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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성, 혹시 마케팅전략 아닐까?

데이비드 웨인버거(David Weinberger) | 16호 (2008년 9월 Issue 1)
헌스크 엔진의 최고경영자(CEO) 고든 맥마스터는 베이글을 곁들여 커피를 마시면서 사내 최고경영진에게 새로운 최고 마케팅 책임자를 소개했다. 맥마스터는 최고경영진에게 이런 얘기를 했다. “분명하게 해 두고 싶군요. 우리 회사에 여러 명의 최고 마케팅 담당자가 일해 왔고 지금까지 다양한 광고 홍보 활동을 해 왔습니다. 그러나 엑트는 우리가 지금껏 기다려 온 바로 그 사람입니다. 나는 엑트가 무엇을 원하는지, 이 회사를 어떻게 이끌어나가고 싶어 하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엑트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려고 합니다.”
 
맥마스터는 마티 엑트가 최고 마케팅 책임자에 적합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엑트는 MBA 학위를 딴 직후 대형 소비재 제조업체에서 일하면서 소비재 마케팅에 관한 요령을 배웠다. 이후 엑트는 다른 업체에서 능력 있는 마케팅 담당자라는 명성을 쌓았다. 엑트는 한 생수 제조업체를 스포츠 음료 부문의 혁신적인 업체로 탈바꿈시켜 놓았으며, 특수 스포츠 장비 유통업체를 고객들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는 브랜드로 바꿔 놓았다.
 
헌스크에서 첫 인사를 하던 날 엑트는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 신경 써서 옷을 입었다. 옷장에 걸려 있는 가장 고급스러운 정장과 크림색 와이셔츠를 챙겨 입고 부드러운 갈색과 녹색 무늬가 잘 어우러진 넥타이를 맸다. 그러나 헌스크의 홍보팀장 폴라 마케시는 엑트의 바짓단 아래로 보이는 밑창이 두툼하고 광을 내지 않은 투박한 검은색 구두가 다소 거슬렸다. 마케시는 속으로 “저런 구두를 신다니”라고 생각했다.
 
엑트는 맥마스터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 다음 입을 열었다. 엑트는 새로운 동료들에게 헌스크 엔진이 지금껏 쌓아 온 전통과 명성이 체계적으로 훼손됐다고 설명했다. 헌스크 엔진은 한때 오토바이 업체인 할리데이비슨의 막강한 라이벌로 여겨지기도 했다. 할리데이비슨은 상징적인 거대한 엔진 소리를 십분 활용해 오토바이를 만들어 냈지만 헌스크는 로켓처럼 움직이면서도 큰 소리가 나지 않는 오토바이를 원하는 사람들을 주 고객으로 생각해 왔다. 헌스크 오토바이를 타는 전형적인 고객은 무법자처럼 보이기를 원하는 사람이 아니다. 헌스크 오토바이의 주 고객은 ‘진정한’ 반역자다. 지독하리만치 독립적이고, 자신감이 넘치고, 열망으로 가득한 사람이다. 즉 헌스크의 고객은 제임스 딘보다 데니스 호퍼에 가까운 사람이다.
 
그러나 헌스크는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기존 시장을 내주는 전형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20년 전 헌스크는 조용한 엔진이라는 특성을 크게 선전하며 경량 오토바이 시장에 침투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당시 헌스크는 마치 헌스크의 오토바이를 선택하는 고객들이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띄고 싶지 않아서 헌스크를 타는 것처럼 느낄 수 있도록 ‘바람이었을까, 헌스크였을까?’라는 광고 문구를 내걸었다. 이후 헌스크는 젊은 세대를 공략하려 했다. 엑트는 헌스크가 ‘자동차를 타기 전에 헌스크를 타세요’라는 슬로건을 통해 자동차를 진부한 것으로 묘사하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헌스크 오토바이는 결코 청소년들을 위한 노리개가 아니었다. 사실 헌스크는 주의를 요하는 복잡한 기기였다. 엑트가 부임할 당시 헌스크는 환경 친화적인 특성을 중시하는 마케팅 기법을 도입해 ‘같은 양의 기름으로 더 많은 자유를!’이라는 광고 문구를 내세웠다. 엑트는 헌스크에 부임하기 전부터 이미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 사실 엑트는 그동안 오토바이 업계에 많은 관심을 가져왔다. 엑트는 이 방에 있는 사람들 중 어쩌면 CEO까지 포함하더라도 헌스크가 마지막으로 오토바이 좌석에 진짜 가죽을 사용한 때가 언제이며, 그 모델이 무엇이었는지 재빨리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뿐일 거라고 확신했다.
 
다음날 엑트는 마케팅 담당자들을 모두 소집했다. 마케시는 엑트에게 어제 입었던 근사한 정장은 어떻게 됐냐고 질문했다.
 
엑트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날 엑트는 낡아빠진 스포츠 재킷에 검은색의 느슨한 바지, 오토바이용 신발을 신고 있었다. 엑트는 미소를 지으며 “첫날부터 진짜 내 모습을 보여 줘 다른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싶지 않아 평소와는 다른 옷을 입은 것”이라고 대답했다.
 
직원들이 각자 소개를 마치고 난 뒤 엑트가 입을 열었다. “틀림없이 변화가 있을 겁니다. 그러나 우리가 다 함께 힘을 모을 때에만 성공적으로 변화할 수 있습니다.”
 
