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vs. Z세대

취향-경험을 탐닉하는 파워 신인류
Z세대만의 코드를 이해하라

269호 (2019년 3월 Issu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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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 at a Glance
Z세대는 ‘나의 만족을 위한 나에게 맞는 방식의 삶’을 적극 추구하며 과정을 중시한다. 과시적인 면모가 거의 없고 더욱 미분화된 취향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밀레니얼과 구분된다. 또한 기성 전문가나 셀럽이 아닌 자신과 소통할 수 있는 인플루언서의 영향을 훨씬 크게 받는다. 그 무엇보다 ‘경험’을 중시한다.
기업의 마케터들이 이러한 Z세대에 다가서기 위해서는 첫째, Z세대가 스스로 평가하고 추천하는 ‘주인공이 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둘째, Z세대가 취향을 탐색하고 개발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주는 조력자가 돼야 한다. 셋째, ‘완전 정보 소비자’의 경지에 거의 도달한 Z세대에게 브랜드의 진심을 평가받아야 한다. 넷째, 시각적 자극을 넘어선 다양한 오감을 통해 더욱 실감 나는 경험을 팔아야 한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 연구원 신정우(고려대 경영학과 4학년), 홍지선(경희대 호텔경영학과 4학년), 양성식(경희대 경제학과 4학년), 한연규(성균관대 영어영문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Z세대 성장 차트
90년생이 왔다. 그리고 이제 Z세대가 온다.

2019년은 2000년생이 20살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2019년을 시작하며 ‘20대 트렌드 연구자’로서 가장 많이 들었고 질문받았던 예측의 키워드는 단연 ‘Z세대’다. 밀레니얼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는 얘기를 들은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이제 Z세대까지 연구해야 한다고 하니 왠지 모를 피로감이 밀려오는 듯하다. 하지만 UN 통계 기준 2019년 전 세계 인구의 32.0%가 Z세대라는 점을 감안해 볼 때 분명 Z세대가 누구인지에 대한 감을 잡아야 할 때가 된 건 확실하다. 보통 현재 10대 중반에서 20대 초반까지 연령대 그룹을 Z세대로 지칭한다. 이들이 태어났던 연도를 따져보면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 2000년대 사이로 볼 수 있다. 1990년대 후반 한국인은 외환위기와 IMF 구제금융을 경험했다. 한국의 Z세대에 대한 이해의 시작은 바로 이 지점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밀레니얼세대는 베이비부머 부모와 함께 1980∼1990년대 유년기를 보냈는데 이 시기 경제는 지속적으로 성장했다. 반면 Z세대는 X세대 부모와 함께 보낸 유년기 내내 긴축재정과 함께 성장 정체를 경험해야 했다. 우리 가족과 사회가 지속해서 풍족해 질 것이라 예상하며 미래를 예측하고 준비했던 밀레니얼세대의 성장기와 우리 가족과 사회가 지속해서 정체할 것이란 예상을 했던 세대의 성장기는 다른 가치관을 만들 수밖에 없다. 미래는 불확실하고 돈을 벌 기회 자체가 줄어들 것을 걱정했던 Z세대의 성장기는 Z세대를 그 이전 세대와 명확히 갈라놓았다는 얘기다. ‘Z세대’를 접하는 최근 기업 현장의 마케터, 학계의 연구자와 컨설턴트들이 이들 세대를 보며 막연하게나마 ‘실용성’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하나 더, 보통 성장 과정에서 다른 사람과의 소통, 사회와의 커뮤니케이션을 배우고 미디어를 소비하기 시작한 10대 중반 이후 시절을 비교해 보자. 밀레니얼세대가 10대를 보낸 시기는 1990년대 중후반, 즉 인터넷 카페/커뮤니티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인기를 얻었던 시기다. 싸이월드나 세이클럽 같은 커뮤니티가 밀레니얼이 접했던 미디어이자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이다. 밀레니얼은 그 이전 세대가 펜팔로 맺었던 관계, 혹은 PC통신 정도를 통해서 다소 폐쇄적인 네트워크 안에서 맺었던 관계를 더욱 쉽고 넓게 만들고 소통하면서 자랐다. 반면 Z세대의 10대 시절은 2000년대 후반 이후, 즉 스마트폰이 급속하게 보급되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 인터넷 미디어 소비가 급격히 팽창했던 때였다. 정보 탐색의 시간적/공간적 제약으로부터 벗어나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통해 전 세계 저명인사 및 또래들과 격 없이 소통하며 다른 문화를 경험하게 됐다. 세상을 바라보는 미디어 소비 패턴, 세상과 소통하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배우는 환경 자체의 차이 역시 두 세대가 각기 다른 특성을 갖도록 만들었다. Z세대가 새로운 정보를 탐색/학습하는 방식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방식이 좀 더 개인적이고 자유분방할 수밖에 없다. (표 1)



자, 이제 성장기의 경제 상황과 전망, 미디어 이용 및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차이가 Z세대에겐 또 다른 특징을 부여했는지 살펴볼 차례다. 세대의 특징을 더 균형감 있게, 그리고 정확하게 살펴보기 위해서는 이들과 직접 만나보고 반응을 관찰하고 소통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또 한편으로는 이들로부터 직접 획득한 데이터를 축적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그동안 Z세대를 이해하기 위한 많은 연구기관과 기업의 노력들이 전자, 즉 정성적으로 이들을 이해하는 데 치중했다는 것이다. 사실 Z세대의 다수는 아직 청소년이기 때문에 독립적인 경제 의사결정을 하는 소비자로서 접근하고 분석하기에는 여러 가지 제약이 따르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 보니 이들로부터 관련 데이터를 직접 축적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하지만 그동안 밀레니얼세대로 함께 묶어 각종 데이터로 분석해 왔던 여러 시도를 토대로 10대 후반∼20대 초반 연령그룹에서 나타나는 특징을 정량적으로 정리해볼 수는 있다. 이 글에서는 이미 우리 앞에 와 있는 Z세대가 전하는 코멘트에 귀 기울여 들어보고, 그들이 간직한 문화적 코드를 알아보고자 한다.



