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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a Science in Practice

AI 세상서도 ‘따뜻한 감동’은 인간 몫으로

유재연 | 288호 (2020년 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사람의 서비스가 기계로 대체되는 세상이 다가오고 있다. 식당에서는 키오스크가, 호텔 로비와 공항에서는 로봇이, 민원성 전화 너머에는 음성 안내봇이나 챗봇이 고객을 기다리고 있다. 이 안에서 겪는 소비자의 소외는 단지 정해진 절차 안에만 있기 때문이어서는 아닐 것이다. AI가 점차 우리의 삶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 인간과 기계의 관계는 공존 그 자체보다 더 복잡하고 깊게 얽힐 것이다. 인간 사용자가 AI 시스템을 더 잘 쓸 수 있도록 인간도 알고리즘을 길들이고, 인간도 알고리즘에 맞춰 길들여질 것이다. 전면 자동화를 꿈꾸는 비즈니스 업계일수록 고객의 감정이 온전히 고객 자신이 관리해야 하는 것으로 남게 두지 않아야 한다. 고객의 감정을 AI와 함께 다른 인간이 관리하는 것, 거기에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있을지도 모른다.



매뉴얼 속 세상에 갇히다 보면 꽤 편하지만 조금은 외로운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며칠 전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이때 필자가 경험한 모든 것이 매뉴얼이었다. 보험 담당자의 전화 내용, 병원에서의 동선, 차량 수리 업소와 렌터카 업체의 연계 절차. 한 패키지에서 다른 패키지로 몇 번을 옮겨가고 나니, 내가 겪은 사고는 누구에게는 오늘 처리해야 할 한 개의 일상적 업무, 한 건의 실적이 돼 있었다. 그리고 이 같은 업무의 많은 부분을, 이제는 인간이 아닌 인공지능이 대신할 것이라고들 한다. 가만 따져 보면 이런 예측의 기저에는 모든 프로세스가 어차피 감정을 배제한 시스템이니, 기계가 대신해도 될 것이라는 가정이 깔려 있다.

하지만 필자가 겪은 매뉴얼 속에는 흥미로운 부분들이 있었다. 인간 대 인간의 대화다 보니,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친밀감을 드러내기 위한 시도들, 위로의 뉘앙스, 마무리 단계의 성의 여부 같은 상호 간 다양한 감정이 발견됐다. 모든 것이 설령 책자에 있는 내용일지라도 행간의 감정을 토대로 고객은 해당 서비스에 대한 호불호를 지니게 된다. 이건 단순히 ‘상담은 친절했습니까?’ ‘일 처리는 빨랐습니까?’ 같은 문항에 ‘리커트 척도(Likert scale)’로 답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매뉴얼 자체는 기계로 대체하면 더욱 정확하고 신속해질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맞닥뜨리는 고객군의 느낌은 다를 것이다. 이 글에서는 기계가 과연 인간 상담사가 뿜어내는 감정을 대체할 수 있는지 차근차근 살펴보고자 한다.


내 감각을 상상하게 하는 로봇들

요즘은 사용자와 로봇이 마주칠 일이 참 많아졌다. 소소한 추천 서비스부터 자율주행 로봇에 이르기까지, 무엇이 로봇이라고 경계를 짓기 어려울 정도로 그 종류도 다양하다. 그렇다면 로봇과의 상호작용에서 인간이 느끼는 감각은 어떠한가. 최근 미국의 한 공항에서 마주친 커피 로봇을 예로 들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소비자는 커피 제조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많은 감각적 경험을 놓친 채 커피를 기다리고 있었다. 


