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SR5. 시간 아껴주고 경험 넓혀주는 구독경제의 매력

“어…!” 하는 사이에 활짝 열린 신세계
내 몸이 이미 구독경제를 즐기고 있다

윤덕환 | 301호 (2020년 7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최근 실시한 구독경제와 관련한 소비자 인식 조사의 결과가 제공하는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코로나19 여파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집에서 뭔가를 보는’ 시간을 늘릴 가능성은 매우 높아졌다. 둘째, 구독경제 서비스가 주는 주요한 장점 중 하나가 ‘시간을 절약’해주는 것이다. 장 보는 시간, 물건 고르는 시간을 줄여주는 것이 중요한 장점 중 하나다. 셋째, 더 많은 소비자가 ‘다양한 경험’이라는 욕구를 채우기 위해 구독 서비스를 이용할 것이다.



넷플릭스가 열어버린 내 생활 속 ‘구독경제’라는 신세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옴짝달싹 못하던 2020년 3월. 어. 어. 어 하는 사이에 학교, 회사, 일상이 정지됐다. 그 좋아하던 극장으로도 발길을 뚝 끊었다. 때마침 ‘킹덤(Kingdom) 시즌2’가 넷플릭스(Netflix)에 공개됐다는 뉴스가 떴다. 이내 스포일러가 돌기 시작했다. 마음이 급해졌다. 어라? 첫 달은 공짜. 출금은 다음 달부터. 한 달 이내 해지 가능. 오호. ‘멍청한 넘들. 킹덤만 휘리릭 접수하고 해지해야지’라고 체리피커(cherry picker)의 흑심으로 접근했던 내 영악함은 ‘이쪽 세계’를 전혀 모르는 천진난만함이었다. 왜냐하면 넷플릭스를 가입한 첫날, ‘다음 회 이어보기’라는 알고리즘에 제대로 낚였기 때문이다. 다음날 새벽까지 킹덤 시즌1, 2를 끊을 수 없어 정주행하고, 그다음부터는 내 계정에 맞춤형 드라마, 영화, 다큐멘터리 추천이 집중적으로 쏟아졌다. 취향을 제대로 저격한 넷플릭스에 내 일상은 포위당했다. 나는 매월 넷플릭스에 1만4500원을 군말 없이 결제하는 열혈 ‘구독자’가 됐다. 혹, 나 같은 사람이 많으려나?

이미 많았다. 넷플릭스는 2019년 4분기 동안 전 세계 가입자가 876만 명1 늘었는데 올해 1분기에는 이 숫자의 거의 2배가 증가했다고 전해진다.2

069

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는 코로나19 이전에도 이미 주목받는 시장이었다. 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에 따르면 제품이나 서비스를 일정 금액을 내고 일정한 기간만 소유•사용하는 방식의 구독경제 시장 규모는 2016년까지 세계적으로 약 470조 원이었는데 2020년에는 600조 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3 무슨 구체적인 상품이나 서비스도 아니고 용어도 알쏭달쏭한 이 ‘구독경제’의 어떤 부분이 소비자에게 먹히고 있다는 것일까? 그리고 엄혹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구독경제는 여전히 성장할 수 있을까? 일단 소비자의 머릿속이 궁금했다. 과연 소비자들은 이 ‘구독경제’라는 용어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구독경제:
용어는 새것, but… 몸은 이미 알고 있다.

소비자들은 구독경제를 어떤 의미로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있는가를 알아보기 위해서 조사를 진행했다. 지난 4월2일부터 4월7일 사이, 10∼60대에 이르는 대상자를 5가지의 세대(1차 베이비붐, 2차 베이비붐, X, Y, Z세대)로 구분해 남녀를 똑같이 나누고, 세대별로 각 200명씩 총 1000명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이 ‘구독경제’라는 용어4 에 대한 이해는 전반적으로 낮은 수준이었다. 들어본 적 있고, 내용도 잘 알고 있다고 대답한 응답자 비율이 전체의 12.8%였다.5 특히 1차 베이비붐세대(본 조사에서는 1955∼1964년생으로 정의)의 경우 단 6%만이 이 용어를 잘 알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Z세대(본 조사에서는 1995∼2003년생으로 정의) 또한 낮은 수준(12.5%)이었다. 상대적으로 이 용어를 잘 알고 있다고 응답한 Y세대/밀레니얼세대(본 조사에서는 1987∼1994년생으로 정의)에서도 18.5%에 불과했다. 나머지 2차 베이비붐세대(1965∼1974년생), X세대(1975∼1986년생)는 각각 14.0%, 13.0%에 그쳤다. 전반적으로 대중 소비자들에게 ‘구독경제’라는 용어는 장밋빛 시장성에 비해 아직은 낯선 용어였다.