엑트는 자신이 가고자 하는 방향이 무척 단순하고 뚜렷하다고 생각했다. “헌스크는 진짜 회사입니다. 헌스크는 하루는 비디오 게임을 만들었다가 그 다음날은 고래를 구하는 일에 전념하는 인터넷 기업이 아닙니다. 우리는 디자이너 브랜드를 모방한 ‘짝퉁 오토바이’를 만들려는 게 아닙니다. 헌스크는 진짜 오토바이 브랜드입니다.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오토바이를 만들고자 합니다. 우리에게는 ‘고객’이 없습니다. 다만 열렬한 신도가 있을 뿐입니다. 헌스크가 뿌리에서 멀어지기 이전에 우리에게는 열렬한 신도들이 있었지요.”
 
마케시의 대답은 “그러니까 헌스크의 뿌리를 되찾는 마케팅 활동을 하는 거군요”였다. 엑트는 마케시의 말 속에서 묻어나는 냉소적인 반응을 알아차렸다. “단지 마케팅을 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진정 헌스크의 뿌리를 되찾아야 합니다. 헌스크는 항상 진정성을 강조해 왔습니다. 우리는 이제 헌스크가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진정한 기업으로서의 면모를 되찾고자 합니다. 마케팅 수단으로 진정성을 내세우기만 했다면 우리의 고객, 즉 신도들은 그런 사실을 알아차렸을 것입니다.”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팀장 칼라 메이어는 “헌스크의 오토바이를 직접 경험해 봐야 한단 뜻인가요”라고 물어왔다.
 
엑트는 팔짱을 낀 채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우리가 직접 헌스크의 제품과 서비스가 되는 겁니다.”
 
오토바이 체험
엑트는 ‘사이클 선더 월드 엑스포’에 전시돼 있는 수백 대의 오토바이 사이에 서 있었다. 엑트는 대학교 4학년 때 오토바이를 타다가 떨어져 크게 다친 이후 오토바이를 타지 않았다. 그러나 주위에 전시돼 있는 오토바이들을 살펴보면서 엑트는 운동 법칙(law of motion)을 거스르고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기분을 얼마나 좋아했는지를 떠올렸다.
 
전시장을 둘러본 엑트는 헌스크 부스 앞에 멈춰 서서 눈앞의 광경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새로운 마케팅 활동을 시작하기에는 시기상조인 듯 했다. 그렇지만 엑트는 헌스크가 채택하고 있는 마케팅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헌스크의 부스는 끔찍하리만치 진부했다. 오토바이 몇 대를 진열해 두고, 고릿적에 만든 듯한 브로셔를 나눠주는 헌스크의 부스에서는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갖고 싶어 하지도 않을 것 같은 수화물 보관함을 내건 경연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엑트는 다음번에 전시회를 할 때는 기름때가 묻은 지저분한 오토바이를 전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부스에 전시된 반짝이는 오토바이는 오토바이를 통해 고객들이 얻는 경험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었다.
 
비행기를 타기 위해 전시장을 떠나야 했던 엑트는 출발하기 직전에 마케시를 붙들고서 헌스크 부스 뒤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엑트는 마케시에게 이렇게 얘기했다. “이건 마케시 잘못이 아닙니다. 그러나 무척 실망스럽다는 얘기를 할 수밖에 없네요. 마케팅 자료는 모두 괜찮습니다만(일부러 조금이나마 칭찬했다) 우리는 아직 신제품을 출시할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모든 문제는 해결할 수 있을 겁니다.”
  
 
마케시는 엑트의 다음 얘기를 기다리며 이를 깨물었다. “부스에 서서 코니 마치가 단골손님이 될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고객을 어떻게 응대하는지 살펴보았죠. 마치는 매우 훌륭한 여성이고 제품 생산 과정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마치가 오토바이를 타 본 적이 있을 것 같나요?”
 
엑트, 우리 고객들은 마치를 좋아해요.”
저도 잘 압니다. 마치는 훌륭한 직원이고 뛰어난 사람입니다. 헌스크 엔진에서 마치를 필요로 하기도 하지요. 그러나 마치는 고객을 직접 응대하기엔 적합하지 않습니다. 비단 마치뿐이 아닙니다. 헌스크에는 최고의 시험 운전 진행 요원과 판매직원이 있습니다. 그러나 고객들이 헌스크의 부스로 걸어 들어 올 때 손톱 밑에 헌스크 오토바이의 기름때가 그득한 사람들이 있는 차고로 걸어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도록 해야 합니다. 그 어떤 고객도 코니를 비롯한 부스 직원들을 신뢰하지 않을 겁니다. 헌스크의 부스는 그저 폼을 잡는 사람들로 가득할 뿐입니다.”
 
마케시는 한숨을 쉬었다. 코니가 엑트의 얘기를 듣는다면 틀림없이 실망할 터였다.
 
며칠 뒤 엑트는 마케팅 담당자들을 이끌고 경주용 트랙을 찾아 그곳에서 직원들을 모아 놓고 연설했다. 엑트는 직원들을 바라보며 그 누구도 헌스크 오토바이를 구매할 만한 고객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엑트는 “오늘 이전에 오토바이를 타 본 적이 있는 분이 얼마나 되나요?”라고 물었다. 이것이 바로 엑트가 이런 자리를 마련한 이유였다. 엑트가 데려간 직원들은 하나같이 경주용 트랙에 있는 직원들의 도움을 받고서야 오토바이를 탈 수 있었던 것이다.
 