소비자가 경험하지 못한 감각은 다음과 같다. 우선 카페에서 주문을 했다면 바리스타와 나누며 느꼈을 대화의 긴장감(나는 묵직한 향을 좋아한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산미를 강조해야 할까?)이다. 칙-칙 퍼지는 스팀의 공감각적(촉각적이면서 시각적인) 경험과 원두가 빠득빠득 갈리는 청각적 경험, 쌉쌀하게 풍기는 커피 향의 후각적 경험을 이 커피 로봇과는 나눌 수 없었다. 모든 절차가 강화 유리판 너머에서 벌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커피 로봇은 다만 커피 제조 과정을 고스란히 보여줌으로써 기존 카페 경험을 환기하는 시각적 장치를 택했다. 나아가 개인화(customization)에 따른 추천 서비스가 ‘로봇적 경험’을 강조하고 있었다. 이처럼 많은 서비스 로봇이, 고객이 기존에 지니고 있던 직간접적 경험으로부터 유추된 감각들을 자극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무엇이 더 탁월하다고 단언할 수는 없겠지만 일단 필자가 본 장면의 끝은 이랬다. 커피 로봇과 달리 그다음 코너에 있던 ‘사람이 운영하는 카페’에는 줄을 선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그림 1)



미국 휴스턴의 식료품점과 레스토랑 곳곳에 최근 입점한 샐러드 기계도 비슷했다. 버튼을 한 번만 누르면 잘게 썬 채소들을 신선하게 볼 형태로 제공하는 콘셉트다. 9달러를 내면 섭씨 3도 안팎으로 보관된 17가지 토핑을 골라 900g어치 샐러드를 즉시 뽑아낼 수 있다고 한다. 누구나 쉽게 건강식을 챙겨 먹을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 해당 업체의 포부다. 1 (그림 2) 이쯤 되면 시공간적 편의를 위해 채소가 썰리는 모습과 드레싱이 뿌려지는 시각·청각·후각적 경험을 포기할 수도 있는 것일까?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간의 균형(trade-off)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



로봇과 인간의 상호작용에 있어 대표적 분야 중 하나인 수술용 로봇에서도 편의와 감각 간 균형에 대한 논의가 꾸준히 벌어지고 있다. 수술용 로봇인 다빈치(da Vinci) 로봇에 대한 최근 미국 코넬대 연구진의 관찰 연구가 흥미로운데, 이들은 로봇 사용으로 인한 외과의의 감각 대체에 대해 우려 섞인 목소리를 냈다.2 해당 시스템은 의사들이 화면을 보며 손으로 기계의 기구를 실제 수술 도구 다루듯 움직이면 환자와 가까이에 있는 로봇 손이 환자 몸에 직접 시술을 진행한다. 참고로 국내에도 2005년에 도입돼 현재 널리 쓰이고 있다.3 (그림 3)



이때, 로봇은 의사의 감각을 충분히 발현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을 토대로 연구진은 수술실 안에서 벌어지는 로봇과 인간 행위자 간에 벌어지는 일련의 상호작용들을 정리했다. 의사들은 로봇의 카메라를 통해 수술 부위를 ‘보고’, 로봇의 팔을 통해 피부 조직을 ‘만졌다’고 표현했다. 일련의 응답을 토대로 연구진은 “터치가 눈의 시각적 활동을 통해 재구성됐다”고 해석하면서 장기적으로 볼 때 외과수술에서 기억해야 할 ‘진짜 터치’가 사라졌다고 우려를 표했다. “(의과대학) 학생들이 환자의 신경조직을 탐색하고, 절단하고, 봉합하는 느낌을 직접적으로 배우기보다는 환자의 몸에 어떻게 관여하면 되는지를 알아가는 모습이었다”는 게 이들의 분석이었다.

연구진은 수술실이 여러 명의 협업이 이뤄지는 공간이라는 점에도 주목했다. 로봇과 수술실 내에 공존함으로써 스태프 모두 피비린내와 축축한 공기를 느낄 수 있다. 집도의의 취향에 맞춘 음악 선곡이 흐르는 가운데 위계질서를 중심으로 수술이 이뤄지는 것도 기존 체계를 따랐다. 집도의 개인의 손끝과 눈길이 닿는 지점만이 수술의 전부가 아니었다. 체현(embodiment)과 협업을 중심으로 하는 로봇에 대해, 연구진은 개인화된 레벨부터 팀 단위의 레벨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감각을 모두 가져갈 수 있는 세밀한 디자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소비자를 대하는 로봇의 이상적 상태

