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SR2. '나만의 자동차'를 위한 제조업 혁신

완성차 제작 ‘대량 맞춤’ 가고 오픈 프레임 플랫폼 통해 ‘대량 개인화’ 온다

장영재 | 292호 (2020년 3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자동차도 취향에 맞춰 사는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전망된다. 테슬라의 약진으로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면서 내연 기관에 강점이 있던 기존 완성차 제조업체들 사이에서 혁신의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최근 완성차 업체들은 기존 설계-생산-판매 전 과정을 관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오픈 프레임 플랫폼’을 구현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중 카이스트가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앱카’ 모델은 앱을 통해 차의 외관 및 인테리어를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


95

연초부터 테슬라 주가가 고공행진 중이다. 테슬라의 주가는 미•중 무역전쟁 이후로 시끄럽던 지난해 10월 대비 무려 300% 이상 오른 상태로 거래되고 있다. 이미 시가총액 기준으로 도요타자동차를 제외한 나머지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 톱5의 시총을 합친 것보다 많다. 그러나 테슬라의 진정한 가치는 단순히 시가총액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테슬라는 이미 모빌리티(Mobility), 에너지, 인공지능(AI) 등 혁신 분야에서 사업성을 증명해 낸 몇 안 되는 기업이다. 그래서인지 자동차 업계는 테슬라의 모빌리티 혁신을 큰 위기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은 전기차와 AI, 여기에 스마트 팩토리를 접목한 테슬라의 혁신 기술이 지난 100년간 이어온 포드의 대량 생산 패러다임을 뛰어넘는 새로운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을 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양한 차종과 컬러, 여러 옵션을 제공하는 현재의 완성차 제작 패러다임을 ‘대량 맞춤(mass-customization)’이라 한다. 그러나 최근 대량 맞춤을 통해 구매하는 고객에서 더 나아가 세상에서 나만 가질 수 있는 아이템을 원하는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를 충족하기 위한 생산을 ‘대량 개인화(mass-individualization)’라 한다. 1 2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을 위한 차’ 하면 어떤 차가 떠오는가? 많은 사람이 최고급 슈퍼카나 전문 튜닝을 한 차량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최근 필자가 포함된 카이스트 연구팀은 일반인 누구나 쉽게 자신만의 차를 디자인해서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차량 플랫폼과 비즈니스 모델을 연구하고 있다. 이 연구는 스마트폰에서 필요한 앱을 다운받아 사용자가 직접 자신만이 필요한 스마트폰 기능을 선정해서 나만의 폰을 만드는 것과 같이 차량의 사양을 앱처럼 골라 자신만의 차량을 만든다는 의미로 ‘앱카(App-Car)’라고 이름을 붙였다. 인터넷에서 클릭 몇 번만으로 나만의 차를 직접 디자인하고 주문하면 며칠 내 차량이 배달되는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이다.

더 나아가 기존 대형 공장에서 표준화된 공정으로 제작되는 차량이 아닌, 동네 치킨 집처럼 도심 내 소규모 공장에서 고객의 주문을 바로 처리해 제품을 생산하는 공상과학 소설에 등장할 것 같은 미래의 스마트 팩토리도 함께 연구하고 있다. 본 글에서는 현재 필자가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앱카의 기본 개념과 앱카 실현을 위한 스마트 팩토리 구축의 중요성, 그리고 이러한 앱카가 새로운 모빌리티 산업의 대안이 될 수 있는 이유를 설명한다.


앱카 개념과 오픈 프레임 플랫폼
연구를 시작하기에 앞서 연구팀은 앱카의 기본 형태를 ‘자율주행이 가능한 전기차’로 제한했다. 그리고 ‘앞으로 자율주행 자동차가 보편화되는 시점이 오면 사람들은 왜 차를 소유하고자 할까’라는 고민을 연구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우선 개인 모빌리티 역사를 돌아보자. 자동차의 역사는 마차에서 시작했다. A 지점에서 B 지점으로 이동하기 위해 사람이 아닌 외부 동력을 사용한다는 개념이 개인 모빌리티의 시작이다. 초기에는 말이나 소와 같은 가축을, 이후 내연기관으로 옮겨갔다. 가축이건, 내연기관이건 이동이 진행될 동안에 운전자는 차량을 제어하는 행위에 집중해야 했다.