각종 경계를 초월한 파워 신인류의 출현
Z세대를 가장 손쉽게 만날 수 있는 곳이 어디일까? 지금 당장 유튜브에 접속해보자. Z세대가 가장 두각을 나타내며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는 아이템이자 소통 수단은 바로 동영상이다. 이미 네이버, 카카오톡, 인스타그램에서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유튜브에서 보내고 있으며 검색과 학습, 소비, 소통 등 미디어 생활과 커뮤니케이션의 대부분을 유튜브로 해결하고 있다. 이들에게 유튜브는 ‘없어지면 인생이 재미없어질 것 같은 채널 1위’이기도 하다. (그림 1) 이들은 유튜브라는 막강한 채널을 통해 인류 역사상 가장 왕성한 호기심과 본능적으로 진화된 탐색 능력을 보유한 신인류로서, 기존 밀레니얼세대가 사회화 과정에서 익힌 능력과 지위를 일찌감치 훌쩍 뛰어넘고 있다. Z세대는 현재 디지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그 경계를 허무는 데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이런 Z세대의 미디어 활용 행태를 성공적으로 공략한 기업이 있을까? 2015년 이후 밀레니얼과 Z세대를 브랜드 핵심 타깃으로 재정의한 구찌가 대표적 성공 사례다. 현재 제2의 전성기를 맞은 구찌는 100년 가까이 된 하이엔드 브랜드지만 요즘 세대, 특히 Z세대에게 가장 핫해지면서 5년 연속 매출 20% 이상의 감소 추세를 뒤집어 평균 45%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하는 반전 드라마를 썼다. (2018, 블룸버그 보도) 자유분방하고 괴짜스러운 디자인의 변화뿐 아니라 Z세대가 가장 편하게 뛰어노는 디지털 공간을 공략하기 위해 온라인 전용 상품을 출시하고,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펼치는 등 신인류의 영향력을 잘 활용했다. 그뿐만 아니라 이들의 가치관과 부합하는 브랜드 철학을 지키기 위해 모피 제품 생산과 판매의 중단, (너무 말라서) 건강하지 않은 모델 기용 중단 등 기존 하이엔드 패션업계에서 보기 힘든 파격적인 전략을 택하기도 했다. 가장 Z세대다운, 쿨하고 힙한 브랜드가 되기 위한 구찌의 변신 과정은 이들이 가진 시장에서의 파워가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할 수 있는 사례가 될 수 있겠다. (DBR minibox ‘밀레니얼부터 Z까지 사로잡은 구찌의 힘’ 참고.)



DBR minibox: 밀레니얼부터 Z까지 사로잡은 구찌의 힘


구찌는 2014년까지만 해도 5년째 매출이 매년 20%씩 줄어드는 등 큰 위기를 겪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2019년 현재, 구찌는 거의 모든 하이엔드 패션 브랜드, 올드 패션 브랜드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이미 2017년에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에 비해 각각 44.5%, 27.4% 올랐다. (2018년 10월4일 자 한경닷컴 보도)


[그림 3]을 보면 2017년 기준 18세에서 24세, 즉 현시점에서 ‘Z세대’에 해당하는 이들에서 매출증가율이 가장 높게 나타난다. 근소한 차이로 밀레니얼이 그 뒤를 쫓고 있다. 딜로이트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18년까지 구찌 총 매출의 55%는 35세 이하의 소비자로부터 나왔고, 이런 현상은 2018년에서 2019년 사이에 더욱 강화돼 총 매출의 62%를 35세 이하 소비자가 책임졌다. 하지만 이런 매출증가율이나 비중보다 의미가 더 큰 건 바로 “It’s so GUCCI”라는 젊은 세대의 표현이다. (2019년 1월31일자 매경 럭스맨 보도) 밀레니얼과 Z세대에게 이 표현은 ‘멋지다’ ‘쿨하다’ ‘힙하다’는 말과 거의 같은 의미다.



도대체 구찌는 어떻게 밀레니얼은 물론 Z세대까지 사로잡은 것일까?

