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트 맥주 시장 선도한 제주맥주

제주를 담은 맥주, 그 이미지의 힘
색다른 경험과 스토리를 입혀서 판다

258호 (2018년 10월 Issu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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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 at a Glance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국내 크래프트 맥주 시장에서 제품 출시 1년 만에 시장 선도 기업으로 떠오른 제주맥주. 오랜 준비 기간과 미국 브루클린 브루어리와의 협업을 통한 양조 노하우 획득, 제주도라는 섬이 갖는 이미지의 힘 등을 바탕으로 1년 만에 매출액 100억 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는 제주맥주의 성공 스토리를 분석했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이진영(연세대 경영학과 4학년) 씨와 홍석영(연세대 불어불문학과,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서울시 제주도 연남동’

지난 6월1일, 서울시 마포구 연남동에 위치한 연트럴파크(연남동 경의선숲길의 별칭)에 생긴 제주맥주 팝업스토어의 이름이다. 6월1일부터 6월24일까지 3주간 운영된 팝업스토어는 말 그대로 대박이 났다. 3주 남짓한 행사 기간에 약 5만5000명이 이곳을 방문했다. 하루 평균 방문객 수도 2000명을 넘었다. 국내 주류업계가 진행한 팝업 사상 최장기간, 최다 인원 방문 기록을 세웠다. 팝업스토어에서만 하루에 1000잔의 제주위트에일이 팔렸다. 주말에는 2000잔 이상이 팔리기도 했다. 팝업스토어 주변 제주맥주 판매점에서 팔린 맥주까지 더하면 그 수는 몇 배 더 늘어난다.

소셜미디어상에서도 제주맥주 팝업스토어의 인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행사 기간 동안 인스타그램에서의 #제주맥주 태그는 2만 개를 돌파했다. #제주위트에일이라는 제품명을 태그한 건수도 1만 건을 상회했다. 생긴 지 1년도 안 된 맥주 업체, 그것도 제주도 맥주를 표방하는 맥주회사가 서울에 팝업스토어를 만들어 엄청난 바이럴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 보기 드문 케이스다. 민트색으로 외관을 장식한 제주맥주 팝업스토어는 젊은 맥주 마니아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났고 예쁜 팝업스토어와 그 앞 잔디밭에서 맥주를 마시는 사진을 찍기 위한 젊은이들의 발걸음이 행사 기간 내내 끊이지 않았다. 연남동 팝업스토어는 단기간에 서울에서 힙하기로 소문난 연남동에서도 가장 힙한 공간이 됐다.



팝업스토어가 예상보다도 훨씬 큰 인기를 얻다 보니 생각지도 못한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제주맥주 측 예상보다 두 배 이상 많은 방문객이 몰리면서 팝업스토어가 음주를 조장하고 소음을 일으킨다는 민원이 제기된 것이다. 그 여파로 연트럴파크에서의 음주 행위가 금지됐다. 하지만 이런 소란도 그만큼 제주맥주 팝업스토어가 큰 흥행을 거뒀기 때문에 발생한 결과다. 제주맥주는 연남동 팝업스토어로 전국적으로 유명한 크래프트 맥주로 자리매김했다.

팝업스토어만 대박을 낸 게 아니다. 이제 갓 돌을 지난 제주맥주의 지난 1년간 성적표도 놀랍다. 제주맥주는 공식 출범 1년 만에 월 매출 규모가 1400% 증가했다. 회사는 올해 연매출 100억 원 돌파를 자신하고 있다. 특히 초기 제주도에서만 판매하던 ‘제주위트에일’의 판매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한 결과 작년 하반기 대비 올 상반기 매출이 353% 증가했다.

또 지난해 12월 대비 올해 7월 전국의 제주맥주 입점 매장은 약 5배 늘어났으며, 지난달 ‘제주위트에일’ 단일 브랜드만으로 크래프트 맥주 매출 1위(크래프트 맥주 업계 추산치)를 달성하며 전국적인 인기를 입증했다.

장치 산업이라는 맥주 산업의 특성상 대기업 계열 주류회사들만의 놀이터로 여겨졌던 국내 맥주 시장에서 스타트업으로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있는 제주맥주. 복잡한 주류 관련 규제와 수입 맥주와의 과세 표준 형평성 문제 등으로 인한 어려움 속에서도 고군분투하며 한국산 크래프트 맥주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제주맥주의 성공 요인을 DBR이 분석했다.



요식업 하다 미국 크래프트 맥주에 빠지다
제주맥주는 최근 창업 1년을 맞아 돌잔치를 했다. 2017년 8월에 첫 제품을 출시했으니 창업 1년이 맞긴 하다. 하지만 제주맥주가 ‘제주위트에일’이라는 제품을 내놓기까지의 이야기를 살펴보려면 시계를 2012년으로 돌려야 한다.

제주맥주를 창업한 문혁기 대표는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 대신 창업을 선택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맥주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가 제일 처음 한 사업은 화장실 살균소독 관련 일이었다. 문 대표는 2001년 우연히 신문에서 화장실 살균소독 전문 업체에 관한 기사를 접한 후 ‘바로 이 사업이다’라며 무릎을 쳤다. 그 후 곧장 미국 스위셔인터내셔널에 연락해 한국 사업권을 달라고 설득했고 그렇게 첫 사업을 시작했다. 첫 사업은 탄탄대로였다. 2000년대 초반은 한국에서 외식업 프랜차이즈들이 우후죽순 생겨날 때였다. TGI 프라이데이, 베니건스,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등이 매장 수를 늘리고 있었고 CJ도 ‘빕스’라는 토종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기세를 올리던 시기였다. 스타벅스 등 커피 프랜차이즈들도 한국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했다. 문 대표에게는 좋은 기회였다. 덕분에 문 대표의 사업은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회사가 빠르게 성장하다 보니 사업 매각 제의가 끊이지 않았다. 문 대표는 2006년 과감하게 이 사업을 매각한다.

화장실 살균소독을 하면서 국내 내로라하는 프렌차이즈 업체들과 거래를 튼 문 대표는 다음 사업 아이템으로 요식업을 택한다. 외식업체 사람들을 많이 만나면서 외식업을 잘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2006년에 ‘다이닝 바’를 연다. 당시 압구정 등 강남 일대에서는 세차장이나 카센터를 활용한 포장마차가 인기를 끌었다. 낮에는 세차장으로 운영하다 저녁에 좌판을 깔고 요리를 해서 비싸게 파는 식이었다. 하지만 이런 야외 포차가 위생면에서나 음식의 질 면에서 뛰어날 리가 없었다. 가격도 싸지 않았다. 그래서 제대로 된 공간에서 잘 만든 음식과 술을 곁들일 수 있는 비스트로형 술집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청담동 ‘후람베(Flambe) 1 ’다.

