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SR3. 불안의 시대, 사회적 관계의 대상이 되는 브랜드

고객은 ‘의미 있는 관계’에 목말라 있다.
당신의 브랜드는 얼마나 휴머니스틱한가?

김병규 | 315호 (2021년 02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코로나19 사태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설령 이번 팬데믹이 종료된다고 하더라도 저성장, 양극화, 국제 정세 불안 등 다양한 문제는 여전할 것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불안의 시대를 사는 소비자, 특히 MZ세대는 현실 세계에서 누리기 어려워지는 ‘의미 있는 관계’를 브랜드에서 찾고자 한다. 따라서 기업은 소비자에게 인간적으로 느껴지면서 의미 있는 사회적 관계의 대상으로 인식되는 ‘휴머니스틱 브랜드’를 추구해야 한다. 휴머니스틱 브랜드는 갈수록 강화되는 거대 플랫폼의 압력 속에서 개별 브랜드가 살아남을 수 있게 해주는 최고의 전략이 될 것이다. 휴머니스틱 브랜드와 유의미한 관계를 맺은 팬들이 기꺼이 브랜드를 수호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요즘 많은 사람이 느끼는 감정은 답답함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일 것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속을 걷고 있는 기분인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보급돼도 집단 면역 효과가 나타나려면 또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코로나19 사태가 종료된다 해도 사람들이 느끼는 불안감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다. 코로나19 전부터 저성장, 소득 양극화, 국제 정세 불안 등 다양한 문제가 이미 많은 사람에게 불안감을 주고 있었다. 환경오염으로 인한 기후변화, 정치의 양극화 현상 등에 대한 불안감도 여전히 이어질 것이다. 지금 기업에 필요한 것은 다시 예전과 같은 시절로 돌아가기를 바라며 무작정 기다리는 것이 아니다. 현재의 상황을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 특히 미래에 대해 큰 불안감을 느끼는 소비자에게 사랑받는 브랜드가 될 수 있도록 스스로를 탈바꿈해야 한다.

051

불안의 시대를 사는 소비자의 특성

불안의 시대에 소비자는 어떤 브랜드를 원할까?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을 찾는 것이 앞으로 많은 기업의 성공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필자는 한국과 미국의 소비자 1200명을 대상으로 미래에 대한 인식을 조사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연구에서 발견한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MZ세대(밀레니얼세대와 Z세대)의 미래에 대한 인식이 노인의 그것처럼 변해가고 있다는 점이다. 노인은 앞으로 살아갈 세월이 많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미래에 기회와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한창 젊은 MZ세대가 마치 노인처럼 자신의 미래에 기회와 가능성이 별로 남아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특히 미국의 MZ세대보다 한국 MZ세대에서 이런 경향성이 강하게 나타났다. 한국 젊은이들이 처한 사회적, 경제적 상황이 그들로 하여금 자신의 미래를 부정적이고 제한적으로 인식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의 흥미로운 발견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가진 소비자일수록 의인화(擬人化) 성향이 강하다는 점이다. 의인화란 사물을 마음과 감정을 가진 사람처럼 인식하는 것이다. 영화 ‘캐스트 어웨이(Cast Away)’의 주인공 톰 행크스가 배구공에 얼굴을 그리고 ‘윌슨’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서 윌슨과 대화하는 것이 바로 의인화 행동이다.

이러한 의인화 행동은 사람들이 외로움을 느끼고 친밀한 사회적 관계를 갖고 싶어 할 때 나타난다. 사물을 사람처럼 인식하고 상호작용함으로써 자신이 가진 관계에 대한 욕구를 채우려는 것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의인화 성향을 높이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미래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친밀한 사회적 관계를 통해 위로를 받고 싶어 하기 때문에 자기 주변의 사물을 사람처럼 인식하려는 성향이 강해진다.

