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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ase Study:빙그레의 마케팅 성공 전략

고객과 함께 브랜드를 갖고 놀았을 뿐인데…
‘도른자 마케팅’으로 활짝 웃는 ‘빙그레’

김성모 | 310호 (2020년 12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빙그레가 바나나맛우유부터 슈퍼콘, 빙그레우스, 꼬뜨게랑까지 잇달아 마케팅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MZ세대(밀레니얼, Z세대)를 ‘취향 저격’한 이 마케팅들은 매출 증대로까지 이어지면서 업계에서 마케팅 모범 사례로 꼽히고 있다. 빙그레는 어쩌다가 마케팅을 잘하게 됐을까. ‘도른자(돌은 자, 기발한 아이디어를 빗댄 표현) 마케팅’으로 입소문 난 빙그레 마케팅의 성공 비결을 3가지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SNS 마케팅으로 작은 성공을 거두면서 회사 내부에 실무자를 믿고 중요한 결정을 맡기는 분위기가 생겨났다. 임파워먼트(Empowerment)가 조직에 자연스럽게 자리하면서 일선에서 다양한 아이디어가 발굴됐다.

2. 마케팅팀원들은 고객들이 자사 제품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고, 언제, 어떻게, 이용하는지 상세하게 관찰했다. 소비자행동 분석을 한 뒤에는 소비자와 함께할 수 있는 마케팅을 기획했다.

3. 평범한 마케팅이 아닌 자사 제품에만 딱 들어맞는 마케팅을 고안했다. 또 아이디어 단계부터 매출로 연관될 마케팅인지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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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난 빙그레 왕국의 왕자 ‘빙그레우스 더 마시스(맛있어)’라고 하오. 빙그레가 창립 53주년을 맞아 나를 탄생시켰소. 처음 셀카를 시작으로 SNS에 사진을 올렸는데, 단시일에 이렇게까지 인기가 많아질지 예상치 못했소. 후훗. 우리 왕국이 지금 난리도 아니오. 그런데 훤칠한 내 외모(?) 때문인지 처음에는 놀란 이들이 많았다고 들었소. 인스타그램에 사진이 올라오자마자 고객센터(CS)에 “계정이 해킹당한 것 같다”고 문의가 왔었다고 하던데. 너무 놀라 팔로우를 끊은 고객들에게는 미안한 마음을 전하오. 물론 다시 돌아왔겠지만.

내가 인기를 끌면서 말이 참 많이 돌았소. ‘도른자(돌은 자, 기발한 아이디어를 빗댄 표현) 마케팅’부터 재능을 낭비했다고 ‘재능 낭비 갑이다’ ‘약 빤 마케팅이다’ 등 평가가 다양하던데, 잘 떠올려보면 빙그레는 최근 5년간 고객들의 빙그레 웃음을 위해 최선을 다 해왔소. 바나나맛우유만 해도 카페(옐로우카페)부터 마이스트로우(바나나맛우유만을 위해 디자인한 빨대 제품), ‘바나나맛우유 X 올리브영’ 컬래버레이션 다 잘 됐지. 매장 열기 전 줄을 서는 ‘오픈런’의 시초가 스타벅스가 아니라 빙그레였다는 건 아시오?

이게 다가 아니오. 빙그레는 노는 물이 다르오. 세계적인 축구 스타 손흥민에게 막춤을 시켰소. “슈퍼손 슈퍼콘 슈퍼 슈퍼 손손∼∼” 나온 지 얼마 안 된 이 콘 아이스크림에 경쟁사가 움찔했다더군. 동료들이 “쏘니 요즘 경제적으로 어려워? 왜 이런 CF 찍었어”라고 놀렸다는 이야기를 듣고 솔직히 좀 짠하기도 했소. 우린 성공했지만. 이외에 꽃게랑 패션 브랜드 ‘꼬뜨게랑’도 MZ세대(밀레니얼, Z세대)를 제대로 ‘취향저격’했지. 그런데 이 마케팅들의 공통점이 뭔지 아시오. 모두 대박이 났다는 거요. 흥행만 한 게 아니라 매출도 껑충 뛰었소. 꼬뜨게랑 옷은 완판돼서 못 구하오.

요즘 어딜 가나 나한테 묻는 게 있소. 타사 마케팅 담당자뿐만 아니라 영업, 인사 등 여러 팀 회사원들이 똑같은 것을 묻더군. “어떻게 (결재) 통과했어요?” 사실 이건 우리 1급 기밀인데, DBR가 하도 알려달라고 왕국을 찾아와 특별히 공개하기로 했소. 내가 마케팅팀 책임자 4명을 보내 ‘고객들을 웃게 만드는 법’을 가감 없이 공유했으니 많이 배워가시오. 아! 대신 빙그레 인스타그램 계정 팔로우를 부탁드리오. 현재 팔로워 수가 15만 명을 넘어서서 궁한 건 아니오. 절대 아니오. 하하.


“회사를 망치려고 그러십니까?”

마케터들의 ‘빙그레 로고’ 극복기

2009년 이수진 빙그레 Dairy팀장이 사원 때 일이다. 온라인 프로모션용 아이템을 기획하다가 회사 대표 상품인 바나나맛우유를 캐릭터화했다. 바나나맛우유에 팔, 다리를 붙이고 몸을 기울인 귀여운 이미지를 구상한 것. 그런데 기획안을 본 상사의 반응이 시원찮았다. 회사 고유 자산의 ‘형태(shape)’를 훼손했다는 지적이었다. 바나나맛우유의 회사 내 위엄은 대단했다.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역사도 오래됐기 때문이다. 바나나맛우유는 회사 CEO 못지않은, 그보다 더 신성한 존재였던 것이다.

이 때문에 이 팀장이 바나나맛우유 마케팅에 조금이라도 B급 요소를 담아내려고 하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네가 회사를 망치려고 그러냐”는 핀잔이 돌아왔다. 씹고 뜯고 맛보고 즐겨야 하는 마케터 입장에서는 여간 곤혹이 아닐 수 없었다.

당시 빙그레 마케팅팀은 조직이 크고 무거웠다. 결재 라인도 그만큼 길 수밖에 없었다. 마케팅팀은 홍보팀과 묶여 있었다. 현재처럼 유제품(Dairy팀), 아이스크림(냉동BM팀), SNS(미디어전략팀) 등으로 성격에 맞게 팀이 나뉘어 있지도 않았다. 조수아 미디어전략팀 차장은 “마케팅1실, 2실로 나뉘어 있었는데 팀 자체가 크다 보니 팀 안에서 업무의 우선순위도 있었고, 빠른 속도로 변하는 마케팅 트렌드를 따라갈 상황 자체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DBR mini box I
빙그레 마케팅팀 ‘히트작’ 소개

1. 1974년생 바나나맛우유의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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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그레는 2016년 서울 중구 현대시티아울렛 동대문점에 바나나맛우유를 테마로 한 ‘옐로우카페’를 열었다. 카페는 노랑 배경의 따뜻한 분위기로 꾸며졌다. 내부에는 사람 키만 한 바나나맛우유 모형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곳에선 바나나맛우유 모양의 열쇠고리(키링)도 판매했는데, 이를 사기 위해 수백 명이 오픈 시간 전에 줄을 늘어서기도 했다. 인기에 힘입어 옐로카페는 제주에 2호점까지 매장을 내기도 했다. 매장 2곳에는 총 43만 명의 고객이 다녀갔다.

