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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상사와 연장자 부하직원, 서로 감정조절 방법 배워야 外

문광수 ,주재우,류주한,곽승욱 | 241호 (2018년 1월 Issue 2)
Psychology

어린 상사와 연장자 부하직원, 서로 감정조절 방법 배워야

Based on “Younger supervisors, older subordinates: An organizational-level study of age differences, emotions, and performance” by Kunze, F., Menges, J. I. Journal of Organizational Behavior, 2017, 38(4), pp. 461-486.

무엇을, 왜 연구했나?

나이와 조직 위계질서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나이가 많은 사람(연장자)은 가족이나 부족 같은 사회 단위가 생존하는 데 필수적인 경험과 지식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리더 자리를 차지하는 게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오늘날 조직은 오랜 경험에서 얻은 연륜보다는 다양한 사회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융통성, 혁신, 창의성을 갖춘 인재를 원한다. 또 능력이 출중하고 혁신적인 리더십을 갖춘 젊은 직원들이 늘어나면서 조직 문화도 수평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승진 시스템도 나이가 많다고 반드시 우대하지 않으며 성과 평가를 중시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최근에는 적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스펙과 경력을 기반으로 다른 동료보다 일찍 입사하는 직원들이 늘고 있다. 더군다나 한국은 남성이 2년간 의무 복무를 해야 하기 때문에 여성보다 상대적으로 사회 진출이 늦은 편이다. 이 때문에 여성 상사가 남성 직원보다 나이가 어린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처럼 여러 가지 이유로 부하직원이 상사보다 나이가 많은 상황으로 조직 구조가 변화하는 현상을 학계에서는 AISR(Age-Inverse Supervisory Relationships, 나이가 역전된 감독 관계)로 규정해 분석하고 있다.

직장 내 AISR 환경은 구성원 간 의사소통에 혼란을 야기해 회사 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많은 직원이 입사하기 전까지 가정이나 학교에서 나이를 기반으로 한 수직적 관계를 경험하기 때문이다. 연장자가 지시하고 연소자가 따르는 관계에 익숙해진 이들에게 기업의 AISR 환경은 낯설 수밖에 없다. AISR은 특히 피감독 대상이 된 연장자에게 충격을 줄 수 있는데 이들의 부정적인 반응은 회사 성과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이처럼 조직의 지위와 나이 구조 변화가 조직의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연구팀은 독일 61개의 회사 직원 총 7802명을 대상으로 설문 자료를 수집했다. 기업 성과는 경영진을 통해 기능적 성과와 객관적 성과를 측정했다. 기능적 성과는 직원들의 생산성과 일 처리 절차의 효율성을, 객관적 성과는 재무성과, 기업 성장, 자본 회수율 등 산업군 내 유사 기업과 비교해 평가했다.

연구 결과 AISR은 간접적으로 회사 성과에 영향을 미쳤고, 여기에 부하직원의 정서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근로자들은 AISR의 정도가 큰 경우 분노, 좌절, 혐오와 같은 부정적인 정서를 더 많이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AISR의 정도가 작은 경우에는 부정적인 정서를 덜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직원들이 갖게 되는 부정적인 정서는 회사 성과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나이 많은 부하직원이 AISR에 따른 부정적인 정서를 표출하지 않고 억제할 경우에는 회사 성과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이번 연구는 연소한 근로자가 빨리 승진하면서 연장자인 부하직원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감정과 회사 성과의 관련성에 초점을 맞췄다. 연구자들은 AISR이 직원들의 부정적인 감정을 유발해 회사 성과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동양문화권이 서양 문화권보다 나이에 따른 위계질서가 강하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동양 기업에서 이런 연구를 한다면 결과가 더 극명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AISR의 부정적 영향이 증명됐다고 해서 회사가 나이에 기초한 전통적인 지위 구조를 유지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 정말 유능한 인재라면 나이를 고려하지 않고 승진해 높은 직급에 올라가는 게 회사에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AISR 정도가 강한 회사에서 연장자인 부하직원들이 부정적인 감정을 표출하지 않으면 회사 성과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해서 회사가 연장자인 부하직원들의 부정적인 감정을 억압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런 방법은 비윤리적일 뿐 아니라 단기적인 미봉책에 그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나이 구조보다는 근로자들의 감정에 초점을 맞춘 해결 방법을 모색할 필요성이 있다는 통찰을 준다. 예컨대 AISR과 관련해 긍정적인 정서가 조직 내에 공유된다면 회사 성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기업은 개인들에게 감정 조절 교육을 실시할 수 있다. 상사나 부하직원 모두 AISR로 인해 생긴 부정적 감정을 자기 조절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대인 관계 차원에서 AISR에 특화된 의사소통 교육도 필요하다. 한국은 특히 나이 어린 상사와 나이 많은 부하직원이 같이 일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서로 잘못된 방식으로 행동하고 소통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이 일상적인 의사소통 과정에서 서로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유발하지 않도록 교육할 필요가 있다.

