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점 유지하면서 핵심 경쟁력만 강화, 삼성에 ‘노트7 위기’는 도약대였다

239호 (2017년 12월 Issu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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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 at a Glance

갤럭시 S8은 삼성이 그야말로 ‘배수의 진’을 친 제품이었다. 전작인 노트7의 배터리 발화 사태와 같은 안전성 문제가 또다시 불거졌다가는 갤럭시라는 브랜드 자체가 존폐의 기로에 놓일 수도 있었다. 그만큼 S8의 성공은 삼성 전체의 명예회복이 달린 문제였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열흘간 진행된 예약 판매에서 국내 스마트폰 사상 첫 100만 대 예약 판매 신기록을 세웠다. 이처럼 소비자들의 신뢰를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회복할 수 있었던 비결에는 리스크에 대한 ‘정면 돌파’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이런 노력 덕에 노트7 사태 이후 브랜드 컨설팅 업체 인터브랜드가 발표하는 글로벌 100대 브랜드 순위에서 삼성전자는 사태 발생 전인 지난해보다 오히려 한 단계 올라간 6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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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또 문제 생기면 정말 끝장이야, 조금이라도.”

삼성전자 갤럭시 S8 시리즈(S8과 S8+) 출시 직전까지도 개발팀은 사운(社運)을 짊어졌다는 엄청난 부담감에 시달렸다. 지난해 10월 악몽 같았던 갤럭시 노트7 배터리 발화 사태 이후 삼성이 내놓는 첫 스마트폰이었기 때문이다. 빠른 사과와 판매 중지, 그리고 정보 공개로 악재를 비교적 잘 넘겼다는 평을 받긴 했지만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가 완전히 회복됐다고 보긴 어려웠다.

삼성, 그리고 갤럭시 브랜드가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지 몇 달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품질 또는 안전성 문제가 또다시 불거졌다가는 갤럭시라는 브랜드 자체가 존폐의 기로에 놓일 수도 있었다. 그만큼 S8의 성공은 사업이나 수익의 차원을 넘어 삼성 전체의 명예회복이 달린 문제였다.

삼성전자는 3월 말 S8 공개행사를 열고 4월 말 정식 출시했다. 우려와 달리 시장의 반응은 초기부터 뜨거웠다. 노트7 사태가 있기라도 했느냐는 듯 열흘간 진행된 예약 판매에서 국내 스마트폰 사상 첫 100만 대 예약 판매 신기록을 세웠다. 전작인 S7이 일주일간 20만 대, 노트7이 13일간 40만 대였던 것에 비교하면 출시 전부터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개통 첫날 등록 대수인 26만 대도 사상 최대 기록이다. 판매 초기에 “액정에 붉은빛이 심하다”는 말이 나오며 개발팀을 긴장시켰지만 품질 문제가 아니라 소프트웨어 설정으로 조정할 수 있는 문제로 드러나 더 이상 이슈화되진 않았다.

이후 S8은 초기 인기를 꾸준히 이어가며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S8의 주요 특징인 베젤리스(테두리가 없는) 디자인, 물리 홈버튼 제거, 큰 화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등은 최고급 스마트폰 모델들의 특징이 됐다. 고작 1년 만의 변화다. 아마 S8 이전에 나온 스마트폰을 쓰는 독자라면 불과 1년 만에 자신의 폰이 ‘못생겨 보이는’ 심미안의 변화를 체험해봤을 것이다.

S8의 인기는 9월 출시된 노트7의 공식 후속작인 갤럭시 노트8의 인기로 이어졌고, 삼성전자 IM(IT모바일) 부문은 노트7 사태의 후유증에서 완전히 벗어난 모양새다. S8은 삼성을 위기에서 구해낸 수준을 뛰어넘어 삼성의 최대 히트작이 됐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수용할 수 있는 혁신’의 성공: 장점은 유지한 채 화면 크기와 디자인에만 집중적 변화

어느 회사나 마찬가지겠지만 신제품 개발은 시장조사부터 시작한다. 다만 그 시장조사 결과로부터 어떤 결론을 도출하느냐의 문제일 뿐. 누군가는 대대적이고 실험적인 변화를 시도하는 반면 누군가는 무엇이 바뀌었는지 모를 정도로 ‘소심한’ 변화를 추구하기도 한다.

