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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ase Study: 신한카드 ‘超개인화’ 마케팅 프로젝트

2만5000개 소비패턴 분석해서 혜택 제안
필요할 때 귀신같이 알려주는 ‘똑똑 카드’

주재우,조진서 | 272호 (2019년 5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신한카드는 고객 개개인의 취향과 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다른 할인과 이벤트 등의 혜택을 앱으로 전달하는 초(超)개인화 프로젝트를 3년에 걸쳐 전사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하는 것처럼 빅데이터 분석과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사용해 2만5000개의 소비 패턴을 정립하고 그에 따라 고객이 딱 원하는 혜택을, 딱 원하는 타이밍, 메시지, 채널(TMC)로 자동 전달하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목표다. 이를 위해 성별, 연령, 요일, 날씨 등에 따라 할인 혜택을 전하는 마케팅 메시지가 달라지는 행동경제학 실험을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규모로 실시했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양성식(경희대 경제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같은 동네에 사는 두 명의 직장인이 있다. 이들은 승용차를 소유하고 있다. 그래서 주유 할인 혜택이 있는 신용카드를 발급받았다. 신용카드 회사는 이들에게 기본 주유비 할인 혜택을 주고 추가로 매월 신용카드 고지서나 모바일 앱을 통해 S주유소 체인의 주유 1회 5000원 할인 쿠폰을 하나 보낸다.

이것이 과거 신용카드사들이 카드 혜택을 주던 방식이다. ‘40대 남성 자가용 운전자’ ‘30대 전문직 여성’ ‘20대 대학생’과 같은 식으로 연령과 성별 등에 따라 고객을 세그먼트로 나누고 같은 세그먼트에 속한 사람 수만∼수십만 명에게 같은 시점에 같은 혜택을 제공한다. 수십만 명을 대표하는 한 명의 가상 고객을 설정해놓고 그에 맞게 카드 혜택을 설계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두 명의 직장인 중 김 씨는 매주 1회 주유하고, 박 씨는 매월 1회 주유한다고 가정해보자. 만일 신용카드사가 매주 S주유소 할인 쿠폰을 보내준다면 김 씨에게는 좋지만 박 씨에게는 스팸 같은 과다 정보가 된다. 혹은 김 씨는 집 앞에 있는 G주유소의 단골일 수도 있다. 할인쿠폰을 받으면 S주유소에 가지만 쿠폰이 없을 때는 G주유소만 가는 사람이라면 신용카드사와 S주유소 입장에서는 쿠폰 발행이 손해다.

결국 신용카드사가 고객에게 주는 혜택은 그 효과가 천차만별이다. 이는 모두 마케팅 비용이다. 그래서 매년 수천억 원의 마케팅 비용을 쓰는 대형 신용카드사들은 고객의 결제 기록과 각종 데이터를 분석해 개인 맞춤화(personalized)된 혜택을 제공하려고 노력한다. 비용은 줄이고 마케팅 효과는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카드 혜택 개인화에 가장 앞서나가는 곳은 업계 1위 사업자인 신한카드다. 1 신한카드는 2013년 빅데이터센터를 출범했고 2018년 1월에는 빅데이터사업본부로 확장했다. 또 임영진 사장이 2년째 신년사에서 ‘초개인화’라는 키워드를 강조할 만큼 데이터 분석과 활용을 통한 마케팅 효율화에 전사적으로 힘을 쏟아왔다. 카드 업계 최대 규모인 빅데이터사업본부에는 6개 셀에 직원 70여 명이 근무 중이며 실리콘밸리 기업들을 벤치마크해 기획과 연구조직을 셀(cell) 단위로 운영하고 애자일(agile) 업무를 권장하는 등 조직문화와 인사 차원에서의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초개인화 프로젝트가 시작된 지 2년째에 접어든 2019년 4월 말 현재, 신한카드의 초개인화 서비스는 어느 수준까지 왔을까. DBR이 방문해 담당자들을 인터뷰했다. 이 회사는 머신러닝 기법을 도입해 고객들의 인구학적 특성과 결제 이력을 분석한다. 기존의 마케터들이 알아낼 수 없었던, 개인 단위의 자잘한 마케팅 인사이트를 추출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 날씨나 요일 같은 외부적 변수와 구매 맥락까지 고려해서 각종 쿠폰에 반영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여기에 더해 ‘너지(nudge)’로 유명해진 행동경제학적 기법을 동원해 마케팅 메시지를 개인화하는 것도 추진 중이다. 고객 특성과 상황, 맥락 등에 따라 가장 효율적으로 세팅된 다른 메시지를 전달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똑같은 커피 2000원 할인 쿠폰을 가지고도 누군가에게는 ‘오늘은 커피 한잔 어떠세요’라고 부드럽게 말하고, 누군가에게는 ‘이 쿠폰 오늘 안 쓰면 손해입니다’라고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하는 것이 각각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신한카드는 이런 마케팅 도구를 자사만 사용하는 게 아니라 280만여 가맹점과 제휴사들도 쉽고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오픈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우리들끼리 하는 얘기로, 넷플릭스를 가지고 아마존처럼 만들자는 게 신한카드의 초개인화 프로젝트라고 한다.” 빅데이터와 머신러닝을 담당하는 천석진 BD 1셀장의 말이다. 개인화의 끝판왕이라 불리는 넷플릭스처럼 고객 각자의 특성과 그때그때의 상황과 맥락을 고려하고 궁극적으로는 고객의 니즈를 예측까지 할 수 있는 초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다. 그리고 가맹점과 제휴사, 고객들까지도 함께 참여해 서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더 큰 가치를 창출하는 플랫폼의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 두 번째 목표다. (그림 1)



