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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 마국성 아이지에이웍스 대표

“매체에 집중한 퍼포먼스 마케팅보다
데이터를 무기 삼은 브랜딩에 초점을”

배미정 | 305호 (2020년 9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국내 광고 시장에서 유일하게 데이터, 프로그래머틱, 에이전시 서비스 등 세 축의 풀스택을 갖춘 애드테크 기업 아이지에이웍스가 전망하는 디지털 마케팅의 미래는 다음과 같다.

1. 마케터에게는 당장 활용할 수 있고, 직관적으로 이해 가능한 데이터와 인사이트가 제공돼야 한다.

2. 자사 고객 정보와 외부 데이터를 결합한 데이터 조합으로 마케팅 전략과 시나리오가 무한하게 확장할 것이다.

3. 데이터와 기술을 무기로 데이터 수집, 분석, 정제, 활용에 이르기까지 풀 서비스하는 마케팅 니즈가 커질 것이다.

4. 앞으로 매체에 최적화된 퍼포먼스 마케팅보다는 충성 고객과의 관계 형성에 집중하는 브랜딩 영역에서 데이터의 기여도가 커질 것이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황지수(단국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국내 광고 시장이 모바일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특히 2020년은 모바일 광고 시장 규모가 방송과 PC 광고 시장을 합친 것보다 더 커지는 원년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에 따르면 2020년 모바일 광고 시장 규모는 5조4000억 원으로 방송 광고(3조1000억 원)와 PC 광고(1조9000억 원)을 합친 것을 최초로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내 손 안의 모바일 광고가 TV나 PC 광고를 제칠 정도의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모바일 환경에서 고객을 온전히 이해하고 광고 전략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오디언스 데이터(Audience data)와 광고 기술(ADtech)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글로벌 광고 시장은 이미 데이터와 애드테크(AdTech)로 무장한 기업을 중심으로 게임의 룰이 바뀌고 있다. 액센츄어 같은 글로벌 경영 컨설팅 회사들이 옴니콤(Omnicom), 퍼블리시스(Publicis), WPP 같은 기성 대형 광고회사들을 제치고 새로운 플레이어로 디지털 광고 시장을 점령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광고 컨설팅업체 애드에이지(AdAge)에 따르면 2019년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 가장 큰 매출을 거둔 회사는 액센츄어로 103억 달러(약 11조 원)를 기록했으며, 그 뒤로 딜로이트, IBM, PWC 같은 대형 컨설팅 펌들이 1위에서 4위까지 상위권을 독차지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일례로 액센츄어는 최근 6년간 30여 개의 데이터 분석, 디지털 광고, 크리에이티브, 애드테크 관련 기업들을 인수하면서 액센츄어 인터랙티브(Accenture Interactive)를 풀스택(full-stack)1 을 갖춘 디지털 광고 에이전시로 키웠다. 여기서 풀스택이란 데이터 수집과 분석, 활용에 이르는 데이터 비즈니스 밸류체인 전반을 구성하는 플랫폼과 툴을 의미한다. 액센츄어는 자사 본연의 IT 컨설팅 역량과 외부에서 수혈한 데이터 전문성을 결합해 디지털 광고 시장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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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국내 상황은 어떤가?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아이지에이웍스(igaworks)가 데이터 서비스, 프로그래머틱 서비스, 에이전시 서비스 등 세 축의 풀스택을 갖춘 데이터/애드테크 기업으로 활약하고 있다. 2006년 창업한 아이지에이웍스는 모바일 데이터 분석, 마케팅 자동화, AI와 머신러닝 기반의 DMP(Data Management Platform), ATD(Advertising Trade Desk)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재 2만8000여 개 모바일 앱에 아이지에이웍스의 솔루션이 탑재돼 있으며, 매달 9300만 대 이상, 총 10억 대 이상의 모바일 기기 정보에 접근해 월간 17억 달러(약 2조 원) 규모의 구매 데이터를 트래킹하고 있다. 모바일 광고 시장의 급격한 성장에 힘입어 아이지에이웍스의 광고 취급액과 매출액도 급증하고 있다. 2019년 아이지에이웍스의 광고 취급액은 2084억 원으로 2018년 890억 원 대비 2배 이상으로 증가했으며, 올해는 3500억 원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출액도 2019년 840억 원을 기록한 데 이어 2020년에는 1500억 원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마국성 아이지에이웍스 대표는 “최근 데이터 비즈니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아직도 국내 대기업 마케팅에서 모바일 데이터는 제한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며 “데이터를 활용 가능하도록(actionable) 제공함으로써 광고주와 광고회사의 디지털 마케팅 역량을 강화(empowering)하는 게 우리의 미션”이라고 강조했다. DBR가 마 대표를 만나 디지털 마케팅과 데이터/애드테크의 현재와 미래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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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ionable Data’ ‘Actionable Insights’를 회사의 모토로 강조하고 있다. ‘Actionable’, 즉 ‘활용 가능한’ 데이터란 어떤 의미인가.