엑트의 질문에 절반 정도가 손을 들었다.
 
자, 지금 손을 올린 분들은 계속 들고 계세요. 이 가운데 헌스크 오토바이를 타 보신 분은 계신가요?” 그 가운데 3분의 1 가량이 손을 내렸다. “최악은 아니군요. 오토바이를 직접 가져본 분은 있으세요?” 마지막 질문이 끝났을 때 계속 손을 들고 있는 사람은 세 명에 불과했다.
 
엑트는 “그러면 헌스크를 탔을 때 기분이 어땠나요?”라고 물었다. 몇몇 직원들이 “멋졌어요” “재미있었어요”라고 답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서 헌스크 2000 제트에지를 타고 있을 때 어떤 기분이 들었나요? 어떤 생각이 떠오르던가요?”
 
마케팅 담당 직원들은 마케팅의 기초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표정이 심각해졌다.
 
디자인을 맡고 있는 한 여성이 입을 열었다. “황소의 등에 올라탄 기분이었습니다.”
 
전시 담당 직원이 말을 이었다. “헌스크 오토바이를 직접 경험해 보는 건 좋았습니다. 이제 헌스크 오토바이를 타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 제대로 알 것 같아요.”
 
투자자 홍보 담당 잭 인천도 대답했다. “저는 겁이 났어요. 타는 내내 곧 떨어질 것만 같았어요.” 인천은 오토바이를 타지 않으려고 갖은 핑계를 댔지만 엑트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마케팅 담당 직원이 우리 오토바이를 타보려 하지 않는다면 우리 회사가 어떻게 믿을 만한 기업이 될 수 있겠습니까?”
 
마케시는 “한결 사내다워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고 답했다.
 
엑트는 마케시의 말 속에 숨어 있는 냉소적인 반응을 애써 무시하려 했지만 마케시의 대답에 몇몇 직원들이 히죽거리며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주말이 다가올 무렵에 복도를 걸어가던 엑트에게 홍보팀을 이끌고 있는 피트 리카드가 말을 걸어왔다.
 
제가 제출한 예산기획안에 대한 반응을 이해하기 어렵네요. 공익 마케팅은 불필요하고 그 결과도 예측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엑트는 리카드와 함께 스낵 자판기를 향해 걸어가며 설명했다. “공익 마케팅 자체에 반대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마케팅팀에서 이번에 내세우고자 하는 공익에 대해 얘기하는 겁니다.”
 
그럼 오토바이 안전에 대한 공익 광고에 반대하시는 겁니까?”
 
엑트는 웃음을 터뜨렸다. “전적으로 찬성합니다. 모성애 공익 광고에도 찬성합니다. 헌스크는 도로에서 가장 안전한 오토바이를 만들고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이번에 홍보팀에서 내세우고 있는 건 정확하게 말해서 안전이 아닙니다. 헬멧 착용법을 알리고자 하는 것이지요.”
 
헬멧은 사람의 목숨을 살려줍니다.”
 
물론 그렇습니다. 그러나 헌스크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들은 반드시 헬멧을 착용해야 한다는 설교를 듣고 싶지 않을 겁니다. 헌스크를 타는 사람들은 살아남아야 한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되새기기보다 살아있는 기분을 느끼고 싶어 합니다. 뿐만 아니라 헌스크라는 브랜드는 자유라는 이미지를 심어 주어야 합니다. 뻥 뚫린 도로가 주는 자유의 느낌뿐 아니라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도 주어야 합니다. 그러니 헌스크가 제공하는 진정한 경험에 대해 알리고 싶은 거라면 이 사회가 요구하는 헬멧과 브랜드에 헌스크라는 브랜드를 맞추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리카드는 “그러면 무책임한 거 아닙니까?”라고 되물었다.
 
오토바이 구매자에게 제공되는 매뉴얼에는 헬멧을 착용하라고 쓰여 있습니다. 그러나 마케팅과 매뉴얼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물론 개인적으로 공익 마케팅이라는 아이디어 자체에는 동의합니다.” 엑트는 자판기에 동전을 밀어 넣고 스낵을 고르면서 말을 이었다. “머플러(소음을 줄이는 역할을 하는 내연기관의 소음기)가 없는 끔찍한 오토바이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벌이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이 캠페인을 진행하면 사회에 도움도 되고 고객들에게 헌스크의 오토바이는 시끄럽지 않으면서도 엔진이 강하다는 사실을 일깨워 줄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헌스크의 진정한 공익입니다.”
 
능력은 있지만 감각이 결여된 직원
디지털 마케팅 그룹에서 보내온 e메일을 살펴본 엑트는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건지를 이해할 수 없었다.
 
엑트에게
디지털 마케팅 그룹은 최근 헌스크 사이트에 올라온 사용자제작콘텐츠(UGC) 태그 실험을 통해 안타까운 결과를 발견했습니다. 실험을 통해 UGC 태그를 나열해 보니 고객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두 가지의 태그는 바로 ‘문제’와 ‘덜컥대는 소리’였습니다. 지금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제안하면 (1) 태그 목록에서 이 두 가지 단어를 삭제하거나 (2) 업계 내에서 헌스크 엔진에 대한 고객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편에 속하는 만큼 헌스크 고객들이 제품에 만족하지 못하는 듯한 인상을 주지 않을 수 있도록 태그의 크기를 줄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매슈 위크 올림
 
매슈 위크는 메모랑 별반 다를 것 없어 보이는 이메일을 보내왔다. 위크가 소개한 태그를 살펴본 엑트는 약간의 전율을 느꼈다. 태그는 헌스크 오토바이에 대한 고객 반응을 매일 살펴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태그를 살펴보면 고객들이 어떤 문제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었다. 엑트는 즉각 답장을 썼다.
 
