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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Brief-Case: 전통과 세련미, 두 토끼 잡는 ‘150년 시몬스’

시몬스? 침대 브랜드? 그런데 침대가 없네?
온•오프라인서 ‘유쾌한 팬덤’이 환호하다

이병주 | 309호 (2020년 1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프리미엄 수면 브랜드 시몬스가 지난해 선보인 ‘침대 없는 침대 광고’ 세 편은 유튜브에서 편당 조회 수가 수백만 건을 넘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올해 성수동 카페거리와 압구정 갤러리아백화점, 이천 시몬스 테라스 및 부산 전포동 등 네 곳에서 오픈한 팝업스토어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는 10월 말 기준 누적 방문객 수가 4만 명을 넘었을 정도다. 시몬스는 브랜드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드러내놓고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대신 소비자들이 먼저 시몬스 브랜드에 관심을 갖고 찾아오도록 유도했다. 이를 위해 그래픽과 비주얼 요소만으로 광고를 기획하고, 지역 사회의 특성에서 영감을 받아 소셜라이징(socializing) 방식의 팝업스토어를 제시함으로써 MZ세대들로부터 ‘팬덤’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올여름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 신갈리 주민들은 지루한 장마 기간 중 갑자기 늘어난 교통체증에 하나 같이 ‘시몬스 테라스에서 또 뭔가 시작하나 보다’고 직감했다. 실제로 이 동네에 위치한 수면 전문 브랜드 시몬스의 복합 문화 공간 시몬스 테라스 한쪽에선 지난 7월10일부터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가 문을 열었다. 반응은 뜨거웠다. 코로나19 여파로 스토어에 동시 입장할 수 있는 인원을 4명으로 제한했지만 주말은 말할 것도 없고, 평일에도 1시간 가까이는 기다려야 입장할 수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는 브랜드 창립 150주년을 맞은 수면 전문 브랜드 시몬스가 브랜드를 알리고자 기획한 팝업스토어다. (DBR mini box I ‘150주년 맞은 시몬스’ 참고.) 지난 4월부터 3개월간 성수동 카페거리에 오픈해서 트렌드 리더들 사이에 화제가 됐다. 이어 6월엔 압구정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에 팝업 매장을 열어 한정판 패션 아이템을 선보였다. 알음알음 입소문이 더해져 이천의 시몬스 테라스로 옮겨 오자마자 한 번은 찾아야 할 ‘핫 플레이스’로 자리매김했다. 이런 인기의 여세를 몰아 10월 말엔 부산 전포동으로 옮겨 부산 지역의 특성을 담은 한정판 아이템을 내놨다. 지금까지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를 찾은 누적 방문객 수는 4만 명(10월 말 기준)이 넘는다.

DBR mini box I : 150주년 맞은 시몬스
‘침대 업계의 포드’ 전 세계 침대 대중화에 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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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몬스는 1870년 젤몬 시몬스(Zalmon G. Simmons)가 미국 위스콘신주 케노샤에서 다양한 철물 제조공장을 설립하며 시작됐다. 그는 철사를 꼬아 만든 침대 스프링 특허를 취득한 후, 이를 활용해 침대와 매트리스를 제작했다. 시몬스 침대는 대량 생산 기술을 활용해 당시 12달러에 달하던 매트리스 가격을 1달러 아래로 떨어뜨렸다. 시몬스 침대가 ‘침대 업계의 포드’로 미국 가정에 침대를 대중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1910년 창업자인 젤몬 시몬스가 세상을 떠나고 그의 아들인 젤몬 시몬스 2세가 회사를 이어받았다. 그는 여러 침대 회사를 인수해 경쟁사가 넘볼 수 없는 수준으로 덩치를 키웠다. 동시에 매트리스 제조 기술을 혁신하고자 했다. 당시 캐나다에서 천으로 된 포켓에 코일을 넣고 개별적으로 마감한 포켓스프링으로 만든 매트리스가 제작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제품은 포켓스프링을 일일이 수작업으로 생산하므로 사치품으로만 소량 팔렸다. 시몬스 2세는 이 기술을 회사의 미래라고 생각해 대중화하고자 했다. 이 특허가 만료되자 시몬스 2세는 회사의 최고 엔지니어를 불러 이 기술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기계를 발명하라고 지시했고, 3년이 걸려서 생산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그렇게 해서 1925년 ‘뷰티레스트’ 매트리스가 세상에 선보여졌다. 뷰티레스트 가격은 39.5달러로 일반 매트리스의 서너 배에 달했지만 프리미엄 제품을 선호하는 고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토머스 에디슨, 헨리 포드, 조지 버나드 쇼, 엘리너 루스벨트 등 유명 인사들이 시몬스 침대를 사용했고 추천했다.

