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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5전략’ 신시장을 개척한다!

이동훈 | 16호 (2008년 9월 Issue 1)
835전략이란 무엇인가
신성장 동력 발굴은 모든 기업의 관심사다.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새로운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다.
 
최근 두 번째 전략, 즉 새로운 시장 공략을 위한 방편으로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을 일컫는 브릭스(BRICS)와 베트남·인도네시아·남아프리카공화국·터키를 아우르는 비스트(VIST)가 떠오르고 있다. 이 8개 국가들은 최근 상품과 금융 등 모든 부문에서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브릭스와 비스트를 새로운 시장으로 공략하려는 기업은 먼저 이들 국가의 소비 패턴을 알아야 하고, 이에 맞는 마케팅 전략을 세워야 한다. 이들 8개 국가가 가진 공통 소비 패턴 세 가지와 마케팅 전략 다섯 가지를 알아보자. 이것이 바로 신시장을 개척하는 835전략이다.
 
8개국 중산층의 공통점… 서구브랜드 선호,  가치중심형 소비, 현재지향적 소비
2006년 기준으로 브릭스와 비스트 8개국 국내총생산(GDP)의 합계는 전 세계 GDP의 30%에 육박하고 있다. GDP 성장 속도 자체는 더욱 놀랍다. 8개국의 지난 10년 간 GDP 성장률을 보면 중국 11.3%, 인도 8.5%, 베트남 9.2%로 거의 두 자릿수에 가깝다. 민간 소비 증가세도 가파르다. 중국이 9.2%였고 인도·러시아·터키·베트남도 각각 7% 이상의 민간 소비 증가세를 나타냈다.

경제가 급성장하고 소비 심리가 확산되면서 중산층 인구도 자연스레 늘어나고 있다. 중산층을 연간 가처분소득 5000달러 이상, 생필품 위주가 아닌 최소한의 사치품을 구입하는 소비 계층으로 정의해 보자. 2005년 기준 이들 8개국의 중산층은 8700만 가구에 이른다. 오는 2015년에는 1억 7000만 가구로 증가할 전망이다.
 
곧 1억 가구에 육박할 것으로 보이는 8개국 중산층의 공통적인 소비 특징은 무엇일까.
 
첫째, 서구 브랜드를 선호한다. 이들 대부분이 대도시에 거주하는 고소득·고학력의 젊은 세대다. 구매력 자체는 아직 미흡한 면도 있지만 8개국의 핵심 소비층은 자신의 신분을 과시하고 개성을 표출하기 위해 서구 중저가 브랜드를 선호한다.
 
둘째, 가치 중심의 선택형 소비를 한다. 그동안 낙후됐던 8개국의 유통 인프라가 개선되면서 중산층의 소비 패턴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 그동안은 의식주와 관련한 생계형 소비 비중이 컸지만 레저·여행·교육과 같은 여가, 미래가치를 중시하는 가치 중심의 선택형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
 
셋째, 현재지향적 소비에 치중한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현재를 즐기자는 사고방식이 확산되면서 이들은 저축보다 소비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자국의 경제 호조에 따라 미래에 대한 낙관도도 높다. 신용카드를 비롯한 금융서비스 선진화도 신흥국 소비자의 소비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때로는 충동적인 소비 성향마저 보이고 있다.
 
8개국 중산층을 공략하는 5대 마케팅 전략
이 같은 특성을 지닌 신흥시장 소비자들을 공략하는 마케팅 전략은 무엇일까. 크게 다섯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전략은 ‘충분히 좋은(Good-enough)’ 브랜드를 개발하는 것이다. 이들 소비자는 서구 브랜드를 선호하면서 동시에 가격에 매우 민감하다. 따라서 소비자들이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느낄 수 있는 브랜드나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
 
대표적 상품인 노키아의 ‘1100’ 휴대전화는 페니(penny)란 애칭으로도 불린다. 이 휴대전화는 흑백 화면에 문자메시지와 알람 등 필수 기능만 제공하기 때문에 생산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노키아라는 세계 일류 브랜드의 제품이면서도 가격이 싸다는 것이 인기를 얻은 배경이다. 2003년에 이 제품을 출시한 노키아는 현재까지 2억 대가 넘는 페니폰을 판매했다. 이 제품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자 제품이기도 하다.
 
둘째, 국민성을 반영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국가별 사회·경제·문화 차이를 고려한 마케팅의 현지화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세계적 담배회사 필립모리스는 최근 러시아 시장에서 말보로 담배로 큰 실패를 맛봤다. 필립모리스는 미국 시장에서와 마찬가지로 말보로의 반항적 아이덴티티를 고수한 광고를 거듭 내보냈다. 그러나 오랫동안 사회주의 제도 아래에서 살아온 러시아인들은 사회체제에 반항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사회체제에 순응적인 러시아인의 특성을 간과한 광고가 시장 개척 실패를 불러온 셈이다.
 
셋째, 중산층의 부족한 구매력을 감안해 금융상품과의 연계를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브라질 최대 가전 업체이자 가구 전문 유통기업인 카사스 바히아는 제품 판매 때 시중금리보다 낮은 장기할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카사스 바히아의 2300만 회원 중 약 70%가 이 할부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다. 카사스 바히아에서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의 재구매율 역시 60%를 상회하고 있다. 카사스 바히아가 제공하는 할부 프로그램에 많은 소비자가 매력을 느끼고 있다는 증거다.
 
넷째,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공익 마케팅을 펼칠 필요가 있다. 마케팅 인프라나 브랜드 인지도가 취약한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좋은 전략이기도 하다. 글로벌 기업 유니레버가 인도에 설립한 합작회사 힌두스탄 레버는 제품의 기능보다 ‘건강이나 위생의 중요성’을 대중에게 강조했다. 당시 인도는 위생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유니레버로서는 인도 국민들의 위생 의식을 높인다는 명분도 얻고, 제품 판매도 도움을 얻은 일거양득 전략이었던 셈이다.
 
다섯째, 소비의 핵인 젊은 세대를 공략하기 위해서는 인터넷 등 뉴미디어를 통한 마케팅을 강화해야 한다. 브라질·인도·베트남·남아공의 국민 평균 연령은 30세 이하다. 인도에서는 최근 5년간 인터넷 사용자 수가 3.5배 증가했고, 이들 중 50%가 1835세다. 세계 음료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라이벌인 코카콜라와 펩시가 신흥시장에서 각각 유명 온라인 게임회사와 공동 마케팅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새로운 엘도라도로 떠오른 신흥 8개국 중산층의 세 가지 소비 패턴에 대한 조사를 바탕으로 다섯 가지 시장선점 전략을 한층 구체화한다면 기업들은 신수종 사업에 버금가는 성장의 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안정적인 선진국 시장과 달리 수시로 불안정성을 보이며, 산업별로 상당한 성장률 편차를 보이는 신흥시장의 특성 또한 감안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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