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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바이럴마케팅에 제발 관심 가져라

김상훈 | 15호 (2008년 8월 Issue 2)
마케팅은 인식의 문제다(Marketing is about perception)’라는 명언이 있다. 마케팅은 인식의 문제이고,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고객들이 지니고 있는 ‘인식’은 마케터가 어떻게 전략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느냐에 달려 있다. 10여 년 전만 해도 해외에서 고작 모방제품이나 내놓는 2류 취급을 받던 우리의 몇몇 기업들이 글로벌 브랜드로 떠오른 것은 해외 고객들의 마음속에 확실한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컨셉트를 잡아 기획하고 예산을 적극 투입한 이른바 체계적인 ‘포지셔닝’ 전략의 결과물이다.
 
1970∼1980년대 우리 기업들은 밤늦게까지 연구소에 불을 밝혔으며 때로는 무지막지하게, 때로는 열성적으로 영업과 마케팅에 열을 올렸다. 그리고 그 결과는 눈부셨다. 하지만 이제는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 되지 않는다. 바야흐로 창조성과 혁신, 즉 전략적 마인드로 마케팅해야 이길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최근 ‘실용’ 정부가 ‘고객만족도’ 최하의 상황에 빠진 것은 바로 이런 시대적 변화를 외면했거나 알아도 어찌할 수 없는 딜레마에 빠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현 정부는 어떤 마케팅 전략으로 이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을까. 필자는 특히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의 관점에서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단순하고 차별화한 메시지를 제대로 개발하라
1992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빌 클린턴은 어디부터 손을 써야 할지 모를 정도로 많은 이슈에 대응해야 했다. 정책적인 이슈만으로도 복잡한 상황에서 클린턴 개인 사생활 문제까지 불거져 점차 혼란 속에 빠져 들던 그때 클린턴을 구해 준 것은 바로 보좌관이었던 제임스 카빌의 기발한 캠페인 구호였다. “경제야, 이 멍청아(It’s the economy, stupid)”라는 단순하고도 도발적인 캠페인 구호는 초점을 잃고 방황하던 클린턴 캠프에 확실한 방향을, 국민들에게는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면서 순식간에 반전을 이끌어내는 원동력이 됐다. 이와 같이 단순하고 차별화한 메시지는 비주얼 이미지와 결합할 경우 더 큰 파워를 갖는다. 냉전시대에 지도력을 의심받던 케네디 대통령을 정치적 위기에서 구해낸 것은 다름아닌 “달에 사람을 보내겠다(Man on the moon)”는 약속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에 승리한 것도 바로 이와 같은 단순하고 차별화한 메시지 때문이었다. 지금 달라진 것이 있다면 그 메시지들이 점점 복잡해지거나 하나 둘씩 꼬리를 감추고 있다는 것이다. 선택과 집중으로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고 그것을 성실하게 이행하는 모습, 이것이 성공한 기업 대부분이 취한 전략이었고 현 정부에 대해 국민들이 간절히 바라는 것이다.
 
엄청나게 많은 음식점이 있음에도 점심시간 때마다 장사진을 이루는 음식점이 있다. 또 하루가 다르게 쏟아지는 신간 서적 가운데에서도 몇몇 베스트셀러는 많은 사람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뚜렷한 차별화’다. 인기 있는 음식점에는 다른 음식점에서 맛볼 수 없는 독특하고 탁월한 맛과 분위기, 아니면 친절한 종업원이 있다. 사소해 보이는 이 모든 것이 한순간에 마음을 사로잡는 마법 같은 커뮤니케이션 도구가 된다. 지금 우리 국민이 간절히 바라고 있는 것은 이것저것 다 맛있는 음식점이 아니라 한 가지라도 끝내주게 맛있는 음식을 내놓을 수 있는 맛집이 아닐까.
 
