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탬프 찍는 쿠폰에 2개 미리 찍어줬더니 外

243호 (2018년 2월 Issu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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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eting
스탬프 찍는 쿠폰에 2개 미리 찍어줬더니
Joseph C. Nunes, Xavier Drèze,“The Endowed Progress Effect: How Artificial Advancement Increases Effort”,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Vol. 32, March 2006, pp. 504-512.

무엇을, 왜 연구했나?

디지털 시대에 온라인 스탬프 방식의 리워드 프로그램이 유용한 마케팅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종이 스탬프 쿠폰 대신 이프리퀀시(e-frequency, 구매할 때마다 앱 화면에 바코드를 스캔해 별 모양의 ‘e-스티커’가 적립되는 형태)의 온라인 스탬프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커피빈 역시 종이 스탬프에서 온라인 스탬프로 리워드 프로그램을 바꿨다. 유통 브랜드 역시 스탬프 형태의 리워드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GS25는 자체 개발한 ‘나만의 냉장고’ 앱으로 온라인 스탬프를 일정 개수 이상 모으면 한정판 제품을 리워드하는 이벤트를 꾸준히 실시하고 있다. 예컨대 GS25 편의점에서 코카콜라 제품을 구매하고 받은 스탬프 30개를 모으면 한정 수량 로보트태권브이 블루투스 스피커를 주는 식이다. 이런 방식으로 다양한 브랜드와 컬래버 마케팅 행사를 진행할 수 있다.

소비자들은 왜 스탬프 모으기에 열중할까? 심리학자들은 소비자들이 스탬프 쿠폰을 받고 해당 쿠폰에 스탬프를 모으려고 같은 브랜드 상품을 반복적으로 구매하는 현상을 ‘부여된 진행 효과(Endowed progress effect)’라는 용어로 설명한다. 인간의 목표(goal) 달성에 관한 다양한 연구들은 인간이 특정한 상황에서 목표가 주어졌을 때 무의식적으로 해당 목표를 완수하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거나 행동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밝혀냈다. 다시 말해 인간은 특정 목표를 부여받으면 자신도 모르게 그러한 목표를 가능한 한 완수하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기업이 소비자들에게 특정 목표를 수행하도록 자연스럽게 유도하려면 소비자가 목표를 향해 움직이는 시작점이 아니라 이미 목표를 향해 움직이는 과정 중에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강조해야 한다. 과정을 강조하는 것이 소비자가 목표를 향해 나아가도록 장려하는 촉발제 역할을 할 수 있다. 많은 소비자 심리학자는 부여된 진행 효과(Endowed progress effect)가 실제 존재하는지, 어떠한 상황에서 보다 더 효과적으로 나타나는지를 밝혀내는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무엇을 발견했나?

