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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대한통운 사례로 본 풀필먼트 산업 현황

“어젯밤 12시 주문한 택배가 벌써 왔네”
언택트 시대 풀필먼트 서비스도 진화 중

안재호 | 303호 (2020년 8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이커머스(e-Commerce)의 성장과 함께 풀필먼트(fulfillment) 1 서비스 시장도 점점 커지고 있다. 아마존 같은 이커머스 플랫폼 업체들은 물론 UPS, DHL, 페덱스(Fedex) 등 물류 업체들도 자사의 이름을 내건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지난 4월부터 CJ대한통운이 풀필먼트 서비스 본격화에 나섰다. 특히 고객이 상품을 주문하면 CJ대한통운의 곤지암 메가허브 풀필먼트센터에서 바로 허브터미널로 상품을 이동시켜 최신 자동화물 분류기로 전국으로 발송함으로써 자정 전에만 주문하면 다음날 상품을 받아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최근 세계 이커머스(e-Commerce) 업계에서 떠오르고 있는 ‘잇템’은 풀필먼트(fulfillment)다. 많은 이커머스 업체가 풀필먼트에 관심을 보이며 투자에 나섰다. 이커머스를 통한 상품 판매에는 재고 관리, 주문 접수, 주문에 맞춰 상품을 선별해 골라내는 피킹(picking), 포장, 라스트마일(last mile, 최종 배송 구간) 배송, 반품 회수 등 다양한 물류 업무가 발생한다. 풀필먼트는 판매자(seller)나 물류 업체가 상품을 보관하면서 주문이 접수되면 피킹에서부터 분류, 포장, 라스트마일 배송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수행하는 것을 뜻한다.

이커머스 특성에 잘 부합하는 e풀필먼트의 강점

이커머스 풀필먼트(e풀필먼트)가 기존의 B2B 기반 풀필먼트와 무엇이 다른지는 물류센터에서의 차이를 보면 알 수 있다. 기존의 제조, 유통 물류센터는 B2B 성격으로 대규모 물량을 기반으로 한다. 대형 화주의 소품종 상품을 대량으로 보관하고, 이를 대규모로 판매처 등으로 운송하는 것이 전통적인 물류센터의 업무 형태다. 반면 e풀필먼트는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판매되는 다품종 소량 상품들을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주문에 맞춰 개인에게 택배로 배송해주는 B2C의 형태이며 이러한 과정이 며칠 내로 빠르게 진행돼야 한다.

이커머스 플랫폼에 입점한 소규모 판매자는 사업 초기에 물류를 자체적으로 운영하게 되는데 주문 시점과 상품 소싱 능력, 물류 인프라 등에 따라 배송을 끝마치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제각각 다르고 안정적이지 못한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어떤 상품은 2∼3일, 어떤 상품은 일주일 정도 걸려 소비자에게 배달될 정도로 배송 품질이 안정적이지 못했고, 이는 소비자 충성도 하락과 클레임 증가의 원인이 된다.

반면 e풀필먼트를 이용하게 되면 판매 제품을 풀필먼트센터에 보관해 안정적으로 재고를 관리할 수 있게 되고, 배송 프로세스가 규격화돼 배송 품질을 일관성 있게 유지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소비자 충성도 향상, 클레임 감소 및 상품 판매의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 판매자는 상품의 개발이나 판매, 마케팅 등 핵심 역량에만 집중할 수 있게 돼 경쟁력을 더욱 높일 수 있다. 판매자의 성장은 이커머스 플랫폼의 경쟁력 강화와 점유율 향상으로 이어진다.