신한카드 빅데이터사업본부를 이끄는 김효정 상무는 2020년까지 초개인화 서비스를 본궤도에 올려놓고 신한카드 전반에 초개인화의 철학이 적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1년 넘는 준비과정을 거쳐 2018년 10월 ‘신한페이판’ 앱을 론칭했고 초개인화 기능을 여기에 단계별로 적용해 나가고 있다.

국내 최다 2200만 명의 신용카드 고객과 280만 가맹점이 사용할 초개인화 플랫폼은 2018년 말 문을 열었고 2019년 내내 ‘애자일’하게 단계적으로 업그레이드될 계획이다. 가입자 확보나 수익으로 얼마나 이어질지 그 성공 여부는 최소한 몇 년이 지나야 판단이 가능하겠지만 현시점에서 신한카드가 하고 있는 노력을 DBR 독자들에게 소개해 한국 기업과 공공기관들의 데이터 경영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자 한다. 특히 여러 시도 중에서도 필자 중 한 명인 주재우 국민대 교수가 직접 참여해 진행한 ‘행동경제학 기반의 개인화 마케팅’ 실험 사례를 자세히 들여다본다.


초개인화 마케팅의 전개

1. 데이터 축적
기존의 신용카드 마케팅과 신한카드가 진화시키고 있는 초개인화 마케팅의 가장 근본적인 차이는 고객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과거에는 ‘고객들이 가장 좋아할 서비스가 무엇일까? 우리 서비스를 어떻게 하면 최대한 많은 고객이 최대한 많이 사용하게 할까?’의 관점으로 접근했다면 이제는 ‘고객 A가 지금 원하는 혜택은 무엇일까? 고객 B가 지금 필요로 하는 서비스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는 게 천 셀장의 말이다.

“개인화라는 이야기는 예전부터 많은 기업이 해왔기 때문에 개인화를 하다 하다가 이제 할 게 없으니까 요즘 유행하는 ‘초’라는 접두어를 붙여서 말장난하냐고 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완전히 다르다. 과거에도 마케팅을 할 때 고객을 생각한다고는 하지만 실제적으로는 기업 입장에서, 공급자 마인드로 하게 된다. 그런데 초개인화에서는 고객 관점에서, 고객이 원하는 혜택이 뭐고, 어느 시점에 뭘 해야 하는지를 알고 분석해서 그에 맞춰야 한다. 그걸 하기 위해서는 고객 하나하나에 집중해서 깊게 들여다봐야 한다.”

예를 들어보자. 카드사에는 매일 수천만 건의 결제 정보가 쏟아져 들어온다. 고객별로 쌓이는 데이터도 있다. 가맹점별로 쌓이는 데이터도 있다. 말 그대로 빅데이터다. 과거의 방식으로 하면 ‘고객 A는 지난달 주유소에서 15만 원을 썼고, 음식점에서 30만 원을 썼고, 대형마트에서 55만 원을 썼다’는 식의 데이터를 가지고 ‘A는 대형마트에서 많은 돈을 쓰는 고객 그룹에 속하니 대형마트 관련 할인 혜택을 많이 주자’는 식으로 접근했다. 2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요즈음은 스마트폰 앱을 통해서 위치 기반 추천을 해주기도 한다. ‘A가 ㄱ이라는 음식점에서 결제를 했으니 이제는 그 근처에서 커피를 마실 가능성이 높다. 인근에 있는 카페의 음료 할인 쿠폰을 추천해주자’는 식이다. 삼성카드 앱의 ‘링크’ 서비스 등 몇몇 카드사에서도 도입하고 있는 기능이다.

그런데 2018년부터 시작한 신한카드의 초개인화 마케팅 프로젝트는 데이터를 쌓는 방식부터 다르다. 개인을 어떤 카테고리에 포함시키려는 노력을 하는 대신 개개인의 행동 맥락을 알고리즘이 파악하게 하는 데 중점을 둔다. 넷플릭스의 개인화 프로세스와 비슷하다. (DBR Mini Box ‘넷플릭스의 개인화 화면’ 참고.) 즉, A라는 사람이 어디에 거주하는지, 어디에서 일을 하는지, 평일과 주말의 생활 패턴은 어떻게 다른지,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등을 기계에 학습시키는 것이다. 집은 여의도이고, 직장은 을지로이며, 주말에는 이마트를 가고, 취학연령의 자녀가 있는 사람이라는 식의 인사이트를 알고리즘이 알아낼 수 있게 한다. 물론 2200만 고객 하나하나의 생활패턴을 직원이 들여다본다는 것은 기술적으로나 법적으로나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런 과정은 관련법에 따라 철저히 관리되고 알고리즘으로 자동 수행된다. (그림 2)