미국 서든캘리포니아대와 펜실베이니아대의 공동 연구진은 부여된 진행 효과가 어떤 상황에서 더 효과적으로 작용하는지, 그리고 이 효과의 심리학적 메커니즘이 무엇인지 살펴보는 실험을 진행한다. 실험은 타당성을 높이기 위해 현장 실험 형태로 진행됐다. 미국의 메이저시티에 위치한 한 전문 세차장을 빌려 세차장 이용객들에게 두 가지 다른 형태의 리워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실제 세차장을 방문한 300명의 고객들에게 리워드 프로그램과 관련된 쿠폰을 나눠줬다. 참여 고객들은 실험자가 미리 준비한, 두 가지 다른 조건에 무작위로 할당됐다. 첫 번째 조건은 소비자들에게 세차 무료 스탬프 쿠폰을 나눠주고, 쿠폰에 나와 있는 8번의 스탬프를 다 찍으면 공짜 세차를 한 번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두 번째 조건은 첫 번째와 동일한 목표를 제시했다. 
8번의 스탬프를 찍는 목표를 완수하면 한 번 공짜로 세차를 할 수 있는 쿠폰이다. 다만 차이점은 두 번째 리워드 프로그램에서 제공한 쿠폰은 스탬프를 찍는 칸이 10칸인 두 개의 스탬프 도장이 찍힌 상태였다. 즉 두 번째 리워드 조건에 할당된 소비자들은 10번의 스탬프 채우는 과정 중 이미 두 번의 과정이 완수된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소비자가 한 번의 공짜 세차라는 혜택을 받기 위해 수행해야 하는 과제, 8번의 세차는 동일했다. 하지만 두 번째 조건은 마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나아가는 과정이 이미 시작된 것 같은 느낌을 소비자에게 제공했다. 두 개의 다른 조건에 배당된 실험자들이 세차를 얼마나 하는지 살펴봤다. 결과는 놀라웠다. 실험자들은 동일한 목표를 할당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미리 두 번의 스탬프를 쿠폰에 찍어준 그룹에 속한 소비자들이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약 2배가량 더 자주 세차를 했다. 8번의 목표를 다 채운 소비자 수 역시 미리 두 번의 스탬프를 쿠폰에 찍어준 소비자군이 그렇지 않은 조건군의 소비자들보다 월등하게 많았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본 연구 결과는 같은 리워드 프로그램이라도 기업이 구체적으로 어떤 전략을 짜는지에 따라 소비자 구매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교훈을 준다. 기업들이 스탬프 모으기 같은 리워드 프로그램을 더 효과적으로 운영하려면 다음의 요소들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첫째, 소비자들에게 목표를 제시할 때 목표를 수행하는 과정이 이미 시작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촉발제를 자연스럽게 심는 것이 좋다. 연구 결과가 보여주듯이 스탬프 2개가 미리 찍힌 쿠폰을 받은 세차장 이용객들은 총 10번의 스탬프를 찍는 목표를 수행하는 과정이 이미 시작됐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인식했다. 소비자들은 목표를 달성하는 시작점에 있기보다 이미 과정이 진행 중이라고 느낄 때 해당 목표를 좀 더 완수하려는 노력을 보였다. 이에 따라 스탬프 형식의 리워드 프로그램을 론칭하는 기업은 소비자에게 한두 개의 쿠폰을 미리 찍어주는 형태로 진행하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둘째, 소비자들이 목표에 가까이 다가가고 있음을 지속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 목표 달성까지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고 느끼거나 본인이 목표 달성 과정 중 어느 위치까지 왔는지 알지 못하는 경우 목표 달성 동기가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 목표를 세부적으로 나눠서 중간 거점이 여럿 존재하는 리워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좋다. 예컨대 특정 커피 브랜드가 커피를 구매할 때마다 스탬프 한 개를 찍어준다면 총 20번의 스탬프를 찍을 경우 다이어리라는 가장 큰 리워드 선물을 주는 한편 중간에 8번만 찍어도 커피 한 잔, 15번만 찍을 경우 텀블러를 제공하는 형태를 추가할 수 있다. 최종 목표를 향해가는 긴 과정에 중간 목표들을 심어주는 것이다. 종이 스탬프 쿠폰이 아닌 애플리케이션 형태로 리워드 프로그램을 전환하는 한편 소비자가 프로그램에 접속했을 때 목표 달성 그래프 등을 통해 얼만큼 목표치에 가깝게 도달했는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방식도 효과적일 수 있다.

소비자는 본인이 목표를 향해 움직였다고 강하게 인지할수록 본인이 이전에 투자한 내역(예컨대 이미 찍힌 스탬프)에 민감해진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손실(loss)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일명 손실 민감 법칙(The loss-sensitivity principle)을 따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업은 소비자들이 이미 본인들이 한 투자(찍힌 스탬프)를 무시하지 않으면서, 목표를 완수하지 않을 경우 이런 투자가 손실이 될 수 있음을 자연스럽게 느끼도록 만들어야 한다. 최근 리워드 프로그램이 종이 쿠폰에서 모바일 앱 형태로 진화하면서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마케팅 전략도 늘어나고 있다. 기업은 소비자들이 해당 브랜드와 가까워지고 지속적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리워드 프로그램의 내용을 정교화할 필요가 있다.