삼성전자는 수많은 소비자 인터뷰와 설문조사 협력업체 및 외부 디자인 회사들과의 회의 등 다양한 방법으로 소비자들이 원하는 바를 탐색했다. 시장조사팀이 얻은 결론은 뚜렷했다. 소비자들은 1. 큰 화면을 원했고 2. 가지고 다니기 편한 휴대전화를 원했으며 3. 스마트폰 간 디자인의 차이를 점점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이 중 1번과 2번의 소비자 니즈는 스마트폰 업계에서 ‘모바일 패러독스’라고 부르는 대표적인 딜레마다. 큰 화면, 가지고 다니기 편한 작은 사이즈란 특성은 동시에 달성하기에는 상충하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메라나 기타 하드웨어 성능에서 차별점을 찾기 어려워진 당시 상황에서 시장이 원하는 바는 뚜렷했고 이를 모두 만족시킬 방안을 찾아야 했다.

디자인 피로감도 극복해야 할 과제였다.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면서 ‘스마트폰’ 하면 누구나 비슷한 모양을 떠올릴 정도로 디자인이 정형화돼가고 있었다. 얇거나 거의 없는 양옆 베젤에 다소 두툼한 위아래 베젤. 위쪽 베젤엔 카메라와 수신부가 들어가고 아래 가운데엔 물리적으로 누를 수 있는 홈버튼과 마이크가 있는 형태다. 디자인 측면에서 차별화된 폰이 등장하지 않자 소비자들은 좀 더 색다른 모습을 원하기 시작했다.

이런 조사결과를 종합해 개발팀은 전혀 새로운 디자인을 시도하기로 했다. 궁리 끝에 나온 방향은 본체의 크기 증가는 최소화하면서 대신 위아래 베젤을 최소화해 화면을 키우는 방식이었다.

돌이켜보건대 현재 기술로는 양산이 다소 어려운 폴더블(접을 수 있는)폰이나 스마트 글라스(안경) 방식, 홀로그램 등을 이용할 것이 아니라면 사실 유일한 방안이긴 하다. ‘인피니티 디스플레이(베젤리스 화면을 뜻하는 삼성의 명칭) 콘셉트는 이렇게 탄생했다.

물론 실제로 구현해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베젤리스를 향한 도전이 이때가 처음도 아니었다. 삼성의 경우 이미 갤럭시 S6부터 적용된 ‘엣지’ 디자인으로 옆 방향 베젤은 사실상 사라진 상태였다. 남은 것은 위아래뿐인데 핵심 장치들이 다수 몰려 있는 부분을 화면으로 채우는 것은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일부 해외 업체의 경우 3면 베젤리스를 시도한 경우는 있었다. 위와 양옆의 테두리를 없애고 카메라 등 주요 기능을 화면 아래쪽에 집중시킨 실험적인 시도들은 있었지만 내구성 문제 등이 있어 시장성은 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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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물리 홈버튼을 없애고 소프트웨어 홈버튼 기능을 넣는 식으로 해답을 찾았다. 다른 기능을 쓰다가도 메인 화면으로 돌아올 수 있는 홈버튼은 스마트폰의 필수 기능이다. 지금까지 실제로 손으로 누르는 방식으로 운영됐지만 S8에서는 물리적으로 손으로 누를 수 있는 버튼이 사라진 것이다. 대신 화면의 아래쪽 가운데를 터치하면 홈버튼 기능이 나타나도록 했다. 이 기능을 구현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홈버튼이 있던 자리까지 화면을 키울 수 있었다.

