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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2. 틱톡의 인기와 ‘숏폼’ 콘텐츠의 미래

부담 없이 Z세대 홀리는 ‘15초 마법’
‘더 재미있게’ 숏폼 플랫폼 춘추전국 시대

장재웅 | 311호 (2020년 12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2020년에는 가수 지코의 ‘아무노래 챌린지’를 시작으로 각종 챌린지가 유행했다. 그 수혜는 고스란히 틱톡의 인기로 연결됐다. 중국 바이트댄스가 만든 숏폼 콘텐츠 전용 플랫폼 틱톡은 숏폼 콘텐츠를 활용한 챌린지의 인기 속에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소셜미디어 서비스로 탄생했다. 틱톡은 친구 중심의 관계 맺기가 아닌 취향 중심의 소셜미디어라는 점에서 Z세대에 소구했고 철저히 재미에 치중하는 전략으로 대중적 인기를 얻었다. 또한 누구나 쉽게 동영상을 제작해 공유할 수 있도록 인터페이스를 직관적으로 만든 점도 인기에 한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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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소셜미디어 분야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은 서비스는 ‘틱톡(TikTok)’이다. 틱톡은 2016년 9월 탄생한 15초 전후의 숏폼(Short-form) 콘텐츠1 전문 유통 플랫폼으로 Z세대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전 세계에서 가장 핫한 소셜미디어 서비스로 성장했다. 틱톡의 전 세계 앱 다운로드 수는 iOS와 안드로이드 기기를 합쳐 20억 건을 넘었으며, 틱톡의 인기 덕분에 틱톡 운영사인 바이트댄스의 기업 가치는 1000억 달러(지난 9월 기준 1400억 달러)를 넘어섰다. 그 결과 바이트댄스는 2013년부터 줄곧 세계 최대 유니콘 기업 지위를 지키던 ‘우버’를 제치고 지난 2018년 11월 글로벌 유니콘 순위 1위에 등극하기도 했다.

이런 틱톡의 인기 배경에는 숏폼 콘텐츠가 있다. 과거 TV나 컴퓨터를 이용해 동영상을 시청하던 것과 달리 영상 콘텐츠 소비 패턴이 스마트폰 중심으로 바뀌면서 영상 콘텐츠 이용자들은 1시간이 넘는 TV드라마나 영화 대신 짧게 어디서나 끊어서 볼 수 있는 숏폼 콘텐츠를 선호하기 시작했다. 숏폼 콘텐츠의 주요 소비자는 ‘디지털 네이티브’인 Z세대들이다. Z세대는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스마트폰을 쥐고 성장한 ‘포노사피엔스(Phono Sapiens)’라고도 불린다. 또한 2005년 선보인 유튜브와 함께 자라 ‘유튜브 세대’라고도 불린다. 그러다 보니 이들은 호흡이 긴 TV보다는 상대적으로 길이가 짧은 유튜브에 더 익숙하고 이동 중에 볼 수 있는 짧은 영상 콘텐츠를 선호한다. 이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메조미디어가 조사한 ‘2020 숏폼 콘텐츠 트렌드’에 따르면 동영상 시청 시 선호 길이는 10대는 15.5분, 20대는 15.0분이었다. 15분을 넘으면 Z세대들의 선택을 받기 어렵다는 뜻이다. 결국 틱톡의 인기는 Z세대의 숏폼 영상 선호를 틱톡이 발 빠르게 캐치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틱톡의 인기는 다양한 ‘챌린지’의 유행을 불러왔다. 특히 국내에서 숏폼 콘텐츠를 이용한 챌린지 유행에 불을 지핀 것은 가수 지코다. 지코는 2020년 1월13일 자신의 신곡 홍보를 위해 ‘아무노래 챌린지’라는 영상을 틱톡을 통해 선보인다. 동영상을 본 많은 유명 연예인이 챌린지에 참여하면서 큰 인기를 얻었고 약 열흘 만에 해당 동영상은 1억 조회 수를 기록했다. 이후 틱톡을 활용해 숏폼 형식의 챌린지 영상을 만들어 신곡을 홍보하는 것은 가수들의 신곡 홍보에 꼭 필요한 필수 마케팅 수단이 됐다. 또한 많은 기업이 자사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한 틱톡 챌린지를 선보이면서 틱톡은 가장 각광받는 마케팅 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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숏폼 콘텐츠의 시작

