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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6. 공간과 감각 활용 전략으로 브랜드 가치 높인 ‘젠틀몬스터’

‘젠틀몬스터스러운’ 디자인 자체가 힘
펜디-마돈나 등과 힙한 협업 통해 더 높이 날다

송수진 | 300호 (2020년 7월 Issue 1)
올해 초, 중국을 대표하는 최고급 백화점 SKP가 베이징 남쪽에 새로운 쇼핑몰(SKP-South)을 열었다. 이 쇼핑몰은 개점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베이징을 방문하는 국내외 소비자들이 몰리는 명소가 됐다. 미술관처럼 꾸며놓은 흥미로운 공간 때문이다. 미래에 화성으로 이주한 사람들이 과거를 그리워하며 만든 공간이라는 ‘디지털-아날로그 퓨처’를 콘셉트로, 양 떼 로봇들이 있는 ‘미래의 농장(Future Farm)’ 등으로 꾸며졌다. 지상 1층부터 3층의 약 3000평 규모의 쇼핑몰 공간 디자인은 누가 했을까. 글로벌 패션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의 모기업 아이아이컴바인드(I.ICOMBINED)다. SKP백화점의 샤오안 회장이 직접 젠틀몬스터 김한국 대표에게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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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st Lessons

2011년 초 창업 후, 불과 4년 만에 세계 3대 광학박람회 중 하나인 SILMO에서 화제를 모은 브랜드이자 200억 원 매출을 올린 회사. ‘천송이 선글라스’로도 유명한 젠틀몬스터를 보유한 아이아이컴바인드의 성공 요인은 다음과 같다.

1. 고객 스스로도 몰랐던 욕구를 파악해 ‘안경의 패션 아이템화’에 성공했다.
2. 끝없이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고자 하는 욕망의 고객들을 표적으로 집중화 전략을 펼쳤다.
3. 독특하고 세련된 디자인으로 ‘감각적 제품’을 넘어 ‘상징적 제품’으로 만들었다.
4. 프로모션의 ‘빠른 변화’로 브랜드 개성을 완성했다.
5. ‘Pull 전략’으로 고객을 홍보대사로 만들었다

# Why Revisit?

5년 전, 소위 말하는 ‘패션 피플’이 즐겨 찾는 선글라스였던 젠틀몬스터는 해외 명품 선글라스와 경쟁하는 글로벌 브랜드로 거듭났다. 젠틀몬스터는 독특하고 개성 있는 디자인으로 승부해 신진 아이웨어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제품뿐만 아니라 제품이 지닌 이미지를 시각화하고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이를 경험하고 느낄 수 있는 다양한 마케팅 방법을 사용했다. 주기적으로 새로운 콘셉트를 시도해 매장을 특색 있는 전시 공간으로 꾸미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사실 글로벌 시장에서 눈에 띄는 한국 신진 패션 브랜드는 매우 드물다. 이런 현실에서 젠틀몬스터는 창업 이후 다양한 명품 브랜드 및 할리우드 스타 등과 꾸준히 협업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 가치를 키워냈다. 젠틀몬스터가 한국 시장을 넘어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해나가는 과정에 다시 한번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 New Insights

해외 명품 선글라스와 경쟁하는 글로벌 브랜드로 거듭난 젠틀몬스터의 성공 요인은 다음과 같다.

1. 다양한 주체와의 협업: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인 펜디, 팝스타 마돈나 등과 협업해 젠틀몬스터의 인지도를 높이고 브랜드를 고급화하는 데 성공했다.
2. 개성 있는 디자인이 가능한 조직문화: 별도의 안경 디자이너를 두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있는 직원들이 디자인에 참여해 상대적으로 변화의 폭이 작은 안경 디자인을 차별화할 수 있었다.
3. 새로운 공간 마케팅: 독특한 디자인, 창의적으로 꾸민 매장 등을 통해 젊은 소비자들에게 ‘힙’한 브랜드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심어줬다.
4. 이용자의 자발적인 마케팅: 개성 넘치는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자 국내외 유명 인사들이 자발적으로 젠틀몬스터 선글라스를 착용해 자연스러운 마케팅으로 이어졌다.