물리 홈버튼을 없애고 베젤을 줄이자 기기의 전체적인 크기가 커지는 것은 최소화하면서 화면을 대폭 키우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갤럭시 S8과 S8플러스의 화면 크기는 각각 5.8인치와 6.2인치인데, 이는 대화면폰(패블릿·폰과 태블릿PC의 합성어)으로 분류되는 노트 시리즈보다도 큰 것이다. 하지만 테두리가 줄어든 덕분에 기기 자체의 크기는 그리 커지지 않았다. 갤럭시 S8과 S8플러스의 화면이 스마트폰 앞면 전체 면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83.3%와 83.9%에 달한다. 전작인 S7이 74%였던 것과 비교하면 획기적으로 늘어난 수치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는 단순히 아이디어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스마트폰 업계에서 앞면 중 화면이 차지하는 비중의 기술적 한계는 75% 정도로 알려져 있었다. 이를 돌파하려는 연구진의 노력과 기술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베젤리스를 채택한 덕에 S8의 하드웨어 디자인은 삼성의 전작은 물론이고 다른 업체들의 제품과 비교해도 뚜렷하게 구분될 수 있었다. 그야말로 완전히 새로운 ‘종’이 탄생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삼성은 섣불리 과거의 유산을 버려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혁신은 소비자가 가장 원하는 것이었던 화면 크기를 늘리는 데만 집중했다. ‘완전히 새로운 제품이어야 한다’는 것에 집착해 과거의 유산을 모두 버리는 우를 범하지는 않았다. 혁신을 하되 수용 가능한 범위로 제한한 것이다.

대표적인 것으로 방수 기능, 탈착식 SD카드, 홍채인식 기능, 무선 충전 등을 꼽을 수 있다. 기존 갤럭시 S 시리즈에서 이용자들이 선호했던 기능을 버리지 않고 최대한 그대로 유지했다. 기존 장점들이 그대로 유지됐기에 화면이 커진 것이 더 빛을 발할 수 있었다. 이용자로서는 화면이 커진 대신에 자신이 좋아하는 기능 몇 가지가 빠졌다면 제품의 가치에 의문을 제기했을 가능성이 크다.

사실 이런 선택은 삼성 스스로의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삼성은 앞서 갤럭시 S6 시리즈를 개발할 당시 제품의 대대적인 변화를 꾀하느라 기존 기능을 상당 부분 버린 적이 있다. S6는 지금은 삼성의 상징이 된 ‘엣지’ 디자인이 처음 적용된 제품이다. 당시로써는 굉장히 실험적인 디자인이었고 그만큼 대대적인 변화가 있었다.

그 변화는 꼭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엣지 디자인을 실현하기 위해 S5부터 적용됐던 방수기능을 포기했고, 그전까지 탈착식이었던 배터리는 일체형으로 바뀌었다. 모두 사용자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얻던 요소들이었다. SD카드도 바꿀 수 없었다. 결국 S6는 오롯이 디자인만으로 평가를 받으려 했던 제품이었던 셈이다. 실제로 디자인은 호평을 받았으나 제품완성도 면에서는 아쉽다는 평이 많았다. 삼성은 이런 평가를 반영해 S7을 만들었고, 디자인은 물론 완성도면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기존 장점은 유지하면서 핵심 경쟁력만 높이는 전략은 화면비(화면의 가로와 세로의 비율)에서도 찾을 수 있다. S8의 화면비는 18.5대9인데 그전까지 스마트폰의 일반적인 화면비는 16대9였다. 위와 아래의 베젤을 없애 화면이 커지고 세로로 길어진 만큼 새로운 화면비를 찾아야 했다. 이 비율을 정하는 데도 개발팀은 사용자들이 기존의 ‘익숙함’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기존 스마트폰 화면비가 16대9였던 것은 TV와 영화관의 화면비를 모두 포용하기 위해서였다. TV 콘텐츠의 주된 화면비는 4대3이었고 영화의 경우 21대9였다. 이 두 콘텐츠를 최대한 많이 포용할 수 있는 비율로 선택된 것이 16대9였던 것. 이번에도 같은 논리가 적용됐다. 그동안 스마트폰이 많이 보급되면서 16대9 비율에 맞춘 콘텐츠가 늘어난 만큼 기존 스마트폰 콘텐츠와 영화 콘텐츠를 모두 포섭할 수 있는 비율로 18.5대9를 선택했다. S8 개발팀 관계자는 “화면비를 너무 바꾸면 거부감이 들 수도 있다고 봤다. 이용자가 익숙하게 느낄 만한 비율 중에서도 화면을 꽉 채울 수 있는 비율을 고른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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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8의 디자인 변화 중 화면과 함께 큰 부분을 차지한 것이 물리 홈버튼의 제거다. 홈버튼을 소프트웨어를 통해 화면 안으로 넣어야 했는데 개발팀으로서는 굉장한 도전이었다. 당연히 기존의 홈키와는 전혀 다른 여러 방안을 검토했지만 역시 기존의 익숙한 경험을 단절시키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스마트폰을 거의 손에서 놓지 않고 지내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스마트폰에서 자주 쓰는 동작은 손가락에 거의 습관처럼 박히게 되는 경우가 많다. 업계에서는 이처럼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하는 기억을 ‘머슬(근육)메모리’라고 부르는데 홈버튼이 대표적이다. 스마트폰을 웬만큼 쓰는 사람이라면 눈으로 보지 않고 손의 감각만으로 폰의 아래쪽 가운데에 있는 홈버튼을 눌러 메인 화면으로 돌아오는 일은 쉽게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갤럭시를 쓰던 사람이라면 화면 밑의 ‘전체 이용 중인 앱-홈버튼-뒤로 가기’ 순으로 배치된 내비게이션바(Bar) 메뉴를 이용하는 데 익숙해지게 된다. 이는 경쟁제품인 애플 ‘아이폰’이 별도의 내비게이션바 메뉴 없이 홈버튼만 두는 것과 구분되는 갤럭시 시리즈의 특징이기도 하다.