이를 계기로 빙그레는 본격적으로 바나나맛우유 마케팅을 펼쳤다. 올리브영과 협업해 바나나맛우유를 코스메틱 형태로 만들었다. 보디워시, 보디크림은 출시 즉시 화제를 모으며 초도 물량 2만 개가 10일 만에 완판됐고, 추가 주문된 30만 개도 전부 팔렸다. 2017년 휠라코리아와 만든 ‘메로나×휠라코리아’ 운동화와 슬리퍼, 모자 등도 2주 만에 완판. 빙그레는 메로나 브랜드로 칫솔, 케이크 등도 선보였다.

2017년 펼친 ‘마이스트로우(빨대)’ 마케팅도 화제가 됐다. 이때 빙그레는 영국 유명 디자인 컨설팅회사 키네어 듀포트와 다양한 모양의 빨대를 만들어 판매했다. 링거스트로, SOS스트로(분무기), 자이언트 스트로, 러브스트로 등 젊은 층이 좋아할 만한 아이템을 선보여 재밌고 색다르게 바나나맛우유를 맛볼 수 있게 했다.

최근에는 바나나맛우유를 새로운 맛으로 표현한 ‘단지가 시리즈’를 이어가고 있다. 오디맛우유를 시작으로 리치피치맛, 바닐라맛, 호박고구마맛, 캔디바맛 등 다양한 맛과 색의 바나나맛우유가 출시됐다. 가수 아이유와 바나나맛우유 용기 재활용을 알리는 ‘단지 세탁소’ 캠페인도 펼치고 있다. 바나나맛우유 제품의 연 매출은 2015년 1700억 원에서 2017년 2000억 원, 2019년 2200억 원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제품 고유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소비자들에게 새롭게 다가간 마케팅 전략이 뒷받침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 슈퍼 슈퍼 슈퍼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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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로나, 투게더, 붕어싸만코 등 아이스크림에서 승승장구해 온 빙그레에도 고민이 있었는데 바로 ‘콘 시장’이었다. ‘슈퍼콘’은 아이스크림콘 시장에서 만년 꼴찌였던 빙그레가 5년 연구 끝에 2018년 5월 선보인 야심작이다. 출시 첫해 아이돌 그룹 워너원을 모델로 쓰고 수십억 원을 광고비에 쏟아부었지만 기대만큼의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세계적인 축구 슈퍼스타 손흥민을 광고 모델로 쓰면서 돌풍을 일으켰다. “슈퍼손 슈퍼콘 슈퍼 슈퍼 손손∼∼” 중독성 있는 가사와 손흥민의 어설픈 춤이 해외에서 먼저 화제가 되면서 국내에서도 크게 주목받았다. 수많은 패러디 영상까지 등장했다. 지난달 말 기준 슈퍼콘 유튜브 영상 조회 수는 529만4115건이다. 이 광고로 슈퍼콘은 매출이 늘어나면서 업계 3위 ‘구구콘(롯데푸드)’을 제쳤고, 최강자 ‘월드콘(롯데제과)’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이후 빙그레는 슈퍼콘의 광고 모델로 유재석을 택했으며 현재는 트로트 가수 영탁이 슈퍼콘을 널리 알리고 있다.

3. 도른자 마케팅 빙그레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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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그레우스 더 마시스(맛있어)는 빙그레가 창립 53주년을 맞아 기획한 브랜딩 마케팅이다. 순정 만화 주인공 같은 캐릭터를 만들어 올해 2월 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처음 이를 공개했다. 주인공은 빙그레 로고 모양의 귀걸이를 하고 빨간 머리에 바나나맛우유 왕관을 썼다. 빵또아 바지에 꽃게랑+메로나 봉을 드는 등 빙그레 제품들로 몸을 치장했다. 그는 자신을 ‘빙그레 왕국의 왕위 계승자’라고 밝히며 “아버지로부터 인스타그램 채널 운영과 팔로워 수 목표치라는 미션을 받았다”고 설명한다.

빙그레는 단순히 빙그레우스라는 캐릭터 하나만 만든 게 아니었다. ‘빙그레 왕국’이라는 ‘세계관’을 만들고 투게더리고리 경, 비비빅, 꽃게랑, 옹떼 메로나 부르쟝, 더위사냥, 끌레도르, 바나나맛우유 등 다수의 캐릭터를 등장시키며 스토리를 꾸며나갔다. 빙그레는 1주일에 3회 정도 SNS에 게시물을 올렸다. 8월에 빙그레 유튜브 계정(빙그레 TV)에 올린 3분짜리 애니메이션 영상 ‘빙그레 메이커를 위하여’는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렸다. 영상 내용은 간단하다. 아재(아저씨) 개그를 즐겨하던 빙그레우스가 죄명 ‘노잼(재미없다)’으로 재판에 회부된다. ‘6개월 농담 금지형’을 선고받은 그는 최후의 변론에서 뮤지컬 형식으로 노래한다. 삭막한 세상 속에서 빙그레 웃음을 위해 도전하는 마음이 세상에 가득하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무죄를 받으며 영상은 끝난다. 빙그레우스의 목소리는 뮤지컬 배우 김성철이 맡았다. 영상이 나오고 3주일 만에 639만 뷰를 돌파했다. B급인 듯하면서도 따뜻한 스토리와 완성도 높은 음악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빙그레우스 마케팅은 현재진행형이다.

4. 지코도 반한 꼬뜨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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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브랜드 ‘구찌’인가? 아 모야, 꽃게랑이네!” 빙그레 NC팀(New category)은 올해 6월 ‘꼬뜨게랑’을 선보였다. 10년 넘게 고객과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않았던 꽃게랑 과자를 명품 패션 브랜드로 구현해냈다. 꽃게랑 모양을 기반으로 로브, 미니 백, 선글라스, 티셔츠, 마스크 등 패션 아이템을 디자인하고, 가수 지코를 모델로 내세웠다. 마스크와 가방, 티셔츠 등 1000여 개의 제품이 전부 팔렸다. 특히 가방은 입소문을 타며 하루 만에 완판됐다. “재미있는 디자인 못지않게 품질이 뛰어나다”는 입소문이 빠르게 돌면서 마케팅이 성공으로 이어졌다. NC팀은 “제품을 폭넓게 해석해 입 안이 아닌 다른 곳에서 고객들에게 재미를 선사하자”는 발상으로 마케팅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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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도 보수적인 편이었다. 이를 반영하는 여러 일화가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빙그레 로고 찾기’다. 5년 전까지만 해도 빙그레는 지금처럼 SNS나 온라인 마케팅을 활발하게 하지 않았다. TV 광고 등 굵직한 마케팅들만 캘린더 행사로 정해져 있었다. 이때마다 임원들과 대표가 참여하는 시연회가 열렸는데 화면이 켜지면 임원들이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이 화면 상단에 있는 빙그레의 상징, ‘로고’였다. 광고 모델을 정하는 것부터 스토리까지 디테일하게 상사들의 입김이 작용했다. 빙그레 마케팅 팀장들은 “자잘한 것도 수직적으로 결재를 받는 구조였다. 무엇보다 우리 부서 임원뿐만 아니라 타 부서 임원들까지 설득하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일반 대기업처럼 형식이나 절차, 기업 이미지를 중요시하는 보수적인 분위기였던 것이다.

