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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5. 불닭볶음면의 소셜미디어 마케팅

눈물, 콧물 쏙 빼는 한국의 매운맛
전 세계 도전의 아이콘 되다

장윤정 | 263호 (2018년 12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출시 초기만 해도 “너무 매워서 도저히 사람이 먹을 수 없는 수준”이라는 비난을 받았던 불닭볶음면. 그러나 꾸준히 마니아층을 확대하고 2018년 후속 상품인 까르보 불닭볶음면과 짜장 불닭볶음면까지 성공시키며 확실한 ‘대세 라면’으로 자리 잡았다. 별다른 광고도 진행하지 않은 불닭이 이렇게 뜨거운 인기를 얻게 된 데는 ‘유튜브’를 통한 바이럴 마케팅을 빼놓을 수 없다. 불닭볶음면은 해외 유튜버 사이에서도 한국 문화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쯤 도전해봐야 하는 ‘k-푸드’의 아이콘이 됐다. 소비자들이 불닭볶음면을 즐기는 각종 레서피에 기반한 끊임없는 라인업 확대도 계속해서 불닭에 대한 ‘호기심’을 이끌어내는 데 한몫했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홍석영(연세대 불어불문학, 경영학과 4학년) 씨와 김종수(연세대 창의기술경영학과 3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우리 라면 먹을까?” 출출하긴 한데 왠지 모르게 밥은 당기지 않을 때 우리의 가장 친근하고, 익숙한 선택지는 ‘라면’이었다. 친구들끼리 PC방에서, 부모님 안 계실 때 동생과 간편히 식사를 때우기에도 라면만 한 게 없었다. 그러나 2018년 라면의 굳건하던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이제 굳이 마트까지 가지 않고 편의점에만 들러도 라면의 경쟁자들이 수두룩하다. 전자레인지에 데우기만 해도 맛나게 먹을 수 있는 도시락부터 즉석 국, 찌개가 “나트륨 덩어리인 라면보다는 건강한 밥을 먹어야 한다”며 선택을 기다린다. 김밥, 핫도그, 피자, 샌드위치도 빼놓을 수 없다. 경쟁자들의 약진으로 코너에 몰린 라면의 위기는 통계에서도 감지된다. 2017년 2조976억 원으로 처음으로 전년 대비 시장 규모가 2.9% 줄어든 것.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도 폭발적으로 팔려나가며 회사의 매출을 절반 이상 키운 라면이 있다. 바로 2012년 시장에 공식적으로 선을 보인 불닭볶음면이 그 주인공. 시장에 등장했을 때까지만 해도 “너무 매워서 도저히 사람이 먹을 수 없는 수준”이라는 비난을 받으며 단종의 위기를 겪어야 했던 불닭볶음면은 꾸준히 마니아를 늘려 이제는 ‘Fire noodle’ ‘한국 매운맛’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여기에 올해에는 강력한 후속상품 까르보 불닭볶음면까지 가세했다. 2개월 만에 2300만 개가 팔려나간 까르보 불닭은 과거 인기몰이를 한 팔도 꼬꼬면과 오뚜기 진짬뽕의 성적을 훌쩍 뛰어넘어 그야말로 ‘메가 히트’ 라면이 됐다. 삼양은 까르보 불닭볶음면 덕분에 올 상반기 매출 2493억 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의 실적을 냈다.

전통의 강자였음에도 한동안 농심, 오뚜기에 밀려 고전하던 삼양은 불닭 덕분에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해외에서의 열기도 뜨거워 삼양식품은 지난해 ‘1억불 수출의 탑’을 수상한 데 이어 올해 12월7일 ‘제55회 무역의 날’ 행사에서
‘2억 불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불닭 브랜드 하나로 2억 달러 수출의 역사를 쓰며 2년 연속 수출탑을 수상하게 된 것으로 이는 식품 업계 최초의 진기록이다. 별다른 광고 없이 입소문과 유튜브를 타고 단순히 라면을 넘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불닭볶음면의 성공 요인을 DBR이 집중 분석했다.



강렬한 매운맛의 볶음라면, 완전히 차별화된 맛으로 ‘중독성’ 어필
불닭볶음면 아이디어는 삼양식품가의 며느리이자 CEO인 김정수 사장으로부터 나왔다. 2011년 고등학생이던 딸이 졸라서 명동 데이트에 나섰다가 사람들이 줄서서 기다리던 매운 찜닭 집에서 힌트를 얻은 것.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맛있게 먹고 있는 찜닭 집 내 손님들을 보다가 “라면에도 이 강렬한 매운맛을 적용해보자”는 아이디어가 샘솟았다.