젠틀몬스터는 DBR에 케이스 스터디가 실린 2014년 이후에도 계속해서 성장했다. 국내 플래그십 스토어는 신사, 홍대, 부산 3곳으로, 백화점, 면세점 등의 유통채널도 28곳으로 확장됐다. 해외 시장에서는 미국, 중국, 영국, 싱가포르, 홍콩, 두바이 등 총 10개의 해외 법인과 플래그십스토어 16곳, 205곳의 판매점을 확보했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 동안 젠틀몬스터의 매출액은 573억 원에서 2980억 원으로 약 5배가량 증가하고 영업이익률 또한 20%가 넘는다.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그룹은 아시아에서 젠틀몬스터만큼 독창적인 브랜드를 찾을 수 없다며 2017년 약 600억 원을 투자했다.2 2019년에는 공간 인테리어 시상식인 프레임 어워즈에서 싱글 브랜드 스토어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한 데 이어 필름 어워드 시상식에서도 베스트 패션 필름 어워드를 수상하며 브랜드의 예술성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3

2014년에 다뤄진 DBR의 케이스 스터디에서는 ‘천송이 선글라스’로 대표되는 차별적 디자인, 퀀텀 프로젝트와 같은 공간 마케팅을 젠틀몬스터가 성공적으로 아이웨어 업계에 안착할 수 있는 요인으로 꼽았다. 그러나 독특한 디자인과 콘셉트는 브랜드가 더 높이 더 멀리 날아가는 데 한계로 작용하기도 한다. 과연 젠틀몬스터는 자기만의 강점을 어떻게 유지, 변화, 확장해 나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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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전략 1 지속 성장? 협업에 답이 있다

1. 글로컬 브랜드와의 협업

2019년 화웨이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스마트폰 출시 행사에서 젠틀몬스터와 협업한 스마트 안경을 선보였다. 같은 해 젠틀몬스터는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펜디와 ‘젠틀 펜디’ 컬렉션을 출시했다. 이외에도 젠틀몬스터는 미국 디자이너 브랜드 알렉산더 왕, 10꼬르소꼬모 등 다양한 기업과 협업을 진행했다. 이런 협업은 양측 기업 모두에 도움이 된다. 펜디는 혁신적이고 트렌디한 이미지를 가진 젠틀몬스터와의 협업을 통해 기존의 이미지를 쇄신할 수 있었고 젠틀몬스터는 펜디가 가진 럭셔리 브랜드의 위상을 덧입게 됐다. 중국의 화웨이, 유럽의 펜디, 미국의 알렉산더 왕과 같이 널리 이름이 알려진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비교적 신규 브랜드이면서도 빠른 시간 내에 각 목표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와 선호도를 쌓아갈 수 있었다. 4

2. 예술가, 유명인들과의 협업

2016년 젠틀몬스터는 뉴욕 소호에 첫 해외 플래그십 스토어의 문을 열었다. 약 2년의 준비 기간 후 ‘미국은 네트워크가 워낙 중요하기 때문에 업계나 유명인들 사이에서 먼저 인정받은 후 이것이 추종자들에게도 전파되는 톱다운(top down) 마케팅이 유효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젠틀몬스터는 ‘메이드 인 코리아’를 내세우며 젠틀몬스터의 역량을 어필하기보다 라파엘 데 카르덴나(Rafael de Cardenas), 무이(Mooi) 등 세계적인 건축가, 디자이너 브랜드와 함께 작업하며 해외 플래그십 스토어를 디자인했다. 또한 틸다 스윈턴 같은 톱스타들과 협업한 디자인을 출시하기도 했다. 5

젠틀몬스터의 제품은 세계적인 팝스타 마돈나, 톱 모델 지지 하디드 등 톱스타들이 먼저 자발적으로 찾기도 했다. 젠틀몬스터 제품의 차별성과 독특함이 그들 자신의 이미지에도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회사 측이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이들 각자가 브랜드 홍보대사(브랜드 앰배서더)의 효과를 내기도 했다. 젠틀몬스터가 협업하는 인물이나 기업은 자기만의 개성이 명확하다는 공통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아직 미국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매출 성과가 나오진 않지만 향후 성장 가능성이 큰 브랜드로서의 이미지는 확실하게 구축했다. 젠틀몬스터는 2020년 6월 글로벌 컨설팅 그룹 맥킨지앤드컴퍼니가 공개한 ‘Future of Asia’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이후 주목해야 할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선정됐다. 밀레니얼과 Z세대를 겨냥한 혁신적인 제품과 유통 공간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2016년 3억 원에 불과했던 미국 시장 매출을 2017년 82억 원까지 끌어올린 젠틀몬스터는 2018년에는 매출 66억 원으로 다소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2019년부터는 목표 실적에 도달하고 있다는 게 젠틀몬스터 관계자의 설명이다.

