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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살리는 디자인

이의주 | 15호 (2008년 8월 Issue 2)
대기오염, 기후변화, 온난화와 사막화, 자원고갈, 물 부족 국가, 고유가 시대, 대체에너지…. 하루에도 수없이 보고 듣는 말이다. 오늘은 너무 흔해져서 그 심각성에 대해 자칫 둔감해질 법도 한 ‘지구 구원’에 대한 디자인을 얘기해 보고자 한다.
 
후손들이 오늘보다 더 나은, 아니 적어도 비슷한 수준의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지속 가능한(sustainable)’ 행동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기업들은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이를 근본적인 기업 철학에 반영하도록 요구받고 있다.
 
소비자 또한 개인적인 욕구 충족에서 나아가 사회 전체를 생각하는 소비로의 진화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환경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고 요구하며, 관련 제품을 구매할 준비가 된 소비자가 늘고 있는 것이다. 에너지 절감이나 재생 가능한 소재 등 친환경 제품이 각광받고 있으며, 기업이 제품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환경을 고려했는지 여부가 소비자 선택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점점 더 많은 돈이 그린 디자인(Green Design)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이제 디자인도 3R(Reuse, Reduce, Recycle)을 생각할 때다.
 
다회성(多回性) 제품(Reusable Product)
제록스 셀프 이레이저블 페이퍼 제록스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일반 사무실에서 인쇄 서류의 40%가 1일 이내에 버려진다고 한다. 이에 따라 제록스는 프린트한지 24시간 안에 내용물이 저절로 지워지는 종이인 ‘셀프 이레이저블 페이퍼(Self erasable paper)’를 개발했다. 인쇄된 일회성 서류를 다시 새 종이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 이 종이는 내년에 시판될 예정이다.
 
나는 비닐백이 아니에요 지난해 디자이너 애냐 힌드마치가 디자인한 캔버스 천 가방이 패션계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이 가방은 힌드마치가 환경캠페인 그룹과 손잡고 일회성 비닐 백 사용을 삼가자는 취지로 만든 것이다. ‘나는 비닐 백이 아니에요(I’m not a plastic bag)’라는 메시지가 새겨져 있다.
 
가방은 판매가 시작되자마자 매진됐다. 할리우드 스타들까지 이 가방을 들면서 유명세를 더 탔다. 런던,파리를 시작으로 뉴욕에까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공전의 히트를 올렸다. 이후 수많은 패션 브랜드와 유통 체인에서 재사용이 가능한 천 가방을 속속 내놓는 등 이른바 ‘에코 백’ 열풍이 불었다.
 
이어 유사한 컨셉트로 ‘나는 ○○○가 아니에요’ 시리즈가 잇달아 등장했다. 최근 데코 크래프트(Decor Craft Inc.)가 ‘나는 종이컵이 아니에요(I’m not a paper cup)’라는 이름을 붙여 선보인 실리콘 뚜껑이 달린 흰색 도자기 컵은 영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에너지 절약 제품(Reduce Energy Consumption)
절전형 제품은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존의 에너지 절약형 제품에서 미흡했던 미(美)적인 디자인 요소가 채워지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끌고 있다.
 
허먼 밀러의 나뭇잎 램프 개발도상국 아이들을 위한 100달러짜리 노트북을 만들어 잘 알려진 디자이너 이브 베하. 그가 디자인한 ‘허먼 밀러의 나뭇잎 램프(leaf lamp)’는 고휘도 발광다이오드(LED)를 사용해 형광등보다 에너지를 40% 절약할 수 있으며, 램프 교환 없이 10만 시간 이상을 사용할 수 있다.
 
에코존의 에코 스테이플러 영국 회사 에코존(Eco-zone)이 개발한 에코 스테이플러는 금속 심 없이 구멍을 뚫어 소량의 종이를 묶어 주는 도구이다. 이 스테이플러에는 ‘영국의 모든 사람이 하루에 스테이플러 심 하나를 아끼면 1년에 72t의 금속이 절약된다’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이 제품은 세계 자연보호기금(WWF)이 추천한 에코 쇼핑 품목이다.

개인용 태양열, 풍력 충전기 지붕의 태양열 발전기와 들녘에 서 있는 풍력 발전기로 익숙한 대체 에너지 개념이 산업용에서 개인용으로 확장되고 있다. 태양열이나 풍력을 이용한 개인용 충전기가 휴대전화나 MP3 플레이어 같은 휴대용 기기에 생명을 주는 제품으로 개발된 것. 자전거 손잡이에 달고 다니면 바람개비가 돌며 충전되고, 태양 아래에 1시간을 놓아두면 50분간 사용 가능한 배터리가 충전되는 방식이다.

재활용 소재(Re-cycled material)
드로흐의 우유병 램프 네덜란드 디자인 그룹 드로흐(droog)의 디자이너 테이오 레미가 선보인 우유병 램프(Milk Bottle Lamp)는 반투명한 우유병과 전구를 결합한 샹들리에다. 12개의 우유병에서 부드럽고 따스하게 투영되는 불빛은 친환경적 의미와 아름다움이 멋지게 어우러진 좋은 디자인 사례다.
 
재활용 가방 최근 폐타이어나 자동차 안전벨트, 요트 돛 등을 재활용해 만든 가방들이 속속 선보이고 있다. 디자인이 개성 있을 뿐 아니라 원재료의 강한 내구성으로 인해 다시 태어난 이후에도 튼튼하고 오래 쓸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3R
을 염두에 둔 디자인이 후손을 생각하는 데에서 출발한 것이건 단순히 기업의 이미지를 고려한 마케팅 수단이건 간에 중요한 것은 바로 지금이 지속 가능한 디자인의 결과물을 만들어야 할 때라는 사실이다. 또 제작 의도가 아무리 ‘지구 구원’이라는 대의명분으로 무장됐다 하더라도 무엇보다 완성도 높은 디자인으로 소비자 마음을 끌어당겨야 한다. 소비자가 외면하는 상품을 만들어 내는 것은 창고에 상품을 쌓아둔 채 에너지만 낭비하는 짓으로, 3R 정신에 가장 위배된다.
  • 이의주 | - (현) 삼성디자인학교(SADI) 겸임교수
    - (현) 디자인컨설팅 회사 nepdesign 대표
    - (현) S-cluster 이사
    - 삼성전자 디자인센터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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