개발팀은 새롭게 바뀐 홈버튼을 설계할 때 이 경험을 최대한 그대로 유지하는 데 중점을 뒀다. 실제 소비자 조사 결과에서도 갤럭시의 홈버튼과 내비게이션바를 그대로 유지해줬으면 하고 바라는 반응이 많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홈버튼과 내비게이션바는 소프트웨어화돼 화면 안으로 녹아들면서도 기존에 하던 기능을 거의 그대로 수행하게 됐다.

S8 개발팀 관계자는 “개발 과정에서 나온 가장 큰 걱정은 제품이 지나치게 바뀌어서 기존 고객들이 불편함을 느낄까 하는 점이었다”며 “갤럭시 고객들이 대화면과 베젤리스의 혁신을 누리면서도 편하게 쓸 수 있게 하는 것이 개발 목표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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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7의 짐을 벗어던지고 단일한 메시지 전하기

제품의 완성도는 높았지만 여전히 노트7 사태의 악몽은 걱정스러운 부분이었다. 노트7 사태가 S8의 발목을 잡지 못하게 하려면 하루라도 빨리 그 멍에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했다. 삼성은 품질관리와 마케팅을 통해 노트7의 기억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삼성에서는 배터리는 물론이고 다른 부분에서라도 품질 문제가 발생하면 브랜드 신뢰도에 큰 타격이 일어날 것으로 보고 품질 관리에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품질 관리 시스템도 바꿨다. 예전에는 배터리 같은 부품에 대한 검사는 일단 해당 부품사에서 하고 삼성은 완성품에 대해서만 검사를 했다면 노트7 사태 이후에는 부품 단계의 검사까지 삼성 측이 자체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부품, 제조, 출고 등 전 단계에 걸쳐 8가지 항목의 배터리 안전성 검사를 도입하는 등 배터리뿐 아니라 모든 제품 및 서비스 안전을 보증하는 과정을 재검토했다. 8단계 배터리 안전성 검사 과정에는 충·방전 검사, 소비자 조건 가속 시험 등을 새로 추가했다. 외부 부품사에서 받은 부품을 썼더라도 결국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역할을 삼성이 맡고 있는 이상 부품 결함에 대한 책임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삼성이 품질 문제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던 것은 배터리 발화 사태 발생 당시 나름대로 빠르고 적절하게 대응했던 것이 가장 주효했다. 삼성전자는 문제가 확인되자 재빨리 잘못을 인정한 뒤 사과하고 전면적 단종 및 제품 회수 절차를 진행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8월24일 첫 발화 추정 사례가 접수된 후 일주일 만에 국내 공급을 중단하고 이후 이틀 만에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이 직접 사과문을 읽었다. 보통 업계에서 비슷한 일이 생기면 수습에 한 달 정도는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신속하게 결정을 내린 셈이다. 문제를 숨기거나 부인하고 시간을 끌다가 최악의 상황이 돼서야 뒤늦게 잘못을 시인해 더 큰 비난을 자초하는 수많은 기업의 사례와는 전혀 다른 대응이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노트7 발화 원인을 찾기 위해 20만 대 이상의 스마트폰, 5만 개 이상의 배터리를 테스트했다. 시장 불신을 우려해 제3의 평가기관에도 조사를 맡겼다. 특히 조사 과정과 결과를 주요 거래선과 시장에 투명하게 공개했다. 내부에서는 “아무리 그래도 너무 많이 공개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왔다. 당시의 보고서는 삼성전자 홈페이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올해 2월에는 부사장급이 총괄하는 최고위험관리책임자(CRO) 조직도 신설해 세계 각국에서 벌어진 리콜 사태와 대응 과정 등을 분석하고 대형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원칙을 세웠다.

