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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개성화 3단계

소비자는 제품 아닌 브랜드를 구매
인간적 관계 통해 일체감을 느끼게

박기완 | 266호 (2019년 2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얼굴 없는 브랜드와 개인성을 상실한 불특정 다수가 맺는 일방적 관계의 시대는 갔다. 인간적인 얼굴을 가진 브랜드와 나만의 개성을 가진 소비자가 의미 있는 관계를 맺을 때 그 관계는 더 강력하고 오래 유지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브랜드 개성화는 단지 겉으로 포장한 이미지를 다듬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차원에서 브랜드의 핵심 가치를 정의하고 소비자와 진실된 관계를 구축하려는 인본주의적 과업으로 인식돼야 한다. 자신의 개성과 꼭 맞는 브랜드를 만났을 때 소비자는 해당 브랜드와 일체감을 느끼고 브랜드를 확장된 자아로 인식하며 함께 나아가는 동반자로 여기고 응원한다.


브랜드 개성화란
이케아, 나이키, 코카콜라, 구글, 삼성, 아마존…. 이런 이름을 접했을 때 어떤 느낌이 드는가. 또는 어떤 생각이 떠오르는가. 이름을 들었을 때 드는 느낌과 생각의 총합이 브랜드다. 1 소비자들의 마음, 정확하게는 장기 기억 속에 저장돼 있는 생각과 느낌의 흔적이야말로 고객지향적인 브랜드의 정의에 가장 가깝다. 강력한 브랜드를 만든다는 것은 소비자들의 마음속에 즉각적으로 떠오르는 호의적이고 차별화된 생각과 느낌이 많아지도록 관리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결과적 연상으로서의 브랜드는 크게 상품 속성이나 서비스 특성과 같은 구체적이고 유형적인 측면과 추상적이고 무형적인 측면(예를 들어 정서적, 상징적 편익)으로 구성돼 있다. 브랜드 개성(brand personality)은 후자에 속하는 대표적인 차원이다.

브랜드 개성화를 논하기 위해서는 브랜드 개성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최근에는 브랜드가 아니라 상품 수준에서 인격화를 시도하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에뛰드하우스는 ‘숨막히는 핑크’ ‘애태우는 베이지’ 등 립스틱 색상에 인격을 불어넣기도 했다. 그러나 의인화(擬人化, anthropomorphism)는 대부분 브랜드 수준에서 일어나고 그 결과 브랜드는 인간과 유사한 개성을 갖게 된다. 구체적으로 브랜드 개성은 브랜드에 부여된 인간의 개성 특질로 정의된다(Aaker, 1997). 2 인간과의 관계를 브랜드로 확장하는 경향은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먼저 인간은 본능적으로 사물에서도 인간적 특성을 유추하는 경향이 있을 뿐만 아니라 현대의 느슨한 인간관계를 대체할 만한 수단을 브랜드에서 찾고 싶어 한다(Fournier, 1998). 3 기업 입장에서도 브랜드 개성화는 유효한 전략일 수 있다. 인간의 의사결정은 매우 합리적인 듯 보여도 사실은 감정적 요소가 결정적 영향을 끼친다. 브랜드 개성화는 소비자와 브랜드의 관계를 보다 따뜻하고 친근한 인간적 관계로 유도함으로써 감정적 유대감을 쌓는 데 도움이 된다. 브랜드 개성과 자신의 개성이 일치할 때 소비자는 브랜드와 일체감을 느끼고 브랜드를 확장된 자아(extended self)로 인식하게 된다(Belk, 1988). 4



이제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위에서 언급한 브랜드를 의인화한다면 어떤 개성을 가진 사람으로 비유할 수 있을까? 아마도 이케아는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사람으로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나이키는 젊고 역동적인 20∼30대로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이 저마다 개성을 가진 것처럼 브랜드도 의인화된 하나의 인격체로서 개성을 가지는 것으로 인식된다. 그렇다면 브랜드 개성은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 브랜드 개성척도는 제니퍼 아커(Aaker, 1997)가 그 척도를 개발한 이래 활발하게 연구돼 왔다. 그는 114개의 인간 개성 특질(personality traits)을 사용해 친숙한 브랜드 37개를 대상으로 소비자 인식을 조사했고, 그 결과 5개의 기본적인 브랜드 개성 차원을 발견했다. 그 5개 차원은 진실함(sincerity), 흥미진진함(excitement), 유능함(competence), 세련됨(sophistication), 강인함(ruggedness)이다. 후속 연구에서는 평화스러움(peacefulness), 열정적임(passion), 무자비함(ruthlessness) 등이 추가 차원으로 밝혀졌다(Aaker et al, 2001 5 , Davies et al, 2004 6 ).