이러한 사실들을 종합하면 불안의 시대를 살아가는 MZ세대의 소비자가 어떤 브랜드에 매력을 느끼는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 많은 MZ세대의 소비자가 자신의 미래에 불안감을 느끼고 친밀한 사회적 관계를 통해서 위로를 받고 싶어 한다. 따라서 이들은 인간적으로 느껴지며 자신과 의미 있는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브랜드에 호감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 즉, 불안의 시대를 사는 이들에게는 휴머니스틱(humanistic) 브랜드가 필요하다.

쉽게 쓰고 버리는 브랜드의 홍수 속에서

휴머니스틱 브랜드란 인간적으로 느껴지며, 의미 있는 사회적 관계의 대상으로 인식되는 브랜드를 말한다. 브랜드는 이미지 차원에서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될 수 있다. 하나는 소비자가 가진 문제를 해결해주는, 좋은 도구처럼 느껴지는 브랜드다. 다른 하나는 소비자에게 사회적 관계의 대상으로 느껴지는 브랜드다. 스마트폰을 예로 들면 삼성의 스마트폰은 도구적 이미지가 강한 반면 애플의 스마트폰은 관계적 이미지가 강하다. 또한 브랜드 이미지는 보편성 차원에서도 구분될 수 있다. 어떤 브랜드는 특수 계층의 소비자에게만, 또 어떤 브랜드는 많은 소비자에게 보편적으로 매력적인 존재로 인식된다.

052


따라서 브랜드를 [그림 1]과 같이 도구성-관계성 차원과 특수성-보편성 차원의 두 가지 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 중에서 휴머니스틱 브랜드는 관계성이 강한 동시에 보편적인 매력을 갖춘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휴머니스틱 브랜드는 소비자와 의미 있는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기 때문에 불안의 시대를 살아가는 소비자에게 큰 힘이 돼줄 수 있다. 게다가 휴머니스틱 브랜드는 브랜드에 차별성을 부여하는 역할도 한다. 최근 소비재 시장에서 나타나는 현상 가운데 하나는 대부분의 브랜드가 쉽게 쓰고 버리는 도구처럼 느껴진다는 점이다.

예전의 소비자는 브랜드와 적극적으로 상호작용했다. 자신이 구입한 제품을 정성껏 돌봐주고 쉽게 버리지 않았다. 원하는 제품을 얻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힘들게 노력해 갖게 된 제품이기에 소비자는 제품을 자신의 일부처럼 느끼며 큰 애착을 형성했다. 하지만 이제 이런 일은 잘 생기지 않는다. 제품이 너무 흔해졌기 때문이다. 생산 기술의 발달로 좋은 품질과 성능을 가진 제품이 넘쳐난다. 또 제품 가격은 그 어느 때보다 낮아졌다. 그렇다 보니 소비자는 이제 제품의 가치를 크게 인식하지 못한다. 쉽게 구매하고 그만큼 쉽게 버린다. 이런 현상은 소비자의 브랜드에 대한 인식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많은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의미 있는 존재로 인식되지 못하고,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도구로만 여겨진다.

그래서 휴머니스틱 브랜드의 역할이 중요하다. 쉽게 쓰고 버리는 도구처럼 느껴지는 브랜드들 사이에서 의미 있는 관계의 대상으로 느껴지는 브랜드는 소비자에게 다르게 느껴질 것이다. 즉, 휴머니스틱 브랜드는 브랜드 차별화 전략이 될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휴머니스틱 브랜드는 소비자의 의사결정을 돕는다. 최근 소비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선택지를 갖고 있다. 소비자의 선택지가 늘어난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문제는 선택에 고통이 수반된다는 점이다. 선택이 어려우면 소비의 즐거움이 반감된다. 자신이 선택한 제품에 대한 만족도 또한 낮아지게 된다. 그렇다 보니 많은 선택지를 일일이 비교, 평가하기보다는 누군가가 자신을 대신에 선택해주거나 추천해주는 것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휴머니스틱 브랜드는 소비자와 관계를 형성하기 때문에 소비자는 자신과 깊고 의미 있는 관계에 있는 브랜드의 선택과 추천을 적극 수용하게 된다. 이렇게 함으로써 소비자는 의사결정의 부담감을 줄이고 자신이 구입한 제품에 대한 만족도 역시 높일 수 있다. 즉, 휴머니스틱 브랜드는 수많은 선택지 앞에서 고민하는 소비자의 어려움을 경감시켜줄 수 있다.