틱톡은 숏폼 콘텐츠 전용 플랫폼이다. 그 때문에 틱톡의 성공을 논하려면 먼저 숏폼 콘텐츠가 무엇이고,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 숏폼 콘텐츠라는 말은 최근에 와서 널리 쓰이고 있지만 사실 숏폼 콘텐츠가 우리에게 낯선 것은 아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소셜미디어나 대형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짤 혹은 밈(meme)이라고 부르는 짧은 길이의 이미지들이 인기를 끌었다. 이렇듯 초기에는 정적인 이미지 파일로 출발해 ‘움짤’이라 불리는 애니메이션 형태의 gif 파일을 거쳐 완전한 동영상 파일 형태로 발전하며 소셜미디어를 통해 활발하게 콘텐츠가 공유된 것이 숏폼의 시초다.

그러다 2015년을 전후해 이런 숏폼 콘텐츠들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엿본 몇몇 기업이 숏폼 플랫폼 사업에 뛰어들면서 숏폼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계기가 됐다. 이때 발 빠르게 숏폼 시장에 뛰어든 업체로는 미국 트위터가 론칭한 6초짜리 짧은 동영상 공유 앱 바인(Vine)과 프랑스의 비방디(Vivendi)에서 만든 ‘Studio+’, 미국 버라이즌(Verizon)에서 내놓은 ‘Go90’ 등이 있다. 하지만 숏폼을 보고 즐기는 사람들은 늘었지만 이 당시 숏폼은 실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지 못했고 결국 2018년을 전후해 이들 업체는 서비스를 종료하게 된다. 그러면서 전 세계적으로 숏폼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식었다. “재미는 있지만 영상 콘텐츠 시장에서는 방법을 찾기가 어려운 것 같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틱톡 시대의 도래

이런 분위기를 바꾼 것이 중국 바이트댄스였다. 바이트댄스는 2012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장이밍(Zhang Yiming)이 설립했다. 설립과 동시에 장이밍은 유머 공유 플랫폼 ‘네이한 두안지(Neihan Duanzi)’를 출시했고 5개월 뒤 인공지능(AI) 뉴스 앱 ‘진르 터우탸오(Jinri Toutiao, 오늘의 헤드라인)’를 내놨다. 터우탸오가 출시 후 빠르게 중국 최대 뉴스 앱으로 자리매김하면서 바이트댄스는 기업 가치 24조 원 이상을 평가받으며 빠르게 성장했다. 그리고 바이트댄스는 2016년 9월 15초짜리 짧은 동영상을 제작, 공유하는 비디오 플랫폼인 ‘더우인’을 출시하며 본격적으로 숏폼 콘텐츠 시장에 진출했다. 당시 바이트댄스의 벤치마킹 모델은 2014년 미국에서 출시돼 큰 호응을 이끌어낸 ‘뮤지컬리(Musical.ly)’라는 앱이었다. 뮤지컬리는 이용자가 립싱크 영상을 찍어 공유하는 플랫폼으로 재밌는 영상 제작에 필수인 음악을 자유롭게 쓸 수 있고 누구나 쉽게 영상을 제작할 수 있어 큰 인기를 끌었다.

