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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6. Interview: 장인성 우아한형제들 브랜딩실 상무

“잡담 많이 나누는 회사가 경쟁력”
‘쓸고퀄’ 치믈리에 자격시험은 그렇게 탄생했다

김성모 | 278호 (2019년 8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배달의민족은 ‘B급 감성’이 물씬 풍기는 마케팅을 지속적으로 펼쳐왔다. 사람들은 배달의민족 하면 ‘독특하고 유쾌한 마케팅을 꾸준히, 잘하는 업체’로 기억한다. 이 업체는 왜 이렇게 재밌는 것에 집착할까. 이런 마케팅은 과연 매출까지 이어질까. 배달의민족은 사업을 시작할 때 정체성부터 확립하려 했다. 서비스 타깃을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으로 정하고, 이들에게 웃기고 재치 있는 것들을 보여줘야겠다고 다짐했다. 이런 취지에서 기획된 마케팅들은 ‘배민(배달의민족)다움’이라는 브랜딩으로 승화됐다. 브랜딩은 애플리케이션(앱) 설치, 서비스 이용 등으로 이어졌다. 최근 배달의민족은 월 사용자 1000만 명을 돌파했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홍지선(경희대 호텔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한 회사의 마케팅 행사에 대학수학능력시험 전체 응시자 수보다 많은 58만 명이 몰렸다. 이들은 온라인에서 모의시험을 쳤는데 2만7000명이 이를 통과했다. 이 중 추첨을 통해 추려진 500명은 자격시험을 치렀다. 엄숙한 시험장 분위기 속에서 수정테이프를 요청하거나 OMR 카드를 교체하는 사람만 들썩였다. 도대체 무슨 시험이길래. 문제지를 들여다봤다.


2번. 다음은 매장에서 치킨을 튀기는 소리이다. 잘 듣고 치킨을 총 몇 조각 튀겼는지 맞히시오.
① 6조각 ② 7조각 ③ 8조각 ④ 9조각 ⑤ 10조각


이는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하 배달의민족으로 통일)이 2017년 시작한 ‘치믈리에(치킨+소믈리에)’ 자격증 시험이다. 병아리, 와인 감별사는 들어봤어도 치킨감별사는 생소하다. 시험 주최도 치킨 업체가 아닌 배달 플랫폼이라니. 행사도 ‘쓸고퀄(쓸데없이 고급 퀄러티)’이었다. 수능과 비슷한 디자인의 시험지를 썼고, 답안도 OMR 카드에 작성하게 했다.

호텔에서 열린 지난해 행사에는 ‘무르띠에(치킨 무+까르띠에)’ 전시관까지 꾸렸다. 마네킹의 명품 목걸이와 귀고리에 치킨 무를 보석처럼 달았다. 그 뒤에는 전기구이 통닭 동영상에 닭 굽는 향, ASMR(약하게 뇌를 자극해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소리)이 흘러나왔다. 행사 아이디어는 정말로 우연히 나왔다. 회사에서 직원들이 눈을 가리고 치킨을 맛본 다음 어느 업체의 치킨인지 맞히는 게임을 했는데 누군가 ‘무슨 ‘치믈리에’야?’라고 툭 던진 것이 구체화된 것이다.



이보다 더 일찍 시작한 마케팅도 있다. 배달의민족은 5년 전부터 매년 봄에 음식을 주제로 한 백일장 ‘배민신춘문예’를 열고 있다. 대상을 차지한 1인에게는 치킨 365마리를 증정한다. 심사기준은 간단하다. ‘풋’ 하게 웃기거나 ‘아∼’ 하고 공감되면 된다. 매년 수십만 명의 지원자들이 몰리는데 ‘치킨은 살 안 쪄요 - 살은 내가 쪄요’ ‘박수칠 때 떠놔라 - 회’ ‘아빠 힘내세요 우리고 있잖아요 - 사골국물’ 등 역작이 많다.