1. 밀레니얼 공략
2015년 구찌 최고경영자가 된 마르코 비자리는 무명에 가까웠던 알렉산드로 미켈레를 크리에이티브디렉터(CD)로 발탁해 자신의 브랜드의 주 고객을 ‘밀레니얼’로 재규정한다. 당시에는 Z세대는 거의 10대로 아직 별도의 세대로 논의되고 있지 않았기에 사실상 2030세대를 주 타깃으로 삼았다고 볼 수 있다. 비자리 CEO는 이들 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30세 이하 직원들이 모이는 그림자위원회를 만들어 임원회의가 끝나면 임원회의에서 나왔던 주제를 그림자위원회에서 다시 토론하도록 했다. 이렇게 ‘젊은 감각’에 맞게 회사의 내·외부 정책과 전략, 마케팅 방식이 바뀌어갔다. 구찌 컬렉션에 영감을 받은 전 세계 장소를 소개해 직접 방문할 수 있도록 하는 소비자 참여형 애플리케이션인 ‘구찌 플레이스’는 그렇게 탄생했고, 2019년 2월에는 서울의 대림미술관이 이 구찌 플레이스 중 한 곳으로 선정됐다. 이 앱을 설치하면 사용자가 구찌 플레이스 중 한 곳을 지날 때 초대 알림이 뜨고, 그에 따라 해당 플레이스를 방문하면 앱을 통해 체크인하고 관련 배지를 받을 수 있다. ‘포켓몬고’ 게임과 유사한 방식인데, 이런 배지 획득을 통해 해당 장소에서만 판매하는 한정판 컬렉션도 구입할 수 있다. 밀레니얼이 특히 사랑하는 SNS인 인스타그램에 예쁘게 나올 수 있도록 매장을 밝게 꾸미고 신규 컬래버레이션 컬렉션을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개하기도 했으며, 온라인에서만 판매하는 한정판 등을 내기도 했다. 이처럼 다양한 디지털 마케팅의 대대적인 성공에 더해 ‘공정한 무역’이나 ‘사회적으로 올바른 소비’ 등에 관심이 많은 밀레니얼과 Z세대의 가치를 중시하는 ‘모피제품 생산 중단’ 선언 등도 구찌를 ‘힙’한 브랜드로 변모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러한 아이디어들 중 상당수는 그림자위원회에서 나왔다.


2. Z세대 공략
2016년이 넘어가면서 10대였던 Z세대 중 상당수가 경제 활동을 시작하는 10대 후반, 20대 초반이 되는데 이들에게도 구찌는 완전히 ‘취향 저격’ 브랜드로 다가선다. Z세대가 기본적으로 모든 걸 ‘영상’을 통해 학습하고 자신들끼리도 영상으로 소통하는 세대라는 점을 감안해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각종 비디오 콘텐츠 마케팅에 많은 투자를 한다. 17세 래퍼 릴 펌프의 ‘구찌 갱’은 빌보드차트 3위에까지 올랐고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에 다양한 동영상을 통한 마케팅을 전개한다. 2016년, ‘에이스 스니커즈’라는 신제품은 전 세계 비디오 아티스트와 협업한 디지털 프로젝트로 홍보와 광고가 이뤄졌다. 한국에서는 ‘롱보드 여신’으로 불리는 인플루언서 고효주 씨와 컬래버레이션 캠페인 영상을 제작했다. 고효주 씨가 구찌 스니커즈와 구찌 양말을 신고 롱보드를 타는 36초짜리 영상은 그 어떤 내레이션이나 설명 없이도 Z세대를 열광시킬 수 있었다. 그 밖에도 유튜브에 계속 노출한 패션 동영상들은 밀레니얼과 Z세대 모두에게 지속적으로 화제가 됐다.



이러한 모든 노력의 결과, 구찌는 완벽하게 ‘젊은 명품 브랜드’로 재탄생했고 그 성과는 [그림 4]와 같다.


고승연 기자 seanko@donga.com






Z세대만의 코드 이해하기
1. “나도 나만의 작은 숲을 찾아야겠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 중
대학 입시는 복잡해졌고 힘든 과정을 거쳐 좋은 대학을 간다고 해서 미래가 보장되는 것도 아닌 상황이 됐다. 이른바 ‘명문대’를 졸업한다고 해도 ‘괜찮은 직장’으로의 취업은 쉽지 않으며 안정적인 미래는 그리기가 어려워졌다. 이처럼 건국 이래 가장 힘든 시기를 겪어야 하는 Z세대는 비교적 쉽게 자존감을 획득할 수 있는 넓고 가벼운 ‘덕질’을 추구하며 삶에 임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 이전 세대가 추구해왔던 대단한 성공과 희열에 집착하지 않는다. 목표에 대한 결과 중심적 태도에서 벗어나 보통의 성공과 소소한 기쁨을 과정에서 만끽하려는 과정중심적 태도를 지향하고 있다. 이들에게 행복의 기준과 가치는 남이 아닌 내가 세우고 부여하며 따르는 것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좌절과 실패로 상징되는 퇴사 과정을 영상으로 담아 공유하는 ‘퇴사 브이로그(Vlog)’를 보면서 Z세대들은 사회가 정하고 남들이 추천하는 안전한 길보다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것’을 찾는 주인공들에게 공감하고 응원을 보낸다.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딛고 은메달을 딴 컬링 대표팀에게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고 안타까워하는 일 따위는 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욱 격렬한 응원을 보내며 월드컵 16강의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더라도 끝까지 잘 싸운 축구 대표팀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Z세대가 추구하는 삶에 대한 가치관은 ‘자신의 만족’과 ‘자신에게 맞는 방식’을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인생의 중요한 결정은 가족이나 주변의 의견보다 자신의 만족을 우선으로 고려한다는 비율이 Z세대가 65.5%로 밀레니얼세대(53.5%)보다 높으며, 사회나 타인에게 인정받는 방식보다 자기 자신에게 맞는 방식을 택하는 비율도 58.0%로 밀레니얼세대(51.5%)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 (그림 2)



구매 의사결정의 기준도 ‘나에게 좀 더 집중하는 방식’으로 세워나간다. 즉각적인 기분 전환을 위한 소비 경험 비율은 Z세대가 68.3%로 밀레니얼세대(61.9%)에 비해 더 많은 편이며, 자신이 덕질하는 대상이나 관심사와 관련된 굿즈를 구매하는 비율도 Z세대는 64.1%로 밀레니얼세대(48.7%)에 비해 월등히 높게 나타난다. 최첨단의 필요한 성능을 갖춘 제품보다 지금 내가 가장 만족할 수 있는 제품을 더 사고 싶어 하고 자주 구매하고 있다. (그림 5)