물론 개발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연구원들이 1년 동안 ‘매운맛’과 ‘닭’을 키워드 삼아 전국의 유명 불닭, 닭발 맛집들을 헤매고 또 헤맸다. 고추장, 페퍼소스, 멕시코의 핫소스 등 각종 글로벌 소스들도 투입됐다. 1년의 개발기간 동안 투입된 소스는 무려 2t, 닭은 1200마리. 그처럼 세계의 다양한 고추 맛과 닭과의 조합을 연구한 끝에 나온 제품이 불닭볶음면이다. 국물라면 시장의 카테고리를 벗어난 ‘볶음면’이라는 신선한 라면이었다.

그런데 혹시 이 제품이 하마터면 사라질 뻔한 흑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아는가. 불닭볶음면이 2011년 말 파일럿 제품으로 처음 시장에 선보였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실제로 초반 성적은 부진 그 자체였다. 초도 출고한 물량 외에는 거의 출고가 이뤄지지 않았다. 볶음면 시장이 아직 형성되지 않아 이를 생소하게 느끼는 소비자들이 많았고 무엇보다 너무 매웠다. 단종할 수밖에 없다는 여론이 높아졌다.

그런데 실패를 인정하고 단종을 결정하려는 그 찰나, 특이한 현상이 발견됐다. 시장에서 찾기 힘든 이 제품이 중고나라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귀하게 거래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비록 너무 매워서 대중들의 외면을 받았지만 ‘딱 내 취향’이라며 해당 라면을 찾아 헤매는 소수의 마니아층이 생겨난 것. 회사는 고민에 빠졌다. 소수의 마니아로부터 사랑을 받기 시작하긴 했지만 지속적인 인기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였다. 회사 차원의 고민 끝에 결론은 ‘GO’. 라면 업계에도 변화가 필요하니 한번 소수의 팬을 믿어보고 해보자는 것이었다.

다만 제품을 업그레이드했다. 원래 불닭볶음면의 매운맛을 중화할 수 있게 계란국 블록을 넣었는데, 계란국 블록이 파손이 잘되기도 하고 소비자들이 라면을 끓이고 난 후 별도로 계란국을 만드는 것을 귀찮아 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과감하게 계란국 블록을 없애고 그 대신 김·깨 후레이크를 추가했다.

그렇게 2012년 4월 본격적으로 생산이 시작된 불닭볶음면은 매년 시장에서 ‘파이’를 늘려가며 인지도를 키워왔다. “한 번도 안 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은 사람은 없다”는 매운맛 특유의 중독성이 매력 포인트. 여기에 의도치 않게 방송에도 심심찮게 노출됐다. 2013년 MBC ‘나 혼자 산다’에서 이성재가 삼각 김밥과 불닭볶음면을 먹는 장면이 방송되며 매출은 급상승 곡선을 그렸다. 마침 편의점에서 점점 인기를 끌기 시작하던 찰나에 방송이 이뤄지면서 시너지 효과가 폭발한 것이다.



불닭볶음면, 유튜브에서 도전의 ‘아이콘’이 되다
그리고 그 인기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유튜브다. 사실 그전까지는 여전히 고등학생들, 어린 학생들이 좋아하는 매운 라면일 뿐이었다. 그런데 유튜브가 불닭볶음면의 인기에 불을 댕겼다. ‘영국 남자’로 알려진 유튜브 스타 조쉬가 불닭볶음면 먹기에 도전하는 영상을 올린 것이 전환점이 됐다. “영국 남자, 불닭볶음면 도전. 3, 2, 1 GO!” 처음에는 자신만만하게 불닭볶음면 먹기에 도전한 조쉬의 지인들. 하지만 곧 익숙지 않은 매운맛의 공격에 눈물, 콧물을 쏟아낸다. 힘들어하면서도 맛있다며, 불닭볶음면을 먹는 그들의 모습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영국 남자의 ‘Fire noodle challenge’는 이제 레전드 영상이 됐다. 지금까지 조회 수만 940만 회(11월 30일 기준).

그들의 도전을 본 또 다른 유튜브 스타가 도전에 나서고, 또 도전에 나서면서 불닭볶음면은 이제 한국 문화를 좀 안다 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시도해야 하는 도전의 아이콘, 더 나아가 k푸드의 아이콘이 됐다. 벤쯔 같은 국내 유명 유튜버들의 ‘먹방’은 물론이고 해외 유튜버나 일반인들의 불닭볶음면 시식 영상들의 조회 수가 기본 100만 건을 넘을 정도로 불닭볶음면은 하나의 제품을 넘어 ‘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11월30일 현재 페이스북, 유튜브 등 SNS에서 ‘fire noodle challenge’라는 제목 및 내용으로 검색되는 영상은 20만여 건에 이른다. 남녀노소,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에서부터 북미, 남미에 이르기까지 불닭볶음면에 도전하고 눈물, 콧물을 빼고 웃고 열광한다.