이런 노력 덕에 노트7 사태 이후에도 삼성의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는 떨어지지 않았다. 9월 글로벌 브랜드 컨설팅 업체 인터브랜드가 발표한 글로벌 100대 브랜드에서 삼성전자는 6위를 차지했는데, 이 순위는 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지난해보다 오히려 한 단계 오른 것이다. 브랜드 가치도 지난해보다 9% 상승해 562억 달러를 기록했다. 위기를 잘 넘기며 신뢰를 더 쌓은 것이다. 인터브랜드는 삼성전자에 대해 “투명하고 솔직한 커뮤니케이션으로 노트7의 위기를 빠르게 극복했다”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과 CNBC 등 주요 외신과 학계의 평가도 비슷했다.

삼성은 이에 그치지 않고 노트7 사태에 대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스스로 나서서 사과했다. S8과 노트8 제품발표회 때 고 사장이 보인 태도가 대표적이다. 그는 언론이 묻기도 전에 먼저 노트7에 대해 사과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의 제품을 기다려준 고객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런 방식으로 삼성은 노트7 이슈를 S8 출시 전에 최대한 정리함으로써 과거의 사태가 신제품인 S8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

과거의 악재를 정리한 삼성은 신제품을 위한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을 준비했다. 이 과정의 핵심은 ‘단일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삼성은 제품 측면에서 ‘베젤리스’를 구현했다는 점 하나에 집중해 일관되게 광고를 진행했다. 그간 삼성의 광고 전략은 대륙별·지역별로 다소 분리돼 있었다. 현지 마케팅을 중시해 광고에 대한 현지 실무진의 판단을 어느 정도 존중해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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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것이 S8부터 한국만 제외하고는 전 세계적으로 동일한 광고를 내보내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광고 내용도 두꺼운 베젤에 둘러싸인 화면에서 베젤이 하나씩 떨어져 나가는 것을 보여주는 식으로 이해하기 쉽게 하고 다른 기능 설명 등은 추가하지 않았다. 화면이 커졌으면서도 기기 크기는 그대로인 베젤리스의 장점을 전달하는 데만 최대한 집중했다. LG G6 등 S8 전에도 베젤리스를 시도한 폰이 있긴 했다. 하지만 베젤리스 화면을 삼성이 선도한다는 인식을 각인하는 데도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각 지역 담당자들을 중심으로 지역별 맞춤형 마케팅이 필요하다는 이견이 나오긴 했지만 본사 측은 통일된 메시지 전달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설득해 나갔다.