위크에게
너무 고민하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 고객들은 헌스크를 사랑합니다. 우리가 솔직하게 대하면 헌스크에 대한 고객의 애정은 더욱 커질 겁니다. 태그 목록을 그냥 두세요. 우리가 진정한 기업으로 거듭나는 과정 중 하나일 뿐이니까요.이 두 가지 태그와 연결된 링크를 가능한 빨리 품질보증 부서로 전달하세요. 우리 오토바이의 소음에 문제가 있는 것이 틀림없습니다.디지털 부문에서도 계속해서 노력해 주세요.- 엑트
 
엑트가 답신을 보내고 난 뒤 홍보 부서에서 일하는 젊고 유망한 카피라이터 피오나 나폴리가 결의에 찬 표정으로 엑트의 사무실로 들어섰다. 엑트는 “무슨 일이죠?”라고 물으며 신발을 신은 채 책상 위에 발을 올렸다.
 
리더십 훈련 프로그램에 참가하지 못하게 돼 좀 실망했어요.” 리더십 훈련 프로그램은 조직 내의 유망한 인재들을 발굴하는 프로그램이다.
 
엑트는 “이해합니다. 그러나 리더십 훈련 프로그램에 선발되지 않았다고 해서 당신의 실력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받아들이진 마세요”라고 답했다.
 
나폴리는 등을 꼿꼿이 세우고 앉아 대답했다. “어떻게 그러지 않을 수가 있겠어요? 리더십 훈련 프로그램에 발탁된다는 것은 곧 경영진에서 그만큼 신뢰한다는 뜻이고, 앞으로 계속해서 함께 일하고 싶다는 뜻인 거잖아요.”
 
나폴리에 대해서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나폴리는 헌스크에서 일을 잘 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졸업하자마자 바로 헌스크에 입사했잖아요. 내 기억으로는 콜롬비아 대학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한 것 같은데. 그보다 좋을 순 없죠.”
 
그게 무슨 문제가 되나요?”
문제가 있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러나 지금 헌스크가 원하는 경영진은 따로 있습니다. 나폴리는 글도 잘 쓰고 일도 열심히 합니다. 다른 동료들에게도 도움을 주는 훌륭한 직원이지요.”
그런데 뭐가 부족한 건가요?”
지금 헌스크는 고객 입장을 아주 잘 이해할 수 있는 유전자를 타고난 경영진을 원합니다.”
 
나폴리의 대답은 이러했다. “제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네요. 제가 특정한 연령대와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백인 남자가 아니어서 리더 양성 프로그램에 투입하지 않으신다는 뜻인가요?”
 
성별이나 연령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사고방식은 중요한 요소입니다. 헌스크는 이 회사가 무엇을 대표하는지, 이 회사가 고객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진정으로 이해하는 사람을 찾고 있습니다.”
 
나폴리는 “왜 제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시나요?”라고 받아쳤다.
 
지금까지 지켜본 바로는 나폴리는 헌스크에 대해 글을 쓸 때나 음식처리기나 정치·건강 등 다른 주제에 관한 글을 쓸 때 큰 차이가 없더군요. 물론 나폴리는 아주 똑똑하지요.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기도 하고요. 그러나 나는 오직 하나, 헌스크 오토바이에만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나는 샤워를 하면서도 헌스크 오토바이를 생각하고, 아들과 놀 때도 헌스크 오토바이를 생각합니다. 심지어 한밤중에 잠에서 깨어나 헌스크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기도 하죠.”
 
나폴리는 말을 멈췄다. 엑트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그러나 나폴리는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성장 가능성을 제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나폴리는 맡은 일을 훌륭하게 해냈고 지금은 헌스크가 추구하는 문화에 완전히 동화되어 있지 않다 하더라도 얼마든지 그 문화에 적응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나폴리가 자리에서 일어서는 모습을 지켜보며 엑트는 나폴리가 자리로 돌아가 컴퓨터에 저장된 케케묵은 이력서를 다시 뒤적일 거라고 생각했다.
 