054


‘관계의 진실성’ 추구하는 MZ세대

대략 현재 19세에서 40세에 해당하는 MZ세대는 소비 빈도가 높고, 유행에 민감하며, 입소문을 빠르게 만들어내기 때문에 소비재 기업에 가장 중요한 소비자 집단이다.

동시에 이들은 불안의 시대의 중심에 서 있는 세대이기도 하다. 코로나19, 저성장, 소득 양극화, 환경 문제 등 많은 사회적, 경제적 이슈가 이들로 하여금 자신의 미래에 대해 불안감을 갖도록 한다. 이러한 세대일수록 자신과 인간적인 유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휴머니스틱 브랜드를 선호한다. 즉, 이들은 거래적인 관계보다는 진실된 관계를 원한다.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브랜드가 MZ세대에게 인간적인 관계의 대상으로 인식되기 위해서는 ‘관계의 진실성’이 가장 중요하다.

휴머니스틱 브랜드의 조건 ① 진실성
소비자는 ‘거래’의 대상 아닌 ‘관계’의 대상

모든 기업의 목적은 이익 극대화다. 기업이 소비자에게서 가능한 한 많은 이익을 얻으려고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기업의 많은 활동에서 소비자로부터 이익을 얻으려고 하는 기업의 의도가 지나치게 드러난다는 점이다. 보통의 대인 관계를 생각해보자. 상대방에게서 자신을 이용하려는 의도가 감지되는 순간 우리는 그 사람을 경계하며 멀리한다. 소비자와 브랜드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기업의 마케팅 활동에서, 그리고 매장에서 상업적 의도가 강하게 느껴지면 소비자는 해당 기업을 경계한다. 브랜드에 거부감을 느끼고 매장을 방문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MZ세대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넷플릭스를 생각해 보자. 대부분의 콘텐츠 스트리밍 업체는 편당 결제 방식을 사용한다. 일부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하지만 인기 콘텐츠에는 개별 과금을 한다. 그리고 콘텐츠가 시작하기 전에 광고를 보여준다. 심지어 시청자가 돈을 낸 콘텐츠에도 광고를 튼다. 편당 결제 방식과 광고는 콘텐츠 스트리밍 업체가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자신을 상대로 돈벌이한다고 느끼게 할 뿐이다. 대안이 없는 소비자는 어쩔 수 없이 이를 받아들이지만 대안이 생긴다면 떠나고 말 것이다.

반면 넷플릭스에서는 월정액만 지불하면 모든 콘텐츠가 무료다. 광고도 전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은 넷플릭스가 상업적이라고, 자신을 상대로 장사하는 기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을 위해 존재하는 고마운 서비스라고 여긴다. 이것이 넷플릭스가 매우 적은 양의 콘텐츠로도 많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중요한 이유다.

이케아도 마찬가지다. 이케아는 좋은 품질과 디자인을 가진 가구를 최대한 저렴하게 판매하고자 노력한다. 또한 이케아 매장에선 매장에 전시된 소파에 누워 낮잠을 자도 아무도 제재하지 않는다. 환불 정책도 무척 관대하다. 환불 가능 기간이 무려 365일이고, 심지어 사용하던 가구도 1년 이내면 환불해준다. 또 매장에서 핫도그와 커피, 아이스크림 등을 원가 수준에 판매한다. 이러한 사실들 때문에 젊은 소비자들은 이케아를 상업적 존재로 인식하지 않는다. 자신을 위해 존재하는 고마운 브랜드라고 생각한다.