070


다만, 구체적인 서비스나 상품을 제시했을 때 실제로 ‘이용 경험’을 이야기하는 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었다. 경험을 해봤다고 대답한 비율이 90.2%나 됐다. 새로이 개념화된 시장의 용어에는 익숙하지 않았으나 대중 소비자들에게 구독은 생활 속에 이미 뿌리내리고 있었다. 구독 서비스(또는 구독 상품) 순으로 보면 음원 서비스(52.0%), TV 유료 방송 서비스(48.4%), 정수기(42.1%),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일명, OTT, 38.1%) 등이었는데 흥미로운 것은 경험한 구독 서비스의 카테고리별 세대 간 차이가 매우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세대 분류상 가장 젊은 Z세대는 구독을 경험한 서비스로 음원 서비스(71.5%),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 60.5%) 순으로 꼽았다. 반면 1차 베이비붐세대의 경우 TV 유료 방송 서비스(51.0%)가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정수기(48.0%), 유무선 인터넷 서비스(41.5%), 신문 구독 서비스(36.0%), 음원 서비스(27.5%) 순이였다. 전반적으로 Z세대와 가까운 Y세대는 Z세대와 유사하게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향’의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향이 강했고, 1차 베이비붐세대와 가까운 세대(2차 베이비붐)는 전통적인 구독경제에 포함되는 상품(또는 서비스)의 이용 경향이 강했다. 한편, 현재 구독 서비스 이용자 중 75%가 전체적으로 월 소득의 10% 미만을 구독경제에 사용하고 있었다.

정리하면, 알고리즘으로 맞춤형 개인화를 극대화할 수 있는 서비스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젊은 층이 선호했고, 물리적인 경험이 실재하는 서비스(또는 상품)는 고연령 세대에서 상대적으로 이용 경험이 많았다. 구독경제는 각자 ‘살아온 경험’에 따라 ‘이미 몸으로 알고 있었던’ 서비스였다.

‘시간 절약’이 의미하는 것 :
소비자는 경험의 확장을 원한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은 구독경제 상품이나 서비스를 통해 어떤 욕구를 충족하려는 것일까? 많은 전문가는 소유에서 벗어나 ‘경험을 확장하려는 니즈’가 구독경제의 바탕이 된 욕구라고 설명하고 있다.6 조사에서도 향후 구독경제 서비스(또는 상품)에 대해서는 비슷한 경향이 관찰됐다. 조사 결과 소비자들이 구독 서비스(또는 상품)를 사용하게 된 계기는 좀 더 구체적인 목표가 있었다. 바로 ‘시간’을 아끼기 위한 것이었다. 많은 소비자가 ‘빠르게’ 이용할 수 있다거나 ‘시간을 아낄’ 목적으로 구독 서비스(또는 상품)를 이용하고 있었다. 다만, 앞으로 출시될 구독 서비스(상품)의 경우 소비자들은 ‘새로운 경험 확장’에 대한 기대감이 뚜렷했다. ‘향후 등장할 구독 서비스는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줄 것 같다’거나 ‘나는 앞으로 보다 더 다양한 구독 서비스를 경험해보고 싶다’고 답한 사람의 비율이 60% 이상이었다.

소비자들은 앞으로 출시되는 새로운 구독경제 상품들에 대해서는 분명, ‘다양한 경험’에 대한 기대감은 있으나, 다만 현재 사용하는 구독 서비스(또는 상품)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해주는 구체적인 혜택(benefit)을 구독경제의 중요한 장점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사회는 ‘시간 부족’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시대다.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 보고 싶은 것, 봐야 할 것이 많아지는 시대. 매년 만성적인 시간 부족을 호소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7 그래서 최근에는 극단적으로 짧은 형태의 드라마도 인기를 얻고 있다. 전체 드라마를 단 몇 분으로 요약•편집해서 짧게 보여주는 ‘드라마 클립’ 영상을 따로 찾아보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7명 정도가 드라마 클립 영상을 본 경험이 있었고(71.1%), 이 7명 중 2명은 열혈 시청자였다(18.9%).8 이제 각자의 시간표에 따라 일하고 공부하고 논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모든 콘텐츠는 ‘개인의 생활시간표’에 맞게 제공돼야 한다. 그래서 팟캐스트나 유튜브를 듣고 보는 데 시간을 소비하는 모든 시•청취자의 니즈 역시 정확하게 자신의 시간표에 맞춰져 있었다.9 여기에 현재의 사회 흐름이 개인 취향을 반영하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고 바라봤다.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을 겨냥한 서비스나 상품이 많은 것 같다고 판단하고 있었다.10 이런 인식은 ‘1인 체제화’11 돼 가고 있는 지금의 시대 흐름과 일치한다. 개인의 취향은 개인의 생활패턴, 개인의 생활시간표와 연동되기 때문이다.