시몬스 브랜드는 침대의 역사와 함께 시작됐고 프리미엄 기술을 상징한다. 세계 최초로 퀸사이즈, 킹사이즈 매트리스를 출시한 곳도 시몬스다. 시몬스는 1992년 한국에 소개됐다. 현재 한국에서는 독자 법인으로 설립돼 안정호 대표가 회사를 이끌고 있다. 이후 한국 시몬스는 자체 생산 시스템과 자체 개발한 품질 관리를 통해 시몬스 브랜드를 더욱 발전시키고 있다.

침대 없는 오프라인 스토어, 온라인에서 대박으로 팬덤 형성

‘철물점(hardware store)’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엔 다양한 제품이 구비돼 있다. 앤디 워홀의 팝아트 제품을 연상케 할 정도로 알록달록 포장된 공구와 문구류, 각종 잡화가 빼곡히 진열돼 있다. 연필, 지우개, 줄자, 노트, 목장갑, 헬멧, 양말, 랜턴, 작업복 같은 복고 느낌이 나지만 세련된 물건들이 가득하다. 매장 한쪽엔 레트로 취향을 담은 1990년대 오락실 게임기들이 설치돼 있다. 손님이라고 해야 할지, 방문객으로 불러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이 매장에 들어오면 워낙 물건이 다양하고 살펴볼 게 많아 꽤 오래 머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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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몬스는 지역사회와 어울려 공존한다는 취지에 맞게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의 문을 여는 곳마다 새로운 제품들을 추가하며 변화를 꾀했다. 수제 공업이 발달한 성수동에서는 케이블 타이, 스패너 등 공구와 지우개, 볼펜 등 문구류 위주로 매대를 꾸몄고, 압구정 갤러리아백화점의 팝업 매장에선 패션 아이템을 전면에 내세웠다. 경기도 이천의 시몬스 테라스로 옮겨와서는 이천의 특산품인 쌀을 시몬스 감성으로 포장한 제품을 매장 중심에 뒀다. 공구점과 카페가 밀집한 부산 전포동에 오픈한 매장의 경우 음악에 기반한 부산의 로컬 패션 브랜드 ‘사운드샵 발란사’와 함께 부산 지역의 특성을 담은 아이템을 중심으로 매장을 꾸몄다.

사실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는 소소한 프로젝트로 시작됐다. 침대를 상징하는 작은 굿즈들을 만들어 수공업이 발달해온 성수동에서 오픈하면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성수동에 상점을 단기 임대해서 제작한 제품을 소진할 때까지만 진행하기로 계획했다. 다만 인스타그램에 잘 나올 수 있도록 비주얼은 신경 써서 공을 들이기로 했다. 하드웨어 스토어를 몇 개 만들고 운영하면서 노하우가 쌓였다. 부산에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를 오픈할 때는 지역과 어울리는 소셜라이징 정도가 한층 심화됐다. 처음부터 부산에 기반한 사운드샵 발란사와 접촉해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했다. 이들은 음악과 관련한 콘텐츠를 다양한 액세서리와 패션 아이템으로 만들어 MZ세대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발란사의 정체성을 느낄 수 있는 턴테이블 매트, LP 스퀘어 백이나 스케이드보드에 다리를 붙여서 만든 의자인 데크스툴 같은 새로운 제품을 포함해 발란사와 협업해 내놓은 디자인을 여럿 선보였다. 서울에서 진행했던 제품과 완전히 다른, 부산의 특징을 오롯이 담았다.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는 홍보용 매장이지만 실제 판매도 많이 이뤄졌다. 하루 평균 200명 이상이 가게를 찾아 일일 평균 매출 250만 원을 기록했다. 일명 ‘점프 수트’라고 불리는 상하 일체형 작업복은 최고 인기 상품이다. 가격이 7만 원에 달하는데도 오픈 2주 만에 150벌 이상 판매됐다. 실제로 한 방문객은 성수동에서 본인이 원하는 점프 수트를 사지 못해 이천 매장을 찾았고, 거기서도 원하는 사이즈가 다 팔려서 부산까지 내려와 원하는 디자인의 제품을 사 갔다는 후문이다. 빨강, 파랑, 노랑 등 다양한 색깔의 안전모(1만 원)도 잘 팔리는 아이템이다.