지나치게 진정성을 추구하는 것일까?
부임 후 첫 몇 달 동안 엑트는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고 원하는 대로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그러나 엑트는 헌스크의 CEO 맥마스터가 나폴리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고, 맥마스터가 헌스크의 진정성을 높이는 데 얼마나 많은 열의를 갖고 있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맥마스터도 골프장에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며 똑같은 의문을 가졌다. 맥마스터는 개인적으로 엑트를 좋아했고, 헌스크 오토바이를 위한 엑트의 열정을 높이 평가했다. 엑트가 주창한 마케팅 캠페인은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엑트가 새로 내놓은 슬로건·광고·디자인 등 엑트의 손에서 탄생한 모든 것을 바라보며 맥마스터는 헌스크를 처음 맡던 시절을 떠올렸다. 맥마스터는 말 그대로 지하에 있는 기계 공장에서 풍겨져 나와 사무실 전체로 스며들곤 했던 땀과 기름 냄새를 맡곤 했다. 여가 시간이 더 많던 시절에 맥마스터는 헌스크의 파워레브 모델을 직접 타 보곤 했다. 그러나 이제 진정한 즐거움을 만끽하며 헌스크 오토바이에 올라탄 마지막 순간이 언제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이미 한참이나 지난 일이었다. 엑트를 보고 있노라니 이 모든 기억이 되살아났다. 엑트의 노력은 맥마스터뿐 아니라 시장에도 똑같은 영향을 끼쳤다. 회사의 재정적 변화와는 별개로 맥마스터는 이런 변화를 감지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다. 마케팅 부서의 몇몇 훌륭한 인재들은 설 자리를 잃었다고 생각했다. 수년 동안 훌륭하게 업무를 처리해 온 많은 직원이 버려지고, 감시받고, 소외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마치 야외에서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들과 어울리기라도 하는 양 사무실에서 비속어를 사용하는 엑트의 언어습관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도 있었다. 헬멧의 안전을 헌스크의 공익 광고 주제로 사용하기를 거부한 엑트의 결정에는 문제가 있는 것 같았다. 어쩌면 이런 결정이 헌스크의 브랜드에 해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헌스크를 기본 가치를 충실하게 지켜내는 진정한 기업으로 묘사하는 엑트의 마케팅 캠페인은 틀림없이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맥마스터는 자신이 엑트의 광고 캠페인의 가치가 아니라 진정한 기업이 되는 것이 어떤 가치가 있는지 의문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쩌면 헌스크의 진정성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말고 마케팅에만 집중하라고 얘기해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직원들이 헌스크 오토바이가 아닌 미니밴을 타고 출퇴근하는데 헌스크가 오토바이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 찬 사람들이 꾸려나가는 회사라고 묘사하는 마케팅 전략이 성공할 수 있을까? 엑트가 즐겨 사용하는 표현을 빌리면 헌스크는 ‘진정한 가치가 있는 기업’이고, 이같은 특징을 사업상 활용하지 않는 것은 바보 같은 결정인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그 대가가 너무 큰 것이 아닐까? 기업에서 진정성을 찾는게 가능하기나 한 걸까?
 
맥마스터는 티 박스에 올라서서 공을 응시했다.
 
번역 김현정 jamkurogi@hotmail.com
 
데이비드 웨인버거(self@evident.com)는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위치한 하버드대 로스쿨 내의 버크먼 인터넷 소사이어티센터 연구원이다. 웨인버거는 <웹 강령 95, 페루세우스, 2000년(원제: The Cluetrain Manifesto)>의 공동 저자다. 최근작으로 <혼돈의 미학: 새로운 디지털 혼란의 힘, 타임스북스, 2007년(원제: Everything Is Miscellaneous: The Power of the New Digital Disorder)>이 있다.
 
맥마스터는 계속해서 엑트가 주장하는 전면적인 진정성 확보 전략을 지지해야 할까? 다섯 명의 전문가가 내놓은 의견을 들어 보자.
 
존재하지 않는 과거를 진정성과 연결시키지 마라
 
브루스 웨인드러크는 기업 역사를 마케팅 활동에 활용할 수 있게 도와 주는 버지니아주 챈틸리 소재 유산관리기업 히스토리 팩토리의 창시자이자 CEO다. 웨인드러크의 자세한 의견이 궁금한 분은 bweindruch@history factory.com으로 연락하기 바란다.
 
마티 엑트는 매우 현명하며 선의를 가진 마케팅 전문가다. 그러나 엑트는 헌스크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헌스크라는 브랜드를 ‘진정’하게 만드는 본질적인 특성으로 착각하고 있다. 필자는 엑트와 같은 마케팅 담당자들이 회사의 엔지니어들을 모아놓고 여러 시간 동안 과거의 엔지니어링 설계, 광고, 제품 사진 등을 살펴볼 것을 권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정확하게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찾아낼 수 있다. 변화의 기록을 살펴보는 과정에서 과거를 지나치게 아름답게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의도적으로 결코 존재하지도 않았던 과거를 바탕으로 진정성을 강조하는 마케팅을 하는 경우도 많다.
 
과거와의 연결고리를 찾다보면 진정성을 바탕으로 하는 의미 있는 마케팅을 펼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브는 설립 당시 비행기 제조업체였다. 공기 역학적인 디자인·효율성·기능성 등이 사브의 과거와 오늘을 이어주며, 이같은 특징은 사브의 고객 및 직원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뿐만 아니라 기존의 비전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하기 위해 공정을 개선할 때에도 과거와의 연계를 활용할 수 있다. 필자의 고객인 브룩스 브러더스의 성공적인 회생을 가능케 했던 핵심 요인은 바로 직원들을 대상으로 우선 자사에 두 번째 기회를 준 고객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 다음, 너무 많은 사람에게 너무 많은 것을 제공하기 위해 19701980년대에 품질이라는 중요한 가치를 훼손시킨 점을 인정하라고 가르친 것이었다.
 