일반적인 광고회사의 업무는 ‘기획-제작-매체’의 3단계로 볼 수 있다. 그런데 보통 데이터를 얘기할 때 구글, 페이스북, 네이버, 카카오 같은 매체 단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 매체 단에서 지원하는 옵션을 활용해 최고의 효율을 내는 식이다. 하지만 광고주는 매체 단에서는 정작 타깃으로 하는 고객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없다. 플랫폼이 고객 정보를 제공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디지털 마케팅은 우리 회사의 고객이 누구인지를 제대로 파악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과거에 데이터가 별로 없을 때는 소수 고객 대상으로 집단 심층 면접(FGI)한 결과를 토대로 적당히 추측하는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지금은 자사 고객 데이터(1st party)뿐 아니라 외부 데이터(3rd party)까지 결합해 분석하면 고객 성향을 거의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일례로, 아이지에이웍스의 애드브릭스(Adbrix)는 자사 데이터를 측정 관리하는 툴이고, 모바일 인덱스(Mobile index)는 외부 데이터를 집대성하는 툴이다. 양쪽 데이터를 결합하면 정말 내 고객이 어떤 사람인지, 예컨대, 자사 서비스 내 장바구니 데이터를 연령/성별, 결혼 유무, 경쟁 앱 이용 현황, 구매 성향, 구매 지수, 페르소나 같은 외부 데이터와 조합해 무한한 마케팅 전략과 시나리오를 짤 수 있다. 이렇게 결합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매체별 특성에 따라 타깃 고객을 대상으로 최적화된 광고를 내보내는 광고 운영 플랫폼이 바로 트레이딩 웍스(Trading Works)다. 더 전문적인 용어로 말하자면 성과 분석(Attribution) 솔루션인 애드브릭스, DMP인 모바일 인덱스, 트레이딩 데스크인 트레이딩 웍스, 이 3가지 데이터 마케팅 비즈니스 툴을 모두 갖춘 회사는 국내에 아이지에이웍스가 유일하고 전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우리는 이런 데이터 툴을 사용해 광고회사나 마케터들 손에 현장에서 바로 쓸 수 있는 데이터 무기를 쥐여준다. 다시 말해, 마케터들은 고객이 어떤 사람인지 성향을 파악한 다음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디지털 매체에서 마케터가 타깃으로 하고 있는 고객을 대상으로 광고를 노출할 수 있게 된다.

모바일 데이터로 고객의 성향을 얼마나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나.