자판기나 관절 타입의 조종 로봇에서 벗어나 조금 더 휴머노이드(humanoid, 인간을 닮은 로봇) 쪽으로 옮겨가 보자. 보스턴 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의 아틀라스 로봇처럼 인간의 움직임을 본 따 온갖 장애물을 뛰어넘으며 파르쿠르(parkour)4 를 선보이는 로봇이 있는가 하면, 사람처럼 감정적으로 공감해주고 달래주는 인형 로봇들도 있다. 다만 로봇이 너무 사람처럼 굴고, 사람과 생김새마저 몹시 닮아버리면 사용자는 이상야릇하고 불쾌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이런 감정적 지점을 ‘언캐니 밸리(Uncanny Valley, 일명 ‘불쾌한 골짜기’)’라고 한다. 5 (그림 4) 이를테면 디즈니의 최신작 ‘라이온킹(2019)’의 실물 구현이 너무 완벽해서 만화가 아닌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다며 씁쓸해하던 사람들은 언캐니 밸리를 느꼈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러닝타임 1시간58분을 다 채우고 난 뒤에는 가슴 시린 감동으로 모든 감정이 대체됐겠지만 말이다.



이 개념을 창시한 마사히로 모리(Masahiro Mori) 교수는 발표 40년 만인 지난 2012년 전기전자기술협회보(IEEE)와의 인터뷰에서 언캐니 밸리를 뛰어넘어 아예 인간과 똑같아지는 로봇 개발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6 IEEE SPECTRUM. “The Uncanny Mind: Masahiro Mori on the Uncanny Valley and Beyond”. 2012.6.12. https://spectrum.ieee.org/automaton/robotics/humanoids/an-uncanny-mind-masahiro-mori-on-the-uncanny-valley

그래서 최근 개발된, 잘나가는 인간 대면 서비스 로봇의 모습을 보면 대부분 귀엽다.(그림 5)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GAN)으로 세상에 없는 사람 얼굴 이미지도 뚝딱뚝딱 만들어내는 시대지만 로보틱스에서는 함부로 선을 넘지 않는 모양새다. 그 대표주자라 할 수 있는 소프트뱅크의 로봇 페퍼(Pepper)의 HRI(Human-Robot Interaction) 디자이너 리드, 맷 윌리스(Matt Willis)가 인터뷰에서 한 말이 주목할 만하다. 로봇이 사람들로부터 신뢰를 얻게 하기 위해 너무 심하게 인간처럼 만들지는 않았다는 것이다.7 위협적이지는 않지만 상대 대화를 지능적으로 분석해 미묘한 감정을 건드리는 다정스런 로봇을 디자인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페퍼의 디자인은 현재 서비스 로봇 시장의 많은 부분에서 표본이 되고 있다. 필자가 지난 10월 다녀온 국제컴퓨터비전(ICCV) 학회에서 만난 기업 스폰서 전시장의 로봇들도 페퍼와 닮은 모습이 많았다. 요새 인천국제공항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안내 로봇도 페퍼의 디자인과 흡사한 부분이 많았는데 이를테면 함께 셀카를 찍어달라는 버튼을 누르자 눈이 하트 모양으로 ‘뿅’ 하고 변하는 것이 그러했다.


로봇을 겪으며 발생하는 인간의 감각

로봇이 불쾌감의 선을 넘지 않는 가운데 인간은 이들에게 어떤 감각을 느끼고, 또 어떤 감정을 부여하고 있을까? 적어도 일본의 ‘로봇 강아지의 가족들’에게는 애착을 넘어서는 감정이 생성된 것 같다. 로봇 강아지 아이보(aibo)의 장례 문화를 보면 그저 물건에 대한 집착이나 아쉬움쯤으로 치부할 수 없다. 한 보도에 따르면 로봇의 가족들은 이들에게도 불교적 세계관이 반영됐다고 여긴다.8 (그림 6)