96


하지만 자율주행은 이러한 운전자의 행위 자체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결과 탑승자에게 요구했던 운전이란 행위 대신 다른 활동을 할 수 있는 영역과 시간이 창출된다. 여기가 바로 ‘개인화’의 시작점이다. 업무가 바쁜 사람에게는 오피스가 될 수 있고, 휴식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휴식 공간이 될 수 있다. 사무실의 사무 공간이나 집안의 인테리어처럼 차량도 집과 사무실의 연장선이란 개념으로 생각하면 차량의 개인화는 자율주행 차량에서는 옵션이 아닌 필수 조건이 된다.

그렇다면 앱카를 실현하기 위한 기술적인 단초는 무엇일까. 바로 전기차의 오픈 프레임 기술의 탄생이다. 오픈 프레임이란 목적에 따라 자유롭게 외장과 내장을 구현할 수 있는 기반 프레임을 의미한다. 올해 현대자동차가 1억 유로를 투자한 영국의 상업용 전기차 전문 업체 어라이벌 (Arrival)이나 2월 들어 개발협력 계약을 체결한 미국의 전기차 전문 기업 카누(Carnoo)는 모두 필요에 따라 외형과 기능을 바꿀 수 있는 오픈 프레임인 ‘목적 기반 모빌리티 (Purpose Built Vehicle•PBV)’ 개발 전문 업체다. (그림 1)

왜 현대차가 오픈 프레임 PBV 기반 전기차 개발에 관심을 가지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를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하나는 자동차 산업 가치사슬의 탈공조화(Decoupling, 디커플링) 가능성이고 다른 하나는 기존 내연기관(가솔린이나 디젤기관 엔진)과 전기차의 차이점이다.


전기차의 부상과 자동차 산업의 디커플링(Decoupling)
현대차를 비롯한 기존 완성차 업계 내부에서는 향후 대부분의 완성차가 전기차로 대체될 경우 과연 기존 내연기관에서 창출했던 수익성을 보장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기존 완성차 업체의 헤게모니를 보장했던 엔진과 트랜스미션 기술 장벽이 더이상 전기차에서는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전체 공급 가치사슬에서 완성차 업체의 영향력이 줄어들 것이란 것이 대다수 전문가의 전망이다. 특히 테슬라가 기존 완성차 업계의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를 보이면서 이 같은 예측이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오죽하면 전기 청소기를 만들던 다이슨이 한때 전기차 시장에 도전을 시도했을까. 3

