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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ase Study: 부동산 정보 앱 1위 ‘호갱노노’의 성장 전략

실제 거주자 이야기… 은행 대출 계산…
아파트 사고파는 모두가 디테일에 만족 1

김성모 | 304호 (2020년 9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최근 부동산 시장의 열기만큼 인기를 끌고 있는 부동산 관련 앱이 있다. 바로 ‘호갱노노’다. 호갱노노는 2015년 8월 문을 연 ‘프롭테크(Proptech, 부동산과 기술의 합성어)’ 업체다. 뛰어난 UI•UX 디자인으로 실거래가 등 아파트와 관련된 공공 데이터들을 앱에 보기 쉽게 구현해 빠르게 이용자들을 모았다. 인기에 힘입어 이 앱은 창업한 지 5년도 안 돼 업계 최상위권으로 올라섰다. 호갱노노의 성장 전략을 3가지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아파트 가격뿐만 아니라 주거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앱에 담아 기존에 아파트 구매 희망자가 겪은 ‘정보 비대칭’을 해소했다.
2. 복잡하고 보기 불편한 아파트 관련 공공 데이터들을 철저히 사용자 관점에서 보기 쉽게 구현했다. 앱에 담은 다양한 기능을 모두 직관적으로 표현했다.
3. 실제 아파트 거주자와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이야기’부터 ‘은행 대출 계산기’ ‘3D 일조량 확인’ 등 호갱노노만의 기능으로 사용자들을 앱에 ‘록인(lock-in)’했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고경주(경희대 관광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Q. “아래의 10개 약어 중 몇 개나 알고 계신가요?”
(10개면 부동산의 신, 8∼9개면 절정 고수, 6∼7개면 고수, 4∼5개면 무사, 3개 이하면 부린이(부동산 어린이)입니다.)

① 금관구 ② 아리팍 ③ 초코아 ④ 추분 ⑤ 모하 ⑥ 특공 ⑦ 초피 마피 청무피사 ⑧ 슬세권 ⑨ 영끌 ⑩ 권단부장

(정답은 기사 맨 마지막에서 확인)


최근 ‘부동산 고수 테스트’가 인터넷에서 화제다. 몇 년 새 집값이 큰 폭으로 뛰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온통 부동산으로 쏠려 있는 모양새다. 각종 약어와 부동산 관련 용어가 등장하는 것도 이러한 열기를 증명하는 현상이다.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 대책이 쏟아질수록 사람들의 부동산 공부 열풍은 더욱 불타올랐다.

사실 한국인의 부동산 사랑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수십 년 전부터 ‘내 집 장만’은 집안의 경사였다. 지금도 직장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하는 일 중 하나가 청약통장에 가입하는 것이다. 집이 없는 사람은 집을 사려고 돈을 모으고, 집이 있는 사람은 큰 집으로 옮겨 가기 위해 돈을 모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통계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국토교통부가 올해 6월 발표한 ‘2019년도 주거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 중 84.1%가 “주택이 꼭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의식은 전년(82.5%)보다 오히려 더 높아졌다. 이사 경험이 있는 가구를 대상으로 이사 이유를 조사한 결과 ‘시설이나 설비 상향(42.6%)’에 대한 니즈가 가장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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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인지 한국에서는 ‘집’에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어디 사세요?”라는 질문은 상대의 생활 수준을 확인하는 잣대가 되곤 한다. 그동안 부동산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지 않고 꾸준히 오르면서 집을 주거의 공간보다 자산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실제로 부동산은 국가 전체의 부(富)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국은행•통계청의 국민대차대조표를 보면 가구당 순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75%가 넘는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이렇게 중요한 부동산을 ‘깜깜이’로 구매하는 경향을 보였다. 먼저 내가 살고 싶은 지역이 정해지면 해당 동네의 부동산 중개업소를 찾아간다. 원하는 평수와 가격대를 말하고, 집 몇 곳을 실제로 둘러본 뒤 한 곳을 정해 집주인과 계약을 맺는 식이다. 집과 동네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고 가격 비교도 쉽지 않았던 탓이다. 중개업소에 의존하는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이러한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결하고자 창업한 스타트업이 있다. 바로 ‘호갱노노’다. 2015년 8월 문을 연 이 업체는 애플리케이션에서 아파트 실거래가와 각종 정보를 보기 쉽게 구현했다. 가격 등 여러 기준에 따라 보고 싶은 아파트를 보여주는 필터링부터 갭 가격(매매가에서 전세 금액을 제외한 가격), 월세 수익률, 전세가율, 대출 한도, 중개수수료 등 다양한 기능을 통해 고객들에게 아파트 매매와 관련한 여러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실시간으로 정보를 업데이트해 허위 매물 이슈를 다소 해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거주 중인 사람과 아파트 구매 희망자들이 소통할 수 있는 코너도 만들어 고객 수를 급격하게 늘렸다.