이런 제품이 잘나가는 이유는 소위 ‘인스타 감성’에 잘 맞기 때문이다. 매장을 찾는 방문객들은 대부분 20∼30대 MZ세대로 인스타그램을 활발하게 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매장에 들어오면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리느라 정신이 없다.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 입구의 디자인부터 매장의 공간 배치, 컬러풀한 물건의 색감 등이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는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SNS 인증 성지로 등극했다. 인스타그램에서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이 10월 말 기준으로 1만1000건을 넘었다. 조회 수, 좋아요 등의 리액션은 수십만 건을 돌파해 온라인에서 팬덤을 구축했다. 오프라인 스토어가 온라인에서 대박이 난 것이다.

특이한 건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에 침대는 고사하고 침구 등 침대와 관련된 물건이 하나도 없다는 점이다. 사실 성수동에 오픈한 매장의 경우 다섯 평 남짓한 공간으로 침대가 들어갈 자리도 없다. 프리미엄 침대의 대명사인 시몬스는 왜 침대와는 관련도 없는 물건들로 가득한 상점을 열었을까? 이에 대한 실마리는 명품 브랜드 구찌가 최근 대림미술관에서 후원한 전시회에서 찾아볼 수 있다.

소비자들이 스스로 브랜드를 선택

시몬스가 성수동에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를 운영하던 시기, 대림미술관에선 ‘이 공간, 그 장소: 헤테로토피아’라는 이름의 전시 프로젝트가 개최됐다. 구찌가 서울의 다채로운 문화와 현대미술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알렉산드로 미켈레와 세계적인 큐레이터 미리암 벤 살라가 구찌의 사유와 철학을 엿볼 수 있도록 공간과 독립예술 작품을 직접 큐레이팅했다. 특이한 건 언론 홍보나 백화점에서의 사전 이벤트를 일절 하지 않고 SNS로만 소식을 전했다는 점이다. 전시회 포스터에도 구찌의 이름이 한쪽 구석에 흐린 글씨로 작게 들어 있을 뿐 구찌와 상관없는 모습이었다. 그런데도 전시는 첫날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모았다. 비 내리는 평일인데도 아침부터 관람객들이 몰려들었다. SNS를 통해 온라인으로 사전 예약한 사람만 받았는데 며칠 되지 않아 모든 날짜의 사전 예약이 마감됐다.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찾은 것이다.

최근 럭셔리 브랜드 중에서 가장 성장성이 높은 구찌는 MZ세대가 좋아하는 디자인을 과감하게 내놓아 성공했다. 자기만의 개성과 생각이 뚜렷한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구찌는 기존과 다른 마케팅을 전개했다. 바로 소비자 스스로 브랜드를 좋아하도록 한 것이다. 제품보다는 MZ세대가 좋아할 만한 활동을 이어가면서 젊은이들이 구찌를 스스로 선택하도록 만들었다. 가령, ‘구찌 플레이스’라는 앱을 출시해서 구찌 브랜드에 영감을 준 장소를 추천했다. 그 결과 전 세계에 있는 구찌 플레이스는 젊은이들에게 꼭 한번 들러야 하는 여행지로 떠올랐다. 대림미술관 역시 서울에서 유일하게 구찌 플레이스에 소개된 장소다. 그런가 하면 새롭게 대두되는 가치관에 맞춰 모든 제품에 모피를 일절 사용하지 않기로 선언했다. 소비자들은 구찌를 소비하면서 스스로 멋지다고 생각하게 됐다. 심지어 MZ세대는 기분 좋을 때 “I feel Gucci”라고 말한다.

