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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화와 마케팅의 새 패러다임

김남국 | 225호 (2017년 5월 Issue 2)
다양한 분야의 학문 영역에서 자주 활용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복잡하고 변화무쌍한 현상을 단 두 가지 개념으로 구분해보는 것입니다. 두 가지 개념으로 정리한다는 게 너무 단순한 접근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동양의 음양(陰陽) 개념에서 알 수 있듯이 세상을 이해하고 대비하는 데 이런 방법은 큰 도움을 줍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세상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주는 두 가지 개념이 바로 아톰(atom, 물리적 원자)과 비트(bit, 컴퓨터의 최소 정보 단위)입니다. 그리고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아톰의 비트화(化)’라고 할 수 있습니다.

탈물질화(dematerialization), 혹은 비트화는 경영학자들이 오랫동안 가져왔던 강력한 통념인 원가우위와 차별화 간의 ‘트레이드오프(trade-off)’ 관계를 일거에 해소할 수 있습니다.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가 제안한 ‘본원적 전략(generic strategy)’은 차별화와 원가우위 중 하나만 선택해야 ‘중간에 끼는(stuck in the middle)’ 어려운 상황을 피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하지만 비트적 사고를 하면 더 이상 선택의 고민을 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아톰과 달리 비트는 전송, 복사, 분할, 통합, 공유 등의 활동에 비용이 거의 들어가지 않습니다. 동시에 즉시성, 개인맞춤화, 인공지능 활용 등을 통해 비약적인 고객가치 향상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책을 한 권 빌려 읽으려면 교통수단을 타고 도서관에 방문해 출입카드를 발급받은 후 책을 찾아 복잡한 절차를 거쳐 대출을 받아야 했습니다. 하지만 아마존이 비트화를 주도하면서 가격이 계속 내려가고 있는 킨들 하나만 장만하면 100만 권의 책을 언제 어디서나 저렴한 가격으로 열람할 수 있습니다. 검색은 물론이고 인공지능과 소셜 데이터 등을 활용해 내 취향에 맞는 책을 골라줄 수 있기 때문에 독서와 관련한 고객 만족도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문제는 비트화가 모든 산업 분야에서 한꺼번에 진행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여전히 물리적 세계가 중요한 영역이 많습니다. 그리고 비트화 과정은 본원적 전략과 같은 과거 지식에 대한 폐기학습(unlearning)이 필수적입니다. 그러다 보니 많은 기존 기업들은 변화에 더디게 대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비트화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고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생존을 좌우할 핵심 요소입니다. 비트로 전환할 수 있는 모든 분야에서 비트화가 필요합니다.

DBR은 최근 들어 4차 산업혁명 관련 콘텐츠의 비중을 크게 높이고 있습니다. 비트화를 선도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번 호에 모바일 마케팅을 주제로 스페셜 리포트를 제작한 것도 경영자와 마케터들에게 비트화의 지혜를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이번 호에 소개된 다양한 사례와 이론 가운데 이승윤 교수가 소개한 페인트 제조사 벤저민무어의 케이스가 큰 울림을 줍니다. 페인트 회사는 비트화와 관련해서는 가장 뒤처질 수밖에 없을 것 같아 보입니다. 하지만 이 회사는 모바일 앱을 제작해 브랜드의 가치를 크게 높였습니다. 길을 가다가 예쁜 꽃을 보거나, 혹은 해외 여행길에 아름다운 색깔의 건물을 봤을 때 이게 어떤 색이고, 같거나 유사한 페인트가 있는지 알려주는 앱입니다. 물론 원하는 페인트의 구매도 가능합니다. 아톰이 여전히 중요한 산업이라 하더라도 얼마든지 비트화의 지혜를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의미 있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스페셜 리포트를 활용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할 새로운 마케팅 아이디어를 발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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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march@donga.com
  • 김남국 김남국 |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장
    -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편집장
    -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정치부 IT부 국제부 증권부 기자
    - 한경가치혁신연구소 선임연구원
    mar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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