사실 전혀 의도하지 않은 결과였다. 삼양에서는 그 때문에 적지 않은 고민도 안게 됐다. 얼떨결에 제품이 메가 히트를 쳤는데 도대체 마케팅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난감했다. 젊은 직원들을 중심으로 “왜 사람들이 불닭볶음면을 좋아하는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부터 고민했다. 결론은 “소비자들을 주인공으로 만들어줬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지금까지의 라면들은 신제품을 내면 광고 등으로 뛰어난 맛을 강조하면서 “이 제품은 꼭 먹어봐야 해”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하지만 불닭볶음면은 그런 식의 광고를 하지 않았다. 의도치 않게 유튜브를 타고 인기를 얻었는데 가만 보면 불닭볶음면은 “내가 이렇게 매운 것을 잘 먹는 사람이다”라는 것을 뽐내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불닭볶음면이 주인공이 아니라 내가 주인공이고, 불닭볶음면을 먹는 챌린지 동영상을 올리는 것은 사실 “나 이거 먹어봤어”라는 자랑할 포인트와 스토리를 만들어내기 위함이다. 밀레니얼세대는 자신이 주인공이길 원한다. 그들의 트렌드에 잘 맞는 콘텐츠가 불닭이었다. 게다가 불닭볶음면의 매운맛은 ‘도전’이란 키워드와 연결돼 국가와 남녀노소를 뛰어넘어 모두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여기에 강인하고 화끈한 한국인의 이미지와도 어울려 불닭볶음면은 K-컬처 지지자들에게도 자연스레 어필할 수 있었다.

삼양은 유튜브에서 불닭볶음면의 인기를 관찰한 뒤 마케팅도 그런 포인트를 만족시키는 방향으로 잡았다. 단순히 불닭볶음면이 맛있다고 마케팅하는 게 아니라 불닭을 직접 체험하고, 스스로를 뽐낼 수 있게끔 이벤트를 개최한 것. TV나 라디오를 통해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중·고등학교를 돌면서 불닭볶음면에 도전하는 ‘고 투 스쿨(Go to school)’ 이벤트를 개최했다. 마트에서도 단순히 시식을 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을 하게끔 유도했다.




까르보, 짜장, 커리 등등 불닭 라인업 확대하며 타깃 넓혀, 소비자들의 레서피도 적극 활용, 팬덤 공고해져
치즈불닭볶음면, 불닭볶음탕면, 커리불닭볶음면, 핵불닭볶음면, 쿨불닭비빔면, 마라불닭볶음면, 불닭떡볶이…. ‘모디슈머 열풍’을 타고 자신만의 레서피로 불닭볶음면을 즐기는 사람이 늘어나는 점에서 착안, 삼양은 다양한 불닭볶음면의 확장 제품을 선보이며 불닭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지속적으로 자극하며 불닭 제품에 소비자를 ‘가둬 놓는 데(lock in, 자의든 타의든 서비스를 계속 사용할 수밖에 없게끔 만드는 것)’ 기여하고 있다. 예컨대 불닭볶음면의 매운맛에 어느새 익숙해진 사람에게는 더 매운맛을, 불닭볶음면이 살짝 지겨워지려는 찰나 짜장맛이 섞인 불닭볶음면이 제공되는 식이다. 이렇게 선택의 폭이 넓어지니 소비자들이 계속해서 불닭에 대한 흥미와 애정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인터넷에서 소비자끼리 소소하게 공유하는 레서피가 직접 제품으로 ‘짜자잔’ 하고 시장에 등장하니 소비자는 내가 제품 기획에 참여한 것 같은 재미와 보람까지 느낄 수밖에.

후속 상품들의 성적도 ‘역대급’이다. 올해 오리지날 불닭볶음면을 위협하는 후속 제품으로 등장한 게 까르보 불닭볶음면. 사실 까르보 불닭볶음면은 불닭 브랜드 10억 개 판매를 기념해 2017년 12월 한정판으로 출시된 상품이다. “기존의 불닭볶음면에 크림소스를 섞어먹으면 맛있다”라는 소비자들의 반응에서 착안, 스페셜 에디션 형태로 제품화한 것. 기존의 매운맛 액상수프에 모짜렐라 치즈 분말, 크림맛 분말, 파슬리 가루가 들어간 분말수프를 함께 제공하는데 매운 정도를 측정하는 스코빌지수로는 기존 불닭볶음면의 절반 정도의 맵기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 까르보 불닭볶음면이 한정 판매기간인 3월까지 월평균 1200만 개(총 3600만 개 생산)가 판매되는 기록을 세우며 큰 인기를 끌었다. 그 흔한 TV 광고 하나 없이 이 같은 판매고가 가능했던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일단 맛이 매운맛 크림파스타와 비슷해 오리지널 불닭볶음면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사람들도 도전해볼 만하다. 한마디로 매운 것에 약한 사람들을 겨냥해 ‘진입 장벽’을 낮춰준 셈이다.