많은 한국 브랜드의 문제는 고객을 관계의 대상이 아닌 거래의 대상으로 생각한다는 점이다. 그렇다 보니 기업의 마케팅이나 영업 활동에서 상업적 의도가 지나치게 드러난다. 매장에서는 구매력에 따라서 소비자를 차별하는 경우도 빈번하고, 복잡한 가격 정책으로 소비자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일단 판매한 제품에 대해서는 교환이나 환불을 해주려고 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인간적인 관계의 대상으로 인식될 리 없다. 오히려 소비자로 하여금 브랜드를 경계하게 만들 뿐이다.

휴머니스틱 브랜드의 조건 ② 존경심
한계를 뛰어넘거나 사회적 변화에 힘쓰거나

관계의 진실성과 함께 휴머니스틱 브랜드가 되기 위한 중요한 조건은 존경심이다. 젊은 세대는 자신이 존경할 수 있는 인물과 가까워지고 싶어 한다. 존경할 수 있는 사람을 통해 삶의 지혜를 배우려 하고, 자신이 하지 못하는 것을 실천하는 사람에게서 대리 만족을 느끼기도 한다.

사람들이 존경심을 느끼는 대상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하나는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이다. 역경 속에서도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에게 우리는 존경심을 가진다. 다른 하나는 사회의 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다. 사회 부조리에 맞서 싸우거나 보다 바람직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은 큰 존경을 얻게 된다. 브랜드도 자신이 진행하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MZ세대의 존경심을 얻어낼 수 있다.

우선,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브랜드를 생각해 보자. 테슬라가 여기에 해당한다. 테슬라는 멈출 줄 모르는 주가 상승 때문에 지금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기업이다. 2019년 1월 63달러에 불과했던 주가가 올 2월 초 기준 880달러에 육박한다. 2년 만에 1400%나 상승한 것이다. 많은 사람이 테슬라의 기업 가치에 의문을 가진다. 테슬라가 만드는 전기자동차에 대해 품질 문제나 자율주행 사고 등 다양한 이슈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고, 충분한 이익을 내지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055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슬라의 주가가 이처럼 빠르고 높게 상승하는 이유는 많은 사람이 테슬라의 CEO인 일론 머스크를 믿기 때문이다. 머스크의 목표는 단지 전기자동차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인류에게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보급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 그래서 테슬라 자동차의 판매 가격을 지속적으로 낮추고, 배터리 효율을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또한 직접 태양광 발전 시설을 만들고, 저소득 국가에 가정용 태양광 발전기를 보급하고 있다. 그는 인류의 ‘화성 이주’를 위해 민간 우주 개발 사업까지 진행한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젊은 소비자가 머스크에게 존경심을 느끼고 그의 팬이 된다. 머스크는 아이언맨의 토니 스타크처럼 늘 스스로의 한계를 뛰어넘으려 노력함으로써 많은 이에게 영웅이 되고 있는 것이다.

056


사회 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브랜드도 소비자의 존경을 받는다. 좋은 예가 나이키다. 나이키는 예전부터 사회적 약자(장애인, 여성, 유색인종 등)를 응원하는 캠페인을 진행해 왔다. 그중에서도 가장 화제가 됐던 것은 2018년에 미식축구 선수 콜린 케이퍼닉을 전면에 등장시킨 광고다. 콜린 케이퍼닉은 인종차별에 항의하기 위해 경기 시작 전에 무릎을 꿇는 퍼포먼스를 했고, 이 일로 팀에서 방출됐다. 나이키는 이런 케이퍼닉을 광고 전면에 내세우며 대중에게 ‘희생이 뒤따르더라도 자신의 믿음을 버리지 말라’는 메시지를 내보냈다. 미국 내에서는 이 캠페인에 반발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 캠페인은 나이키 팬들에게 가장 나이키다운 모습으로 다가갔고, 브랜드에 대한 존경심을 더욱 강화하는 역할을 했다. 최근 나이키는 일본에서 재일(在日) 조선인 학생과 다인종 학생을 전면에 내세운 광고 캠페인을 내보내기도 했다.