브랜드 개성화 1단계
브랜드 DNA와 가치 제안의 이해
브랜드 개성화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흔히 광고와 같은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이나 오감을 활용하는 감각 마케팅이 브랜드를 개성화하는 데 효과적이라고들 말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그야말로 수단에 불과하다. 수단이 지향하는 목적과 방향을 이야기하지 않고 그 수단에만 매몰된다면 브랜드는 결국 내적 일관성 부족의 덫에 빠지게 되고 브랜드 개성화 작업은 실패하기 쉽다. 브랜드 개성은 근본적으로 원인이 아니라 결과다. 마치 조직문화가 기업 전략의 성과를 결정하는 원인 변수라기보다는 경영 활동의 결과로 보는 것이 타당한 것과 비슷한 이치다. 물론 기존에 잘 구축된 결과로서의 브랜드 개성을 갖고 있다면 이를 전략적으로 강화하고 레버리지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브랜드 개성화가 잘 이뤄져 있지 않거나 새롭게 구축하는 경우에는 브랜드 개성 이전에 고려할 중요한 요소들이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그렇다면 브랜드 개성화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일까. 브랜드가 제공하는 가치의 내용과 성격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이해하는 것이다. 브랜드가 제공하는 가치는 크게 기능적, 정서적, 영감적 가치로 분류할 수 있다. 나이키를 예로 들어보자. 나이키는 탁월한 기능과 혁신적인 솔루션을 가진 다양한 신상품을 고객에게 제시하며 기능적 가치를 제공한다. 또한 매력적인 디자인, 나이키타운 같은 체험형 매장에서의 즐거움, 고객의 마음을 울리는 이벤트를 통해 고객의 감성을 건드린다. 그리고 ‘Just Do It’이라는 도전과 승리의 스피릿을 전파하며 삶에 대한 영감을 제공한다. 이 가치 중 나이키를 나이키답게 만드는 핵심 요소는 무엇인가? 그것은 아마도 영감적 가치가 아닐까 생각된다. 브랜드 개성이 중요한 이유는 브랜드를 브랜드답게 만드는 요소, 즉 기능적 가치보다는 정서적, 영감적 가치와 더 깊이 관련되기 때문이다. 개성이란 브랜드만의 특유한 스타일, 톤, 태도를 보여준다. 나이키가 추구하는 가치를 진실되게, 그리고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어떤 개성을 가져야 할까. 아마도 역동적이며 시련에 굴하지 않는 의지의 젊은이 정도가 아닐까?

브랜드가 제공하는 가치는 브랜드의 DNA, 즉 핵심 가치에 대한 분석으로부터 도출된다. 브랜드 DNA 분석은 겉과 속이 다른 브랜드 분열증세(brand schizophrenia)를 차단하기 위해 필요한 인사이드아웃(inside-out) 접근이다. 브랜드 DNA의 핵심적인 요소를 3∼5개 정도로 압축적으로 결정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질문을 염두에 두라. 우리 브랜드가 세상에 존재해야 하는 의미는 무엇인가? 어떤 극한 상황(예를 들어 치열한 경쟁, 상품 리콜, 주가 하락, 경기 침체 등)에서도 우리가 끝까지 지켜나갈 가치는 무엇인가? 당장 수익에 해가 되더라도 과감하게 투자할 만한 가치는 무엇인가? 7

우리 브랜드가 놓인 시장의 문화적 맥락과 핵심 가치는 조응하는가? 애플의 ‘Think Different’가 표방하는 가치는 미국 문화의 독립성 및 개인성과 잘 어울린다. 나이키의 ‘Just Do It’이 지향하는 가치는 1980년대 당시 미국 사회에서 요구된 정신력과 투혼을 상징한다. 더글러스 홀트(Douglas Holt)는 이렇게 문화적 맥락을 이용하는 것이 아이콘 브랜드를 구축하는 필요조건이라고 지적했다.

