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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룬 순다라라잔 뉴욕대 교수 인터뷰

전 산업에 공유경제 확대는 예견된 현실
틈새시장 노린 플랫폼만 살아남아

배미정 | 267호 (2019년 2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공유라는 인간의 오래된 행동 양식은 오늘날 디지털 플랫폼과 결합하면서 비즈니스로 성장했으며, ‘선물’에서 ‘상업적 교환’으로 의미가 바뀌었다. 대기업이 공급과 수요를 통제하던 산업 자본주의는 분권화된 대중이 중심이 되는 ‘대중 자본주의’로 대체되고 있다. 집, 자동차같이 거래비용을 초과할 정도의 고가치 상품을 중심으로 공유 비즈니스가 활성화되고 있는데, 향후 물류 관련 기술 발전으로 거래 비용이 효율화되면 더 많은 종류의 아이템에서 공유 소비가 촉진될 것이다. 기업은 기존 서비스가 놓치고 있는 틈새시장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발굴하는 한편, 기존 상품이나 서비스도 공유에 적합한 방식으로 개조할 필요가 있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신정우(고려대 경영학과 4학년) 씨, 구창원(연세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이 인터뷰 영상은 3월1일 DBR 웹사이트 프리미엄 섹션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공유 비즈니스는 전 세계적으로 잠재력이 확인되고 있지만 규제나 기존 업체들의 반발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글로벌 베스트셀러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공유경제(The Sharing Economy)』의 저자 아룬 순다라라잔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는 공유경제의 시장 지배력이 지금보다 훨씬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21세기 자본주의가 산업 자본주의에서 대중 자본주의로 변화하고 있으며 공유 비즈니스가 그런 변화를 촉진시키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순다라라잔 교수는 최근 한국에서 벌어지는 카카오와 택시 기사의 갈등을 포함해 세계적으로 벌어지는 공유경제 관련 이슈에 관심이 많았다. 디지털 경제와 네트워크 분야 전문가로 전 세계 기업과 정부 당국에도 적극적인 자문 활동을 펼치고 있다. DBR이 한국에서 발생하는 공유경제를 둘러싼 갈등에 대한 해법과 더불어 공유경제가 나아갈 방향을 그에게 물었다. 인터뷰는 뉴욕 자택에 있는 그와 1시간가량 영상 통화로 진행했다.



공유경제의 범위가 굉장히 넓다. 음식을 나눠 먹거나, 다른 사람의 집을 빌리고, 차량을 공유하거나 빌려 타는 경제 활동 자체는 새로운 게 아니다. 한국에서는 쏘카(Socar) 같은 차량 렌털 회사들이 대표적인 공유 업체로 꼽힌다.
공유경제는 굉장히 혼란스러운 용어다. 오래전부터 인간이 특정 자원, 예컨대 자전거나 차량에 대한 접근을 공유하는 활동은 존재해왔다. 하지만 오늘날 공유경제가 널리 알려지게 된 이유는 공유라는 아이디어가 플랫폼 기반의 서비스 접근 방식과 결합했기 때문이다. 특히 P2P처럼 개인이 개인에게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을 통해 공유 행위가 널리 확산됐다. 나는 공유경제라는 용어를 쓸 때 소비 행위의 공유를 촉진하기 위해 자산을 보다 효율적인 방식으로 사용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지칭한다. 누군가의 집에 머물 수 있게 해주는 에어비앤비, 하나의 이동 수단을 여럿이 공유하는 리프트, P2P 요소는 없지만 공유하는 자산을 렌털하는 쏘카나 모바이크 같은 서비스도 넓은 의미에서 공유경제에 포함된다.