시간을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 보자. 이 회사가 6년 전부터 꾸준히 해온 광고가 있다. 바로 잡지 광고다. 매달 한 가지 잡지를 골라 한 페이지씩 광고를 싣는데 처음에는 ‘잡지테러’라는 평가를 받았다. 처음 광고를 잡지사에 보냈을 때 “잘못 보낸 것 같다”는 연락까지 받았다. 그럴 만했다. 보안 관련 잡지에 배달의민족은 배경 디자인도 없이 검정색 글씨로 ‘쉿! 비빔이야’만 적어 보냈다. 산악 잡지에는 ‘김대리 이번 주말 뭐 하나?’를, 요가 잡지에는 ‘치킨이 안 나마스테’를, 낚시 잡지에는 ‘슬플 땐 우럭’이라는 문구를 광고로 실었다. 배달의민족 마크는 한쪽 구석에 작게 찍혀 잘 보이지도 않았다.

이외에도 배달의민족은 ‘다 때가 있다’라고 적힌 때밀이와 ‘손풍기’라고 적힌 부채 등의 물건을 파는 ‘배민문방구’, 팬들이 모여 음식과 음악 공연을 즐기는 ‘ㅋㅋ페스티벌’ 등 다양한 행사를 기획해왔다. 생각해보면 어떻게 이렇게 일관될 수 있나 싶다. TV 광고에서 배우 류승룡이 고구려 무용총 벽화의 수렵도에 등장해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를 외치던 그때 이후로 배달의민족은 독특하고 유쾌한 마케팅을 꾸준히, 잘하는 업체로 각인돼 왔다. 1 어떻게 매번 이렇게 재밌는 행사를 기획할 수 있었을까. 이 같은 마케팅은 왜 하는 것이며 마케팅을 하면 매출은 정말 늘어날까. 다양한 의구심이 든다. 답을 얻기 위해 서울 송파구 배달의민족 사무실에서 장인성 브랜딩실 상무를 만났다. 다음은 장인성 상무와의 일문일답.


어떻게 이런 마케팅을 시작하게 됐나.
2010년 사업을 시작할 때 우리 서비스를 어떤 고객들이 가장 많이 쓸까 고민했다. 그랬더니 대학생이나 회사에서 음식 주문을 맡는 막내들이 가장 많이 쓸 것 같더라. 그래서 젊은이들과 많이 공감해야겠다는 것을 기본으로 생각했다. 사업을 시작했을 때 초창기 배달음식은 주로 치킨, 피자, 자장면 등이었다. 우리는 ‘치킨을 시켜 먹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행복한 시간’이라고 정의했다. 그 행복한 시간에 어울리는 브랜드, 밝고 위트 있고 유머러스한 친구 같은 브랜드가 되자고 다짐했다. 타깃 고객과 우리가 해야 할 일 등을 정해놓고 시작한 것이다. 이후 마케팅도 여기에 맞게 진행했다. 사람들이 우리 마케팅을 ‘B급 감성’이라고 많이 이야기한다. 이유가 있다. ‘B급’은 ‘조금 덜 다듬어졌지만 조금 더 나다운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사회초년생들과도, 배달음식과도 닮았다.