전체 차량 공급 가치사슬에서 배터리와 전장 부품업체가 기존 완성차 업체가 가진 헤게모니를 대체할 것인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이미 완성차 업체들의 수익성 하락은 지난 수십 년간 지속됐는데 여기에 기존 완성차 업체의 기술적 헤게모니가 배터리나 모터 업체로 옮겨 간다면 더 이상 비즈니스 경쟁력을 가질 수 없는 상황에 이를 수도 있다. 물론 추가적인 비용 절감 및 배터리 가격 하락 등으로 다소 긍정적인 의견을 제시한 분석도 있다. 4 하지만 기존 수직 계열화를 통한 비용 절감이나 대형 자동차 메이커에서 영위해 왔던 설계-제조-마케팅-영업을 총괄하는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서는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즉, 완성차 업체들에 기존 수직 계열화나 전통적인 비즈니스 모델의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렇다면 새로운 완성차의 패러다임이 과연 무엇일까? 답은 전통적인 헤게모니를 가진 기업을 쓰러트리고 새로운 강자로 부상한 기업들의 특징을 면밀히 살펴보면 찾을 수 있다. 우버는 자동차 소유와 활용을 분리하는 차량 서비스 모델이다. 배달의민족 같은 배달 서비스는 기존 요식 업계의 서비스에서 배달만 분리해 서비스화한 기업이다. 국내 가격 비교 사이트인 ‘다나와’는 고객이 제품을 구매할 때 늘 행하는 가격 비교와 구매 프로세스에서 가격 비교 부분만 독립해 성공을 이뤘다. 이처럼 전통적인 비즈니스는 고객 가치사슬 모든 부분을 소유하고 통제하는 방식이었지만 디지털 시대에서의 혁신 기업들은 기존 가치사슬에서 특화된 부분을 차별화해 성공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러한 가치사슬의 탈동기화를 하버드비즈니스스쿨의 탈레스 테세이라 교수는 ‘디커플링(Decoupling)’으로 설명한다. 5 신생 기업들은 고객의 소비 활동 사이에 존재하는 연결고리(제품 탐색, 평가, 구매, 사용) 중 약한 고리를 끊고 들어가 그 지점을 장악하는 방식을 ‘디커플링’으로 정의했다. 대단한 기술도 없어 보이는 우버, 에어비앤비 등이 수십조 공룡기업이 된 것은 이 같은 디커플링의 힘이라 역설한다.

어라이벌과 카누 같은 오픈 플랫폼 PBV 업체의 탄생은 차량에서 이동을 담당하는 부분이 그 외 비이동 부분과 탈공조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기존 완성차 업체는 차량의 구동과 외관 및 인테리어 부분이 조립된 형태의 차량을 시장에 내놓았지만 전기차 시대에서는 차량의 구동 부분과 외관 및 인테리어 부분이 각자 분리될 수 있다. 결국 앱카의 고객은 원하는 모듈 플랫폼을 고르고 이에 호환되는 외관과 내부 인테리어를 구성해서 차량을 디자인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모델에는 문제점이 하나 있다. 개인화된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을까? 현재 전통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이런 사업이 가능할까? 앱카의 실현을 위해서는 이에 대한 답이 필요하다. 카이스트 연구진은 이러한 디커플링 개념을 도입해 새로운 앱카의 가능성과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했다.


자동차 산업의 가치사슬 재정립
카이스트 연구진은 기존 대량 생산 체계로는 대량 개인화를 절대 실현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조립 공정 자동화의 한계 때문이다. 특히 개인화가 증대될수록 개인의 취향에 맞는 다양한 옵션을 제공해야 하는 인테리어 조립 공정은 더욱 복잡해지며 더 많은 노동력을 투입해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은 바로 후공정 부분을 기존 공장에서 분리하는 방안이다. 먼저, 자동차 공정을 살펴보자. 자동차 공장은 평면 철판에 압력을 가해 패널 형상을 만드는 프레싱(Pressing) 공정, 패널들을 용접으로 이어 붙이는 웰딩(Welding) 공정, 차체 형상에 색을 입히는 페인팅(Painting) 공정, 각각 부품을 조립하는 조립(Assembly) 공정으로 나눌 수 있다.

부품을 조립하는 어셈블리 공정 이전까지는 거의 100% 자동화돼 있지만 마지막 어셈블리 공정은 자동화가 어려운 부분이다. 즉, 조립 공정을 제외한 이전 공정은 기존 대형 공장 형태로 진행하되 마지막 공장은 따로 분리해서 독립된 공장에서 작업을 수행하게 하는 방식으로 프로세스를 개선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개인화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98

즉, 새로운 비즈니스 가치사슬의 핵심은 기존 공장을 자동화 가능한 공정과 자동화하기 어려운 공정을 나누는 디커플링이다. 정리하자면, 차량 구동 부분은 PBV가 담당하고 외장과 내장 조립은 분리하면서 독립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