중국 시장에서는 생각보다 성장이 가파르다. 최근 성장하기 시작한 중국 선글라스 시장에서 초기 브랜드 이미지를 잘 구축한 덕에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게다가 특정 명품 브랜드가 선글라스 시장을 주도하지 않아 신생 브랜드가 입지를 구축하기 유리한 시장 상황인 것도 한몫했다. 젠틀몬스터는 중화권에서 인기가 높은 배우이자 가수인 리이펑과 함께 협업하는 등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18년 기준 젠틀몬스터의 매출액은 320억 원으로 직전 해에 비해 17%나 증가했다. 6

성공 전략 2 “브랜드 자산의 기초는 유지한다”

1. ‘젠틀몬스터스러운’ 제품 디자인

젠틀몬스터는 선글라스에 컬렉션 개념을 도입해 시즌마다 새로운 제품을 발표한다. 매년 40∼50여 종의 신제품을 선보일 정도로 투자와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이를 통해 나오는 혁신적 디자인은 ‘젠틀몬스터스럽다’고 정의되며 이는 브랜드의 큰 자산이다. ‘젠틀몬스터’는 제품 디자인팀에 안경, 선글라스 전문 디자이너를 두지 않는다. 오히려 패션, 주얼리 등 다양한 분야의 디자이너가 제품 디자인팀에 속해 있는데 이것이 개성 있는 디자인의 원동력이 된다.7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창의적인 디자인을 위해 외부와 꾸준히 협업을 진행한다. 최근에는 디자이너 마이클 코어스, 패션 포토그래퍼 휴고 콤트와 협업을 진행했다. 대표적인 히트작으로는 2015년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통한 복고 열풍과 더불어 유행을 탄 다양한 색의 ‘틴트(tint)’ 렌즈, 네모 프레임의 끝 부분에 특징을 넣은 제품 사우스사이드(SOUTH SIDE)가 있다.8 사우스사이드는 1차 판매에서 준비했던 물량이 12분 만에 소진될 정도로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지드래곤을 비롯한 여러 설레브러티가 공식 석상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자발적으로 착용하며 아시아 전역에서 관심을 받았다. 젠틀몬스터는 80년대 유행했던 틴트 렌즈를 다시 선글라스 업계의 트렌드로 만든 선두주자로서 소비자들에게 문화의 아이콘으로 인식됐다.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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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차별적인 공간 마케팅

젠틀몬스터의 공간 마케팅은 브랜드 자산을 이룬 중요한 요인이다. 공간은 왜 중요할까? ‘마케팅의 아버지’로 불리는 필립 코틀러 미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 석좌교수는 소비자의 최종 구매 결정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요인이 쇼핑 공간에서의 체험이라고 강조한다. 소비자가 물건을 구매하기로 하는 진실의 순간(moment of truth)은 현장에서의 감정과 기분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이다.10 젠틀몬스터는 제품 모두 개별적인 디자인을 가지고 있고, 제품의 사이즈가 작기 때문에 제품만으로는 젠틀몬스터의 브랜드 정체성을 일관되고 강력하게 전달하기 어렵다. 이를 극복하고자 사업 초기 젠틀몬스터는 홍대 쇼룸에서 2주에 한 번씩 새로운 전시를 여는 퀀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2주에 한 번씩 새로운 전시를 시도했지만 어느 순간 매장을 찾은 소비자들의 반응은 “아, 또 바뀌었네”로 그쳤다. 변화를 위한 변화로, 놀라운 것이 아닌 당연한 것으로 여기게 된 것이다.

이후 퀀텀 프로젝트는 종료했지만 젠틀몬스터는 브랜드 정체성을 구현하고 전달하기 위한 주요 수단으로 공간 마케팅을 지속해 갔다. 변화조차 익숙해지는 어려움 속에 젠틀몬스터의 공간 마케팅은 어떻게 바뀌어 갔을까? 젠틀몬스터 공간 마케팅의 특징은 제품을 강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각 공간의 주제와 스토리가 연결돼서 자연스럽게 안경과 선글라스 제품이 노출될 뿐이다.