좋은 모델을 아깝게 놓치기도 했다. 2011년 커피 신제품 모델로 신선한 얼굴을 찾던 빙그레 마케팅실은 당시 신인 배우였던 김수현을 점찍었다.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직원들의 촉이었다. 그런데 도장을 찍기 직전 “우리의 훌륭한 제품을 처음 보는 배우에게 맡길 수 없다”는 임원들의 반대에 뜻을 접었다. 이후 김수현은 드라마 드림하이, 해를 품은 달, 영화 ‘도둑들’ 등을 거치며 톱스타가 됐다.

그렇다고 마냥 포기할 마케터들이 아니었다. 가능한 선에서 작은 것부터 변화를 시도하기로 한 것. ‘톱다운’의 통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했던 SNS 공간에서 성공 사례가 나왔다. 2012년 바나나맛우유 페이스북이 개설되면서 마케팅팀원들이 다양한 것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이수진 팀장은 “고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처음 생긴 것이다. SNS는 콘텐츠를 건별로 보고하지는 않으니 이때 직원들이 하고 싶은 마케팅을 조금씩 실험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생각보다 SNS의 역할은 컸다. 사진 등 콘텐츠를 올리고 고객들의 반응을 보면서 소비자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우리 브랜드를 좋아하는 사람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고객들이 마케팅을 받아들이는 적정선은 어디까지인지 등을 파악할 수 있었다.

특히 2014년 만든 한 SNS 제품 광고가 마케팅팀의 전환점이 됐다. 뉴스 방송사고 콘셉트로 만든 광고를 페이스북에 올렸는데 사람들이 재미있다며 뜨거운 반응을 보인 것. 미세먼지 뉴스를 전달하던 리포터가 방송 사고를 내고, 환절기 기관지엔 도라지차가 좋다는 내용이 이어진다. 이 ‘맑은하늘 도라지차’ 제품 광고를 가수 윤종신이 퍼가면서 관심이 더 쏠렸다. “빙그레가 마케팅 잘하네”라고 입소문이 나면서 회사의 분위기가 미묘하게 달라졌다. 무조건 안 된다는 반응부터 보이던 상사들의 태도가 리스크를 줄이고 보완점을 찾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조직 개편도 이뤄졌다. 마케팅팀을 Dairy팀(유제품), 냉동BM팀(아이스크림), NC팀(New category), 음료디저트팀, 발효유팀 등 5개 분야로 세분화하고 홍보실도 홍보팀과 미디어전략팀 2곳으로 나눴다. 조직의 규모가 ‘슬림’해지면서 움직임이 빨라졌다.

“왓치 앤드 플레이(Watch and play)”
마케팅 성공 비결은 소비자행동 분석과 참여 유도

단순히 회사의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좋은 마케팅’ 기법이 하늘에서 떨어지진 않을 것이다. 빙그레는 언제부터 마케팅을 잘했을까. 마케팅을 잘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이수진 팀장과 조수아 차장은 ‘관찰’을 1순위로 꼽았다. “고객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디서 재미를 느끼고, 우리 회사 제품을 왜 좋아하는지 아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 또 제품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이용하는지 보는 것도 아이디어를 착안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런 것들이 시대나 연령, 트렌드에 따라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꾸준함도 중요하다.” 조수아 차장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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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통해 나온 것이 빈티지 컵 굿즈와 바나나맛우유 마이스트로우, 바나나맛우유 × 올리브영 컬래버레이션이다. 2017년 말 조수아 차장은 레트로 분위기가 나는 굿즈를 기획했다. 1980년대에 썼던 빙그레 마크를 활용해 빈티지 컵을 만들기로 한 것. 남대문시장을 돌며 유리컵을 직접 고르고 여기에 구형 로고를 프린팅했다. 지난해와 올해 복고 열풍이 불면서 레트로 마케팅이 대세가 됐지만 2017년만 해도 흔치 않았다. 조 차장은 “온•오프라인에서 레트로에 애정을 쏟는 마니아층이 눈에 띄었다. SNS에서 예전 빙그레를 떠올리는 고객도 많았다. 200만 원이란 적은 예산으로 이것저것 고민하다가 빈티지 컵을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SNS에 사진을 올리자 반응이 즉각 나타났다. 쪽지로 컵을 판매해달라는 요청이 쏟아진 것. 처음 팀원들은 “우리가 영업 조직도 아닌데?”라는 반응이었다. 그러다가 긴 논의 끝에 굿즈로 판매해보자는 결론을 냈다. 판촉용 행사로 나눠주기보다는 판매하는 것이 가치를 부여하고, 기억 속에 오래 남을 것 같다는 판단에서였다. 대신에 잘 만들고 마진을 거의 남기지 않는다는 나름의 정책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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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에 나온 마이스트로우도 소비자행동 분석의 결과물이었다. 빙그레 Dairy팀은 바나나맛우유 페이스북 계정과 온•오프라인에서 고객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했는데, 이 가운데서 중점을 둔 것이 고객들의 행동이었다. 우리 고객이 언제 바나나맛우유를 먹는지, 먹을 때 어떻게 먹는지 등을 관찰한 것이다. 그 결과 소비자들,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매운 것을 먹고 나서, 숙취 해소용으로 바나나우유를 찾는다는 점을 발견했다. 또 연인들이 빨대를 2개 꽂아 마시는 것도 눈에 띄었다.

Dairy팀은 바나나맛우유 마케팅용으로 빨대를 직접 제작하기로 했다. 협업할 업체(키네어 듀포트)도 찾았다. 1976년 설립된 이 회사는 다수의 글로벌 프로젝트를 맡은 영국 유명 디자인 컨설팅 회사다. 이를 통해 링거 모양의 링거스트로, 분무기처럼 바나나우유가 분사되는 SOS스트로, 한 번에 많은 양의 바나나맛우유를 먹을 수 있는 자이언트 스트로, 2명이 함께 마실 수 있는 하트 모양의 러브스트로 등을 출시했다. Dairy팀은 빨대 제품과 함께 이를 사용하는 온라인 영상 광고를 선보였는데 국제 광고제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세계 3대 광고제인 클리오 광고제에서 통합 캠페인 부문 금상과 제품 혁신 부문 은상 등을 수상했다. 뉴욕페스티벌에서도 동상을 수상했다. 클리오 광고제는 칸국제광고제, 뉴욕페스티벌과 함께 세계 3대 광고제로 꼽힌다.

단순히 작품성만 인정받은 게 아니었다. 관련 영상 조회 수가 5000만 건을 넘어섰고 빨대는 1주일 만에 3만 개가 전부 팔려나갔다. 이수진 팀장은 “빈티지 컵부터 시작해서 고객을 자세히 관찰하는 게 마케팅의 기반이 된다는 것이 경험적으로 축적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바나나맛우유를 코스메틱 형태로 만든 올리브영과의 협업에서도 통했다. Dairy팀은 젊은 층이 많이 찾는 올리브영과 컬래버레이션을 하기로 하고, 보디워시, 보디로션, 핸드크림, 립밤 등을 바나나맛우유 모양으로 패키징했다.