생산을 종료한 이후에도 “정식 출시를 해달라”는 문의가 끊이지 않자 삼양은 고민 끝에 2018년 5월 까르보 불닭볶음면을 정식 출시했다. “적잖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한정판’ ‘스페셜 에디션’으로 내놓은 상품인데 다시 정식으로 출시한다는 게 어찌 보면 소비자와의 약속을 어기는 것처럼 비춰질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그 이전보다 제품을 업그레이드하고 포장재도 카카오 프렌즈와의 협업으로 ‘어피치 에디션’으로 내놓았죠.” (이민호 삼양식품 면스낵 마케팅팀장)

사실 까르보 불닭 이외에도 다양한 확장 시도가 이어져왔다. 불닭볶음면의 매운맛에 익숙해져 점점 더 강한 매운맛을 찾는 소비자들을 타깃으로 앞서 2017년 1월 기존 불닭볶음면보다 두 배가량의 맵기를 가진 ‘핵불닭볶음면’을 한정판으로 출시했다. 또 2018년에는 오리지널 불닭볶음면 출시 초기부터 대표적인 모디슈머 조리법으로 인기를 끌어온 ‘불닭볶음면+짜장라면’ 레서피를 제품화해 ‘짜장 불닭볶음면’을 출시했다. 실제로 2017년 MBC의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강다니엘이 불닭볶음면과 짜장라면을 섞어 맛보면서 널리 알려진 레서피가 이것이다. 짜장 불닭볶음면은 까르보 불닭볶음면에 이른 두 번째 레서피 활용 제품으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라면시장에서 이렇듯 오리지날 불닭볶음면의 뒤를 이은 후속작들까지 연달아 히트를 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불닭이 확실한 브랜드를 구축했으며 ‘확장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 실제로 지금도 삼양에서는 계속해서 소비자들이 어떠한 레서피로 불닭볶음면을 즐기고 있는지 모니터링하며 확장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불닭볶음면의 매운맛에 도전하고, 여러 가지 식재료를 섞어 자신만의 레서피를 선보이는 소비자들을 위해 회사 차원에서 꾸준히 라인업을 확대해 만족도와 재미를 제공하려고 합니다. 이것이야말로 불닭볶음면의 브랜드 가치를 유치할 수 있는 길인 것 같아서요.” (이 팀장)

보안 유지 문제 때문에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시식회를 진행하진 못하지만 회사 내부의 2030 젊은 직원들을 뽑아 ‘수요시식회’를 꾸준히 진행하고 지금도 불닭볶음면의 변형 버전을 계속해서 맛보고 있다. 라면 이외의 카테고리도 도전 대상이다. 불닭떡볶이도 바로 그 결과물. 사실 닭갈비, 닭강정 등에 함께 어우러지며 닭과 찰떡궁합을 자랑하는 것이 바로 떡이라는 점에 착안해 삼양식품은 전자레인지로 간편하게 조리하는 ‘불닭떡볶이’를 선보였다. 불닭 소스를 활용해 매콤하면서도 감칠맛 나는 떡볶이 소스를 개발, 도정 후 5일 이내의 국내산 쌀 99%로 만든 떡을 적용해 쫄깃한 식감의 떡볶이 제품을 완성한 것이다. 10월23일 출시된 떡볶이 제품은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키며 3주 동안 총 32만 개가 팔려나갔다. 시장의 반응이 너무 뜨거워 그 열기를 생산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제품이 너무 잘 나가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대기업에서 먼저 미팅을 요청할 정도였죠. 입사 이래 처음 경험해본 일이었습니다.”(이 팀장)

떡볶이에 이어 12월에는 불닭 소스만 따로 출시했다. 불닭볶음면 소스의 감칠맛 나는 매운맛에 매료돼 라면을 사들여 소스만 쟁여두는 고객들이 상당하다는 데서 착안한 제품이다. 이 같은 시도는 라면에 집중된 리스크를 분산하는 효과도 있다. 앞으로 불닭 브랜드는 김밥이나 통조림, 냉동식품 등으로 확산될지도 모른다.



이제 불닭이 그 자체로 브랜드, 다양한 업체들로부터 컬래버레이션 제안 쏟아져
사실 불닭볶음면은 그 흔한 TV 광고 한 번 한 적이 없다. 다른 라면들이 연예인을 기용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 대신 삼양은 라디오와 SNS 계정을 활발하게 활용하며 대신 불닭볶음면의 자체 캐릭터 ‘호치’에 비용을 투자했다.