2016년 7월 제품을 판매하지 않고 오직 브랜딩을 위해 존재하는 콘셉트 스토어 ‘배트(BAT)’가 대표적인 예다. 대중들에게 친근한 소재인 카페를 재해석해 ‘농장 속의 카페(Coffee in the Farm)’란 장소로 운영했고, 이후에는 ‘코믹 북, 더 레드(Comic Book, The Red)’라는 콘셉트의 만화방으로 꾸몄다. 매장에서 제품을 중시해서 보여주던 것과는 다른 이러한 새로운 상업 공간이 ‘수익성’과 어떻게 연결될까? 젠틀몬스터는 공간 자체에 관객들이 좋아할 만한 오브제들을 설치하고 그 공간에 소비자를 참여시킨다.11 소비자들에게는 쇼핑 행위가 아닌 하나의 문화생활이 되는 것이다. 고객들은 제품인 안경, 선글라스를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공간을 경험하기 위해 매장을 방문한다. 방문자들은 그 공간에서 경험한 것을 공유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제품 구매 행위로 이어진다.12

3. 잠재된 창의성을 극대화하는 조직문화

젠틀몬스터는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와 시도를 강조한다. 제품 디자인은 물론 매장, 전시 공간 등 소비자가 젠틀몬스터를 경험하는 처음부터 끝까지 다른 브랜드와의 차별화된 경험을 느껴야 한다. 그리고 이 작업은 모두 내부에서 추진한다. 직원들이 계속해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시도를 거침없이 해나가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직원들이 고정관념과 기존 생각에서 벗어나는 것을 습관화해야 한다. 젠틀몬스터만의 독특한 업무 처리 방식이 자리 잡은 이유다.

‘젠틀몬스터’는 브랜드 본부 산하에 뚜렷한 팀 조직이 없다. 제품 디자인팀을 제외한 모든 직원은 직군만 있을 뿐 마케팅팀 등의 팀에 속해 있지 않다. 그렇다면 누가 어떤 업무를 수행해야 할까. 업무 지시에 대한 공백이 나타날 수 있는 시스템에 회사 측은 일종의 경매 시스템을 도입했다. 하나의 프로젝트가 생기면 직원들이 마음에 맞는 사람들과 팀을 꾸려 기획안을 제시하고 경쟁에 부쳐 프로젝트를 따내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젠틀몬스터는 각 직원이 원하는 프로젝트, 잘 할 수 있는 업무에 자율적으로 배치되는 효과와 사내 경쟁을 통한 경쟁력 강화 효과를 동시에 얻는다.13 아이웨어 브랜드라는 사실이 무색하게도 미디어 아트나 음악을 다루는 아트 디렉터, 조향사, 파티시에, 바리스타, 소믈리에 등 창의적 영역에서 다양한 능력을 갖춘 직원들이 대거 포진해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직원들은 또한 1년에 한 번 자신의 꿈을 발표하는 시간을 갖는다. ‘세계에서 가장 멋진 카페를 운영하겠다’ ‘아이돌 그룹을 기획하겠다’는 등의 발표는 직원들의 꿈을 보여주고, 회사는 직원이 의지를 보이면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젠틀몬스터 직원은 마케팅적 상상력을 진화시켜 나갔다. 과거 목욕탕, 홈, 키친과 같이 일상생활과 관련한 전시 공간에 집중했다면 최근엔 무형의 가치와 이미지를 주제로 한 전시기획이 늘었다. 오픈 2년 만에 리뉴얼한 강남 신사동의 플래그십 스토어가 대표적인 예다. 2017년 ‘엔트로피’라는 주제로 공간을 꾸몄는데 직관적으로 상상하기 어려운 대상을 시각화한 것이다. 중국 청두 플래그십 스토어의 주제는 ‘쓰나미 이후의 새로운 세대’로 삼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젠틀몬스터가 가파른 성장세를 타며 직원들의 업무 부담이 늘었지만 회사는 업계 최고 수준의 복지로 보답했다. 직원들이 꼽는 최고의 복지는 항공권 지원이다. 1년에 한 번 금액 제한 없이 회사에서 항공권을 사준다. 자유롭게 연차를 사용할 수 있는 분위기에서 직원들은 휴가 때면 금전적•시간적 제약 없이 전 세계를 누빈다.14