공유경제란 용어는 시간이 지날수록 이전과 다른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아직은 우리가 공유를 얘기할 때 화폐의 교환을 떠올리지는 않는다. 내가 친구에게 음식을 줬다고 친구가 나한테 돈을 주지 않는 것처럼 공유라는 행위는 ‘상업적 교환’ 행위라기보다는 ‘선물 경제(gift economy)’로 이해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앞으로 공유경제의 의미는 달라질 것이다. ‘소셜’이 과거에는 친구를 만나는 것을 의미했지만 오늘날 트위터 같은 소셜미디어가 생기면서 그 의미가 달라진 것처럼 말이다.




과거의 선물 경제에 가까웠던 공유 행위가 점점 시장 경제로 들어오고 있다는 얘긴가?
지난 5년간 공유경제는 선물 경제에서 시장 경제로 점진적으로 이동했다. 물론, 이 두 가지 속성의 경계는 모호하다. 한 서비스에서 동시에 나타나기도 한다. 예컨대, 에어비앤비 호스트 중에는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여유 공간을 ‘선물’처럼 무상으로 제공하는 사람도 있고 플랫폼을 통해 사람들 간 친밀감을 형성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남는 공간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고 수수료를 챙기는 게 주목적이다. 또 프랑스 블라블라카의 카풀 비즈니스는 상대방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가 높지 않으면 불가능한 비즈니스다. 낯선 사람에게 선뜻 빈자리를 내어주는 행위에 필요한 신뢰 수준은 낯선 사람한테서 물건을 배송받는 데 필요한 신뢰 수준과 차원이 다르다.

나는 공유경제가 선물 경제의 측면에서 성장하기를 희망했다. 상업적 교환은 20세기 자본주의의 발전과 경제 성장에 기여했지만 너무 비인간적이었고, 삶의 질에 필수적이지 않은 부분에까지 과도하게 효율성을 추구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공유경제가 발전할수록 공유 행위는 자연스럽게 더 상업적이고 비인간적으로 변해갈 것이다.


공유경제의 비즈니스 기회가 그만큼 크다는 것인가.
그렇다. 대기업이 공유경제를 끌고 나갈수록 공유경제는 선물 경제에서 멀어지고 시장 경제에 가까워질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공유 행위에 익숙해지면 소규모의 개인적인 커뮤니티 기반 행위들이 등장할 기회도 나타날 것이다. 특히 숙박 공유(home sharing) 부문에서 전망이 밝다. 에어비앤비가 숙박을 공유한다는 아이디어를 주류의 트렌드로 만들었다. 과거에는 소수만 이런 행위를 했고 안전 등 신뢰 우려가 컸는데 이제는 누구나 에어비앤비를 쓴다. 숙박 공유라는 개념 자체가 사회적으로 정당화됨으로써 소수 커뮤니티에 집중된 소규모 플레이어들이 진출할 수 있는 문이 열렸다. 일례로, 한국에는 조산구 대표가 창업한 ‘코자자’가 한국형 숙박 공유로 에어비앤비와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이고 있지 않나. 대형 서비스들은 시장 경제에 더 가까워지겠지만 그 주변으로 선물 경제에 가까운 공유 모델들도 등장할 것이다.


한국에서 공유 비즈니스는 모빌리티와 주거 부문에 집중돼 있다. 예컨대, 의류 공유 서비스는 성공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공유 비즈니스의 범위는 어디까지 확산될 수 있을까?
주거(space)와 운송(transportation) 부문에서 공유경제가 일찍 등장한 이유는 고가치 상품이기 때문이다. 상품의 가치가 높거나 접근성이 뛰어나야 공유경제에 유리하다. 예컨대, 고가의 자동차가 상당 시간을 주차장에서 이용되지 않은 채 허비되는 데서 공유할 가치가 발생한다. 집은 거의 항상 이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치가 워낙 높기 때문에 5%의 시간이라도 공유하면 거래 비용을 넘어설 정도로 큰 경제적 가치가 발생한다. 반면 미국에 스냅굿즈(Snap Goods)라는 가정용품 렌털 사이트에서는 비즈니스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 렌털의 가치가 10달러인데 거래를 발생하게 만드는 데 20달러의 비용이 든다면 비즈니스가 될 수 없다. 대여나 공유하는 서비스의 가치가 그것을 발생하게 만드는 비용보다 충분히 커야 비즈니스가 성립할 수 있다.