진정성을 내보이기 위해 도입한 마케팅 기법만으로는 진정성이 배어나는 기업을 만들 수 없다. 인쇄물·라디오·텔레비전 등을 통해 단방향 통신이 이뤄지던 시절에는 이런 마케팅 기법이 놀라울 만큼 잘 먹혀들었다. 그러나 어떤 회사 또는 그 회사 제품을 칭찬하거나 비방하는 글이 올라와 있는 블로그와 비교했을 때 회사 측에서 관리하는 웹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솔직한’ 고객의 반응은 꾸며낸 것처럼 보인다. 오늘날처럼 인터넷이 발달한 세상에서 가장 진정성이 뛰어난 마케팅 전략은 고객의 반응에 대해 무언가 실질적인 대응을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진정성이 있는 기업은 모든 아이디어를 시도해 보지 않는다. 진정성이 있는 기업은 자사의 본질이 무엇인지, 어떤 사명이 주어졌는지를 잘 알고 있으며 어떤 기회를 추구해야 할지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예를 들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에 할당된 예산을 어디에 사용할 지를 결정하기 이전에 고객들이 어떤 대의명분에 관심이 있는지 고심하느라 많은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는다. 기업 측의 공식적 입장과 관계없이 고객들에게 기업에서 지지하는 명분과 연계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았다는 느낌을 줘야 한다. 세상 그 어떤 사람, 그 어떤 마케팅 자료를 보더라도 BMW를 유방암 퇴치 운동 ‘수전 G. 코멘 포더 큐어(Susan G. Komen for the Cure)’와 연결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1997년부터 BMW 운전자들은 매년 유방암 연구를 위해 수백만 달러의 기금을 조성하고 있다. 코멘의 민간 중심 기금 조성 방식과 BMW의 특성, BMW 구매자의 인구통계가 더해져 진정한 연계를 만들어냈다.
 
기업들은 진정성을 주장하거나 역사를 되짚기 전에 어디로 나가고자 하는지를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 고객과 직원들이 기업 측에서 지향하는 미래를 위한 비전에 동참할 때 성공이 가능해진다. 할리데이비슨의 직원들은 자신들이 진정한 오토바이의 면모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할리데이비슨의 경쟁업체들은 그동안 이 업체가 걸어온 길을 모방할 수는 있지만 할리가 어디로 나아갈지는 알 수 없다. 할리데이비슨의 직원들을 하나로 단합시키고 동기를 부여하는 것은 직원들이 할리데이비슨을 애용한다는 사실보다 이 회사의 미래다.
 
기업의 역사를 살펴보면 팬암, 폴라로이드, RCA 등 ‘진정성’을 갖고 있었지만 험난한 세계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이겨내지 못한 기업이 셀 수 없이 많다. 헌스크의 직원들이 현재 갖고 있는 진정성에 대한 개념을 버리고, 대신 과거를 고찰하여 고객과 직원들이 실제로 헌스크를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를 파악하지 못한다면 헌스크는 몇 년 내에 이베이에서나 팔리는 기계덩어리가 되고 말 것이다.
 
최고경영자의 리더십 부재가 헌스크 위기의 진짜 원인
 
질리언 아놀드(gillian.arnold@ galuxuryconsulting.com)는 명품 패션 및 보석 브랜드를 주고객으로 로마에서 활동하는 전략 컨설턴트다. 질리안은 뉴욕에 위치한 라거펠트의 CEO로 활동한 경력도 갖고 있다. 자신의 이름을 딴 다이아몬드 보석 업체를 설립한 후 현재 미국에서 총 117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헌스크의 문제는 까다로운 아이디어를 들고 나타난 무모한 마케팅 담당 부사장 마티 엑트가 아니라 최고경영자(CEO)의 리더십 부재다. 오토바이 운전을 관두면서 고든 맥마스터는 헌스크를 할리데이비슨에 필적할 만한 경쟁자로 만들어준 특징들에 대한 통찰력을 잃었으며, 이런 변화가 직원 선택 및 관리에도 영향을 미쳤다.
 
원칙적으로 엑트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개인적으로 마케팅 부서의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은 자사 제품에 대한 열정을 갖고 있어야 하며, 제품에 대해 속속들이 잘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헌스크에 타 본 적이 없다면, 직접 운전을 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뒷자리에조차 앉아본 적이 없다면 헌스크가 어떤 느낌을 주는지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명품 패션 업체들은 사내 주요 인사들에게 직원 복지의 일환으로 자사의 신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 피복 수당을 지급한다. 피복 수당에는 다른 브랜드를 입어서는 안 된다는 암묵적인 합의가 내재돼 있다. 지원팀 직원들은 샘플 세일을 통해 저렴한 가격에 자사 의류를 구입할 수 있다. 이것이 지원팀 직원들이 자신이 몸담고 있는 명품 브랜드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모든 기업은 CEO의 비전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헌스크의 경우를 보노라면 ‘과연 맥마스터는 외부에서 바라보는 헌스크의 이미지와 일치하도록 내부 문화를 바꾸기 위한 노력을 할 것인가? 맥마스터는 그 과제를 받아들일 것인가?’라는 의문이 든다.
 
말로는 진정성을 추구하는 엑트의 비전을 지지하면서 맥마스터는 진심으로 헌스크의 변신을 원하지는 않는 것 같다. 맥마스터는 자신의 부하직원들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며, 직원들과 브랜드 간의 심각한 단절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명품 패션 브랜드의 CEO로 일한 적이 있다. 그 회사의 부사장이 되었을 때 내게 주어진 임무는 왜 이 유명한 브랜드가 수백만 달러의 손실을 겪고 있는지를 파악하고, 상황을 변화시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 지 분석하는 것이었다. 해결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이 업체의 모기업은 샤넬과 같은 초특급 명품 브랜드를 운영한 경험이 있는 CEO를 영입하는 대신 명품과는 거리가 먼 스포츠웨어 업체 출신의 CEO를 채용했다. 명품과는 거리가 먼 회사에서 경력을 쌓아온 만큼 새 CEO는 회사를 잘못된 길로 인도했다. 이 CEO는 이탈리아나 프랑스에서 명품 디자이너 의상을 생산하는 대신 홍콩 및 중국에서 제품을 생산했다. 이 CEO는 삭스 피프스 애비뉴, 니만 마커스 등 고급 백화점과 함께 일하는 법도 몰랐다.
 