성공 요인 분석과 전망

1. 차별성의 확장

세계적인 브랜드 컨설팅 회사 Young & Rubicam은 ‘DREK’으로 요약되는 척도를 통해 브랜드의 자산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브랜드 자산 가치 평가 모델(Brand Asset Valuator)은 차별성(Differentiation), 적합성(Relevance), 호감도(Esteem), 인지도(Knowledge)라는 네 가지 척도로 브랜드 자산의 현재와 가능성을 평가한다. 경쟁 제품보다 차별적인가? 소비자가 자신과 관련이 있는 브랜드로 여기는가? 사람들이 선망할 만한 브랜드인가? 브랜드에 대한 지식이 많이 알려져 있는가? 이 중 차별성과 적합성이 높은 브랜드를 강력한 브랜드로 보고 호감도와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를 브랜드의 위상, 지위가 높다고 평가한다.

젠틀몬스터의 경우 창업 초창기부터 차별화에 방점을 찍었다. 아무도 따라 하기 어려울 만큼 독특한 디자인과 창의성을 장려하는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독보적인 우위를 점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아이웨어라는 개념이 따로 없이 안경은 시력 교정용 도구이며, 안경테는 안경점에서 구매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보편화됐던 때 아니던가. 차별화가 잘된 브랜드는 브랜드의 강렬함, 강도가 높다. 그러나 자칫 잘못하면 매우 좁은 틈새시장(니치마켓)에만 어필하고 만다. 브랜드의 성장 가능성이 충분히 펼쳐지지 못한 채 멈추기 쉽다. 브랜드가 가진 독특하고 강렬한 정체성이 널리 알려지고 선망의 대상이 될 때야 해당 브랜드가 숨겨진 잠재력을 발휘하며 마켓에서 리더십의 지위를 누리게 됐다고 말할 수 있다. 젠틀몬스터는 지속적인 협업을 통해 자신의 독창적인 브랜드 정체성의 확장성까지 높였다. 또한 창업 초기의 안경테를 패션 아이템으로 각인하기 위해 노력하던 단계에서 멈추지 않았다. 브랜드를 알리는 활동을 다양하게 변주하며 브랜드 정체성을 예술의 수준으로 격상시켜 누구도 쉽게 따라올 수 없는 브랜드 위상을 소유하려는 노력을 펼쳤다.

젠틀몬스터는 ‘예측할 수 없는’ ‘기이한 아름다움’의 전달이라는 브랜드 핵심 가치만 지킬 수 있다면 파트너를 가리지 않고 컬래버레이션을 시도해 브랜드 정체성을 강화해갔다. 전자기기 브랜드(화웨이)에서 럭셔리 브랜드(펜디)에 이르기까지, 아이돌 스타(블랙핑크 제니)와 해외 유명 배우(틸다 스윈턴)를 넘나들며 협업하고 자신의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브랜드 정체성을 확장해갔다. 자발적으로 젠틀몬스터의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설레브러티가 많은 것도 젠틀몬스터의 선호도와 인지도 확장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굳이 스폰서십 계약을 맺지 않아도 젠틀몬스터를 착용하는 연예인들이 많은 것은 독창적인 디자인 때문이다. 독특함은 유명 인사들에게 필수적인 이미지다. 혁신적이고 ‘젠틀몬스터스러운’ 디자인은 연예인들을 돋보이게 할 중요한 소품이 됐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소비자들은 브랜드와 상품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그리고 매우 넓은 범위에까지 빠르게 공유할 수 있게 됐다. 따라서 제품 홍보를 위해 무리하고 과장된 광고를 사용한다면 그 효과는 금세 사라진다. 최근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는 광고정보원의 ‘진정성’에 대한 연구 결과가 많이 발표됐다. 소비자들은 광고정보원이 제품의 실제 고객이고 자신의 경험이 담긴 메시지를 전달할수록 그 광고가 진정성 있다고 느끼며 해당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도 높아진다.15 즉, 자발적으로 젠틀몬스터의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설레브러티들을 본 소비자들은 이 설렙들의 선택이 ‘진정성’ 있다고 느껴 젠틀몬스터에 대해 호의적인 태도를 갖게 되고 이것이 구매 의사로까지 연결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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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공간 자극과 공감각의 활용을 통해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하다