사업 초기에는 마케팅이나 브랜딩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다.
회사가 작을 때 할 수 있는 마케팅이 있고, 회사가 클 때 하는 마케팅이 있는 것 같다. 작은 회사가 큰 회사들이 하는 광고를 하긴 어렵다. 회사 규모가 작을 때는 우리의 ‘정체성’을 확실히 하고, 이를 좋아할 만한 사람들을 찾아서 열광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도 그렇게 시작했다. ‘나다움’을 갖추는 데 특별히 돈이 많이 드는 것은 아니다. 비용보다는 타깃을 공략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9년 전 배달의민족은 자장면, 피자, 치킨집 전화번호를 찾는 애플리케이션(앱)이었다. 당시 전단이 아니라 굳이 스마트폰으로 전화번호를 찾아서 주문할 사람은 자취하는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 막내들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 친구들이 가장 먼저 반응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배달음식을 주문할 때 세련되고, 멋지고 그런 것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그런 측면에서 그냥 날것 그대로의 솔직하고, 대신에 웃기고 재치 있는 것들을 보여주려고 했다. 내가 만든 서비스를 누가 처음 이용할까, 누가 열광적으로 이용해줄 수 있을까. 우리 서비스에 기뻐해 줄 만한 사람은 누굴까. 그 사람이 내 서비스를 발견했을 때 내 서비스는 어떤 모양, 느낌이면 좋을까. 이걸 정하는 게 브랜딩이고 이를 보여주는 게 마케팅이다. 브랜딩을 잘하면 ‘설치해보세요’ ‘주문해보세요’ 등 실질적으로 행동을 유발하는 것이 훨씬 수월해진다. 이런 것들이 준비 안 돼 있는데 써보라고 하면 반응이 쉽게 안 온다. 오히려 작고 모르는 회사일수록 브랜딩이 더 필요하다. 고객이 전 국민이라고 생각하면 어떻게 공략할지 난감하지 않을까. 핵심 고객이 우리 서비스를 봤을 때 반가워하고, ‘왜 이제 나왔어’ 같은 열광적인 반응을 보인다고 치자. 그 고객한테 1대1 마케팅을 한다고 생각하자. 100만 명이 ‘어, 이 업체 어디서 들어봤어’라고 하는 것보다 1000명이 ‘써봤는데 이 업체 재밌고 서비스도 좋더라’라고 하는 반응이 더 의미 있다. 스타트업은 타깃을 좁고 분명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직원들이 마케팅을 어떻게 준비하고, 진행하나.
매달 하는 잡지 광고는 전 구성원의 아이디어를 받는다. 벌써 6년 됐다. 마케터나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전 직원이 고객에 대해 생각해보자는 취지에서다. 또 우리 브랜드가 고객한테 어떻게 보이기를 원하는지도 생각하게 된다. 마케터 아닌 사람들 의견도 많이 뽑힌다. 잡지가 정해지면 공모 포스터를 만들어 사내 카페에 붙인다. 포스터도 최대한 재치 있게 기획한다. 재밌는 비주얼과 문구로 사원들의 시선을 끌어서 ‘나도 해볼까’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예로 ‘일본어저널’ 공모 포스터에는 일본인처럼 분장한 사원의 사진이 들어갔다. ‘아쿠아라이프’ 포스터에는 물안경과 스노클링 장비를 착용한 사원의 사진과 재밌는 문구를 넣었다. 모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고 직원들의 반응도 좋다. 문구를 써보고 선정되는 작품을 보면서 ‘배민(배달의민족)다움’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이해하게 된다. 이렇게 직원들이 마케팅에 참여하다 보면 ‘인터널 브랜딩(직원의 철학, 제품 스토리 등을 강조해 소비자들이 신뢰를 갖게 하는 마케팅 기법)’이 자연스럽게 된다.



‘치믈리에’ 자격시험은 어떻게 나오게 됐나.
봄에 ‘배민신춘문예’를 하면 여름부터 심심하게 돌아가니까 공백기에 고객들과 재밌게 놀 수 있을 만한 행사가 없을까 내부에서 고민했다. ‘전국 닭싸움 대회’부터 ‘가위바위보 대회’까지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다. 일단 아이디어를 꺼내면 말을 맞춰보는데 약간 지지부진했었다. 그러다가 회사에서 직원들이 눈을 가리고 어느 업체의 치킨인지 맞혀보는 게임을 하고 있었는데 한 사원이 ‘무슨 치믈리에냐’라고 농담을 던졌다. 그랬더니 ‘자격시험을 우리가 개최하면 어떨까’라는 의견이 나왔다. 그다음 아이디어가 구체화됐다. ‘그럼 1급도 있고, 2급도 있고 그런 건가’ ‘유효기간도 있겠네’ ‘듣기평가도 있었으면 좋겠다’ ‘진짜 시험처럼 OMR 카드를 쓰면 어떨까’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더해졌다. 괜찮은 아이디어가 생기면 놀이하듯 오고가면서 디테일이 만들어지는 것 같다. 누구한테 기획을 해오라고 시키면 그 사람은 책상에 혼자 앉아서 이것저것을 고민할 텐데, 재밌는 게 나오기 어렵다. 우리는 서로 웃기고 대화하면서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고 취사선택해서 뼈대를 만든다. 여기서 중요한 부분이 있다. 보통 회사에서 아이데이션을 할 때 안 되는 이유부터 떠오른다. 예를 들어, ‘가위바위보 대회 하면 큰 액션이 없어서 카메라로 찍으면 지루할 것 같다’ ‘닭싸움 대회하면 다치지 않을까’ 같은 생각들이다. 안 될 것 같은 이유는 모든 아이디어에 다 있다. 회사에서는 이런 것들을 먼저 이야기하는 게 사려 깊고, 경험 많은 것처럼 보이게 한다. 우리는 암묵적으로 안 되는 이유를 먼저 이야기하지 않기로 한다. 아이디어가 구체화되고 ‘조심해야 할 것은 어떤 것이 있을까’라고 말문을 트면 그때 대안들을 고려한다. 그럼 또 보완이 된다. ‘닭싸움 대회 때 태권도나 펜싱 대회처럼 센서를 달면 어떨까’ ‘방어구를 착용하고 하면 좋을 것 같다’ 등의 아이디어가 실제로 나오기도 했다. 될 것 같은 이유들을 만들다 보면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보완된다.