문 대표의 트렌드를 알아보는 눈과 사업 수완 덕분인지 후람베도 큰 성공을 거둔다. 청담동 매장에 이어 백화점에도 진출할 정도로 인기를 끈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문 대표는 2012년 미국 진출을 시도한다. 한국의 비빔밥을 미국 사람들을 상대로 파는 프랜차이즈를 만들 생각에 2012년 시카고를 찾은 것. 하지만 미국 방문에서 처음 접한 크래프트 맥주 한 잔이 문 대표의 인생을 바꾼다.

“시카고에 비비고 같은 비빔밥 프랜차이즈 만든다고 갔다가 크래프트 맥주를 처음 접했는데 ‘지금까지 내가 먹었던 맥주는 맥주가 아니었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다. 계속 생각나고 또 마시고 싶을 정도로 크래프트 맥주에 푹 빠졌다. 그래서 원래 하려던 비빔밥은 접고 맥주 사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전까지 문 대표는 속칭 ‘맥알못(맥주를 알지 못하는)’이었다. 시카고에서 크래프트 맥주 한 잔을 마시고 인생이 바뀐 문 대표는 이후 2년 동안 미국에서 체류하면서 유명한 크래프트 맥주 브랜드 양조장을 찾아다녔다. 크래프트 맥주를 직접 먹어보고 제조 공정을 둘러보며 본격적인 공부에 들어갔다. 틈틈이 홈브루잉을 통해 직접 맥주를 만들어 보고 한국 맥주 시장 조사를 하면서 한국에는 생소한 크래프트 맥주를 갖고 어떻게 승부를 볼지 전략을 짜는 데 2년을 보낸다.

그 사이 한국에서는 조금씩 수제맥주 2 라는 이름으로 크래프트 맥주가 알려지기 시작하는데 결정적 계기는 2014년 주세법 개정이다. 주세법 개정 이후 중소규모 양조장에서 만든 맥주의 외부 유통이 허용된 것. 이전까지는 작은 양조장을 만들어 크래프트 맥주를 생산해도 자신의 가게 외에 유통은 불가능했다. 2014년에야 비로소 크래프트 맥주가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 것이다. 이보다 먼저인 2012년에 맥주회사 시설 기준 완화가 이뤄진 것 역시 크래프트 맥주 업체들에는 희소식이었다. 정부가 일반 맥주 제조면허를 취득하는 데 필요한 시설 기준을 저장조 1850킬로리터(kL)에서 100kL로 낮춰준 것. 덕분에 하우스맥주 업체였던 세븐브로이가 공장을 증설해 국내 1호 일반 면허를 취득했다.

한국에서 크래프트 맥주 사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사실에 고무된 문 대표는 2013년 한국을 찾아 이태원 등지를 돌며 국내 수제맥주 업체가 만든 맥주들을 시음했지만 아쉬움을 느꼈다. 시카고에서 문 대표의 입맛을 사로잡았던 그 느낌이 아니었다.

문 대표는 “2012년을 기점으로 몇몇 중소 크래프트 맥주 업체가 탄생했지만 하루아침에 몇십 년 전통의 해외 맥주의 맛을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했다”라며 “결국 개성 있고 일관적인 퀄러티의 크래프트 맥주를 만들려면 제대로 된 기초 체력을 다질 시간이 필요한데 그럴 시간이나 자본력이 없다면 상업화를 할 때까지 많은 자원 손실이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방법을 고민하던 문 대표는 주먹구구식으로 직접 하기보다는 전문가와 손을 잡는 방법을 택한다. 30년 노하우의 세계적인 맥주 회사인 ‘브루클린 브루어리’의 양조 기술을 배우기로 결정한 것이다.

DBR mini box: 국내 수제맥주 시장 현황
국내 수제맥주 시장은 2000년대 초반에 형성되기 시작했다. 당시 정부는 국내 수제맥주 시장 영업장에서 직접 맥주를 만들어 팔 수 있는 ‘브루펍(Brewpub)’ 허가를 내주며 수제맥주 시장 형성에 힘을 실어줬다. 이태원을 중심으로 많은 브루펍이 탄생했다. 하지만 브루펍은 매장 내에서만 양조와 판매가 가능했을 뿐 외부 유통은 금지했다. 결국 한때 150여 개까지 늘었던 브루펍들은 수익성에 한계를 느끼고 속속 문을 닫았다. 꺼져가는 수제맥주 시장에 다시 불을 붙인 것이 바로 2014년 주세법 개정이다. 업계의 숙원 과제였던 외부 유통 허용은 물론 중소 브루어리 설립 기준 완화, 세율 인하 등 관련 규제 빗장이 풀렸다. 수제맥주를 맛보기 위해 브루펍이 몰려 있는 이태원에 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사라진 것이다. 2018년부터는 슈퍼마켓이나 편의점에서도 수제맥주 판매가 가능해졌다. 이처럼 유통 채널과 경로가 확대되면 소비자 접점이 크게 넓어져 수제맥주 시장이 더욱 급팽창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국내 수제맥주 시장 규모는 어떻게 될까. 업계 추정에 따르면 국내 수제맥주 시장 규모는 400억 원 정도다. 전체 4조 원 정도 되는 맥주 시장의 1%에 불과하다. 소주(약 2조 원), 와인(약 5000억 원) 시장과 비교해도 한참 부족하다. 업계에서 아직도 수제맥주 시장을 ‘극초창기’로 보고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 배경이다.

수제맥주 열풍이 비단 국내에 국한된 것만도 아니다. 수제맥주 열풍의 진원지인 미국은 전체 맥주 시장에서 수제맥주의 비중이 12%(2016년 기준)에 달한다. 맥주의 본고장인 독일을 비롯한 유럽, 맥주 신흥국인 중국, 브라질 등에서도 크래프트 맥주 양조장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국내 수제맥주 시장이 10년 안에 100배 성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제주도’라는 이미지의 힘
브루클린 브루어리는 30여 년 전통의 미국 크래프트 맥주 회사다. 30여 년을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크래프트 맥주사 중 가장 많은 나라에 맥주를 수출하는 회사이기도 하다. 특히 단순히 맥주를 잘 만드는 것을 넘어 맥주에 스토리를 불어넣고 문화로 소통하며 소비자 경험을 잘 만들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런 연유로 브루클린 브루어리의 노하우를 배우고자 협업을 제안하는 맥주회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문 대표도 사실 그중 한 명이었다. 단순히 “한국에서 수제맥주 사업을 하겠으니 도와달라”고 했다면 지금의 제주맥주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2년간 크래프트 맥주를 한국에 어떻게 적용할지 고민한 문 대표는 나름의 확실한 전략과 비전을 갖고 브루클린 브루어리를 찾아간다.