바이트댄스는 더우인 출시 1년 만에 중국과 태국에서 1억 명의 이용자를 모았다. 그리고 그 기세를 몰아 더우인의 글로벌 버전인 ‘틱톡’을 2017년 9월 출시한다. 바이트댄스는 틱톡 출시와 함께 같은 해 11월 초기 벤치마킹 대상이었던 뮤지컬리를 10억 달러에 인수하는 데 성공하는데 뮤지컬리 인수는 틱톡의 글로벌 인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바이트댄스는 이후 2018년 8월 틱톡과 뮤지컬리를 틱톡이라는 이름 아래 하나로 합치면서 틱톡 생태계를 완성한다. 이렇게 탄생한 틱톡은 월평균 이용자 8억 명, 전 세계 누적 다운로드 수 20억 회를 기록하며 바이트댄스를 세계에서 가장 비싼 몸값의 스타트업으로 올려놓았다. 틱톡은 현재 150여 국가에서 75개 언어로 제공되고 있으며 2020년 1분기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앱이자 4번째로 많은 매출을 발생시킨 앱이기도 하다. (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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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틱톡은 숏폼 동영상 시장을 노리고 출시한 퀴비(Quibi)나 페이스북의 ‘라쏘’, 인스타그램의 ‘IGTV’ 등을 모두 시장에서 철수시킬 정도로 압도적인 글로벌 영향력을 보여왔다. ‘숏폼 콘텐츠 = 틱톡’이라는 공식이 나올 정도였다.

짧고 재밌는 15초의 마법, Z세대를 홀리다

그렇다면 날고 기는 소셜미디어 업체들이 내놓은 숏폼 콘텐츠 전문 플랫폼들과 비교해 틱톡이 인기를 끌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바로 숏폼 콘텐츠에 익숙한 Z세대를 홀렸기 때문이다.

앞서 설명한 대로 틱톡의 아이디어는 새롭지 않다. 이미 틱톡보다 먼저 숏폼에 관심을 가진 기업들이 있었다. 하지만 모두 수요 확대에 실패하며 서비스를 접었다. 이들 서비스는 대부분 기존 소셜미디어 내에 숏폼 콘텐츠를 공유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기존 이용자들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트위터의 바인은 트위터 사용자들만 이용했고 페이스북의 라쏘도 페이스북 사용자들에게만 활용됐다. 그러나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은 모두 Z세대가 즐겨 쓰는 소셜미디어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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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톡 출시 이전에 Z세대는 숏폼 콘텐츠를 ‘스냅챗’을 통해 공유했다. 스냅챗은 바인 등을 통해 제작한 짧은 동영상을 지인들에게 공유하는 통로로 쓰였다. 스냅챗은 Z세대가 숏폼 콘텐츠 공유에 자사의 서비스를 활용하는 것을 보고 스냅챗 내에 스티커와 AR 마스크 기능을 추가했다. 그 덕분에 한동안 스냅챗은 Z세대에게 인기 있는 메신저 중 하나가 된다. 하지만 Z세대는 유행에 민감하고 항상 새로운 것을 찾는 세대다. 그 때문에 스냅챗의 인기도 오래가지 못했다. 스냅챗 이후 Z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끈 서비스는 립싱크 앱인 ‘덥스매시(Dubsmash)’다. 덥스매시는 앱이 제공하는 음성을 활용해 립싱크 동영상을 제작하는 서비스로 할리우드 배우 등이 사용하면서 사용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렇다고 덥스매시가 Z세대의 니즈를 100% 충족해 준 것은 아니었다. 스냅챗이나 덥스매시 모두 기본 속성은 메신저였다. 덥스매시가 스냅챗과 다른 점은 덥스매시에서 직접 동영상을 만들 수 있다는 점뿐이었다. 결국 덥스매시 역시 생성한 동영상을 누군가에게 보여주려면 메시지로 보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스냅챗이나 덥스매시 유저도 결국에는 생성한 동영상을 불특정 다수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는 유튜브를 활용할 수밖에 없었다. 즉, 결국 틱톡의 대중화 이전에는 동영상을 만드는 곳과 동영상을 불특정 다수를 위해 게재하는 곳이 달랐다. 그래서 동영상은 만들어진 후 여러 소셜미디어로 흩어져 버렸다.