이때 알고리즘은 다음과 같이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한다.
● 고객 정보: 성별/연령대, 카드 사용 패턴, 위치 등
● 결제 정보: 품목, 금액, 빈도 등
● 가맹점 정보: 위치, 지역의 특성, 상권의 특성, 가맹점의 특성 등
● 가맹점/제휴사가 입력하는 정보
● 혜택에 대한 반응, 성과



사실 이런 데이터 대부분은 기존에도 갖고 있던 것들이다. 그러나 구슬도 꿰어야 보배. 날것의 데이터베이스를 초개인화 서비스의 성격에 맞게 정리하고, 다듬고, 가공하는 데 전 임직원의 도움을 받았는데도 1년이 걸렸다는 게 천 셀장의 설명이다. 앞으로도 꾸준히 사람의 손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DBR mini box I: 넷플릭스의 개인화 화면


영화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는 초창기부터 영화 추천 알고리즘에 많은 투자를 해 왔다. 이미
2009년에 100만 달러의 상금을 걸고 알고리즘 공모전을 열기도 했다.

넷플릭스가 사용자에게 영화를 추천해 주는 프로세스는 크게 다음의 두 가지 단계로 이뤄진다.


1. 태깅(tagging)

새 영화가 나오면 어떤 내용인지 꼬리표를 붙여두는 작업이다. 이 일은 주로 사람이 한다. 영화 ‘국제시장’을 보고 배경이 언제인지, 주제가 무엇인지, 희극인지 비극인지 희비극인지 등을 판단해서 분류하는 일은 아직까지는 컴퓨터보다 인간이 더 정확하게 수행할 수 있다. 넷플릭스는 하루 종일 콘텐츠를 시청하고 태깅하는 직원들을 ‘편집 애널리스트(editorial analyst)’라 부른다. 채용 사이트에서는 이 포지션의 지원자격을 ‘영화와 TV쇼를 사랑하는 사람’ ‘여러 영화와 TV 장르의 뉘앙스를 구분할 수 있는 능력’ 등으로 적어놓고 있다.

하나의 영화는 태그 여러 개를 가질 수 있다. 태그가 총 몇 가지인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한 인터넷 미디어(finder.com)는 현재까지 2만7002개의 넷플릭스 분류 코드를 발견해 정리했다. (신한카드 천 셀장은 약 4만 개로 추측한다.) 태그는 아래와 같이 상세하게 설명된다.


● 소설이 원작인 법정 드라마 (코드번호 4657)
● 브루스 윌리스 주연의 액션 모험 영화 (코드번호 9173)
● 왕실에 관한 영국 영화 (코드번호 15030)
● 감성을 자극하는 아버지-아들 관계 영화 (코드번호 19806)
● 강한 여성이 주도하는 코미디 (코드번호 23465)
● 평론가의 호평을 받은 암울한 로맨틱 드라마 장르의 영화 (코드번호 36504)

이런 태깅은 누구나 볼 수 있다. (https://www.netflix.com/browse/genre/코드번호)



2. 매칭(matching)

넷플릭스는 태그된 영화를 사용자의 취향과 특성에 맞게 자동으로 추천해준다. 심지어 영화의 섬네일(표지 그림)과 트레일러(예고편 영상)마저 달라진다. 디자이너가 수십 종류의 이미지를 만들어두면 그중 하나를 알고리즘이 선택해 사용자에게 보여준다. 선택될 확률을 최대로 높이기 위해서다.

영화 ‘굿윌헌팅’의 예를 들자. 과거에 로맨틱 영화를 많이 본 시청자에게는 굿윌헌팅의 남녀 주인공이 다정하게 머리를 맞대고 속삭이는 장면이 섬네일 이미지로 뜰 수 있다. 과거에 코미디 영화를 많이 본 시청자에게는 굿윌헌팅에 조연으로 등장하는 코미디언 로빈 윌리엄스가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서 있는 장면이 섬네일 이미지로 뜰 수 있다. 또 영화 ‘펄프 픽션’의 경우, 두 주연 배우 중 우마 서먼이 출연한 영화를 많이 본 시청자에게는 우마 서먼의 이미지가 섬네일로 뜨고, 존 트라볼타가 나오는 영화를 많이 본 시청자에게는 존 트라볼타의 이미지가 섬네일로 뜰 수 있다.



수십만 개의 영상 중 무엇을 어디에 노출할지, 수십 개의 섬네일 중 무엇을 보여줄지는 머신러닝 알고리즘이 자동으로 결정한다. 심지어 같은 사람이 같은 영화를 본다 하더라도 시간과 상황과 맥락에 따라 보여지는 섬네일이 다르다. 또 새로운 추천 알고리즘이 만들어질 때는 A/B테스트를 통해서 기존의 알고리즘과 효율성을 비교하는데 이 테스트도 인간이 계획을 짜서 시행하는 게 아니다. ‘contextual bandit’이라고 하는 일종의 머신러닝 과정을 통해 자동 진행된다. 넷플릭스는 인간 직원이 A/B테스트를 진행하고 결과를 확인할 시간마저도 아깝다는 것이다.

그럼 넷플릭스가 개인화 추천에 사용하는 제품/사용자 특성(attributes)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이 회사의 공식 블로그는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예로 들고 있다.


