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경영 찾기

상생 못하는 플랫폼은 곧 사라진다

264호 (2019년 1월 Issu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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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수의 콘서트장입니다. 입추의 여지 없이 관객이 꽉 들어찼습니다. 무대가 잘 보이지 않자 일부 관객이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모습을 더 잘 보고 싶어서입니다. 그러자 그 뒤에 앉아 있던 사람들도 하나둘씩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급기야 모든 관객이 서서 공연을 봅니다. 나만 일어설 수 있다면야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모두가 일어서니 결국 보이는 건 앉아 있을 때와 별 차이도 없는데 애꿎은 다리만 더 아픕니다. 이른바 ‘구성의 오류’입니다. ‘부분’만 놓고 보면 최적인데 ‘전체’라는 관점에서 보면 아닌 겁니다.



왠지 기시감이 듭니다. 음식 배달을 중개해주는 배달 앱 시장의 모습과 많이도 닮아 있어서입니다. 식당을 하는 내 입장에서는 나만 배달 앱에 등록할 수 있다면 수수료와 광고비를 좀 내더라도 할 만한 게임인데 모든 식당이 배달 앱에 들어오니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안 그래도 치열하던 경쟁 구도에 괜히 배달 앱 비용만 덧붙은 꼴입니다. 그러니 승자는 없습니다. 아니, 배달 앱만 승자입니다. 자영업자들의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는 이유입니다.



비슷한 사례가 또 있습니다. 스마트폰 앱을 사려는 고객과 팔려는 개발사를 이어주는 플랫폼이 ‘구글 플레이’입니다. 여기서도 문제가 발생합니다. 구글이 플랫폼 사용 대가로 떼어가는 수수료가 너무 비싸다는 겁니다. 앱 개발사가 가져가는 수익이 15% 수준인 반면 구글에 지급해야 하는 수수료는 매출의 30%입니다. 게다가 워낙에 많은 앱이 시장에 나오니 우리 앱이 고객 눈에 띄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또 지급하는 게 광고비입니다. 시장 내 그나마 더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대가입니다. 앱 개발사의 이익이 더 줄어드는 이유입니다. 애플 앱스토어도 상황은 똑같습니다. 재주는 곰이 부리는데 돈은 왕 서방이 챙기는 격입니다. 국내외 앱 사업자들의 ‘탈(脫)구글’ ‘탈(脫)애플’ 움직임이 그래서 격화됩니다. 수수료가 더 싼 플랫폼을 찾거나 자사 사이트를 활용하는 식입니다.

꽃이 있어야 벌이 오고 벌이 와야 꿀이 생깁니다. 꽃이 없는데 벌이 올 리 만무합니다. 벌이 없어도 꽃이 필 수 없습니다. 플랫폼의 성패는 그래서 꽃과 벌의 만족에 달려 있습니다. 참여하는 ‘모두’의 만족이 성공하는 플랫폼의 관건이란 얘기입니다.

최근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블록체인이 빚어낼 새로운 세상의 키워드 중 하나가 ‘거래의 탈중앙화’입니다. 블록체인 기술은 사고자 하는 사람의 정보와 팔고자 하는 사람의 정보를 중앙집권형 관리자 없이 매칭해 줍니다. 예컨대 우버는 차를 필요로 하는 사람과 차를 제공하는 사람을 중앙에서 이어줌으로써 수익을 만듭니다. 그런데 그런 중앙관리자가 없어진다면 수수료는 떨어지게 마련입니다. 거래 비용이 줄어들면 전체 거래와 경제 규모는 더욱 커질 수 있습니다. 거래의 효용이 올라간다는 얘기입니다. 현재 대부분의 디지털 기업이 중앙집권적인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해 돈을 법니다. 블록체인 기술이 일반화되면 경천동지할 만한 새로운 플랫폼이 나올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를 테면 ‘스팀잇’ 같은 사례입니다. 스팀잇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미디어플랫폼 서비스입니다. 스팀잇에서는 콘텐츠를 생산해 올리는 회원들이 회원들의 추천 수에 따라 해당 콘텐츠의 대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콘텐츠는 1도 없이 회원들이 올리는 글과 이미지, 영상들로 수익을 올리는 페이스북과 다른 점입니다. “저자에게 제3자나 광고 없이, 콘텐츠 그 자체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스팀잇 창업자인 네드 스콧의 말입니다. ‘오픈바자’라는 쇼핑 플랫폼도 있습니다. 오픈바자는 아마존처럼 중간에서 거래를 중개하지 않습니다. 단지 구매자와 판매자의 거래공간만 제공합니다. 중개인이 없으니 중개수수료 역시 없습니다. 제3자의 개입 없이 거래 당사자만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구조입니다. “무엇이든 파세요. 수수료는 제로입니다(Sell Anything. Pay Zero Platform Fees).” 오픈바자 홈페이지에 적혀 있는 문구입니다.

플랫폼에 참여하는 게 ‘울며 겨자 먹기’가 된다면 해당 플랫폼으로서는 위험신호입니다. 플랫폼으로서의 효용이 작아지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플랫폼 기업은 그래서, 참여 멤버들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기업 생태계를 만들고 가꾸어야 합니다. 각 플레이어를 어떻게 감동시키고, 어떻게 만족시켜 줄지 고민해야 합니다. 모든 이해관계자를 배려하는 상호 이익의 장을 만들어야 합니다. 플랫폼 생태계에 참여하는 멤버들이 열심히 하면 할수록 이익이 되는 매력적 생태계는 그렇게 만들어집니다. “분통이 터지긴 하지만 결국 그 플랫폼을 선택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겠습니까?” 다른 대안이 없어 이렇게 이를 갈며 플랫폼에 참여하는 고객은 언제든 떠날 수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모두가 행복해야 플랫폼입니다.

필자소개 안병민 열린비즈랩 대표 (facebook.com/minoppa)
안병민 대표는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헬싱키경제대학원 MBA를 마쳤다. 대홍기획 마케팅전략연구소, 다음커뮤니케이션과 다음다이렉트손해보험의 마케팅본부를 거쳐 휴넷의 마케팅이사(CMO)로 고객행복 관리에 열정을 쏟았다. 지금은 열린비즈랩 대표로 경영혁신·마케팅·리더십에 대한 연구·강의와 자문·집필 활동에 열심이다. 저서로 『마케팅 리스타트』 『경영일탈-정답은 많다』, 감수서로 『샤오미처럼』이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68호 통제에서 자율로 2019년 3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