빙그레가 특히 더 신경 쓴 제품이 있는데 바로 립밤이었다. 여성들이 립밤을 파우치 안에서 넣었다 꺼냈다를 반복하는 모습을 보고 이를 바나나맛우유 형태로 개발한 것이다. 제품을 구매한 고객이 바나나맛우유 립밤을 자주 꺼내 보이면 주변에서 바나나맛우유 상품을 자연스럽게 떠올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바나나맛우유 상품이 인식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었다. 컬래버레이션 상품들은 예상보다 빠르게 팔려나갔고, 올리브영과는 이 마케팅을 시즌2까지 진행했다. 이 같은 마케팅으로 2017년 바나나맛우유는 국내 가공유 최초로 매출 2000억 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한국 사람 중에 바나나맛우유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다 한 번씩은 맛 봤을 것이다. 그럼에도 매출이 꾸준히 늘었다는 것은 전적으로 마케팅의 힘이다”라고 평가했다.

‘관찰’ 다음은 (고객과) ‘함께 노는 것’이다. 빙그레 마케팅팀이 빈티지 컵을 판매한 이후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어떻게 보면 촌스러워 보일 수 있는 이 컵에 딸기마카롱라테, 요거트 등을 예쁘게 담아 고객들이 직접 SNS에 올린 것이다. “심지어 카페 주인이 작품처럼 촬영해 올리기도 했다. 이때 ‘아, 사람들은 재미있게, 함께 즐길 만한 소재를 필요로 하는구나’라고 깨달았던 것 같다. 이후 진행된 빙그레 마케팅은 대부분 고객과 함께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준비했다.” (조수아 차장)

빙그레는 지난해 화제가 됐던 ‘슈퍼콘’ 광고도 고객 참여형 마케팅으로 활용했다. 사람들이 손흥민의 춤을 따라 춘 영상을 온라인에 자발적으로 올리자 아예 대회를 개최하기로 한 것이다. ‘슈퍼콘 댄스 챌린지’를 열고 4차 심사를 거쳐 금상, 은상, 동상을 선정했다. 챌린지에는 총 500여 명이 참여했다. 여기에 ‘펭수’가 슈퍼콘 댄스 챌린지에서 137등으로 탈락했다고 고백하면서 뒤늦게 챌린지에 다시 이목이 쏠렸다. 빙그레 마케팅팀은 참치회를 들고 펭수를 찾아가 “우리가 안목이 없었다”며 펭수를 광고 모델로 섭외하기도 했다. 올해에는 유산슬(유재석)과 영탁을 슈퍼콘 광고 모델로 뽑고 ‘슈퍼콘 트로트 챌린지’도 열었다. 광고 속 트로트 CM송을 패러디하는 영상을 SNS에 업로드하게 한 것이다.

‘단지가 궁금해’ 시리즈에서도 빙그레 마케팅팀과 고객의 호흡이 돋보였다. 이는 Dairy팀이 고객들에게 새로움을 전달하고, 소수의 취향도 존중하자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마케팅이다. 한정판으로 바나나맛우유를 만들어 새로운 맛으로 표현했다. 2018년 오디맛우유로 시작해 귤맛, 리치피치맛, 바닐라맛, 호박고구마맛, 캔디바맛 등 다양한 맛과 색의 바나나맛우유를 선보였다.

가장 짧게 진행됐던 리치피치맛 마케팅에서 이슈가 생겼다. 리치피치맛을 사 먹은 한 고객이 맛이 없다며 제품을 ‘디스’하는 랩을 영상으로 찍어 올린 것. 그런데 가사를 자세히 본 Dairy팀은 오히려 환호했다. “단지 시리즈 제품들을 다 먹어봤는데 역시 바나나맛우유가 가장 맛있다, 새로운 것 때문에 소중한 것을 잃지 말자”는 게 가사 내용이었다. “결국 우리 제품을 다 먹어본 충성 고객이었던 것이다. 디스 랩에는 (비판에 맞대응하는) ‘맞디스’를 하는 게 정석이라 회사 직원 중에 랩을 잘하는 직원에게 부탁해 랩을 찍어 유튜브에 올렸다. 그리고 해당 고객에게 바나나맛우유 여러 개를 보내드렸다. 그러자 ‘빙그레가 호응해줘서 고맙다’고 또 영상을 찍어 올렸더라.”(이수진 팀장)

임파워먼트(Empowerment)의 힘

1. 슈퍼콘

빙그레 마케팅의 또 하나의 숨겨진 힘은 권한 위임, 즉 임파워먼트(Empowerment)다. 20, 30대 마케팅팀원들은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내고 직접 실행해 옮긴다. 남광현 냉동BM팀장은 “성과가 나오다 보니 임원들도 일단 해보라고 믿고 맡기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성 NC팀장은 “이용자 대부분이 20, 30대인 SNS 마케팅은 젊은 마케터들이 결정하는 게 맞다는 분위기가 임원층에도 확산됐다”며 “이런 기조가 최근에는 비용이 훨씬 더 많이 들어가는 TV 광고 등에도 번져 일반 사원들의 의견이 대폭 반영될 정도로 권한을 위임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슈퍼콘 광고다. 콘 아이스크림은 줄곧 빙그레의 ‘아픈 손가락’이었다. 아이스크림은 크게 막대 모양의 ‘스틱’, 쭈쭈바 타입의 ‘펜슬’, 퍼 먹는 ‘컵’, 그리고 ‘콘’ 등으로 나뉘는데 빙그레는 메로나, 투게더, 붕어싸만코 등 대부분의 카테고리에서 히트작을 가지고 있었다. 메타콘 등을 선보이기는 했지만 콘 시장에서는 만년 꼴찌 수준이었다. 이 시장에는 롯데제과의 월드콘이라는 절대강자가 있었고 부라보콘, 구구콘 등도 쟁쟁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야심작으로 내놓은 제품이 슈퍼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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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콘 제품 개발에 걸린 시간만 5년에 가깝다. 일본 등 아시아부터 미국, 유럽, 남미 등 전 세계 시장을 돌며 유명 아이스크림들을 분석했다. 이를 바탕으로 설탕이 들어가지 않은 바삭한 콘 기술을 개발했다. 토핑도 기존 제품보다 풍부하게 얹었다. 슈퍼콘은 다른 콘들보다 윗부분이 넓은 편이다. 토핑을 많이 얹기 위해서 콘 모양을 바꾼 것이다. 콘 제조를 위해 새 설비를 들이는 등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100억 원 가까운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 만큼 회사에서도 기대가 클 수밖에 없었다. 첫 광고 모델 선정에도 신중을 기했다.

‘슈퍼’라는 이름에 맞게 당시 가장 핫한 아이돌 그룹 ‘워너원’을 모델로 섭외하고, TV 등 광고에 수십억 원을 쏟아부었다. 그런데 내부에서 기대했던 것만큼 매출로 이어지지 못했다. 다음 해 마케팅에 더 신중을 기할 법도 한데 축구 스타 손흥민이 모델로 결정된 이유는 꽤나 단순했다. 당시 브랜드매니저(BM)였던 32세 대리가 주말마다 동호회 활동을 할 정도로 축구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대신에 팀원들이 아이디어를 보탰다. 다른 광고처럼 공을 차는 모습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장면을 연출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팀원들은 “손흥민이 춤을 잘 춘다”는 소문을 듣고 유명 엔터테인먼트 기획사에서 ‘춤 선생님’으로 일하는 안무가까지 모셨다. 단순한 동작을 준비하고 손흥민을 맞았는데 생각보다 일이 순탄치 않았다.