모바일 환경에서는 모바일 기기 고유의 식별 값인 ADID와 IDFA2 로 앱 서비스 이용자가 남긴 기록을 추적할 수 있다. 이런 앱 이용 현황을 바탕으로 고객에게 직접 물어보지 않아도 성별, 결혼 유무, 관심사, 구매력, 추정 직업군, 라이프스타일 등 다양한 정보를 추출할 수 있다. 곧 이사를 하거나, 해외여행을 가거나 또는 결혼할 것 같다는 페르소나까지 파악할 수 있다. 정확도는 정보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거의 90%가 넘는다고 보면 된다. 특히 연령, 성별, 관심사는 정확도가 굉장히 높다. 예컨대, GPS를 통해 어떤 사람이 마포구 합정 푸르지오에 사는 것 같다고 파악된다 해도 그 사람이 월세, 전세, 자가인지, 혹은 몇 평에 사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주변에 사는 사람들을 마케팅 관점에서 하나의 클러스터로 파악하고 분석할 수 있다. 모바일 인덱스 DMP에서 하루 평균 3500만 대의 기기를 AI 머신러닝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고객의 성향과 행동을 예측한다.

기업이 자사 서비스의 고객 데이터뿐 아니라 제3자 데이터까지 활용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데이터의 중요성이 커지니까 많은 기업이 내부적으로 데이터 사이언스팀을 구축해서 데이터 분석을 강화하는 데만 주력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자기 서비스 안에 고객이 남긴 데이터는 전체 데이터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타사 혹은 경쟁사에서의 고객 동향을 알면 더 차별화된 마케팅을 펼칠 수 있다. 쉬운 예로, 어떤 사람이 롯데백화점 VVIP인데 신세계백화점은 한 번도 이용을 안 했다고 가정하자. 이 사람이 우연히 친구를 만나러 신세계백화점에 갔는데 신세계백화점이 VVIP가 아니라고 무료 주차조차 해주지 않는다면 신세계백화점 입장에서는 소중한 마케팅 기회를 놓치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신세계가 이 사람이 경쟁사의 VVIP인 줄 미리 파악하고 차별화된 마케팅을 펼친다면 고객을 깊이 감동시킬 수 있을 것이다.

모바일 정보가 금융 정보와 결합하면 더 정확한 분석이 가능할 것 같다.

우리가 직접 금융 정보를 다룰 계획은 없다. 그쪽 분야에 이미 탁월한 회사가 있고, 금융회사나 핀테크회사와 파트너십을 통해 데이터를 공유함으로써 충분히 더 정밀한 분석이 가능해질 수 있다. 예컨대, 어느 기업이 자사 카드 고객을 익명 처리한 데이터를 가져와 매칭해보자고 하면 우리 쪽에서 95% 이상 데이터를 매칭해 다른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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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기기의 식별값은 개인정보와 무관한가.

아이지에이웍스는 개인이 식별되는 정보를 다루지 않는다. 식별화된 정보가 크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지도 않는다. 개인의 이름과 핸드폰 번호를 몰라도 현재 데이터 분석 결과만으로 마케팅에 활용하는 데는 충분하다. 오히려 식별 정보를 썼을 때는 개인정보보호에 따른 법적 부담이 더 커진다. 이번에 데이터 3법이 통과되면서 우리가 다루는 정보가 익명 정보인지, 가명 정보인지의 경계가 명확해졌다. 이전까지만 해도 국내에 관련 법안이 없어서 유럽의 개인정보보호법(GDPR)을 기준으로 삼아왔는데 이번에 국내 법으로 경계가 명확해지면서 법적 리스크가 훨씬 줄어들게 됐다. 참고로 핸드폰 설정에서 언제든지 내 광고 ID를 갱신할 수 있다.

광고 에이전시 자회사도 갖고 있다. 실제 데이터 중심의 디지털 마케팅이 효과를 거두고 있는가.

2017년 미디어 에이전시 ‘디지털퍼스트(Digital First)’를 설립하고, 2019년 5월 디지털 광고 기업 ‘스마트인터랙티브(Smart Interactive)’를 인수했다. 스마트인터랙티브는 인수 당시 월 매출 50억 원 정도 수준에서 꽤 오랫동안 정체를 빚던 회사였다. 그런데 우리가 인수한 후 이 회사는 조직적인 변화 없이 6개월 만에 월 매출이 100억 대로 2배로 늘어났다. 이 회사의 모든 비즈니스 제안에 데이터 중심(Data-driven) 의사결정을 적용한 결과다. 자회사들의 성공은 디지털 마케팅의 베스트 케이스를 보여준다. 우리는 자회사들과 한 것과 마찬가지로 다른 광고 에이전시와 기업의 디지털 마케팅에도 동기 부여하는 역할을 하고자 한다.