그렇다면 생전 로봇 강아지로부터 받는 위로는 그저 인간 사용자의 상상이 빚어낸 산물인 걸까? 사실 인간과 로봇의 상호작용을 관찰해 보면 사람이 로봇을 생명체처럼 대하는 모습이 자주 나타난다. 음성 비서나 인공지능 스피커에 말을 할 때 유독 더 또박또박 큰 소리로 말을 하는 모습을 예로 들 수 있다. 인간 스스로 로봇이 잘 알아듣도록 소통 태도를 바꾸는 것이다. 어린이들에게는 로봇을 지칭할 때 인칭대명사(he/she)를 쓰지 못하게 하고 ‘그것(it)’이라고 불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9 그만큼 로봇과의 인터랙션이 더욱 친밀해지고 있고, 감정적 동화도 쉽게 이뤄진다는 것이다.

알고리즘 ‘길들이기’ 현상도 자주 목격된다. 이를테면 필자의 주변에는 유튜브나 넷플릭스의 추천 알고리즘을 속여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받으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해당 서비스의 알고리즘이 대부분 ‘많이 보는 것’을 중심으로 할 것이라고 생각해 일부러 다양한 채널에 ‘구독’을 누르고 여러 편을 클릭해 두는 것이다. 갈수록 한쪽으로 치우쳐가는 알고리즘의 추천을 피하려는 고객들의 시도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소비자에게는 로봇도, 인간도 필요하다

AI가 강하게 밀고 들어오는 세계에서, 인간과 기계의 관계는 공존 그 자체보다 더 복잡하고 깊게 얽힐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사 연구진이 제안하는 휴먼-AI 인터랙션(Human-AI Interaction) 디자인 18개 원칙을 보면 표면적으로는 AI의 사회 적응을 위한 가이드라인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인간 사용자가 AI 시스템을 더 잘 쓸 수 있도록 인간을 길들이는 관점이 스며 있다. (DBR minibox ‘MS 연구진이 제안한 Human-AI Interaction Design 18개 원칙’ 참고.) 10 마치 구글 번역기가 잘 해석해낼 수 있도록 짧고 분명한 문장만 쓰다 보면 언젠가는 만연체를 쓰지 못하는 날이 올 수도 있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인간도, 로봇도 서로 길들이는 사이가 되고 나면 둘 사이는 그저 ‘쿨 하게 서로 업무만 보는 관계’에만 그치지는 않을 것이다. 인간 사용자는 기존의 인간 상담자로부터 느꼈던 인정 같은 것을 기대할 수도 있다. 허나 챗봇이 아무리 달짝지근하게 말을 건네도 단어나 문장이나 말투 단에서는 소화할 수 없는, 인간끼리 느끼는 ‘기분’이라는 것이 있는 법이다. 매번 맥도날드 키오스크(자동주문기계)에서 버튼을 눌러 주문을 하다가 어느 날 우연히 기계 고장 때문에 사람 점원에게 주문을 할 때 느끼는 그 따끈함. 그것을 기계에 학습하려고 보면 막상 그 원천을 콕 집어내 훈련하기가 쉽지 않다.