e풀필먼트는 변동성 높은 이커머스 산업의 특성에도 잘 부합한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사업 초기 상품 판매자들은 대부분 스스로 물류를 처리하게 된다. 그러다 점차 사업이 성장하면서 판매량이 증가하면 물류 업무량과 비용이 늘고 과정도 복잡해진다. (그림 1) 또 어느 날은 히트상품이 나와 판매량이 폭증하기도 하고 프로모션 행사기간 중에 평소의 몇 배 되는 상품이 팔리기도 한다. 물류 시설이나 인원이 부족하면 상품 배송에 문제가 생기지만 그렇다고 상시적으로 일정 규모의 물류 능력을 갖춰 놓자니 상품이 많이 안 팔리는 시기를 고려할 때 부담이 크다. 하지만 풀필먼트를 이용하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판매자는 이커머스 플랫폼 사업자나 물류업체가 제공하는 시설과 물류 시스템을 이용하게 되고, 인건비, 임대료 등의 비용을 사용한 만큼만 지불하면 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고정비의 변동화가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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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필먼트에 투자 늘리는 국내외 이커머스 업체들

이 같은 효과로 e풀필먼트에 대한 투자는 국내외 이커머스 관련 거의 모든 영역에서 경쟁적으로 진행되는 추세다. 국내에서 네이버는 지난 3월 위킵, 두손컴퍼니, 신상마켓 등 물류 기반 기업에 투자를 단행했다. 네이버는 그간 메쉬코리아, 위킵, 신상마켓 등 물류와 풀필먼트 관련 기업에 일련의 투자를 지속해왔다. 업계는 네이버가 판매자 편의 서비스의 일환으로 풀필먼트를 위시한 물류 개선책을 선택할 수 있게 함으로써 판매자의 상품 판매 증가와 네이버 쇼핑의 성장을 이끌고자 하는 전략으로 보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 4월 1분기 실적발표 시 콘퍼런스콜에서 “향후 비대면 라이브 커머스 분야를 강화함과 동시에 다양한 브랜드, 물류업체들과도 협력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로켓배송으로 유명한 쿠팡의 경우 대규모 시설 투자에 힘쓰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7월 충북 음성군 금왕테크노밸리에서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 물류센터 기공식을 가졌다. CFS는 부지면적 9만9000여㎡에 6만2700㎡ 규모로 건설되며 2021년 준공 예정이다.

일본에서도 라쿠텐과 아마존 재팬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풀필먼트 강화 움직임이 일고 있다. 1위 사업자인 라쿠텐은 2018년 월마트와 파트너십을 발표하고 풀필먼트 서비스인 슈퍼로지스틱스와 택배 서비스 익스프레스의 범위 확대를 추진 중이다. 2019년에는 도쿄와 오사카에 풀필먼트센터를 오픈하기도 했다. 중국 알리바바는 지난 2011년 광군제 당시 물류 과부하 현상이 발생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물류 플랫폼 역할을 하는 자회사 차이냐오를 출범했다. 차이냐오 네트워크에서는 알리바바 외에도 물류 창고를 구축, 관리하는 업체와 택배사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상품의 관리 및 배송을 수행한다. 알리바바는 중국 상위 택배사 5개 모두에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회사는 알리바바 전자상거래 물량의 70% 이상을 처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류업체들도 풀필먼트 서비스 속속 출시

