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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이해는 하겠지만 ‘느낌’이 오지 않는다면…

김남국 | 276호 (2019년 7월 Issue 1)
매력적인 이성을 자주 소개해줘도 관계를 발전시키지 못했던 한 지인은 매번 “느낌이 오지 않았다”는 이유를 대곤 했습니다. 외모나 조건 등 이성적으로 판단했을 때 매력을 느낄 만한 이유가 넘쳐나더라도 그는 ‘느낌’을 중시하며 더 이상 만남을 이어가지 못하곤 했습니다. 동료들은 느낌에 대한 그의 집착을 이해할 수 없다며 힐난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 느낌이 이성적 사고보다 훨씬 중요할 수 있다는 과학적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 제작에 참여한 고영건 고려대 교수에 따르면, 한 연구팀은 결혼을 하기로 한 135쌍에게 파트너에 대한 의식적, 무의식적 평가를 하도록 했습니다. 의식적 평가는 자기 보고 형태로 충분히 숙고하면서 파트너에 대한 평가를 내리는 방식입니다. 무의식적 평가는 파트너와 긍정적 단어, 혹은 부정적 단어와 연결시키는 속도를 측정한 것입니다. 파트너를 긍정적 단어와 빨리 연결시키고, 부정적 단어와 늦게 연결시키는 경우 더 높게 평가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연구팀은 4년 후 결혼 생활의 만족도를 점검해봤습니다. 놀랍게도 파트너에 대한 의식적 평가는 실제 만족도 예측에 별 도움이 안 됐다고 합니다. 반면 무의식적 만족도 평가는 결혼 생활의 만족도와 높은 연관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철저하게 ‘느낌’을 중시했던 지인의 태도가 어쩌면 가장 현명한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연구 결과입니다.

현대 심리학과 사회과학에서 가장 관심을 끈 분야가 바로 인간의 비이성적 영역, 혹은 무의식 영역에 대한 탐구입니다. 감각기관을 통해 받아들인 수많은 자극을 하나하나 이성적 사유로 처리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게다가 앞서 소개한 연구처럼 오히려 이성적 판단보다 무의식적 영역에서의 정보 처리가 더 정확한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가혹한 자연환경 속에서 생존해야 했던 인류에게 이성적 사유보다는 감과 본능에 기초한 즉각적 의사결정과 행동이 생존에 훨씬 도움이 됐습니다.

이성적, 합리적 인간이란 신화 대신 비이성적이며 때로는 무의식의 지배를 받는 현실적인 인간에 대한 연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역풍도 불었습니다. 한때 열풍을 일으켰던 체화된 인지(embodied cognition) 분야의 거장급 연구자들이 데이터 조작 시비에 휘말렸고 일부 연구는 똑같은 실험을 재현하는 데 실패하는 등 여러 문제가 제기되면서 관련 연구가 위축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의사결정 및 행동 과정을 이해하는 데 무의식 영역은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분야입니다. fMRI 등 첨단 장비의 발전과 더불어 무의식에 대한 이해도 한층 더 깊어지고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한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잠재의식 속에서 더 큰 가치를 가진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습니다.

DBR은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로 무의식 마케팅을 조명했습니다. 무의식 분야의 괄목할 만한 연구 성과를 정리했고, 이런 지식들을 활용해 마케팅 성과를 높인 다양한 사례도 함께 제시했습니다. 스낵 브랜드 ‘치토스’가 오렌지색 양념이 손에 묻으면 고객들이 싫어할 것이란 통념과 달리 강렬한 뇌 반응을 유발한다는 점을 파악한 후 색깔을 전면에 내세워 마케팅에 성공한 사례가 무의식 단서를 활용해 성과를 높인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이번 스페셜 리포트를 토대로 논리적 인지적 추론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대안으로 무의식 마케팅을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march@donga.com
  • 김남국 김남국 |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장
    -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편집장
    -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정치부 IT부 국제부 증권부 기자
    - 한경가치혁신연구소 선임연구원
    mar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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