휴식을 대하는 밀레니얼과 Z세대의 차이를 한번 비교해 보자. 우선, 하루 중 온전히 휴식만을 위한 시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Z세대가 좀 더 많은 편이며, 그렇게 일부러 신경을 써서 만든 시간은 자신이 가장 행복할 수 있는 한 가지에 집중하며 보내려 한다. ASMR 1 이나 보면 볼수록 이상하게 자기 만족감이 커지는 영상을 시청하며 평소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자극을 찾기도 한다. 또 무색무취 액체괴물 슬라임을 갖고 놀며 소소한 자아실현의 욕구를 충분히 채우기도 한다. 쉴 수 있는 기회가 왔을 때 최대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기 위해 스테이케이션 2 을 택하거나, 휴식 카페를 찾거나, 도심 호텔에서의 하룻밤 바캉스를 택하는 밀레니얼세대와는 조금 다르다. (그림 6, 표 2)





어떤 주제나 현상에 대한 ‘호불호’나 소신을 표현하는 것도 Z세대에게는 자연스러운 의사소통의 한 과정이다. 마음에 들지 않을 때 ‘불호’를 표현한 경험은 Z세대가 83.0%로 밀레니얼세대(74.7%)에 비해 훨씬 높은 편이며, SNS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싫은 사람이나 페이지를 ‘언팔’하거나 동의하지 않는 게시물에 ‘싫어요’를 표현하는 등의 행동에 있어서도 Z세대가 훨씬 적극적이다. ‘나의 가치관이나 소신을 표현한 경험’ 역시 Z세대가 95.3%로 밀레니얼세대(90.8%)에 비해 높으며,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불편한 것에 대해서는 의견을 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율도 65.3%로 밀레니얼세대(58.0%)보다 높다.

보스턴컨설팅그룹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6년까지 미국 식품/화장품 대기업 시장점유율의 3%에 해당하는 220억 달러가 중소기업으로 넘어갔다. 많은 소비자가 좋아하고 신뢰하는 제품도 중요하지만 Z세대에겐 남들의 평가나 추천보다 나의 흥미와 필요, 기준에 맞춰 원하는 것을 선택하는 게 더 중요하다. 어떤 제품을 구매한 과정에서 내가 주인공이 되고 능동적으로 표현하고 참여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Z세대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한 첫 번째 전제가 돼야 함을 기억할 필요가 있겠다.




2. “집은 없어도 생각과 취향은 있어”
-영화 ‘소공녀’ 중
취향에 대한 Z세대의 입장은 밀레니얼세대보다 훨씬 분명하다. 그들에게 자신의 취향은 곧 자신의 인격과 동일시된다. 자기 삶에 대한 의사결정권을 스스로 갖고 싶어 하듯 자신만의 취향 역시 본인이 가장 아끼는 무형의 자산으로 인식한다. 모바일과 SNS를 통해 소비하는 콘텐츠의 양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Z세대의 취향은 더욱 세밀하게 분화되고 있다. 이렇게 다양해진 취향을 효과적으로 찾고 개발하고 만족하기 위해 Z세대는 관계를 맺는 방식에 취향을 결합하기에 이른다.

대학생들이 학내 교류 모임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살펴보면, 우선 수업 과제 때문에 참여해야 하는 조별 모임에서는 모임 일정과 횟수에 대한 부담을 크게 가진다. 그러나 자신의 취향에 맞는 모임일 경우 자주 모이더라도 가급적 참석을 한다는 응답이 58.0%를 차지한다.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해도 자신의 취향을 갈고 닦는 모임이라면 상관없으며 취향에 맞는 모임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선다. 관심 있는 학내 교류 모임의 주제에 대해서도 Z세대들은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인다. 기획(4.8%)이나 봉사(17.8%), 창작(17.6%), 학습(20.2%) 등 이전 세대로부터 계속 이어져 왔던 주제의 교류 대신 음식(37.8%)이나 게임(26.6%), 휴식(23.0%) 등 이색적인 주제에 더 관심 있고 적극적으로 반응한다. 최근 대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동아리들은 ‘연어를 남김없이 먹는’ 동아리, 퀴디치(해리포터에 등장하는 가상의 스포츠) 동아리 등이다. Z세대의 더욱 미분화된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정리해보면, 밀레니얼세대부터 시작된 ‘취향 중심’의 느슨한 모임은 Z세대에 이르러 더욱 분화되고 강화되고 있다.



독서 모임 트레바리를 찾는 사람과 클럽 수가 꾸준히 늘고 있는데 이 독서 모임이 젊은 층의 유입에 성공하는 이유도 이러한 Z세대의 ‘취향 중심 관계 맺기’로부터 찾을 수 있다. 2015년부터 시작된 유료 독서 모임으로 회원들은 한 달에 한 번 정해진 책을 읽고 모여서 대화를 나눈다. 독후감을 제출하지 않으면 모임에 참여할 수 없으며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주제별 클럽을 꾸려 운영한다. 현재 4600명의 회원들이 약 300개의 독서 모임에 속해 활동하고 있는데 지금까지는 주로 밀레니얼세대가 참여했지만 Z세대가 사회 활동을 시작하면서 더욱 크게 성장하고 있다.