문 대표가 브루클린 브루어리를 설득하기 위해 들고 간 카드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제주라는 섬이 가진 매력이다. 제주는 국내 어느 지역보다도 뚜렷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관광지다. 제주 하면 떠오르는 깨끗한 물과 에메랄드빛 바다, 화산섬, 바람 등의 이미지가 청정함, 깨끗함, 청량감 등의 이미지를 선사한다. 이런 제주의 느낌이 맥주와 잘 어울린다. ‘제주를 담은 맥주’라는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힘은 제주가 갖는 이미지의 힘이다. 실제 제주맥주의 제품 로고에는 제주도를 상징하는 화산과 바람, 바다가 잘 표현돼 있다.

또 다른 제주의 매력은 바로 이곳이 한 해 1400만 명 이상이 찾는 관광지라는 점. 문 대표는 “연간 1000만 명 이상이 자연스럽게 모이는 곳, 뭔가 색다른 경험을 찾는 곳, 이런 곳을 찾다 보니 제주도가 제격이었다”고 설명했다.

여행을 온 사람들은 색다른 경험을 원한다. 맥주를 한 잔 사 마셔도 제주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맥주라면 손이 간다. 제주도에 가서 ‘참이슬’이나 ‘처음처럼’ 대신 ‘한라산’이나 ‘올레’ 소주를 찾는 것과 같은 이치다. 제주맥주는 이 점에 착안했다. 그래서 제품 출시 초기에 제주도의 식당, 호텔, 골프장 등에 제품을 먼저 풀었다. 제주를 찾은 관광객들이 우연히 제주맥주를 발견하고 신기한 마음에 마셔보게 하기 위해서 관광객들이 많이 몰리는 곳 위주로 제품을 유통하는 전략이다. 이 같은 전략에는 제품 맛에 대한 자신감이 깔려 있다. 처음엔 호기심에 접하게 되지만 한 번 맛보면 분명 제주맥주를 좋아하게 될 것이라는 자신감이다.

시장 규모가 작은 섬이었다는 점도 제주도를 선택한 이유였다. 제주도는 인구가 60만 정도로 적고 편의점 수도 1000개가 채 되지 않는다. 섬의 특성상 유통 채널이 다양하지 않고 경쟁 강도도 약하며 제주도 로컬 제품들이 많이 팔린다. 이름도 알려지지 않았고 자금력도 떨어지는 제주맥주 같은 신생 스타트업이 서울을 기반으로 사업을 시작했다면 작은 슈퍼마켓 하나 뚫는 것도 힘들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제주도에서는 달랐다. 제주도에 직접 양조장을 짓고 제주를 닮은 맥주를 만든다는 제주맥주의 스토리는 제주도 내 식당이나 유통업체들에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또 시장 크기가 작다 보니 초기 수요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실패도 하면서 물류 노하우도 쌓았다. 제주도를 하나의 테스트베드로 활용한 셈이다.

문 대표는 “제주맥주 같은 작은 회사가 한정된 자본을 가지고 서울에서 시작했다면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다 실패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제주도에서 충분히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실패도 하면서 노하우를 쌓아 전국으로 나갔던 것이 빠른 성장을 할 수 있었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표의 두 번째 카드는 한국 크래프트 맥주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었다. 국내 크래프트 맥주 시장 규모는 업계 추산 약 400억 원 정도다. 전체 4조 원 정도 되는 맥주 시장의 1%에 불과하다. 하지만 저가 수입 맥주들의 공세 속에서도 크래프트 맥주 시장은 빠른 속도로 성장 중이다. 성장세에 발맞춰 소규모 맥주회사들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 중 어떤 회사도 제대로 성과를 내고 있지는 못한 상황이다.

문 대표는 “대기업이 독과점하던 시장에 다양한 맥주들이 나오면서 지각변동이 일어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미국의 초기 크래프트 맥주 시장과 비슷한 상황이었다”며 “아직 초기 단계라 시장을 선도하는 회사가 없는 만큼 우리가 이런 변화의 파도를 잘 타면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브루클린을 설득했다”고 밝혔다.

거기에 브루클린 브루어리 경영자와 문 대표가 미국에서 같은 고등학교를 나온 ‘동문’ 사이였던 점도 협상을 쉽게 끝낼 수 있었던 이유가 됐다. 그렇게 문 대표는 2015년 2월 브루클린과 ‘제주맥주 주식회사’라는 법인을 설립했다.

“맥주는 신선해야 맛있다”
제주맥주는 브루클린 브루어리라는 든든한 지원군을 등에 업고 제주도에 양조장을 건립하는 일부터 시작한다. 제대로 된 크래프트 맥주를 만들고 싶었던 문 대표에게 제주도 양조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다. 하지만 양조장은 말 그대로 장치 산업이고 여기에는 큰돈과 기술력이 들어간다. 특히 맥주맛을 결정짓는 효모의 발효 상태를 일정하게 관리하기 위해서는 제조 설비뿐만 아니라 효모의 발효 상태를 연구할 연구실이 필수다. 이 두 가지가 맥주의 맛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잠시 맥주의 맛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국내 대기업들이 만드는 한국 맥주에 대해 맛이 없다는 부정적 평가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최근 국내 맥주 시장에서는 수입 맥주들의 인기도 치솟고 있다. 수입 맥주는 편의점을 중심으로 ‘4캔에 1만 원’이라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국내 시장의 전통적인 시장 지배자인 OB맥주나 하이트맥주의 점유율을 야금야금 먹어치우고 있다. 청량함을 강조한 라거 중심의 한국 맥주와 차별화되는 수입 맥주의 다양한 맛에 관심을 기울이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소비자가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맥주도 다른 음식들처럼 신선도가 생명이라는 것. 신선함의 중요성에 대해 문 대표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외국에서 들어오는 수입 맥주는 대부분 6주에서 10주 정도 컨테이너 안에서 머무르게 된다. 현재 편의점에서 파는 수입 맥주는 6주 이상 컨테이너에서 실려 적도를 지나며 뜨거워졌던 맥주다. 본래 맛을 유지하고 있을 리 없다.”