호갱노노는 창업한 지 5년도 안 돼 업계 1위로 올라섰다. 올해 6월 한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의 ‘부동산 앱 사용자 현황’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1명이 부동산 관련 앱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호갱노노의 일 평균 사용자 수(안드로이드 사용자, 올해 6월10일 기준)가 43만3748명으로 가장 많았다. 2위 직방(23만4356명)과도 큰 차이를 보였다. 네이버 부동산, 청약홈, 다방이 그 뒤를 이었다.

1인당 평균 사용일 수(5월 한 달 기준) 역시 호갱노노가 7.5일로 가장 높았으며, 평균 사용 시간은 네이버 부동산(59분)에 이어 2위(41분)를 차지했다. 조사 기간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5월까지며, 17억 건의 데이터를 인공지능(AI) 알고리즘으로 분석했다. 호갱노노가 이처럼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호갱노노의 성장 비결을 DBR가 집중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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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갱노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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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 심상민 대표가 창업한 호갱노노는 ‘프롭테크(Proptech, 부동산과 기술의 합성어)’ 회사다. 뛰어난 UI•UX 디자인으로 아파트 실거래가를 보기 쉽게 구현한 것이 가장 큰 강점이다. 아파트 평당가와 가격 변동(3개월, 6개월, 1년, 3년)을 수치로 나타낸다. 아파트 단지마다 동시에 몇 명이 보고 있는지도 보여준다. 또 주식처럼 아파트(예를 들어, 제약사라고 가정)가 해당 지역(제약•바이오 섹터)에서 어느 정도 가치를 가지는지 그래픽으로 구현한다. 아파트 구매 희망자는 유형, 평형, 가격, 세대수, 입주 연차, 용적률, 건폐율, 전세가율, 갭 가격, 임대사업률, 월세 수익률, 주차 공간, 현관/난방 등의 조건을 직접 설정해 원하는 아파트를 볼 수 있다. 이야기 코너는 호갱노노가 급성장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아파트마다 사진과 댓글을 달 수 있게 해 사용자들이 구체적인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게 만들었다. 녹물이 나오는지, 온수 온도 맞추기는 쉬운지, 관리비 통장이 압류돼 있지 않은지 등 살아보지 않고서는 얻을 수 없는 ‘살아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집주인은 자신의 아파트 자산을 등록하면 시세 변동 등을 체크할 수 있다. 이외에 호갱노노는 분양, 경매, 재건축 정보 등도 공유해준다. 호갱노노의 월간 이용자 수(MAU)는 약 300만 명으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또한 약 2만 곳의 등록 중개업소를 확보하고 있다. 2018년 4월 직방에 인수됐지만 독자적으로 비즈니스를 펼치고 있다. 최근에는 집주인이 매매 가격을 직접 올리는 방식으로 부동산 매매 생태계를 바꿨다. 집주인이 가격 주도권을 갖게 하고 거래 당사자들이 직접 좋은 중개사들을 선택하게 만들려는 계획이다. 대신 호갱노노는 중개사들을 직접 찾아 프로필 작성을 돕고 있다. 중개사들의 ‘개인별 브랜딩’을 돕고 부동산 매매 시장의 품질을 향상하는 것이 목표다. 이와 관련된 수수료는 모두 무료다.


창업 계기가 된 ‘토이 프로젝트’

심상민 호갱노노 대표(37)는 남들이 이과, 문과를 갈지 고민할 무렵에 온라인 쇼핑몰 홈페이지를 만들고 있었다. 이미 고등학생 시절부터 프로그램을 만들거나 인터넷 웹사이트를 남들에게 만들어주며 용돈을 벌었다. 게임을 좋아하다 보니 동네 PC방 사장님과 친해졌고, 컴퓨터를 자주 하다 보니 새로운 것에 호기심이 생겨났다. 심 대표는 “그때는 개발자라는 개념도 없었다. 중학교 때 우연히 음악 플레이어 윈앰프에서 온라인 방송 서비스를 한다고 들었는데, 방송 시간표를 만들려면 코딩을 배워야 하더라. 그래서 코딩을 배운 것이 지금 사업을 하는 바탕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대학 진학도 포기했다. 일을 계속하다 보니 딱히 학교에 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다가 군대에서 생각이 바뀌어 제대하고 21살에 단국대 멀티미디어학과에 진학했다. 하지만 학교생활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동안의 개발 경력이 이력이 돼 2학년이 되기 전 SK C&C 경력직에 합격했기에 학교를 그만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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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가 호기롭게 학교를 그만둘 수 있었던 이유는 개발 경험에서 느낀 아쉬움 때문이었다. 대학 1학년 때 심 대표는 처음으로 직접 자신만의 서비스를 개발했다. 인터넷 웹사이트를 열고 중고 제품을 거래하는 ‘중고장터’를 만든 것이다. 중고나라(2003년 12월)가 생기기도 전이었다. 자신만만하게 서비스를 출범했지만 사업은 개발과 확연히 달랐다. 아이디어만 좋아서 되는 게 아니었다. 비용이 많이 들었고, 서비스를 늘리는 게 혼자 힘으론 역부족이었다. 결국, 1년도 버티지 못하고 사업을 접었다. 심 대표는 경험을 더 쌓아야겠다는 생각에 대기업 입사를 전격 결정했다.