● 과거에 시청한 콘텐츠와 선호도(‘좋아요’ ‘싫어요’)
● 본인과 유사한 선호도를 보인 다른 회원의 추천
● 하루 중 시청 시간대와 시청 시간(duration)
● 사용하는 디바이스
● 단, 연령/성별/인종 등 미국에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인구학적 정보는 수집하거나 사용하지 않는다.

데이터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변수들도 추천 알고리즘에 사용될 것이라 추측한다

● 언제 플레이/정지/앞으로 감기/뒤로 감기 버튼을 누르는지
● 1주일/1개월 중 어느 날에 어떤 콘텐츠를 보는지
● 지역
● 리스트를 스크롤하는 행태 등




2. 데이터 분석과 혜택 제공

요즈음은 많은 신용카드 사용자가 해당 카드의 스마트폰 앱도 함께 사용한다. 앱을 통해 사용 금액과 결제 예정 금액을 확인하기도 하고 각종 할인쿠폰과 이벤트 정보를 받는다. 앱에서 바코드 결제를 하기도 한다. 신한카드의 앱 ‘신한페이판’은 가입자 수 1000만 명을 훌쩍 넘겼고 그 자체가 강력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자 마케팅 채널이다. 그러나 받는 사람의 사정이나 기분을 고려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일방적으로 회사 측이 원하는 정보를 전달할 수는 없다. 오히려 고객을 이탈시키는 요인이 된다. 흔히 얘기하는 ‘TMI(too much information)’가 되지 않도록 TMC(타이밍, 메시지, 채널)가 적절히 매치돼야 한다. 이를 위해 앞서 언급한 데이터 분석이 활용된다.

우선 신한카드는 고객의 소비 패턴을 분류한다. 이 패턴은 인간 마케터가 정의할 수도 있고, 컴퓨터 알고리즘이 자동 생성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얼마 전 서울에서 의정부로 이사를 왔고 자녀교육에 관심이 많은 40대 남성’라는 패턴이 알고리즘에 의해 생성될 수 있다. 구매와 결제 패턴을 분석해 알고리즘이 찾아낼 수 있는 정보다. 그런 고객에게는 의정부 지역의 가구점과 가전제품 판매점, 보습학원 등의 정보를 집중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

천 셀장은 이 분석 시스템이 더 다듬어지면 ‘이 지역으로 이사를 막 온 사람’뿐 아니라 ‘이 지역으로 이사를 올 것 같은 사람’까지도 알아낼 수 있지 않을까 희망하고 있다. 그런 사람에게는 포장이사 업체와 입주 청소 업체 등을 망라한 ‘이사 패키지’ 혜택을 미리 보내줄 수 있다. 물론 누가 어디로 이사를 올지와 같은 예측은 인간의 직관으로는 하기 어렵고 블랙박스 같은 알고리즘에 맡겨야 한다. 목표는 이렇게 해서 연말까지 2만5000개의 고객 패턴 3 을 확보하는 것이다.



고객의 니즈와 소비 맥락이 분석돼 수천, 수만 개의 패턴으로 정리되면 실시간으로 그에 어울리는 각종 혜택이 매칭돼 해당 고객에게 전달된다. 혜택은 주로 할인 쿠폰, 보너스, 이벤트 등이다. 신한카드 본사뿐 아니라 각 가맹점과 제휴사마다 자기 나름대로의 할인 쿠폰 등을 올리고 그 대상자와 발행 조건을 미리 정해둘 수 있으므로 전체 혜택의 가짓수는 수만 이상이 될 수 있고 끊임없이 변한다. 혜택을 전달할 수 있는 채널도 다양하며, 어떤 채널을 택하는 것이 효율적인지도 초개인화 서비스에 포함된다. (표 2)



이렇게 고객에게 전달된 오퍼(offer)가 얼마나 잘 받아들여지는지, 즉 (a) 얼마나 많은 사용자에게 쿠폰이 노출되고 (b) 그중 몇 명이 쿠폰을 다운로드하고 (c) 그중 몇 명이 매장에서 실제로 결제에 사용하는지 등의 데이터도 실시간으로 시스템에 전달돼 분석에 사용된다.

이런 로직을 확장해 아예 카드 상품 자체가 고객에 따라 개인화되는 ‘DIY 카드’도 올해 중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고객들은 자신의 소비패턴을 잘 모른다. 내가 갖고 있는 카드의 혜택이 무엇인지 일일이 챙기지 않더라도 시스템에서 자동으로 ‘이런 혜택을 써보면 어떻겠냐’고 안내해주려고 한다. 물론 안내 메시지를 마구 보내면 고객에게 귀찮은 것이 되니까 그런 상황이 꼭 필요할 때만 안내를 한다.” 천 셀장의 말이다.