앞으로 물류가 발전해 거래 비용이 낮아지면 더 많은 종류의 아이템이 P2P 공유 비즈니스로 등장할 것이다. 전 세계 수많은 도시에서 P2P 의류 공유 회사를 만들려는 창업가를 만났다. 지금 당장은 물류, 세탁, 운송 비용 등이 높아서 경제성을 갖기가 어렵다. 하지만 저비용 드론이나 로봇 운송이 가능해지거나 IoT를 통해 운송 드론 자체에 세탁 기능이 달리거나 한다면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10년 후에는 더 많은 자산에서 P2P 렌털 경제의 잠재력이 발견될 것이라고 본다. 헬스케어나 에너지, 노동시장에서도 이미 대중 기반(crowd-based)의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이 적용되고 있다. 1


공유 비즈니스는 상당히 높은 수준의 상호 신뢰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최근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보면 사용자들이 플랫폼에 의존해서도 안 될 것 같다. 강력한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든다. 디지털 신뢰는 어떻게 구축해야 하나.
우리는 좋든 싫든 간에 경제적, 사회적, 일상생활에서 플랫폼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단계에 와 있다. 페이스북과 구글은 이미 우리가 봐도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을 검열할 권한과 책임을 갖고 있다. 우리가 이미 그들에게 그런 권한을 준 것이다. 그들은 우리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고 있으며, 우리에게 필수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제 플랫폼에 ‘권한을 줄 것인가, 말 것인가’가 아니라 우리가 이미 부여한 권한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게 만들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책임 있는 플랫폼은 공공의 신뢰를 얻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 왜냐면 플랫폼이 디지털 신뢰 기반을 구축하는 데 실패하면 막대한 경제적 가치 하락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이번 사태로 시장 가치가 반 토막이 났다. 공유경제도 마찬가지다. 에어비앤비는 그들 스스로 신뢰를 관리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끼어들어서 신뢰를 제공하겠다고 했다면 부작용이 발생하고 공유경제의 발전을 오히려 늦췄을 것이다. 플랫폼과 정부의 책임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 다양한 종류의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신뢰와 책임에 대한 범위가 조정되고 있다. 디지털 신뢰는 플랫폼 혹은 법에 전적으로 의존해서는 안 된다. 실험과 시행착오의 성장통을 겪으면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플랫폼 사용자들은 종종 플랫폼이 과도하게 수수료를 떼간다고 불만이다. 하지만 막대한 규모의 VC 투자를 받은 플랫폼은 주주를 만족시키기 위해서 일정 수준 이상의 수수료를 떼지 않을 수 없다. 플랫폼은 어떻게 사용자와 주주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을까?
산업별로 플랫폼 간 경쟁이 얼마나 심하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예컨대, 차량 공유 같은 경우 대부분 국가에서 지배적인 플레이어가 있더라도 잠재적 진입자의 위협을 무시할 수 없다. 만약 우버가 수수료를 과도하게 높게 책정한다면 다른 플랫폼이 더 적은 수수료로 대항할 것이다. 이런 경쟁은 수수료를 합리적인 수준으로 유지시켜줄 것이다. 뉴욕에 홈조이라는 집 청소 서비스 플랫폼은 수수료를 50%로 책정했다가 사업을 결국 접었다. 최근에는 20∼30% 정도가 표준인 것으로 아는데 여전히 비싸다.

플랫폼이 강력해질수록 수수료를 올릴 유인이 더 커진다. 하지만 플랫폼은 시간이 지날수록 수수료가 너무 높으면 서비스 제공자가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을 깨닫게 될 것이다. 플랫폼의 브랜드는 사용자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에 달려 있다. 에어비앤비가 수수료를 엄청나게 높이면 호스트들이 동기 부여가 되지 않을 테고 자연스럽게 에어비앤비 브랜드가 타격을 받을 것이다.