이와 유사하게 모여서 취향을 나누고 배우는 모임도 인기다. 소셜 살롱 문토나 취향관, 안전가옥, 문래당 등 취향 공유 커뮤니티 플랫폼 비즈니스가 새롭게 탄생하기도 했다. 문토는 같은 취향을 공유하는 사람들끼리 모임 주제에 맞는 리더를 섭외해 멤버를 모집하고 정기적으로 만남을 갖는 유료 모임으로 현재 35개 모임이 운영되고 있다. 취향관 역시 다양한 취향을 지닌 사람들의 느슨한 공동체를 지향하는 모임으로 회원들 스스로 주제를 정해 토론하고 감상 교실 등을 운영하며 그 결과를 잡지로 만들기도 한다. 3개월 단위로 이용료를 납부한다. 문래당은 시간 날 때 모여 활동비를 모으고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인문학과 예술 모임이며, 안전가옥은 창작자의 교류와 협력을 위한 오프라인 공간으로 역시나 유료 멤버십으로 운영된다. 이처럼 지금의 Z세대를 포함하는 젊은 세대는 기존 지연-학연-혈연을 바탕으로 한 끈끈한 모임이 아닌 취향을 중심으로 한 ‘느슨한’ 네트워크에 적극적이며 돈 쓰는 것을 아끼지 않는다. 기업들이 반드시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한편, 2017년 문을 연 ‘남의 집 프로젝트’ 역시 타인의 취향을 경험하고자 하는 밀레니얼은 물론 Z세대의 호기심을 제대로 자극했다는 평을 받는다. ‘뚜렷한 취향을 가진 집주인’이 자신의 거실에 손님을 초청해 취향이 담긴 소품을 함께 보거나 책을 읽으며 공통된 주제로 대화하는 서비스인데, 거실을 매개체로 취향을 공유하는 모임이다. 현재까지 슬램덩크, 보이차, 고수(채소) 등 60여 개가 넘는 이색 주제들을 400여 명의 낯선 이들이 모여 함께 나눴다고 한다.



Z세대들의 마이크로한 취향을 가장 잘 만족시키고 있는 곳은 바로 인스타/블로그 마켓 시장이다. 각자의 취향에 맞아 떨어지는 상품을 가장 잘 만들고 파는 곳은 인스타나 블로그를 활용해 개인 취향과 감각에 맞게 직접 상품을 만들어 파는 개인 셀러들이기 때문이다. 취향을 저격당하고 존중받기 위해 Z세대는 생산자와 관계를 맺는 방식을 바꿔 가고 있다. Z세대의 인스타/블로그 마켓 구매 경험은 33.7%(2018, n=900)로 빠르게 확산 중이며, 구매 경험자들의 66.3%(2018, n=306)가 개인 셀러들이 자체 제작한 상품을 구입하고 있다. 또한 이들은 인스타/블로그 마켓을 이용하는 가장 중요한 목적으로 ‘내 취향에 딱 맞는 상품을 구매할 수 있어서(36.6%)’라고 응답했으며 밀레니얼세대(28.8%)보다 취향을 더 중시하고 있다.(그림 10)



이렇게 Z세대가 취향을 중심으로 새롭게 관계를 정의해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거 의무적이고 비선택적으로 맺어진 경제적 공동체 기반의 관계에 비해 취향 기반의 관계는 자기 결정권을 충분히 보장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비연속적으로 내가 선택해서 모일 수 있으니 시간 빼앗길 일이 없고, 마치 스티커를 떼었다 붙였다 하듯 가볍고 편리하다. 자기의 취향 외에 직업과 거주지 등을 알려줄 필요 없는 저밀도 인간관계는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 혼자 지내는 것이 갈수록 편리해지는 시대에 적응해 가는 Z세대의 진화 본능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갈수록 높아져 가는 Z세대의 취향자존감을 충분히 공감하고 존중하기 위한 기업들의 접근 방식도 이에 맞춰 근본적으로 변화해야 한다. 맥주와 어울리는 음식을 큐레이팅해 배달해주는 ‘벨루가’ 서비스는 단지 맥주와 음식을 배송하는 수준을 넘어 맥주와 음식에 담긴 스토리를 소개하고 그 스토리를 중심으로 큐레이팅하는 브랜드 철학을 편지로 담아낸다. Z세대의 디테일한 취향을 훌륭히 만족시켰다고 평가받는 이유다. 안주와 맥주를 ‘구독’하는 것 자체는 한편으로 또한 지독하게도 Z세대스럽다 하겠다. 내 취향을 확인하고 극적으로 나눌 수 있는 단발적 관계의 장을 마련해주는 2030 여성 중심 원데이클래스 ‘프립(Frip)’ 서비스나 데이트 상대가 아닌 취향을 나눌 상대를 찾으라고 메시지를 바꾼 ‘틴더’ 서비스 역시 관계보다 취향을 중심에 둔 Z세대의 취향자존감을 잘 이해한 사례다.


3. “난 사람들의 마음은 아직까지 선한 것이라고 믿고 있다”
-영화 ‘안네의 일기’ 중
하루에도 평균 100회 이상 스마트폰을 확인하는 Z세대는 그들이 소비하는 엄청난 양의 콘텐츠 중 기가 막히게 본인이 원하는 진짜 정보를 잘 찾아낸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진짜 맛집을 검색하기 위한 이들의 노력은 생각보다 대단하다. 광고 아닌 청정 콘텐츠를 걸러내기 위해 맛집 외에 ‘오빠랑’ 3 이나 ‘내 돈 주고 산’과 같은 키워드를 활용하기도 했으며 이마저도 더 이상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다고 느낀 이들은 일반 개인의 일상을 직접 인증하고 공유하는 인스타그램, 유튜브로 검색 채널을 바꾸기도 했다. 그리고 이제 Z세대는 키워드 검색을 하는 대신 믿을 만한 준전문가, 즉 사람을 찾으며 진짜 정보를 습득하고 있다. 나와 비슷한 성향의 게시물을 지속적으로 올리거나 나보다 경험과 지식이 조금이라도 풍부한 사람을 팔로함으로써 원하는 정보를 얻고 있는 것이다.