어떻게 데이터 서비스, 프로그래머틱 서비스, 에이전시 서비스 등 풀스택을 갖추게 됐나.

창업 당시인 2006년만 해도 스마트폰이 없었고 온라인 게임 내 광고로 사업을 시작했다. 운 좋게도 모바일 태동기에 주요 광고주는 모두 게임 회사였다. 게임은 앱에서 바로 돈을 버는 비즈니스였기 때문에 앱을 인스톨시키는 형태의 광고 시장이 급성장했다. 앱을 다운로드받으면 게임 내에서 보상을 주는 보상형 광고 플랫폼 ‘애드 팝콘’을 2010년 국내 최초로 론칭해 성공했다. 그런데 보상을 제대로 하려면 이 사람이 제대로 앱을 깔고 실행했는지가 정확히 측정돼야 한다. 그런 측정 기술을 발전시킨 결과 성과 측정 플랫폼 ‘애드브릭스’를 2012년 론칭하게 됐다. 애드브릭스를 통해 선제적으로 모바일 데이터를 수집하는 플랫폼으로 포지셔닝할 수 있었다. 이후 이런 데이터 기반 광고를 더 잘하려면 사용자(audience)에게 맞는 매체를 구매하는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2015년 ‘트레이딩 웍스’를 개발했다. 또 자사 데이터뿐 아니라 경쟁자와의 관계에 대한 통합적인 데이터 분석을 위해 2016년 ‘모바일 인덱스’ DMP를 구축했다. 이런 다양한 솔루션을 갖추고 보니, 에이전시들이 우리 툴을 정말 잘 활용하도록 하려면 우리가 직접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에 ‘디지털퍼스트’를 설립하고 ‘스마트인터랙티브’를 순차적으로 인수하게 됐다. 이 모든 과정은 처음부터 계획한 것은 아니었는데, 최근 글로벌 경영 컨설팅 업체들도 비슷한 행보를 걸어온 것을 알게 돼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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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센츄어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직접 마케팅 컨설팅까지 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글로벌 컨설팅 회사들이 모바일 광고 시장의 상위권 기업으로 부상한 것은 굉장히 충격적인 일이다. 컨설팅 기업들은 한편으로는 데이터를 수집,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 기업, 다른 한편으로는 데이터 기반 마케팅 전략을 수행할 수 있는 애드테크 기업과 에이전시를 인수했다. 그리고 태생적으로 강한 IT 컨설팅 역량을 발휘해 광고 기업에 컨설팅하는 새로운 밸류체인을 만들었다. 아이지에이웍스도 비슷한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다. 현재 내부에 데이터 컨설팅 조직이 있는데 더 확대할 계획도 있다.

다른 경쟁자가 뒤따라올 가능성은 없나.

아이지에이웍스는 시리즈 E까지 580억 원을 투자받고 꾸준히 증가하는 매출액을 기반으로 데이터에 투자해왔다. 애드브릭스를 개발하는 데만 수백억 원, 서버 유지비만 연간 수십억 원이 들어갔다. 일반 기업에서는 웬만한 오너의 의지 없이는 이런 과감한 투자를 하기 쉽지는 않다.

아이지에이웍스가 제공하는 플랫폼과 툴만 있으면 누구든 디지털 마케팅에 성공할 수 있을까.

