어떻게 수행해야 하는지조차 몰라 혼란스럽다는 기업들이 많다. ESG 관련 연구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ESG 전문가를 찾는 게 비전문가 찾기보다 쉽다는 얘기가 농담으로 오갈 정도로 제대로 된 ESG 전문가가 없다는 불만도 크다.

ESG 통합의 효과를 입증하려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당장 우리는 어떻게 ESG 통합을 할 것인지, 즉 현재 ESG 통합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그렇지 않다면 문제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해결책을 찾을 필요가 있다. ESG 통합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기업이 많은 현실에서 ESG 통합의 성과를 통계적으로 평가하는 작업은 시기상조라 할 수 있다.

ESG 통합은 금융시장의 신(新)경영 유행

ESG 통합에 수반된 문제점과 해결책을 수월하게 파악할 수 있는 이론으로 에릭 에이브러햄슨(Eric Abrahamson) 컬럼비아대 교수2 의 경영 유행(Management Fashion)이 있다. 경영 유행이란 어떤 경영 기술(management technique)이 조직의 발전에 기여할지에 대한 집단적인 믿음(collective belief)이다. 사회적, 기술경제적 요인에 의해 형성된 새로운 경영 전략에 대한 수요를 바탕으로 외부 주체들이 가장 효과적인 경영 전략을 선택하거나 새롭게 만들어 퍼뜨리는 것을 뜻한다. 에이브러햄슨에 따르면 한 시절 유행하다 지나가는 패션처럼 경영 전략 또한 그 시대에 맞는 합리적인 전략이 유행처럼 생성되고 지나가며 그 흔적을 남긴다. 다만 경영 유행은 경영 풍조(Management fad)와 다르다. 경영 풍조는 수요자들의 광범위한 인정이나 뚜렷한 실효성 없이 쇠락하는 경영 전략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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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ESG 통합은 이미 글로벌 금융 산업의 ‘경영 유행’이다. 국내에서도 검색 포털에서 ESG를 검색한 건수가 3년 전 대비 10배가량 늘어날 정도로 ESG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과거에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책임 투자(SRI), ESG 등 지속가능성이라는 문제를 표현하기 위해 여러 가지 용어를 혼용했다면 이제는 ESG라는 용어로 통합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용어만 바뀌었다고 말하기에 ESG 통합은 동기 측면에서도 다른 개념들과 차별점이 있다. 한 예로 기업들은 ESG 통합이 자금 조달, 투자 수익 등 재무적인 측면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 제도나 문화에도 반영되는 추세라는 점을 고려해 너나 할 것 없이 ESG 통합을 통한 지속가능 경영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게다가 ESG는 이제 국가들의 이익, 즉 국익과 결부되면서 자국 산업 생태계에 대한 비시장 전략(nonmarket strategies)3 으로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초기의 ESG는 금융권이 중심이 돼 투자 대상 기업의 ESG 통합에 따른 장기적 수익 창출 효과에 중점을 두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금융권과 비금융권 구분할 것 없이 비시장 위험(nonmarket risk)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경영 전략이나 투자 전략으로 ESG 통합을 유행처럼 받아들이고 있다. 다만 저자들이 국내외 업계 실무자들과 수행한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많은 기업이 ESG 통합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혼선과 시행착오를 적지 않게 겪고 있다. 기업들이 이처럼 ESG 통합을 어렵게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왜 ESG 통합은 제대로 수행되지 않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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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통합의 문제점 네 가지

국내 ESG 통합의 문제점은 4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1. ESG 평가에 활용되는 기초 자료에 대한 신뢰
2. 평가기관들이 사용하는 ESG 분석 방식에 대한 신뢰
3. 경영진과 실무진의 인센티브
4. 투자자별 ESG 정보에 대한 접근성