근본적인 방법은 부하-상사 관계에 나이가 중요하지 않다는 문화를 조직적으로 형성하는 것이다. 즉 수직적 조직 문화가 아닌 수평적 조직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이런 문화는 장기적 비전을 갖고 일관성 있게 추진돼야 되며 하향식뿐 아니라 상향식으로 직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야 성공할 수 있다.

한국 사회에서는 일반적으로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을 부하직원으로 두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일단 의사소통이 불편하기 때문에 일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조직에도 해를 끼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하지만 이런 우려가 나이 차별을 암묵적으로 승인하고, 당연시하게 만드는 부작용도 낳고 있다. 가령 신입을 뽑더라도 동등한 성적이면 나이가 어린 지원자를 뽑는 식으로 말이다. 나이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에서 벗어나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차별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문광수 중앙대 심리학과 조교수 ksmoon@cau.ac.kr
필자는 중앙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산업 및 조직심리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인사컨설팅기업 SHR와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선임연구원으로 일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산업 및 조직심리학으로 조직행동관리, 안전심리, 동기심리, 인간공학 관련 논문을 저술했다.



Marketing

친환경 제품 뛰어나도 남성이 잘 안 사는 까닭

Based on Brough, Aaron R., James E.B. Wilkie, Jingjing Ma, Mathew S. Isaac, and David Gal (2016), “Is Eco-Friendly Unmanly? The Green-Feminine Stereotype and Its Effect on Sustainable Consumption,”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43 (4), 567-582.

무엇을, 왜 연구했나?

남자는 여자보다 환경보호에 신경을 덜 쓴다. 지난 30년의 연구에 따르면 연령이나 국가에 상관없이 남자는 여자에 비해서 쓰레기를 더 많이 생산하고, 재활용을 덜하며, 지구환경을 파괴하는 데 죄의식을 덜 느낀다. 이러한 성별의 차이는 여자가 남자보다 타인에게 더 많이 공감하며, 사회를 더 많이 배려하고, 아이가 살 미래를 위해 건강과 안전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이기 때문일 것이라는 해석들이 있었다.

본 논문의 연구자들은 친환경에 대한 관심이 남녀 간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부정하지는 않았지만 친환경 제품 자체에도 남자들이 꺼리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즉, 친환경 제품을 주로 여성이 구매해 왔기 때문에 친환경 제품 자체가 여성스럽다는(feminine) 고정관념이 생겼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서 남성 고객들이 친환경 제품을 사는 것을 꺼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초반 실험에서는 아마존 메캐니컬 터크(Amazon Mechanical Turk) 서비스를 통해서 모집한 남녀 131명을 대상으로 친환경 제품이 여성스럽다는 고정관념이 있는지 검증했다. 절반의 참가자들은 친환경적인 행동을 한 경험을 적었고 다른 절반은 환경에 나쁜 행동을 한 경험을 적었다. 모든 참가자들이 스스로가 얼마나 여성스러운지, 스스로가 얼마나 남성스러운지에 대해 각각 7점 척도로 응답하게 했다.