마케팅의 디테일에도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다.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있는지.
행사에서 꽃가루 대신 닭다리 모양의 가루를 뿌렸다. 치믈리에를 할 때는 OMR 카드를 썼다. 이런 소소한 부분에도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이렇게까지’ 하지 않는 일들은 너무 흔해서 이야깃거리가 되지 않는다.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만 비로소 무언가가 되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팬들이 많이 좋아해 주는 것 같다. 보통 애플, 삼성 같은 실물을 만드는 제조사가 팬이 많지 않나. 우리는 무형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임에도 팬클럽 ‘배짱이(배달의민족을 짱 좋아하는 이들의 모임)’가 있다. 배짱이 환영식을 할 때 김봉진 대표가 교장 선생님처럼 옷을 입고 나와서 훈화 말씀을 했다. 우리가 2016년 첫 흑자를 달성했는데 당시 배짱이 1기가 전국 각지의 ‘흙’을 한 삽씩 씨앗과 함께 컵에 담아 길이를 재는 ‘자’를 꽂아 사무실로 보냈다. 흑자를 축하한다는 의미였다. 또 신사옥으로 이사했을 땐 축하 난을 보내는 ‘배짱이의 난’ 프로젝트도 진행해주셨다. 우리가 진정성 있게 재밌는 것들을 준비하니 고객들도 좋아해 주시는 것 같다.


이런 마케팅이 실제 고객 유입과 매출 증대로 이어졌나.
보통 마케팅을 두 가지로 나눈다. 당장 효과가 돌아오지 않는 마케팅이 있고, 즉시 고객 유입으로 이어지는 마케팅이 있다. 전자는 성과 측정이 숫자로 나오기 어렵다. 대신 효과가 크고 길게 나온다. 브랜딩 캠페인 같은 건 효과가 천천히 나오기 시작해서 크고 오래 나온다. 5년 전에 나온 류승룡 광고를 아직도 이야기한다. 배달의민족 하면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부터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광고가 나올 당시 치킨이나 팥빙수 주문이 급격히 늘었나, 그렇지는 않았다. 대신에 이런 마케팅은 서서히 오래가는 효과가 있다. 반대로 ‘오늘만 5000원 할인’ 같은 단기 프로모션은 가시적이고 즉시적인 효과가 나온다. 마케팅으로 1만 명이 들어와서 주문을 했다는 결과가 뚜렷하게 보인다. 행사가 끝나고, 여기에 참여했던 고객이 다시 주문을 할까. 그런 것은 아니다. 이런 단기적인 마케팅이 나쁜 것은 아니다. 앞에 건 큰 파장을 만들고, 단기 마케팅은 작은 파장을 만든다. 둘이 합쳐져서 지속적인 영향을 만드는 것이다. 둘 다 중요하다. 큰 파장만 있으면 사람의 행동을 이끌어 내는 데 불리하다. 작은 파장, 행동을 촉발하는 광고는 대상 업체에 대한 생각과 태도까지 바꾸진 못한다. 1회성으로 태도만 바꾸는 것이다. 이 둘이 같이 갈 때 진정한 고객이 생긴다.


