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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4. Interview : 손지호 네오밸류 대표

사람 중심 공간으로 꾸민 ‘예쁜 골목길’
아파트 상가, 매일 가고 싶은 명소로 뜨다

이방실 | 277호 (2019년 7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우리 동네 문화골목’ 지향하는 앨리웨이 광교
앨리웨이(Alleyway) 광교는 수원시 영통구에 위치한 주상복합 아파트 ‘광교 아이파크’ 안에 있는 아파트 단지 상가 브랜드다. 부동산 디벨로퍼인 네오밸류는 분양을 일절 하지 않고 테넌트(tenant, 임차인) 유치는 물론 전체 상가 운영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도맡아 하고 있다. ‘의식주휴미락(衣食住休美樂)’의 영역에서 새로운 도시문화를 창조해 나감으로써 사람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고 행복한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기 위해서다. 핵심은 ‘사람 중심’의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그래야 단순히 물건을 사는 곳(buying)을 넘어 소소한 문화를 즐기며 일상을 살아가는(living) 공간인 라이프스타일센터를 만들 수 있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양성식(경희대 경제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부동산 디벨로퍼(developer, 개발업체) 네오밸류가 지난 5월1일 개장한 앨리웨이(Alleyway) 광교는 수원시 영통구에 위치한 주상복합 아파트 ‘광교 아이파크’ 안에 있는 상가 이름이다. 골목을 뜻하는 영어 단어 ‘alley’와 길을 뜻하는 ‘way’를 조합해 만든 브랜드로, 우리말로 번역하면 ‘골목길’이다. ‘자이’ ‘래미안’ ‘롯데캐슬’ 등 아파트 시장에 브랜드 바람이 분 지는 근 20년이 돼가지만, 앨리웨이처럼 아파트 단지 내 상가에까지 브랜딩을 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냥 이름만 붙인 게 아니다. 네오밸류는 이 아파트 단지 상가(지하 2층∼지상 3층, 1만4809㎡) 안에 앨리웨이 브랜드 홍보관 ‘다시, 아름다운 골목’을 만들었다. 물건 팔아 돈을 벌어야 할 상업시설에 돈 한 푼 벌 수 없는 전시관을 마련한 것이다. 위치도 지하층이나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구석이 아니라 원천 호수가 보이는 탁 트인 중앙 광장에 맞붙은 1층 ‘명당’ 자리다.

홍보관에는 앨리웨이의 브랜드 철학과 네오밸류가 추구하는 가치, 앨리웨이 광교를 개발할 때 가졌던 네오밸류의 생각과 고민들이 상세히 소개돼 있다. 사람과 사람이 자연스레 오가다 만나는 골목길처럼 사람이 중심이 되고 고유한 동네 문화가 있는 독특한 상업 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네오밸류의 바람이 다양한 사진과 스토리, 영상 속에 담겨 있다.



심지어 홍보관 내부는 아트 갤러리 ‘니어마이에이(NEAR MY [A] Gallery)’ 1 와 연결돼 있다. 일개 아파트 단지 상가 안에 갤러리가 있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더 놀라운 건 전시된 작품의 수준이다. 세계적인 팝 아티스트 카우스(KAWS)의 피규어 조각 50여 점은 물론, 국내 1세대 팝 아티스트로 꼽히는 이동기 작가의 작품 등이 전시돼 있다. 2 특히 카우스의 피규어는 개당 최소 100만 원에서 최고 1200만 원에 구입한 고가 작품들이다. 중앙 광장에 설치돼 있는 카우스의 7m 높이 대작 ‘클린 슬레이트(Clean Slate)’ 작품 가격에는 훨씬 못 미친다 해도 상당한 투자가 아닐 수 없다. 네오밸류는 이처럼 수준 높은 컬렉션을 모든 방문객에게 무료로 공개하고 있다.

특이한 건 이뿐만이 아니다. 앨리웨이 광교는 디벨로퍼(네오밸류)가 분양을 하지 않고 직접 상가를 운영하고 있다. 분양 수익만 노리고 상권을 개발한 후 빠지는 통상적인 부동산 개발업체와는 전혀 다른 행보다. 그래서일까. 앨리웨이에 입점해 있는 브랜드들은 뻔한 ‘빅 브랜드’가 아니라 개성 넘치는 ‘로컬 브랜드’가 많다. 도산공원에 본점을 둔 유명 베이커리 카페 ‘아우어베이커리(Our Bakery)’, 김소영·오상진 아나운서 커플이 당인리에서 운영해 유명해진 동네 책방 ‘책발전소’, 청담동에 본점을 둔 공연이 있는 재즈바 ‘겟올라잇(Get Allright)’, 성산동 소재 쌀 복합 문화공간 ‘동네정미소’ 등이 대표적 예다.