문 대표는 수입 캔맥주들이 국산 맥주들보다 맛의 다양성은 있을지 몰라도 신선함 측면에서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신선도를 해결하려면 최대한 가까운 곳에서 생산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브루클린 브루어리가 제주맥주를 아시아 파트너이자 자매기업으로 선정한 이유도 아시아 지역에 공급할 브루클린 브루어리의 맥주를 신선하게 제공하기 위해서다. 아직 준비 단계지만 향후 동아시아에서 팔리는 브루클린 브루어리 제품들의 생산은 제주맥주 양조장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다시 설비 이야기로 돌아와서 세계 최고 수준의 크래프트 맥주를 목표로 했던 문 대표는 2015년 제주시 한림읍에 양조장 부지를 구하고 경쟁 입찰을 통해 세계 최고 맥주 설비 엔지니어링 기업인 독일 ‘비어베브’를 설비 업체로 선정하고 착공한다.

설비를 짓는 데는 큰돈이 들어가는 만큼 신생 업체인 제주맥주는 자금력이 달렸다. 그래서 양조장 착공 후 첫 펀딩에 들어가는데 당시에는 초기라 가족, 지인들 위주로 투자를 받았다. 이후 양조장 뼈대가 올라가면서 본격적으로 기관투자가들 대상으로 IR을 진행했다. 많은 기관투자가가 OB, 하이트, 롯데맥주가 삼등분하고 있던 맥주 시장에 패기 있게 등장한 젊은 CEO의 가능성에 투자했다. 또 2017년 8월에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서 일반 투자자들의 투자도 받았다. 직접적 지분 투자 방식으로 진행된 제주맥주의 크라우드펀딩은 오픈 4시간 만에 투자 금액 5억 원을 넘겼고, 이후 11시간 만에 목표 투자 금액인 7억 원을 초과 달성했다. 해당 크라우드펀딩에는 총 460여 명의 개인 및 전문 투자가가 참여했다. 이는 2017년 진행된 주식형 크라우드펀딩 프로젝트 중 청약자 수 기준 최대 규모다. 지금까지 제주맥주의 누적 투자액은 100억 원이 넘는다. 국내 크래프트 맥주 브랜드 중 단연 1등이다.

이렇게 모인 돈으로 제주맥주는 2017년 양조장을 완공한다. 양조장은 맥즙 기준으로 연간 최대 2000만 리터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이 양조장 건설에만 총 250억 원이 투입됐다. 제주맥주는 이 양조장에서 브루클린 맥주를 생산해 한국 시장에 론칭하는 데 성공한다. 이어 2017년 6월 맥주 제조면허를 취득한 후 시운전을 거쳐 2017년 8월 제주맥주의 첫 작품 ‘제주위트에일’이 세상에 나오게 된다. 이와는 별도로 2016년부터 꾸준히 연구실을 운영하면서 효모에 대한 연구를 계속해 제주맥주만의 맛을 내기 위해 노력했다.

문 대표는 “연구실에서 매시간 샘플을 뜨고 효모가 제대로 관리되는지 검사하고 설비를 시운전하면서 일관된 맛이 계속 유지될 수 있는지를 테스트하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려 첫 제품이 2017년 8월에야 나왔다”며 “지난한 과정이었지만 맛있는 맥주를 만들자는 확실한 목표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회상했다.

후일담이지만 사실 제주위트에일의 출시 목표는 4월이었다. 4월에 제품을 내놓아야 맥주 성수기인 여름에 매출 상승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 그러나 4월 출시 목표는 무산됐다. 제주맥주 직원 모두가 만족할 만한 맛을 구현해 내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제주맥주는 제주위트에일이 출시되기 전 총 18가지 버전의 맥주를 만들었다 폐기했다. 18번의 실패 끝에 19번째에 드디어 만족할 만한 수준의 제품이 나왔고 이게 제주위트에일이 됐다.



맥주에 철저히 제주 색을 입히다
“제주를 닮은, 제주를 담은 유일한 맥주.”
제주맥주가 제품을 고민하면서 정한 목표다. 제주맥주는 준비 과정 동안 어떻게 하면 제주를 가장 잘 연상시킬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낼까 고민했다. 제조, 생산, 유통 등 전 과정에서 제주만의 색이 묻어나올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연구를 거듭한 것. 준비기간이 오래 걸린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게 태어난 첫 출시작은 제주의 물과 유기농 감귤 껍질을 원료로 만들어졌다. 요식업계의 전설이자 맥주와 음식의 페어링이라는 개념을 창시한 브루클린 브루어리의 브루 마스터 개릿 올리버(Garrett Oliver)가 제주위트에일의 레서피 개발을 맡았다. 개릿 올리버는 제주위트에일의 맛을 정할 때 근고기, 흑돼지, 방어회, 고등어회 등 제주 향토 음식과의 궁합을 가장 많이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직접 제주도를 여러 차례 방문해 제주 향토 음식을 먹어보고 이 음식들과 가장 잘 어울리는 맛을 내기 위해 고민했다.

8월 출시된 두 번째 제품 ‘제주펠롱에일’도 마찬가지다. ‘펠롱’은 제주말로 ‘반짝’이라는 뜻으로 곶자왈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제주맥주의 마케팅을 총괄하고 있는 권진주 마케팅 실장은 “두 맥주 모두 제주 향토 음식과의 페어링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며 “레서피 구성부터 생산, 유통, 마케팅 단계까지 제주의 느낌을 잘 담을 수 있을지를 최우선으로 고려한다”고 말했다.

제주맥주의 BI(Brand Identity)와 제품 디자인도 철저히 제주와 맥주를 아이콘화했다. 화산섬인 한라산에서 화산이 폭발하듯 용암 같은 맥주가 분출하는 이미지를 형상화한 것이다. 제주도 하면 떠오르는 여러 요소와 회사의 비전을 담았다. 제주맥주의 민트색은 양조장과 가까이 있는 금릉 바다의 색깔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제주맥주는 초기 제주 내 한식당과 향토 음식점을 중심으로 우선 판매됐다. 본거지를 제주도 두고 있는 만큼 제주와의 상생에 주력했다. 특히 제주도민과의 상생에 주력한 것이 제주에서 쉽게 판로를 개척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문 대표는 “제주에 투자해 양조장을 짓고 채용을 진행해 일자리도 늘리는 모습이 진정성 있게 비춰져 제주에서 빠르게 반응이 왔다”며 “최근 지명을 딴 맥주들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실제 우리처럼 진정성이 있어야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쌓을 수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제품 출시도 초기에는 제주도로 한정했다. 제주 로컬 맥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 제주도에서 먼저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제주라는 한정된 공간에서만 판매했지만 반응은 뜨거웠다. 제주위트에일이 출시되자마자 초도 목표 물량 대비 170% 예약 발주에 성공했다. 또 제주에서만 약 50만 캔을 팔았다. 제주에 대한 로망을 자극하는 마케팅으로 제주맥주는 제주에 가면 꼭 맛봐야 하는 맥주로 입소문이 났다. 제주맥주는 출시 3개월 만에 전국의 맥덕(맥주덕후)에겐 없어서 못 마시는 맥주가 됐다.

