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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ase Study: LG전자 톤플러스

“선을 없앴는데 사운드는 프리미엄” 넥밴드가 ‘非고객’의 마음을 훔치다

장재웅,강신형 | 220호 (2017년 3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LG전자가 만드는 넥밴드형 블루투스 헤드셋 톤플러스가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톤플러스는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돌풍을 일으키며 출시 7년이 채 안 된 시점에서 전 세계 2000만 대 판매를 목전에 두고 있다. 휴대폰 액세서리 중 하나로 시작해 블루투스 헤드셋 시장 선도 기업 자리에 오른 톤플러스의 성공 요인은 크게 다음과 같다.

1) ‘뉴 컨셉 태스크(New Concept task)’라는 별도 혁신 조직을 통한 제품 개발

2) 과감한 아웃소싱

3) 비고객 공략을 통한 블루오션 창출

4) 명품 오디오 업체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한 프리미엄화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 연구원 백성진(한국외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올레드TV, 트윈워시, 스타일러, 그램PC, 톤플러스와 같이 세상에 없던 우리만 가진 제품들을 빠르게 확산하는 데 집중해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1월, 조성진 LG전자 대표이사는 2017년 신년사에서 수익을 전제로 성장하는 ‘Profitable Growth’를 강조하면서 LG전자의 5가지 제품을 언급했다. TV, 세탁기 등 LG전자의 전통적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효자 종목들 사이에서 톤플러스라는 생소한 제품이 눈에 띄었다.

톤플러스는 LG전자가 만드는 넥밴드형 블루투스 헤드셋이다. 2010년 시장에 첫선을 보인 이후 사용 고객들의 꾸준한 입소문을 타면서 지난해까지 전 세계적으로 1500만 대 이상이 팔렸다. 올 1·4 분기 안에 2000만 대 판매를 달성할 것이다. 특히 뚜렷한 마케팅이나 대규모 광고 없이도 북미 시장에서 30%를 넘는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 놀랍다. 국내 시장점유율 역시 4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고 해도 연간 55조 원의 매출을 올리는 국내 대표 전자기업의 수장이 직접 신년사를 통해 LG전자의 대표 제품 중 하나로 톤플러스를 언급했다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아무리 블루투스 헤드셋 시장에서 높은 인지도와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해도 LG전자 회사 전체로 보면 매출 3000억∼4000억 원 규모의 작은 사업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매출 규모와 상관없이 톤플러스는 LG전자라는 대기업이 ‘지금과는 다른 방식’을 통해 시장을 선점한 대표적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톤플러스는 유선에서 무선으로 넘어가는 헤드셋 시장의 트렌드 변화를 미리 예측하고 발빠르게 대응해 시장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했다. 특히 빠른 제품 출시 후 고객들로부터 지속적으로 피드백을 받아 제품을 개선하고 제품 기획과 디자인 등 핵심 사업부를 제외한 많은 부분을 외주화하는 등 벤처기업과 같은 기민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었다. 향후 톤플러스는 블루투스 헤드셋을 넘어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과 연동되는 웨어러블 디바이스로서의 가능성도 점쳐지면서 미래가 밝은 상황이다. LG전자 톤플러스의 성공 요인을 DBR이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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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발상의 전환에서 찾은 신시장

LG전자가 목에 거는 넥밴드1 형태의 블루투스 헤드셋 개발에 착수한 것은 2009년쯤이다. 당시만 해도 블루투스 헤드셋에 대한 수요가 많지는 않았다. LG전자 역시 무선 헤드셋에 크게 관심을 갖고 있지는 않았다. 오히려 LG전자가 처음 이 시장에 관심을 갖게 된 데는 당시 미국 시장에서 LG전자와 파트너 관계에 있던 통신사인 ‘버라이즌’의 역할이 컸다.

2006년 IPD BD는 LG전자 MC(Mobile Communications) 본부 산하 액세서리 사업담당이라는 조직으로 휴대폰용 배터리를 포함한 휴대폰 액세서리를 판매하고 있었다. 이 시기 휴대폰은 대부분 폴더 형태의 피처폰(Feature phone)이었고 배터리도 지금처럼 일체형이 아닌 착탈식이었다. 배터리 기술 역시 좋지 못해 배터리를 자주 교체해줘야 했고 수명도 짧아 휴대폰 구매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추가 배터리를 구매하고자 하는 수요가 존재했다. IPD BD는 버라이즌을 통해 미국 시장에 LG전자 휴대폰용 정품 배터리를 공급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었다.