이 회사에서 일하게 된 필자는 디자이너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며 디자이너에게 목표 고객의 특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 주었다. 협력을 통해 비전을 공유한 덕에 디자이너는 필자의 비전에 맞게 디자인을 했다. 필자는 다시 명품 패션의 본고장인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내부 문화 및 명품 디자이너 브랜드를 마케팅하는 방법을 변화시킨 뒤 (명확한 신호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우리는 성공을 거뒀다. 이런 변화를 주도하는 과정에서 CEO의 자리를 맡아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필자는 그저 그 브랜드를 어떤 면에서든 진정한 명품의 특성을 반영하는 브랜드로 이미지를 바꾸었을 뿐이었다.
 
CEO는 인재를 발굴하고 관리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어야 하며, 자신이 채용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새로운 환경이 도래했을 때 얼마든지 재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즉 더 이상 조직의 비전과 일치하지 않는 사람은 내보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기업 문화는 그 브랜드가 전달하는 메시지의 진정성을 반영해야 한다.
 
품질 문제 해결하고 여성층 공략하라
 
제임스 H. 길모어와 B. 조지프 파인은 오하이오 주 오로라에 위치한 스트러티직 호라이즌의 공동 설립자이며, 2007년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출판부에서 발표한 <진정성: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원제: Authenticity: What Consumers Really Want)>의 공동 저자이다. 두 사람의 자세한 의견에 궁금한 분은 jimgilmore@aol.com, bjp2@aol.com으로 연락하기 바란다.
 
엑트를 보면 왜 수많은 최고 마케팅 책임자들이 그토록 짧은 시간 내에 사라지는지 잘 알 수 있다.(스펜서 스튜어트가 내놓은 최고 마케팅 책임자의 재임 기간 조사 결과를 보면 최고의 브랜드를 갖고 있는 100대 기업에서 근무하는 최고 마케팅 책임자의 평균 재직 기간은 24개월 미만이며, 조사 당시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절반 이상이 임기가 시작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엑트는 헌스크가 필요로 하는 모든 답을 갖고 있으며, 과거의 마케팅 방법을 버리고 새로운 접근방식을 도입하였고, 고객의 요구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마케팅에 접목시켰으며, 새로운 비전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직원들은 해고했다.
 
전시회에서 기름때가 묻은 지저분한 오토바이를 전시한다고 해서 헌스크 오토바이에 대한 수요 진작에 도움이 되는 ‘진정성’ 마케팅이 가능해지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슬로건·광고·디자인 등이 필요할지도 모르지만, 이같은 일련의 마케팅 활동이 브랜드 구축을 위한 매출 향상에 도움이 되는 방법이라기보다 마케팅을 위한 전술에 불과한 선택일 수도 있다.
 
엑트는 헌스크가 제공하는 경험을 중시한다. 그렇다면 헌스크가 제공하는 경험은 무엇인가? 진정한 기업이 되는 것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눈다 한들 고객에게 전달되는 실제 경험을 대신할 순 없다. 엑트의 노력은 현재 헌스크가 겪고 있는 곤경을 초래한 겉치레 중심의 마케팅 방식을 지속하는 데 도움이 될 뿐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공허한 약속을 진정성이라는 용어로 포장했다는 사실뿐이다.
 
새로운 광고 캠페인의 결과가 아주 오랜 기간 지속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이 사례의 작성자인 데이비드 웨인버거가 이 모든 엑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줄어드는 것처럼 묘사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사실 지난날의 영광을 뒤로 하고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는 모든 브랜드에 이런 설명이 더 적합할 수도 있다.
 
헌스크는 ‘진정한 기업’이 되기 위해 노력하거나 개인적인 관심사가 브랜드와 일치하는 사람들로 경영진을 형성하기보다 헌스크 오토바이에 대한 고객의 인식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 요즘 사람들은 특정한 제품이 자신의 자아상과 맞아떨어지는가를 기준으로 구매의사 결정을 내린다. 이것이 바로 브랜드의 진정성을 결정하는 요소다.
 
우선 헌스크는 오토바이를 대량 생산할 수 있도록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품질 관련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자동차 부문의 미니 쿠퍼나 사이언과 같이 오토바이 업계에서도 대량 생산이 필요한 시점이다. 오토바이 맞춤 판매는 주로 제2차 시장에서 발생하는 만큼 오토바이를 처음 생산하는 과정에서부터 개별 소비자가 원하는 오토바이를 제작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면 헌스크는 고객의 자기표현을 돕는 훌륭한 서비스 제공자가 될 수 있다.
 
두 번째, 헌스크 경영진은 헌스크 오토바이를 타는 대다수 고객이 남자일 거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더 많은 여성이 헌스크 오토바이를 타도록 유도해야 매출을 늘릴 수 있다. 이런 면에서 헌스크 오토바이를 타지 않는 피오나 나폴리는 열정으로 가득 찬 엑트보다 헌스크에 더욱 적합한 인물일 수 있다. 나폴리를 비롯한 다른 전도유망한 직원들에게 좀 더 많은 여성을 끌어들이는 것을 목표로 진정한 안전 개념을 강조하는 캠페인을 벌일 수 있는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헌스크는 가짜 마케팅을 포기하고 입지를 굳건히 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우선 헌스크 매장에서 고객들에게 지금까지와는 다른 경험을 제공하는 데에서부터 시작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미국오븐 생산업체 바이킹 레인지가 매장을 요리학교로 변화시킨 사례를 살펴보는 것도 효과적이다. 음료업체 레드불에서 주최하는 무동력 비행물체 경기 플러그택(Flugtag), 내리막길 스케이트 경기, 자동차 경주 같은 깜짝 이벤트를 시도하는 것도 고객 유치에 도움을 줄 것이다.
 