흔히 부고(訃告) 작성하기(obituary test) 혹은 묘비명 써보기(tombstone exercise)라 불리는 작업도 핵심 가치를 선정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우리 브랜드가 당장 사라진다면 우리 고객들은 우리 브랜드 묘비에 어떤 문구를 새길 것인가? 우리 임직원은 어떤 문구를 새길까? 브랜드 장례식의 송사에서 꼭 강조할 핵심적인 내용은 무엇일까? 우리는 소중한 무언가를 잃고 난 후에야 그 소중함을 절실히 깨닫는 경우가 많다.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어떤 브랜드가 없어진 후에도 고객들에게 어떤 감정적인 울림이 없다면 그 브랜드는 살아도 산 것이 아니다.

브랜드 개성화 2단계
구체적인 브랜드 개성을 선정
이제는 구체적으로 브랜드가 표현하고자 하는 브랜드 개성을 선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앞에서 설명한 브랜드 개성 측정척도를 보고 개별적인 개성 특질을 선정하기 전에 1단계 작업의 결과를 반추하면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보면 도움이 된다.




우리 브랜드를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는 개성 특질을 4∼5개 선정해 보라. 그리고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 보면서 그 적절성을 평가해 보라. 선정된 개성 특질은 (1) 진정으로 브랜드의 실제 모습(상품 및 서비스, 직원, 조직문화 등)을 대변하고 있는가? (2) 핵심 고객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것인가? (3) 경쟁 브랜드와 차별화가 되는가? 만약 1차적으로 선정한 개성 특질이 이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다면 다른 특질을 선정해 보고 다시 한번 테스트를 실시해 본다. 그리고 마침내 테스트를 통과한 최종 특질을 3∼5개 선정하고, 왜 이러한 특질이 나의 브랜드 개성을 잘 표현하는지 간단하게 설명을 달아둔다. 이러한 설명은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 특히 임직원들의 다양하고 애매한 해석의 여지를 줄임으로써 브랜드 개성을 명확하게 구현하는 데 도움이 된다.

앞서 설명한 브랜드 개성 척도는 특정 브랜드 개성을 선정할 때 좋은 참고자료지만 이 척도에 지나치게 얽매일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브랜드 개성화의 목표는 따뜻하고 인간적인 특성을 가진 브랜드를 구축하는 것 그 자체가 돼야 하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개성 척도에 매몰되면 정작 궁극적인 목표를 잊어버리기 쉽다. 또한 인간의 개성이 소위 빅 파이브(Big Five) 8 차원에 의해 완벽하게 설명될 수 없듯 브랜드 개성도 몇 개의 척도로 측정되기 힘들 수 있다. 가령 따뜻함(warm)이라는 것도 갓난아이를 돌보는 엄마의 따뜻함과 이웃 사이에 나누는 따뜻함은 다르다. 코카콜라가 선사하는 즐거움과 빙그레 바나나맛우유가 선사하는 즐거움이 다르다. 따라서 척도의 범위를 넘어 개성을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해 보는 것도 좋다. 브랜드 개성을 선정할 때 주의해야 할 다른 점은 모든 사람에게 어필하기 위해 지나치게 이상적인 개성을 추구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두루뭉술한 개성보다는 뾰족하고 에지 있는 개성이 낫다. 경우에 따라서는 반항적인 개성이 필요할 수도 있다. 예컨대 스케이트보더, 스노보더, 서핑족을 위한 브랜드라면 시끄럽고, 공격적이며, 반체제적인 이미지가 유효할 수도 있다. 어차피 모든 사람을 만족하게 할 수 있는 이상적인 개성이라는 것은 없다. ‘개성(個性)’이라는 말 자체가 개별적인 특성이라는 말 아닌가?