그때만 해도 LG전자의 피처폰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있을 때라 미국 시장에서 정품 배터리를 판매하는 것만으로도 IPD BD는 어느 정도 매출을 올리고 있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배터리 외에 새로운 비즈니스 아이템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때문에 2006년부터 조금씩 블루투스 모노 헤드셋을 만들어 판매했다. 하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때마침 2008년 미국 통신회사인 버라이즌이 LG전자에 미국 시장에서 블루투스 헤드셋을 함께 판매해 보자고 제안했다. 이때 LG전자가 버라이즌과 함께 판매한 모노 헤드셋 중 HBM-210이나 HBM-730 등의 모델은 100만 대 이상 팔리기도 했다.

그러나 <표 1>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블루투스 헤드셋 시장은 2008년부터 성장세가 꺾인다. 모노 헤드셋의 한계 때문이다. 운전 중에 전화를 받기 위해 쓰는 이른바 ‘핸즈프리(Hands free)’ 용도로 인기를 얻었던 모노 헤드셋 시장은 2007년 정점을 찍고 사양길에 들어선다. 무선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모노 타입으로만 소리를 전송할 수 있는 블루투스 기술의 한계 때문이었다. 결국 소비자 입장에서는 모노 블루투스 헤드셋이 있어도 음악을 듣기 위해서는 유선 헤드셋이 추가로 필요했기 때문에 평상시 전화통화를 많이 해야 하는 소비자가 아니면 굳이 모노 블루투스 헤드셋을 살 이유가 많지 않았다. 결국 블루투스가 가진 무선의 매력을 살리기 위해서는 블루투스 헤드셋으로 통화도 하고 음악도 들을 수 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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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간파한 LG전자는 2009년 발빠르게 ‘뉴 컨셉 테스크(New Concept Task)’를 꾸린다. 모노 블루투스 헤드셋 이후에 나타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박형우 LG전자 IPD BD 상무는 “당시 뉴 컨셉 테스크의 고민은 핸즈프리용 모노 헤드셋 다음에 뭐가 필요할까를 찾는 것이었다”며 “특히 모노 블루투스 헤드셋의 한계였던 음질을 어떻게 끌어올려 블루투스 헤드셋으로 음악을 듣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마침 블루투스 기술의 발전이 뒤따르면서 기회가 생겼다. 영국의 무선통신 칩 업체 CSR (2014년 퀄컴에 인수됨)이 블루투스 기반으로 앱택스(aptX)2 코덱을 이용해 고음질의 스테레오 음원을 전송할 수 있는 기술을 최초로 개발한 것. 당시 블루투스 칩셋 기술은 모토롤라나 브로드컴 등이 앞서나갔다. CSR은 소규모 업체였다. 하지만 LG전자는 이미 모노 헤드셋 때부터 CSR과 일한 경험이 있었다. 또 모노 헤드셋을 통해 블루투스 헤드셋 시장이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확인했다. LG전자는 CSR과 손잡고 음악 감상용 블루투스 헤드셋의 가능성을 보고 과감하게 시장 선점에 나선다.

‘음악 감상이 가능한 블루투스 헤드셋’을 만들자는 방향성이 정해졌지만 이후에도 쉽지 않았다. 뉴 컨셉 테스크를 중심으로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관건은 어떻게 기존 시장의 강자들과의 경쟁에서 제품을 차별화하느냐였다. 이미 시장에는 자브라(Jabra), 플랜트로닉스(plantronics) 등 블루투스 헤드셋 시장 선두기업들이 존재했다. 스테레오 블루투스 헤드셋은 새로운 시도였지만 칩셋 자체가 LG전자의 고유 기술이 아닌 상황에서 누구든 바로 비슷한 제품을 내놓을 수 있었다. 결국 고객에게 차별화되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했다. 뉴 컨셉 테스크 내부에서도 이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그러던 중 우연히 한 디자이너가 일본에서 나온 보청기 디자인을 본떠 ‘넥밴드 타입’의 블루투스 헤드셋을 만들어보자는 제안을 했다. 처음에는 다들 의아해 했다.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디자인이기 때문이다. 어렵게 프로토타입을 만들었다. 이후 내부 보고를 했는데 초기 반응은 실망스러웠다. “헤드셋을 목에 건다고?” “명품 유선 헤드셋이 있는데 굳이 블루투스로 음악을 듣겠어?” 등 부정적 반응이 다수였다.