대림미술관의 구찌 전시회에는 구찌가 없다. 하지만 그럴수록 사람들은 구찌에 더 열광한다.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도 마찬가지다. 시몬스의 브랜드 전략을 총괄하고 있는 김성준 상무는 “브랜드의 150년 역사를 은근하게 알리려 했다”고 말했다. 일방적으로 브랜드의 찬란한 유산에 대해 말하는 대신, 브랜드를 매개로 은근히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팝업 스토어라는 형태를 빌려 지역사회에서 영감을 받아 소통하는 소셜라이징(socializing)을 펼치고 싶었다는 것. 이렇게 하는 게 소비자들이 시몬스를 자연스럽게 좋아하도록 만드는 비결이라는 게 김 상무의 설명이다. 수많은 사람이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에 열광하고 SNS를 통해 이를 공유하는 것을 보면 시몬스가 소비자들이 먼저 궁금해하는 브랜드가 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침대 없는 침대 광고, 젊은이들의 취향을 저격하다

사실 시몬스가 소비자로 하여금 브랜드를 먼저 찾게 하려는 시도는 이미 광고에서 시작됐다. 2019년 시몬스 광고는 시청자들에게 ‘이건 뭐지’라는 신선함과 놀라움을 줬다. 이른바 ‘침대 없는 침대 광고’였다. 총 3편으로 제작된 광고는 마틴 게릭스의 노래, ‘서머 데이즈(Summer Days)’가 흘러나오며 시작된다. 수영장, 해변, 숲을 배경으로 편안하게 누워 있는 모델이 등장하고, 화면이 멀어지면서 ‘SIMMONS’ 타이포그래피(typography, 문자 디자인)가 나오면서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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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광고엔 특별한 내용이 없어서 어떤 의미를 전달하려는 것인지 알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이 광고에 푹 빠졌다. 광고가 나온 후 4주 동안 광고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유튜브로 찾아서 보는 사람도 많아서 편당 조회 수가 수백만 건을 넘는다. 사람들이 이 광고를 좋아했던 이유는 단순하다. 보기 좋고, 신나며, 한 번 영상을 본 사람들은 머릿속에서 광고가 저절로 떠오를 정도로 중독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광고는 시몬스의 크리에이터 그룹인 ‘시몬스 디자인 스튜디오’가 참여해 제작했다. 전체 기획은 프러덕션인 원더보이즈필름이 담당했지만 패션 스타일링과 세트 스타일링 같은 세부 작업은 시몬스 디자인 스튜디오가 수행했다.1 시몬스 디자인 스튜디오는 광고, 캠페인, 전시 등 모든 브랜드 관련 활동을 기획하고 세부적으로 실행한다. 콘텐츠의 내용과 성격에 따라 내부 인력이 업계 최고 전문가들과 함께 프로젝트별 유닛(Unit)을 구성해 작업을 진행한다. 즉, 상황에 따라 내•외부 인력이 바뀌는 유연한 조직이다. 일을 할 때도 처음부터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놓지 않고, 방향만 정해놓은 후 상황에 따라 계획을 완성해나가는 ‘애자일’ 방식을 따른다. 당연히 고객의 취향과 현장의 목소리를 재빠르게 담을 수 있다. 고나현 상품기획팀장은 “분명 이런 방식이 시행착오도 많고 힘든 건 사실이지만 성취감은 더 크다”고 말했다. 침대 없는 침대 광고도 애플, 나이키 등과 작업한 미국의 아트 크리에이터 싱싱스튜디오와 국내 전문가들이 모여서 만든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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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MONS 타이포그래피 광고를 만들 때도 처음부터 미국의 싱싱스튜디오와 작업을 기획하지 않았다. 단지 제품 광고에서 벗어나 그래픽 요소로만 광고를 만들자는 방향만 있었다. 초기에 구체적으로 결정한 것은 커다란 가이드라인으로, CF 감독 대신 비주얼 아티스트를 쓰고, 가수 대신 DJ를 활용하자는 정도였다. 이런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프러덕션 원더보이즈필름과 논의하면서 가장 적합한 전문가를 찾아 나갔다. 이렇게 해서 크리에이터 그룹인 싱싱스튜디오와 일하게 됐고, 패션 매거진의 화보 촬영을 해온 신선혜 포토그래퍼 등이 참여하게 됐다.