첫째, ESG 평가를 위한 기초 자료를 신뢰할 수 있는가? 대부분 ESG 평가 자료가 평가를 받는 피평가 기업의 자발적인 제출에 의존하는데 이를 믿을 수 있을까? 게다가 피평가 기업은 ESG 정보 공개 방식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이는 투자자 입장에서 복잡하고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또 연간 재무 보고서와 같은 규제 서류들은 독립적인 감사를 받는 반면 ESG 파일링은 감사가 없는 경우가 많다. 연구에 따르면 공개적으로 사용 가능한 ESG 정보가 반드시 투자자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것도 아니다. 4 그뿐만 아니라 모호함과 신뢰성 때문에 투자자가 중요 정보를 임의적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규제 서류(regulatory filings)에서 ESG 관련 정보가 누락되거나 변형되는 경우도 많다.5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ESG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오히려 기업들에 의해 남용되는 문제를 지적하고, 그 원인으로 자료 공개의 한계를 지적한다. 따라서 ESG 분석에 필요한 자료의 완전한 공개를 의무화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둘째, 기초 자료를 처리하는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State Street Global Advisor)6 리포트 에 따르면 2016년에만 최소 125개 평가 기관이 ESG 성과 평가를 수행하고 관련 지표를 생산했다. 국내에서 ESG를 평가하겠다는 기관들이나 스타트업도 우후죽순이다. 각 기관은 자체 방법론과 기준을 사용해 ESG를 평가하고 그 결과 동일한 회사의 등급이 기관마다 매우 다른 실정이다. 예를 들어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두 평가 기관인 MSCI와 서스테이널리틱스(Sustainalytics)에서 산출하는 ESG 점수 간에 상관관계는 0.53에 불과하다. 채터지(Chatterji) 등의 연구 7 에 따르면 상관관계는 0.3으로 더욱 하락한다. 이는 ESG 점수에 기반해 의사결정을 내릴 경우 어떤 평가기관을 사용하는지에 따라 그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셋째, ESG 통합을 선언하고 그에 필요한 인적, 물적 자원의 배분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경영진과 이를 수행하는 실무진에게 적절한 인센티브가 있는가? 실무자 입장에서 경영진이 언제까지 ESG에 흥미를 가질지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이는 실무자에게 커리어의 문제다. ESG의 효과는 장기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실무자나 경영진이 그 결실을 누리기 어려운 문제도 있다.

넷째, 자산 유형에 따른 투자자들의 접근성도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ESG 지표가 투자에 적극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한 데는 주식 투자자들의 공이 크다. 왜냐하면 주식 투자자의 경우 투자와 동시에 기업의 지분을 직접 소유하게 돼 투자 대상 기업의 경영진에게 ESG 관련 정보를 요구하기에 유리하고, 원활한 자본 조달을 원하는 경영진이 ESG 통합을 추진하도록 동기를 부여하기도 상대적으로 쉽다. ESG 통합에 따른 위험 관리 효과를 고려한다면 이는 장기적으로 투자자에게 초과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채권 투자의 경우 발행 일자, 발행 조건 등에 따라 구조와 가격이 달라지기 때문에 동일한 기업이 발행한 채권들도 서로 다른 채권으로 인식된다. 이는 채권 투자자가 투자 대상 발행자의 ESG 통합 노력과 효과를 일괄적인 기준으로 분석하기 어렵게 만든다. 또 채권 투자자는 주식 투자자처럼 지분을 소유하지 않아 관심 기업의 ESG 정보를 실시간으로 요청하거나 ESG 통합 성과를 적극적으로 모니터링하기에도 제한적이다.

필자들은 최소한 위에 언급된 문제들이 해결돼야 ESG 통합이 그야말로 ‘말만 많고 속이 텅 빈’ 경영 전략, 즉 경영 풍조로 전락하지 않을 것이라 판단한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다음과 같다.

1. 기초 자료와 평가 방식의 객관성과 투명성 제고
2. ESG 통합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줄여 한정된 자원을 관리하는 조직의 부담 경감
3. ESG 정보와 모니터링에 대한 접근성 부여

ESG 통합은 국내 기업들에 중요한 사업 기회가 될 수 있다. 만약 앞서 제기한 문제를 국내 기업들이 잘 해결한다면 지속가능성 관련 각종 기회에서 글로벌 리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속가능성은 수천 년 지속된 유서 깊은 이슈이고 그 중요성은 더 커질 여지는 있어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ESG라는 단어의 유행이 끝나더라도 비시장 전략과 지속가능성을 내포한 Post-ESG는 반드시 또 등장할 것이다. 그렇다면 국내 기업들은 어떻게 ESG의 현재 한계에서 오히려 기회를 발굴해 글로벌 리더로 거듭날 수 있을까? 본 저자들은 ESG 통합과 이에 필적하는 또 다른 시대정신인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혹은 이제 조금은 지루해진 표현을 사용하자면 4차 산업혁명을 결합할 것을 주문한다. 이 글에서는 특히 인공지능(AI)을 사례로 설명한다.