회사 임원진은 블루투스 스테레오 시장 자체가 작다는 이유로 제품 출시에 부정적이었다. 당시만 해도 블루투스 스테레오 시장이 막 형성되려던 시기였기 때문에 이 같은 반응은 어쩌면 당연스러웠다. 하지만 다행히 톤플러스가 기획되던 2009년은 LG전자 휴대폰이 세계 시장 점유율 3위를 달리던 전성기였고 휴대폰 배터리 등 액세서리 판매 실적도 좋았기 때문에 조직 내 새로운 시도를 응원해주는 분위기였다. 또 톤플러스의 경우 100% 외주 개발 생산이라 투자비가 크게 들어가지 않는다는 이점이 있었다. 규모가 크지 않은 사업인 점이 오히려 이점으로 작용한 것. 덕분에 프로토 타입을 기반으로 한 첫 제품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이 제품이 2010년 출시된 HBS-700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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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을 없애고 소리를 더하다

처음 HBS-700이 등장했을 때는 생경한 디자인 때문에 회사 내부에서도 과연 잘 팔릴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컸다. 소비자들 역시 기존에 없던 디자인의 제품을 신기해 하면서도 선뜻 지갑을 열지는 않았다. HBS-700은 약 100만 대 정도가 팔렸는데 ‘얼리어댑터’들을 중심으로 반응이 왔다.

실험적 시도에 비해 나쁜 성적표는 아니었지만 문제는 품질이었다. HBS-700은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블루투스 헤드셋을 표방했다. 그러나 초기 모델은 유선 헤드셋들에 비해 음질이 떨어졌다. 고장도 잘 나고 쉽게 망가졌다. 특히 넥밴드 안쪽에 유선 이어폰을 삽입했는데 이 줄이 잘 끊어졌다.



하지만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긍정적인 피드백도 많았기 때문. 일단 헤드셋을 목에 건다는 콘셉트가 호평을 받았다. 그전까지 존재했던 이어폰은 필요할 때 꺼내서 귀에 꽂았다가 사용한 후 주머니나 가방 등에 보관해야 했다. 헤드폰은 이어폰보다 제품이 더 크기 때문에 역시 마찬가지로 사용 후 보관이 번거로웠다. 한때 헤드폰을 목에 걸고 다니는 패션이 유행한 적도 있지만 부피가 큰 헤드폰을 목에 걸면 무겁고 움직이기도 불편했다. 특히 정장을 입는 직장인들에게는 헤드폰을 목에 거는 일은 그림의 떡이었다.

넥밴드형 헤드셋은 그런 의미에서 매력이 있었다. 목에 걸어두고 필요할 때만 내장형 이어폰을 꺼내서 쓰면 됐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가볍고 디자인도 튀지 않아서 하루 종일 걸고 다닐 수 있었다. 오히려 목에 건 듯 안 건 듯해서 옷을 벗는 과정에서 제품과 옷이 엉키며 땅에 떨어져 파손되는 일이 생길 정도였다.

홍성욱 IPD BD 상품기획팀장은 “제품 출시 초기부터 적극적인 마케팅이나 광고를 하지 않았지만 넥밴드형 헤드셋을 써본 사람들이 모두 그 편리함을 인정하면서 입소문을 탔다”고 말했다.

초기 모델을 통해 어느 정도 가능성을 확인한 LG전자는 2012년 8월 HBS-700의 후속 모델을 내놓는다. 디자인은 HBS-700과 동일하게 하되 이전 모델에서 지적된 불편 사항을 개선했다. 특히 선이 안 끊어지도록 넥밴드와 이어폰 연결 부분에 완충제 역할을 하는 고무 소재를 덧대 품질을 개선하고, 스피커 유닛 등 이어버드의 전체적인 개선을 통해 베이스 사운드를 강화하는 등 편의성과 음질을 높였다. 또한 CSR의 앱택스 기능을 추가해 고용량의 데이터를 손실 없이 16비트까지 전송 가능하도록 해 음질을 높였다. 디자인은 그대로 하고 품질과 음질만 바꿔서 같은 가격으로 내니 소비자들에게서 반응이 왔다. 초기 미국 스프린트를 시작으로 아마존에서도 제품이 유통됐고, 이후에는 AT&T와 버라이즌까지 톤플러스가 공급되면서 빠르게 시장이 확대됐다. 이후 2년간 LG전자는 미국 시장에서 약 400만 대의 HBS-7303 을 팔았다. 이때부터 톤플러스라는 이름이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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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사운드, 스몰 럭셔리족 파고들다