이후 제주 지역 마트와 내륙으로 판매 경로가 확대됐다. 권 실장에 따르면 이 같은 유통방식은 제주맥주의 근간인 제주 로컬 정체성을 부여하는 방식 중 하나였다. 크래프트 맥주의 기본 철학 중 하나인 지역과의 상생을 고려한 것이기도 하다. 권 실장은 “제주도에서만 6개월 이상 유통하면서 제주도민, 제주 상권과 상생하는 것이 로컬 브랜드로서 꼭 지켜야 할 철학이자 질적 측면에서도 더 큰 가치를 갖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제주맥주는 제주위트에일 외 올해 8월 출시한 펠롱에일도 올해에는 제주도에서만 판매할 예정이다. 앞으로 생산하는 모든 신제품도 같은 원칙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제주맥주의 多채널·多SKU 3 전략
제주맥주는 초기 제주도에서만 유통됐다. 식당, 호텔 등을 시작으로 제주도 내 편의점으로 채널을 확장해 나갔다. ‘제주도 로컬 맥주가 제주도 편의점에 없어서 되겠냐’는 논리로 CU, GS25, 세븐일레븐을 설득해 2018년 4월에 이들 편의점 동시 납품에 성공한다. 또 5월에는 서울 등 전국 출시를 시작했다. 이와는 별도로 제주위트에일 생맥주를 출시해 한식당을 집중 공략한다. 다른 크래프트 맥주 브랜드처럼 프랜차이즈 맥주 전문점 위주의 영업을 하는 것에서 벗어나 유통 채널을 다변화했다.

한식당에 집중한 이유에 대해 문 대표는 “크래프트 맥주의 인기로 맥주 전문점이나 펍이 늘고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식당은 한식당이나 고기를 파는 곳이다. 여기를 뚫지 않고서는 회사가 성장할 수 없는 것은 자명하다”고 설명했다.

제주맥주는 또 SKU 전략 다변화를 시도했다. 크래프트 맥주임에도 지난 8월까지 보유한 제품 종류가 제주위트에일 하나밖에 없었기 때문에 이 제품의 구성을 다양하게 한 것. 캔 제품의 경우 355ml, 500ml 두 종류를 출시하고 병맥주도 330ml짜리 작은 병 외에 630m짜리 큰 병도 만들었다. 식당용 생맥주 역시 출시했다. 유통 채널별로 적합한 제품들이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제품 유형을 다변화한 이유에 대해 문 대표는 “각각의 포맷별로 다 시장이 있다”고 설명한다. 일단 500ml 캔은 가장 대중적인 사이즈다. 대부분의 캔맥주가 이 사이즈다. 그에 반해 355ml 캔은 드물다. 제주맥주가 이 사이즈를 만드는 이유는 골프장과 호텔이 많은 제주도의 특성 때문이다. 골프장이나 호텔 미니 바에 들어갈 맥주는 크기가 작아야 한다. 골프장 카트의 음료수 거치대나 호텔 냉장고가 작기 때문이다. 그래서 355ml가 유통되는데 제주맥주는 외지에서 제주도를 방문한 사람들을 초기 타깃 고객으로 했기 때문에 이쪽에 제공할 제품이 필요했고 그래서 355ml를 출시할 수밖에 없었다. 병맥주 역시 비슷한 이유다. 보통 소비되는 병맥주는 330ml와 500ml짜리다. 그런데 제주맥주는 630ml짜리 병을 판매한다. 그 이유는 이렇다. 보통 식당에서 파는 국산 병맥주가 500ml다. 그런데 제주맥주는 크래프트 맥주라 가격이 비싸다. 후발주자고 가격이 비싼데 사이즈까지 똑같이 500ml로 하면 가격 경쟁력이 없으니 용량을 키워보자고 해서 나온 게 630ml다. 이 사이즈는 국내에서 제주맥주가 유일하다.

맥주를 경험하게 하자
맥주는 맛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여기에 스토리가 덧입혀진다면? 그 브랜드는 품질 이상으로 소비자들을 끄는 힘이 생길 수 있다. 제주맥주를 창업하면서 문혁기 대표는 이 부분에 주목했다. 단순히 마시기만 하는 맥주가 아니라 체험하는 맥주를 만들기 위해 양조장 투어 프로그램을 개발한 것. 주류를 넘어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제주맥주를 키우고 싶은 의지가 담긴 작품이다.

여기에는 브루클린 브루어리의 영향이 컸다. 브루클린 브루어리가 28년 전 브루클린에 문을 열 당시 브루클린은 현재와 달리 범죄와 마약 등으로 얼룩진 쇠퇴한 동네였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브루클린에 48개의 양조장이 생겼고, 미국 맥주 소비의 10%를 책임지는 생산 지역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면서 브루클린 브루어리는 이 지역의 아이콘이 됐고 회사와 지역의 상생 모델로 자리매김했다.

제주맥주 역시 크래프트 맥주 회사답게 양조장을 제주의 관광 상품이자 아이콘으로 만들고자 했다. 제주도에 놀러 온 관광객들이 제주맥주 양조장을 방문해 제주맥주의 철학을 공유하고 맥주 만드는 과정을 체험하고 갓 나온 신선한 맥주를 맛보는 경험을 선사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제주맥주의 팬을 만들고자 했다. 이 팬들이 내륙으로 돌아가 ‘자발적 바이럴’을 일으킴으로써 제주맥주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문 대표가 그린 ‘큰 그림’이다.



이를 위해 제주맥주의 양조장은 규모나 설비 면에서 국내 어느 양조장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게 지었다. 특히 투어 프로그램에 공을 들였다. 투어 프로그램을 통해 제주맥주의 문화와 철학을 방문객들에게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다.

문 대표는 “TV 광고 등을 하지 않는 크래프트 맥주의 특성상 양조장 투어는 제주맥주가 가진 강력한 마케팅 툴이다”라며 “양조장 투어 프로그램을 위해 특히 도슨트(Docent) 교육에 공을 들였다”라고 설명했다.