플랫폼은 앞으로 수수료뿐 아니라 사용자에게 주식을 제공함으로써 상생을 추구할 수 있다. 에어비앤비, 우버나 리프트가 기업공개를 하게 되면 회사가 사원들에게 자사주를 주는 것처럼 호스트나 드라이버에게 회사 주식을 제공할 것이다. 이는 플랫폼이 사용자와 가치를 균형 있게 배분하면서 발전해나가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똑똑한 플랫폼들은 공급자가 행복하지 않으면 브랜드가 고통받게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많은 기업이 공유경제를 위협으로 받아들인다. 예컨대, 한국의 택시 운전사들은 우버에 이어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도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다. 그들은 새로운 공유경제가 생계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문제이고 예고된 일이다. 공유경제만의 문제가 아니다. 새로운 기술이나 비즈니스 모델이 기존 산업을 위협하면 기존 산업은 경쟁을 통해서든, 정부를 이용해서든 격렬히 맞서 싸운다. 문제는 이런 반대가 장기적으로 효과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택시 운전사들의 승리는 일시적일 것이다. 새로운 기술이 출현하고 더 나은 로비스트가 등장할 것이다. 소비자 가치를 증진시키는, 기존 기술보다 절대적으로 우위인 기술이 특히 모빌리티 같은 일상적인 분야에서 승리할 수밖에 없다. 똑똑한 정부라면 택시 기사의 우려가 합당함을 인정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막는 게 아니라 기존 택시 기사에게 보상을 해주는 쪽으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보상의 부담이 어마어마할 수 있다.
물론 시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진행해야 할 것이다. 리스크와 손실이 있을 수 있다. 새로운 시스템은 그걸 디자인한 사람이 기존 시스템에 속했던 중요한 사람들에게 어떤 새로운 역할을 줄 것인가를 고민할 때 성공한다. 새로운 시스템이 기존 시스템에 속한 사람들에게도 새로운 역할을 제공해야 한다. 재정적 보상이 한 가지 전략이라면, 또 다른 전략으로 택시 기사들이 새로운 플랫폼에서 돈을 벌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도 고민해야 한다. 물론 그래도 택시 기사들은 쉽게 받아들이지 않고 저항할 것이다. 뉴욕에서도 100만 달러 이상을 호가하던 택시 면허증 가격이 올해 20만 달러로 급락했다. 빚을 내서 면허증에 투자한 택시 기사들이 줄줄이 파산했다. 정부는 그들이 계속 일을 해서 돈을 벌게 할 뿐 아니라 일정 부분 재정적 보상도 해줘야 한다. 그게 유일한 방법이다.