네오밸류가 직접 기획해 만든 브랜드들도 수두룩하다. 가령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거래하고 소통할 수 있는 신선마트 ‘다곳(Dagot Fresh)’ ▲가드닝(gardening, 원예) 및 자연 친화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편집 매장 ‘식물원(Sikmul1)’ ▲음식 관련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커뮤니티형 식문화 공간 ‘아오로(Aoro)’ 등은 모두 앨리웨이 광교에서 첫선을 보이는 브랜드들로, 네오밸류가 지난 2013년 설립한 자회사 어반라이프에서 기획·운영하고 있다. 성수동 기반의 유명 베이커리 매장 ‘밀도(meal°)’ 역시 어반라이프가 지난 2014년 인수한 브랜드로 앨리웨이 광교에 입점돼 있다. 이처럼 네오밸류는 앨리웨이 광교 전체를 자체 브랜드와 엄선된 외부 브랜드들로 채워 운영하고 있다.

이렇게 네오밸류가 분양을 포기한 데 따르는 기회비용(만약 앨리웨이 광교를 통상적인 방식대로 분양을 했을 때 거둘 수 있는 예상 수익)은 약 3500억 원이라는 게 회사 측 추산이다. 여기에 네오밸류는 상가 전체 운영을 도맡으며 직영 콘텐츠 개발 및 운영을 위해 약 600억 원을 투자했다. 이쯤 되면 도대체 네오밸류라는 회사의 정체가 궁금해진다. 여느 부동산 개발업체처럼 분양수익만으로 쉽게 돈을 벌 수 있었을 텐데 왜 빵집에 마트까지 운영해 가면서 이런 일을 하는 걸까?

부동산 디벨로퍼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는 네오밸류 손지호 대표를 DBR이 만났다. 그는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후 대우증권에서 일하다 31세 되던 해인 2005년 네오밸류를 설립, 사업가로 변신했다. 스스로를 ‘라이프스타일 디벨로퍼(lifestyle developer)’라고 정의하는 손 대표는 “앨리웨이를 통해 사람이 중심이 되는 새로운 도시문화를 만들어 ‘새로운 가치(neo-value)’를 창조해 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그와의 인터뷰 내용을 간추린다.


아파트 단지 상가에 이례적으로 브랜드를 도입했다. 앨리웨이라는 이름에 특별한 의미가 있나.
지금까지 아파트 브랜드들을 보면 ‘OO캐슬’ ‘OO팰리스’ 등 거창한 이름을 붙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정말 우리가 살고 싶은 게 성(castle)이나 궁전(palace)일까? 이런 이름들은 마치 하루 종일 우아한 옷차림에 매사 격식을 차리고 살아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을 준다.

솔직히 사람들이 그런 삶을 원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집에서 편하게 뒹굴다 캐주얼한 옷차림으로 산책도 나오고, 친한 동네 친구 집에 놀러 가듯 부담 없고 가벼운 마음으로 돌아다닐 수 있는 그런 동네에서 살고 싶지 않을까?



앨리웨이는 바로 이런 생각과 고민에서 나온 브랜드다. 골목길을 돌아다니다 보면 주민들 간 따뜻한 정(精)이 느껴지고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넘쳐나는, 그런 살기 좋은 동네를 만들고 싶다는 희망을 브랜드에 담았다.

사실 대한민국 아파트는 편의성 측면에서 봤을 때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최고의 상품이다. 하지만 그 지역만의 독특한 문화가 없어서 정감 있는 동네 느낌이 나지 않는다. 신도시에 가 보면 이 사실을 바로 느낄 수 있다. 위례, 송도, 판교 할 것 없이 신도시는 어딜 가나 다 비슷하다. 최신식 아파트에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고 조경도 훌륭하며 놀이터도 좋지만 이웃 간의 교류나 정이 없어 사람 냄새가 나지 않는다. 그저 ‘신’도시에 ‘새로’ 지은 아파트에 ‘새로’ 입주해 온 이주민들이 모여 있을 뿐 정감 있는 동네라는 느낌이 전혀 없다. 삶의 질보다는 단순 주거 물량 공급에만 집중하고, 사람을 중심에 두지 않고 물리적인 시설에만 초점을 둔 결과다. 한마디로 ‘사람 간의 관계성’이 결여돼 있다.

네오밸류는 이처럼 많은 부동산 디벨로퍼가 지금껏 간과해 온 가치, 즉 사람이 중심이 되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인류의 더 나은 삶에 기여하는 걸 회사의 비전으로 삼고 있다. 구체적으로 삶의 방식을 결정하는 ‘의식주휴미락(衣食住休美樂)’의 영역에서 새로운 도시 문화를 창조해 나감으로써 사람들을 위한 행복한 라이프스타일을 설계하고자 한다. 그 첫 번째 도전이 바로 국내 최초의 ‘라이프스타일센터’를 표방하는 앨리웨이 광교다.