시몬스 디자인 스튜디오 팀원들은 시몬스가 제품의 차별화된 성능이나 프리미엄급 고품질에 대해서는 오랜 기간 광고를 해 와서 소비자들에게 충분히 각인됐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이 광고를 만들 때는 브랜드 이미지를 그래픽과 비주얼 요소로만 표현하기로 했다. 보통 광고는 콘셉트, 제작, 납품까지 광고대행사가 중심이 돼 진행한다. 그런데 시몬스 광고는 프로덕션이 낸 콘셉트를 시몬스 디자인 스튜디오 팀원들이 함께 스타일링하고 톤앤드매너(tone & manner)를 다듬는다. 이 광고는 2019년 서울영상광고제에서 은상을 수상했는데 당시 시몬스 광고만 유일하게 광고주와 프로덕션이 함께 직접 제작했다는 게 남다른 점이다.

이 광고 작업을 진행해 가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도 나왔다. 바로 광고를 활용한 굿즈를 만들어 보자는 것. 그래서 광고에 나오는 주요 장면들로 티셔츠와 에코백, 스마트폰 케이스 등을 디자인해서 제작했다. 광고가 히트하면서 SNS에서 제품이 알려지니, 사람들이 판매용으로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시몬스 디자인 스튜디오의 강수정 아트팀장은 이런 과정이 광고 효과를 배가했다고 설명했다. 한정판으로 제작한 티셔츠가 온라인상에서 구매 인증샷 열풍을 일으키며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될 정도로 인기를 끈 덕에 고객과의 소통이 훨씬 강화됐다는 것이다.

시몬스 광고가 고품질의 브랜드 이미지에 세련미를 더한 이유는 그동안의 광고가 20년 이상 일관된 메시지를 줬기 때문이다. 1995년 볼링공 실험 광고는 대성공이었다. 볼링공을 떨어뜨려도 볼링핀이 넘어지지 않는 것을 보여준 광고는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이라는 시몬스의 브랜드 메시지를 강하게 각인했다. 이후 동일한 메시지를 기발한 방법으로 보여준 광고들이 지속적으로 시몬스 포켓스프링 기술의 탁월함을 인지시켰다. 에디슨이 숙면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광고도 인기를 얻었는데, 모두 시몬스 침대를 쓰면 숙면을 취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이런 전통이 축적돼 있었기에 작년부터 나온 침대 없는 침대 광고가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올해 시몬스가 브랜드 창립 150주년을 기념해 내놓은 광고, ‘매너가 편안함을 만든다(Manners Maketh Comfort)’ 시리즈 역시 높은 관심을 받았다. 150주년을 기념해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고민 끝에 일상생활 속 ‘매너’라는 소재에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이라는 브랜드 본질을 담아낸 공익 광고다. 자칫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사회적인 메시지를 위트 있게 풀어내, 광고가 나온 후 TV 광고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침대 없는 팝업스토어인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와 함께 침대 없는 광고를 통해 ‘침대 없는’ 커뮤니케이션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정보 습득이 많지 않았던 과거에는 제품의 성능과 품질 정보를 확실히 전달한다는 차원에서 성능 광고가 효과적이다. 오늘날은 미디어가 넘치므로 소비자들이 제품 정보를 접할 기회는 많다. 특히 수십 년 접한 제품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이미지 광고가 성공했을 때 그 효과는 배가된다. 전통에 세련미가 더해지는 것.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먼저 찾게 되는 것이다.