이커머스 업체나 이커머스 플랫폼 사업자들 뿐만 아니라 물류업체들도 풀필먼트 관련 서비스를 이미 시작했거나 속속 출시하고 있다. 이미 UPS, DHL, 페덱스(Fedex) 등은 자사의 이름을 내건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북미 지역에 진출하고 싶지만 현지 물류 인프라 투자 여력이 없는 중소 판매자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라 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지난 4월부터 국내 물류 분야 최대 기업인 CJ대한통운이 풀필먼트 서비스 본격화에 나섰다. 전자상거래 상품에 대한 전문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취지에서 ‘CJ대한통운 e-풀필먼트’로 서비스명을 정했다. 첫 고객사는 LG생활건강이다. CJ대한통운은 LG생활건강과 풀필먼트 계약을 맺고 네이버 브랜드 스토어에서 판매되는 LG생활건강의 상품을 고객에게 24시간 내 배송해주고 있다. 특히 고객이 상품을 주문하면 CJ대한통운의 곤지암 메가허브 풀필먼트센터(축구장 16개와 맞먹는 연면적 11만5500㎡ 규모)에서 바로 허브터미널로 상품이 이동되고, 최신 자동 화물 분류기(일 처리량 170만 상자)의 분류 과정을 거쳐 전국으로 발송되는 형태다.(그림 2) CJ대한통운의 풀필먼트 서비스가 경쟁 풀필먼트 서비스와 다른 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허브터미널과 e풀필먼트센터가 결합한 융합형 e-풀필먼트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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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쿠팡을 제외하고 국내 대부분 풀필먼트 서비스는 라스트마일 단계를 택배 배송에 맡기는 실정이다. 그런데 택배 서비스는 1박2일이라는 한정된 시간 내 수백만 상자에 이르는 택배화물을 효율적으로 취급하기 위해 대개 허브&스포크(hub & spoke) 방식의 간선 시스템을 채택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이커머스 상품에 대한 택배 서비스는 [집하→서브(sub) 터미널→허브 터미널→서브 터미널→배송]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반면 CJ대한통운의 풀필먼트에서는 맨 처음 [집하→서브 터미널] 두 단계 과정이 생략되고 상품이 곤지암 메가허브 터미널에서 곧바로 출발한다. 상품을 메가허브 터미널(지하1층, 지상 1층)과 붙어 있는 곤지암 e-풀필먼트 센터(2∼4층)에 미리 입고시켜 놓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에 따라 고객 주문 정보가 전달되면 곧바로 풀필먼트센터에서 허브터미널로 상품을 내려 보내 전국으로 발송할 수 있다. (그림 3) 생략된 과정만큼 소요 시간이 단축되고, 이 절감된 시간은 소비자에게 제공된다. 기존에는 D+1일(주문한 다음날) 배송을 받기 위해서는 오후 3시 정도까지는 주문을 해야 했는데 CJ대한통운 e-풀필먼트에서는 밤 12시에 주문해도 다음 날 받아볼 수 있다. 현재 CJ대한통운은 LG생활건강 외 생활용품 전문 업체인 생활공작소, 라이온코리아 등을 고객사로 확보하고 서비스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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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언택트 비즈니스가 전 세계적인 화두로 등장함에 따라 이커머스 수요도 점점 더 늘어날 것이다. 당연히 풀필먼트 서비스 역시 계속해서 진화, 발전해 갈 것이 자명하다. 풀필먼트 서비스는 소비자의 배송 니즈가 기존의 전통적인 택배 방식에서 당일 배송, 지정시간 배송, 2시간 내 배송 등으로 다양해짐에 따라 이를 충족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령, 미국 대형 할인점 타깃(Target)은 기존 오프라인 매장의 일부 공간을 풀필먼트센터로 활용한다는 전략하에 올해까지 약 1000개의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를 구축할 예정이다. 풀필먼트센터를 매장 내 입점시킨다는 타깃의 계획이 실제로 구현된다면 온라인 주문 픽업 및 상품 교환 등 온•오프라인 연계를 통한 유연한 고객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영국의 오카도(Ocado)나 테스코(Tesco) 등은 기존의 오프라인 매장과 독립된 온라인 전용 스토어를 구축해 고객의 주문에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이른바 도심 내 소규모 물류 거점에 있는 ‘다크 스토어(dark store, 점포 후방에 별도의 온라인 배송 장비를 설치한 창고)’로, 오프라인 판매 거점이긴 하지만 고객이 직접 방문해 상품을 구매할 수는 없고 온라인 플랫폼으로 주문한 상품만 배달해 준다. 판매자와 소비자의 니즈에 따라 풀필먼트 서비스가 과연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안재호 CJ대한통운 전략기획팀장•상무 jaeho.ahn@cj.net
필자는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했으며 동 대학 경영대 최고경영자 과정을 수료했다. CJ주식회사 기획팀을 거쳐 2012년 CJ대한통운에 합류, 현재 전략기획팀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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