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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2. 마이데이터가 바꿀 일상의 변화

데이터 권리의 주체는 기업 아닌 개인
소비자의 불편함 해결이 서비스 첫발

권준호 | 305호 (2020년 9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마이데이터 비즈니스는 개인의 요청에 따라 금융 데이터를 수집해서 두 가지 목적, 먼저 고객에게 데이터를 잘 보여주고, 또 고객이 요구하는 곳으로 전송(유통)해주는 데서 가치를 창출할 것이다. 그러려면 기업 관점에서 수익화를 고민하기 전에 소비자 관점에서 어떤 서비스를 필요로 하게 될지를 폭넓은 관점에서 검토해야 한다. 마이데이터는 소비자의 고질적인 불편함을 해결하는 데서 빛을 발할 것이다.



누구나 학교 졸업 증명서를 발급받아 본 경험이 한 번쯤 있을 것이다. 필자는 그때마다 내가 졸업했다는 기록을 왜 ‘학교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지 궁금했다. 발급 기관의 권위와 보증 행위에 대해 소정의 수수료를 지불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나의 기록을 꼭 별도의 기관, 즉 학교의 권위를 빌려야만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행정적으로 그래야만 하는 이유가 분명히 있겠지만, 이런 체계에 깔린 가장 근원적인 철학이 결국 내 정보의 주권이 개인이 아닌 다른 곳에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다시 생각해보면, 졸업 증명서는 과연 내가 그 대학교를 졸업한 기록일까, 아니면 그 대학교가 나를 졸업이라는 절차를 통해 배출했다는 기록일까?

비슷한 고민은 일상에서 숱하게 발생한다. 병원에서 진단서를 발급하고, 은행에서 여타 증명서를 발급하는 과정에서도 이런 의문은 종종 생긴다. 하지만 앞으로 최소한 금융 생활에서만큼은 내 정보, 즉 개인의 데이터 주권이 ‘기관’이 아닌 ‘나 개인’에 있음이 분명해질 전망이다. 2020년 1월 국회를 통과하고 세부 사항 논의를 거쳐 8월부터 본격 시행령이 발의된 데이터 3법이 개인을 금융 데이터(신용정보)의 주체, 소유자로 개념화하고 금융기관들은 그 데이터의 보유자로서 개인의 열람과 전송 요구를 받아 수행해야 한다는 의무를 명시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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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주권의 시대적 흐름

일각에서는 한국처럼 금융의 전자, 전산화가 잘돼 있는 사회에서 굳이 이런 조치가 왜 필요할까, 불필요하거나 과도한 것은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하지만 이런 논의는 2010년 전후로 펼쳐졌던 3G 무선 인터넷 사례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빠르고 안정적인 유선 인터넷 보급이 세계 최정상급인데 굳이 비싸고 느린 무선 인터넷이 왜 도입돼야 하는지에 대해 논란이 일었다. 또 스마트폰에 왜 와이파이(wifi)를 장착해야 하는지 의문이 커지면서 심지어 와이파이 사용이 불가능한 스마트폰이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2020년 현재는 어떤가? 우리는 스마트폰 무선 인터넷과 와이파이를 아무런 의구심 없이 당연하게 여긴다. 불과 10년도 채 되지 않은 시간에 벌어진 변화다. 그동안 시장과 소비자, 즉 시대의 요구에 따라 세상은 변화했다. 데이터 주권도 다를 바 없다. 지금은 당장 피부로 느껴지지 않아서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겠지만 분명 얼마 지나지 않아 의심의 여지없이 데이터 주권은 당연한 권리가 돼 있을 것이다. 데이터 주권은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요구이자 흐름이다.

4차 산업혁명과 함께 데이터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정부가 ‘데이터의 주체는 개인’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마이데이터 산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이유는 그동안 기관이나 기업 중심이던 데이터 활용 시스템을 개인 중심으로 이동시켜 초개인화 환경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이 말은 곧, 산업 곳곳에 축적돼 있는 데이터를 개인이 관리하고 분석하는 것이 가능해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전 산업에 걸쳐 디지털 전환이 이뤄지면서 방대해진 데이터를 개인이 스스로 통제하고 보호하자는 취지에서 등장한 개념이 바로 마이데이터이다. 개인이 데이터 개방을 요청하면 기업은 보유한 데이터를 개인(요청자) 또는 개인이 지정한 제3자에게 개방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 개인의 데이터 권한이 강화되는 첫발을 내딛는 역사적인 순간에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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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이터 비즈니스의 본질은 ‘개인’