정부나 정치인이 새로운 산업의 잠재력을 잘 이해하지 못해서 기존 산업 편만 들 때도 많다.
나는 그동안 전 세계의 정부 관계자들과 대화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공유경제의 지지자인 박원순 서울시장과도 대화한 적이 있다. 그는 서울을 공유도시로 만들겠다고 했는데 비즈니스 육성보다는 국가 차원의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관심이 많았다. 정부 리더들에게 전하고 싶은 핵심 메시지는 공유경제가 결국 실현될 것이기에, 여러분의 도시가 거주자들과 방문자들에게 더 매력적인 장소가 되길 원한다면 대세에 결코 뒤처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만약 다른 글로벌 도시에서 앱 기반으로 원하는 이동 수단을 부를 수 있는데 여러분의 도시에는 택시밖에 없다면 시민들은 더 좋은 서비스에서 배제돼 있는 셈이다. 여행객들도 그 도시가 뒤처져 있다고 느낄 것이다. 지금도 어떤 도시에서는 규제 때문에 에어비앤비나 우버가 없어 추위에 떨면서 밖에서 택시를 찾아야 한다. 다른 도시에서는 버튼 하나만 누르면 자동차를 부를 수 있는데 말이다. 이런 규제는 시민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도시의 평판을 해친다. 지난 6∼7년간 혁신이 진행되면서 플랫폼과 정부가 파트너십을 맺고 만든 규제들이 LA, 뉴욕, 시카고, 런던, 파리 등에서 효과적으로 시행됐다.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사례를 살펴보되 해당 도시의 니즈와 문화에 잘 맞는 모델이 무엇인지를 따져봐야 한다. 파리, LA, 뉴욕에서 성공한 모델이 서울에서도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가장 잘하고 있는 도시 사례를 소개해줄 수 있나.
한 곳을 선택하기는 어렵다. 도시마다 어려움을 겪고 있고, 또 극복하는 과정이다. 모빌리티의 경우 뉴욕이 우버와 리프트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면서 가장 좋은 본보기가 됐는데 최근 택시 운전사와 갈등이 커지면서 재고하는 분위기다. 베스트 프랙티스를 꼽기는 어렵지만 절대 본받아서는 안 되는, 워스트 케이스를 얘기해줄 수는 있다. 뉴욕시의 에어비앤비에 대한 정책은 정말 최악이다. 뉴욕시는 전체 아파트의 단기 임대를 금지하는, 전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법을 에어비앤비에 적용하고 있다.


공유 비즈니스에 뛰어든 스타트업들은 기존 산업의 이해관계자들과 어떻게 협력할 수 있을까. 최근 카카오는 택시 기사들의 반발 때문에 카풀 서비스를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기존 서비스가 장악하지 못한 틈새(gaps)시장을 노리는 게 좋다. 기존 택시 플랫폼이 있어도 그게 불편하거나 더 편리한 이동 수단을 찾는 인구 집단, 철학적으로 공유를 지지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일단 틈새시장에서 시작해서 거기서 결정적인 입지를 확보한 후 정부 로비를 시도하거나 택시 운전사들을 개입시켜야 한다. 물론 시간이 오래 걸리고 산업마다 상황이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에어비앤비는 지금도 호텔과 전쟁 중이고, 두 산업이 앞으로 협력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그 와중에 숙박 공유에 참여하는 주체들은 굉장히 다양해지고 있다. 예컨대, 법인용 아파트나 휴가용 렌털 서비스도 이제 에어비앤비를 통해 제공된다. 기존 산업이 스타트업과 싸우는 전략은 더 이상 효과적이지 않다.

카카오가 해야 할 일은 카카오 서비스에 적합한 시장을 찾는 것이다. 카카오는 서비스를 갖고 있고, 그 서비스는 가치가 있다. 그렇다면 그 서비스로 가장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시장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정부의 저항이 있을 때마다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소규모로 변형시켜 나가야 한다. 공유경제 플랫폼은 모두 저항에 부딪혔고 일부는 문을 닫기도 했다. 하지만 끊임없이 작은 변신을 시도한 플랫폼들은 결국 살아남았다.



틈새시장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시장을 말하는가. 예컨대 하위 시장(low-end of the market)을 말하는 것인가.
꼭 그렇진 않다. 부유한 소비자든, 가난한 소비자든, 고가치 서비스든, 저가치 서비스든지 관계없이 기존 서비스로는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영역을 찾아서 공략해야 한다는 의미다. 예컨대, 택시 공유 서비스도 교외에 사는 사람보다 도심의 인구가 집중된 지역에 사는 사람에게 더 가치 있을 것이다. 또 하루 중에도 택시의 가치가 가장 큰 특별한 시간대가 있을 수도 있다. 예컨대, 뉴욕시는 2011∼2012년 우버와 리프트가 서비스를 처음 출시했을 때 굉장히 반대했다. 이때 우버는 하루 중 어떤 시간대에, 어떤 동네에서 기존 서비스가 가장 낮은 가치를 가지며 공급은 낮은데 수요가 높은지를 고민했다. 그리고 금요일 늦은 밤이나 토요일 늦은 밤에 맨해튼 바에서 술을 마시고 브루클린이나 퀸스로 가는 수요는 많은데 택시를 잡기가 굉장히 힘들다는 것을 발견했다. 우버는 이 시간대에 공급량이 부족하다고 주장하며, 특정 시간에 맨해튼을 벗어나는 사람들만 태우겠다고 제안했다. 월요일 아침과 맨해튼 내에서 이동하는 사람은 태우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처음부터 도시 전체에서 시작하지 않고 가치가 가장 크고, 결핍이 가장 큰 곳에서 시장 기회를 찾은 예다. 이는 공유경제뿐 아니라 모든 산업에 해당되는 이야기다. 한 번에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하려고 하지 말고 소규모더라도 영향력이 가장 큰 시장에서 시작해야 한다.