라면에 캐릭터를 입히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라면 패키지는 굉장히 정형화돼 있는 편. 봉지라면에 색상, 라면 이미지, 글자 폰트 정도로 차별화가 가능했다. 하지만 삼양은 불닭볶음면을 즐기는 연령대가 10∼20대로 굉장히 젊은 편이고, 그들이 게임 캐릭터에 익숙한 만큼 캐릭터를 만들면 불닭볶음면에 대한 ‘애착’이 더 커질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해 과감하게 캐릭터에 투자했다. 그래서 2014년 디자인 리뉴얼 과정에서 호치가 처음 패키지에 등장했다. 사실 매출이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라면 겉면에 갑자기 호치가 등장하면 소비자들이 낯설게 느끼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의외로 캐릭터가 등장하면서 제품의 포인트가 되고, 한눈에도 다른 라면들과 차별화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삼양은 호치로 효과를 본 뒤 계속해서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다. 까르보나라 불닭볶음면의 경우 카카오 프렌즈의 어피치 캐릭터와 컬래버레이션했다. 유통업체뿐만 아니라 화장품 기업 ‘토니모리’와도 손을 잡았다. 도대체 불닭볶음면과 화장품이 어울릴까 싶지만 불닭 팬들은 “재밌다” “불닭볶음면인 줄 알고 집을 뻔”이라며 이 이색적인 협업에 웃음을 보내고 있다. 글로벌 대기업까지 불닭의 위력을 알아봤다. 알리바바 측에서 먼저 연락이 와 올해 광군제를 기념해 함께 마케팅을 하자는 요청을 한 것. 이에 따라 패키지에 ‘알리바바’ 상표를 노출한 상품을 별도 제작, 알리바바의 플랫폼에서 해당 불닭볶음면을 판매하는 단기 이벤트가 올해 광군제 때 진행됐다.

해외에서 더 난리 난 불닭볶음면
불닭볶음면은 2013년부터 수출을 시작해 현재 중국, 동남아(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베트남, 태국, 등 전역), 미주, 유럽 등 76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날이 갈수록 인기가 높아져 2016년 인도네시아에서 코트라가 주최한 한국 제품 판촉전인 ‘Korea Sales Festa’에서도 불닭볶음면은 한국 제품 중 매출 1위를 기록했다. ‘2017년 중국인에게 추천하는 한국의 명품’ 조사 결과 ‘선물 명품’ 카테고리에서 상위 10위 안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2017년 한국 라면 수출액이 사상 처음으로 4000억 원을 돌파했는데 이 중 2000억 원이 삼양의 라면, 그중 1750억 원이 불닭 브랜드 수출액이었다. 해외에서 판매된 라면 2개 중 약 1개는 불닭 브랜드인 셈으로 불닭이 한국 라면 수출을 견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대체 해외 소비자들이 이토록 불닭을 사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유튜브가 해외에서의 열기에도 불을 댕겼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의 SNS에서 불닭볶음면을 접한 소비자들은 매워서 눈물을 흘리면서도 맛있다면서 불닭볶음면을 먹는 유튜버들의 모습에서 호기심을 얻게 됐다. 이에 불닭볶음면을 실제로 조리하고 먹는 영상을 따라서 업로드하게 됐고, 다양한 콘텐츠가 계속해서 올라오면서 불닭볶음면의 인지도가 전 세계적으로 높아졌다. 덕분에 이제 ‘한국의 매운맛=불닭’이라는 이미지가 구축됐다. 누구나 한 번쯤은 맛봐야 하는 브랜드가 된 것이다. 물론 호기심에서 시작된 유행이니만큼 단기간의 유행으로 끝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해외에서 인기가 지속되며 수출이 계속해서 증대되는 데는 몇 가지 요인이 있다.



일단 일찌감치 해외 시장 확장을 목표로 할랄 인증을 받은 것이 불닭볶음면의 수출 활황에 날개를 달아줬다. 할랄(Halal)은 ‘허용되는 것’을 뜻하는 아랍어로 ‘먹어도 되는 식품’을 말한다. 할랄 인증은 이슬람 율법에 따라 생산, 도축, 처리, 가공된 식품과 공산품에 부여된다. 이슬람교도인 무슬림은 할랄 인증 제품만이 위생적이며 맛, 질, 신선도가 뛰어난 깨끗하고 안전한 식품으로 여긴다. ‘할랄’ 하면 일반적으로 중동을 떠올리지만 세계 무슬림 인구의 60% 이상이 살고 있는 지역이 바로 동남아. 동남아 개척을 위해서는 할랄 인증이 필수였다. 실제로 세계 3대 할랄 인증으로 꼽히는 것이 말레이시아 ‘자킴(JAKIM)’, 인도네시아 ‘무이(MUI)’, 싱가포르 ‘무이스(MUIS)’다.

삼양식품은 1년여간의 준비작업을 거쳐 지난해 9월 인도네시아 할랄 인증기관인 ‘무이’로부터 불닭 브랜드 3종에 대해 할랄 인증을 받았다. 사실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국내 원료로는 할랄 인증을 받기 어렵기 때문에 아예 할랄 인증을 받은 재료만을 사용해 최대한 오리지널 불닭볶음면과 같은 맛을 구현해야 했다. 마땅히 국내에 조언을 구할 곳도 없다. 국내라면 생산업체 중 MUI 인증을 받은 건 삼양식품이 최초로, 세계 2위의 라면 소비국이자 동남아 시장을 대표하는 인도네시아 수출 증대를 위해 다른 불닭 브랜드의 MUI 인증을 추가로 획득할 예정이다.