이승윤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seungyun@konkuk.ac.kr
필자는 성균관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University of Wales에서 소비자심리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글로벌 마케팅 리서치 컴퍼니인 닐슨에서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하며 다양한 국내외 마케팅 리서치에 참여했다. 캐나다 맥길대에서 마케팅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건국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 연구 분야는 ‘디지털·소셜 미디어 마케팅’ ‘소비자 심리’ 등이다. 저서로 『바이럴: 입소문을 만드는 SNS 콘텐츠의 법칙』 『구글처럼 생각하라』 『디지털 소셜 미디어 마케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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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ategy
기술-트렌드 이외에 경쟁자 분석도 철저히
“Strategic intelligence: The cognitive capability to anticipate competitor behavior” by Sheen S. Levine, Mark Bernard and Rosemarie Nagel in Strategic Management Review, 2017, 38, pp.2390-2423.

무엇을, 왜 연구했나?

지속적으로 성공하는 기업들을 보면 경쟁력의 근원을 다시 한번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기업 경쟁력의 근원은 탁월한 핵심 역량, 우수한 인적자원, 경험 등 내재적 역량과 시장 환경의 올바른 이해 및 대응에 있다. 분석역량(analytical capability) 강화에 많은 관리자가 애쓰는 이유도 경쟁력을 높이기 위함이다. 기업의 장단점, 시장의 기회와 위협을 정확히 진단하고 사업 성패 요인을 도출해 최적의 전략적 선택을 제시하는 것 역시 탁월한 분석역량의 결과물이다.

그러나 분석역량이 뛰어난 기업이라고 늘 탁월한 성과를 지속할 수 있는 것일까? 언더아머, 월마트, 홈디포 등 별다른 분석 역량과 자본 없이도 매우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 뛰어들어 큰 성공을 거둔 기업들도 무수히 많다. 또 아무리 탁월한 전략과 실행 노하우로 시장에 혜성처럼 나타난 기업들도 금세 유사한 경쟁업체들에 의해 사라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반대로 선두기업으로서의 지위를 잃지 않고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유지해 나가는 기업들도 많다. 왜 어떤 기업은 살아남고, 어떤 기업은 사라지는가?

최근 미국과 유럽의 연구진은 경쟁업체의 의도를 얼마나 빨리 파악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가, 즉 경쟁정보(competitive intelligence) 역량을 기업경쟁력의 근원으로 주목했다. 연구진은 실제로 글로벌 선두에 올라선 기업들이 그 지위를 오랫동안 유지하는 이유는 경쟁업체의 의도를 미리 파악해 선제적으로 대응한 덕분이지, 탁월한 분석역량을 발휘해 기회를 선점하거나 누구도 흉내 못 낼 가치를 창출했기 때문만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전략적 판단의 핵심은 경쟁업체의 의도와 잠재적인 행위를 파악하는 데 있고, 나만이 할 수 있는 독특한 전략이나 누구도 진입하지 않은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반드시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연구진은 분석역량 못지않게 대다수의 경쟁업체와 시장이 평균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현상을 제대로 파악하는 경쟁 정보 역량이야말로 경쟁력의 근본임을 강조했다. 우리는 과연 경쟁업체를 얼마나 잘 알고 있는가?

무엇을 발견했나?

연구진은 스포츠웨어를 생산하는 언더아머 등 최근 급성장한 글로벌 기업들, 또 평범한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세계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한 중소기술벤처 등 내세울 만한 전략적 자원이나 핵심 역량 없이 매우 치열한 경쟁시장에 진출해 빠른 성장을 거듭한 회사들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주목했다. 연구진은 설립자나 경영진의 경쟁정보 역량에 초점을 두고 이들 기업이 끊임없이 경쟁기업의 인식과 행동을 간파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성장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 사실을 일반화할 수 있을지 미국의 최고 명문대와 소규모 대학 재학생을 대상으로 모의투자 실험을 실시하고, 수익률에 이들의 분석역량과 경쟁정보 역량 중 어느 것이 더 큰 역할을 하는지 살펴봤다.