ESG 통합의 디지털 전환

최근 AI, 특히 자연어 처리에 기반해 ESG 평가를 시도하는 조직들이 등장했다. 이들의 목표는 ESG 자료 수집과 분석 과정에서 인위적인 개입을 최소화해 객관성을 증진시키고, 정해진 절차에 따른 평가로 투명성을 제고하고, 시간과 비용을 절감해 효율성을 개선하는 데 있다. 이는 피평가기업이 자발적으로 제출한 자료에 포함된 편향성을 보완하고자 하는 시도로도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AI를 통해 얻은 결과가 100% 객관적이고 정확해서 인간의 작업을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까우며 AI는 인간의 역량을 보완적하는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다. 아래 사례들이 이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미국에서 최근 팩트세트(FactSet)가 인수한 트루밸류랩스(TrueValueLabs)는 AI를 기반으로 ESG 데이터를 수집하고 처리하는 회사다. 8 트루밸류랩스는 AI 기술과 대체 데이터(Alternative data)의 가치를 알아채고 ESG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2013년부터 기업의 지속가능 경영과 관련된 정보의 수집부터 분석까지 전 과정을 AI 기술로 구현해왔다. 이렇게 도출된 결과물을 주로 글로벌 자산운용사, 기관투자가, 투자 분석 기관, 위험 관리 기관 등 금융기관에 제공해 자산 운용과 위험 관리를 지원한다. 고객층의 대부분이 전문 금융사들로 이미 내부적인 정량 분석 툴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금융사 고객들도 무형자산 비중의 확대와 이에 따른 정성적인 위험이나 비시장 위험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는 데 대비하기 위해 트루밸류랩스와 별도의 데이터 계약을 체결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 비슷한 사례로 지속가능발전소(Who’s Good)를 들 수 있다. 이 회사는 자연어 처리 기술을 사용해 ESG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 이를 필요로 하는 기업에 제공한다. 궁극적인 사업의 목표는 주로 자산운용사, 기관투자가 등 금융사들로 이뤄진 고객에게 ESG 사건/사고 경고(Alert) 및 분석 서비스, ESG 성과 리포트 등을 제공해 투자 의사결정을 돕는 것이다. 윤덕찬 지속가능발전소 대표는 AI 활용의 장점으로 정보의 객관성 개선 외에도 실시간 정보 수집 가능성, 신속한 분석 등을 언급했다. 지속가능발전소는 AI 기반의 데이터 사업 모델의 잠재력을 인정받아 최근 주요 기관투자가들로부터 30억 원을 추가로 지원받으면서 기업 가치가 약 200억 원으로 책정됐다.

자연어 처리 방식 외에도 ESG 통합에 다양한 AI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AI와 블록체인 기능을 결합한 플랫폼으로 다양한 참여자가 관심 기업의 ESG 관련 행위를 모니터링하고 의견을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다.