적극적인 수출용 제품 개발도 빼놓을 수 없다. 삼양은 동남아를 겨냥해 커리 불닭볶음면, 중국을 겨냥한 마라 불닭볶음면 등 현지 소비자들을 타깃으로 한 수출 전용 상품을 꾸준히 개발해왔다. 오리지널 불닭볶음면의 아이덴티티를 잃지 않으면서도 현지 입맛을 가미한 제품은 소비자층 확보에 큰 도움이 됐다.

해외에서의 성장은 국내에서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불닭의 인기를 끌어올리는 촉매제가 됐다. 해외에서의 인기가 국내에서도 불닭을 화제의 주인공으로 만드는 ‘선순환’을 낳은 셈. 커리 불닭볶음면, 마라 불닭볶음면의 경우 당초 해외 수출용으로 기획 출시된 제품들인데 이를 궁금해 한 국내 소비자들이 해외 온라인몰에서 직구에 나서고, 국내 출시를 요청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내수시장에도 선보이게 됐다.

미투 상품들의 연이은 등장, 불닭볶음면의 인기는 그래도 ‘현재진행형’
사실 불닭볶음면을 두고 반짝 인기제품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실제로 팔도 꼬꼬면이나 허니버터칩의 전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팔도 꼬꼬면은 KBS 프로그램 ‘남자의 자격’에서 개그맨 이경규가 아이디어를 내 개발한 제품. 2011년 출시 이후 ‘하얀 국물 라면’ 열풍을 일으키며 3개월 만에 시장점유율 20%를 넘겼다. 일부 판매점에서는 농심 신라면의 매출을 뛰어넘기도 했다. 품귀 현상까지 나타나자 제조사인 한국야쿠르트는 라면사업부를 ‘팔도’로 분사하고, 2011년 500억 원을 투자해 전남 나주에 새 공장을 짓기로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빠르게 얻은 인기는 빠르게 사그라졌다. 2013년이 되자 꼬꼬면의 점유율이 1%대로 떨어진 것. 식품 업계에서는 결국 하얀 국물라면이 신선함과 특별함 때문에 인기를 얻었던 것인데 그런 매력이 금세 사라졌다고 분석했다. 또 소비자들이 결국 오랫동안 먹어와 익숙하고 친근한 맛의 라면을 다시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고 풀이했다.

허니버터칩 역시 짧고 굵직한 영광을 누린 제품이다. ‘짭짤한 감자칩’이 대세였던 상황에서 ‘단맛의 감자칩’으로 차별화해 인기를 얻었다. 출시한 지 한 달 만인 2014년 10월부터 인스타그램에서 입소문을 얻었고 3개월도 안 돼 1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2015년 6월을 정점으로 인기가 급감했다. 인기가 금방 사그라진 이유에 대해서는 동종 업체들이 앞 다퉈 미투 제품을 출시하면서 허니버터칩만의 특별함을 소비자들에게 어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된다. 게다가 수급이 원활하지 않았던 허니버터칩과는 달리 농심의 유사 스낵들은 쉽게 구매할 수 있었던 탓도 있다. 결국 대체재가 오리지널을 제친 셈.

불닭볶음면의 인기는 이들과 달리 계속 이어질 것인가? 식품업계 전문가들은 불닭볶음면의 인기가 ‘계단식’으로 꾸준히 올라왔다는 점에 주목한다. 반짝 폭발적으로 인기를 모은 게 아니라 2012년부터 꾸준히 마니아층을 늘리고, 불닭볶음면 챌린지 열풍과 후속제품 인기를 타고 꾸준히 판매량이 상승돼 왔다는 것. 게다가 후속 상품까지 별다른 광고 없이도 입소문만으로 흥행하며 2018년까지 바람이 이어져오고 있다. 불닭볶음면이라는 브랜드가 이미 소비자에게 각인됐고, 향후 신규 확장 제품을 출시해도 히트를 보장할 수 있다는 이야기. 유화증권 홍종모 애널리스트는 “불닭볶음면 시리즈는 단순한 ‘원 아이템’이 아니라 한국식의 매운맛이라는 카테코리를 선점한 K-hot 시장의 리더”라며 “한류의 영향으로 아시아는 물론 북미, 유럽에서도 k-food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장기 흥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히려 불닭의 리스크 요인은 소비자들의 입맛이 아니라 쏟아지는 유사 상품에 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2013년 11월 팔도에서는 불낙볶음면을 출시하기도 했다. 까만 봉지에 빨간 글씨, 매운맛을 강조한 글씨 등 디자인이 너무 유사하다는 판단에 따라 삼양은 법적 대응에 돌입했다. 포장봉지 모양 등을 베끼고 소비자에게 양사 제품을 혼동하게 했다며 디자인권 침해 금지 등을 청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낸 것. 하지만 법원은 삼양의 손을 들어주지는 않았다. 사실 문제는 국내보다는 해외다. 중국에서는 불닭볶음면의 포장지까지 유사하게 만들고, 불닭볶음면 캐릭터 호치까지 그대로 베낀 제품들이 팔려나가고 있다. 오리지널과 유사하게 보이기 위해 한국어로 ‘불닭볶음면’이라 표기하기까지 했다.