브랜드 개성화 3단계
고객과의 접점에서 구체적으로 표현
브랜드 개성화는 궁극적으로 모든 고객접점을 통해 구현되므로 마케팅 활동이 총체적으로 조율되는 것이 중요하다. 브랜드 개성을 구체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수단은 크게 인적 요소와 비인적 요소로 구분될 수 있다. (표 1)

브랜드 개성화가 무생물인 브랜드에 인격을 부여하는 과정인 만큼 브랜드 개성화에는 인적 요소가 중요하다. 아마도 가장 중요한 인적 요소는 기업의 CEO를 비롯한 임직원이다. 특히 CEO는 기업의 얼굴이다. 바디샵(The Body Shop)의 아니타 로딕(Anita Roddick), 테슬라(Tesla)의 일론 머스크(Elon Musk), 애플(Apple)의 故 스티브 잡스(Steve Jobs), 파타고니아(Patagonia)의 이본 쉬나드(Yvon Chouinard), 현대자동차의 故 정주영 회장 등은 브랜드의 에센스를 대표한다. 그저 자리를 차지하는 내부의 의사결정자가 아니라 브랜드의 핵심 가치를 대변하는 브랜드 아이콘이다. 강력한 리더십이 있는 CEO는 스스로 브랜드의 열렬한 옹호자임을 자처하고 적극적으로 세상과 소통함으로써 브랜드에 얼굴을 부여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 기업의 경우 CEO나 총수들은 가급적 공개적인 자리나 강연 등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CEO만큼 강력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수단은 없는데 말이다.



CEO가 브랜드의 대표 얼굴이라면 고객과 직접적으로 접촉하는 현장의 얼굴은 임직원, 그중에서도 일선 직원이다. 일선 직원의 따뜻한 서비스로부터 고객들은 브랜드를 피부로 체감한다. 아무리 인공지능과 같은 기계가 중요해지는 시대라지만 아직까지 대부분의 서비스는 사람을 통해 이뤄진다. 어쩌면 기계의 시대가 가속화할수록 역설적으로 인간의 모습이 더 중요해질지도 모른다. 기업들은 브랜드의 핵심 가치와 가치제안이 각 직원이 수행하는 업무 영역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이를 성과지표에 반영해야 한다. 지금은 아마존에 인수된 온라인 신발 소매업체 자포스(Zappos)는 전설적인 고객 감동 서비스로 유명하다. 그들의 핵심 가치에는 재미(fun), 약간의 이상함(a little weirdness), 모험(adventurous), 창의(creative), 개방성(open-minded), 긍정(positive), 열정(passionate), 겸손(humble) 등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이러한 단어가 직원들에게 구체적인 행동지침으로 제시되기 전에는 아무런 맥락 없는 허상에 불과하다. 긍정적이고, 개방적이며, 열정적이면서도 겸손한 서비스는 어떤 서비스인가? 자포스의 콜센터 직원은 전화를 걸어 피자가게 위치를 묻는 고객의 엉뚱한 질문에도 성실하게 답해준다.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절대로 전화를 끊지 않는다. 심지어는 10시간이 걸리더라도 말이다. 이러한 전설적인 서비스의 이면에는 올바른 행동에 대한 뚜렷한 가이드라인이 있다. 직원의 성과지표는 시간당 민원 해결 건수가 아니라 고객 불만 문제를 주인의식(ownership)을 갖고 끝까지 해결하는 것이다.



이상적인 고객의 이미지(user imagery)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본래 여성용 담배로 출시된 말보로(Malboro)는 여성 고객을 겨냥한 광고가 효과가 없자 카우보이라는 문화적 아이콘을 통해 남성적이고 마초스러운 이상적인 고객 이미지를 전달함으로써 남성 고객들에게 어필했다. 배달의민족 역시 핵심적인 고객을 명확히 설정하고 이들에게 맞는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해 성공 가도를 달려왔다. 핵심 고객을 20∼30대, 배달을 많이 시켜 먹는 자취생이나 대학생, 직장에서 주문을 담당하는 막내 사원으로 규정하고 이들이 좋아하는 문화(홍대, B급, 패러디, 키치(kitsch) 문화)를 커뮤니케이션에 담아냈다. 가게 창문에 손으로 쓴 듯한 느낌의 한나체를 만들어 활용하고, 고구려 벽화나 서양 명화를 패러디했다. 다양한 분야의 잡지에 패러디 카피를 넣은 광고를 집행했다. 예를 들어, 내셔널지오그래피에는 ‘인류는 왜 닭을 선택했는가’, 웨딩잡지에는 ‘다이어트는 포샵으로’라는 카피를 아무런 이미지 없이 내보냈다. 다른 사례로는 LG생활건강의 더 히스토리 후를 들 수 있다. 후는 현대판 왕후의 이미지를 이상적인 고객 이미지로 삼았다. 이를 반영해 경복궁에서 VIP 뷰티클래스를 열고 루브르박물관 박람회에 참가했으며 여성 지도자 콘퍼런스 등을 후원했다. 왕후를 떠올리는 후(后)라는 브랜드명, 궁중악기인 해금에서 모티브를 얻은 로고, 왕실 도자기 형상의 화장품 용기, 황금색과 보석 등 감각 마케팅을 통해 이상적인 고객 이미지와 일관된 마케팅 활동을 펼쳤다.