월드와이드제너레이션(Worldwide Generation, WWG)의 경우 블록체인 플랫폼 ‘G17Eco’를 기반으로 한 ESG 마켓 플레이스 생태계를 운영한다. 이를 통해 참여자들은 관심 기업들의 ESG 통합 과정과 결과물을 자유롭게 모니터링하고 보고함으로써 검증 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 이렇게 수집된 ESG 관련 정보들은 알고리즘으로 처리된 후 참여자들 간에 공유된다. 이외에도 인공위성을 활용해 위성사진 등 비정형 데이터와 기존에 수집과 처리가 어려웠던 대체 자료들을 평가에 포함하는 기능이 있다. 이런 플랫폼을 이용하는 이해관계자들은 자신들 혹은 관심 있는 기업들의 ESG 활동을 효율적으로 파악, 감시, 측정 및 관리할 수 있고 이에 기반해 지원, 거래, 계약을 할 수 있다. 경영진 입장에서는 자체적으로 자료를 취합해 처리하고 제공하는 부담을 줄임으로써 ESG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행위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최근 디지넥스 솔루션스(Diginex Solutions)는 블록체인 기반의 ESG 보고서 작성 툴을 제공하는 ‘DiginexESG’를 출범했다. 마크 블릭(Mark Blick) 대표는 현재 특히 중소기업들이 ESG 보고서를 작성할 때 직면한 여러 가지 한계점, 예컨대 높은 자문 수수료, 필수 소요 자원 및 시간 등을 언급하며 DiginexESG 플랫폼이 드롭박스(DropBox), 슬랙(Slack) 등과 같은 공유 드라이브 기능을 함으로써 기업들의 보고서 작성 부담을 최대한 경감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기존의 ESG 혹은 지속가능 보고서는 정보 수집부터 분석, 작성까지 모두 인간에 의해 이뤄지고 시간 또한 상당히 소요된다. 이 점은 자원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이 ESG를 비시장 전략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는커녕 지속가능 보고서가 의무화될 때까지 미루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이기도 하다. 공유 드라이브와 같은 비교적 간단한 방법만으로 ESG 보고서 작성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다면 AI를 활용해 ESG 통합 기간과 과정을 단축시키는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DiginexESG는 지속가능성 보고를 위한 글로벌 표준을 제공하는 GRI(Global Standards for Sustainability Reporting)로부터 인증을 받고 있으며 현재 미국, 영국, 룩셈부르크, 홍콩, 싱가포르, 칠레 등 다수의 국가에서 운영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최근 MSCI가 인수한 카본델타(Carbon Delta)사는 기후변화와 관련된 지속가능 활동에 데이터 과학을 활용한 좋은 예다. 동사는 기후 핀테크(climate fintech) 회사로 위성 이미지 등 기후 관련 정보를 활용해 개별 기업의 기후손실위험(CVaR, Climate Value-at-Risk)을 산출해 제공한다. CVaR은 미래지향적이고 예측에 기반한 완전한 정량적 위험 분석을 추구하며 다음과 같은 절차를 통해 모델링을 한다.

기후 팩터 임팩트 모델링 → 개별 자산 비용/편익 분석 → 노출도(exposure) 분석 → 가치 평가 → 포트폴리오 평가

기업의 기후변화 관련 행위는 전 세계 각지에서 발생하는데다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장기간 소요돼 인간이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모니터링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또 분석하는 데도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이러한 한계에 대한 대응책으로 CVaR은 기후변화와 자산 가치 간의 관계를 정량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위험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데 도움을 줄 뿐 아니라 투자자들이 저탄소 분야에서 새로운 기회를 발굴해내는 데도 도움을 준다.

위에 소개된 사례들도 대체로 초기 단계이고 부족한 점이 꽤 눈에 띈다. 게다가 위 소개된 사례들 외에도 ESG 통합에 AI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며 국내 기업도 많은 기회를 발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 Robotic Process Automation)를 활용한 지속가능 경영 보고서 작성, 기계 학습을 기반으로 구축한 ABM(행위자 기반 모형, Agent-Based Modelling) 9 을 이용한 조기 위험 경보 시스템 구축(early warning system), IoT(사물인터넷, Internet of Things)10 를 이용한 모니터링 기능 공유 등이 있다. 전문가들은 ESG 통합에 필요한 대부분의 작업이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고 사람의 개입으로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지적한다. 기업들은 하루빨리 빅데이터를 활용한 AI를 통해 과거 자료를 객관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의사결정의 한계점을 극복하고 미래 발생 가능한 사건들에 대한 예측 능력을 높여야 한다. AI의 활용은 인력의 대체가 아닌 보완하는 방안으로서 더욱 가치가 있다.11 그 과정에서 국내 기업들은 ESG에서 오히려 사업 기회를 찾고 그 경영 유행을 선도하며 지속가능성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지속가능한 ESG 통합을 위해