궁극적으로 초개인화 프로젝트의 목표 달성은 얼마나 많은 고객과 가맹점을 이 초개인화 생태계 안에 끌어들이는지에 달려 있다. 고객의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서 고객이 더 많이 앱을 통해 신한카드와 커뮤니케이션하면 할수록 분석과 예측의 정확성도 올라간다. 또 더 많은 가맹점이 ‘마이숍’ 플랫폼에 직접 마케팅 이벤트와 할인 쿠폰 등을 올릴수록 신한카드와 앱이 고객에게 주는 매력이 강해진다. 이를 위해 중소 가맹점주들을 위한 초개인화 프로젝트도 함께 진행 중이다. 천 셀장은 “고객과 가맹점, 제휴사 등 모든 생태계 참여자가 실제로 원하는 것, 실제로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것이 무엇인지를 찾고 그것을 구현하는 것이 초개인화”라고 말한다.


행동경제학을 적용한 마케팅 메시지 개인화 실험

이렇게 초개인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담당자들이 문제의식을 가진 게 있었다. 빅데이터사업본부 이중재 부부장은 “시스템을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객의 입장에서는 느끼는 것은 자기에게 떨어지는 메시지이며 커뮤니케이션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고객이 초개인화를 실감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한다. 즉, TMC 중에서 T(타이밍)와 C(채널)는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으로 개선해나갈 수 있지만 M(메시지)은 근원적으로 섬세한 인간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특히 이들이 추구하는 것이 ‘초개인화’였기 때문에 메시지의 중요성이 더 컸다. 개인화가 좋은 혜택과 좋은 고객을 찾는 것이라고 한다면 초개인화는 한발 더 나아가 동일한 오퍼와 동일한 고객을 대상으로 어떤 메시지를 언제 보내는지도 중요하다. 즉, 시스템 구축도 중요하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받는 메시지의 내용과 시점이 변해야만 그 효과를 느낄 수 있다.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이 해법으로 거론됐다. 행동경제학은 풍부한 연구 결과와 다양한 성공 사례로 해외에서는 그 효과가 입증됐다. 최근 20년간 북미 마케팅 박사 과정의 절반 이상은 행동경제학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서구의 공공기관이나 기업 현장에서도 다양한 프로젝트가 수행되고 있다.

한국 대기업이나 공공기관들도 행동경제학에 관심은 많다. 『넛지』 같은 책도 많이 팔리고 노벨상 수상자를 데려와 강연을 열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로 기업 현장이나 공공 부문 현장에서 행동경제학을 대규모 프로젝트에 적용한 사례는 드물어서 신한카드팀이 참고할 만한 자료를 찾기가 어려웠다. 4



이 부부장은 행동경제학과 마케팅을 연구해온 주재우 국민대 교수(이 케이스의 공동 저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주 교수는 경희대 마케팅, 국민대 테크노디자인 경험디자인, 국민대 빅데이터 경영통계를 전공하는 다양한 석사 과정 연구원으로 구성된 융합 프로젝트팀을 구성했다.

실험은 2019년 1월, 3회에 걸쳐 약 60만 명의 신한카드 회원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런 종류의 실험으로는 한국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규모였다.

이 실험을 위해서는 빅데이터사업본부에서 다양한 직무를 맡은 사람들의 힘이 필요했다. 20년 넘게 신한카드에서 고객 분석과 데이터 한 길만 파온 김효정 빅데이터사업본부장을 비롯해 남궁설 셀장, 이중재 부부장, 천석진 셀장, 박원학 부부장, 심병필 부부장 등이 힘을 보탰다. 이들 대부분이 통계와 데이터 분석에 대해 이해가 깊었다. 빅데이터사업본부 외 타 부서의 협력도 필수적이었다. 메시지 발송을 위해서는 앱 푸시를 담당하는 영업본부 내 마케팅전략 부서의 허락을 구했다. 전사적으로 ‘초개인화’ 프로젝트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서 가능한 프로젝트였다.


1. 실험 세팅

먼저 대학 연구팀이 실험에 필요한 조건을 이해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우선 신한카드에서 보내는 오퍼(혜택) 5 의 종류와 채널이 다양했다. 면세점, 호텔, 백화점, 공항, 극장, 식당, 주차장, 카페, 생활용품 매장 등 여러 업장의 특성을 이해해야 했다. 또 고객에게 오퍼를 전달하는 채널 역시 장단문 문자메시지, 신한페이판 앱, SNS 등으로 다양했다. 논의 끝에 연구팀은 업장과 오퍼의 종류, 오퍼 채널을 다음과 같이 단일화해서 실험의 정확도를 높이기로 결정했다.

● 대상 가맹점: 국내 유명 헬스 & 뷰티(H&B) 용품 체인
● 오퍼 내용: 매장에서 1만 원 이상 결제하면 2000원 할인
● 채널: 페이판 앱의 스마트폰 푸시 메시지
● 결과 측정(반응률): 메시지를 본 사용자가 앱에 들어가 ‘쿠폰 담기’를 실행했는지 여부

SMS 문자메시지 대신 앱 푸시 메시지를 활용하기로 선택한 이유는 메시지를 받은 사용자가 ‘오퍼 담기’ 버튼을 누르는지, 즉 ‘반응률’을 쉽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또 실험의 결과값인 반응률을 실제 쿠폰 사용이 아니라 ‘쿠폰 담기’ 기준으로 정한 이유는 기존의 소비자 구매 행동을 볼 때 쿠폰 담기와 쿠폰 사용의 비율이 거의 일정하게 유지됐기 때문이었다. 즉 ‘쿠폰 담기’까지만 가면 그 고객은 혜택에 충분히 매력을 느낀 것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프로젝트가 본격 가동되며 연구팀은 행동경제학의 여러 기법을 수집한 뒤 이 실험에 적용 가능한지 여부를 검토했다. 먼저 행동경제학 연구자들의 바이블인 ‘Behavioral Economics Guide’와 ‘Nudge Database’를 기반으로 하고 최신 연구에서 밝혀진 새로운 기법을 추가해 총 108개의 기법을 수집했다. 이 중에서 중복되거나 충돌하는 기법은 제외하고, 2000년 이후 반복적으로 효과가 검증돼 연구자들에게 의미 있다고 받아들여지는 기법들만 10개 남겼다.