창의성이 젠틀몬스터의 핵심 가치이기에 혁신적인 디자인의 아이웨어를 다양하게 구비해야 할 필요는 높다. 그렇게 다각화된 디자인의 아이웨어를 풍부하게 갖추고 있다고 해도 한 소비자가 한 번에 관찰할 수 있는 디자인은 몇 개 되지 않는다. 선글라스와 안경테는 크기도 작다. 브랜드에 대한 인상을 전달하기 어렵고 소비자가 차별화된 디자인을 경험할 기회도 제한적이다. 이럴 때 자신의 브랜드 정체성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방법은 무엇일까? 젠틀몬스터는 제한된 사이즈와 소비자와의 제한된 접촉의 한계를 넘어 브랜드 정체성을 빠르고 효과적으로 확립하기 위해 공감각적 접근법을 활용했다. 공감각은 감각전이, 감각유추라고도 부를 수 있는데 한 감각에 자극이 주어졌을 때(i.e. 시각) 이것이 다른 영역의 감각(i.e. 청각)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한다.

최근 마케팅 학계에서는 공간 자극이 비유적, 상징적 연상을 통해 소비자들의 체화된 인지에 영향을 미치고 이것이 소비자 행동으로까지 연결되는가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공간이 사람의 마음을 바꿀 수 있을까? 공간으로 인해 바뀐 마음이 그 사람의 행동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높은 천장과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된 성당에 들어서면 사람들은 경외감과 경건한 감정을 갖게 되고 저절로 인생과 삶에 대해 성찰하곤 한다.16 사람들이 높은 천장과 큰 창문이 있는 카페에 들어설 때 순간 행복감과 자유감, 개방감을 느끼며 이것이 자아의 확장을 유발하는 심리적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17 공간이 갖는 건축적 특성이 사람들의 심리 상태와 더 나아가 자신과 타인에 대한 태도와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18

젠틀몬스터는 플래그십스토어(매장 공간)를 브랜드 정체성을 구성하는 본질이자 전달의 주요 매체로 사용해왔다. 그뿐만 아니라 오감을 활용한 공감각적 접근을 브랜드 정체성 강화 전략으로 삼았다. 조향사, 파티시에, 소믈리에, 바리스타 등을 직원으로 채용하며 자신의 브랜드가 표방하는 이미지를 향기와 빵, 와인과 커피 등을 통해 후각적, 시각적, 미각적으로도 전달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전시 공간의 주제가 탁구일 때는 매장 내에 탁구장을 설치하고, 잼이 주제일 때는 토스트를 나눠주거나, 바닥을 생화로 덮는 방식으로 전시 주제인 꽃을 극대화했다. 공간이 갖는 건축학적 특성과 공감각적 요소들을 활용해 젠틀몬스터가 표방하는 브랜드 정체성인 ‘예측할 수 없는’ ‘기이한 아름다움’이 소비자들에게 ‘각인’되도록 한 것이다.

공간과 공감각적 자극을 활용해 브랜드 정체성을 수립해가는 사례는 주로 예술을 기반으로 하는 패션 브랜드에서 나타난다. 그중 하나인 파인드 카푸어(FIND KAPOOR)는 ‘패션과 순수예술의 만남’이라는 콘셉트로 핸드백을 만들어 국내와 중국,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는 브랜드다. 파인드 카푸어 역시 독특한 주제의 예술성을 드러내는 플래그십 스토어라는 공간 자극을 통해 브랜드 정체성을 선보였다. 작년에는 지구의 자전을 콘셉트로 매장 외부는 결정이 하나하나 살아 있는 듯한 푸른 대리석으로, 내부는 지구의 자전과 공전을 의미하는 조형물 중심의 설치 미술을 사용하며 단기간에 브랜드의 독특하고 예술적인 이미지를 타깃 소비자들에게 전달했다.

3. 비대면 시대에 브랜드 경험을
어떻게 창출해 나갈까?