이에 반해 틱톡은 숏폼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콘텐츠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플랫폼을 표방했다. 그리고 이런 틱톡의 전략은 이전까지 숏폼 콘텐츠를 즐기지만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기존 소셜미디어를 좋아하지 않는 Z세대를 틱톡 생태계 안으로 불러들였다. 틱톡은 스냅챗처럼 스티커를 활용할 수도, 덥스매시처럼 립싱크 동영상을 제작할 수도 있을 뿐만 아니라 훨씬 다양한 장르의 짧은 동영상을 제작할 수 있게 돕고, 이를 하나의 프로필에 모아서 보여주는 소셜미디어 기능을 한꺼번에 제공한다. 이전부터 있던 짧은 동영상이라는 아이디어를 포화 상태라고 여긴 소셜미디어 시장에서 유튜브와 비슷한 속성의 소셜 플랫폼과 결합해 틈새를 연 것이다. 그 덕분에 Z세대의 흩어진 수요가 틱톡이라는 하나의 플랫폼에 집중적으로 몰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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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노래 챌린지’가 뜬 까닭은?

틱톡의 유행과 함께 2020년 가장 화제가 됐던 것이 바로 각종 챌린지의 유행이다. 특히 지코의 ‘아무노래 챌린지’는 지코의 팬뿐 아니라 연예인, 인플루언서 등이 대거 참여하면서 콘텐츠가 틱톡을 넘어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유튜브 등으로 재확산됐고 그 결과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증가한 것도 이러한 챌린지형 콘텐츠가 급격하게 확산될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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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맥락에서 올 한 해 틱톡 등 소셜미디어에서 유행한 해시태그 챌린지들은 코로나19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연관성이 있다. 400번을 저어야 만들 수 있는 ‘달고나커피’를 제작하는 #달고나커피만들기 챌린지나,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유행한 #방꾸며방 챌린지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단순히 놀이나 홍보 수단을 넘어 사회적 논란 및 이슈를 위해서도 활용됐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극복을 염원하고 의료진을 응원하기 위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지난 4월 시작한 ‘#덕분에챌린지’는 ‘#의료진덕분에’ ‘#thankstochallenge’ 등의 해시태그와 함께 셀럽과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까지 참여하는 등 온 국민의 참여를 일으켰다. 이처럼 챌린지의 장점은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데 있기 때문에 광고주나 마케팅 담당자에게 매력적인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다.

‘재미’라는 가치에 최적화된 플랫폼 틱톡

글로벌 시장 조사 업체 스타티스타(Statista)와 미국의 시장 조사 기관 이마케터(eMarketer) 등의 통계에 따르면 월 사용자 수 기준 글로벌 소셜미디어 순위는 페이스북(26억 명), 왓츠앱(20억 명), 유튜브(20억 명), 위챗(12억 명), 인스타그램(11억 명), 틱톡(8억 명), QQ(7억 명), 웨이보(6억 명) 순으로 틱톡은 6위를 차지하고 있다. 단순히 숫자만 보면 여전히 페이스북의 3분의 1 수준이다. 하지만 유튜브 등 글로벌 소셜미디어들이 10년 이상 업력을 보유한 것과 달리 틱톡은 출시 3년 만에 순위권에 진입했고 꾸준히 사용자 수를 늘리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특히 초기 Z세대만 사용하던 앱에서 최근에는 전 연령대가 사용하는 앱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이 같은 틱톡의 인기 비결에는 기존의 소셜미디어들과는 차별화되는 경쟁력이 있다. 그리고 그 차별점의 핵심은 바로 그동안 통용돼 오던 기본 서비스와의 차이에서 나온다.