마이데이터 비즈니스도 데이터 주권과 그것이 발현되는 형태인 정보전송요구권의 관점에서 추진해야 한다. 정보전송요구권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 문제는 개인이 아닌 기업의 목적 중심으로 데이터가 저장되거나 활용되는 것이다. 두 번째 문제는 기업 간 정보의 불균형이다. 그동안 기업이 해당 기업에 충성 고객이라는 명분으로 개인의 데이터를 묶어 두고 사용하면서 개인의 데이터가 정작 개인의 효용을 높이는 데 사용되지 못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했다. 마이데이터는 이런 문제들을 데이터 권리의 주체를 개인으로 바꿈으로써 해결하고자 한다. 따라서 마이데이터 사업을 영위하는 참여자는 마이데이터의 본질이 기업이 아닌 개인에 있다는 것을 반드시 주지해야 한다.

뱅크샐러드에서 마이데이터 인프라 구축을 담당하면서 외부에서나 입사 지원자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마이데이터 사업의 전략 즉, 수익화에 대한 물음이다. 어느 금융기관은 노골적으로 “데이터를 가져다가 어디에 써먹으려고 하는 거냐?”고 묻기도 했다. 이 질문에 대한 ‘개인의 데이터 주권’ 입장에서의 뱅크샐러드의 답변은 다음과 같다.

“뱅크샐러드는 개인의 요청에 의해 금융 데이터(신용정보)를 수집해서 두 가지 목적으로 활용합니다. 고객에게 보여주는 것, 그리고 고객이 요구하는 곳으로 전송(유통)해주는 것입니다.”

수익화를 따지는 질문은 여전히 기업 중심의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에서 뱅크샐러드는 물론이고 마이데이터 사업의 방향성과도 어긋난다. 뱅크샐러드는 시대적 흐름, 개인이 데이터 주권을 갖게 된 환경이 마련된 만큼, 즉 서비스 사용자들이 데이터를 관리할 수 있게 됐을 때 사용자가 보고 싶어 하는 정보를 보여주고 그에 따라 필요해지는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다.

물론 뱅크샐러드도 마이데이터 사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수익을 창출해야 할 것이다. 다만 그것은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문법에 따른 방식으로 이뤄지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처럼 기업 내부에 데이터를 저장해 독점으로 고객을 가둬 두거나 고객으로부터 매출을 뽑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를 유통하고 이를 통해 고객 가치를 창출하는 과정에서 고객을 포함한 산업 생태계로부터 수익을 창출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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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전송요구권이 가져올 일상의 변화

지금까지의 모든 혁신이 그래왔듯이 이 같은 변화는 고객의 행복과 편리, 이익과 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다. 카카오톡 같은 모바일 메신저가 과거 문자메시지 SMS를 대체하고, USIM 카드로 휴대전화에서 통신사를 선택하는 것이 가능해졌고, 이제는 e-SIM까지 나온 것처럼 말이다. 이러한 변화로 개인은 시간과 노력, 비용을 모두 절감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아무리 대단한 혁신이라고 할지라도 실제 소비자의 편의를 높이지 못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대표적인 사례로 2010년 도입한 ‘전자본인서명사실확인’ 제도를 들고 싶다. 이 제도는 90일(3개월)에 한 번씩 재발급받아야 하는 인감증명제도를 완전히 폐지한다는 방침으로 2012년 12월 본격 시행됐다. 그 덕분에 인감도장 분실 우려가 해소되고, 인감도장 등록이나 변경을 위해 직접 주소지 관할 행정기관에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사라질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확인서의 2019년 발급률은 5%에 불과할 정도로 실적이 저조하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니라 여전히 불편해서다. 전자본인서명사실확인서도 주민센터에 직접 방문해 신청해야 하고 발급받아도 수신처에서 수용해주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미 10년 가까이 시행된 제도인데도 불구하고 주민센터에 가보면 여전히 인감증명서를 발급받는 사람들이 많고, 해당 제도에 대해 문의하면 주민센터 직원들조차도 불편함이 많다며 권유하지 않기도 한다. 신청 서류를 작성하고 제도에 가입해도, 막상 민원포털에서는 더 불편하게 접속해야만 하고, 그렇게 발행하는 데 성공해도 정작 수신처에서도 원활하게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결국, 아무리 혁신적인 시도라 할지라도 시장, 소비자가 수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즉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것을 만들어야 비로소 성공할 수 있다. 마이데이터 사업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참여자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이 제도를 이해하고 수용하면서 다양한 형태로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아직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참여자 일부의 자의적 해석으로 서비스 범위를 한정해 버리거나 특정한 상황만을 가정해서 서비스가 필요 없다고 단정해서도 안 된다.