대중 소비자들이 구독경제 서비스(또는 상품)를 이용하면서 장점으로 얘기한 ‘시간 절약’의 의미에는 ‘다양한 경험의 확장과 개인화된 취향 추구’에 대한 니즈가 전제돼 있다. 내 취향에 맞는 다양한 것을 ‘더 많이, 더 깊이’ 경험하고 싶으니 딸랑 24시간밖에 없는 자원을 ‘아껴 쓰고’ 싶은 것이다. 소비자의 관점에서 보면 구독경제는 바로 이 ‘가성비 높은 경험의 확장과 개인화된 취향’에 기반한 서비스/상품이다.

‘비싼 상품(또는 서비스)’이 아닌 ‘저렴한 개인화’를 추구한다.

기본적으로 구독경제 서비스/상품은 ‘일정 기간’ 동안만 소유권과 사용권을 갖는 것이다. 소유에 기반한 과거로부터의 소비 습관과는 개념적으로 다르다. 사람들은 ‘소유’하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은 없을까? 소비자들은 대부분 구독 서비스의 상품이 결국 ‘영구적인 내 것’이 아니라는 데는 동의하는 듯하다. 실제 조사 결과에서도 ‘구독하는 것은 결국 일정 기간만 내가 소유할 수 있는 권리를 사는 것이다’라고 생각하거나 ‘구독하는 것은 결국은 빌리는 것이다’라고 대답한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그럼에도 구독 서비스/상품을 이용하게 되는 것은 전반적으로 의식주의 비용이 높아지는 것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었다(구독 서비스가 늘어나는 것은 의식주의 전반적인 비용이 높아지는 것과 관계가 있다 - 70.0%). 결국, 소비자들이 인식하는 구독 서비스의 강점은 ‘다양한 경험’과 ‘시간 절약’에 대한 니즈를 ‘합리적 비용’으로 소비하는 것이다. 여기서의 방점은 ‘합리적 비용’에 있다.(그림 2)

072


사람들은 여전히 많은 것을 ‘소유’하고 싶어 한다. 이번 조사에서 보여주듯 여전히 절반이 넘는 사람이 소득이 늘면 자신이 소유하고자 하는 물건을 구매하고 싶어 한다. 단, 여기에는 제약이 따른다. 소득이 쉽게 늘지 않고 내가 사는 공간을 빠르게 넓히긴 어렵다. 많은 사람이 이런 제약이 해소돼야 소유하고 싶은 게 더 많다고 단서를 달았다(65%). 이 때문에 아마도 사람들은 소유하고 싶은 것을 구독의 형태로 타협점을 찾아 나가는 것일 가능성이 크다. 즉, 내 생활 패턴을 살펴봤을 때 소유(구매)보다 구독(빌리는 것)하는 것이 가성비 있는 소비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개인에게 맞춤형으로 제공되는 서비스나 상품에는 만족하지만 전제는 ‘저렴해야’ 한다.

실제로 세계적인 컨설턴트인 수만 사카르(Suman Sarkar)는 최근 그의 책12 에서 이와 유사한 주장을 한다. 개인화는 당연한 시대적이고 세계적인 추세지만 현재 중요한 포인트는 ‘저렴한 개인화’라고 주장한다. 기본적으로 Z세대나 밀레니얼세대에게 고급스러움이라는 콘셉트는 전혀 와닿지 않기 때문이다.