손흥민이 짧은 시간 내에 춤을 잘 소화하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 슈퍼스타를 데려다가 어설픈 몸동작만 시킨 꼴이 돼 버린 것. 담당자만의 생각이 아니었다. 촬영 영상이 팀과 회사 내부에 공유됐는데 예상대로 반응이 차가웠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아이디어를 낸 직원이나 팀을 나무라지 않았다. 오히려 다 같이 지혜를 모았다. 옆 팀에서 “춤이 좀 어설프지만 재밌다. 반복되는 비트에 편집해 춤을 앞뒤로 재생했다가 되감았다 해보면 어떻겠느냐”는 의견을 냈다.

4월 중순 광고가 나간 직후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다가 며칠 후 영국 유명 매체 더선(The Sun)이 ‘댄싱스타 손흥민’을 보도한 이후 폭발적인 반응이 나타났다. 손흥민이 소속된 토트넘 홋스퍼 FC의 해외 팬들이 “쏘니(Sonny, 손흥민의 애칭)가 이런 광고를 찍었다”며 SNS에 영상을 퍼 나르기 시작했다.

남광현 팀장은 “국내외 팬들이 축구 이외의 새로운 모습에 환호했던 것 같다. 동료 축구선수가 농담으로 ‘돈 떨어진 거 아니냐, 왜 이런 웃긴 춤을 췄느냐’고 놀렸는데 그게 또 화제가 됐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관심에 불이 붙으면서 해당 광고 유튜브 조회 수가 1주일 만에 120만 회(현재 약 530만 회)를 돌파했다. 슈퍼콘을 패러디한 영상도 쏟아졌는데 축구선수 이승우가 슈퍼콘 댄스를 패러디한 옥션 광고를 찍기도 했다.

슈퍼콘은 광고만 잘됐던 것이 아니었다. 지난해 슈퍼콘 매출은 200억 원을 넘어서 ‘구구콘’을 제치며 콘 시장 3위에 진입하는 성과를 거뒀다.

2. 빙그레우스

빙그레우스는 빙그레 임파워먼트의 ‘끝판왕’이다. 그동안 빙그레는 개별 제품의 마케팅을 진행해왔지만 회사 차원에서 브랜드 마케팅을 한 지는 3년이 채 되지 않았다. 특히 올해에는 업계도 놀랐다. 창립 53주년을 맞은 대기업이 B급 정서를 담은 빙그레우스를 회사 전체의 브랜드 마케팅 전략으로 내놓았기 때문이다. 빙그레우스는 어떻게 나오게 됐을까.

빙그레우스는 기획 단계부터 미디어전략팀이 전적으로 도맡아 진행했다. 조수아 차장 등 미디어전략팀 팀원 3명은 지난해 10월 대행사를 고르고 본격적으로 브랜딩 기획을 시작했다. 내부에서도 고민이 있었다. 대한민국 국민 중에 빙그레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빙그레 인지율은 90% 이상이지만 빙그레 하면 떠오르는 ‘생각’이나 ‘느낌’이 딱히 없었다. 팀은 이 부분을 채워보기로 했다. 그래서 처음부터 다른 기업들이 하는 평이한 마케팅은 피하기로 했다. 조수아 차장은 “이제 중•고등학생 고객들도 간접 광고(PPL)를 다 알아본다. 단순히 로고를 노출하는 방식의 마케팅이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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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그레 이미지에 느낌을 부여하기 위해 두 가지 선결 조건을 정했다. 1. 빙그레의 아이덴티티를 만들어갈 강력한 캐릭터를 만든다. 2. 빙그레가 가진 제품들을 모두 노출해 고객들이 ‘이 제품들이 다 빙그레였구나’라는 인식을 갖게 한다. 여러 번 그림체를 가다듬고 디테일하게 콘셉트를 잡아 나갔다. 그렇게 ‘빙그레우스 더 마시스’와 이를 중심으로 한 유니버스(세계관)가 탄생했다. 5개월 준비 끝에 향후 1년 동안 진행할 마케팅 시나리오도 짰다.

너무 장난스럽다고 경영진에서 반려될 것을 우려한 것은 기우였다. 조수아 차장은 임원에게 “MZ세대를 대상으로 하는 채널에서만 최대한 활용하겠다. 제품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친절하고 다정하게 이야기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다행히 반응은 곧바로 왔다. 고객서비스(CS) 담당 직원이 조수아 차장 자리로 뛰어왔다. “조 차장님 방금 전화가 왔는데 저희 SNS가 해킹당했다는데요?” ‘인스타 담당자님! 얼마 안 있으면 퇴사하시나요...?’ ‘해킹당하신 줄 알고 놀라서 메로나랑 바나나맛우유 마시고 왔어요’ 등의 댓글도 수차례 달렸다. 사실 빙그레 SNS는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9만여 명이 넘을 정도로 동종 업계에 비해 굉장히 관리가 잘되고 있는 편이었다. 빙그레우스, 비비빅 군, 옹떼 메로나 부르장, 끌레도르 등 등장인물이 하나씩 나올 때마다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현재 15만 명을 돌파한 상태다. 유통업체, 액세서리 회사부터 출판사, 글로벌 대기업까지 각종 컬래버레이션 요청도 쏟아졌다.

3.꼬뜨게랑

빙그레 NC팀(New category)이 꼬뜨게랑 마케팅을 할 수 있었던 것도 회사 내에 권한 위임이란 기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식품기업이 패션 제품을 만들다니.

NC팀은 출시된 지 34년 된 꽃게랑 제품을 마케팅 타깃으로 정했다. 팀원들이 수차례 회의를 통해 머리를 맞댔다. ‘고객들이 30년 후 느끼는 꽃게랑의 이미지는 어떤 것일까’ ‘꽃게랑을 사랑해준 사람에게 어떤 재미를, 어떻게 안겨 줄 수 있을까’ 등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처음 합의에 근접하게 갔던 아이디어가 ‘꽃게랑타운’이었다. 하나의 마을을 만들어서 그 안에 해안가나 캠핑 분위기의 이미지를 만들어보자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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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는 계속 이어졌다. ‘멀티 페르소나’ ‘부캐’ ‘플렉스’ 등 최근 트렌드들을 늘어놓았다. 특히 최근 젊은 층이 많이 언급하는 ‘플렉스’에 팀원들 마음이 꽂혔다. “꽃게랑을 명품 브랜드처럼 꾸며 보면 어떨까”라는 말에 “꼬뜨게랑?”이라는 단어가 ‘툭’ 던져졌다.