『The Sharing Economy』에서 렌털 경제가 발전하면 소유자 수가 절대적으로 줄더라도 보유한 자산을 더 빨리 소비하게 되기 때문에 구매 활동이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론적으로는 이해가 가는데 이런 일이 실제로 작동할까.
단기 숙박 산업을 예로 들면 에어비앤비로 여행하는 사람들은 에어비앤비가 없었다면 여행을 하지 않았을 사람들이다. 호텔 방의 이용률이나 전체 호텔 방의 수가 에어비앤비가 없었던 때에 비해 더 줄어들었을지 몰라도 단기 숙박 산업 전체적으로 봤을 때 전체 거래량은 증가했다. 거래량이 증가한 것은 일차적으로 숙박 비용을 더 부담할 수 있고 더 오랫동안 머물 수 있는 사람들 때문이다. 또 1년에 1회 이상 자주 여행을 가는 사람들이 새롭게 생겼기 때문이다. 에어비앤비로 전체 수용 가능한 방의 수가 줄어들었을지는 몰라도 거주지 공유를 통한 방의 활용도가 올라갔고 경제 활동도 늘어났다.

또 미래에 공유할 수 있는 이동 수단이 늘어나고 약 20년 뒤에 자율 주행차가 상용화된다면 현재 자동차를 소유한 인구의 20∼40%는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고도 양질의 이동 수단을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다양성의 증가가 소비를 일으킬 것이다. 예컨대, 특별한 외출을 하는 날에는 럭셔리 차를 타고, 장을 보러 갈 때는 평범한 작은 차를 탄다. 자동차 한 대를 사용하는 대신 상황에 따라 나의 소비를 다채롭게 조정할 수 있다. 전체 자동차 대수는 줄어들더라도 한 대의 자동차를 하루에 10∼12시간 사용하게 될 것이다. 보통 한 대의 자동차를 7∼10년가량 사용하는데 앞으로는 2년이면 교체해야 할지도 모른다. 더 적은 수의 자동차가 빠른 주기로 교체되는 것이다. 전체 자동차 대수가 감소하더라도 교체율이 그만큼 증가할 것이기 때문에 자동차 생산량은 유지되거나 심지어 더 많아질 수 있다. 이와 더불어 도시의 교통 체증은 상당히 완화될 것이다.


기존 자동차 제조업체의 전략도 달라져야겠다.
지금 자동차 제조사들은 자율주행차의 컨셉을 럭셔리카로 잡는다. 하지만 나는 자율주행차의 컨셉이 렌터카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동차 회사들은 렌터카를 만들 때 일반 자동차와 달리 더 자주 사용할 수 있도록 더 튼튼하게 만든다. 대중적인 자율주행차도 렌터카처럼 제조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 테슬라의 자율주행차 모델은 럭셔리카다. 당분간은 그런 컨셉이 유지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화려한 기능보다는 획일화된, 튼튼하고 내구성이 강한 제품으로 대중화될 것이다.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사고방식은 이렇게 달라져야 한다.