[그림 2]는 전통적인 완성차 업체의 기존 가치사슬과 새로운 비즈니스 플랫폼의 가치사슬을 비교하고 있다. [그림 2]의 상단은 전통적인 완성차 업체의 가치사슬을 보여준다. 설계에서 판매까지 모든 부분을 관리 및 통제하는 방식이다. 특히 현대차의 경우 대부분의 부품 업체도 수직 계열화해 일자형을 이루고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연구팀에서 제안하는 전기차 시장의 새로운 가치사슬은 [그림 2]의 하단부에 표현돼 있다. PBV 개발사는 PBV의 설계와 판매에만 집중한다. PBV의 수익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다품종보다는 최소의 품종에 집중하며, 비용을 절감하는 디자인과 제조 방식을 추구해야 한다. 부품업체는 가치사슬 특성상 차량의 구동과 안전과 직접 관련된 ‘모빌리티 관련 부품업체’와 ‘내장-인테리어 관련 부품업체’로 이원화된 모델을 제시한다. 모빌리티 관련 부품업체는 기존 전통적인 차량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로 배터리, 전기모터, 기타 구동 관련 부품을 생산하고 기술 집약적 제품에 집중한다.

99


반대로 내장-인테리어 관련 부품 업체의 경우 오픈 설계 아키텍처를 공유해 설계의 자유도를 높이고 제품의 종류와 가격의 다양화를 통해 수익 모델을 창출할 수 있다. 오픈 아키텍처란 제품 설계의 기본 사양을 오픈하고 이 사양만 맞으면 어느 업체나 공급자로 참여할 수 있는 일종의 표준 지침이다.

예를 들어, 루이뷔통(그림 3)과 같은 명품 업체도 차량 시트를 공급할 수 있고, 고객은 사양에 따라 삼성전자나 LG전자의 대시보드를 마치 TV 고르듯이 선택할 수 있다. 즉, 자동차 인테리어 시장이 무한 확장된다.

100


PBV와 내장재를 함께 조립해야 하는 조립 공정은 [그림 2]에서처럼 ‘로컬 공장(Local Factory)’에서 이뤄진다. 카이스트 연구진은 기존 대량 생산 체계로 전기차를 조립해 수익을 창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결론지었다. 조립 공정 자동화의 한계 때문이다. 개인화가 증대될수록 인테리어 부품은 더욱 다양해질 것이며 이는 표준화와 자동화가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인테리어 부품 조립에 더 많은 노동력을 투입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은 인테리어 내장재 부분을 기존 공장에서 분리하는 방안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자. 어셈블리 공정을 대형 공장 형태가 아닌 각각의 소형화된 공업소 형태의 로컬 공장으로 대체한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우리에게 익숙한 자동차 서비스센터를 떠올려 보자. 차량에 작은 문제가 생겼을 경우 우리는 동네에 위치한 서비스센터를 찾는다. 그럼 왜 애초에 자동차 공장과 같은 큰 거점 서비스센터가 아닌 작은 서비스센터가 지역별로 구현됐을까? 바로 대량의 인력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서비스센터를 찾는 고객들의 차량과 요구는 가지각색이다. 이러한 서비스를 중앙집중식으로 운영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비슷한 논리로 가지각색의 다양한 조립이 요구되고 요구사항마다 조립의 형태가 상이하다. 이러한 작업을 위해서는 중앙집중식 대량 생산 공장보다는 넓은 네트워크로 구성된 소규모 로컬 공장 형태가 유용하다.

차량을 로컬 공장에서 생산하는 개념이 매우 생소할 수 있지만 사이클링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모델이다. 인터넷으로 자전거 프레임과 바퀴 등 기타 부품을 따로 주문해서 동네 자전거 가게로 배송하고 자전거 가게 전문가에게 조립을 위탁하는 형태는 이미 사이클링 동호회 회원들에게는 보편적인 자전거 구매 방식이다.