실험 결과, 당연하게도 여성 참가자들(5.34)이 남성 참가자들(2.51)에 비해서 여성스러움이 높다고 응답했고, 반대로 남성 참가자들(5.31)이 여성 참가자들(2.40)에 비해서 남성스러움이 높다고 응답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남녀 모두 친환경 행동을 한 경험을 종이에 적게 했을 때 환경에 나쁜 행동을 한 경험을 적었을 때보다 스스로의 여성성을 평가한 점수가 높았다는 것이다(3.84 vs. 3.56). 이때 남성성 평가 점수는 변하지 않았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389명의 남성만을 대상으로 성 정체성이 공격받으면 공개적인 구매 상황에서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기 꺼리는지를 테스트했다. 먼저 이 남성들에게 직장 동료로부터 150달러의 기프트 카드와 월마트의 생일 축하 카드를 받는 상황을 상상하게 했다. 그런 다음, 성별 혹은 나이 정체성을 공격받는 설정을 했다. 즉 분홍 바탕에 여성스러운 폰트로 축하 말이 쓰인 여성스러운 카드를 받게 하거나 바탕색과 폰트가 평범한 디자인의 카드에 “이제 도대체 몇 살이에요?”라는 장난스러운 말이 더해진 카드를 받게 한 것이다. 그런 다음 모든 참가자는 3개의 제품 카테고리(램프, 책가방, 배터리)에서 친환경 제품과 일반 제품 중 하나를 선택했다.

실험 결과, 나이가 공격받을 때보다 남성이라는 정체성이 공격받을 때 친환경 제품을 더 꺼리게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49.6% vs. 41.9%). 특히 일반 배터리보다 친환경 배터리를 덜 선택했고(35.9% vs. 48.7%), 일반 책가방보다 친환경 책가방을 덜 선택했다(28.8% vs. 37.2%). 램프의 경우는 일반 제품과 친환경 제품에 유의미한 차이가 드러나지 않았다(61.1% vs. 62.8%).

추가 실험은 한 달 동안 중국 북부 지방에 위치한 3개의 BMW 매장에 들른 73명의 고객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친환경 자동차로 인식되는 BMW i3 전기차의 광고 문구를 남성스럽게 바꾸면 소비자 선호도가 어떻게 변하는지 검증했다. ‘2015 BMW i3 Eco-friendly Model’이라는 광고 문구를 ‘2015 BMW i3 Protection Model’이라고 다소 남성적으로 바꿨다. 절반의 참가자에게는 기존 문구를 보여주고 다른 절반에게는 남성스러운 문구를 보여줬다.

실험 결과, 남성 참가자는 기존 문구에 비해서 남성스러운 문구를 본 경우 BMW i3에 대한 선호도가 증가했다(3.05 vs. 3.95). 이와 반대로 여성 참가자들의 경우 선호도가 감소했다(2.93 vs. 3.91).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본 연구에 따르면 친환경 제품이 여성스럽다는 선입견 때문에 남성 소비자들이 구매를 꺼리므로 남성스러움을 강조하면 판매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여성스럽다는 선입견은 친환경 제품뿐만 아니라 공정무역, 기부, 사회적 공헌 활동 등 기업의 다양한 친사회적(pro-social) 활동에 전반적으로 더해져 있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러한 활동에서도 남성스러움을 강조하면 단기적 판매나 장기적 브랜드 강화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

흥미롭게도 아웃도어 산업 전문가들은 본 연구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시장 조사기관인 NPD그룹의 아웃도어 산업 분석 담당자인 맷 파월(Matt Powell)은 “친환경 제품이 여성스럽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다. 업계에서 그런 이야기를 나눈 적도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어쩌면 현재 판매 중인 모든 아웃도어 브랜드가 친환경을 내세우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보다 더욱 강한 반대 의견은 아웃도어 브랜드 중 가장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가진 파타고니아(Patagonia)에서 나왔다. 파타고니아는 1973년 창립 때부터 지속가능성을 기업 철학으로 삼고 ‘환경에 쓸데없는 해를 끼치지 않고 환경 위기에 대안을 제시한다’는 사명을 갖고 있다. 또 판매한 의류를 수선하고 재사용하기도 하는 등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친환경 활동을 전개하는 브랜드다. 이 회사의 브랜드 철학 담당인 빈센트 스탠리(Vincent Stanley)는 파타고니아 고객은 남녀가 절반이고 제품을 구매하는 남자들이 대부분 자신을 위해서 제품을 구매하기 때문에 이 연구 결과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친환경 제품 판매를 늘리기 위해서 제품을 남성스럽게 만들어야 한다는 제안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전하면서 대신 성 중립(gender-neutral) 전략을 취한다고 했다. 그는 “환경과 사회를 위하는 일에 성별의 차이를 두지는 않을 것이다. 대신 이러한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시민’들을 더 많이 고려하겠다”라고 전했다. 제품의 남성성이나 여성성도 중요하지만 친환경 이슈에 대한 고객의 기본 성향도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다.