실험결과 분석역량만으로는 기대 이상의 수익률을 달성하지 못했고 경쟁정보 역량과의 복합적 판단이 더 나은 수익률로 이어짐을 발견했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었는가?

기업경쟁력의 핵심은 시장의 구조변화를 이해하고 핵심 역량의 구성요소를 파악·강화하는 데 있다. 새로운 시장을 찾아 공략하고 기회를 선점하는 것, 우수한 서비스와 품질 개선도 빠질 수 없다. 그러나 이것만 가지고는 충분치 않다. 많은 선발기업이 후발주자들에게 순식간에 잠식되는 이유도 경쟁자에 대한 이해를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4차 산업시대 한국의 많은 기업이 기술 융합, 플랫폼화, 미래 먹거리, 신사업 발굴 등을 생존 키워드로 삼아 모든 분석역량을 총동원해 기회를 찾아 선점하려는 노력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생존을 위해 기술, 트렌드, 미래 시장 분석에만 너무 몰입된 게 아닌가 싶다. 시장의 승자는 결국 경쟁자들의 상호작용에 의해 판가름 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궁극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 못지않게 중국, 일본 등 눈앞의 경쟁기업들의 움직임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


류주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jhryoo@hanyang.ac.kr
필자는 미국 뉴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대에서 석사(국제경영학), 런던정경대에서 박사(경영전략) 학위를 각각 취득했다. United M&A, 삼성전자, 외교통상부에서 해외 M&A 및 투자유치, 해외직접투자실무 및 IR, 정책홍보 등의 업무를 수행한 바 있으며 국내외 학술저널 등에 기술벤처, 해외 진출 전략, 전략적 제휴, PMI 관련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Behavioral Economic
불완전한 정보에 소스라치는 주식시장
Based on “Stale Economic News, Media and the Stock Market” by G. Birz(2017, Journal of Economic Psychology)

무엇을, 왜 연구했나?

신문에 고용, 물가, 수출 관련 지표나 생의학, IT, 4차 산업의 성장을 예측하는 기사가 뜨면 주식시장이 요동친다. 신문에 보도되는 경제기사에 반응하는 주식시장은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첫 번째 관점은 신문에 기사화된 뉴스를 기간이 경과된(stale) 죽은 정보로 본다. 신문지면에 보도되는 경제뉴스는 보통 다른 매체, 예를 들면 인터넷, 통신사, 방송사 등을 통해서 먼저 발표된 후 나오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효율적 시장가설에 의하면 주식가격은 주식정보가 발표됨과 동시에 정보의 크기와 방향(플러스 또는 마이너스)에 따라 신속하게 변한다. 만약 지금 막 발표된 주식정보의 가치가 1000원이라면 주식가격도 1000원만큼 즉각 상승한다. 따라서 시차를 두고 발표된 동일한 주식정보에 주식가격이 출렁인다는 것은 효율적 시장가설에 대한 반증이다.

두 번째 관점은 정보의 불완전성에 주목한다. 처음 보도되는 정보는 보통 불완전한 형태이기 때문에 보충, 수정, 개선 과정을 거쳐 의미 있는 정보로 거듭나는 과정이 필요한데 신문이 이러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신문에 보도되는 경제기사가 비록 새로운 내용은 아닐지라도 기존 정보를 광범위하게 퍼뜨리고 불완전한 최초 정보를 보완해 주식 가격에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반영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는 관점이다.