분양을 일절 하지 않고 100% 자체 운영하는 방식을 택했다.
20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화장품은 화학 제조업의 하위 카테고리 정도로 여겨졌다. 그래서 화장품 업체의 주가수익비율(PER)도 제조업 평균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제조업이 아닌 독자적인 ‘뷰티 산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 덕에 화장품 업계가 최고로 잘나갈 때는 PER가 60배까지 가기도 했다.

부동산 개발업도 마찬가지다.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계속 분양 수익만 노리는 데 그친다면 앞으로도 건설업의 하위 카테고리 취급을 받을 수밖에 없다. 화장품이 화학 제조업의 하위 범주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뷰티 산업으로 진화했듯 부동산 디벨로퍼 역시 한 단계 도약해 ‘라이프스타일 디벨로퍼’로 진화하려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야 한다. 그래야 건설업을 뛰어넘는 PER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이를 위해선 유형의 건물 자산(hard asset)을 만드는 데만 집중하던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냥 공간만 만들어 놓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사람 중심’의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게 ‘콘텐츠’다. 건물이라는 하드웨어를 만드는 건 기본이고, 그 안을 소프트웨어인 콘텐츠로 채우고, 이를 지속적으로 관리·운영해 줘야 한다. 그래야 진정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할 수 있다.



공간과 콘텐츠, 운영 이 세 가지 중 어느 하나라도 빠져서는 안 된다. 세 가지 요소 모두가 유기적으로 맞물릴 때 고객들에게 제대로 된 라이프스타일을 선보일 수 있다. 부동산 개발회사인 네오밸류가 공간을 조성하고, 자회사인 어반라이프와 네오밸류프라퍼티가 각각 콘텐츠와 운영을 맡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이런 식으로 한 회사에서 삼각 편대를 구축하지 않으면 우리가 제안하고 싶은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기 힘들다.

물론 당장의 수익 창출 관점에서만 본다면 기존 부동산 업계의 관행대로 분양을 하는 게 맞다. 하지만 지속가능성 관점에서 볼 때는 무책임한 일이다. 대부분 분양 상가의 문제는 전체 임차인 구성을 책임지고 관리하는 머천다이저(merchandiser, MD)가 없다는 점이다. 시행사는 분양하고 손을 떼기 때문에 수분양자들이 각자 알아서 임대를 채우는데, 그러다 보면 초기엔 공인중개사 사무소밖에 들어오지 않는다. 아직 상권이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임대료를 내고 들어올 곳은 부동산 중개업자밖에 없어서다. 이러다 보니 종종 100개 상가 점포 중 30∼40개가 부동산 업종으로 채워지는 황당한 경우도 발생한다. 수분양자 각자가 최선의 이익을 추구한 결과 신도시 아파트 단지마다 ‘부동산 타운’을 만드는 꼴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대략 2년 정도 있으면서 물량을 다 소화하고 난 뒤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이렇게 되면 슬럼화가 되는 건 금방이다.



『소유의 역습 그리드락(원제: The Gridlock Economy: How Too Much Ownership Wrecks Markets, Stops Innovation, and Costs Lives)』의 저자이자 부동산법 분야의 석학인 마이클 헬러 컬럼비아 로스쿨 교수가 지적했듯이 분절된 소유권이 초래하는 결과는 공동의 선이 아니라 시장의 실패다. 너무 많은 사람이, 너무 많이 파편화된 조각을 소유함으로써 오히려 모든 사람이 손해를 입는 상황이 발생한다. 결국 부분 최적화(local optimization)가 아닌 전체 최적화(global optimization)를 구현하려면 누군가는 MD 역할을 해줘야 한다. 부동산뿐 아니라 편의점, 마트, 치킨집, 옷가게, 병원 등 주민들에게 필요한 업종을 다양하고 균형 있게 분배해주고 이런 구조를 끝까지 지켜내고 관리하는 역할이 필요하다. 네오밸류가 하려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이런 역할이야말로 사람 중심의 새로운 도시문화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차별화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것인지 설명해 달라.

우선 좀 더 큰 맥락에서 상업시설이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부터 하고 넘어가는 게 좋을 것 같다. 내가 생각하기에 상업시설은 ‘경험과 추억을 쌓는 곳’이다. 적어도 오래 지속가능한 상업시설을 만들고 싶다면 ‘돈’이 아닌 ‘경험’과 ‘추억’에 집중해야 한다. 즐거운 경험, 좋은 추억을 제공할 수 있다면 돈은 자연스레 따라온다고 본다. 이런 맥락 속에서 네오밸류가 앨리웨이 광교를 통해 추구하는 목표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사람, 지역, 문화를 연결하는 ‘로컬 커뮤니티’ 구축을 통해 기존 쇼핑센터에서 느낄 수 없는 특별한 경험과 추억을 제공하는 것, 이것이 바로 앨리웨이 광교가 지향하는 바다.