“오, 프랑스 단어 같고 괜찮은데?” 긍정적인 반응이 모였다. 플렉스를 살리면서 꼬뜨게랑의 느낌을 줄 것, 명품 분위기가 날 것 등 의견이 합해지자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꽃게랑 모양을 연속적으로 그리자 명품 브랜드 구찌와 같은 분위기가 풍겼다. “이거다!” 팀원들이 환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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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브와 미니 백, 선글라스, 티셔츠 등 패션 아이템들을 만들기로 하고 디자인 작업에 들어갔다. 이후성 NC팀장은 “티셔츠랑 선글라스에 꽃게랑 심볼을 가져다 대보니 너무 그럴듯해 보이더라. 조악하게 만들어서 1회용 판촉물로 쓰이지 않게 질 좋게 만들어보자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의류, 패션용품을 한 번도 만들어본 적 없는 식품 제조사에 이는 어려운 도전이 아니었을까. NC팀은 아이폰을 답으로 내놨다. “애플이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는 폭스콘처럼 제조를 잘하는 업체를 만난 것이다. 그래서 진짜 의류 제조업체를 많이 다녔다.” (이후성 팀장) 품질에도 굉장히 신경 썼다. 최대한 좋은 재료를 사용하는 대신 마진을 최소한으로 책정했다. 애초에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내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몇 차례 디자인 만족도를 조사한 끝에 꼬뜨게랑 제품들이 완성됐다.

물론 어려움도 있었다. 이 과정에서 낙오한 상품이 있었다. 모자도 꼬뜨게랑 제품 중 하나였는데 접촉했던 제조사들이 기대했던 품질을 맞추지 못했다. “우리 스스로도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고객을 만족시킬 수 없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모자는 제외했다.

반년 가까운 준비 끝에 올해 6월 꼬뜨게랑을 론칭하고 7월 초 G마켓에서 한정 판매를 시작했다. 티셔츠(1만9900원), 미니 백(4만9900원), 선글라스(6만900원) 등 가격이 낮은 편이 아니었지만 완판됐다.

품질도 품질이지만 꼬뜨게랑 흥행의 1등 공신은 가수 ‘지코’였다. 지코가 꼬뜨게랑 가운을 입은 사진이 SNS에 퍼지면서 관심이 집중됐다. “진짜 명품인 줄 알았다, 멋지다”는 첫 반응은 “재밌다”로 연결됐고, “품질이 나쁘지 않다”까지 이어졌다.

꼬뜨게랑 덕분에 꽃게랑이 떠올랐던 것일까. 꼬뜨게랑 마케팅 전후로 꽃게랑의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50% 뛰었다.

최근엔 성과가 잘 나오고 있지만 빙그레 마케터들의 머리를 떠나지 않는 고민은 있다. ‘어디까지 고객들이 B급 마케팅에 호응해줄까, 선을 넘지 않는 적정선은 어디인가’라는 질문이다. 실제로 타 기업이 시행한 몇몇 사례는 역사 등 민감한 소재를 다루는 바람에 소비자들의 뭇매를 맞았고 심한 경우 불매운동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지금도 팀원들은 사회적 맥락을 놓고 ‘수위’를 조절하는 데 신경을 쓰고 있다. 남광현 팀장은 “실무자들에게 권한 위임은 하되 경험과 노하우를 통한 리스크 관리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DBR mini box II
젊고 역동적인 빙그레 마케팅팀

빙그레 마케팅팀원 30여 명의 평균 연령은 33세다. 다른 대기업 마케팅 부서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팀장들의 나이도 197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 초반생으로 젊은 편이다. 이후성 NC팀장은 “그만큼 조직이 젊고 역동적이다. 그래서 트렌드 변화에도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팀장들이 가장 크게 느끼는 것은 회의 분위기다. 공부를 하지 않으면 따라가질 못할 정도다. 이 팀장은 “아무래도 MZ세대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기획하다 보니 유튜브나 SNS, 커뮤니티에서 그들만 쓰는 언어가 발견된다. 관심을 갖지 않으면 이해를 못하고 팀원들에게도 놀림을 받게 되기에 뭐든 열심히 따라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남 팀장은 “지금 시장에서 대세를 이루는 마케팅 기법을 마케팅 교과서에서 찾긴 힘들 것“이며 “지금까지 기업에는 미지의 영역에 가까웠던 MZ세대 타깃 마케팅을 MZ세대 팀원들이 주도한다는 점에서 이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젊은 직원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분위기가 최근 마케팅들을 잇따라 성공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자신이 낸 아이디어가 묵살되지 않고 기회를 얻었을 때 성과로 이어지면 자신감이 생기고 다시 더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내게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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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그레는 왜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할까,
선결 조건은?

빙그레는 어쩌다가 마케팅에 푹 빠지게 됐을까. 왜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하는 것일까. 2016년 한 마케팅팀원이 모 대학에 강연을 하러 갔을 때의 일이다. 바나나맛우유라는 ‘국민 브랜드’를 보유한 빙그레다 보니 강단에 올라설 때만 해도 강연자의 어깨에 한껏 힘이 들어가 있었다. “바나나맛우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뭔가요?”라는 질문에 학생들은 ‘목욕탕’ ‘어머니가 어렸을 때 자주 사준 음료’ 등의 답변을 쏟아냈다.

그런데 다음 질문이 이어지자 활기찼던 교실에 갑자기 정적이 흘렀다. “최근 한 달 사이 바나나맛우유 사 먹어 본 사람?” 답이 없었다. 추가 질문. “그럼 3달 사이에 한 번이라도 먹어 본 사람?” 그래도 침묵이 흘렀다. 강연자는 그때 충격을 받았다. ‘아, 아무리 잘 알려진 제품이라도 잠깐 잊히면 아예 사 먹질 않는구나’라고 강연자는 생각했다.

이는 빙그레 내부의 고민이기도 했다. 일단 경쟁자가 너무 많아졌다. 우유 시장뿐만 아니라 식품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졌다. 먹거리가 다양해졌고, 커피 시장도 꾸준히 확장되고 있었다. 바나나맛우유 고객층의 세대교체가 언젠가 이뤄질 것이라는 우려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또 단순 노출이 판매로 쉽게 이어지지 않을 정도로 고객들이 똑똑해졌다. TV 광고로는 매출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었다.

마케팅 전문가들은 요즘은 채널도 워낙 다양화됐고 인터넷으로 정보를 쉽게 얻다 보니 고객들이 정보를 디테일하게 안다. 어디에서 사는 것이 가장 저렴한지는 기본이고, 제조원이 달라지는 것을 캐치하는 소비자도 꽤 있다. 빙그레에서 이런 정보에 능한 MZ세대를 타깃으로 한 마케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유다.

간혹 기업들은 기업명이나 로고를 감추고 제품만으로 승부하려 한다. 특히 빙그레가 이 같은 고민을 종종 한다고 한다. 빙그레 로고를 넣는 순간 사람들이 ‘아이스크림 제과 브랜드’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맛도 보기 전에 제품의 묘미가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 그런데 로고를 빼게 되면 대형 마트나 유통 채널에서 ‘듣보잡(‘듣지도 보지도 못한 잡놈’을 뜻하는 은어)’ 취급을 받을 수 있다. 브랜드 파워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빙그레는 이 같은 다양한 이유 때문에 마케팅의 역량이 더 중요해졌다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빙그레 마케터들이 생각하는 마케팅의 선결 조건은 무엇일까. 빙그레 마케터들이 내놓은 답은 크게 3가지다.