사회 참여에 있어서 나이키보다 더 적극적인 것은 파타고니아다. 파타고니아의 환경보호에 대한 노력은 한국에도 잘 알려져 있다. 파타고니아 CEO 이본 시나드는 자신이 사업을 하는 이유가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말할 정도로 환경보호 활동에 앞장서는 인물이다. 매년 매출의 1%를 환경 단체에 기부하며, 제품의 생산 과정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고객들이 환경보호 활동에 동참하도록 독려한다. 심지어 미국 정부가 국립공원을 축소하려는 것에 반발해 트럼프 전 대통령을 고소하기도 했다.

2017년 트럼프 행정부는 유타주에 있는 베어스 이어스(Bears Ears) 국립공원의 면적을 85% 줄이고, 그랜드 스테어케이스-에스컬랜티(Grand Staircase-Escalante) 국립공원 역시 면적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막기 위해서 파타고니아가 트럼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자 미국 공화당 의원들은 트위터에 #BoycottPatagonia(파타고니아 불매)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파타고니아를 공격했다. 하지만 오히려 소비자로부터 비난을 받은 쪽은 공화당 의원들이었다. 이처럼 파타고니아는 행동과 실천에 앞장서는 기업이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MZ세대 소비자가 파타고니아에 강한 유대감을 느끼고 브랜드의 팬이 된다.

사람들은 자신이 존경할 수 있는 대상과 가까워지고 싶어 한다. 특히 MZ세대는 기성세대보다 사회 문제나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사회와 환경을 위해 노력하는 브랜드에 높은 호감을 가진다. 브랜드가 스스로의 한계를 뛰어넘고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한다면 MZ세대로부터 존경받으며 그들에게 의미 있는 관계의 대상으로 인식될 것이다.

그런데 명심해야 할 점이 있다. 브랜드가 사회적 기여나 환경보호 활동을 한다고 해서 곧장 소비자의 존경을 받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MZ세대의 소비자들이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다는 이유로 다양한 사회적 활동을 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많은 경우 MZ세대들로부터 큰 주목을 받지 못한다. 활동에서 진실성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MZ세대가 원하는 것은 사회적 활동 자체가 아니라 그 활동에서 느껴지는 진실성이다. 진실성이 없는 사회적 활동으로는 그들의 존경심을 얻어낼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하자.

아이스크림 회사 벤앤드제리스(Ben & Jerry’s)는 꾸준한 사회 활동으로 진실성을 인정받고 있다. 1978년 벤 코헨과 제리 그린필드가 회사를 공동 창업했을 때부터 이들은 사회적 활동주의(Social Activism)를 기업 활동의 주요 목적으로 삼고 여러 캠페인을 실천해왔다. 글로벌 기업인 이 회사는 미국에서는 인종차별 반대 및 형사사법 개혁 운동, 유럽에서는 난민 문제, 호주에서는 기후변화 문제에 주력한다. 2016년에는 두 창업자가 워싱턴DC의 국회의사당 앞에서 민주주의 촉구 관련 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체포되는 일도 있었다. 벤앤드제리스가 유니레버에 인수된 이후에도 이러한 기업 정신은 변하지 않았다. 유니레버 출신으로 2018년 벤앤드제리스 CEO에 취임한 매트 맥카시는 “사회적 활동주의는 벤앤드제리스의 DNA”라며 “사회 변화를 위한 활동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058


또한 이 회사는 최근 미국에서 화제가 된 ‘흑인 생명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이하 BLM) 운동’에 대해 이미 2016년, 지지 성명을 발표하고 관련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일례로 벤앤드제리스는 최근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St. Louis)에서 시민단체와 함께 캠페인을 벌여 이 도시의 악명 높은 교도소를 폐쇄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 교도소는 아직 유죄가 확정되진 않았지만 보석금이 없어 석방되지 못한 사람들을 가두는 시설인데 수감자의 95%가 흑인이었다(세인트루이스 인구 중 흑인 비중은 50%다). 시 당국은 교도소를 폐쇄하는 한편 흑인 등 소외 계층을 위한 직업 훈련과 주거 및 건강보험 지원 등에 많은 예산을 배정하기로 했다.