앨리웨이 광교가 표방하는 라이프스타일센터와 기존 쇼핑센터 간 차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고객들이 이 두 가지를 어떻게 다르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미국 LA에 있는 라이프스타일센터 ‘그로브몰(The Grove)’과 국내 대형 쇼핑몰에 대한 고객 경험을 비교해 보면 그 차이를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먼저, 인터넷 카페 등 소셜커뮤니티에서 드러난 국내 대형 쇼핑몰에 대한 고객 반응을 분석해 보면 ‘힘들다’ ‘넓다’ ‘비싸다’는 감정 표현이 가장 많다. 또한 쇼핑몰 자체에 관심을 갖기보다는 해당 몰에 입점해 있는 개별 브랜드 매장에 대한 언급이 많다. 무엇보다 쇼핑몰 방문 목적은 주로 ‘먹고’ ‘놀고’ ‘쇼핑하기’ 위해서다. (그림 1)



반면 그로브몰에 대한 구글 플레이스 리뷰를 분석해 보면 ‘훌륭하다(great)’ ‘좋다(nice)’ 등 긍정적인 감정 표현이 대부분이다. 심지어 ‘환상적이다(fantastic)’ ‘마법 같다(magical)’ ‘축제 분위기가 난다(festive)’처럼 디즈니랜드 같은 테마파크에서나 나올 법한 반응들도 눈에 띈다. 언급 대상도 입점해 있는 개별 브랜드 매장이 아니라 ‘주차/발렛 서비스(parking/valet)’ ‘분위기(atmosphere)’ ‘분수(fountain)’ ‘트롤리(trolley)’ ‘콘서트(concert)’ ‘산타(Santa)’ ‘크리스마스트리(Christmas tree)’ 등 그로브몰 자체적으로 고객 경험을 위해 제안하는 요소에 대한 언급이 많다. 제일 특이한 건 방문 목적이다. ‘걷기(walk)’ 위해 그로브몰을 찾는다는 이들이 가장 많고 ‘휴식을 취하고(relax)’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며(chill)’ ‘한가로이 거닐기(stroll)’ 위해 온다는 등 기존 쇼핑몰에서는 전혀 나오지 않는 반응들이 대다수다. (그림 2)



결국 라이프스타일센터와 쇼핑센터의 가장 큰 차이는 시민들이 ‘매일’의 삶 속에서 즐길 수 있는 ‘문화’가 있느냐 여부라고 할 수 있다. 단순히 물건을 사는 곳(buying)을 넘어 소소한 문화를 즐기며 일상을 살아가는(living) 공간, 그게 바로 라이프스타일센터다. 쇼핑몰은 일주일에 한 번, 혹은 한 달에 두세 번 일부러 시간을 내 장보고 쇼핑하고 외식하러 오는 곳이지 매일 오는 곳은 아니다. 반면 라이프스타일센터는 사람들이 ‘매일’ 오고 싶도록 만드는 게 핵심이다.

이를 위해선 그 지역 반경 수㎞ 거리에 있는 주민들을 타깃으로 지역 밀착형 커뮤니티 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렇게 콘텐츠를 구성하다 보면 그 문화가 너무 좋아서 그 지역 주민이 아닌데도 멀리서 일부러 찾아오는 명소가 된다. 마치 그로브몰이 현재 미국 서부 해안 지역에서 관광객이 가장 많은 관광 명소로 자리매김한 것처럼 말이다.




DBR mini box I: 네오밸류 회사 소개

네오밸류는 2008년 서울 인사동 문화의 거리 안 상업용지인 ‘인사동 사이에’ 개발로 부동산 개발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서울 강남 보금자리 주택지구 내 ‘강남 푸르지오시티’ 오피스텔을 분양(2012년)했고, 위례 신도시 아이파크 1차(2013년 분양)·2차(2013년), 구리 갈매지구 아이파크(2015년), 광교 아이파크(2015년)를 잇따라 성공시키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가장 최근엔 인천 더샵 스카이타워(2017년) 분양을 마쳤다.

분양 수익만을 추구하지 않고 상업시설 활성화를 통한 수익 모델 다변화를 꾀한 건 위례 아이파크 2차부터다. 당시 전체 상업시설의 지분 40%를 소유하고 핵심 매장(key tenant)을 직접 유치했다. 상업시설의 지분을 100% 소유해 상가 운영까지 맡고 있는 건 광교 아이파크(앨리웨이 광교)가 처음이다.



앨리웨이 광교 역시 해당 지역과 주민들의 특성을 고려해 기획했다. 광교엔 삼성, CJ R&D센터 같은 대기업 종사자와 공무원, 전문직 종사자들이 많이 산다. 어린 자녀를 둔 30∼40대가 많고 일과 삶의 균형(work-life balance)을 중시해 가족 중심으로 여유로운 삶과 문화를 즐기려는 경향이 크다. 실제로 광교 주민들은 월평균 5.4회 광교호수공원에 방문해 3시간 정도 시간을 보내곤 한다는 통계도 있다.