DBR mini box :MS 연구진이 제안한 Human-AI Interaction Design 18개 원칙

1. 시스템이 할 수 있는 일을 명확히 하라: AI 시스템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사용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하라.
2. 시스템이 그 일을 얼마만큼 잘 해낼 수 있는지 알려라: 사용자에게 AI 시스템이 얼마만큼 실수를 하는지를 알려주도록 해라.
3. 맥락에 기반해 소요 시간을 알려라: 사용자의 현재 상태와 환경에 따라 소요 시간이 달라질 수 있음을 알려라.
4. 맥락 기반으로 관련 정보를 보여주어라: 사용자의 현 상태와 환경과 관련된 정보를 시각화하라.
5. 사회적 규범에 맞춰라: 사용자의 사회, 문화적 맥락을 기반으로 그가 기대할 만한 경험을 전달하라.
6. 사회적 편견을 완화하라: AI 시스템의 언어와 행동이 불공정하고 치우친 고정관념과 편향을 강화하지 않도록 하라.
7. 효율적인 주문을 지원하라: 필요 시 AI 시스템에 대해 주문하거나 요청하는 것을 손쉽게 만들어라.
8. 효율적으로 거절하는 것도 지원하라: 불필요한 AI 시스템 서비스에 대해 쉽게 거절, 무시하도록 만들어라.
9. 효율적으로 수정할 수 있게 하라: AI 시스템이 틀렸을 시, 수정·개선·복구를 손쉽게 하라.
10. 의심스럽다 싶으면 서비스의 범위를 제공하라: 사용자의 목표가 확실하지 않을 경우 AI 시스템의 성능을 저하시켜 ‘다음 옵션 중 어떤 것을 원하는지 고르라’는 식으로 제시를 한다.
11. 시스템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명확하게 알린다: 사용자에게 AI 시스템이 행동한 이유에 대한 설명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
12. 최근의 상호작용을 기억한다: 단기 기억 메모리를 유지해 사용자에게 효율적인 레퍼런스를 제공하도록 한다.
13. 사용자의 행동으로부터 배워라: 사용자의 지속적인 경험으로부터 학습해 그의 경험을 개인화하라.
14. 조심스럽게 업데이트하고 적용하라: AI 시스템의 행동 업데이트는 사용자에게 지장이 되지 않을 정도로 한정하라.
15. 소소한 단위의 피드백도 권장하라: 유저들이 AI 시스템과의 인터랙션에서 그들의 선호를 표기할 수 있도록 피드백 창을 부여하라.
16. 사용자의 행동에 대한 결과를 전달하라: 사용자의 행동이 어떻게 향후 AI 시스템에서의 활동에 영향을 미치게 될지 신속하게 알려주어라.
17. 포괄적 컨트롤에 대해 알려주어라: 유저로 하여금 AI 시스템이 어떤 데이터를 살펴보고 어떻게 활동하게 할지를 제어할 수 있도록 하라.
18. 변화에 대해 사용자에게 알려주어라: 사용자에게 AI 시스템이 어떤 기능을 더했는지, 업데이트는 무엇이 있는지에 대해 알려주어라.


전면 자동화를 꿈꾸는 비즈니스 업계일수록 이 부분을 놓쳐서는 안 된다. 고객 서비스에 AI를 활용했을 때 좋은 점은 구글에 검색만 해도 수십 가지가 나온다. 고객에게 더 합리적인 서비스를 할 수 있고, 그들 또한 더 편리해 할 것이라고들 한다. 기계화 이후 순이익이 상승했다는 지표들도 심심찮게 나온다. 조직 입장에서는 인건비도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고객의 입장에서 모두 기계로 대체된 세상은 어떠할 것인지에 대한 분석은 사실 ‘편의성’ 말고는 거의 언급되는 것이 없다.



그래도 고객은 사람과 대면해야 한다고 경험적으로 생각하는 기업도 여전히 많다. 그것이 그저 구식의, 유행에 뒤처진 방법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는 게 필자의 의견이다. 콜센터 업무 같은 감정 노동이 로봇으로 죄다 대체되고 나면 고객의 감정은 온전히 고객 자신이 관리해야 할 것이다.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옹산(배경이 되는 마을) 사람들처럼 엄청난 대가 없이도 서로 무심한 듯 시크하게 보듬어주고 품어주는 역할쯤은 인간이 할 일로 남겨뒀으면 한다. 기계는, 사람이 따뜻한 일을 도맡을 수 있도록 그 사람을 똘똘하게 보조하는 역할을 맡으면 되지 않겠는가. 매뉴얼에는 표기되지 않은 ‘감동’을, AI는 도와줄 수 있다.

필자소개 유재연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연구원 you.jae@snu.ac.kr
필자는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이다. 인간과컴퓨터상호작용(HCI) 분야에서 데이터사이언스를 공부하고 있고 그중에서도 미디어 영상 데이터를 활용한 딥러닝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대학원 진학 전까지 언론인으로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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