결국 앞으로의 관건은 얼마나 불닭만의 브랜드를 더 강화하고 지켜나가느냐에 달려 있다. 중국의 소비자로 하여금 미투 상품들이 아니라 오리지널 불닭을 선택하도록 만들어야 하기 때문. 다행인 것은 해외 소비자들도 점차 불닭뿐만 아니라 ‘삼양’이란 브랜드를 인식해나가고 있다는 점. 맛과 디자인을 따라할 수 있지만 오리지널 브랜드 가치는 쉽게 베낄 수 없다. 삼양이 계속해서 불닭의 브랜드와 팬덤을 키워나가야 하는 이유다.


DBR mini box: 불닭볶음면 성공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나

10년 전이라면 불닭볶음면은 아마 매운맛에 아주 끌리는 마니아층에 의해 주로 소비되다가 사리질 운명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불닭볶음면의 지금의 성공에는 디지털 기반의 다양한 마케팅 전략이 큰 역할을 했다. 누구나 스마트폰을 가지고 쉽게 동영상을 찍어서 이를 유튜브와 같은 비디오 공유 사이트에 올릴 수 있게 되면서 스스로 재밌는 영상을 찍어서 올리려는 욕구를 가진 사람들이 늘어났다. 불닭볶음면은 이러한 변화에 가장 적절한 방식으로 소통함으로써 제품을 성공시켰다고 할 수 있다.

불닭볶음면은 마케팅에 있어 UCG 전략에 집중해 인터넷 세상에서, 고객들이 자발적으로 바이럴 콘텐츠(Viral Contents)를 만들어 올리도록 장려했다. 실제로 불닭볶음면을 인터넷상에서 검색해보면 수많은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앞 다퉈 이 라면을 먹고 매워하는 재미있는 영상들을 올려둔 것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자발적으로 스스로 만든 ‘UGC(User Generated Content)’다. UGC 전략은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를 쓰는 고객이 그와 관련된 콘텐츠를 자연스럽게 인터넷상에 배포하도록 유인하는 것을 의미한다. 삼양의 경우 다양한 방식으로 불닭볶음면 관련 콘텐츠들이 인터넷상에서 확산되도록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첫째, 불닭볶음면, 제품 자체가 UGC 콘테츠가 많이 만들어질 수 있는 속성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은 인플루언서 시대다. TV나 전통적인 종이 매거진이 아니라 페이스북, 유튜브, 아프리카TV와 같은 다양한 인터넷 기반 채널들에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들어 올리고, 자신을 좋아하는 팬(fan)들을 늘려나가고자 하는 수많은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존재한다. 이들 콘텐츠 크리에이터는 본인들의 채널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다양한 방송 콘텐츠를 찾아 나선다. 그중 가장 많이 사용되는 포맷이, 일반인들을 등장시키고, 이들이 특정 행위를 하도록 하고, 해당 행위를 하는 과정에서 재미있는 반응이 나오는 것을 찍는 일종의 ‘Prankvertising(‘장난’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 Prank와 광고를 의미하는 Advertising의 합성어)’ 비디오를 만드는 것이다. 불닭볶음면은 엄청 맵다. ‘매워 봐야 얼마나 맵겠어’라고 생각하는 일반인들의 호기로운 모습을 자연스럽게 이끌어 내고, 막상 먹었을 때 엄청 매워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쉽게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다.