주재우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 designmarketinglab@gmail.com
필자는 서울대에서 인문학 학사와 경영학 석사를, 캐나다 University of Toronto의 Rotman School of Management에서 마케팅 박사 학위를 받았다. 행동적 의사결정 심리학을 바탕으로 디자인 마케팅, 신제품 개발, 소비자 행동에 관해 주로 연구하고 있다.

Strategy

포시즌스호텔, 분쟁 지역에 진출한 이유

“Multinational enterprises, risk management and the business and economics of peace” by Jennifer Oetzel and Jason Miklian in Multinational Business Review, 2017, 25(4), pp.270-282.

무엇을, 왜 연구했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역할과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 과연 본연의 업무인가라는 의문이 있으나 이제는 기업도 모든 이해관계자를 위해 역할을 다하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다. 최근에는 다국적기업이 세계 평화 정착과 정치적 불안·갈등의 해소에도 기여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어 기업의 사회적 역할의 범위가 어디까지 확장될 것인지 주목을 끌고 있다. 정치·평화·사회적 갈등 문제에 대한 기업의 책임과 역할, 그리고 그 실효성을 판단하려면 더 많은 사례 수집과 관찰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세계 시장, 특히 신흥국에 진출하는 기업들의 성장과 성공이 해당 지역의 정치·사회 이슈에 대한 참여와 그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해내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이는 해외 시장, 특히 신흥시장의 정치·사회적 환경을 제대로 이해하고 이를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간 경쟁우위와 성과의 차이가 더 명확해지리라는 것을 의미한다. 더 좋은 품질과 가격으로 신흥국 소비자에게 보답하고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넘어서 새로운 개념의 글로벌 전략 수립을 준비해야 한다.

무엇을 발견했나?

미국과 유럽의 연구진은 최근 선진국 다국적 기업의 글로벌 정치적·평화적 책임 이행에 대한 연구를 통해 해외 시장, 특히 신흥시장에서의 평화 정착 및 정치 안정 수립 프로세스 등 다국적 기업들이 벌이고 있는 다양한 활동들을 소개했다. 이런 활동은 지역사회의 안정에도 기여할 뿐 아니라 기업 이미지 개선, 지역 경제 활동 활성화, 투자 리스크 감소, 소비자 호감도 상승 등 기존의 사회적 책임(CSR) 활동과는 다른 고차원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연구진은 신흥국 소비자들이 정보기술과 소셜미디어에 힘입어 현지 정부의 미흡한 역할, 글로벌 기업의 시민 의식 결여 등의 사회 문제에 대해 선진국 소비자 못지않게 잘 인식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더 이상 이를 외면하기 어려운 상황에 와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일부 기민한 기업들의 발 빠른 선도적 대처를 거울삼아 후발기업들도 사회적 책임 활동의 폭을 더 고차원적으로 높여갈 것을 주장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선보이고 있는 테러 방지 노력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트위터와 구글 등은 이미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극단주의자들이 자사 서비스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거나 이들에 대한 철저한 감시를 시작했다. 동시에 다른 인터넷 기업들과 공조를 통해 관련 국가 정부 및 지역사회가 벌이고 있는 테러와의 전쟁을 측면에서 지원하고 있다.

포시즌스호텔그룹은 경쟁 기업들과는 달리 최근 베이루트, 레바논 등 테러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중동지역에 계획대로 새 호텔들을 개업하며 지역적 차별 없이 세계 소비자를 위한 봉사를 지속할 것임을 선언했다. 이를 통해 포시즌스는 전 세계 소비자 모두에게 차별 없는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기업이념을 실현할 뿐 아니라 본사의 탁월한 리스크 관리 역량을 과시할 수 있었다. 광산업체인 앵글로아메리칸(Anglo-American Mining Company)이 지난 20년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정부를 상대로 인종차별 철폐와 평화협상에 대해 주도적 역할을 취했던 것은 이미 유명한 사례가 됐다. 한편 미얀마에서는 최근 시장 개방으로 경제가 급속한 성장세를 보이는 가운데 정부가 글로벌 기업에 각종 특혜를 제공하며 대가를 요구하는 사례가 빈번해졌다. 그러나 코카콜라는 철저한 공정경쟁의 원칙과 엄격한 본사 규정을 미얀마의 모든 관계자에게 적용함으로써 당장은 손해를 보더라도 길게는 투명하고 공정한 기업으로 남겠다며 흔들림 없는 입장을 천명했다. 영국에서는 브렉시트 결정 이후 정부의 반이민 기조가 강해졌지만 스타벅스는 난민을 매장 바리스타로 고용하는 발 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영국의 자국 이기주의와 무관함을 보여준 것이다. 스웨덴 산업연맹은 스웨덴 모든 기업의 ‘사업 지원과 평화 실현’을 단체의 궁극적 목표로 설정하고 다양한 지원을 시작했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었는가?