이후 심 대표의 개발자 인생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SK C&C에서 2년, 네이버와 카카오에서 5년 반을 개발자로 일했다. SK C&C에서는 주로 서울시를 3차원 지도로 구현하는 서비스를 개발했다. 카카오에서는 카카오톡과 카카오스토리를 맡았고, 네이버에서는 지도 서비스와 관련된 일을 진행했다. 네이버에서는 UX(사용자 경험), UI(사용자 인터페이스) 업무도 경험했다. “이때 경험이 잘 축적돼 호갱노노가 만들어진 것 같다. SK C&C에서 좌표계 등 지도를 3D 맵으로 구현할 때 필요한 기초 지식들을 습득했고, 네이버에선 ‘프런트 엔드’ 쪽, 사용자들과 접점이 있는 쪽을 경험했다. 무엇보다 네이버와 카카오에서 만난 개발자들이 그때 인연으로 호갱노노에서도 함께 일하게 된 경우가 많다.” (심상민 대표)

2014년 말, 카카오에 있을 때였다. 심 대표는 크리스마스 휴가에 노트북을 챙겼다. ‘토이 프로젝트’를 위해서였다. 개발자들은 쉬는 시간에 취미 삼아 이것저것 개발을 많이 하는데, 이를 보통 토이 프로젝트라고 부른다. 당시 그가 관심을 갖고 있는 주제는 ‘공룡 이케아’였다. 스웨덴 가구 브랜드 이케아가 한국에 처음 들어왔는데 ‘제품 가격’이 논란이었다. 이케아가 한국에서만 유독 비싸게 판다는 기사가 나오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쏠렸다.

심 대표는 이케아가 정말 한국에서만 비싸게 파는지 궁금했다. 해외 이케아 사이트들을 둘러보던 그는 제품명은 제각각이지만 이미지는 같은 것을 사용한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는 전 세계 이케아 사이트에 있는 제품 정보들을 모아 분류(크롤링)한 뒤 가격을 비교했다. 7000여 개의 제품에 각국의 환율과 세금을 다 적용하느라 꼬박 3일이 걸렸다. 결과는 ‘싸게 파는 것도 있고, 비싸게 파는 것도 있다’였다. 한국은 저가 제품은 싸게 팔고, 철제 캐비닛, 소파 등은 비싼 편에 속했다. 심 대표는 이 같은 정보를 혼자 보기 아까워 공유하기로 했다. 인터넷 사이트부터 만들었다. 이름은 아내의 추천을 따랐다. “‘호구 고객(호갱)’이 되지 말자”는 뜻에서 ‘호갱노노’로 지었다.

생각 이상으로 사람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하루에 몇만 명이 사이트에 접속했다. 각종 매체에서 인터뷰 요청이 쏟아졌다. 심 대표는 “사람들 반응을 보고 ‘인터넷이 이렇게 발전해도 아직까지 정보 비대칭이 굉장히 심각하구나’라고 생각했다. 호응에 부응하기 위해 ‘호갱노노-이케아 편’의 후속작을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 달 뒤, 뉴스를 보다가 기사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시중에 나와 있는 아파트 매물(호가)이 실거래가와 차이가 난다’는 내용이었다. 생각보다 자료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실거래가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서 공공 데이터로 나와 있었고, 호가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것을 끌어모았다. 실거래가와 호가를 비교하는 데 정확히 1주일이 걸렸다. 심 대표는 실제로 실거래가와 호가가 차이가 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호갱노노-부동산 편’ 역시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인터넷에 자료를 오픈하고 1주일이 지나 메일이 한 통 날아왔다. “투자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본인이 미국에 있으니까 스카이프로 미팅을 하자’고 했다. 처음에는 장난인 줄 알았다. 호갱노노 사이트에 직업이나 이름도 안 밝혔는데 누가 얼굴도 안 보고 돈을 맡기겠나 싶었다.” (심 대표) 정체불명의 투자 희망자는 1세대 창업가이자 스타트업계 대표 투자자인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였다.

“계좌번호를 알려 달라”는 권 대표의 말에 투자를 한번도 받아본 적 없는 심 대표는 ‘이렇게도 투자를 하나’ 생각했다. 덜컥 수천만 원을 받은 심 대표는 한참을 고민한 끝에 카카오를 그만두고 같이 회사에 다니던 동료 3명과 함께 2015년 8월 창업했다. 회사 이름은 ‘호갱노노’를 그대로 쓰기로 했다. 사무실도 없이 심 대표 집에 모여 일을 시작했다.


<본 기사는 2,3화에 계속해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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