선택된 10개의 기법이 적용된 메시지를 제작한 뒤 연구팀은 신한카드 담당자들과 내용을 공유했다. 현업 경험이 많은 사람이 보기에는 어떤 기법이 좋은지에 대한 선호도도 알아야 했고, 규제가 빡빡한 금융업의 특성상 준법감시팀의 심의도 통과해야 했다. 이렇게 해서 최종적으로 5가지 행동경제학 기법이 선택됐다. (그림 3)



기법 1. 노력(Effort) - 노력이 들어간 과정을 알게 되면 더 호감이 간다
기법 2. 심리적 회계(Mental Accounting) - 수입과 지출을 머릿속으로 계산한다
기법 3. 공감 격차(Empathy Gap) - 감정적일 때와 이성적일 때 결정이 다르다
기법 4. 소유 효과(Endowment Effect) - 내가 소유하면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기법 5. 사회적 규범(Social Norm) - 집단 내 군중심리에 따른다

이렇게 각 기법을 적용해 만든 메시지를 한 번 더 다듬어서 고객에게 전달할 최종 메시지 5개를 확정했다. 그리고 행동경제학 기법을 적용하지 않은 일반 할인 혜택 메시지를 통제메시지로 넣어 행동경제학 메시지 각각과의 효과를 비교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림 4)

 


2. 실험 수행

이제 세팅이 끝났다. 메시지를 쏠 차례다.

신한카드 마케팅전략 부서는 매회 약 20만 명의 페이판 앱 사용자에게 6가지 메시지 중 하나를 무작위로 골라서 발송했다. 메시지당 약 3만3000명이 배정된 셈이다. 발송일은 2019년 1월11일(금), 1월15일(화), 1월17일(목)이었다. 굳이 3일에 걸쳐 같은 시험을 수행한 이유는 요일 효과와 날씨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서였다. 먼저 주말(금요일)에 보낸 메시지와 평일(화/목요일)에 보낸 메시지의 효과를 비교했다. 또 날씨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서 미세먼지가 심했던 화요일(미세먼지=133, 초미세먼지=89)과 대기가 맑았던 목요일(미세먼지=50, 초미세먼지=25)을 비교했다.

종합하자면, 이 실험은 무작위로 선발된 59만2589명의 신한카드 가입자를 대상으로 동일한 오퍼를 동일한 채널로 보내되 조건을 18가지(6가지 메시지 × 3가지 타이밍)로 달리 만들어 메시지를 보냄으로써 행동경제학을 적용한 커뮤니케이션이 효과가 있는지를 검증한 것이다.


3. 실험 결과에서 얻은 인사이트

일반적으로 이런 실험은 기존의 연구 결과에 기반해 가설을 만들고 이를 검증하는 절차를 거친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참고할 수 있는 기존 사례나 이론이 부족했기에 대강의 방향성을 가진 가설을 바탕으로 실험이 진행됐다. 결과를 해석하는 데 있어서도 많은 고민이 필요했다. 노력 끝에, 사전에 예상하지 못했던 흥미로운 인사이트를 여럿 발견할 수 있었다. 아래와 같다.


가장 효과적인 행동경제학 메시지 기법은 ‘노력’
[그림 4]에서 보듯 5가지 행동경제학 기법은 모두 통제 조건보다 반응률이 높았다. 그중에서도 1번 ‘노력’ 기법을 적용한 메시지가 가장 효과적이었다 (+7.23%). 2∼5번의 기법이 역사도 오래되고 서구에서 진행된 연구나 프로젝트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행동경제학의 대표 기법이었기 때문에 1번이 가장 좋은 효과를 나타낼 것이라고는 연구팀도 예상하지 못했다. 연구팀은 이 결과로부터 서양과 동양의 생각하는 방식이 다름으로 “한국형 행동경제학이 존재한다”는 결론을 냈다. 즉 북미 사람들은 최종 결과물을 중시하는 데 비해 한국 사람들은 중간 과정을 중시하고, 그래서 광고 메시지에 있어서도 고객이 얻는 보상을 강조하는 것보다 기업이 열심히 노력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해석했다.