조사에서도 이것과 유사한 방향의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다. 현재 구독 형태로 제공되는 다양한 상품 중에서 ‘사치스럽다’거나 ‘불필요한 상품’에 대체로 고가의 상품이나 덜 필수적인 상품/서비스가 높은 순위에 있었다. 소비자들은 가장 사치스럽게 느껴지는 구독 서비스/상품으로 미술작품 정기 배송 서비스를 꼽았다(41.2%). 다음으로 수제맥주 이용 서비스(35.9%), 정기 꽃 배송 서비스(29.6%), 최신 의류 맞춤 제공 서비스(24.5%), 스타일러(의류 관리기, 18.3%) 순이었다. 물론 각 서비스(또는 상품)의 구력이 길지 않아 현재의 평가는 인상 비평 수준일 가능성이 높다.

포스트 코로나 이후 구독경제… 집에서 하는 활동에 주목하라.

2019년까지 구독경제는 순항 중이었고, 구독경제의 영역은 기존의 소유 영역 전반에 걸친 제품으로 무한 확장 중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구독경제의 순항은 계속 이어질 수 있을까? 코로나19가 일상생활에 가장 크게 주는 영향은 무엇이 있을까?

코로나19 이후 대중 소비자들의 일상생활에서 가장 중요해진 공간은 ‘집’이다. 코로나19에 비해서는 영향이 크지 않지만 대중적으로 큰 불안감을 줬던 전염병이 최근에 있었다. 2015년 유독 한국 사회에 많이 퍼졌던 메르스다. 그 당시에도 많은 사람은 외출을 꺼리고 집에 머물고 있었고 많은 소비 트렌드가 그 영향을 받았다. 그래서 2015년 하반기부터 2016년 상반기까지 집에 관한 관심이 올라가면서 집의 인테리어나 반려동물을 다루는 방송이 큰 인기를 얻었다.13

073

당시 조사에 의하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예년보다 증가했다고 응답하는 사람(23.8%)이 줄어들었다(19.4%)고 하는 사람보다 많았다. 평균 하루에 집에서 보내는 시간은 12.3시간이었다.14

그런데 올해 4월에 실시한 조사(4월24∼27일)에 의하면 이 비율은 메르스가 유행할 때에 비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15 전체 응답자의 49.9%가 집에 보내는 시간이 예전에 비해 증가했다고 답했으며, 보내는 시간도 13.7시간으로 1시간 이상 증가했다. 다만, 집에서 보내는 시간 동안 소비자들이 느끼는 감정의 양상이 좀 달랐다. 불안감 때문에 집에 머무른다는 사람들은 많이 증가했지만 그렇다고 집에 있다고 해서 마음이 아주 편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2015년보다 줄었다.

그렇다면 무엇을 하면서 이 불편한 마음을 달랠까. 사람들은 대부분이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대로 움직인다. TV를 보고(70.3%), 인터넷을 보고(59.6%), 유튜브를 본다(52.5%). 답답하면 집안일(청소, 빨래 등)을 하고(59.0%), 그냥 누워 있는다(49.6%). 그런데 2015년에 비해 눈에 띄는 차이를 만들어내는 활동이 몇 가지 있다.

2015년에 비해 2020년에 달라진 점은 재택근무제로 집에서 일하는 시간이나 자기 계발을 하는 시간이 늘었다는 점이다. 집에서 술도 마시고, 집에서 요리하는 사람들은 훨씬 더 많이 늘었다. 불안한 마음으로 집에서 장기간 생활하면서 자신만의 생활 유지 방법을 터득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매일 일을 해야 생활이 유지되는 사람들은 이렇게 집에 머무는 시간을 마냥 정신적으로 편안하게 느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최소한 육체적으로는 사람들은 코로나19 이전보다 ‘자기 시간’을 갖게 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본론으로 돌아가서, 이렇게 코로나19 이후 뚜렷한 백신이 나오기 전까지 ‘집’을 중심으로 한 일상생활이 지속된다면 구독경제 서비스/상품 시장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074


포스트 코로나 시대, 구독경제의 미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구독경제 시장의 전망을 직접적으로 예상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 생활의 중심이 집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고려하면 소비자의 입장에서 4가지 정도의 시사점이 있다.