뱅크샐러드는 그동안 고객 중심의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1 초기 뱅크샐러드는 생생한 사용자 목소리를 듣기 위해 연간 평균 100명 이상의 고객을 직접 만나 서비스 이용 현황을 들었다. 그리고 고객 만남을 통해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서비스를 개선해왔다. 사용자 수가 크게 증가한 현재는 특정 고객을 만나기보다 최대한 많은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고, 불편을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최근에는 ‘실험 플랫폼’ 팀을 신설해 고객의 반응을 추적하고 있다. 공급자 입장에서의 미세한 변화가 고객들에게는 크게 느껴질 수 있다.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서비스 변화를 작게 실험하고 그에 따른 앱 내에서의 고객의 행동 패턴이나 이용 현황 등을 데이터로 수집, 분석해 서비스를 변경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즉, 모든 서비스를 철저하게 고객 데이터 중심의 실험과 분석에 따른 결과를 바탕으로 설계한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마이데이터 비즈니스가 소비자의 어떤 불편함을 해결할 수 있을까. 최근 수년 내 전세자금 대출을 받거나 주택담보대출(모기지론)을 받아본 사람이라면 신용카드 회사로부터 한도 조정(축소) 안내를 받은 경험이 높은 확률로 있을 것이다. 새로운 대출은 은행에서 받았는데, 이 대출을 신용평가회사가 평가한다. 큰 액수의 대출이 새로 발생했고, 원리금을 5년, 10년으로 나눠봐도 소득 대비 상환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제 카드회사는 한도를 축소해야 한다. 가계 부채 부실을 예방하기 위해 신용카드 사용 한도를 가처분 소득 대비로 조정하라는 지시사항 때문이다. 올바른 정책 목표이지만 이 과정에서 일부 소비자에게는 피해가 발생한다. 예를 들면, 전세자금 대출을 받은 것과 별개로 스스로의 소비를 책임질 수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카드 한도가 대폭 줄어들어 생활의 불편함을 감수해야 되는 것이다. 선량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정책의 부작용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비자는 금융거래확인서를 카드사에 매번 제출해야 하고 카드사는 예외 처리 여부를 판단하고 일일이 처리해야 한다. 개인의 신용정보가 은행과 신용평가회사와 카드사 간에 분절돼 있어서 동일한 개인을 서로 다르게 평가하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앞으로 이런 문제는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통해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 신용평가회사의 신용점수 평가와 변동을 실시간으로 확인해 ‘나의 은행 대출 정보’를 카드회사로 전송할 것을 요구하면 끝이다. 기존에 은행으로부터 대출 목적이 명시된 증명서를 발급받아서 카드회사에 팩스 등으로 전송해주던 복잡한 행위를 클릭 한 번으로 끝내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카드사는 무의미한 상담 행위에 인력을 낭비하지 않아도 되고, 충성도 높은 고객의 불만도 없앨 수 있다. 은행 창구는 이런 불필요한 증명서를 발급하는 것보다 더 가치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마이데이터가 더 고도화되고 시장이 성숙되면 아예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없앨 수도 있다. 이처럼 적시에 고객이 원하는 곳으로 정보를 전송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고객 가치가 창출될 수 있다.

2018년 마이데이터 시범 사업을 선정하고, 신용정보법 개정안 발의에 이어 올해 초 데이터 3법이 통과하고 마이데이터 워킹그룹이 활동하는 과정을 통해 정부와 기관, 그리고 기업들이 합심해 오래 논의한 끝에 드디어 데이터 활성화의 포문이 열렸다. 본격적인 마이데이터 산업을 시작으로 맞이하게 될 일상의 변화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일 수 있다. 개인의 데이터 주권 변화는 물론이고 시장도 달라질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새로운 일자리 창출로 금융 산업을 활성화하는 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물론 기대감만큼이나 의구심도 존재한다. 하지만 시대가 변화하는 흐름에 맞춰 기업들이 과감하게 도전하고, 선의의 경쟁을 통해 지속적으로 발전한다면 글로벌 4차 산업의 흐름에서 한국의 마이데이터가 데이터 산업의 우위를 선점할 수 있을 것이다.


권준호 뱅크샐러드 마이데이터 Product Owner, kwaan@rainist.com
권준호 뱅크샐러드 마이데이터Product Owner는 고려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2008년 스타트업 세컨커머셜 공동 창업 후 사업 총괄을 담당했다. 이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 입사해 삼성페이 PM으로 서비스 출시를 담당했으며 뱅크샐러드 입사 전까지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로 활동하기도 했다. 현재 뱅크샐러드에서는 마이데이터 인프라를 구축하는 업무에 오너십을 발휘하며 사용자 중심의 데이터 발견과 수집, 연결을 통한 가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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