1. 친구의 틀을 벗어난 소셜미디어

기존 소셜미디어들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관계의 중심이 ‘친구’라는 점이다. 트위터의 팔로잉이나 페이스북의 친구 맺기가 대표적이다. 이들 소셜미디어는 팔로우나 친구 맺기를 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의 콘텐츠를 볼 수 없다. 다시 말해, 내 타임라인에는 아무것도 올라오지 않는다. 하지만 틱톡은 다르다. 틱톡을 실행하면 인공지능이 추천하는 ‘For you’ 기능이 나에게 맞는 콘텐츠를 추천한다. 그리고 당신이 어떤 콘텐츠를 보는지에 따라 추천 기능이 강화된다. 또한 만약 해시태그(#)를 활용해 검색을 하거나 마음에 드는 콘텐츠에 하트나 댓글을 달고 공유를 하면 그 정보를 가지고 이용자의 취향과 기호를 분석해 더 나은 추천 결과물을 보여준다. 이런 친구의 틀을 뛰어넘는 서비스는 소셜미디어상에서 누군가와 관계를 만드는 데 있어서 느끼는 부담을 없애준다. 타인 혹은 지인과 관계를 관리하고 이어나가는 것이 기존 소셜미디어의 기본 콘셉트였다면 틱톡이 보여주는 미래는 콘텐츠 자체의 소비가 중심이 되는 구조다. 즉, 관계 맺기가 아닌 콘텐츠를 가볍게 공유하고 즐기는 것이 새로운 소셜미디어 활용 트렌드라는 것을 틱톡은 잘 보여주고 있다. 이는 ‘가벼운 취향 위주의 관계’를 선호하는 Z세대의 특성에 잘 부합한다.

2. ‘재미’ 이상의 가치는 없다

틱톡의 인기 원인 중 두 번째는 틱톡이 철저히 ‘재미’ 위주의 플랫폼이라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짧은 시간만 투자하면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또한 보다가 재미를 느끼면 바로 마음에 드는 크리에이터와 댓글 등으로 소통할 수도 있다. 짧은 시간에 재미를 추구할 수 있다는 장점은 콘텐츠 소비자의 심리적 장벽을 낮춘다. 말 그대로 ‘이것만 보고…’라는 생각을 해도 무리가 없는 15초라는 콘텐츠 길이는 소비자들이 콘텐츠 소비 시간에 대한 부담을 덜어준다. 또한 이동 중에도 편하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많은 동영상 시청자가 동영상을 스마트폰으로 이동 중에 본다. 이들 시청자에게 1시간이 넘는 길이의 콘텐츠는 중간에 시청을 중단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스럽다. 틱톡의 콘텐츠들은 15초라는 길이의 한계상 심오한 내용의 콘텐츠보다는 남다른 제작물이나 멋진 춤, 노래 등 재미와 놀이 위주의 콘텐츠들이 주를 이룰 수밖에 없었다. 즉, ‘가볍게 즐기는 재미있는 콘텐츠 소비가 이 서비스의 핵심’이다. 또한 틱톡은 뮤지컬리를 인수하면서 여러 최신 음원 라이선싱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 덕분에 10대 이용자들이 아이돌 인기 음원을 골라 영상에 넣고 공유한다. ‘오나나춤’ 등 특정 음원을 가지고 만든 콘텐츠가 틱톡 이용자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게 된 비결이기도 하다. 틱톡이 가진 다양한 증강현실(AR) 필터 역시 틱톡만의 재미 포인트다. 배경에 눈이 내리는 모션을 넣거나 내리던 비가 갑자기 멈추는 모션을 넣을 수 있다. 이용자가 영상에 마음대로 다양한 효과를 손쉽게 넣는다.