이런 활동들이 엑트가 생각하는 헌스크의 옛 모습을 되찾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수는 있지만 점차 늘어나는 고객에게 헌스크 오토바이가 진정성을 갖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것이다.
 
제품에 대한 진정한 열정없는 직원이 문제
 
글렌 브래킷(booboys@sweetgrassrods.com)은 몬태나주 트윈브리지에 위치한 대나무 소재 플라이 낚싯대 제조업체 스위트그래스의 공동 소유자다.
 
물건을 구매하는 고객들은 진정성을 원한다. 그러나 많은 CEO가 이같이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곤 한다. 개인적으로 소유주에서부터 직원에 이르기까지 모든 구성원이 행복을 느끼는 회사가 완벽한 회사라고 생각한다. 이런 비즈니스 모델 아래에서는 탐욕이 사라지고 비전 공유가 중요해진다. 즉 직원을 조직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인정하는 것이다. 이런 전략을 채택하는 기업에는 자사에서 생산하거나 판매하는 제품에 대한 열정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몰려든다. 그렇지 않으면 능력은 있지만 기업의 진정한 성공에 보탬이 되는 뜨거운 가슴과 영혼이 없는 사람들로 가득 찬 회사가 될 수도 있다. 이것이 바로 엑트가 헌스크에서 직면한 상황이다.
 
문제는 엑트가 아니라 제품에 대한 진정한 열정이 결여된 직원들이다. 이 회사의 CEO는 이 문제가 곪아 터지도록 내버려 둬야 한다. 사실 CEO 본인도 이미 자사 제품에 대한 열정을 잃은 듯하다. 엑트가 사명감을 갖고 있는 사람만큼 성공적일지 장담하기는 어렵다. 엑트가 직원들에게 열정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진정성이 사라진 기업에 진정성을 부여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 진정성을 지키기 위한 가장 중요한 방법은 처음부터 진정성을 잃지 않는 것이다.
 
두 명의 사업 파트너와 내가 운영한 플라이 낚싯대 제조업체 R.L. 윈스턴 로드 컴퍼니는 한 회사의 정신을 어떻게 말살하는지를 여실히 보여 준 사례다. 우리는 매각 후에도 회사에 남아 있기로 약속하고 1991년에 윈스턴을 매각했다. 그러나 열정과 야망이 항상 함께 가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윈스턴은 그동안 윈스턴을 특별하게 만들던 사업에서 방향을 선회했다. 예를 들면 수작업 이미지를 내세우기 위해 나이가 지긋한 장인이 방 안에서 낚싯대를 만드는 모습을 연출하면서 정작 나머지 직원들은 생산 라인에 줄지어 서서 ‘수제’ 낚싯대를 제조하면 어떻겠냐는 얘기가 오고갔다. 그야말로 고객을 완전히 무시하는 태도였다. 결국 세 명의 동료와 필자는 애정을 갖고서 세계적인 업체로 성장시킨 윈스턴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우리가 회사를 떠난 까닭은 바로 윈스턴이 고객을 배려하는 영혼을 잃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윈스턴을 떠난 이후 필자는 지금의 파트너들과 힘을 더해 훨씬 규모가 작은 스위트그래스 로즈를 설립했다. 우리에게는 우리 사명의 핵심적인 요소인 제품의 진정성이 개인적인 이윤보다 훨씬 중요했다. 필자는 윈스턴 낚싯대를 만드는 사람을 보면서 자라났다. 내가 어릴 적에는 윈스턴은 누구에게나 개방된 가게였다. 낚싯대를 만드는 장인들이 모두 낚시를 떠나는 바람에 가게를 찾아가도 낚싯대를 만드는 장인을 볼 수 없는 경우도 있었다. 스위트그래스에서도 열린 정책을 고수하고 있으며, 모든 직원에게 낚싯대와 낚시라는 스포츠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우리와 스위트그래스 제품 및 고객을 연결해 주는 고리이다. 우리는 고객들에게 편지를 쓰고, 함께 대화를 나누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사실 우리는 고객들을 가족처럼 생각한다. 우리는 고객의 행복, 우리가 생산하는 낚싯대를 통해 고객이 얻는 기쁨을 중요하게 여긴다. 진정성을 가진 기업이 될 수는 있다. 그러나 진정한 기업이 되기 위해선 마케팅 전략만으로 부족하다.
 
내가 헌스크의 CEO라면 엑트의 견해를 수용할 것이다. 엑트는 헌스크의 오토바이를 이해하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진정성이 사라지고, 이런 상태에서 몇 년의 시간이 흐른 뒤에 고객과 직원 모두는 무엇을 잃었는지조차 모를 것이다.
  • 데이비드 웨인버거(David Weinberger) 데이비드 웨인버거(David Weinberger) | 하버드대 로스쿨 버크먼 인터넷 소사이어티센터 연구원(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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