또 브랜드 이미지 측면에서는 인간적이고 감성적인 브랜드로 느껴지도록 하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광고 문구는 ‘Unbox your phone’. 새 스마트폰을 처음 받고 상자를 열 때의 설렘을 나타내는 동시에 베젤에 갇혀 있던 화면을 ‘Unbox’ 했다는 중의적인 의미를 담았다. 제품의 특성과 함께 브랜드의 가치를 더 감성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캠페인인 ‘Do What You Can't’도 병행했다. 특히 뉴욕 타임스퀘어 광장의 모든 옥외광고판을 삼성 브랜드와 S8으로 채우는 홍보전 등 대대적인 광고를 통해 삼성 브랜드의 가치라는 하나의, 그리고 일관된 메시지를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알렸다.



결과적으로 노트7 사태는 S8의 흥행에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개발팀 관계자는 “노트7 사태로 긴장도 많이 하고 걱정도 많았지만 그만큼 회사 안에서 S8의 중요성이 더 커졌던 것 같다”며 “S8은 그야말로 모든 면에서 ‘배수의 진’을 친 제품이었다”고 전했다.

참고로 S8의 흥행에 대해 노트7 조기 단종으로 그 수요가 S8에 몰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실제 S8의 화면크기가 대폭 커지면서 노트 시리즈에 근접한 측면이 있고 삼성의 신제품 프리미엄폰에 대한 공백기도 1년간 이어져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다.

다만 갤럭시 S 시리즈는 노트와는 타깃 수요층이 다른 제품이다. 노트 시리즈는 스마트폰 중에서도 마니아층이 가장 확실한 제품으로 꼽힌다. 대화면과 S펜이라는 확실한 정체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은 기기를 선호하는 유럽에 비해 한국, 중국, 동남아 등에서 인기가 좋았다. 물론 최근에는 유럽에서도 노트의 인기가 올라가고 있긴 하다.

반면 S는 모든 고객층을 흡수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너무 튀거나 이상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디자인도 성별에 따른 호불호가 없도록 주로 ‘젠더리스’한 방향으로 가는 편이다. 판매 역시 지역·대륙별 편차가 크지 않고 골고루 잘 팔리는 편이다. 삼성전자 측은 “수요 흡수를 노린 것은 아니지만 화면이 커지면서 일부 노트 팬들이 옮겨온 것은 맞는 것 같다”면서도 “워낙 타깃 소비자가 다른 제품이어서 결정적인 요인은 아니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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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 내기 시작한 갤럭시 생태계 형성

끝으로 그간 삼성이 공들여 만들어놓은 ‘갤럭시 생태계’의 힘을 들 수 있다. 그간 삼성은 인공지능(AI) 플랫폼 빅스비, 간편 결제 플랫폼 삼성페이, 가상현실(VR) 및 웨어러블 기기 ‘삼성 기어’와 모바일 환경을 데스크톱으로 편리하게 옮겨주는 ‘삼성 덱스(DeX)’ 등을 꾸준히 선보이며 갤럭시의 외형을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IT 환경 전반으로 확대해왔다. 이 같은 생태계 조성은 한 번 갤럭시 제품을 쓰기 시작한 소비자를 계속 묶어두는 ‘록인(lock-in)’ 효과를 만들어낸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갤럭시와 애플 아이폰이 최대 경쟁자로 인식되고 있긴 하지만 실제로는 고객층이 많이 겹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고동진 사장도 8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노트8 공개 행사에서 “iOS(애플의 운영체제)와 안드로이드 고객은 겹치는 부분이 8∼18% 정도여서 영향이 크지는 않다”며 “안드로이드 진영에서는 갤럭시가 충분히 프리미엄 제품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전부터 쌓아온 안드로이드 충성 고객들이 있어 S8도 계속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결론: 성공적 위기 극복과 익숙한 혁신의 성공

S8은 노트7으로 실추된 삼성의 명예를 회복시켜야 하는 운명을 안고 태어났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트7이 신제품의 발목을 잡아선 안 된다는 판단하에 노트7의 그림자를 신제품 출시 전에 최대한 걷어내기로 했다. 사태 당시에는 발 빠른 사과와 제품 회수 등으로 사태가 장기화되는 것을 피했고 그 이후에도 조사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 신뢰를 회복했다.