행동경제학 기법은 주말에, 날씨가 나쁜 날에 효과가 높음
그런데 기법은 요일과 날씨에 따라서 효과가 꽤 달랐다. (그림 5)



요일별 차이를 보자. 주중에는 효과가 미미하거나 역효과가 났으나 금요일(주말)에는 모든 기법이 긍정적인 효과를 보였다. 특히 노력/심리적 회계/공감 격차 기법을 적용한 메시지들이 기본 메시지 대비 10% 이상 반응률이 높았다. 사회적 규범 기법을 적용한 메시지도 8% 이상 반응률이 증가했다. 날씨에 관해서는, 날씨가 맑은(대기질이 좋은) 날에는 이 메시지들이 모두 역효과가 났다. 특히 공감 격차 기법과 사회적 규범 기법을 적용한 메시지는 10% 이상 반응률이 감소했다. 반면 대기질이 나빴던 날에는 모든 기법이 긍정적인 효과를 보였다.

요일과 날씨에 따라서 행동경제학의 효과가 다르다는 결과를 해석할 때에도 한국적 특성을 고려해야 함을 알 수 있었다. 한국인은 일상에서 합리적으로 생각하면서 바쁘게 살아가는 편이다. 그래서 평상시에는 행동경제학이 전반적으로 효과가 없다. 하지만 일상에서 벗어나는 특수 상황에서는 행동경제학이 효과를 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감정적 혹은 쾌락적으로 생각할 여유가 생기는 주말과 금요일, 또 미세먼지 때문에 생기는 부정적 정서를 (쇼핑 등으로) 환기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는 경우 등이다. 즉, 한국에서는 일상을 벗어나는 상황이 생겨야만 비합리성이 관여하는 행동경제학이 효과가 있음이 이 실험에서 확인됐다.


4050 남성이 가장 강하게 반응



[그림 6]에서 보듯 성별과 연령에 따라서도 효과가 달랐다. 연구팀은 5가지 행동경제학 기법의 효과를 성별(남성/여성)과 연령(2030/4050)을 고려해 총 4개의 그룹별로 비교했다. 그 결과, 4050 세대의 남성이 가장 격한 반응을 보였다. 이 그룹은 어떤 행동경제학 메시지를 써도 표준 메시지를 썼을 때보다 20% 이상 반응률이 크게 증가했다. 특히 심리적 회계 기법과 공감 격차 기법이 적용된 메시지는 반응률이 75% 이상 증가했다. 이런 감성적인 반응에 대해 “남자가 40∼50대가 되면 마음이 약해진다”고 이중재 부부장은 농담처럼 말한다.

아저씨 세대와는 대조적으로 2030 세대에서는 행동경제학적 기법이 별 효과를 내지 못하고 심지어 역효과도 냈다. 특히 4050 세대 남성이 가장 뜨겁게 반응한 두 가지 기법들은 2030 세대에게 가장 큰 역효과를 냈다. 통념과 반대되는 결과였다.

연구팀은 이 결과를 두고 행동경제학을 비즈니스에 적용할 때에는 평소 업종별, 연령별, 성별로 마케팅 활동에 노출되는 정도를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인사이트를 얻었다. 이 실험이 진행된 헬스 & 뷰티(H&B) 용품 산업에서는 2030세대와 여성의 구매액과 구매 빈도가 압도적으로 높다. 따라서 기업의 마케팅 활동도 이들에게 집중된다. 평소에도 다양한 마케팅 활동에 노출돼 있는 젊은 층에게는 행동경제학 기법이 적용된 메시지가 식상하게 느껴졌을 것으로 연구팀은 판단했다. 이와 반대로, 평소에 H&B 업종에 관한 마케팅 오퍼를 받는 경우가 드문 4050 세대의 남성에게는 행동경제학 기법을 쓴 재치 있는 메시지가 참신하고, 심지어 고마운 느낌으로 다가갔을 것으로 봤다. 즉, 행동경제학 기법이 그 산업에서 ‘잊힌 고객’을 발견하는 효과가 있음을 보여준 것이었다. 이는 신한카드 담당자들에게는 기계적으로 진행되는 마케팅 활동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이렇게 3회, 약 60만 명에게 보낸 할인 메시지 테스트를 통해 신한카드 초개인화 담당자들은 값진 인사이트를 얻었다. 물론 이 실험에는 한계도 있었다. 한 번의 실험으로는 같은 결과가 다른 산업과 품목과 업체에도 적용될 수 있는지 확신할 수가 없고, 60만 명이라는 샘플의 숫자가 충분치 않아 지역별 반응률을 비교하지도 않았다. 해본다 한들 크게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봤다. 또 ‘2000원 할인’이 아니라 ‘20% 할인’ ‘사은품 증정’ 등 오퍼의 종류를 달리하거나 평균 기온, 강수량, 자외선 지수 등의 날씨 요소, 또 메시지가 발송되는 시간 등의 변수가 미치는 영향도 추후에 추가 실험을 통해 알아볼 수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제안했다.

즉, 카드 고객에게 초개인화 서비스를 할 때는 혜택 오퍼를 초개인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메시지를 보낼 때도 세밀하게 메시지 내용, 세대, 연령, 날짜, 날씨 등을 고려한 초개인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시켜준 실험이었다.