프리미엄에 친근함을 더한 시몬스 테라스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사랑하게 만들기 위해 시몬스가 공들인 게 하나 더 있다. 바로 시몬스 테라스다. 2018년 9월 시몬스는 본사가 있는 경기도 모가면 일대에 지역주민과 소비자가 즐길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을 조성했다. 시몬스 테라스는 주요 침대 제품을 생활 가구와 접목해 배치해 놓은 ‘테라스 스토어’, 최고급 제품으로 구성한 ‘호텔’, 시몬스의 수면 연구를 소개하는 ‘매트리스 랩’, 침대 박물관 ‘헤리티지 앨리’, 아티스트들의 전시 공간인 ‘라운지’, 식물 정원으로 큼지막하게 만든 ‘커피숍’ 등으로 구성돼 있다.

시몬스의 주요 제품을 가구와 함께 구성해 놓은 ‘테라스 스토어’에서 방문객들은 다양한 침대를 직접 체험할 수 있다. 다양한 제품을 체험하고 자세한 설명을 듣기 때문에 직접 판매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좀 더 값비싼 제품을 체험하고 싶으면 ‘호텔’로 이동해서 최고급 침대를 경험하면 된다. 여기서는 시몬스의 핵심 기술인 다양한 포켓스프링을 진열해 놓고 어떻게 최고급 매트리스를 만드는지 보여준다. ‘R&D 센터’에서는 다양한 수면 연구 기술을 보거나 체험할 수 있다. 매트리스에 볼링공을 떨어뜨리는 테스트처럼 품질 검증과 개선을 위해 수행하는 다양한 실험을 직접 볼 수 있고, 고객의 신체와 수면 행태에 맞는 최적화된 매트리스를 구성하는 방법 등을 체험할 수 있다. (DBR mini box II ‘시몬스 파워의 비결’ 참고.) 침대 박물관인 ‘헤리티지 앨리’로 가면 침대의 역사를 고스란히 접할 수 있다. 100여 년 전 미국에서 침대를 만들 때 사용하던 기계, 창업자인 젤몬 시몬스가 침대를 연구하던 작업실을 재현한 공간, 1950년대의 실제 미국 시몬스 광고가 실린 잡지와 포스터, 과거 시몬스 배송기사들이 착용했던 유니폼, 포켓스프링으로 만든 예술 작품 등이 전시돼 있다. 방문객들의 발걸음을 제일 오래 잡아두는 곳은 세련된 창고 모양의 ‘라운지’다. 라운지에서는 아티스트들의 문화•예술 작품이 전시되거나 이벤트가 펼쳐진다. 지금은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가 입점해 있다. 이렇게 시몬스 테라스를 한 바퀴 돌고 나면 방문객들은 식물 정원으로 시원하게 꾸며진 커피숍에 모여 휴식을 취하거나 담소를 나눈다.

DBR mini box II : 시몬스 파워의 비결
최고 품질을 지속적으로 추구해 온 ‘흔들리지 않는 경영 이념’

시몬스가 프리미엄 제품의 전통적 가치에 힙함과 친근함을 더할 수 있었던 것은 최고의 품질을 지속적으로 추구하기 때문이다. 최고 품질을 유지하고 있기에 품질과 성능을 이야기하지 않아도 소비자들이 알아서 알아본다. 시몬스는 2007년 자체 수면연구 R&D센터를 개관하고 제품 개발과 품질 개선 활동을 지속해오고 있다.

특히 포켓스프링은 시몬스의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을 구현하는 핵심 기술이다. 포켓스프링은 이탈리아에서만 수입하는 고밀도 특수 부직포에 개별 포장돼 옆에 있는 포켓스프링에 영향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움직이므로 옆 사람의 뒤척임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다른 침대는 스프링이 모두 연결돼 있어서 한쪽 스프링이 힘을 받아 수축하면 주변의 스프링도 함께 움직인다. 이런 포켓스프링이 무게에 기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사용자마다 체형과 자세가 달라도 세밀하게 몸을 지지해준다.