경험은 접촉을 전제한다. 브랜드 경험의 극대화를 위해 공간을 활용하고 공감각(감각전이)을 자극하는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펼쳤던 젠틀몬스터는 비대면 시대에 어떻게 해야 할까? 코로나19로 타격을 가장 많이 받은 산업군 중의 하나는 패션업이다. 패션을 선보일 사회적 이벤트에 대한 수요 자체가 감소한 상황에서 아이웨어를 패션으로 정의해 온 젠틀몬스터는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물리적 공간에서의 독창적인 경험으로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한 젠틀몬스터가 이렇게 힘들게 얻은 브랜드 자산 가치를 소비자들의 매장 방문 없이 어떻게 유지해 갈 수 있을까?

젠틀몬스터는 사업 초기 안경 브랜드로는 국내에서 최초로 ‘홈트라이(Home Try)’ 시스템을 도입했다. 홈트라이 시스템이란 소비자가 젠틀몬스터 홈페이지에서 마음에 드는 안경을 고르면 이를 박스에 담아 보내주고 직접 착용해본 뒤 하나를 고르고 나머지는 반송하는 시스템이다. 여기에 더해 젠틀몬스터는 큰돈을 투자해 ‘프레임 파인더’라는 3D 가상 체험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자신의 사진을 올리고 미리 이 안경, 저 안경을 가상으로 써보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5개를 골라 무료로 배송받고 진짜 사고 싶은 하나만 고르는 것이다.19 젠틀몬스터는 이 시스템으로 이미 쓴맛을 봤다. 안경테는 안경점에 가서 써보고, 사고, 그곳에서 맞춰야 한다는 ‘인식의 벽’ 때문이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비대면 서비스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지금, 젠틀몬스터가 과거 혁신이라고 생각했던 홈 트라이-프레임 파인더 시스템의 장점을 활용할 수 있을까?

공간을 통해 경험을 파는 전략은 안전한가? 젠틀몬스터가 지금껏 추구했던 공간 중심 브랜딩 전략에는 플래그십 스토어가 있다. 최근 기업들은 비대면 환경에 걸맞은 기술을 빠르게 도입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를테면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이다. VR는 컴퓨터로 만들어 놓은 가상의 세계에서 사람이 실제와 같은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최첨단 기술을 말한다.20 젠틀몬스터는 VR 쇼룸을 도입해야 할까? 만약 젠틀몬스터가 VR 쇼룸을 도입하게 된다면 플래그십 매장에서 느끼는 체험을 최대한 실현할 수 있는 형태여야 할 것이다.

비대면 시대에 주목받는 애플리케이션 중 중국 온라인 소매업 플랫폼 알리바바에서 출시한 화상회의 메신저 ‘딩딩(Ding Talk, 钉钉)’이 있다. 딩딩은 코로나19로 급증한 재택근무자가 민낯으로 화상회의에 참석할 때 쓸 수 있는 메이크업 기능을 메신저에 포함해 소비자들의 편리성과 미적 욕구를 충족했다.21 딩딩과 같은 온라인 플랫폼이나 젊은 세대에게 인기가 높은 셀카 어플(i.e. B612, 스노우(SNOW), 메이투(Meitu) 등)과의 협업을 시도하는 방법은 어떨까?

아무리 온라인상에서의 경험과 디지털 매체, 신기술을 활용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할지라도 사람이 공간에 머물며, 공간의 부분이 되며, 공간과 상호작용하며 얻게 되는 공감각적 경험이 갖는 우월성은 대체하기 쉽지 않다. 비단 이 고민은 젠틀몬스터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브랜드 정체성의 강화를 위해 공간과 경험을 활용해 온 많은 기업의 생존 전략과도 연결된다. 코로나19 이후, 경험을 파는 브랜드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상상력(Imagination)과 해석(interpretation)을 결합해 만들었다는 기업명(아이아이컴바인드-젠틀몬스터 운영 기업)처럼 젠틀몬스터가 뉴노멀 시대 소비자의 환상을 잘 포착하고 필요를 잘 해석해 상상력 넘치는 방식으로 대처해 나가길 기대한다.


송수진 고려대 융합경영학부 글로벌경영전공 교수 songsj@korea.ac.kr
필자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P&G에서 브랜드 매니저로 근무하며 신규 브랜드 출시 및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다. 한국마케팅과학회와 한국소비문화학회의 이사를 맡고 있다. 주 연구 분야는 브랜드-소비자 심리 및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으로 Journal of Advertising, Journal of Business Research 등 국내외 유수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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