매운맛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들이 등장하는 수많은 불닭볶음면 동영상이 만들어진 것도 같은 이유로 설명 가능하다. 외국의 콘텐츠 크리에이터들 역시 전 세계의 다양한, 익숙하지 않는 음식을 먹여보고 그 반응을 생생하게 기록하고 재미있는 방식으로 전달하는 포맷을 자주 사용한다. 한국 하면 ‘스파이시(Spicy)’한 맛의 나라로 유명하다. 외국인들 역시 매운 음식으로 이름난 나라에서 파는, 아주 맵다고 소문이 난 음식을 먹고 그 반응을 기록했을 때 좋은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소재로 불닭볶음면을 생각했을 것이다. 게다가 외국으로 쉽게 공수할 수 있고 뜨거운 물만 부으면 되는 간단한 인스턴트 형식의 음식인 불닭볶음면은 사용하기에도 편하다. 여러 측면에서 이들 외국인 크리에이터가 UGC 소재로 쓰기에 좋은 속성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 영국 남자가 불닭볶음면이 크게 인기를 얻기 전에 이 제품을 구해서 영국에 있는 친구들에게 먹이고, 그 반응을 기록한 콘텐츠를 만든 것처럼 수많은 외국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불닭볶음면을 너도 나도 UGC 소재로 사용했다. 디지털 세상에서 콘텐츠가 입소문을 얻도록 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하는 선봉장이 바로 인플루언서들이다. 이러한 인플러언서들이 콘텐츠의 소재로 삼기에 매력적인 속성이 제품에 담겨져 있었다는 것이 불닭볶음면의 지금의 성공에 큰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인플루언서들에게 직접 돈을 주고, 그들이 콘텐츠를 만들 때 제품을 소재로 쓰도록 부탁하는 것도 좋지만 그들이 우리 상품을 자연스럽게 자발적으로 사용하도록, UGC 콘텐츠화할 수 있는 요소들을 기획 때부터 고려하는 것도 좋은 시도라 할 수 있겠다.

둘째, 소비자들이 궁금해 하는 브랜드가 되려고 노력한 점이 UGC 성공 전략에 큰 역할을 했다. 불닭볶음면이 인터넷을 기반으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해서 오프라인에서도 큰 성공을 거둔 이후 삼양은 지속적으로 다양하고 재미있는 버전의 불닭볶음면 제품들을 만들어 소개하고 있다. 인터넷 세상에서, 지속적으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웹상에서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계속 궁금해 하는 브랜드가 돼야 한다. 한마디로, 지속적으로 변화를 만들어내서 ‘어, 저 브랜드 저런 재미있는 일도 하네’라는 인식을 지속적으로 심어줘야 한다. 심심한 동사무소에서나 사용되던 모나미 볼펜을 살린 것도 고가의 한정판 153 Limited edition 모델이었던 것처럼 많은 브랜드가 고유의 브랜드 컨셉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다양한 변주를 제품에 녹여낸다. 빙그레의 인기 제품인 바나나 우유 역시 기본적인 제품 컨셉을 크게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한정판으로, ‘오디맛 바나나 우유’ ‘귤맛 바나나 우유’와 같은 제품들을 끊임없이 만들어 내고 고객들에게 선보인다. 이처럼 불닭볶음면은 초기 성공에 머무르지 않고 지속적으로 기본적인 제품 컨셉을 유지하면서 재미있는 후속 시리즈 제품들을 한정판으로 계속 내놓으면서 인터넷상에서 사람들이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재미있는 브랜드가 되는 데 성공했다.

셋째, 불닭볶음면은 성공을 거둔 이후 입소문이 나서 한 번 제품을 맛본 사람들을 팬층으로 만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깊은 팬층을 가지고 있는 브랜드들이 사용하는 전략 중 하나가 팬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그들이 자발적으로 제품을 변주하고 가지고 놀 수 있도록 창작 가능한(Creatable) 요소들을 제공해 주는 것이다. 스타벅스가 사이렌 오더 앱을 통해서 고객들이 그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제품을 제조하도록 허용하는 것도 고객들이 제품을 변주하고 가지고 놀게 함으로써 좀 더 브랜드에 대해 애착(Attachement)을 가지게 만들기 위함이다. 팬들은 스타벅스 사이렌 오더를 이용해서 전날 과한 음주로 눈이 충혈되고 정신이 혼미할 때 마셔야 하는 해장 커피 ‘레드 아이’를 만드는 법 등 각종 레서피를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서로 공유한다. 마찬가지로, 불닭볶음면 역시 소비자들이 각자 취향에 맞게 불닭볶음면 시리즈의 제품들을 변주할 수 있도록 장려한다. 여름 한정판 쿨 불닭비빔면이 출시됐을 때도 제품 후면과 다양한 SNS 플랫폼을 통해서 이 제품을 더 맛있게 먹는 레서피를 적극적으로 공유했다. SNS를 검색해보면 ‘불닭볶음면 삼겹살 김밥 만드는 법’ 등 자기만의 방식으로 불닭볶음면을 즐기는 레서피들을 영상 콘텐츠 형태로 올린 소비자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불닭볶음면을 더 맵게 만들어서 먹는 법, 덜 맵게 만들어서 먹는 법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제품이 변주되며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셈이다.

필자소개 이승윤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seungyun@konkuk.ac.kr
이승윤 교수는 디지털 문화심리학자다. 영국 웨일스대에서 소비자심리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고, 캐나다 맥길대에서 경영학 마케팅 분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글로벌 마케팅 조사회사인 닐슨에서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했다. 현재 비영리 연구·학술 단체인 디지털마케팅연구소의 디렉터를 지내면서 디지털 분야의 전문가들과 주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다양한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저서로는 『바이럴-입소문을 만드는 SNS의 법칙』 『구글처럼 생각하라』 등이 있다.


필자소개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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