마케팅 이후 구체적으로 어떻게 고객 반응을 살피나.
일단은 우리도 숫자로 분석하는 부분이 많다. 매우 치열하게 분석한다. 다만 이 숫자는 소비자를 이해하기 위한 재료로 써야 하고 숫자 자체가 목적이 돼선 안 된다. 앞서 말한 것처럼 배민신춘문예나 치믈리에 자격시험, ㅋㅋ페스티벌 같은 경우는 숫자로 잘 분석하기 어렵다. 많은 IT 회사가 숫자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숫자로 나오지 않는 것들은 ‘0’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틀렸다. 숫자로 나오지 않아도 명백히 존재하는 것들이 있는데 숫자로 표현할 수 없다고 ‘0’이라고 생각하면 오차가 매우 커진다. 숫자로 파악되지 않는 부분은 반응을 보는 것을 추천한다. 우리가 재밌는 일을 기획했는데 갑자기 평소에 연락이 없던 친구들에게 연락이 온다거나 사람들이 스스로 ‘배달의민족 이번 행사 재밌다’며 서로 추천하는 등 반응이 평소보다 크면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본다.


마케팅이나 브랜딩할 때 사원과 책임자의 의견 충돌이 많은 것 같다. 특히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하다 보면 더 그런 경향이 강할 것 같은데 회사 내부에서 의사결정을 어떻게 하나.
마케팅이나 브랜딩을 할 때 의사결정을 말랑말랑하게 하는 편이다. 재밌는 것을 한다, 새로운 것을 만든다고 하면 가보지 않은 영역일 가능성이 크다. 거기에 대한 지도가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된다’는 프로세스가 없는 것 아니냐. 늘 가면서 그때그때 생각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처음 일을 시작하는 단계에서 결과물을 다 예상하고 결정해버리면, 사실은 뭐가 뭔지도 모르는 채로 결정하는 것이 돼 버린다. 아주 작은 것도 실행해보면 예상과 다른 경우가 너무나 많다. 그래서 최대한 유연하게 결정하는 편이고 새로운 게 발견되면 보완해서 진로를 바꾸는 방향으로 한다. 회사 브랜드의 기본적인 방향이나 지향점은 경영진과 임원이 더 잘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고객과 가까운 영역들은 고객과 가까운 사람들이 제일 잘 안다. 고객에게 직접 메시지를 전송하고, 접촉하는 사람이 더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의사소통과 설득이 잘돼야 하는 게 있는데 고객을 잘 아는 쪽에서는 고객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야 한다. 팀원과 담당 임원이 있다고 할 때 누가 더 많이 아느냐가 아니라 아는 부분이 다른 것이다. 다른 부분들을 서로 가져와서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구성원이 아는 부분, 임원이 아는 부분을 가져와도 미지의 영역이 많다. 조각들을 맞춰서 모르는 영역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경영진 입장에서는 ‘요새 소비자들 이래요’라는 구성원의 이야기를 잘 들어야 하고, 구성원은 회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건지, 어떤 프로젝트가 있으면 이것을 왜 하는 것이고, 무엇을 얻기 위해 해야 하는지 등을 들어야 한다. 그다음에는 ‘그런 목표를 위해서라면 이렇게 하는 게 좋겠다, 고객들한테 이렇게 보여주는 게 좋겠다’는 식의 의견을 내면 된다.



실패했던 마케팅은 없었나. 2015년 수수료를 없애고 마케팅에 어려움을 겪었을 것 같다.
사람들이 기억 못해서 그렇지 많다. 대표님이 어디에선가 마케팅 성공 확률이 25%라고 이야기하신 걸로 알고 있다. 성공한 것만 보이고 기억나서 그렇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진 것들도 꽤 많다. 우리는 대기업처럼 큰 예산을 잡고 캠페인을 하면서 중간중간 결과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하지 않는다. 작은 단위에서 게릴라식으로 가볍게 시도해보고 잘되면 키우고, 안 되면 빨리 접는 방식으로 간다. 수수료를 없앤 다음 실제로 어려웠다. 매출이 당장 줄어들었고 마케팅에 쏟아부을 자원이 없었다. 그런데 수수료를 내리니 음식점 사장님들이 배달의민족을 지지하고 손님들에게도 주문을 독려하는 일이 나타났다. 그때 배우 류승룡이 나온 광고가 큰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배달의민족이 배달 앱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광고가 나가고 주요 고객층인 20, 30대의 반응이 좋았다. 그때부터 B급 이야기도 나온 것 같다.