휴머니스틱 브랜드의 조건 ③ 사람
인간적인 매력과 일관된 진실성으로 다가가야

애플, 테슬라, 파타고니아, 나이키의 ‘조던’ 등은 현재 젊은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브랜드다. 그리고 이들의 공통점은 실제 사람이 브랜드 이미지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애플 하면 많은 사람이 스티브 잡스를 떠올린다. 테슬라는 테슬라의 전기자동차보다 일론 머스크가 더 유명하기도 하다. 파타고니아의 경우에도 많은 소비자가 파타고니아 창립자이자 CEO인 이본 시나드의 인간적인 매력에 이끌려 이 브랜드의 팬이 된다. 나이키의 조던은 아예 전설의 농구선수 마이클 조던이 브랜드가 된 경우다. 이들 외에도 많은 사람으로부터 사랑받는 브랜드 중에는 창업자나 CEO와 관련된 이야기가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경우가 많다.

이러한 브랜드는 실제 사람이 브랜드 콘셉트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브랜드가 도구처럼 딱딱하게 느껴지지 않고 마치 살아 있는 존재처럼 여겨지게 된다. 또한 브랜드를 상징하는 사람이 진실성 있는 모습을 보이고 사람들에게 존경받을 만한 활동을 하면, 소비자는 그것을 통해 브랜드의 진실성을 분명하게 전달받게 된다. 이런 점에서 실제 사람을 브랜드의 상징으로 삼는 것은 휴머니스틱 브랜드가 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사람이 브랜드의 상징으로 역할하려면 그 사람이 가진 이미지가 브랜드 이미지와 부합해야 한다. 그 사람의 말이나 행동이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나 철학과 맞지 않으면 브랜드의 상징이 될 수 없다. 가령 스티브 잡스는 사람 자체가 혁신적이고 도전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애플이 가진 혁신성에 대한 상징이 됐다. 만약 애플이 그러한 이미지를 가지지 않은 전문경영인을 전면에 내세웠다면 그 사람은 애플의 상징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또한 사람 자체에서 진실성이 느껴져야 한다. 진실성 없이 그저 마케팅 차원에서 사람을 노출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최근 한국에서도 사람이 브랜드의 전면에 나서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나 오뚜기그룹 회장의 자녀가 SNS를 통해 자신의 일상을 대중에게 자주 공개하는 것이 그러한 예다. 사람들이 이들의 SNS에 호감을 가지는 이유는 이들이 SNS에 올리는 사진이 진실돼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들은 기업 홍보팀과 관계없이 개인적으로 SNS 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활동은 브랜드에 인간적인 매력을 부여함으로써 브랜드에 대한 호감을 높이는 동시에 브랜드의 진실성을 전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반면 홍보 전략의 일환으로 기업의 창업자나 대표를 SNS에 자주 노출하는 것은 브랜드의 진실성을 반감시키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다.

사람을 브랜드의 상징으로 내세울 때도 중요한 것은 사람을 노출시키는 것 자체가 아니라 사람을 통해 전달되는 진실성이다. 만약 진실성을 전달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사람을 브랜드의 상징으로 내세워서는 안 된다. 이런 경우에는 고객 관계를 정비해 소비자가 진실성을 느끼도록 하고, 진정성이 전달되는 사회적 활동을 통해 소비자의 존경심을 얻어내는 것이 더 바람직한 방향이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일관되고 진실 되게 노력한다면 소비자들은 그러한 노력에 언젠가는 보답할 것이다. 벤앤드제리스가 존경받는 것도 오랜 세월 일관되게 사회적 진보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두 백인 남자가 세운 회사가 일찌감치 BLM 운동에 뛰어든 것도 벤 코헨이 ‘손 들었습니다. 쏘지 마세요(Hands Up, Don’t Shoot Me)’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우리에겐 사회에 만연한 인종차별 문제에 대해 발언하고 행동할 도덕적 의무가 있다”고 회사 구성원들을 설득했기 때문이다.