키워드 검색 결과에 의지하기보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믿고 따르게 되면서 인플루언서들의 입김은 더욱 커졌다. 글로벌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 시장 전망은 2019년 23억8000만 달러로 매우 밝은 편이며(2017. Mediakix.com), 포브스는 이미 2018년을 지배할 영향력 있는 마케팅 트렌드로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꼽기도 했다. 국내 인플루언서 마케팅 플랫폼 회사도 이미 15개를 넘어서고 있기도 하다. Z세대의 지지를 받는 인플루언서의 대표적인 예로, 지난해 러시아 월드컵에서 MBC 인터넷 축구 해설위원으로 활약했던 감스트를 들 수 있는데 그의 인터넷 중계 동시 접속자 수는 30만 명을 기록했다. 국가 대표 출신의 해설위원 못지않은 수준의 인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Z세대가 1인 크리에이터 영상을 시청하는 비율은 76.3%로 밀레니얼세대(65.0%)에 비해 훨씬 크며, 현재 구독 중인 1인 크리에이터 채널 수도 Z세대가 평균 14.1개로 밀레니얼세대(4.9개)보다 크게 앞서고 있는 만큼 인플루언서들의 영향력은 더욱 파워풀해지고 있다. (그림 11)




또한 Z세대는 셀럽보다 일반인 1인 크리에이터를 더욱 신뢰한다. 1인 크리에이터의 TV 방송 출연에 대해 62.0%가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으며(밀레니얼세대 44.0%), 다양한 분야별로 1인 크리에이터가 소개하는 제품 구입/서비스 이용 관련 정보를 셀럽들의 추천보다 더 선호하고 있다. 공연/전시/페스티벌을 제외한 나머지 6개 분야에서 평균적으로 70%대 이상의 신뢰도를 보이고 있다. (표 3) 이렇게 Z세대는 그들이 믿어 의심치 않는 1인 크리에이터의 영상을 시청하면서 댓글을 달거나 대화에 참여하는 데도 적극적이기도 하다. 더욱이 유튜브의 댓글 하트 기능(영상을 업로드한 유튜버가 시청자가 단 댓글 중 좋아요를 할 수 있게 함)은 Z세대가 1인 크리에이터와 직접 소통하는 기쁨을 더욱 배가해 준다. 향후 직접 남들에게 괜찮은 정보를 신뢰감 있게 전달하는 1인 크리에이터가 돼 보고 싶다는 의견도 밀레니얼세대(53.0%)보다 Z세대(62.3%)가 앞선다. (그림 12)



검색 키워드보다 ‘믿을 만한 사람’을 기반으로 콘텐츠를 소비하게 되면서 새로운 브랜드의 개념 또한 탄생했다. D2C(Direct-to-Consumer) 브랜드는 판매자가 소비자와 직접 거래하는 브랜드를 말하는데 Z세대의 카테고리별로 세분화된 욕구를 잘 충족시켜 주는 사람 자체가 곧 브랜드가 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오프라인 매장 없이, 마이크로 타깃에 집중하며, 스스로 디자인, 기획, 제조 등 서플라이 체인(Supply Chain)을 관리한다. 여행 사진작가 이종범 씨가 출시한 사진 보정 앱 ‘PICA’는 ‘내가 믿고 보던 인스타그램에서 적용된 보정 감성’을 손쉽게 즐길 수 있게 해줬다. 사진/이미지 전문 기업이 만든 보정 앱들을 제치고 꾸준히 앱스토어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다. Z세대가 일반인 준전문가에게 보내는 신뢰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짐작할 수 있다.

이렇게 Z세대는 불가능해 보였던 완전 정보 소비자의 경지에 점차 가까워지고 있다. 끊임없이 팩트를 체크하고, 넓고 얕게 지식을 탐하며 스스로의 정보 선별 능력을 강화해 온 이들은 이제 경험과 지식이 좀 더 분명한 사람들을 따르며 부정확한 정보나 오류의 개입을 차단해 낸다. 그리고 Z세대는 ‘믿을 만한지’ 판단하는 기준을 바로 ‘진정성’에 둔다. 공신력 있는 기관의 검정과 인증이 없더라도, 전문적으로 익힌 지식이 아니더라도, 스스로 좋아하는 분야를 파고들어 축적해 온 진정성 있는 경험에 신뢰를 보낸다. 맛집을 판별하는 가장 정확한 기준은 적어도 30년 이상 비슷한 처지의 고객으로서 다양한 맛집을 시도해 본 예능인 이영자 씨가 제시하는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지지를 보내는 것이다. MBC의 ‘전지적 참견 시점’이나 채널A의 ‘하트시그널’과 같이 최근 TV 예능 프로그램에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들의 출연이 잦아지고 있는 이유도 이들의 이야기가 훨씬 청정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앞으로 Z세대에게 브랜드 신뢰도를 높이고 싶다면 눈에 띄는 일회성 캠페인이나 리브랜딩으로는 불가능하다. 전문가가 인증하고 폼 나게 보여주는 방식이 아니라 Z세대가 직접 인증할 수 있도록 이들의 팩트체크 능력을 대우해주고, Z세대가 소통하는 주변 일반인들로부터 일관된 평가를 받는 방식이 더 유효할 것이다.

