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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 인공지능(AI) 도입을 위한 제언

“깜빡했는데 장바구니에 담아줬네?”
이 정도는 돼야 ‘AI 이용 데이터 기술’

윤찬 | 297호 (2020년 5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AI를 활용한 비즈니스 가치 창출 전략 및 적용 사례

1. 고객 경험 개선
: 네덜란드 슈퍼마켓 체인 알버트하인(Albert Heijn)의 온라인 장바구니 도우미
2. 직원 역량 강화
: 프랑스 광고/미디어 컨설팅 그룹 퍼블리시스그룹(Publicis Groupe)의 AI 플랫폼
3. 운영 최적화
: 독일 지멘스(Siemens)의 컴퓨터 수치제어(CNC) 공작기계 정밀 교정 프로세스 최적화
4. 제품/서비스 혁신
: 비영리 단체 위워크(WeWalk)의 스마트 지팡이(smart cane)


인공지능(AI)은 예측에 능하고, 독해 실력이 뛰어나다. 이미지나 음성도 인식할 줄 알고, 학습 목표를 정해주면 시행착오를 거쳐 엄청난 속도로 목표를 달성한다. 무엇보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빠른 속도로 처리하는 작업 능력이 월등하다. 이 같은 AI를 활용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여정의 출발과 지향은 어디까지나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비즈니스 가치의 창출에 있다. 기술은 어디까지나 그 여정을 위한 수단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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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를 활용한 비즈니스 가치 창출 전략

그렇다면 AI를 활용한 비즈니스 가치 창출 전략은 어떻게 수립할 수 있을까? 크게 외부 환경(external environment)과 가치 제안(value proposition), 조직화와 실행(organization & execution)을 고려해야 한다. (그림 1) 구체적으로, 기업을 둘러싼 사업 환경과 변화(고객 수요 변화, 새로운 경쟁자나 사업 모델의 등장, 기술 환경 변화, 규제 강화 등)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이에 대응하면서 그 변화를 기회로 삼을 수 있는 고객 가치를 제안해야 한다. 특히 AI를 포함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창출할 수 있는 고객 가치는 주로 1) 고객 경험 개선(how to engage customers) 2) 직원 역량 강화(how to empower people) 3) 운영 최적화 (how to optimize operations) 4) 제품/서비스 혁신 (how to transform products/services) 등에 의해 추진된다. (그림 2)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네 가지 접근법에 대해 소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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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객 경험 개선:
알버트하인(Albert Heijn)의 온라인 장바구니 도우미

130여 년 전통의 네덜란드 슈퍼마켓 체인 알버트하인(Albert Heijn)은 사업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음을 감지했지만 기존의 기술적 인프라로는 이미 디지털화해 저만치 앞서가는 젊은 고객들을 만족시키는 데 어려움을 느꼈다. 무엇보다 복수의 데이터 웨어하우스(data warehouse)와 각종 애플리케이션이 자체 IT 인프라에 흩어져 있는 환경에서는 양질의 데이터를 사내 조직들, 특히 분석가나 데이터 과학자들에게 적시에 제공하기 어려웠다.

이에 따라 알버트하인은 흩어져 있는 데이터를 클라우드 기반으로 중앙화해 내•외부로부터 수집한 데이터의 가용성을 높이는 작업에 나섰다. 구체적으로,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한편 데이터 과학자들로 하여금 개인화한 쇼핑 경험을 가능케 하는 알고리즘 개발에 집중했다. 그렇게 탄생한 서비스가 AI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의 니즈를 예측해 온라인 장바구니를 알아서 채워주는 ‘내 장바구니 목록 예측(Predict My List)’이다. 가령, 딸아이의 생일상에 미역국을 올리기 위해 장을 보는 데 다진 마늘이 장바구니에 들어 있지 않다면 AI가 알아서 챙겨주는 식이다.

이처럼 알버트하인은 고객의 구매 이력, 지역, 절기, 고객 개인 또는 지역의 기념일이나 행사 등의 데이터를 토대로 고객이 실수로 장바구니에 담는 것을 잊은 (좀 더 정확하게는 잊은 것으로 예측되는) 제품을 추천해주고 프로모션 제품이나 대체 제품을 소개하는 데 AI를 활용하고 있다. 이 서비스의 도입으로 알버트하인은 고객 만족도도 높이고 매출도 늘리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한다.