한국 시몬스는 미국 시몬스에서 포켓스프링 기술을 이전받은 후에 한국인에게 최적화된 부품을 자체적으로 개발하기도 했다. 2013년 당시 하드타입 매트리스를 선호했던 한국인의 기호에 맞게 탄력을 극대화한 i - 포켓스프링을 한국 시몬스가 개발, 생산하기 시작했다. 현재 포켓스프링은 일반형을 포함, i - 포켓스프링, 지지력을 갖춘 더블 - 포켓스프링, 부드러움을 살린 s - 포켓스프링, 안락함을 더한 어드밴스드 - 포켓스프링 등 5종류가 있다.

이런 5종의 포켓스프링을 체형의 굴곡에 따라 다르게 배치하는 조닝(Zoning) 시스템을 활용해 40여 가지의 품목을 생산하고 있다. 조닝 시스템은 침대를 여러 존(Zone)으로 나누고, 서로 다른 포켓스프링을 배치하는 기술이다. 가령, 엉덩이는 부드럽게 받쳐주고, 허리는 강하게 지탱해주도록 각기 다른 종류를 조합하는 식이다. 따라서 현재 나와 있는 제품들은 다양한 한국인 소비자가 원하는 탄력, 지지력, 진동 등을 최대한 만족시켜줄 수 있다. 고객들은 이 조닝 시스템을 통해 자신의 신체와 수면 습관에 가장 잘 맞는 침대를 선택할 수 있다.

시몬스는 포켓스프링뿐만 아니라 매트리스 소재도 혁신해왔다. 그 결과 2018년 국내 최초로 불에 잘 타지 않는 난연 매트리스를 개발해 특허를 등록했다. 사실 화재 안전성과 관련해 매트리스에 대한 국내 규제는 없다. 그러나 화재가 났을 때 매트리스가 불쏘시개 역할을 하면서 대형 화재로 번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프리미엄 제품을 생산하는 업계 대표 기업으로 안전성에서도 다른 업체를 선도하고자 기술을 개발했다. 현재 가정용 매트리스 전 제품을 난연 매트리스로 생산하고 있다.

시몬스는 제품 개발뿐만 아니라 생산에서도 고른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완벽을 다하고 있다. 매트리스 생산은 워낙 세밀한 작업이 많이 필요해서 생산 공정에서 수작업 비중이 60%에 달한다. 포켓스프링 생산을 위한 기계 세팅부터 내장재를 쌓는 레이어링, 마무리하는 봉합에 이르기까지 구석구석 사람의 손길이 필요하다. 매트리스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최소 7명의 장인을 거쳐야 한다. 여기에 더해 1936가지의 품질 테스트를 통과해야 하나의 매트리스가 나온다. 사람의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라 하루 1000개의 매트리스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췄지만 직원들에게 무리가 가지 않도록 생산량을 600개 이하로 조절하고 있다. 이런 고품질 유지 노력에 힘입어 안다즈 서울 강남, 신라호텔, 포시즌스호텔 서울 등 국내 특급 호텔 중 90%가 시몬스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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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시몬스 테라스에 방문하는 사람들은 다양한 문화 행사와 볼거리, 놀거리를 찾아온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세계적인 비주얼 아티스트 장 줄리앙의 전시, 오락실 게임기 등 1990년대 생활 문화를 설치미술로 구현한 ‘레트로 스테이션’, 서핑 관련 제품과 문화를 큐레이션한 ‘리얼리티 바이츠’, 힙한 대중음악을 문화와 접목한 ‘힙-팝’, 그리고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 등 사람들의 이목을 끌 만한 문화•예술 이벤트를 계속해서 개최했다. 그 결과 시몬스 테라스는 이천의 랜드마크가 돼 개장 후 누적 방문객이 25만 명(9월 말 기준)을 넘었다. 매달 1만 명 이상 찾아오고 있는 셈이다.