S8 개발팀은 스마트폰 소비자들이 대화면을 원하고 있으며 디자인 피로도가 높아져 있음을 시장조사를 통해 파악했다. 화면을 키우면서도 기기가 커지지는 않게 하기 위해 베젤리스 디자인을 구현했고 과감하게 홈버튼을 없애는 등 대대적인 하드웨어 변화를 시도했다. 소비자들은 S8을 이전과 전혀 다른 폰으로 받아들였고 충분한 교체 수요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혁신은 소비자가 원하는 부분에만 국한했다. 이전 장점들은 최대한 유지하려 했고, 심지어 물리 홈버튼을 없애는 과정에서도 이전의 사용자 경험을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마케팅 측면에서는 최대 장점인 화면 크기와 베젤리스 디자인을 집중적으로, 그리고 단일한 메시지로 알리는 전략을 취했다. 또 브랜드 가치를 회복하기 위해 감성적이고 인간적인 브랜드 캠페인을 전개했다.

덕분에 S8의 인기는 초반에 반짝하지 않고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아이폰의 신제품 출시가 늦어졌고, 삼성 측이 적극적으로 마케팅 비용을 집행하는 등 여러 요인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제품 자체의 완성도가 높고 소비자가 원하는 바를 잘 반영한 덕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실제로 애플이 장악하고 있어 삼성이 약세를 보이는 일본 시장에서도 S8 출시 이후 점유율이 8.8%까지 뛰는 등 4년 만에 최고 점유율을 보이기도 했다.

스마트폰에서 혁신이 사라져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 그런 상황에서 삼성은 내년 갤럭시 노트9을 ‘폴더블(접을 수 있는)폰’으로 만들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등장한 베젤리스 기술마저도 과거의 것으로 남기고 새로운 혁신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재기’에 성공한 갤럭시가 스마트폰 시장에 또다시 어떤 메시지를 던질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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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요인과 시사점

지난 수년간 한국 경제는 대내외적으로 다양한 도전을 받았다. 정치적 요인은 물론이고 대북관계 때문에 수반되는 국제적 요인 탓에 무한경쟁 속에서 생존경쟁을 이겨야 하는 기업들에는 큰 고통을 줬다. 이런 어려움 속에 삼성전자 무선사업부가 보여준 성공 사례는 마치 오랜 장마 끝에 찾아온 밝은 햇볕 같다고 할 수 있다.

갤럭시 S8의 성공 뒤에는 크게 다섯 가지 성공 요인이 숨어 있다.

첫째, 신제품 개발에 대한 목표 설정이 기존과 확연하게 달랐다. S7을 포함한 이전 신제품을 출시할 때 이 기업이 세웠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이전 스마트폰보다 더 좋은 신제품 혹은 기존보다 차별화되는 신기술을 탑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S8은 기존 대비 판매대수를 늘리는 게 아니라 노트7 때문에 시장에서 형성된 부정적인 이미지를 한 번에 완전히 탈바꿈시킬 수 있는 완벽한 신제품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다시 말해서 목표 설정부터 과거의 관행을 완전히 탈피하고, 새로운 혁신의 출발점을 선언하려는 절실함이 있었다. 왜냐하면 이번에도 실패하면 정말 끝이라는 위기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둘째, S8의 성공은 갤럭시라는 브랜드에 대한 믿음이 탄탄한 기초 자산이 됐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발화 문제 때문에 상당한 어려움과 불편함이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노트7을 구매했던 고객들이 실질적인 피해를 입지 않았다는 점이다. 노트7 위기가 발생했을 때 매우 신속하게 대응하면서 소비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경제적 피해를 실질적으로 원천 봉쇄했기 때문에 갤럭시 제품에 대한 기본적인 믿음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믿음이 S8을 다시 한번 선택하는 데 전혀 방해 요소로 작용하지 않았기에 S8의 성공 사례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셋째, 창의적 사고를 기반으로 소비자가 공감할 수 있는 본원적인 혁신을 탑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수의 전문가가 스마트폰 혁신이 한계에 달했다고 평가하는 시점에 기존의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혁신을 선보였다. 스마트폰 업계에서 화면이 차지하는 기술적 한계라고 알려진 75%를 넘어서 84%에 달하는 화면비율을 구현했다. 기존보다 큰 화면을 구현하는 동시에 휴대성 역시 기존보다 좋아져야 한다는 상반된 니즈를 해결하기 위해 창의적 솔루션을 적용했다. 상충되는 목표를 충족시킬 수 있는 창의적 사고를 구현한 것이 결국 가장 큰 성공 요인이다.