2. 직원 역량 강화:
퍼블리시스그룹(Publicis Groupe)의 AI 플랫폼

1926년 프랑스에 설립된 세계 최대 규모의 광고, 미디어 및 컨설팅 기업 퍼블리시스그룹(Publicis Groupe)은 급변하는 사업 환경과 나날이 심해지는 경쟁에 노출돼 있었다. 제아무리 오랜 시간 노하우를 축적해온 광고 에이전시라도 지난 몇 년간 온라인 광고를 중심으로 빠르게 변하는 시장의 흐름을 따라가기란 여간 벅찬 일이 아니었다. 퍼블리시스그룹은 브랜드를 소비자의 마음에 깊이 각인하는 매력적인 캠페인을 만들어내는 저력과 오랜 기간 축적된 노하우, 막강한 사내 자원을 보유하고 있지만 데이터 분석 및 AI 플랫폼으로 무장한 소셜미디어 플랫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간접 비용과 가격대로 고민이 깊어지고 있었다.

더 큰 문제는 내부 조직들 간의 단절이었다. 인수•합병을 통해 기업 규모를 늘리는 광고•미디어 업계의 경우 지주사를 정점으로 자회사들이 각자 독자적으로 운영되곤 하는데 조직의 규모가 작을 때는 몰라도 130여 개국에 걸쳐 200개가 넘는 세분화된 전문성을 가진 8만여 명의 직원이 있을 때 상호 단절된 운영은 회사에 큰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다.

이런 난관 속에서 취임한 신임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인 아서 사두운(Arthur Sadoun)은 지난 2018년 그룹 창립자(Marcel Bleustein-Blanchet)의 이름을 딴 AI 플랫폼 ‘마르셀(Marcel)’을 선보였다. “마르셀, 지난 6개월간 마이크로소프트와 그래픽 디자인 업무를 진행한 사람이 누가 있지?” “마르셀, 태국의 미디어 전략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은 누구야?” 같은 질문을 하면 AI가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빠르게 검색하고 정보 간 상호 연관성을 파악하는 머신러닝 기법을 활용해 원하는 답변을 찾아준다. 전 세계 8만여 명의 퍼블리시스 직원들은 마르셀을 통해 누가 특정 고객에 대해 잘 알고 있는지, 그 고객과 일해 본 경험이 있고 좋은 관계를 계속 유지하고 있는 사람은 누구인지,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경험, 노하우를 갖고 있는 사람은 누구인지 등을 쉽게 알 수 있게 됐다. 이처럼 마르셀은 ‘연결’과 ‘공유’를 핵심 가치로 삼아 그룹 내 흩어져 있는 자원과 경험, 노하우를 한데 엮어 그룹 전체가 발 빠르게 움직이도록 만듦으로써 직원들의 역량을 강화하고 시너지를 창출해내는 데 기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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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운영 최적화: 지멘스(Siemens)와
본사이(Bonsai)의 공작 기계 최적화

제조업 공장에서 공작 기계나 자동화된 공작 기계를 쓰는 것은 하루 이틀 된 얘기가 아니다. 또 공작 기계에 따라 그것을 세밀하게 교정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 숙련된 전문가의 노하우가 필요하다는 점 역시 새로울 게 전혀 없다. 새로운 점이라면 머신러닝, 구체적으로는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 기법을 활용해 정밀 교정을 함으로써 시간 단축과 마찰 오류 최소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기술 솔루션 업계의 강자인 독일 지멘스(Siemens)는 미국 버클리 소재 딥러닝 스타트업 본사이(Bonsai, 마이크로소프트가 2018년 인수)와 협력해 자사 디지털팩토리 모션 컨트롤(Digital Factory Motion Control)팀에서 운영하는 컴퓨터수치제어(CNC) 공작기계의 정밀 교정 프로세스를 최적화하는 데 성공했다. 기존에는 20∼25회의 반복 실행을 거쳐 통상 2시간은 돼야 최적화를 할 수 있었지만 강화 학습에 기반한 본사이의 적응형 자동화(adaptive automation, 학습을 통해 품질은 계속 높이면서 제조 시간과 비용은 줄여나가는 자동화) 기법을 활용함으로써 최적화에 걸리는 시간을 13초대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이는 최고의 숙련도를 자랑하는 전문가들의 속도보다 30배 넘게 빠른 수준이다. 마찰력에 의해 발생하는 출력 오차도 2 µ 수준 이하로 줄였다고 한다.