3. 누구나 쉽게 동영상을 제작할 수 있다

틱톡의 가장 큰 장점은 누구나 동영상 편집을 쉽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틱톡은 철저히 모바일 기반의 플랫폼이다. 스마트폰 등 디바이스만 있으면 언제든지 동영상을 제작해 업로드하고 이를 즐길 수 있다. 특히 틱톡은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를 바탕으로 누구나 쉽게 동영상 촬영과 편집, 필터 처리, 스티커 처리 등을 할 수 있다. 음원 저작권 문제도 한국음악저작권협회와 라이선스 체결로 마음대로 쓸 수 있다. 촬영과 동시에 영상 속도 조절, 각종 효과 삽입, 배경음악 삽입이 가능한 것도 차별점이다. 촬영과 거의 동시에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 합성도 용이하다. 즉, 틱톡은 콘텐츠를 만들고 즐기고자 하는 소비자들이 언제든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바로 제작을 할 수 있는 환경을 갖췄다는 장점이 있다. 영상을 자르고, 붙이고, 배경음악을 깔고 효과를 추가해 렌더링을 거치고 인코딩을 해야 하는 기존의 동영상 제작 과정을 간편화했을 뿐만 아니라 올리고, 확산하고, 공유하는 것도 매우 쉽게 만들어 놓았다. 또한 굳이 가로로 스마트폰을 돌리지 않고 세로로도 영상을 찍어 올릴 수 있도록 한 것도 대표적인 사례다.

틱톡의 위기와 숏폼 플랫폼 춘추전국 시대

승승장구하던 틱톡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미국과 호주, 인도 등의 국가들에서 틱톡에 대한 규제를 선언하면서 기업의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표면적으로 미국, 호주 등이 내세우는 틱톡 이용 금지 이유는 ‘신뢰할 수 없는 개인정보 보호’와 ‘보안’의 문제다. 틱톡이 개인정보를 수집해 중국 정부에 넘기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6월 틱톡이 클립보드 내용을 무단으로 수집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새로운 아이폰 운영 체제 iOS14 버전은 앱이 클립보드에 접근할 경우 팝업을 띄워 이를 알려주는데 틱톡을 실행한 채 텍스트를 입력하면 팝업창이 지속해서 뜨는 것으로 나타났다. 틱톡은 ‘iOS14의 버그 때문’이라고 일축했으나 개인정보 수집 및 취급 과정에 대해 명확히 설명하지 않았다. 틱톡이 미국 사용자 데이터를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지도 투명하지 않다. 틱톡은 모든 미국 사용자 데이터는 미국에서 저장하고 있으며 싱가포르에서 백업하고 있으므로 중국 법의 적용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 외 다른 나라의 개인정보는 어떤 방식으로 저장되는지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한 이유로 2020년 현재 미 국방성, 육군, 해군, 해병대, 공군, 해안 경비대 등 모든 미군은 안보 위협이라는 명목으로 틱톡 사용을 금지했다. 보안과 신뢰의 문제는 앞으로 틱톡이 성장하는 데 있어서 해결해야 할 큰 이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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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하면 틱톡의 위기를 틈타 야금야금 그 아성에 도전하는 업체들도 생겨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틱톡보다 더 짧은 6초짜리 동영상 앱을 공유하는 플랫폼 바이트(Byte), 중국에서 틱톡과 함께 숏폼 플랫폼 시장을 이끌고 있는 ‘진(Zynn)’, 최근 미국 증시 상장을 선언한 뮤직비디오 공유 앱 트릴러(Triller) 등이 대표적이다. 페이스북의 자회사인 인스타그램 역시 인스타그램 내 인앱 숏폼 기능이 추가된 ‘릴스(Reels)’를 선보이며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미디어 회사들 역시 OTT 서비스를 선보이며 숏폼 콘텐츠 시장에 대한 관심을 높여가고 있다. 지난해 디즈니플러스를 선보인 디즈니와 HBO가 선보인 HBO 맥스(MAX), NBC유니버설의 피콕(Peacock) 등이 대표적이다. 거대 미디어 기업의 경우 자체 방송 채널만으로는 숏폼 콘텐츠를 선보이기 어려웠지만 자사의 OTT를 가지게 되면서 숏폼 콘텐츠를 서비스하기가 쉬워졌다. 콘텐츠가 재미있고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기만 한다면 숏폼 콘텐츠를 바로 서비스하며 OTT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환경을 갖춘 것이다.

퀴비의 실패와 유튜브의 맹추격,
틱톡의 선택은?