이런 특징을 고려해 앨리웨이 광교는 ‘머무름’과 ‘쉼’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축으로 잡았다. 원천호수가 보이는 중앙 광장 ‘헬로 그라운드’에 아이들이 신나게 놀 수 있는 바닥분수를 설치하고,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버스킹 공연을 관람할 수 있도록 한 건 이런 이유에서다. 만약 수익성만 생각했다면 당연히 이곳에 더 높은 건물을 짓고 임차인을 더 받았어야 한다. 전망 좋은 호수뷰라는 프리미엄까지 얹어서 높은 임대료 수익을 챙길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이걸 다 포기하고 광장이라는 공간을 주민들에게 내어준 건 앨리웨이 광교의 지향점이 ‘쇼핑센터’가 아닌 ‘라이프스타일센터’이기 때문이다.

헬로 그라운드 광장 한가운데 카우스의 작품을 세워놓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두 눈에 X자가 그려진 대형 미키마우스가 양팔로 아이들을 안고 걸어가는 모습은 젊은 부부들에게 묘한 공감대를 만들어 준다. 하반기엔 세계적인 설치 미술가 재닛 에힐만(Janet Echelman)의 작품까지 들여와 광장 하늘 위에 설치할 계획이다. 색이 입혀진 그물망 소재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작품으로 하늘에 떠서 바람에 따라 물결치듯 부드럽게 움직이는 초경량 조형물이다. 작품 구입비에 설치비까지 따지면 수십억 원이 추가로 들어간다. 에힐만의 작품이 국내에 영구 설치되는 건 앨리웨이 광교가 처음이다.


너무 과한 투자 아닌가.
새로운 가치를 만들기 위해선 남과 다른 시도를 해야 한다. 역설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돈을 벌기 위해선 돈이 안 되는 일을 해서 가치를 높여야 한다. 혹자는 “그렇게까지 해야 돼?”라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굳이 안 해도 되는 일을 하지 않고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선진국과 그렇지 않은 나라 간 차이는 예술이 얼마나 그 나라 국민들의 일상 속에 녹아들어 있는가라고 생각한다. 사실 우리나라도 예술 작품을 감상하려고 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문제는 우리의 일상 속에서 매일매일 누릴 수 없다는 데 있다. 유럽의 시장을 가 보면 시장 안에 공연장이 있고 갤러리가 있다. 편하게 장 보러 왔다가 공연도 보고 전시도 보는 게 그들의 삶이요, 일상이다.



물론 우리나라도 대형 아파트나 주상복합시설 등을 지을 때에는 반드시 미술작품을 설치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3

그래서 어지간한 아파트 단지에 가 보면 군데군데 예술 작품이 들어서 있다. 문제는 그런 것들이 잘 인지가 안 되고, 최악의 경우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일으킨다는 점이다. 아파트 단지에 작품이랍시고 설치해 놓았지만 정작 주민들은 그게 예술작품인지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상가는 구색만 갖추려고 값은 싸면서도 눈에 확 띄는 조형물을 설치하는 경향이 크다 보니 흉물스럽다는 평을 듣는 경우마저 생긴다. 액수의 크고 작음을 떠나 매우 안타까운 현실이다.

네오밸류는 이런 예술작품을 구입하는 데만 약 60억 원을 썼다. 앨리웨이 광교가 의무적으로 써야 할 미술작품 구입비의 약 10배 정도 되는 규모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평가하든 개인적으로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문화야말로 로컬 커뮤니티를 만드는 구심점이기에 주민들이 진정으로 즐기고 향유할 수 있는 예술작품을 선보이는 건 정말 중요하다.

특히 카우스에 이어 에힐만의 작품까지 추가로 들여오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앨리웨이 광교를 ‘밤에도 나와 돌아다니고 싶은 곳’으로 만들고 싶어서다. 어느 신도시를 가도 편의시설만 잘 돼 있지 밤에 여유롭게 돌아다니기는 정말 애매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앨리웨이 광교에서는 이런 통념을 깨뜨리고 싶다. 호수공원은 낮에도 멋있지만 야경은 더 멋지다. 에힐만은 환상적 컬러의 작품을 만드는 아티스트로 유명하다. 앨리웨이 광교에 선보일 그의 작품이 어두운 밤중에도 다채로운 조명 및 착시현상과 함께 어우러지며 멋진 분위기를 연출해 낼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단순히 눈에 보이는 예술작품 외에 소리(sound)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에도 각별한 신경을 썼다. 가령, 중앙 광장인 헬로 그라운드에선 바람 소리나 잔잔한 물결 소리를, 신선마트인 다곳에선 풀벌레 소리를, 아이들을 위한 키즈 존(kids zone)에선 각종 동물의 울음소리를 10∼20초 정도 간헐적으로 들려주는 식이다. 스피커를 지면과 기둥 안 등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게 설치해 어디선가 은연중에 소리가 들려오도록 했다.