기술이 진화하며 새로운 산업시대에 진입하듯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실효성, 범위에 대한 학문적 논의가 아직도 진행 중임에도 시민의 기대치는 커져만 가고 있다. 시민들은 기업이 사회 곳곳의 크고 작은 문제 해결을 넘어 평화 정착과 국가 및 지역 갈등 해결까지 나서주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발 빠른 선진국의 다국적 기업들은 이미 이 문제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선도적으로 진출해야 할 신흥시장에서도 평화 정착과 지역 갈등 해결에 대한 현지인의 요구가 높아지면서 이를 좌시할 수만 없게 됐다. 한국 기업의 탁월한 품질과 서비스를 무기로 신흥시장의 지역사회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시기에 와 있다.

류주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jhryoo@hanyang.ac.kr
필자는 미국 뉴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대에서 석사(국제경영학), 런던정경대에서 박사(경영전략) 학위를 각각 취득했다. United M&A, 삼성전자, 외교통상부에서 해외 M&A 및 투자유치, 해외직접투자실무 및 IR, 정책홍보 등의 업무를 수행한 바 있으며 국내외 학술저널 등에 기술벤처, 해외진출 전략, 전략적 제휴, PMI 관련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Behavioral Economics

넛지의 핵심은 자율, 규제와 착각 말아야

Based on “Nudging Electricity Consumption Using TOU Pricing and Feedback: Evidence from Irish Households” by V. Cosmo and D. O’Hora (2017, Journal of Economic Psychology)

무엇을, 왜 연구했나?

얼마 전 베스트셀러 『넛지』의 저자인 시카고대 리처드 세일러 교수가 2017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발표됐다. 세일러 교수가 넛지의 개념을 체계화, 대중화하는 데 기여한 공로는 크지만 그렇다고 넛지가 완전히 새로운 아이디어는 아니다. e메일을 제목 없이 보내려고 하면 “제목 없이 e메일을 보내시겠습니까?”라는 팝업창 덕에 제목 없는 e메일을 보내는 실수를 모면한다거나 컴퓨터의 파일을 지우려고 ‘삭제’ 버튼을 누르면 “선택하신 파일이 영구적으로 지워집니다. 진행하시겠습니까?”라는 메시지 덕에 소중한 파일의 소멸을 막을 수 있는 것도 넛지에 해당한다.

요즘 남자 화장실의 변기 하단부에는 파리가 많이 그려져 있다. 이 작은 변화로 화장실이 훨씬 청결해졌다. 미국 텍사스주의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Don’t mess with Texas(텍사스를 쓰레기로 더럽히지 마시오)’라는 표지판을 자주 볼 수 있다. 2006년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표어로 선정되기도 한 이 캠페인 문구는 텍사스주 쓰레기 투기량을 획기적으로 줄어들게 한 일등공신이다.

이처럼 넛지는 이미 일상의 여러 분야에서 우리가 올바른 판단과 선택을 하도록 그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아일랜드 트리니티대 코스모 교수팀의 연구는 넛지의 영역을 에너지 분야로 확대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매년 여름과 겨울의 전력수급난, 발전기 고장, 전기요금 인상 등으로 불편을 겪는 사람이 많았다. 이에 대한 해법을 찾고자 정부는 주로 전력 공급의 확대 방안에 골몰했다. 신재생에너지와 클린에너지의 공급을 늘려 환경 파괴 주범인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는 정책,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사태에서 나타났듯 사고 시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원자력 발전을 줄이는 에너지 전환 정책이 여기에 해당한다.

전력이 생산되는 방법을 원천적으로 바꿔서 전기 공급과 소비 문제를 해결하는 공급 측면의 접근법도 물론 필요하지만 전기를 효율적으로 사용해서 소비량을 줄이는 수요 중심적 정책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는 전력 생산에 들어가는 막대한 고정비용이나 환경 파괴와 건강 위험 등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지 않는 고효율 대안이기 때문이다.