캐릭터와 광고 모델을 통해 인간적인 개성을 부여하는 것도 필요하다. 미쉐린 맨(Michelin Man)으로 불리는 미쉐린타이어의 캐릭터 비벤덤(Bibendum)은 인상 좋고 혈기왕성하며 생명력 넘치는 유쾌한 이미지를 통해 탄력적인 타이어 이미지를 극대화한다. 광고나 PPL(product placement) 같은 커뮤니케이션에 등장하는 모델도 브랜드 개성을 간접적으로 형성할 수 있는 방법이다. 007 영화에 등장해 BMW 자동차를 몰고 다니는 피어스 브로스난, 나이키 광고에 등장하는 타이거 우즈이나 마이클 조던 등은 유명인사가 갖고 있는 긍정적 이미지를 브랜드에 전이해 인간적인 매력을 브랜드에 덧입히는 방법이다. 캐릭터와 독특한 역발상을 통해 일본 두부 업계의 판을 바꾼 ‘오토코마에(男前, 남자다운) 두부’도 흥미로운 사례다. 당시 출혈적인 가격 경쟁이 가열되던 두부시장에 기존 두부와 비교해 무게 대비 1.5배 이상 비싼 가격 정책, 혼밥 트렌드를 거스르는 대용량(600g, 일반 두부는 300g), 담백한 두부맛의 선입견을 깨고 젊은 층의 입맛을 사로잡은 높은 당도, 진하고 농후한 맛, 사각형 외 다양한 모양(얼굴, 젖병, 육각형 등)의 패키지 등 모든 것을 새롭게 장착하고 등장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단연 압권은 브랜드명과 캐릭터다. ‘바람에 나부끼는 두부 장수 조니’는 제품 이름이자 오토코마에 두부점 교토 공장 앞의 거대한 동상이기도 하다. ‘어정쩡한 남자는 버려라!’ 남자다운 기질로 혼신을 다해 두부를 만들겠다는 다짐을 내세워 범용상품으로 치부되던 두부에 촌스럽지만 터프하고 멋진 척하는 사춘기 남자아이의 개성을 심었다.

리테일 공간 중 특히 플래그십 스토어는 브랜딩에 매우 중요하다. 소비자들은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개별 상품 브랜드를 체험할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관점에서 기업 브랜드의 개성을 통합적으로 인식한다. 대표적인 플래그십 스토어는 애플스토어, 싱가포르에 있는 내셔널지오그래픽 스토어, 독일의 폴크스바겐 아우토슈타트 등이 있다. 한국에서도 CJ 푸드월드, KT 스퀘어, 삼성전자 딜라이트숍 등이 체험형 플래그십 스토어를 지향하고 있다. 이들 공간은 단순히 자사 브랜드를 홍보하고 진열하거나 판매하기 위한 공간이 아니다. 그야말로 브랜드를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기획된 최적의 공간이다. 제네시스 강남 매장은 다른 자극물에 방해받지 않고 자동차를 경험하도록 콘크리트 차단벽을 설치하고, 천장 전면에 조명을 설치해 차량에 조명상이 맺히지 않게 했다. 복잡한 디자인은 과감히 생략하고 컬러만 강조한 미니멀한 매장 분위기를 연출해 소비자들이 오롯이 차량 체험에 집중하도록 했다. 9 이를 통해 소비자들은 제네시스 브랜드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감각적으로 느끼게 된다.