B급을 정의하기 위해서는 A급을 정의해야 한다. A급은 더 나은 것, 우수하고 훌륭한 것, 위에 있는 것이다. 고급스럽고, 세련되고, 정교한 것이다. 가격을 매길 수 있다면 ‘고가’다. 반면 B급이란 그렇지 않은 것들이다. 덜 낫거나, 덜 세련되거나, 비싸지 않은 것이다. 기존의 가치관과 질서에 따르지 않는 것들이다. 각기 다르고 나다운 것이 B급이다. 사회초년생, 배달음식과 비슷하지 않나. 다만 우리는 여기에 우리만의 철학을 담았다. B급이라고 하더라도 누군가를 비방하지 않고, 그림자 없는 밝은 것을 B급 감성으로 여긴다.


‘B급 코드’가 오히려 주요 고객을 젊은 층으로 한정 짓는 건 아닌가.
B급 감성에 20, 30대만 반응을 보이는 건 아니다. 이런 감성을 좋아하는 건 젊은 사람일 수도 있고 중년일 수도 있다. B급 감성은 특정인만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 한 사람 안에서도 다양한 욕망이 있지 않나. 고급스러운 멋진 식당에서 점심을 코스 요리로 먹어도 저녁은 떡볶이를 먹고 싶은, 그게 한 사람 안에서 일어나는 것 아닌가. 바지는 명품 브랜드를 입어도 티셔츠는 에잇세컨즈를 입기도 하고. 무조건 ‘너는 온통 B급 감성이니 공감할 거야’가 아닌 거다. 사람마다 그런 감성이 있을 때가 있다. B급 감성을 내세우는 마케팅들이 고객을 한정 짓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다만 우리 사업이 많이 확장됐다. 예전처럼 자장면, 피자, 치킨만 배달하지 않고 일반 맛집의 식사도 배달한다. 그렇다면 여전히 자취방에서 자장면 먹을 때의 감성만 생각해서 되는가의 고민이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이에 맞는 브랜딩도 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매거진 F’를 시작했다. 인류의 식문화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식재료를 소개하는 푸드 다큐멘터리 매거진이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고 있는 음식 재료들이 어떤 과정으로 재배되는지, 지역마다 종류는 어떻게 다른지 등을 소개하고 있다. 물론 새로운 브랜딩을 한다고 예전의 모습을 버리진 않을 것이다. 단정하게 이발하고 양복만 입는 것은 배달의민족의 모습이 아니다.(웃음)



회사가 하나의 콘셉트를 만들어서 유지하는 것이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배달의민족은 이것을 굉장히 잘하는 회사로 꼽힌다.
콘셉트란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게 없다면 잘 유지되기가 어렵다. 어떤 서비스나 제도를 만들고, 어떤 활동을 한다고 치자. 그럴 때마다 고객들은 ‘왜’ 이것을 하는지 궁금증이 생긴다. 조직 내부에서도 마찬가지다. 직원들이 이유도 모르는 일을 열심히 하겠나. 왜 만들었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인지 등의 이유를 명확히 해야 한다. 여기에 진정성이 더해지면 콘셉트는 일관되게 갈 수 있다.