하지만 숏폼 콘텐츠가 유행이라고 해서 모든 숏폼 콘텐츠 플랫폼이 이용자의 선택을 받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4월 출시됐다 6개월 만에 서비스를 종료한 동영상 스트리밍 앱 퀴비(Quibi)다. 퀴비는 2020년 4월6일 출시된 동영상 스트리밍 앱이며 그 의미는 ‘한 입 거리’라는 뜻의 Quick-bites이다. 짧은 시간에 간편하게 볼 수 있는 숏폼 콘텐츠 특징을 살린 이름이라 볼 수 있다. 퀴비는 드림웍스 공동 창업자이자 월트디즈니스튜디오 전 회장이었던 제프리 카젠버그와 HP•이베이의 CEO 출신 맥 휘트먼이 만든 OTT 서비스로 2조 원을 투자 유치하고, 오리지널 콘텐츠만을 내세웠지만 출시 6개월 만에 폐업했다. 출시 전부터 스티븐 스필버그, 샘 레이미, 기예르모 델 토로, 리암 헴스워스 등 여러 유명 감독과 배우가 합류해 이목을 끌었지만 누구나 콘텐츠를 제작하는 틱톡과 달리 전문가들이 만든 숏폼 동영상만을 유통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실패를 맛봤다. 결국 숏폼 콘텐츠 플랫폼 역시 이용자들을 플랫폼 안으로 끌어들여 플랫폼 안에서 다양한 놀이를 즐기도록 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런가 하면 틱톡의 위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패하긴 했지만 미국의 틱톡 규제 의지는 여전한 상황이다. 지난 8월14일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정부가 틱톡을 통해 미국 내 사용자 1억 명의 개인정보에 접근할 수 있기에 국가 안보에 중대한 위협을 가한다”고 주장하면서 미국 기업의 틱톡 인수를 추진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90일 이내 매각하지 않을 경우 미국 내 틱톡 사용을 금지하는 행정 명령을 발효했고, 당초 매각 시한은 11월12일까지였다. 이에 따라 지난 9월 바이트댄스는 오라클과 월마트 컨소시엄을 틱톡 미국 사업부 인수 대상자로 결정했다. 다만 당시 중국 당국이 새로 발효한 기술 수출 규제 방안에 맞춰 완전 매각이 아닌 바이트댄스가 일부 지분을 유지하면서 월마트•오라클에 콘텐츠•사용자데이터를 포함한 미국 사업부 운영 전권을 넘기는 방안으로 거래를 추진했다. 이후 양측은 ‘틱톡 글로벌’을 새롭게 출범하기로 하고 미국 정부로부터 예비 승인까지 받았지만 틱톡 글로벌의 지배구조를 두고 거래 과정이 지연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동영상 콘텐츠 플랫폼의 강자 유튜브가 틱톡을 타깃으로 유튜브 쇼츠를 연말에 선보인다. 틱톡처럼 사용자는 짧은 길이의 영상을 업로드할 수 있다. 유튜브뮤직이 음악 라이선스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유튜브 모바일 앱의 일부 서비스가 될 전망이다. 현재 유튜브가 보유하고 있는 사용자 수와 세대의 다양성을 보면 틱톡보다 더 숏폼 콘텐츠 제작이 활성화될 것이라 예상한다. 유튜브를 이용하는 사용자들, 유튜브가 가진 음원 저작권, 유튜브라는 큰 영상 플랫폼을 합친다면 비록 틱톡보다 늦은 서비스일지 몰라도 충분히 역전이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틱톡의 경쟁력은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에서 나온다. 틱톡의 알고리즘은 경쟁사 대비 독보적이라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틱톡의 모회사 바이트댄스는 중국 내에서 맞춤형 뉴스 추천 서비스(터우탸오)로 상당한 인공지능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 여기에 틱톡 챌린지 등을 통한 바이럴 확산 전략과 이용자들이 쉽게 모바일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게 하는 인터페이스 등은 심화되는 숏폼 콘텐츠 시장의 경쟁 속에서도 틱톡이 꾸준히 현재의 지위를 유지할 것이라는 분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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