체험 마케팅 개념을 실제로 구현한 기념비적인 플래그십 스토어는 나이키타운이다. 미국 시카고에 있는 나이키타운 전면에는 “농구는 다른 게임처럼 규칙이 있지만 ‘중력’은 제외한다(It’s got rules and laws like any other game, but gravity isn’t one of them)”고 적혀 있는데 이는 나이키의 ‘Just Do It’ 정신을 극명하게 반영하는 문구로 나이키 세상에 들어가는 관문임을 알려준다. 나이키타운은 문자 그대로 마을(‘타운’) 개념을 매장에 도입했다. 층별로 농구, 골프, 러닝 등이 하나의 코너로 클러스터를 구성하며 종목별 상품들을 진열하고 있다. 또한 종목마다 스타플레이어들의 이미지와 그들이 직접 사용한 용품들을 전시해 고객들에게 특별한 추억거리를 안긴다. 한 마을에서 자신의 스타와 함께 있는 느낌은 나이키 브랜드와의 소속감과 동질감을 전달한다. 중앙 광장에서는 특별한 이벤트가 진행된다. 특정 시간이 되면 나이키타운 전체가 어두워지고 거대한 입체적 시각 장치에서 스크린을 통해 광고 영상이 나온다. 나이키타운을 방문한 고객은 브랜드의 혼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브랜드와의 일체감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

브랜드 요소 10 를 디자인할 때는 감각 마케팅을 활용해 브랜드 개성을 표현할 수 있다. 감각 마케팅의 원칙에는 여러 이론이 있지만 일차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 보자. 우리 브랜드가 추구하는 철학, 비전, 가치, 개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 사람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헤어스타일은? 입는 옷은? 좋아하는 음악은? 그만의 향기는? 가장 좋아하는 색상은? 비슷한 논리로 브랜드 개성을 확실하게 각인해줄 감각 목록을 고려해 보자. 브랜드 색상(예: 티파니 블루, 샤넬의 시그니처 검정, 스타벅스의 초록)은? 서체(예: 디즈니, 현대카드, 아모레퍼시픽, 버진항공의 독자적인 서체들)는? 의류(예: 싱가포르항공의 샤롱 케바야와 빨간색 매니큐어)는? 음악 스타일은? 특유의 향기(예: 러쉬의 친자연주의 핸드메이드 재료의 색상, 향기, 촉감)는? 온도는? 이 중 3∼5개의 핵심적 요소를 선정하고 왜 이러한 감각 요소들이 브랜드 개성을 극적으로 표현하는지 기술해보면 좋다. 감각 마케팅을 실행할 때는 여러 가지 심리학적, 미학적, 디자인적 사고가 필요하므로 디자인 및 예술 전문가들과의 협업이 중요하다. 그러나 전문가들과의 협업이나 조언을 논하기 전에 스스로 위 질문들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스스로 디자이너가 아니라 하더라도 충분히 나만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은가.

브랜드 개성을 넘어 브랜드 관계로
업이 고객의 충성도(loyalty)를 높이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근본적으로는 상품의 성능과 품질로 승부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 많은 시장에서 기술 평준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성능이나 품질만으로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어려워졌다. 다른 방법은 20세기 대표적인 마케팅 전략의 하나로 꼽히는 로열티 프로그램(loyalty program)을 도입하는 것이다. 하지만 로열티 프로그램을 너나없이 도입하는 바람에 너무나 당연시돼 충성도가 낮은 고객을 유인하는 역설적 상황이 많이 연출된다. 진정으로 충성도 높은 고객이 아니라 단지 포인트를 쌓고 혜택을 누리고 싶은 고객이 다수 유입되고 있다. 또한 로열티 프로그램은 기업의 비용을 키우기 때문에 많은 기업이 혜택을 제공할 확률은 낮추면서도 고객을 더 많이 유입시킬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마치 보험료를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약관을 꼼꼼하게 따지고 최대한 보험료를 지급하지 않으려는 보험회사의 행태처럼 많은 기업이 약속한 혜택을 최대한 제공하지 않기 위해 불이행 조건을 교묘히 설계해 비용 부담을 줄이려 한다. 11