매주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후 1시부터 7시까지 매시간 진행되는 양조장 투어는 도슨트와 함께 맥주가 완성되는 과정을 따라간다. 이곳은 실제 맥주를 만드는 설비들이 갖춰진 양조 공간, 맥주 원재료를 체험할 수 있는 오감 투어 공간, 제주맥주 양조장에서 바로 나온 신선한 맥주를 음용할 수 있는 공간, 제주맥주를 만드는 사람들의 공간 등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가장 인상 깊은 공간은 브루어리 랩실. 실험실같이 생긴 이곳에서는 맥주의 종류와 향을 좌지우지하는 맥, 홉, 고수 등 18종의 맥주 원재료와 부가 재료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향을 맡아볼 수 있다. 또 이를 잘 조합해 다양한 맥주를 만드는 체험도 할 수 있다.

투어 말미에는 테이스팅룸에서 신선한 제주위트에일을 맛볼 수 있다. 양조장을 바라보며 감귤칩과 함께 은은한 감귤향이 감도는 부드러운 맥주를 즐기는 것이 양조장 투어의 핵심이다. 최근에는 제주맥주 출범 1년을 맞아 출시된 제주펠롱에일도 맛볼 수 있다.

양조장 투어는 큰 홍보 없이도 입소문을 타며 성수기에는 월간 평균 4000여 명이 방문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개장 이래 누적 방문객 수도 2만2000명을 넘어섰다.

제주맥주 마케팅의 ‘화룡점정’,
연남동 팝업스토어
앞서 설명한 대로 제주맥주를 전국구 맥주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게 한 일등공신은 바로 연남동 팝업스토어다. ‘서울시 제주도 연남동’라는 이름으로 기획된 이 행사는 ‘서울에 제주를 소환하자’라는 목적으로 진행됐다. 올해가 제주맥주의 내륙 진출 원년이었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이 제주맥주를 경험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서 출발했다.

사실 팝업스토어 아이디어가 나왔을 때 제주맥주의 일부 주주들은 반대하기도 했다. 한정된 예산으로 효과가 확실하지 않은 팝업스토어보다는 디지털 광고나 드라마 PPL 같은 이미 해본 방법으로 홍보를 진행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권진주 마케팅 실장은 팝업스토어가 꼭 필요하다고 봤다. 권 실장은 “맥주는 저관여 상품인 동시에 습관 형성이 중요한 제품이다. 그래서 브랜드 노출을 늘리는 것보다 실제 먹어보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행사 기간 중 가장 큰 호응을 얻은 것은 민트색 팝업스토어 건물이었다. 힙한 연남동에서도 유독 튀는 색깔의 이 건물은 꼭 팝업스토어를 찾는 고객이 아니어도 누구나 지나가다가 사진을 찍기 위해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하지만 이 행사가 3주 동안 지속되며 5만 명 이상의 사람을 모을 수 있었던 데는 주변 상권과의 협업이 한몫을 했다. 이 행사는 애초에 연남동 주변 식당들과의 협업을 전제로 시작됐다. ‘서울시 제주도 연남동’이라는 캐치프레이즈부터 연남동과 상생을 추구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었다. 연남동을 제주도로, 제주맥주의 거리로 만들어 이 상권에 더 많은 관광객을 불러 모으겠다는 것이 이 행사를 기획한 제주맥주의 의도였다. 그 때문에 팝업스토어 오픈 수개월 전부터 인근 식당 등 상점을 찾아다니며 협업을 제안했다. 하지만 낮은 인지도 탓에 대부분 난색을 표했다. 결국 제주맥주 직원들이 일일이 발품을 팔며 SNS 홍보, 각종 프로모션 등을 통해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득했다. 애초 목표는 20여 곳의 식당을 섭외하는 것이었으나 결국 목표의 절반 정도인 10곳이 도움을 주기로 했다. 주변 상점과 협업에 공을 들인 이유에 대해 권 실장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것과 서울에 제주맥주를 많이 입점시키는 것 두 가지 중 어느 하나를 우선순위에 둘 수 없을 만큼 둘 다 중요한 과제였다. 그래서 서울에서 가장 여유롭지만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공간에 제주를 소환해 서울에서는 느낄 수 없는 이색적인 장면을 ‘연출’하고, 맥주를 직접 마셔보는 경험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이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상권을 먼저 꽉 잡아보자고 했다. 시작은 10군데였지만 캠페인이 시작되고 약 1주일 만에 다른 가게들도 함께하자는 요청을 해왔고, 발주 요청이 폭등해 3주간 제주위트에일만 1000병가량 판 곳도 있었다. 3주가 지나자 연남동 상권을 잡았을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입점 문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매출이 급상승했다.”

3주간의 팝업스토어 행사 후 제주맥주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일이 3개월간 지속됐다. 이에 제주맥주는 최근 제주에 위치한 양조장의 생산 설비를 3배 증설하기로 결정했다.

그렇다면 왜 연남동일까. 도심 속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탁 트인 공간과 여유롭게 맥주를 즐기는 문화가 있는 곳,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고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장소가 필요했다. 여러 후보지를 검토했지만 연남동이 가장 적합했다. 연남동은 공원에 앉아서 맥주나 가벼운 술을 마시는 문화가 오래전부터 있었다. 또 최근 서울에서 가장 ‘힙’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다. 자연과 어우러진 공원에 제주를 소환한 모습을 보여줄 수만 있다면 이곳에 모인 사람들이 만드는 바이럴의 힘이 엄청날 것이라 생각했다. 안테나숍들과의 거리 브랜딩 협업, 비어 피크닉 세트 대여, 제주의 특징을 담은 스토어 내부 인테리어(바다, 돌담, 해녀복, 감귤, 제주 식물 등) 등에 신경을 쓴 이유도 이 때문이다.

특히 무료로 민트색 피크닉 돗자리를 나눠준 것이 신의 한 수였다. 이 피크닉 돗자리 세트는 팝업스토어의 영업 공간을 연남동 공원 전체로 확장했다. 다시 말해, 고객 수용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팝업스토어의 테이블 수와 용적을 무한대로 넓혀준 것이다.

권 실장은 “‘제주를 소환했다’는 것을 보자마자 느낄 수 있도록 하고, 경의선 숲길을 지나가는 누구든 간단히 맥주 한잔하고 가야겠다는 기분이 들게 하는 방법을 찾다가 ‘해변’이라는 컨셉을 떠올렸다”며 “경의선 숲길에는 이미 돗자리를 깔고 가벼운 술을 즐기는 문화가 형성됐기 때문에 이를 브랜드화하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제주맥주가 보여준 스타트업 맞춤
브랜딩 전략
제주맥주는 어떻게 하면 신규 브랜드가 빠른 시간 안에 소비자의 머리와 가슴속에 안착하고 선택받는 브랜드가 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제주맥주의 성공 요인을 브랜드, 파트너, 소비자 등 세 가지 차원에서 분석해 보자.