그런 건 아니다. 우리는 데이터와 테크를 손에 쥐여줄 뿐 그것을 잘 운영하는 것은 마케터의 몫이다. 우리는 그들과 파트너십을 맺을 뿐이다. 일례로 데이터를 손에 쥐여줘도 무시하고 활용할 시도조차 안 하는 극단적인 케이스도 있다. 데이터는 뭐든지 해결해주는 도깨비방망이나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아우디, BMW, 벤츠 자동차 딜러들한테 다음 달에 차를 바꿀 것으로 예상되는 고객 리스트 1000명을 줬다고 가정하자. 우리가 준 1000명의 데이터가 얼마나 맞았는지, 틀렸는지는 한 달 뒤에 바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데이터가 정확한지 여부와 상관없이 실제 세일즈 결과는 딜러의 역량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같은 고객을 대상으로도 어떤 딜러는 차를 팔고, 어떤 딜러는 못 팔 것이다. 우리는 전쟁에서 이기는 데 필요한, 핵심 무기를 제공해주는 것이다. 실제 전쟁의 승패는 싸우는 사람, 즉 마케터의 역량에 달려 있다. 우리는 마케터를 임파워링하는 역할을 할 뿐이다. 우리는 데이터 회사다. 데이터를 해석하고 솔루션을 찾아서 실행하는 것은 마케팅의 영역이다.

이처럼 애드테크 기술이 발전했는데도 불구하고 기업이 디지털 마케팅에 서툰 이유는 무엇일까?

안타깝게도 대기업들이 전 세계 데이터를 엄청난 비용을 들여 다 수집해 놓고도 마케팅 현장에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보유한 데이터가 활용 가능하지(actionable) 않기 때문이다. 마케터들 손에 당장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쥐여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또 엄청난 돈을 들여 각종 해외 데이터 플랫폼과 툴에 투자했는데 정작 UI가 너무 복잡해 현장에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마케터들은 이런 툴을 일일이 학습하고 데이터를 분석할 시간이 없다. 정작 매체에서 분석해주는 데이터는 실제 고객과 잘 맞지 않고 분석 결과도 매체별로 제각각이라 통합적인 관리가 힘들다. 우리는 마케터가 필요한 데이터를 간편하고 쉽게 관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말이다.

우리끼리 비공식적인 사훈이 ‘에이∼ 모르겠고’이다. 쓸데없이 복잡하게 얘기하지 말고, 결과적으로 누구한테 광고해야 하는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라는 의미다. 내부적으로 소통할 때도 ‘데이터가 직관적으로 바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당장 활용 가능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늘 강조한다.

데이터 중심으로 디지털 마케팅을 잘한 케이스가 있다면 소개해달라.

대기업 계열 종합 패션몰 A사는 우리가 놀랄 정도로 내부적으로 데이터에 굉장히 많이 투자한 회사였다. 데이터 전담 부서가 있고 거기에 카이스트 출신 개발자 등이 수십 명을 채용할 정도로 상부에서 데이터 중심 마케팅에 대한 의지가 강했다. 하지만 자사 데이터만 분석해서는 한계가 있다. A사 앱의 이용자 수를 분석해 보니 전일 대비 12%나 상승했다. 하지만 동종 업계가 13% 상승한 점을 감안하면 좋아할 일이 아니었다. 우리 회사가 잘하고 있는지는 다른 회사와 비교한 다음에야 제대로 된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이 회사의 이용자 현황을 주요 경쟁자들과 비교해보니 일간 사용자 측면에서 경쟁사 B, C에 이어 3위를 기록해 안정적인 서비스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1, 2위와의 격차가 컸고 4, 5위와는 접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사는 앱의 주 고객층이 40대고 동종 업계 1위 경쟁사 B사는 20대이기 때문에 안심하고 있었다. 그런데 정밀하게 분석한 결과 B사에서 40대 여성의 트래픽이 급격히 올라가고 있었다. A사는 겉으로 보기에 평상시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위기를 못 느끼고 있었지만 실상은 주요 고객이 경쟁사로 이탈하는 치명적인 상황에 놓여 있었다. 이에 아이지에이웍스는 애드브릭스로 A사의 고객 성향을, 특히 서비스 고관여 유저와 구매를 많이 한 충성 고객 중심으로 분석했다. 그리고 모바일 인덱스 DMP에서 이와 비슷한 성향의 고객을 타깃 마케팅 후보로 도출하고 트레이딩 웍스를 통해 구글, 페이스북, 유튜브 같은 주요 매체로 광고를 집행했다. 그 결과 새롭게 10만 명의 고객이 유입됐다. 더 중요한 성과는 이 고객들이 기존 유저와 비슷한 행동을 보여 실제 매출에 기여했고, 특히 40대 주 고객층이 다수 확보돼 경쟁자의 시장 진입도 막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앱에서 고객 성향을 파악하는 기준을 따로 정하고 있나.