지금 당장 Z세대들의 브이로그(Vlog)를 한번 들어가 보자. 평범한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이 왜 궁금할까 의문이 들겠지만 이러한 일반인들의 일상 속에서 스치듯 노출되는 제품과 장소, 취미 등에 대해 엄청난 관심을 보이며 자신도 따라 소비하고 싶어 하는 Z세대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4. “경험은 결코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죠.”
-영화 ‘인턴’ 중
2018년 하반기 극장가를 강타했던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약 994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TV 매체에서의 공연 실황 재방영 특집 편성을 이끌어내는 등 하나의 신드롬을 만들어 냈다. 이러한 신드롬을 만들어 낸 주체는 아이러니하게도 영화 속 주인공 밴드 퀸의 라이브무대를 태어나서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Z세대였다. 영화 속 공연 장면을 마치 실제 라이브 콘서트처럼 따라 부르고 환호를 지르고 응원하는 ‘싱어롱’ 상영관에서의 실감 나는 경험이 이들의 취향을 저격한 것이다. 이처럼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열풍은 충분히 차고 넘치는 이미지/영상 등 시각적 자극을 충족시키는 콘텐츠를 넘어 오감을 만족시키는 공감각적 경험을 추구하는 Z세대의 등장을 알리는 훌륭한 신호탄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림 13)



Z세대에게 ‘새로운 경험’은 한 달 용돈 중 다른 지출들을 줄여서라도 반드시 해야 하는 문화생활 중 하나다. 이들은 미래를 위한 저축보다 현재의 만족을 위한 소비에 집중하고 있다. 심지어 식비를 줄여서라도 자신의 기분과 목적에 따라 이색적이고 보다 실감 나는 경험을 소비하는 데 투자한다.(표 4)



의식주 영역에서부터 Z세대가 어떻게 경험을 추구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한겨울 방한용 패딩을 구입하러 매장을 방문했을 때, 가상의 혹한 부스를 통해 패딩의 기능성을 직접 경험하게 한 Woolrich사, 욕실이나 열대우림 같은 이색적인 컨셉의 공간에서 안경 제품을 체험/구입하게 한 젠틀몬스터의 매장 전략은 밀레니얼에게 어필한 뒤 Z세대에까지도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제품 구매 그 이상의 경험적 가치를 공간에 채움으로써 Z세대의 호감을 이끌어 냈다. 또한, 만화나 영화 속 요리를 실제로 구현해 보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도 최근 Z세대에게 크게 어필하고 있다. 딩고푸드 만화 요리 시리즈는 약 5초간 실제 만화나 영화에 나온 요리 한 장면을 보여주고 실제 요리하는 과정을 유튜브에서 보여주는데 Z세대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아직 Z세대에게 친숙하지 않았던 마켓컬리는 밀레니얼과 Z세대에게 인기를 끌었던 영화인 ‘리틀 포레스트’에 나온 요리 레서피를 상품화한 기획전을 열어 한발 다가가는 노력을 보였다. 탐앤탐스의 슬라임카페나 빙그레 바나나맛우유의 뽑기 캠페인 역시 미각에 그쳤던 식음료의 제공 경험 범위를 시각과 촉각의 영역으로 확대했고 이를 통해 Z세대의 반응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먼저 탐앤탐스 슬라임 카페는 독특한 촉감과 톡톡 터지는 소리가 나는 액체괴물 장난감 슬라임을 카페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일종의 체험 콘텐츠를 제공하며 Z세대를 끌어들였다. 부모와 함께 온 아이부터 커피숍 자체의 주 고객은 아니었던 10대, 커피를 막 마시기 시작한 20대 초반이 ‘탐앤탐스’라는 커피숍을 머리에 새기게 된 계기가 됐다. 빙그레 바나나맛우유 뽑기 캠페인의 경우 바나나맛우유 모양 용기에 아이템이 들어 있는 ‘랜덤 뽑기’ 형식의 캠페인이었는데 X세대, 즉 Z세대의 부모가 가지고 놀던 구슬, 팽이, 고무줄 등 놀이 아이템 등이 들어 있어 Z세대와 X세대의 교감을 만들어냈다는 평을 얻었다. 한편, 이마트는 누구나 꿈꾸는 이상적인 거주 공간에 이마트 제품을 자연스럽게 얹어 놓는 에어비앤비 하우스를 통해 Z세대에게 더욱 실감 나는 경험을 제공하기도 했다. 오픈 기간 중에는 월요일을 제외한 매일 오후2∼6시에 신청자에 한해 자유롭게 집을 구경해볼 수 있게 하는데 이는 에어비앤비 호스트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마트의 브랜드로 집을 꾸밀 수 있게 유도하는 한편 마트를 더 이상 찾지 않지만 에어비앤비에는 매우 익숙한 Z세대에게 이마트의 존재감을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림 14)