1. 브랜드 전략
쉬운 브랜드 인지(brand awareness)와
긍정적인 브랜드 연상(brand association):
소비자 기반의 브랜드 자산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타깃 소비자의 머릿속에 브랜드에 대한 지식 형성이 필수다. 그리고 브랜드 지식은 크게 브랜드 인지와 브랜드 연상으로 구성된다. 신규 브랜드의 경우 소비자는 해당 브랜드에 대해 무지하다. 그 때문에 소비자 대상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그 브랜드에 경쟁사와는 차별화되면서 호의적인 강력한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한 작업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이때 브랜드 외부의 2차적 원천으로부터 이미지 전이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면 브랜드 인지를 위해 필요한 시간과 마케팅 자원의 사용을 줄일 수 있다. 특히 맥주와 같이 저관여제품이면서 소비자가 제품에 대해 학습하고자 하는 동기나 기회가 적은 신규 브랜드에는 브랜드명이 소비자 의사결정의 휴리스틱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제주맥주의 경우 소비자가 익히 알고 있는 지명을 브랜드명으로 사용함으로써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를 제고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지 않게 됐다. 소비자들은 제주에 대해 이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제주맥주라는 브랜드명도 쉽게 인지하고 기억한다.

그렇다면 서울맥주, 대구맥주, 전주맥주 등 여타 다양한 지명의 맥주도 비슷한 효과를 야기할 수 있을까? 제주맥주는 브랜드 연상에 있어서도 유리한 지점을 확보했다. 사람들이 ‘제주’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청정함, 깨끗함, 자연, 신비’ 등을 연상한다. 맥주의 주요 성분인 깨끗한 물을 암시하는 요소가 많다. 또한, 제주도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여행지, 특별한 곳, 즐거움, 힐링, 추억 등과 같이 긍정적인 연상을 주는 곳이다. 제주맥주는 제주의 지명을 브랜드 이름으로 사용해 제주가 가진 의미와 연상을 모두 제품에 전이시키는 효과를 얻었다.

장소 기반 포지셔닝(geographical positioning)과
일관된 브랜드 정체성(integrated brand identity):
제주맥주는 포지셔닝 전략으로 장소 기반 포지셔닝을 사용했다. ‘제주에 가면 꼭 맛봐야 하는 제주맥주’라는 명확하고 차별적인 포지셔닝이 짧은 시간 안에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또 제주 외 연트럴파크라는 힙한 이미지의 도심 휴양지를 활용해 장소를 포지셔닝 구축의 발판으로 십분 활용했으며 이런 브랜드 정체성을 고객과의 모든 접점에 담아내고자 노력했다. 또 양조장을 제주도에 짓고 제주의 물과 감귤 껍질 등 맥주 원료도 제주도에서 직접 채취해 사용했으며 제품의 로고와 패키지 디자인 역시 제주도를 형상화했다. 기존의 맥주 업계에서 사용하지 않았고 독창적으로 시선을 끄는 민트와 오렌지를 브랜드 전용 색깔로 선정한 것도 제주도의 바다색과 제주 대표 과일인 감귤색을 반영한 것이다. 브랜드명, 로고, 패키지, 색깔, 제품 원료, 제조 공장, 양조장 투어, 팝업스토어 프로모션에 이르기까지 고객이 브랜드와 만날 모든 접점에서 일관된 연상을 경험할 수 있도록 브랜드 경험을 디자인해 일관되고 강력한 브랜드 정체성을 구축한 것이 단기간에 제주맥주가 인기를 끈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2. 파트너 전략
공동의 목표를 발견하고 추구하다
최근 기업 전략의 특징 중 하나는 기업 내부의 가치 체인(value chain)과 기업 외부의 가치전달 네트워크(value delivery network)에 속한 파트너들과의 긴밀한 협력을 강조한다는 점이다. 즉, 기업 내 가치 체인인 제품의 설계, 생산, 유통과 판촉 등 전 분야에 걸쳐 고객이 원하는 가치를 생성하고 경험을 전달하는 데 심혈을 기울인다. 이뿐 아니라 공급업체, 가맹점, 유통업체, 프로모션 파트너 등 가치전달 네트워크의 다른 구성원들과 파트너십을 형성해 고객이 경험할 가치를 극대화하는 데 힘쓴다.

제주맥주는 양조 기술 제공자인 ‘브루클린 브루어리’, 제주도의 다양한 유통 채널, 연남동의 상점 등과 연쇄적으로 협업 관계를 맺어 이를 잘 활용했다. 파트너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인식하고 상호 윈윈할 수 있는 전략을 제시해 설득하고, 파트너들이 지닌 강력한 기술력· 유통력 등을 바탕으로 신규 브랜드들의 약점일 수밖에 없는 부족한 제조 경험 및 유통에서의 낮은 협상력을 극복했다.

1) 시간 단축이라는 공동의 목표:
먼저, 브루클린 브루어리와는 ‘시간 단축’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찾아내 설득했다. 브루클린 브루어리는 아시아에 생산 공장이 필요했다. 아시아에 지금보다 빠르게 신선한 제품을 납품하기 위해서다. 반면, 제주맥주는 브루클린 브루어리의 노하우가 필요했다. 브루클린 브루어리에는 생산에서 납품까지라는 단기적 의미의 시간, 즉, 운송기간을 단축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었고, 제주맥주에는 세계적 기술의 회사가 되는 데 필요한 장기적 의미의 시간을 줄이고자 하는 목표가 있었다. 이러한 공통의 목표를 기반으로 설득해 성공적인 파트너 관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

2) 배타적 혜택을 제공해 얻은 수용:
유통망 확보를 위해서도 제주맥주는 공동의 목표를 찾아 설득했다. 제주맥주는 제주도에 양조장을 지어 지역주민을 위한 일자리를 창출했고 신제품 출시 이후 6개월간은 제주도에만 납품하는 전략을 사용해 유통 파트너를 설득할 수 있었다. 또한 관광지의 특성상 호텔, 리조트, 골프장과 같은 채널이 다수 존재하는데, 제주맥주는 미니 바와 카트와 같은 저용량 냉장고의 특성을 고려해 작은 사이즈 캔을 별도로 만들어 납품했다. 크래프트 맥주와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는 기존의 편견을 깨뜨리며 제주도 내 향토음식점과 한식당을 생산 단계에서부터 최우선적으로 고려했다. 향토 음식과 가장 잘 어울릴 만한 맥주맛을 선정하고 한식당이 소구하는 식당용 생맥주를 추가 제작했다. 또한, 프리미엄 가격인 크래프트 맥주로서의 불리함을 보통 맥주와의 가격 비교가 쉽지 않은, 더 큰 사이즈의 병맥주를 제공함으로써 극복했다. 비록 신규 브랜드지만 개별 유통 채널에 용이한 포장 형태를 통해 소비자의 사용 편의성을 증대하고 매출 신장도 돕는 기업에 유통업체는 기꺼이 협력했다.