① 매출로 이어져야 한다.

마케팅을 했을 때 고객이 반응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제품이 떠오르고 구매로 이어지기까지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당연한 말일 수 있지만 애초에 마케팅 기획단에서부터 이를 생각하는가, 안 하는가는 큰 차이다.

“마케팅의 결론이 무엇이냐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아마 빙그레 마케팅팀원들은 다 똑같은 말을 할 거다. 판매가 안 되면 알려지는 게 의미가 있을까, 제품의 본질을 잘 못 살린 건 아닐까. 결국, 쓰고 싶고, 먹고 싶고, 갖고 싶게 해야 하는 건데, 그게 곧 매출이다.” (이수진 팀장) “MZ세대를 타깃으로 하다 보니 ‘거리’를 많이 만드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즉, ‘놀거리’ ‘먹거리’ ‘즐길거리’에 대해 계속 시간 간격을 두고 박음질하듯 우리 제품을 잊지 않게 각인하는 게 마케팅의 핵심 같다.” (조수아 차장)

남광현 냉동BM팀장과 이후성 NC팀장도 같은 의견을 내비쳤다. 2006년에 입사한 두 팀장은 영업 파트에서 10년 가까이 일한 뒤 마케팅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만큼 영업, 매출에 대한 중요성을 알고 있다. 또 빙그레만의 특성도 있다. 빙그레는 처음 입사하고 1∼2년 동안 닐슨코리아 같은 데이터 분석 업체의 ‘로우 데이터’를 꼼꼼하게 보게 한다. 그만큼 기본적으로 직원들의 채널별 매출, 판매 실적에 대한 이해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② 우리 제품에만 잘 맞는 마케팅이 좋은 마케팅이다.

이수진 팀장은 “모방품이 나올 수 없는 마케팅이 제일 좋은 마케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똑같은 마케팅 기법에 타사 제품을 투입해도 통한다면 좋은 마케팅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고객이 브랜드를 ‘갖고 노는’ 재미에 푹 빠져 있더라도 원래 이미지와 아이덴티티를 찾아 언제든 돌아오면 된다는 주장도 있었다. 이후성 팀장은 “B급이든, 반전 매력이든 제품과 맥락에서 벗어나더라도 결국 고유 아이덴티티로 돌아오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젊은 층에게는 철학적이거나 복잡한 논리보다 유머 하나로 충분히 한 사이클(재미-경험-브랜드로의 귀결)을 돌게 할 수 있다. 특히 MZ세대는 잘 받아주고 재밌게 참여해 준다. 이미 마케터들이 마음껏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③ 모든 것의 기본은 제품력이다.

어떻게 보면 제품력은 마케팅이 아니라 회사 생존의 선결 조건이라 할 수 있다. 당연히 마케팅 차원에서도 제품력은 중요하다. 처음 제품을 먹게 하는 것도 힘들지만 한 번 먹어본 사람을 한 번 더 먹게 하는 것은 배 이상으로 힘든 일이다. 이미 맛을 알기 때문이다. 빙그레 마케팅이 이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도 바나나맛우유, 꽃게랑 등 빙그레가 사람들의 사랑을 수년간 꾸준히 받아온 훌륭한 제품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좋은 제품은 사람들이 반드시 알아준다. 특히 요즘 고객들은 더 그렇다. 한동안 인터넷에는 ‘빙그레 바나나맛우유가 ‘갓(God)’인 이유’라는 글이 돌았다. 내용에는 한 리서치 업체가 조사한 ‘가공 우유 제품별 원유 함량’ 정보가 담겨 있었는데, 빙그레 바나나맛우유의 원유 함량이 85.7%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사람들 사이에 정보 공유 속도가 빨라지면서 좋은 제품을 고르는 기준은 까다로워졌지만 그만큼 좋은 제품을 알리기도 좋아진 셈이다. 제품력과 마케팅의 조화가 중요해진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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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그레의 향후 과제

빙그레는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대부분의 기업이 매출에 타격을 받은 가운데도 좋은 성과를 거뒀다. 2분기(연결 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2678억 원, 268억 원으로 전년 대비 7.4%, 30.1% 증가했다. 특히 빙그레에는 2020년이 더 특별하다. 해태아이스크림 인수가 마무리되면서 창사(1967년, 당시 대일양행) 이래 처음으로 연 매출 1조 원 돌파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빙그레는 최근 1325억 원을 투자해 해태아이스크림을 100% 자회사로 인수했다.

빙그레는 2015년부터 매출이 꾸준히 증가해 연 매출 8000억 원 안팎을 유지해 왔다. 여기에 지난해 1800억 원의 매출을 올린 해태아이스크림을 더하면(빙그레 지난해 매출 8783억 원) 1조 원 돌파는 무난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예상이다.

이는 빙그레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저출산으로 주요 소비층이 줄고 있어서 국내에서 큰 폭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해태아이스크림 인수를 해외 사업 역량 강화를 위한 포석으로 해석했다. 빙그레는 현재 붕어싸만코, 메로나 등을 앞세워 미국(2016년 진출), 베트남(2019년 진출)을 공략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의 성과가 나쁘지 않다. 대형 유통채널인 코스트코에 입점해 있고 메로나를 현지에서 주문자제조(OEM) 방식으로 생산하면서 공급망도 안정적이다. 메로나만 연 1000만 개 이상이 팔리고 있다. 여기에 이미 국내 시장에서 제품력을 인정받은 해태아이스크림의 부라보콘으로 미국 콘 시장까지 영역을 넓힌다는 전략이다.

국내 시장에서도 다양한 도전을 펼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냉동BM팀이 최근 시작한 아이스크림 정기 구독 서비스다. 소비자가 서비스를 신청하면 3개월 동안 한 달에 한 번씩 총 3번, 다양한 테마로 구성된 끌레도르 아이스크림 제품과 사은품을 받아볼 수 있다. 냉동BM팀은 향후 아이스크림 배송 시장이 본격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남광현 냉동BM팀장은 “각종 식품과 음식은 배송시키는 게 일상화됐는데 아이스크림은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이 다수라 배송이라는 개념이 익숙하지 않다. 아이스 포장 기술이 크게 발전하고 있는 만큼 이 시장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DBR mini box III : 성공 요인 및 시사점
Digital 시대에 맞는 새로운 소통 문법을 만들어가는 빙그레

이승윤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겸 디지털 문화심리학자 seungyun@kunkuk.ac.kr