통합적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으로 제대로 설득하라
TV, 라디오, 잡지, 홍보매체, 판매사원, 인터넷 등 고객과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접점이 엄청나게 많아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여기서는 이렇게 말하고 저기서는 저렇게 말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고객들의 인식에 혼란이 일어나게 됐다. 이로 인해 많은 기업이 이른바 ‘통합적 마케팅 커뮤니케이션(IMC, Integrated marketing communication)’에 관심을 갖고 일관성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그림 참조)


일관된 메시지의 지속적 전달’이라는 통합적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볼 때 현 정부의 마케팅 전략은 기본에 미달하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도 그렇고 당정의 입장도 같을 때보다 다를 때가 더 많다. 조직이나 기구의 차이를 탓하는 것은 고객지향성을 잃은 한물간 기업들의 변명이다. 고객(국민)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한 프로세스는 무엇보다 일관성을 최우선시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것은 정책의 일관성이 아니다. 거기까진 못 갈지라도 최소한 커뮤니케이션의 일관성이라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가수 이효리가 최근에 발표한 음반에서 또다시 자신의 핵심 콘셉트인 ‘섹시’ 코드를 내세우는 이유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자신만의 차별화한 콘셉트와 메시지를 선택했다면 모든 의사소통 경로에서 동일한 목소리로 지속적으로 알려야 팬을 확보할 수 있다.

입소문 메시지 포착이 관건
커뮤니케이션의 핵심 경로가 이동하고 있다. 대중을 상대로 메가폰을 들고 외치는 시대는 갔다. 기자회견이나 일방적인 정책 발표가 주요 일간지와 TV 뉴스에 똑같은 포맷으로 전달되고, 안방 또는 지하철 역에서 TV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는 서민들을 보면서 메시지가 잘 전달되고 있구나 하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메시지는 실로 다양하게 쪼개져서 수많은 경로로 흘러 들고 있으며 재생산·재창조 과정을 거치면서 강한 생명력을 이어간다. 중앙에서 메시지를 통제할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매스 마케팅의 대명사인 맥도날드가 왜 TV 광고 예산을 절반으로 줄였을까. 갈수록 세분화(fragmented)되고 있는 커뮤니케이션 경로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흑인들이 가는 이발소에 포스터도 붙여야 하고, 히스패닉이 좋아하는 음악채널에 히스패닉 출신 가수를 모델로 한 광고도 내보내야 하며, 주부들이 즐겨 찾는 인터넷 사이트에 배너도 띄우고 게임도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마케팅은 ‘매스 마케팅’ 시대를 접고 ‘마이크로 마케팅(micro-marketing)’ 시대로 옮겨가고 있다.
 
마이크로 마케팅은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파워를 나눠 줬다. 대표적인 현상이 바이럴 마케팅(viral marketing)이다. 인터넷의 커뮤니티와 블로그, 메신저와 미니홈피를 넘나드는 ‘코멘트’들이 언론사나 방송사가 쥐고 있던 커뮤니케이션 파워를 빼앗아 가고 있으며, 메시지의 ‘통제’가 아니라 바이러스처럼 퍼져가는 온라인 입소문 메시지를 누가 먼저 포착하고 ‘대응’할 수 있느냐가 커뮤니케이션 역량의 지표가 됐다. 광우병 논란, 독도 문제, 환율 정책에 대한 논란에 이르기까지 바이럴 마케팅의 입방아에 줄줄이 당하면서도 현 정부는 아직 이런 현상에 대한 이해 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다. 사회적 네트워크를 통한 온라인·오프라인 바이럴을 이해하고 대응할 수 있는 역량과 시스템을 신속히 갖추지 않으면 5년 내내 부정적 바이럴에 시달릴 각오를 해야 한다.
 
지금까지 ‘대고객 커뮤니케이션’의 관점에서 마케팅 전략을 제안했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뚜렷하고 차별화한 콘셉트의 메시지를 선택하라. 둘째, 통합적 마케팅을 통해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하라. 셋째, 마이크로 커뮤니케이션, 특히 바이럴 마케팅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대응력을 키우라. 커뮤니케이션 메시지의 선정 및 전달 과정은 마케팅 전략의 핵심인 이른바 상품의 ‘포지셔닝(positioning)’ 전략과 일맥상통한다. 오랜 기간동안 수많은 성공기업의 경험으로 입증된 마케팅 성공공식을 제대로 활용해 부디 ‘고객만족’, 나아가 ‘고객감동’을 안겨주는 정부가 되길 기대해 본다.
 
필자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시카고대에서 MBA를 취득한 뒤 스탠퍼드대에서 마케팅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경영대학 최우수 강의상을 받았으며, 국내외 유명 학술지에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저서 <하이테크마케팅>으로 정진기언론문화상 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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