신문기사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위와 같은 두 가지 관점을 모두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주식시장이 효율적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만약 두 번째 역할을 떼어낼 수 있다면 신문기사가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효율적 시장가설을 직접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최적의 실험이 될 것이다. 남코네티컷주립대의 버즈 교수는 이 점에 착안했다. 그는 일간 신문에 실린 미국 실업률 보도가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해 효율적 시장가설을 검증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실업률은 미국 노동통계청에서 매달 첫째 주 금요일 오전 8시30분에 발표하는 거시경제정보다. 실업률 발표를 가장 먼저 취재하고 전파하는 매체 중 하나는 연합통신(Associated Press·AP)이다. AP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세계 유수의 통신사로 120여 개국에 200개 이상의 지점을 중심으로 취재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과학 뉴스를 실시간으로 전 세계 신문사나 방송사에 배포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실업률 정보가 노동통계청 발표 당일 인터넷 매체, 통신 매체, 방송사(라디오나 TV)에 보도된 후 하루가 지난 다음에야 비로소 신문에 기사화된다는 점이다. 결국 신문에 보도된 실업률 정보는 살아 있는 정보가 아니라 하루가 지난 좀비 정보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즈 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주식시장은 오늘 신문에 보도된 어제의 실업률 수치에 따라 오르기도 하고, 내리기도 하는 모습을 보였다.

버즈 교수는 1991년부터 2004년 사이에 389개 신문사에 실린 1만2620개의 실업률 기사 중 하루 전 AP의 기사 내용을 수정 없이 그대로 전한 125개의 기사를 뽑아 분석했다. 신문에 실린 기사는 하루 전 AP 기사를 보충 또는 수정 없이 실어 나른 것에 불과하므로 정보의 불완전성 문제가 자연스럽게 제거됐다고 볼 수 있다. 시장이 효율적이라면 실업률이 내포한 정보 가치는 하루 전 AP의 보도 내용이 인터넷이나 통신, 방송 등을 통해 발표됐을 때 완전히 반영됐기 때문에 신문에 보도된 실업률의 정보가치는 제로이고, 주식시장의 반응도 전무해야 맞다. 하지만 효율적 시장 가설의 이러한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주식가격은 신문에 보도된 실업률 정보에 요동쳤다. 실업률이 하락했다는 신문 기사에 투자자들은 반응을 보였다. 기사가 보도된 후 일주일 정도 주식시장의 평균 수익률이 계속 상승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두 번째 주에는 수익률 상승이 하락으로 바뀌는 역전현상(reversal)이 나타났다. 이는 전형적인 과잉반응(overreaction) 현상이다. 실업률이 오른 경우에는 반대로 시장수익률이 첫 주에는 하락하다가 그다음 주에는 상승하는 패턴이 나타났다. 역시 과잉반응을 보여주는 결과다. 투자자들이 경제적 의미가 없는 뉴스에 따라 주식을 사고파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나치게 거래를 한다는 뜻이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실업률의 변화가 알려지는 시점에 주식시장은 들썩인다. 실업률이 오르고 내릴 때 주식시장에 유입될 자금의 양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매우 똑똑한 대응이다. 하지만 어제 들었던 실업률 뉴스를 오늘 다시 듣고 주식 거래를 한다는 것은 경제적 관점에서 비합리적이다. 버즈 교수가 발견한 주식시장의 현실이기도 하다. 투자자들은 홍수처럼 밀려드는 정보에 쉴 새 없이 노출되고 그들의 합리성은 끊임없이 시험당한다. 감각과 감정으로 과장 또는 축소된 정보가 과잉 또는 과소 반응의 오류를 잉태한다. 오류는 인류의 운명이 아닌가 싶다.

곽승욱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swkwag@sookmyung.ac.kr
필자는 연세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와 텍사스공과대에서 정치학 석사와 경영통계학 석사, 테네시대(The University of Tennessee, Knoxville)에서 재무관리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유타주립대 재무관리 교수로 11년간 재직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행동재무학/경제학, 기업가치평가, 투자, 금융시장과 규제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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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tical Science
기업의 시장 전략도 정책 변화에 중요한 영향
Based on Russell J. Funk and Daniel Hirschman, Beyond Nonmarket Strategy: Market Actions as Corporate Political Activity, Academy of Management Review, Vol.42, No.1 (2017), pp. 32-52.


무엇을, 왜 연구했나?