어떤 브랜드들로 앨리웨이 광교 매장을 구성할지에 대해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지금은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하지 않아도 온라인에서 얼마든지 물건을 살 수 있는 시대다. 이런 상황에선 “굳이 왜, 여기 앨리웨이 광교에서 지갑을 열어야만 하는가”에 대한 이유를 소비자에게 줄 수 있는 특별함이 있어야 한다. 그 고민을 정말 많이, 오랫동안 했다. 그리고 적어도 앨리웨이 광교에선 유명 브랜드 숍을 쭉 늘어놓는 것은 맞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런 방식은 대형 백화점들이 강점을 갖고 있는 분야인데다 쇼핑몰에나 어울리는 접근이기 때문이다.

정답은 ‘큐레이션 된 라이프스타일 제안’이라고 봤다. 이건 단순히 전국에서 유명하다는 맛집과 카페를 모아놓는 걸 의미하지 않는다. 그건 그냥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 인스타에 올리기 좋은) 핫플레이스(hot place)’를 만드는 것일 뿐이다. 당장 돈을 벌 수 있는 매장만 테넌트(tenant, 임차인)로 받아서도 안 된다. 그건 일반 쇼핑센터와 똑같아지는 길이다.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한다는 건 말 그대로 평범한 매일의 삶 속에 녹아들 수 있는 삶의 방식, 그러면서도 무언가 이곳(앨리웨이 광교)에만 존재하는 독특함이 있어야 한다는 걸 뜻한다. 네오밸류가 자체 브랜드를 기획하고 핵심 매장을 선정할 때 가장 중점에 뒀던 부분이다.

가령, 청년농업인연합과 함께 운영하는 다곳을 예로 들어보자. 편의성만 생각한다면 이마트 같은 대형 할인점을 유치하는 게 맞다. 하지만 그건 쇼핑몰이지 라이프스타일센터의 지향점은 아니다. 책발전소도 마찬가지다. 상업성만 따진다면 대형 서점이 들어오는 게 낫지만 로컬 커뮤니티 문화를 위해선 동네 책방이 꼭 필요하다고 보고 김소영 아나운서 부부에게 부탁했다.

아이들을 위한 메이커 스페이스(maker space) ‘크리타(CR!TA)’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기존 쇼핑센터에서 키즈 존은 대개 ‘놀이’와 ‘쇼핑’ 두 가지 테마에 집중한다. 만약 앨리웨이 광교에서도 이런 공식을 따른다면 그건 ‘어린이 쇼핑몰’을 만드는 것일 뿐이다. 광교 지역 주민들의 특성을 고려해 차별화된 요소가 필요하다고 봤고, 이런 고민 끝에 예술과 기술, 문화가 한데 어우러진 경험을 통해 창의성을 계발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방향을 잡았다. 크리타에선 레이저커터나 드릴, 실크 스크린 장비 등 각종 도구를 가지고 다채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또래 아이들끼리는 물론 부모들이 아이들과 함께 참여해도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콘텐츠를 구성했다.

이 밖에 정관 스님이 운영하는 스튜디오 ‘두수고방’에선 건강한 제철 식재료로 만드는 사찰음식에 대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건강에 관심이 많은 광교 지역 주민들과 함께 장도 담그고 김장도 하는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이미 옥상에 작은 텃밭과 직접 장을 담글 수 있는 공간, 장독대도 마련해 놓은 상태다. 아마 광교 주민은 물론 외지 분들에게도 큰 매력으로 작용할 것이라 기대한다. 전남 장성에 있는 백양사까지 가지 않아도 스님을 만날 수 있으니 당연하지 않겠나? 정관 스님이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사찰음식의 대가인 만큼 아마 해외에서도 찾아오는 수요가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DBR mini box II: ‘우리 동네 문화골목’ 지향하는 앨리웨이 광교

공식 오픈 두 달이 지난 현재 앨리웨이 광교의 일평균 방문객 수는 평일 1만5000여 명, 주말 2만5000여 명 수준이다. 소위 ‘빵 덕후’들의 ‘빵지 순례’ 필수 코스이자 ‘줄 서서 사 먹는 인생 빵집’으로 회자되는 밀도 매장엔 6월 한 달간 총 4만8000여 명이 다녀갔다. 심지어 앨리웨이 광교가 오픈 기념 ‘웰커밍 페스티벌(welcoming festival)’의 일환으로 선보인 호주 유명 극단 ‘스트레인지프룻(Strange Fruit)’ 초청 공연 때는 나흘간(6월6∼9일) 8만여 명의 관객이 모여들었다.