ESG 통합에는 그동안 누적된 수많은 환경적, 사회적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하고자 하는 인류 정신의 발전이 반영돼 있다. 그 결과 기업들은 ESG 통합을 기업의 장기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요건으로 인식하기 시작했고, 제도나 문화와 결합하면서 어떤 기업에는 실질적인 압력으로, 다른 기업에는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국내외를 막론하고 ESG 워싱(Washing)에 대한 우려도 크다. 최근 한 방송은 ESG가 기업의 자본에 미치는 영향에 따라 기업들이 발 벗고 ESG 경영을 선포하고 나섰지만 실체를 들여다보면 친환경, 친사회적인 변화보다는 마케팅 효과를 노리거나 돈벌이로 사용하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세계적인 자산운용사 블랙록에서 지속가능 투자를 총괄했던 타리크 판시(Tariq Fancy)는 언론을 통해 “ESG는 마케팅 과대광고(Marketing hype)이자 홍보 수단(PR spin)에 불과하다”라며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비판적인 시각과 ESG 통합에 실패한 기업들을 핑계 삼아 우리 기업들도 ESG 통합을 포기해야 할까?

앞서 언급했듯이 영리 추구 기업들을 지속가능 경영으로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ESG 통합은 이미 그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게다가 ESG의 바탕인 지속가능성에 대한 문제의식은 사실 수천 년 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기업 등 이해관계자 입장에서 ESG 통합을 일시적인 풍조나 시류로 전락시키지 않으려면 이에 수반된 각종 모순을 발전적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다. ESG 통합의 디지털 전환이 그 한 가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전체 생명계의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은 레이철 카슨의 주장처럼 인류의 영원한 숙제다. 국내 기업들은 ESG 통합이라는 경영 유행을 통해 지속가능성과 비시장 전략에 관한 성과를 남겨야 한다. ESG 통합은 인류의 숙제를 해결하는 수단이고, 그만큼 잠재력이 큰 사업 기회이기 때문이다. ESG 통합이라는 개념 또한 여느 유행과 마찬가지로 언젠가는 대중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지겠지만 그 흔적은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참고문헌

1. Abrahamson, E. (1991). Managerial fads and fashions: The diffusion and rejection of innovations. Academy of management review, 16(3), 586-612.
2. Abrahamson, E. (1996). Management fashion. Academy of management review, 21(1), 254-285.
3. Chatterji, A. K., Durand, R., Levine, D. I., & Touboul, S. (2016). Do ratings of firms converge? Implications for managers, investors and strategy researchers. Strategic Management Journal, 37(8), 1597-1614.
4. Diouf, D., & Boiral, O. (2017). The quality of sustainability reports and impression management. Accounting, Auditing & Accountability Journal.
5. Junior, R. M., Best, P. J., & Cotter, J. (2014). Sustainability reporting and assurance: A historical analysis on a world-wide phenomenon. Journal of business ethics, 120(1), 1-11.
6. Schiehll, E., & Kolahgar, S. (2021). Financial materiality in the informativeness of sustainability reporting. Business Strategy and the Environment, 30(2), 840-855.
7. Van Duuren, E., Plantinga, A., & Scholtens, B. (2016). ESG integration and the investment management process: Fundamental investing reinvented. Journal of Business Ethics, 138(3), 525-533.


강형구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버지니아주립대에서 경제학 박사 과정을 수료, 듀크대 푸쿠아 경영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공군 장교 근무 후 리먼브러더스 아시아본부 퀀트전략팀, 액센츄어 등에서 재무와 금융에 관한 교육 및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하버드대 Edmond J. Safra Center for Ethics의 리서치 펠로를 지냈다. 주 연구 분야는 기계학습(계량경제학), 금융 혁신, 자원 배분과 전략에 대한 프로세스, 빅데이터 기반 행동 재무 등이다.

장가영 박사(CFA)는 미국 미시간대를 졸업하고 서울대 경영대학에서 재무금융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한양대 경영학과 박사 과정 졸업 예정이다. 제이피모건 채권자본시장팀, 교보생명 주식회사 내 재무팀, 투자자산심사팀 및 해외투자팀, 한화자산운용 해외채권본부 등에서 근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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