공유경제가 커지면서 공유경제 근로자들의 지위도 쟁점이 되고 있다. 쉽게 말해, 우버의 운전자는 임금 근로자인가, 아니면 독립된 계약자인가?
그 질문에는 정답도, 오답도 없다. 근로자의 정의는 국가, 도시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사실은 플랫폼 사회에서 임금 근로자와 독립 계약자의 구분은 점점 모호해질 것이라는 것이다. 플랫폼을 통해 본업에 가까운 수준으로 일하는 근로자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다.

에어비앤비 호스트들은 임금 근로자는 아니지만 에어비앤비에 어느 정도 경제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이베이 판매자들이 이베이 직원은 아니지만 이베이에 의존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우버 드라이버는 우버에 의존하는데 에어비앤비 호스트보다는 결정권이 적지만 일반 회사에 채용된 임금 근로자보다는 더 많은 결정권을 가진다. 이들은 오늘 2시간 일하고 내일은 12시간 일하는 식으로 자기가 원할 때 일하고 그만둘 수 있다.

공유경제 환경에서 일하는 근로자들, 특히 운전자들이 임금 근로자로 취급해 달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종속적인 근로 계약을 원해서가 아니다. 근로 계약이 일반 계약보다 헬스케어와 휴가 제도를 보장하는 등 더 큰 복지 혜택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을 임금 근로자인지, 아닌지를 따지는 대신 왜 임금 근로자에게만 사회 안전망이 있고, 다른 형태의 근로자들에게는 없는지를 물어야 한다. 장기적으로 근로 계약자들이 누리는 복지 혜택과 보호가 모든 근로자에게 확대돼야 하고 이를 위한 펀딩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

앞으로 20년 후엔 모든 근로자가 임금 근로자가 아니게 될 것이다. 미래에는 소규모 창업가, 파트타임직, 프리랜서, 플랫폼하의 임금 근로자 등 다양한 형태의 노동이 존재하게 될 것이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근로자는 모두 임금 근로자였고 이들만 보호하면 됐다. 앞으로는 임금 근로자뿐 아니라 다른 모든 근로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다시 말해, 우버 드라이버들이 왜 임금 근로자가 되기를 원하는지를 묻고 그들이 원하는 보호장치를 보장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묻고 싶다. 공유경제가 전 세계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공유경제가 지향하는 대중 자본주의가 궁극적으로 현재 산업 자본주의 시스템을 대체할 것이라고 보나?
20세기 산업 자본주의에서는 대기업이 풀타임으로 인력을 고용해 월급을 지급하고, 소비자에게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했다. 하지만 우버와 리프트, 에어비앤비 같은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경제 활동의 작동 방식은 전혀 다르다. 온라인 플랫폼이 연구·개발을 통해 디지털상에서 신뢰를 구축하고 수요를 모으지만 실제로 상품과 서비스를 공급하는 주체는 분권화된 서로 다른 대중들이다. 그래서 나는 공유경제를 다른 말로 ‘대중 자본주의’라고 부른다.

대중 자본주의와 산업 자본주의는 공존할 것이다. 모빌리티나 숙박 같은 특정 산업에서는 대중 자본주의가 지배적이 될 것이다. 하루에 메리어트와 힐튼호텔에 머무는 사람을 합친 것보다 많은 사람이 에어비앤비를 이용하고 있다. 에어비앤비는 이미 세계에서 가장 큰 두 개의 호텔 체인을 합친 것보다 더 커진 셈이다. 부동산, PR, 법조계, 컨설팅 같은 분야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한다. 노동 시장도 변화할 것이다. 제조업이나 의료업 같은 특정 산업에서는 전문가의 역할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환자들은 앱을 통해 아마추어를 찾기보다 병원에서 전문가를 만나길 선호할 것이다. 하지만 병원도 대중 자본주의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일부 전문 영역은 병원에 남겠지만 병원 안에 꼭 있을 필요가 없는 많은 서비스가 병원에서 사라지고 앱을 통해 제공될 것이다.

배미정 기자 soya111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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