Digital Native가 늘 궁금해하고, 가지고 놀고 싶어 하는 브랜드가 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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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그레가 보유한 인기 브랜드들은 끊임없이 스스로를 변주하고 새로운 시도를 한다. 동생에게 ‘올 때 메로나’라는 문자를 보낸다는 게 택배 기사에게 실수로 보냈는데 이 기사가 실제로 배달을 오면서 메로나를 사 왔다는 얘기가 한때 인터넷에서 유행처럼 퍼졌다. 결국, ‘올 때 메로나’란 단어는 오프라인에서 10대들이 외출 나가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사 와라’라는 부탁의 표현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10대 소비자들의 반응을 본 빙그레 측은 영민하게 반응해 포장지를 위트 있게 바꿨다. ‘All that Melona’라는 메로나 패키지의 문구는 ‘너희가 우리를 이렇게 가지고 놀고 있지? 더 잘 놀라고 우리가 패키지도 변경했어’라고 소비자들에게 위트 있게 말을 거는 행위라 할 수 있다. 2017년 시도한 휠라와의 컬래버레이션 컬렉션 출시 역시 시대를 앞서갔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시만 해도 식품 브랜드가 의류, 신발 브랜드와 컬래버하는 형태의 이종(異種) 협업이 이뤄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빙그레는 10대들이 휠라에 열광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또한 휠라의 베스트셀링 슈즈인 코트디럭스 신발이 ‘딸기 우유’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것에 착안, 멜론 컬러를 적용하도록 제안했다. 이에 따라 ‘코트디럭스 메로나’라는 재미있는 신발 컬렉션이 탄생했고 10대들에게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바나나맛우유는 젊은 소비자들이 항상 궁금해 하는 브랜드가 되는 것이 중요하기에 주기적으로 새로운 경험을 전달하는 ‘단지가 궁금해’ 시리즈를 2018년부터 진행해오고 있다. ‘단지가 궁금해’ 시리즈는 약 100여 가지 과일과 우유를 조합한 뒤 테스트해서 국내에서 맛보기 어려운 색다른 우유를 단지에 담아 판매하는 일종의 리미티드 에디션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2018년 첫 번째 제품인 ‘오디맛 우유’ 출시에 이어서 ‘귤맛 우유’ ‘캔디바맛 우유’ ‘호박고구마맛우유’까지 주기적으로 재미를 주는 제품을 한정 시간 동안만 판매하고 있다. 맛을 선정하는 방식도 그때그때 소비자들의 반응을 가장 잘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을 선정하기 위해 SNS상에서 소비자들이 남겨둔 맛 제안이나 맛 비평을 정교하게 분석해 보는 과정을 거친다. 이런 ‘단지가 궁금해’ 시리즈에 대해 바나나맛우유 골수팬들이 보이는 반응은 폭발적이다.

앞서 소개한 빙그레 브랜드들의 사례는 ‘전통적인, 일관성 있는 브랜드 정체성을 지켜나가야 한다’는 기존의 브랜드 관리 전략과 거리감이 있다. 핵심 고객층인 젊은 10대, 20대 디지털 네이티브들이 가잼비(가격 대비 재미, 소비에 있어서 재미를 찾는 소비 트렌드 의미)를 추구하고 재미와 경험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기에 젊은 세대들과 결이 잘 맞는 브랜드라는 것을 다양한 스토리로 끊임없이 전달하려 노력한다. 지금 시대는 타깃이 되는 대상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끊임없이 브랜드가 변화돼야만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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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일을 하는 착한 브랜드로 인식돼라

2020년 7월, 한시적으로 바나나맛우유가 가수 아이유와 함께 세탁소를 열었다. 바나나맛우유가 연 세탁소는 일반적으로 옷을 맡기고 세탁을 하는 곳이 아니다. 바나나맛우유팀이 진행한 환경 캠페인의 일종으로 이 세탁소에 비치된 특수한 단지 세탁기에, 다 먹은 ‘바나나맛우유 단지(용기)’를 넣으면, 이 세탁기가 깨끗하게 용기를 씻어내 재활용하기 편하게 만들어준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친환경적인 활동에 가담하는 것이다. 먹는 방식을 좀 더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유도하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바나나맛우유 플라스틱 용기와 뚜껑의 소재가 달라 뚜껑이 붙은 상태로 버려질 경우 재활용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뚜껑 부분의 은박지를 제대로 떼어내게 하기 위해 바나나맛우유는 아이유를 광고 모델로 하는 ‘뜯먹(바나나맛 우유의 리드 뚜껑을 손으로 뜯어서 먹는) 캠페인’을 실행했다.

다른 제품들의 분리수거를 돕는 행위도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바나나맛우유는 올해, 분리배출로 재활용된 바나나맛우유 패키지를 이용해 분리수거를 도울 수 있는 ‘분바스틱’을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분바스틱은 ‘분리배출이 쉬워지는 바나나맛우유 스틱’의 줄임말이다. 이 도구를 이용하면 음료수 페트병을 둘러싼 라벨을 뜯고 뚜껑과 결합된 뚜껑 링을 자르는 과정을 5초 만에 할 수 있다. 빠르고 간단하게 완벽한 분리 재활용 작업을 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바나나맛우유는 왜 이런 재활용 캠페인을 할까. 그 해답은 바로 변화한 젊은 소비자들의 가치관과 관련이 있다. 최근 가장 이슈가 되는 키워드 중 하나가 바로 ‘가치 소비’다. 가치 소비란 소비자들이 본인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신념과 일치하는 방향으로 소비하는 경향을 의미한다. 가장 대표적인 가치 소비가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일을 하는 기업들이 만든 제품을 구매하는 ‘착한 소비’다. 젊은 소비자들은 빠르게 변해가는 불확실한 시대에서 외부가 아닌 자기 스스로에게 더 집중한다. 그리고 존재에 대한 의미를 찾아주는 소비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개념 있는 가치 소비야말로 긍정적인 이미지의 ‘존재 의미’를 확인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인 셈이다.

세계관을 만들어서 팬덤을 조성하라

결국, 소비자들이 재미있어하는 브랜드가 되고, 그리고 소비자들의 인식상에서 의미 있는 착한 브랜드가 된 빙그레가 지향하고자 하는 바는 ‘팬덤’ 형성이다.

왕자 캐릭터인 ‘빙그레우스 더 마시스’는 철저하게 MZ세대가 좋아하는 콘셉트로 계산돼 만들어졌다. ‘내가 누군지 궁금하오?’ ‘찍지 말랬는데도 참’ 같은 다소 느끼한 코멘트와 함께 끊임없이 자아도취적인 셀카를 올리는 이 캐릭터는 기존에 기업들이 만들어 온 기업 대표 브랜드 캐릭터와 차이가 있다.

메인 왕자 캐릭터를 둘러싼, 이른바 ‘세계관’도 팬들과 함께 만들어나가고 있다. 예를 들어, ‘비비빅’이란 아이스크림을, ‘비비빅 군’이라는 일 잘하고 힘 좋은 신하 캐릭터로 재미있게 소개하면, 이를 소재로 한 댓글이 1만 개 이상 달린다. 투게더리고리경이 빙그레 나라를 오랫동안 보필해 온 비서로, 옹떼 메로나 브루쟝이 빙그레 나라의 공작으로 소개되며, 소비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이처럼 빙그레가 만들어낸 각종 제과, 빙과는 의인화된 만화 캐릭터로, 빙그레 나라라는 가상의 나라에서, 그리고 흥미로운 스토리라인 안에서 소개되고 있다.

빙그레 세계관과 그 안의 캐릭터를 구성해 나가면서 빙그레는 한 단계 더 높고 깊이 있는 수준의 브랜드 팬덤을 구성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빙그레는 10대, 20대들에게 사랑받지 못하면 회사 자체의 대부분의 물건이 잘 팔릴 수 없는 숙명을 타고났다. MZ세대들을 타깃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회사라면 빙그레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디지털 네이티브들이 원하는 것을 현재 한국에서 가장 영민하게 팔로우업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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