전시회 외에도 시몬스 테라스에서는 연례적으로 여는 이벤트가 있다. 하나는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야외 공간에 대형 트리와 화려한 조명을 설치해서 동화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일루미네이션’ 행사다. 겨울이 되면 사진을 찍기 위해 재차 찾아오는 방문객들이 많다. 이 외에 지역과의 어울림 활동으로 봄, 가을에 이천 지역의 농민들이 직접 지은 농산물을 직거래할 수 있는 ‘파머스 마켓’도 연다. 토마토, 사과, 복숭아, 채소, 차, 꿀, 과일잼 등 주변 농가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판매하는데 워낙 방문객이 많아서 판매량이 꽤 된다. 방문객들은 농산물을 직접 캘 수도 있고, 룰렛 게임을 한 후 얻은 쿠폰으로 농산물과 교환할 수도 있어 지루하지 않다. 동네 주민들은 농산물을 팔아 돈을 버는 것 못지않게 젊은 사람들과 어우러져서 시간을 보내는 게 더 좋다고 한다. 동네 주민으로 마을 행정을 돕고 있는 최현묵 이장은 “옛날엔 우리 동네에 정말 사람이 없었는데 시몬스 테라스가 들어선 이후로는 주말뿐 아니라 평일에도 이렇게 차가 많이 오니 그만큼 우리 동네가 발전한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프리미엄 제품이나 럭셔리 브랜드는 동경하지만 왠지 멀게 느껴지는 요소가 있다. 시몬스는 시몬스 테라스를 운영하면서 프리미엄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친근함까지 갖게 하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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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세대교체로 쇠락 없는 성장을 지향

기업 수명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포천 500대 기업 순위에서 최근 10년 사이 상위 10대 기업 중 7개가 바뀌었다. 10년 전 세계 1위 휴대폰 업체인 노키아는 사업을 접었고, 100년간 세계 최고 기업으로 벤치마킹 대상이던 GE 역시 어려움에 빠져 있다. 기업이 어려워지는 큰 이유 중 하나는 고객이 외면하기 때문이다. 한번 떠난 관심은 아무리 고객의 사랑을 되찾기 위해 쇄신하고 혁신해도 되돌리기 어렵다. 앞서 소개한 구찌 역시 2014년에 브랜드 노쇠화와 급격한 매출 하락으로 위기에 직면한 후, 전사적인 혁신으로 변화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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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점에서 시몬스의 브랜딩 활동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보통 위기가 닥친 후 방향을 바꾸기 마련인데 시몬스는 소 잃기 전에 외양간을 고치고 있다. 지금까지 브랜드 이미지 변화를 위한 여러 활동은 효과를 톡톡히 봤다. 150년 브랜드 전통에 젊은 감성의 ‘힙함’을 더했고, 딱딱하던 품질 이미지에 세련미를 입혔으며, 프리미엄은 친근하게 다가오게 했다. 가장 고무적인 결과는 젊은 세대를 끌어들였다는 것이다. MZ세대에 팬덤을 형성해 온라인에서 시몬스의 브랜드를 자발적으로 알리게 만들었다. 이런 결과는 실제 경영에도 반영돼 2030 세대가 구매한 시몬스 제품 매출이 올해 들어 확연히 늘었다. 올 상반기 2030 세대가 구매한 시몬스 침대의 혼수 대표 제품인 ‘뷰티레스트 윌리엄’의 매출액은 약 11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0% 이상 증가했는데, 이는 시몬스 상반기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증가율(17%)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특히 중장년층들은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굿즈도 2030 세대에겐 큰 인기를 끌고 있어서 올 한 해 굿즈 판매로만 5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기존 고객을 유지하면서 미래 세대의 매출이 증가하는 것은 자연스레 고객이 세대교체가 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기업이 꾸준히 성장하려면 신성장 동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신제품을 끊임없이 개발하려고 한다. 이런 신제품은 궁극적으로 신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함이다. 그런 점에서 시몬스에서 고객의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는 것은 매우 좋은 신호다. 이 상황을 계속 유지하면 위기나 쇠락 없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시몬스의 미래가 더 궁금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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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주 DBR 객원 편집위원 capomaru@gmail.com
필자는 연세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LG경제연구원에서 창의성, 혁신, 마케팅 관련 연구와 컨설팅을 수행했다. 여러 벤처캐피털에서 자문위원으로 일하며, 스타트업 투자와 보육, 성장을 도왔다. 저서로 『애플 콤플렉스』 『촉』 『3불 전략』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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