6월 말 기준 앨리웨이 멤버십 가입자 수는 약 7000명. 이 중 수원에 거주하는 회원 비중은 68%고 나머지는 용인과 화성, 서울 등 수원 외 지역 사람들로 구성돼 있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SNS상에 올라와 있는 앨리웨이 광교 관련 해시태그는 2만여 개를 훌쩍 넘은 상태다.

앨리웨이 광교는 도심 속에서 점점 사라지는 따뜻한 동네 골목의 정서와 경험을 구현하기 위해 쭉쭉 뻗은 직선 형태가 아니라 여러 갈래의 길이 얼기설기 얽혀 있는 형태로 동선을 구성했다. 사람들이 여유롭게 골목을 거닐며 이웃들과 함께 호흡하고 동네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골목 담벼락에는 국내 최고의 그라피티 아티스트로 불리는 제바(XEVA)의 작품도 그려져 있다.



특히 ‘마슬마켓(Marsle Market)’은 ‘우리 동네 문화골목’이라는 앨리웨이 광교의 브랜드 콘셉트가 가장 잘 드러나는 곳이다. 이상명 어반라이프 F&B 부문장은 “동네에 마실 나가듯 편한 차림으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물건도 사고, 상인들이나 이웃 주민들과 이야기도 하면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다 가는 곳이 마슬마켓”이라고 설명했다. 약 100m 정도 되는 길이의 마슬마켓에는 떡집, 분식집, 국숫집, 반찬가게 등 동네 시장에 가면 흔히 마주칠 수 있는 점포들이 들어서 있다. 골목길을 돌아다니다 잠깐 앉아 쉬면서 거리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중간에 작은 광장도 마련돼 있고 반려동물 동반자들을 위한 ‘펫 스테이션(pet station, 반려동물 전용 음수대와 배변 봉투를 무료로 가져갈 수 있는 곳)’도 설치돼 있다.



6월 말 기준 앨리웨이 광교에 입점해 있는 매장 수는 약 60여 개. 지역 밀착형 로컬 커뮤니티를 지향하는 곳답게 ‘오직 앨리웨이 광교에서만 접할 수 있는’ 콘텐츠를 선보이는 데 주력했다. 남성들을 위한 라이프스타일 편집 매장 ‘스트롤(Strol)’이 대표적인 예다. 앨리웨이 광교에 첫선을 보인 스트롤은 자신만의 취향을 발견하기 원하는 남성을 위해 패션, 잡화, 전자기기 등 다양한 제품을 전시해 놓은 것은 물론 ▲소파에 앉아 영화도 감상하고 음악도 들을 수 있는 공간 ▲와인을 조금씩 덜어 판매하는 공간 ▲혼자 책을 읽을 수 있는 개인 서재용 공간 등 남자들이 한 번쯤 꿈꾸는 장소들을 구현해 놓았다.



스트롤이나 마슬마켓처럼 처음부터 앨리웨이 광교를 위해 기획된 브랜드가 아니어도 ‘오직 앨리웨이 광교에서만’이라는 철학을 유지하기 위해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가령, 재즈바 ‘겟올라잇’의 경우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은 광교 지역의 특성을 고려해 다른 지역 매장과 달리 점심 브런치 메뉴를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공연 레퍼토리 역시 이른 저녁 시간엔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와서 관람할 수 있도록 적절히 구성했다. 식빵이라는 ‘킬러 콘텐츠’ 하나로 승부하는 ‘밀도’ 역시 앨리웨이 광교 매장에선 브런치 메뉴와 디저트 등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앨리웨이 광교 개발 과정 중에 어려움은 없었나.
사업을 하면서 어려움이 없을 수 있나. 하지만 지나고 보면 다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보이는 것 같다. 지금이야 광교호수공원에 가까워 “천혜의 입지 조건을 갖췄다”고들 하지만 사실 부지를 인수했을 때만 해도 다들 “상가는커녕 아파트도 안 될 것”이라고 했다. ‘역세권’이 아니라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 실제로 가장 가까운 신분당선 광교중앙역에서도 버스를 타고 정류장 세 개를 지나야 하고, 도보로는 20∼30분 걸린다. 광교 신도시라고 하지만 중심부가 아니라 변두리 지역이라서 다들 상업성이 낮다고 봤다. “아무리 잘해 봐야 1200세대 대상의 근린상가밖에는 안 된다” “외지에서도 사람들이 찾아오게 만드는 쇼핑센터를 만들겠다고 하는 순간 망한다”라고까지 했다. 지하철역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데 누가 일부러 찾아오겠냐는 것이었다.

나는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이렇게 ‘입지’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게 문제라고 생각한다. 결국 좋은 입지라는 건 이미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고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다. 당연히 땅값이 비싸다. 이런 곳에 들어가서는 내가 뭘 지어도 만들어 낼 수 있는 부가가치가 제한적이다.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낸다는 건 입지가 안 좋은 곳에 들어가, 유동 인구가 없는 곳에서 사람들을 끌어들여 새로운 상권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게 진짜 디벨로퍼다.