일반적으로 기업의 정치적 활동은 정책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로비, 선거 자금 기부 등과 같은 비시장 전략(non-market strategy)이라는 관점에서 논의돼 왔다. 그러나 비시장 전략만이 기업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기업은 시장 활동을 통해서도 정책을 만들거나 폐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많은 인력을 고용하고 있는 작업장의 폐쇄나 이전은 지역 경제에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선거를 앞둔 정치인들이 해당 기업의 요구(예를 들어 세금 감면 또는 규제 완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한 사례도 많이 있다. 또한 대규모 인수합병(M&A)도 고용뿐만 아니라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크기 때문에 정치인들과 정책결정자들은 기업에 우호적인 정책을 수용하는 경향이 있다.

 
무엇을 발견했나?

기업의 시장 전략은 어떤 조건에서 어떤 과정을 통해 정책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법률이나 규칙의 개정을 의미하는 공식적 정책 변화뿐만 아니라 개정 없이도 정책을 수정할 수 있는 해석적 정책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해석적 정책 변화에는 실행과 혁신의 두 가지 범주가 있다.

실행 주도적 변화는 불완전한 법률에 대한 독자적 해석을 통해 법률의 의미를 수정하거나 분명히 하는 것이다. 1998년 시티코프와 트래블러스의 합병이 대표적 사례다. 은행과 보험회사의 합병은 투자은행과 상업은행을 분리하는 글래스-스티걸 법(Glass-Steagall Act)의 허점를 노출시켜 1999년 이 법의 폐지와 그램-리치-브릴리법(Gramm-Leach-Bliley Act)의 제정으로 이어졌다.

혁신 주도적 변화는 기존 규제틀에서 해석이 어려운 새로운 행동에 기업이 참여하는 것이다. 이는 주로 규제를 위한 법률이나 규정이 없는 분야에서 일어난다.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한 기업은 정부가 규제를 만들기 전까지는 해당 사업과 유사한 규제를 자기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가지게 된다. 예를 들어 1970년대 말 파생상품이 처음 등장했을 때에는 법적 관할권이 애매하고 관련 규정이 불분명해서 금융감독 기관이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할 수 없었다. 또한 신기술을 독점적으로 개발할 경우 전문성이 부족한 정책결정자는 규제를 설계할 때 기업의 입장을 반영하지 않을 수 없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기업의 시장 활동이 해석적 정책 변화를 유도하는 것은 세계적 차원에서 활동하는 다국적 기업에는 상당히 어려울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총아로 간주되는 암호화폐, 공유 경제, 클라우드 데이터 서비스가 대표적 사례다. 처음 등장했을 때 어느 나라에도 관련 규제가 없어 사업이 번창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국가별로 서로 다른 규제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비트코인은 일본에서는 합법적인 거래 수단으로 인정받았지만 중국에서는 최근 거래소가 폐쇄됐다. 에어비앤비도 일본과 캐나다에서는 공식적인 숙박 서비스업으로 허용됐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규정이 마련되지 않았다. 우버도 마찬가지다. 이미 세계 각지 600개 이상에 영업을 하고 있지만 운전사에 대한 규제는 나라별/도시별로 차이가 있다. 최근 영국 사법부는 우버 운전사를 전통적인 노동자로 간주하는 판결을 통해 공유 경제의 핵심인 독립형 일자리 경제(소위 gig economy)를 인정하지 않았다.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이 주도하는 클라우드 데이터 서비스에 대해서 유럽과 중국이 정보 주권 문제를 강력히 제기하고 있다. 국가별로 다른 규제가 하나의 단일한 방안으로 수렴될 가능성은 현재 희박하다. 따라서 기업은 당분간 국가별로 최적화된 혁신 주도적 정책 변화를 모색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왕휘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lee.w@ajou.ac.kr
이왕휘 교수는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뒤 런던 정경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아주대 정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 연구 분야는 국제 금융통화 체제, 기업지배구조 등이며 『Asian Survey』 등 국내외 정치경제 학술지에 다수의 논문을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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