첫째,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집에서 뭔가를 보는’ 시간을 늘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서두에 언급한 넷플릭스의 급증도 여기에 해당한다). 게다가 OTT 서비스를 포함한 ‘콘텐츠를 다루는 구독 시스템’은 ‘저렴한 개인화’가 거의 완벽하게 가능하다. 따라서 OTT 서비스를 포함한 디지털 콘텐츠의 구독 시스템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최대의 적자(適者)가 될 가능성이 매우 크고, 구독경제는 이 ‘디지털 콘텐츠’를 중심으로 성장해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둘째, 앞서 언급했지만 구독경제 서비스가 주는 주요한 장점 중 하나가 ‘시간을 절약’해주는 것이다. 장 보는 시간, 물건을 고르는 시간을 줄여주는 것이 중요한 장점 중 하나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지금은 사람들이 비교적 오래 머물면서 ‘시간이 많이 생겼다’. 다만, 집에 오래 머문다는 것이 꼭 마음을 편하게만 해주는 것은 아니다. 이 관점을 더해보면 평소 ‘시간을 아껴서 장보기의 수고’를 덜어주는 구독 상품이나 프리미엄 식재료 등을 정기적으로 배송해주는 상품에 대한 총수요는 급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집에 오래 머무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시간 절약에 대한 니즈가 상대적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요리나 여러 가지 집안일을 ‘직접’하는 소비자들이 상당히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일상생활에서 이 시간 절약의 니즈를 중심으로 발생한 서비스들은 코로나19 상황에서는 성장세가 크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셋째, 사람들과의 직접적인 교류나 오프라인상에서의 만남이 이전처럼 쉽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렇게 되면 사람들의 외출이나 ‘오프라인 교류’를 전제로 한 구독경제 서비스•상품은 소비자들의 직접적인 니즈를 발생시키기 어려울 것이다. 예를 들어, 의류 등의 정기구독 서비스/상품은 소비자들의 큰 욕구를 발생시키기 어려운 상황이 될 가능성이 높다.

넷째, 구독경제 서비스는 아직 전성기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많은 전문가는 더 확장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가장 큰 이유는 ‘다양한 경험’이라는 욕구를 다수의 소비자가 기대하기 때문이다. 단, 소비자들이 확장하려고 하는 이 ‘경험’에는 세대 차이가 분명 존재한다. 앞서 살펴봤듯 베이비붐세대를 중심으로 한 기성세대는 ‘소유’를 중심으로 한 소비생활에 익숙하다. 따라서 구독경제 서비스•상품을 통해 기존의 상품들을 ‘저렴한 방식’으로 소비하는 것이 중심이 돼 있다(정수기, 안마기•안마의자 등). 반면 OTT나 음원 서비스를 통해 자신의 취향에 맞게 콘텐츠를 선별(큐레이션)해주는 디지털 서비스에 익숙한 Z세대는 ‘저렴한 개인화’에 익숙하고 이것을 선호한다. 같은 구독경제 시장에서의 상품이라고 해도 카테고리는 완전히 다르다. 따라서 세대에 따른 차별화된 접근은 필수다.

‘좋아요. 구독’을 광고 태그라인처럼 반복하는 시대. 구독경제 서비스•상품의 핵심 경쟁력은 고객의 일상과 삶의 동선을 얼마나 잘 이해하는가에 달려 있다.


회사 소개
마크로밀 엠브레인
(www.trendmonitor.co.kr)은 리서치업계 최초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전문 리서치회사. 마크로밀 엠브레인의 컨텐츠사업부는 [트렌드모니터]라는 브랜드로, 다양한 이슈에 대한 소비자의 생각, 태도, 의견에 대한 정보를 대중적으로 제공하는 것을 주요한 미션으로 삼고 있다. 매년 『트렌드모니터』 책을 발간하고 있다.

필자 소개
윤덕환 마크로밀엠브레인 컨텐츠사업부 총괄 / 문화•사회심리학 박사 dhyoon@trendmonitor.co.kr
필자는 고려대에서 문화•사회심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마크로밀엠브레인에서 다수의 마케팅리서치 프로젝트를 수행했고, 현재 컨텐츠사업부를 총괄하고 있다. 7년 동안 인천대 소비자학과 겸임 교수로 근무했고, 한국컨텐츠진흥원,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자문위원•심사위원으로도 활동했다. 저서로는 『소비자는 무엇을 원하는가』 『장기불황시대 소비자를 읽는 98개의 코드』 『불안 권하는 대한민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읽는다』 『대한민국 트렌드』 『2020 트렌드모니터』 등이 있다.
  • 윤덕환 | - (전)인천대 소비자·아동학과 겸임교수
    - (현)엠브레인트렌드모니터 콘텐츠사업부장

    dhyoon@trendmonitor.co.kr
    이 필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