3) 공동 마케팅 전략과 성과를 통한 설득:
그렇다면 연남동 팝업스토어를 통해 원하는 바는 무엇이었을까? 연남동에 많은 사람이 방문해 지역 전체가 활기를 띠는 것이다. 방문객이 늘어 전체 상권이 활발해지고 연남동의 힙한 분위기가 더 특색 있게 널리 각인되는 것이 연남동 상권에 입주한 업체들이 바라는 바였다. 제주맥주는 서울 상륙 기념 팝업스토어 프로모션의 이름을 ‘서울시 제주도 연남동’으로 작명하고 연남동 일대를 브랜드 대표 컬러인 민트색으로 물들였다. 신규 브랜드로서 입점률을 높이고 인지도를 제고하기 위해 다양한 지역에 마케팅을 전개하는 전략을 선택할 수 있었을 텐데 스스로 제주도 ‘연남동’이라고 캠페인의 범위를 축소하며 가용 가능한 마케팅 자원을 좁은 지역 안에 집중 투자했다. 이런 밀도 있는 캠페인 집행은 타깃 소비자를 전방위적으로 둘러싸며 브랜드를 각인하는 통합적 마케팅 커뮤니케이션(IMCM, Integrated Marketing Communication)의 성공 전략이기도 하다. 이처럼 기대를 넘어선 즐거움과 만족을 제공한 이벤트는 행사장 방문자들이 자발적으로 많은 후기를 SNS에 작성하도록 했고, 제주맥주와의 공동 마케팅을 꺼리던 지역 상점들이 다수 후발주자로 참여하는 계기가 됐다.

3. 커뮤니케이션 전략
소비자 경험을 브랜드 가치에 녹여내다
제주맥주의 일차적 타깃이자 자발적 커뮤니케이션 매체로 활동하기도 한 2030세대는 특별한 경험을 하는 것을 좋아한다. 일방적인 전달이나 강의 형식보다도 자신만의 독창적인 방법으로 경험을 재해석하고 이것을 주변에 알려 스스로 콘텐츠화하는 것을 선호한다. 또한 자신의 참조 그룹(reference group)들이 자주 사용하는 제품이나 음식이 생기면 자신도 이를 경험해 봐야 직성이 풀린다. 그 때문에 비록 소수 그룹에서 출발했을지라도 빈번하게 사용해 트렌드로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독창성’ ‘공유성’ ‘참여성’을 가진 2030 소비자들은 여행지에서 로컬 맥주를 맛보고, 양조장 투어에 참여하고, 연남동 팝업스토어에 방문한 경험들을 나름의 해석과 의미를 부여해 확산한다. 소비자들은 여행지에서 제주맥주를 마심으로써 제주맥주에 대해 알게 되고, 프로모션 이벤트인 연남동 피크닉을 통해 제주에서의 경험을 확장하고, 집이나 음식점에서 제주맥주를 마실 때마다 특별했던 여행지에서의 추억을 다시 확인한다. 당시의 기분과 경험들을 마실 때마다 재현하고 확인한다는 점은 제주맥주의 브랜드 가치를 강화하는 요소이고 장기적으로 강한 ‘소비자-브랜드 관계’를 만들 수 있는 출발점이다.

제주맥주의 향후 과제들
제주맥주가 1년 만에 올린 성과는 눈부시다. 1년 만에 매출 1400% 성장, 제주맥주 입점 매장 5배 증가, 제주위트에일 단일 브랜드만으로 크래프트 맥주 매출 1위(크래프트 맥주 업계 추산치) 달성 등 화려한 성적표를 쓰고 있다. 매출액 100억 돌파도 눈앞에 두고 있다. 국내 전체 크래프트 맥주 시장 규모가 올해 400억 원 정도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제주맥주가 이 시장의 리딩 컴퍼니로 떠오른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제주맥주가 앞으로 ‘꽃길’만 걸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일단 국내 대기업들이 크래프트 맥주 시장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2014년 8월 롯데주류가 ‘클라우드 비어스테이션’을 선보인 이후 신세계의 데블스도어, SPC의 그릭슈바인 등이 문을 열었다. 최근에는 국내 맥주 시장의 양대 산맥인 OB맥주와 하이트진로도 글로벌 크래프트 맥주 회사들의 국내 판권을 따내는 등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여기에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크래프트 맥주 과세 기준 역시 국내 중소규모 크래프트 맥주 업체들 입장에서는 위협요소다. 현재 국산과 수입산 맥주의 가격 차이는 세금을 어디에 붙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이를테면 국산 맥주는 제조원가와 판매관리비, 이윤 등을 모두 붙인 순매가에 제조원가의 72%와 주세의 30%에 해당하는 교육세를 매긴다. 반면 수입 맥주는 이윤 등을 제외한 공장출고가와 운임비 등을 더한 수입 신고가에 같은 세율을 부과한다. 수입 신고가는 말 그대로 해당 업체가 임의로 정할 수 있어서 싸게 매길수록 세금도 덜 낼 수 있게 된다. 최근 수입 맥주가 4캔에 1만 원씩 팔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은 현행 주세법이 맥주 가격에 따라 세금이 부과되는 종가세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 이렇게 되면 좋은 원료를 써서 맥주를 만들고 싶어도 원가가 올라가 세금이 높아지기 때문에 맥주업체 입장에서 어떻게든 원가를 줄이려 할 수밖에 없다. 좋은 품질의 맥주가 탄생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국내 크래프트 맥주 업체들은 현행 종가세를 종량세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행 과세 기준이 영세한 크래프트 맥주 업체들을 위기로 몰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상황이 녹록지만은 않다. 한국수제맥주협회 주도로 과세 기준을 바꾸고자 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필자소개
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 송수진 고려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songsj@korea.ac.kr
송수진 교수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로드아일랜드주립대에서 마케팅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P&G에서 부 브랜드 매니저로 근무하며 신규 브랜드 출시 및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다. 미국 시몬스대에서 MBA를 취득했으며 현재 고려대 글로벌경영학과에 재직 중이다. 주 연구 분야는 브랜드-소비자 심리 및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이다. Journal of Advertising, Journal of Business Research 등에 논문을 발표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63호 2018 Business Cases 2018년 12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