충성도를 높이는 다른 방법은 고객과의 인간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브랜드 개성화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지향점은 친밀한 고객-브랜드 관계를 구축해 상생의 길을 도모하는 것이다. 가족이나 친한 친구에 대한 우리의 행동은 낯선 이방인이나 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람들을 대하는 행동과 다르다. 특별한 목적 없이도 같이 있고 싶고, 실수가 있더라도 아량으로 허물을 덮어주고, 장기적 관계를 통해 삶의 의미를 함께 만들어 간다. 비록 무생물이기는 하지만 브랜드도 그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많은 연구 결과를 토대로 유추해볼 수 있다. 소비자와 브랜드가 맺을 수 있는 의인화된 관계는 (1) 사랑과 열정(love/passion), (2) 자아연관성(self-connection), (3) 상호의존성(interdependence), (4) 몰입(commitment), (5) 친밀감(intimacy), (6) 파트너십(brand partner quality)의 정도에 따라 결정된다(Fournier, 1998). 브랜드 개성을 명확히 구축하면 브랜드가 추구하는 명확한 타깃 고객(right target customer)이 유입될 뿐만 아니라 소비자는 브랜드와 일체감을 느끼게 되고, 이를 통해 브랜드에 대해 친밀성과 사랑을 느낄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따라서 브랜드 개성이야말로 이성을 넘어선 충성도(loyalty beyond reason)를 구축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임에 틀림없다.

브랜드 개성화의 의의
21세기 들어 시장은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모바일 및 소셜미디어와 같은 디지털 인터랙티브 기술의 등장과 보급으로 인한 정보의 민주화, 소비자 니즈의 초세분화와 다양성 극대화, 초경쟁으로 인한 시장 경계의 와해와 신종 비즈니스의 등장 등 시장은 그야말로 혼란과 불확실성의 도가니에 빠져들고 있다. 정보의 민주화를 통해 소비자들은 자신들이 더 이상 시장점유율을 올리기 위한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인간적 소통의 대상이 되기를 원하고 있다.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는 개별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빅데이터, 인공지능과 같은 기술의 적절한 활용도 필요하지만 하이테크를 빛나게 하는 하이터치의 모습이 필요하다. ‘기술은 사람을 향합니다’라는 어느 기업의 구호처럼 결국 기술은 인간의 삶과 문화를 해독해 따뜻하고 배려받는 느낌을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 돼야 한다. 이러한 경쟁 환경에서 블루레몬, 사우스웨스트항공, 넷플릭스, 자포스, 어니스트티와 같은 언더독(underdog) 브랜드나 스몰 브랜드는 빅브랜드와 달리 고객에게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확실히 인식시키는 마케팅을 통해 시장 구도를 와해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제 과거 산업혁명이 가져온 기업과 소비자의 단절 관계를 불식할 때가 왔다. 얼굴 없는 브랜드와 개인성을 상실한 불특정 다수가 맺는 일방적 관계가 아니라 인간적인 얼굴을 가진 브랜드와 자신만의 개성을 가진 소비자가 의미 있는 관계를 맺어야 할 시점이다. 브랜드 개성화는 단지 겉으로 포장된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차원에서 핵심 가치를 설정하고 진실된 마음으로 소비자와 인간적 관계를 맺어 상호신뢰하는 인본주의(人本主義)적 브랜드를 구축하는 과업으로 인식돼야 한다. ‘나는 소비한다. 고로 존재한다(I shop, therefore I am)’는 말처럼 어차피 소비의 시대를 살아야 하는 현대인이라면 브랜드에서 맡을 수 있는 진한 인간의 향기는 (비록 인공적이기는 하지만) 우리의 삶을 조금이나마 행복하게 이끌 수 있으리라. 한때 초심을 잃고 비인간화 일로를 걸으면서 외형을 키워왔던 스타벅스도 최근 전략적 행보를 수정하고 있다. 이웃에 있는 단 한 명의 고객에게라도 한 잔의 커피를 통해 마음에 영감과 풍요로움을 주는 것(To inspire and nurture the human spirit - one person, one cup and one neighborhood at a time). 그것이 스타벅스가 추구했던 핵심 가치였다. 대한민국에서도 인간적인 향기를 물씬 풍기는 얼굴 있는 브랜드가 많이 탄생해 우리의 삶이 풍요로워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

필자소개 박기완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kiwanp@snu.ac.kr
필자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간대에서 통계학 석사 및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주 관심 분야는 소비자 행동, 브랜드 관리, 시장 트렌드와 혁신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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