코스모 교수팀은 넛지의 원리가 전기 수요를 줄이는 데 매우 효과적일 것으로 봤다. 5000여 아일랜드 가구를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에서 이들은 시간대별로 전기료를 차별적으로 부과하는 것과 전기 소비량 및 비용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피크타임(오후 5∼7시)의 전기사용 행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예상대로 피크타임에 더 비싼 전기료를 부과하면 그 시간대 전기 소비량이 현저히 감소했다. 피크타임의 전기 소비량이 줄었다고 다른 시간대의 사용량이 증가하지는 않았다. 단순히 전기료를 차별적으로 부과하는 정책만으로 전기소비량을 줄인 것이다. 또한 전기료 고지서를 한 달에 한 번 받는 가정들이 두 달에 한 번 받는 가정보다 피크타임 전기 소비량이 적었다. 소비 감소 효과를 더욱 높이는 방법 중 하나는 실시간으로 전기 사용량과 비용을 소비자가 볼 수 있게 하는 것(IHD·In-Home Display)이었다. 한 달이나 두 달에 한 번 고지서를 받을 때보다 IHD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기 사용 및 비용 정보를 볼 때 피크타임 사용료를 조금만 올려도 훨씬 큰 전기료 절감 효과가 나타났다. 교육 효과도 있었다. 교육 수준이 높은 가정이 낮은 가정보다 피크타임 전기 사용량을 줄여 더 많은 절약을 했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개인이든 기업이든 정부든 항상 무수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현명한 선택은 삶의 질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오지만 우매한 선택은 삶을 피곤하게 한다. 문제는 현명한 선택을 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심리학, 뇌 과학, 행동경제학에서 밝힌 인지적, 유전적, 감정적 오류로 우리의 판단과 선택은 최선 또는 최적에서 멀어질 때가 많다. 이러한 필연적 오류는 스스로 다짐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넛지라는 외적 시스템으로 일깨우고 강제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코스모 교수팀이 보여준 전기소비 절약 넛지는 한 예에 불과하다.

그러나 넛지와 규제는 구별해야 한다. 넛지는 말 그대로 옆구리를 살짝 찌르는 정도의 자연스러운 자극을 말한다. 관료적 규제로 넛지 효과를 보려한다면 넛지의 개념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넛지는 자율적 선택과 참여를 기반으로 한다. 그래야 지속가능한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곽승욱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swkwag@sookmyung.ac.kr
필자는 연세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와 텍사스공과대에서 정치학 석사와 경영통계학 석사, 테네시대(The University of Tennessee, Knoxville)에서 재무관리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유타주립대 재무관리 교수로 11년간 재직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행동재무학/경제학, 기업가치평가, 투자, 금융시장과 규제 등이다.
  • 문광수 문광수 | -(현)중앙대 심리학과 교수
    -(전)인사컨설팅기업 SHR
    -(전)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선임연구원
    ksmoon@ca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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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재우 주재우 |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

    필자는 서울대에서 인문학 학사와 경영학 석사를 받았고 토론토대에서 마케팅 박사 학위를 받았다. 신제품 개발과 신제품 수용을 위해 디자인싱킹과 행동경제학을 연구하며 디자인마케팅랩을 운영하고 있다.
    designmarketinglab@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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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류주한 류주한 |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필자는 미국 뉴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대에서 석사(국제경영학), 런던정경대에서 박사(경영전략) 학위를 취득했다. United M&A, 삼성전자, 외교통상부에서 해외 M&A 및 투자 유치, 해외 직접투자 실무 및 IR, 정책 홍보 등의 업무를 수행했으며 국내외 학술 저널 등에 기술 벤처, 해외 진출 전략, 전략적 제휴, 비시장 전략, PMI, 그린 공급망 관련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jhryoo@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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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곽승욱 곽승욱 |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필자는 연세대를 졸업하고,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와 텍사스공과대에서 정치학 석사와 경영통계학 석사, 테네시대에서 재무관리 전공으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유타주립대 재무관리 교수로 11년간 근무한 후 현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행동재무학/경제학, 기업가치평가, 투자, 금융시장과 규제 등이다.
    swkwag@sookmyu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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