그렇다면 기존 완성차 업체의 역할은 무엇일까? [그림 2]의 맨 아래와 같이 전체 설계를 총괄 지휘하는 아키텍처 설계와 부품 설계 및 제조의 관리 및 인증, 기존 외장 제조다. 그리고 전통적인 차량 제조에서 완성차 업체가 담당했던 외장 제작(프레싱, 웰딩, 페인팅) 부분은 기존과 다름없이 대형 공장에서 진행하는 것을 추천했다. 제조 특성상 로컬공장이나 부품공장에서 제작하기 어렵고 기존 완성차 업체가 가진 노하우를 활용하는 것이 전체 산업 생태계에 경제성이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트윈과 사물인터넷(IoT)을 통한 품질 관리
작은 소규모의 다수 공장에서 최종 조립이 이뤄진다면 가장 우려할 수 있는 부분이 바로 ‘품질 관리’다. 각 로컬 조립공장에서 각자 품질에 맞는 제품 생산이 가능할까? 이 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이 바로 사물인터넷(IoT)이다. 이미 국내 자동차 업계도 LTE망을 활용해 차량의 다양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하는 인프라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까지 대부분의 서비스는 차량의 성능 및 편의성과 관련된 것이다. 예를 들어, 현대차의 블루온 서비스는 차량의 속도와 조향각 정보를 수집해 운전 패턴을 분석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에어백이 터지는 사고가 발생할 경우 에어백 센서가 작동해 119 서비스를 호출하는 정도다. 이러한 개념을 품질 관리에 확장하면 차량이 주행 중 떨림이나 이상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 즉, 단순히 차량 출고 시점에서만 체크하는 단편적인 품질 관리가 아닌 실제 고객이 차량을 주행하는 매 순간에 차량의 품질을 기록하는 방식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게 된다. 이미 이러한 실시간 모니터링 기술은 반도체나 정밀 공정 장비의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 등으로 보편화돼 있다. 이러한 기술을 통해 로컬 조립 공장에서 이뤄지는 최종 차량 품질을 보증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다.


패러다임 시프트: 오픈 플랫폼과 앱카
전통적으로 완성차 산업은 다른 여타 산업에 비해 폐쇄성이 두드러졌다. 이미 전자업계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업계 표준이나 타 업체들 간의 상호 호환 사양을 구축하는 데 자동차 업체들은 매우 보수적이었다. 일례로 전기차 차량 플러그도 차량 제조사마다 타입이 다르고 차량 업체가 다르면 호환할 수 있는 부품은 매우 제한적이다. 이러한 폐쇄성과 100년간 이어온 생산의 가치사슬로 인해 자동차 산업의 혁신은 타 산업에 비해 더딜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앞서 설명한 대로 이런 방식으로는 더이상 자동차 업체들이 생존을 보장받을 수 없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이 시대적 흐름이 된 시점에서 설계-생산-판매로 이어지는 가치사슬을 한 업체가 전부 책임지는 것은 더이상 경쟁력이 없기 때문이다. 향후 자동차 제조사는 차량을 설계-생산-판매하는 조직이 아닌 플랫폼 사업자로 각 부품을 조달하는 부품업체와 이러한 부품을 조립하는 생산업체를 따로 분리하고 이렇게 분화된 다양한 업무를 관리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고객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품질을 관리하고 차량의 브랜드와 부품 간의 상호 호환성을 보증하는 보증 기관의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다. 애플의 앱스토어와 구글의 구글플레이 역할을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필자소개 장영재 카이스트 산업 및 시스템공학과 부교수 yjang@kaist.ac.kr
필자는 미국 보스턴대 우주항공과를 졸업하고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기계공학, MIT 경영대학원(슬론스쿨)에서 경영공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어 MIT 기계공학과에서 불확실성을 고려한 생산 운영 방식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본사 기획실의 프로젝트 매니저로 근무하면서 과학적 방식을 적용한 원가 절감 및 전략적 의사결정 업무를 담당했다. 연구 분야는 스마트 팩토리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스마트 SCM이다.
  • 장영재 장영재 | - (현)카이스트 산업 및 시스템 공학과 교수
    -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기획실 프로젝트 매니저
    - 매사추세츠 공대 생산성연구소 연구원

    이 필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