거대 플랫폼에 대항하는 최고의 전략

최근 소비재 시장은 거대 플랫폼에 의해 지배되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미국에서는 아마존이 40%에 달하는 시장점유율을 보유한다. 한국에서는 네이버 쇼핑과 쿠팡의 지배력이 나날이 커져가고 있다. 거대 플랫폼에는 많은 판매자가 모여들기 때문에 이들은 서로 경쟁하며 제품의 시장 가격을 무너뜨린다. 또한 많은 소비자가 플랫폼을 통해 제품을 구입하기 때문에 거대 플랫폼은 제조사와 유통업체의 온•오프 채널을 붕괴시킨다. 게다가 최근 들어서는 거대 플랫폼이 제품 유통을 넘어서 직접 자신의 브랜드 및 제품을 만드는 제조사 역할까지 하고 있다. 아마존은 450개에 달하는 자체 브랜드 및 아마존에서만 판매하는 전용 브랜드를 가지고 있고, 한국의 쿠팡과 마켓컬리도 수없이 많은 PB(Private Brand) 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거대 플랫폼들은 품질 좋은 PB 제품을 저렴하게 판매함으로써 많은 제조사와 유통업체를 어렵게 만든다. 플랫폼이 거대화할수록 제조사와 유통업체의 어려움은 커질 것이다. 많은 제조사와 유통업체가 거대 플랫폼의 하청업체가 될 위험에 놓였다. 거대 플랫폼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바로 브랜드의 팬을 만들면 된다.

사람의 뇌에는 이성의 뇌와 감정의 뇌가 있다. 이성의 뇌는 계산하고 비교하고, 감정의 뇌는 느끼고 사랑한다. 브랜드의 팬을 지배하는 것은 이성의 뇌가 아니라 감정의 뇌다. 브랜드의 팬은 경제적 혜택이나 편리함 때문에 브랜드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 브랜드에 일체감을 느끼고 브랜드에 강한 애착을 가지기 때문에 브랜드의 팬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브랜드의 팬은 거대 플랫폼이 다양한 제품을 아무리 저렴하게 판매하고 빠르게 배송해주더라도 자신의 브랜드를 지키고 응원한다.

휴머니스틱 브랜드는 소비자들에게 인간적인 관계의 대상으로 인식되고 그들이 가진 친밀한 사회적 관계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켜준다. 이런 역할을 제대로 해내는 브랜드는 당연히 많은 팬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팬들은 거대 플랫폼의 위협으로부터 브랜드를 지켜줄 것이다. 이런 점에서 휴머니스틱 브랜드는 거대 플랫폼에 대항하는 최고의 전략이 될 수 있다.


김병규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kyukim@yonsei.ac.kr
김병규 교수는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이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고 서던캘리포니아대(Unvercity of Southern California) 교수를 지냈다. 미국 마케팅협회 최우수논문상인 오델 어워드(O’Dell Award)와 폴 그린 어워드(Paul Green Award)의 유일한 한국인 수상자다. 저서로 『감각을 디자인하라(2016)』 『노브랜드 시대의 브랜드 전략(2020)』이 있다.
  • 김병규 |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김병규 교수는 서울대 심리학 학사, 경영학 석사를 받고 펜실베니아대 와튼경영대에서 마케팅 박사 학위를 받았다. USC마셜경영대학 교수를 거쳐 연세대 경영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미국 마케팅협회 최우수 논문상인 폴 그린 어워드(Paul E. Green Award)와 오델 어워드(William F. O'Dell Award)의 유일한 한국인 수상자다.
    kyukim@yonsei.ac.kr
    이 필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