4. 제품•서비스의 혁신:
위워크(WeWalk)의 스마트 지팡이

이 세상에는 2억5000만 명이 넘는 사람이 시각 장애를 갖고 있는데도 1946년 흰 지팡이가 개발된 이래 이렇다 할 발전이 없었다. 여전히 수많은 사람이 가슴이나 머리를 가로수 나뭇가지 등의 장애물에 부딪히며 걸어 다니는 현실을 보다 못한 터키의 시각장애인 엔지니어 쿠르사트 실란(Young Guru Academy의 CEO 겸 공동 창립자)은 지난 2017년 위워크(WeWalk)라는 비영리 단체를 설립해서 ‘스마트 지팡이(smart cane)’를 개발했다. 위워크 스마트 지팡이를 사용하면 지팡이 막대로 길 위에 있는 낮은 장애물을 살필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초음파 센서가 사용자 가슴이나 머리 높이에 있을지 모를 가로수 나뭇가지 등의 장애물을 탐지해 기기 진동으로 사용자에게 알려준다.1

AI를 수용하고 동력으로 삼을 수 있는 조직문화

위에 예로 든 네 가지 접근에 따라 비즈니스 가치 창출 전략을 세운다 해도 실제로 이를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역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실행 역량은 조직 내 인적 자원과 프로세스가 얼마나 잘 갖춰져 있는지, 즉 AI를 수용하고 동력으로 삼을 수 있는 조직문화에 달려 있다.

조직문화라고 해서 대단하고 새로운 걸 뜻하는 건 아니다. 업무를 처리하는 방식, 직원 간에 의사소통하고 협업하는 등 관계를 맺는 방식, 직원들의 핵심 역량과 업무 스킬, 그리고 그들의 태도와 행동을 이끄는 원칙과 프로세스를 가리킨다. 그렇다면 AI를 활용해 새로운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할 준비가 된 조직문화의 핵심 요소는 무엇일까? 크게 1) 데이터가 주도하는 의사결정 2) 양질의 데이터 수집을 위해 현업을 가장 잘 이해하는 직원들의 실험 정신과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유연하고 포용적인 배움의 자세 3) 부서 간 장벽을 넘어선 직원들 간의 적극적인 데이터 및 정보 공유, 의사소통, 협업 4) 위와 같은 변화를 주도하고 끌어내되 명확한 윤리 기준을 정립하는 리더십, 그리고 이를 반영하는 투명한 지배구조와 프로세스 등 네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이런 요소들을 갖춘 조직문화는 자연스럽게 신뢰를 낳게 된다. 단언컨대, 신뢰는 AI 시대의 핵심 가치다. 신뢰할 수 없는 기술은 수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조직문화 혁신에 많은 고민과 노력을 거듭했다. 특히 2014년 CEO로 취임한 사티아 나델라는 전 직원들에게 타성을 벗어난 성장 마인드세트(growth mindset,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며 실패를 배움의 기회로 삼아 회사도 사람도 성장하려는 자세)를 가질 것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마이크로소프트는 직원 누구라도 필요한 정보를 쉽고 빠르게 구하고, 다양한 소통 채널을 구축해 직원들 간, 또 부서 간 광범위한 협업을 가능케 하는 기술적인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힘썼다. 업무 성과를 평가함에 있어서도 얼마나 동료의 도움을 구하고 얻었는지, 또 도움을 필요로 하는 동료에게 얼마나 보탬이 됐는지를 주요 기준으로 삼음으로써 깊고도 넓은 협업을 가능케 하는 제도적인 토대를 마련했다. 이러한 조직문화가 자리 잡을 때 비로소 데이터가 주도하는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 있고, 직원들 사이의 데이터 공유가 활발히 이뤄지고, 양질의 데이터가 쌓이며 이를 바탕으로 AI를 활용한 비즈니스 가치가 창출된다.


필자소개 윤찬 마이크로소프트 아시아지역본부 선임 변호사 chanyoon@microsoft.com
필자는 미시간주립대에서 법학 학사, 보스턴대에서 법학 석사를 받았다. 제조업, 자동차, 에너지, 리테일 등의 산업에 걸쳐 마이크로소프트 주요 기업 고객들을 대상으로 법무 담당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해당 산업에서 보다 안전하고 신중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일어날 수 있도록 법, 규제 계약 측면에서 건설적인 논의가 이뤄지도록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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