넷째,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부품 결함을 방지하기 위해 완벽한 실행력을 발휘했다. 기존 품질 관리 시스템에서는 배터리 같은 부품에 대한 검사를 해당 부품사에 일임하고, 삼성은 완성품에 대해서만 검사를 했다. 하지만 S8을 출시하는 과정에서는 부품, 제조, 출고 등 전 단계에 걸쳐 8가지 항목의 배터리 안전성 검사를 도입해 문제가 재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했다. 아무리 좋은 전략이라도 실행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질적인 효력이 없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갤럭시 S8은 목표 설정, 창의적 사고를 기반으로 하는 솔루션 개발, 빈틈없는 실행력이라는 삼박자가 조화를 이뤘기 때문에 성공 스토리를 쓸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이런 모든 일을 고객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단일 메시지를 내는 데 집중하는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구현했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S8을 출시하면서 삼성은 실질적인 ‘베젤리스’를 구현했고 화면 크기와 휴대성을 동시에 해결했다는 점 하나에 집중해 일관된 광고전략을 실행했다. 이전에는 대륙별·지역별로 다소 분리된 광고전략을 사용했지만 S8부터는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 시장에 동일한 광고 메시지를 보냈다. 바로 이런 핵심 요인에 집중한 간결한 커뮤니케이션전략이 고객의 진솔된 호응을 얻어내는 데 매우 중요하게 작용했을 것이다.

S8은 마치 사전 연습을 아주 완벽하게 준비한 오케스트라 연주단이 공연장을 가득 채운 관객들을 대상으로 신기에 가까운 연주를 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조직적으로 전개됐다. 단지 이 휴대전화의 판매 실적이 좋기 때문에 그럴듯한 칭찬을 보내는 것이 아니다. 필자는 평소 중국의 13억 인구 대비 5000만 명. 즉 단순히 숫자로만 봐도 중국 인구의 26분의 1에 지나지 않는 한국이 중국과 경쟁해 성공하려면 창조적 사고를 기반으로 불가능에 도전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리고 불가능을 가능케 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관행을 뛰어넘는 혁신적인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투입 요소와 제작 과정 모두를 새롭게 개발하는 창의적인 사고가 가장 중요하다. S8은 불가능에 도전하는 기본 원칙을 아주 충실하게 실행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평가할 수 있다. 비록 아직까지는 불가능에 도전하려는 국내 기업의 사례가 많지는 않다.

하지만 한국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한국 기업이 불가능에 도전하는 대열에 적극적으로 합류해야 한다. 불가능에 대한 도전을 위한 강력한 의지를 기반으로 창의적 사고를 활용한다면 S8의 성공을 능가하는 제2, 제3의 성공 사례를 반드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김성규 동아일보 산업부 기자 sunggyu@donga.com 
박남규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한국창의성학회 회장namgyoopark@gmail.com


김성규 기자는 서울대에서 정치학을 공부했고 학보사 대학신문에서 취재 부장을 지냈다. 2010년 동아일보에 입사한 후 사회부 사건팀과 법조팀, 채널A 사회부를 거쳤다. 2014년부터 산업부에서 자동차·중공업·항공·해운 업계 등을 취재했으며 현재는 전자와 IT 업계를 주로 담당하고 있다.

박남규 교수는 서울대 경영대학에서 경영학 학사, 석사, 박사를 마치고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마이애미대와 KAIST에서 교수로 일했다. 저서로는 『전략적 사고』 『화이트칼라 이노베이션전략』 『창조적 사고』 등이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41호 Beyond Competing 2018년 1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