회사의 콘셉트, 문화에 맞는 인재를 뽑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 B급 코드에 맞으려면 웃긴 사람을 뽑아야 하나.
재밌는 질문이다. 배달의민족에서 채용하면 재밌는 사람을 뽑는 줄 알고, 자기소개서를 특이하고 웃기게 쓰려는 경향이 있다. 우리가 웃기는 사람을 뽑는 건 아니고 나도 웃기진 않는다. 웃기는 사람이 없어도 재밌는 게 나올 수 있는 것 같고, 조직마다 뽑는 사람이 다르다. 내가 있는 마케팅브랜딩실에선 재밌는 일을 좋아하고, 신나게 만드는 사람을 뽑는 것 같다. 우리가 하는 일을 재미없어 하면 재밌는 결과가 나오긴 어렵지 않을까.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하면 ‘꼰대’라고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노는 건 좋고 일은 나쁜 거다’ ‘회사에 묶여 있는 시간은 나의 인생에서 뺏기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일을 잘할 것이라고 생각 안 한다. 일도 인생이고, 노는 것도 인생이다. 일이 주어질 때 ‘왜 나한테 이걸 시켰을까’라고 반응하면 본인도 어렵고 회사도 어렵다. 동료와 함께 재밌게 일을 할 수 있어야 둘 다 성장한다. 대신 회사는 잘할 수 있는 환경과 자율을 보장해줘야 한다. 또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모든 영역에서 지난해의 지식과 경험들이 올해 안 맞기도 한다. 내년에는 올해 알고 있는 게 안 맞기도 하고. 경험과 정보를 끊임없이 습득하고 내 지식을 수정해야 한다. 호기심이 많으면 그런 부분들이 보완되지 않을까.


배달의민족은 조직문화도 범상치 않다. 주 4.5일제는 언제부터, 왜 하게 됐나.
2015년부터 시작했다. 더 오래 앉아 있는다고 모든 일이 더 잘되지는 않으니까. 단순히 앉아 있는 시간보다는 마음을 모으고 생각을 모으는 게 더 중요한 것 같다. 처음에는 잘될까 싶어서 ‘베타서비스’처럼 임시로 해봤다. 업무 성과에 지장이 없으면 계속하고 지장이 생기면 없앤다고 설명하고 시작한 일이다. 다행히 월요일 오전 근무가 없어져도 업무 성과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구성원들이 주말을 더 알차게 잘 쓸 수 있게 되고, 가족에게 혹은 자신에게 쓸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 생겼다.


회사 곳곳에 ‘송파구에서 일을 더 잘하는 11가지 방법’이란 게 붙어 있더라. 이를 보니 주 4.5일제를 한다고 해서 회사 생활이 녹록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규율을 만들어 놓고 서로 잘 지키려고 한다. ‘9시1분은 9시가 아니다’라는 근무수칙이 있다. 실제로 과거에 직원이 지각하면 그다음 날부터 대표님이 출근 보고를 받은 적도 있다. 일은 자율적으로 하되 규율은 지키자는 주의다.


‘업무는 수직적, 인간적인 관계는 수평적’이라는 근무수칙이 눈에 띈다. 가능한 이야긴가.
결정한 일에 대해서는 일사불란하게 실행해야 성과를 제대로 낼 수 있다. 다만 이것은 업무의 책임과 권한에 대한 이야기다. 인간적인 관계에서는 권위주의가 없어야 한다. 직급이 높은 사람이라고 청소를 하지 않거나, 줄을 서지 않는 특별 대우 같은 것을 기대하는 것은 안 된다. 그래야 소통도 원활하게 이뤄진다. 수직적인 업무라는 것은 책임은 실행한 사람이 아닌 결정한 사람이 진다는 의미도 포함한다. 이는 근무수칙에도 포함된 내용이다.



규율을 중시하다 보면 창의성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있다.
사실 근무수칙은 규율만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제목도 ‘송파구에서 일을 더 잘하는 11가지 방법’이다. 정말 우리가 일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한 결과를 담았다. ‘잡담을 많이 나누는 것이 경쟁력이다’ ‘개발자가 개발만 잘하고, 디자이너가 디자인만 잘하면 회사는 망한다’ 같은 것이 그 예다. 잡담을 권장하는 회사는 우리밖에 없지 않을까. 어떻게 보면 직원들이 웃고 잡담하는 것이 꽤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다. 배민신춘문예, 치믈리에 같은 잘된 마케팅들도 다 잡담 끝에 나왔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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