다시 말하지만,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주목해야 할 것은 ‘입지’가 아니라 ‘사람’이다. 사람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그렇게 관점을 바꿀 때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 대중교통이 없어서 불편한 변두리 지역이라는 건 분명한 단점이다. 하지만 호수라는 자연환경을 최대한 살려 ‘사람들이’ 걷기 좋고, 산책하기 좋고, 밤이 좋은 곳을 만들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이렇게 관점을 달리하면 쇼핑센터로는 경쟁력이 떨어지지만 다양한 예술과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지역 밀착형 복합 문화 공간으로서는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는 결론에 이를 수 있다.

실제로 네오밸류는 이렇게 접근해 부지를 매입했고 개성 넘치는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들로 앨리웨이 광교를 꾸몄다. 그러자 업계의 평가가 180도 달라졌다. 상업성이 없다고 고개를 가로젓던 이들조차 이젠 “원래부터 잘될 수밖에 없는 입지조건을 갖춘 땅이었다”고들 한다. 안타까운 건 여전히 핵심을 잘못 짚고 있다는 점이다. 누차 이야기하지만 중요한 건 ‘입지’ ‘땅’이 아니라 ‘사람’이다.

조금 다른 이야기이긴 하지만 건설회사들의 고정관념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가고 싶다. 광교호수공원을 위에서 내려다보면 정말 대한민국에 이런 전망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좋다. 문제는 원천 호수의 위치다. 광교아이파크 단지의 북쪽에 있다. 대부분 우리나라 사람은 남향집을 선호한다. 따라서 시공사에서 아파트를 지을 때도 최대한 남향 아파트를 많이 만들려고 한다. 서향은 당연히 기피하고, 북향 아파트는 최악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북향도 북향 나름이다. “남향집과 북향집 중에서 어느 집을 선택할래?”라고 물으면 당연히 남향집을 선택하겠지만 “북향집이라도 광교호수공원이 내려다보이는 멋진 전망을 가질래?”라고 물으면 뭐라고 답할까? 나는 당연히 북향집을 택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남향집은 이곳이 아니어도 많지만 이런 멋진 전망을 가진 곳은 흔치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북향 아파트를 지어야 한다고 고집했다. 처음 시공사에선 난색을 표했다. 무조건 남향이 정답이라는 거다. 하지만 끝까지 설득해 결국 남향과 북향을 섞어서 아파트 단지를 만들었다.

분양 첫날 성적표가 어땠는지 아나? 호실 지정이 가능한 오피스텔의 경우 1층부터 꼭대기 층까지 북향집은 다 팔렸는데 남향은 거의 안 팔렸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모든 물량이 다 소화되긴 했지만 건설사들의 통념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결과였다. 공급자 중심의 시각, 틀에 박힌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앨리웨이 광교를 개장한 지 두 달이 지났다. 지금까지 성과에 대해 스스로 평가한다면.
성과를 평가하는 기준이 여럿 있겠지만 방문객 수는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표가 아니다. 이런 정량적 지표보다는 SNS상에서 사람들이 어떤 사진을 찍고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살핀다. 만약 SNS에 올라온 내용들이 쇼핑 관련한 내용 일색이라면 뭔가 잘못된 것이다. 반면 무엇을 경험했고, 무엇을 누렸는지, 어떤 추억을 쌓았는지에 대한 내용이 나오면 제대로 잘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흔히 일반 쇼핑몰에선 ‘체류시간’에 신경을 쓰기도 하는데, 이 또한 의미 있게 챙겨보는 지표가 아니다. 적어도 라이프스타일센터에선 ‘체류시간’보다 ‘재방문율’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해서다. 아무리 오래 머물러 있어도 “피곤해 죽겠다”는 반응이 나온다면 그건 뭔가 잘못하고 있는 거다. 오히려 체류시간이 짧은 데도 굳이 앨리웨이를 방문했다면 정말 그것 때문에 왔다는 뜻이니 더 중요하고 어려운 일 아닌가? 짧게 머물더라도 더 많이, 더 자주 오도록 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

다행히 지금까지 반응은 긍정적이다. SNS상에 “앨리웨이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아트 컬렉션이다” “처음으로 광교에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광교로 이사 오고 싶다” “매일 퇴근이 늦은 남편이 불쌍하다. 하나도 즐기지 못하고…” 같은 반응들이 올라오고 있다. 이건 정말 좋아하지 않으면 나오기 힘든 말들이다. 아직 가야 할 길은 멀지만 제대로 방향성을 잡고 라이프스타일센터의 모범을 보여줬다는 데 자부심을 갖는다.

이방실 기자 smile@donga.com
  • 이방실 이방실 |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기자 (MBA/공학박사)
    - 전 올리버와이만 컨설턴트 (어소시에이트)
    - 전 한국경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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