“흐름이 바뀌고 있는 것 같다.” 주재우 교수와 함께 실험을 주도한 신한카드 이중재 부부장의 말이다. “예전에는 기업이 고객에게 혜택을 쫙 뿌리고 알아서 쓰라는 식이었다면 이제는 점점 고객 각자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소비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 사람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을까 고민해야 한다. 고민의 폭이 넓어져야 한다. 그래야 차별점을 발견할 수 있다. 누가 이런 요일, 이런 날씨를 좋아하는지 알아내면 그에 맞는 메시지가 나가야 한다. 이런 것들을 시스템화하는 것이 초개인화다.”

DBR mini box II: 행동경제학을 적용하려는 기업 실무자에게 제언

신한카드의 행동경제학 기법 실험은 기업 현장에서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이슈를 검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일반적으로 학계의 연구자들은 어떤 행동경제학 이론과 기법이 작동하는 상황을 파헤치거나 하나의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를 찾아내는 데 관심이 많다. 이에 반해 기업 현장에서 일하는 실무자들은 ‘그래서 무슨 방법을 언제 누구에게 어떻게 쓰라는 것인가’에 관심이 있다. i

신한카드의 앱 푸시 메시지 실험은 행동경제학이라는 실무 친화적인 학문이 국내의 기업 혹은 공공 부문 현장에 대규모로 적용된 선구적인 시도라 할 수 있다.

행동경제학을 현업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단계별 접근이 필요하다.

먼저 혼자 학습하기 위한 책으로는 댄 에리얼리의 『상식 밖의 경제학』, 리차드 테일러의 『넛지』, 대니얼 카너먼의 『생각에 관한 생각』 등을 추천한다. 온라인 수업은 edX(www.edx.org)에서 딜립 소먼(Dilip Soman)이 진행하는 ‘Behavioural Economics in Action’을 수강할 수도 있고, 여러 기법을 빠르게 이해하기 위해서 ‘Behavioral Economics Guide’와 ‘Nudge Database’와 같은 온라인 파일을 읽을 수도 있다. 해외 사례가 궁금하다면 비허브(www.bhub.org)를 추천한다.

그런 다음, 단기적인 행동경제학 파일럿 팀을 구성하는 것을 추천한다. 토론토대 로트만경영대학원의 학내 연구소인 BEAR (Behavioral Economics in Action at Rotman)가 쓰는 방법을 벤치마킹해보자. 이 파일럿 팀은 서로 다른 업무를 담당하는 2명으로 구성하되 한 명은 문제 해결사인 행동경제학을 담당해 현재 실무와 학계에서 밝혀진 다양한 행동경제학 기법을 수집하고 각 기법의 효과와 한계점을 학습한다. 다른 한 명은 행동경제학 기법을 통해서 해결이 가능한 사내의 이슈를 수집한 뒤 실험 설계, 데이터 분석, 결과 보고를 담당한다. 이 2인1조 파일럿 팀은 월 1회 현장 실험을 수행하고 사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최적화된 행동경제학 기법을 공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단기적인 행동경제학 파일럿 팀을 구성해 실무에 도움이 되는 흥미로운 결과를 만들어냈다면, 장기적으로는 Beworks나 뉴욕의 idea42와 같은 미국의 컨설팅 에이전시를 벤치마킹해 4명으로 구성된 행동경제학에 최적화된 전문 팀을 구성할 수 있다. 예를 들어, 4인은 (1) 이론과 기법을 담당하는 행동경제학자 (2) 문제 발견과 실험 수행을 담당하는 프로젝트 매니저 (3) 데이터 수집과 분석 결과를 담당하는 데이터 공학자 (4) 이론-실험-결과를 하나의 패키지로 만들어내서 사내에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고 사외에 새로운 지식을 전파하는 대표자로 구성할 수 있다.



참고문헌
1. Baca-Motes, K., Brown, A., Gneezy, A., Keenan, E. A., & Nelson, L. D. (2012). Commitment and Behavior Change: Evidence from the Field.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39(5), 1070-1084.
2. Benartzi, S., Beshears, J., Milkman, K. L., Sunstein, C. R., Thaler, R. H., Shankar, M., … Galing, S. (2017). Should Governments Invest More in Nudging? Psychological Science, 28(8), 1-15.
3. Müller-Stewens, J., Schlager, T., Häubl, G., & Herrmann, A. (2017). Gamified Information Presentation and Consumer Adoption of Product Innovations. Journal of Marketing, 81(2), 8-24.
4. Putnam-Farr, E., & Riis, J. (2016). “Yes/No/Not Right Now”: Yes/No Response Formats Can Increase Response Rates Even in Non-Forced-Choice Settings. Journal of Marketing Research, 53(3), 424-432.


필자소개 주재우 국민대 경영학과/테크노디자인대학원 교수 designmarketinglab@gmail.com
주재우 교수는 서울대에서 인문학 학사와 경영학 석사를 받았고 토론토대에서 마케팅 박사 학위를 받았다. 디자인싱킹, 신제품 개발, 행동경제학을 연구하며, 디자인마케팅랩을 운영하고 있다.


조진서 기자 cjs@donga.com
  • 주재우 주재우 |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

    필자는 서울대에서 인문학 학사와 경영학 석사를 받았고 토론토대에서 마케팅 박사 학위를 받았다. 신제품 개발과 신제품 수용을 위해 디자인싱킹과 행동경제학을 연구하며 디자인마케팅랩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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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진서 조진서 | 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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