이렇게 Z세대가 실감 나는 경험을 좇는 이유는 무엇일까? 더욱 만족스러운 자극과 재미, 그로부터의 만족을 추구하는 이들에게는 시각적인 자극 이외에 낯선 경험이 주는 설렘, 즉 ‘낯설렘’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낯설렘은 평면적인 ‘스폿성’ 경험에서 충족하지 못했던 입체적인 경험을 통해 더욱 쉽게 느낄 수 있다. 모바일 디스플레이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소통하던 Z세대는 때로 익숙하게 지내던 온라인 공간으로부터의 대탈출을 감행한다. 사실 온라인이니, 오프라인이니 그냥 아예 구분이 없다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온·오프라인 채널을 동시해 공략한다는 옴니화 전략은 Z세대의 경험 중심적 소비 성향을 충족하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 이미 식품과 의류, 뷰티 브랜드들은 제품 전시와 판매의 목적을 벗어나 브랜드를 몸소 체험하고 경험할 수 있는 요소들로 가득한 매장 전략을 취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제품의 특장점을 홍보의 최전선에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공간이나 브랜드에서는 좀처럼 해보기 힘든 경험 요소를 가득 채워 놓는다는 점이다. 제품 홍보는 거의 하지 않는다. 최근 Z세대에게 호응을 얻고 있는 강남역의 샤넬 팝업스토어, 가로수길의 닥터자르트 필터스페이스 등과 같은 팝업스토어는 인/익스테리어에 치중했던 1세대 팝업스토어에서 진화해 낯설렘 가득한 공감각적 경험을 가득 선사하고 있기도 하다. 구매의 기능을 온라인에 빼앗겨가고 있는 오프라인 매장의 생존 전략이 오히려 Z세대의 몰입도를 높여주는 반전을 만들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앞서 언급했던 대로 우선 유튜브에서 이러한 공간을 찾아 다양한 자극을 실감하고 있는 Z세대의 브이로그부터 당장 찾아볼 것을 다시 한번 권하며 가급적이면 실제로 이러한 공간을 방문해 볼 것을 더욱 강력히 권한다.



소비자로서의 Z세대
등장한 지 얼마 되지 않은 Z세대가 소비 트렌드에 미치는 영향력이 2019년을 기점으로 더욱 강해질 거란 예측은 분명 현실이 될 것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 소비 트렌드 예측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했던 밀레니얼세대의 전례를 보더라도 이런 예측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아직 Z세대의 절반 이상이 10대 후반으로, 독립적인 경제 및 소비생활을 시작하기 전인 점을 감안한다면 소비자로서의 Z세대는 지금까지 밝혀진 것보다는 앞으로 밝혀져야 할 부분이 더 많이 남아 있다. 따라서 Z세대가 주력 타깃이든 그렇지 않든, 부가가치가 높은 잠재적인 소비자이자 장차 함께 일할 동료이자 구성원으로서 Z세대를 이해하고 접근방식을 고민하는 것이 기업의 입장에서는 미래를 좀 더 선제적으로 준비하는 효과적인 전략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Z세대가 성장 과정에서 익힌 미디어 이용과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지금 이 글을 읽고 있을 다수의 독자를 비롯한 기존 세대와 완전히 다르다는 점을 전제로, 앞서 살펴본 이들의 특성을 참고해 Z세대에게 어떻게 다가서면 좋을지에 대해 제안한다.

첫째, Z세대가 스스로 평가하고 추천하는 ‘주인공이 될 기회’를 제공하라. 이들은 그 어느 세대보다 스스로 의사결정하고 독립적인 가치관을 실현하려는 성향이 강한 세대이며 불호에 대한 소신 표현도 가장 적극적이다. 시대와 타인이 정의하는 기준보다 자신이 가장 만족스럽고 자기에게 맞는 방식을 더욱 선호한다. 구매를 위한 정보 탐색과 의사결정 과정에서 이들의 자기주도적 성향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

둘째, Z세대가 취향을 탐색하고 개발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주는 조력자가 돼라. 이들에게 취향은 인격이자 자아와 동일시되는 중요한 가치이자 동기부여 수단이다. 취향을 통해 형성된 관계 속에서, 그리고 취향을 중심으로 한 소비 행위 과정에서, Z세대는 가장 평등하고 비교적 손쉽게 자존감을 획득하고 쌓을 수 있다. 이들의 취향자존감을 존중하고 더욱 업그레이드시켜 주는 브랜드가 비로소 ‘Z세대 Pick’을 당할 자격이 있다.

셋째, ‘완전 정보 소비자’의 경지에 거의 도달한 Z세대에게 브랜드의 진심을 평가받아라. 재화와 서비스에 대한 수많은 긍정과 부정의 정보는 지속해서 Z세대에게 노출/인식되고 있다. 이들은 이러한 다량의 정보 중에서 중요한 것과 제대로 된 것, 진실한 것을 어떻게 판별해 낼지에 주로 관심을 갖고 있다. 이들이 접하는 다양한 채널과 스토리에서 브랜드의 일관된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이 이들의 신뢰를 쌓아 가는 유일한 방법임을 명심하자.

넷째, 시각적 자극을 넘어선 다양한 오감을 통해 더욱 실감 나는 경험을 팔아라. 온라인 공간에서의 소셜한 연결과 다양하고 재치 있는 소통에 익숙한 Z세대는 이제 오프라인 공간에서의 낯선 경험을 절실히 찾고 있다. 이들의 현재 중심적 만족 추구 성향은 즉흥적이거나 설레는 제품이나 공간, 시간을 체험하는 데 망설이지 않는 투자로 연결되고 있다. 모바일과 온라인 밖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들의 일상 속에서 과연 어떤 새로운 브랜드 경험을 선사할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 시점이다.




박진수 대학내일 20대연구소 수석 연구원
박진수 수석 연구원은 서울대에서 경영학과 소비자학을 전공했다. KTF 마케팅전략 요금 기획, KT 개인마케팅 전략 상품 기획 등의 업무를 했고 현재는 대학내일20대연구소에서 근무하고 있다.대학내일20대연구소는 국내 최초, 국내 유일의 20대 전문 연구기관으로 지난 2011년부터 20대가 선도하고 확산하는 트렌드를 분석해 매년 트렌드 리포트를 발간해왔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71호 HR Analytics 2019년 4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