사례마다 다르다. A사의 경우 자사 몰 앱이었는데 자사 몰 앱을 설치하는 사람들의 특징이 두드러졌다. 보통 일반인들은 커머스 앱을 평균 3.5개 정도 사용하는데 흥미롭게도 자사 몰 앱을 쓰는 사람은 10개 이상의 커머스 앱을 사용하는 경향을 보였다. 우리는 그만큼 자사 몰 고객들은 가격과 혜택에 민감하다는 가설을 세웠다. 그리고 포인트 앱을 자주 쓰는 사람들 등 유사한 페르소나를 가진 사람들을 찾았다. 이런 가설이 틀릴 때도 있지만 신기하게도 대부분 잘 맞는다.

또 다른 예로, 홈플러스의 경우 홈플러스 매장 주변에 거주할수록 홈플러스 앱을 이용하는 상관관계가 높다는 점을 데이터를 통해 파악했다. 그런데 서울, 특히 강동 지역에는 홈플러스 매장이 별로 없다. 그렇다면 서울 동부 지역에 있는 사람들한테는 홈플러스 광고 마케팅을 할 필요가 없다. 이때는 주거지의 위치가 고객 성향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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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가 앞으로 디지털 마케팅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보는가.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최근까지 데이터와 애드테크는 기획-제작-매체의 3단계에서 너무 매체 중심으로 최적화를 추구하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내 고객을 이해하지 못한 채 설계한 크리에이티브 전략은 결과가 안 좋을 수밖에 없다. 앞으로는 기획 단계의 첫 단추에서부터, 즉 내 고객을 이해하는 단계에서부터 데이터 중심 의사결정이 이뤄져야 한다.

더 나아가 마케팅은 크게 브랜딩과 퍼포먼스의 영역으로 나눠볼 수 있는데, 앞으로는 브랜딩 영역에서 애드테크가 기여하는 부분이 더 커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동안 애드테크를 얘기할 때 퍼포먼스 마케팅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클릭, 설치, 구매 전환같이 비용 대비 효율만 따지는 퍼포먼스 마케팅에는 한계가 있다. CPC(클릭당 과금), CPA(액션 발생당 과금) 같은 퍼포먼스 기준은 단기간의 ROI 관점에서는 합리적일지 모른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회사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충성 고객, 예컨대 VIP는 당장의 ROI에 기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소외시킬 위험이 크다. 또 ‘라스트 클릭’을 기준으로 퍼포먼스를 평가하는 것도 맹점이다. 고객이 광고를 A, B, C, D를 본 후에 구매했다고 하면 기여도를 어디에 둘 것인가를 따졌을 때 퍼포먼스 마케팅은 D, 마지막 광고에 큰 기여도를 준다. 하지만 우리는 결코 앞의 광고들이 의미가 없었다고 얘기할 수 없다.

앞으로는 매체 중심적 시각에서 벗어나 오히려 기획-제작 단계에서 데이터의 기여, 즉 내 고객이 누군지를 이해하고, 페인포인트와 경쟁사와의 관계를 파악해서 전략을 수립하고 메시지를 짜고, 그럼으로써 구매를 이끌어내는 식으로 디지털 마케팅이 발전할 것이다. 한 번 클릭하고 떠나는 체리피커가 아니라 우리 서비스를 오랫동안 잘 이용해주고 꾸준히 매출을 일으켜줄 고객을 끌어들이겠다는 관점에서 데이터 중심 마케팅이 이뤄져야 한다. 고객의 호감을 사고 인지도를 높이는 브랜딩 영역에서 데이터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엄청나게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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