톤플러스는 2010년 첫 제품 출시 이후 ‘가성비’가 좋은 블루투스 헤드셋이라는 이미지를 얻으며 인기를 끌었다. 초기 제품들은 미국에서 69달러에 출시됐다. 무선 헤드셋이면서 스테레오 음질을 구현해 음악도 들을 수 있는 넥밴드 타입의 톤플러스는 ‘가격 대비 성능 갑’이라는 평가와 함께 판매량이 가파르게 늘었다. 실제 톤플러스 시리즈는 출시 5년 만인 2015년 5월, 전 세계 1000만 대 판매를 돌파한 데 이어 불과 1년도 안 된 2016년 3월 1500만 대 판매고를 기록했다. LG전자 IPD BD는 올해 1분기 내에 2000만 대 판매 돌파를 자신하고 있다.

시장점유율 역시 눈부시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NPD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미국 블루투스 헤드셋 시장에서 3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또 미국 블루투스 헤드셋 시장 점유율 순위에서도 LG전자의 톤플러스는 당당히 1위를 달리고 있다.

블루투스 헤드셋 시장 자체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드마켓(Market andMarket)에 따르면 블루투스 헤드셋 시장은 2014년 4억 달러 수준에 머물렀으나 2016년 2배에 달하는 8억 달러에 육박했고 2018년에는 13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평균 성장률만 24%에 달할 정도로 빠른 성장세다.

하지만 시장의 성장 속도에 발맞춰 경쟁도 심화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먼저, 아이폰이 최근 출시한 ‘에어팟’은 블루투스 헤드셋 시장 성장에 불을 지피는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동시에 톤플러스 입장에서는 강력한 경쟁자를 상대해야 하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여기에 기존에 음질에 집중하느라 무선 헤드셋 시장을 등한시했던 명품 오디오 기업들도 속속 블루투스 전용 헤드셋을 시장에 출시하며 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뱅앤올룹슨, 오디오테크니카 등 전통의 오디오 명가들이 70만 원 이상의 고가 무선 헤드셋을 출시하며 프리미엄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또 중국 등에 기반을 둔 기업들은 저가 블루투스 헤드셋으로 시장을 노리고 있다.



이에 대해 박 상무는 “블루투스 헤드셋 시장은 이미 춘추전국시대”라고 단정하며 더 이상 점유율 경쟁은 무의미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쟁이 심해지면 가격싸움을 하기 마련이고 서로 손해를 보게 되는데 단순 점유율 경쟁보다는 톤플러스 자체가 시장에서 명품 브랜드가 될 수 있도록 프리미엄 제품 위주로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블루투스 헤드셋 시장에서 프리미엄 브랜드가 되는 길은 무엇일까. LG전자는 음질의 명품화를 선택했다. HBS-730의 성공으로 인지도를 다진 톤플러스는 본격적으로 음질 차별화에 나선다. 음질에 대한 전문성이 없는 LG전자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명품 오디오 브랜드들과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는다. 그 주인공이 바로 하만이다. 하만은 산하에 JBL, 하만-카돈, AKG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오디오 업계 강자다.

LG전자가 처음 하만과 제휴를 시작한 것은 2011년의 일이다. 처음 1년은 JBL과 협업을 진행했다. LG전자 측에서 새로운 톤플러스 프로토타입 제품을 만들어서 JBL에 보내주면 JBL에서 해당 제품에 최적화된 음향을 찾아주는 방식으로 협업을 통해 신제품을 제작했다. 그 결과물이 기존 제품들에 비해 저음이 강조된 HBS-800이었다.

HBS-800은 출시와 함께 큰 인기를 끌었다. 일단 JBL과의 합작이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오디오 업계 유명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은 고객들에게 톤플러스가 좋은 음질의 블루투스 헤드셋이라는 이미지를 선사했다. 특히 유통업체들의 반응이 좋았다. 당시 미국에 HBS-800을 선보이면서 통신업체 스프린트의 숍 매니저들에게 이 제품을 써보라고 무료로 제공했는데 이 제품을 써본 매니저들이 적극적으로 입소문을 내줬다. HBS-800이 미국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둔 데는 이들의 입소문이 큰 공헌을 했다.

HBS-800이 인기를 얻자 LG전자는 더욱 고급스러운 오디오 브랜드와의 협업을 위해 하만-카돈에 브랜드 제휴를 제안했고, 하만-카돈도 이를 흔쾌히 수락했다. 이렇게 하만-카돈과 협업으로 탄생한 첫 모델이 HBS-900이다. 이후부터 LG전자와 하만-카돈은 협업의 강도를 높였다. 2016년 3월 모습을 드러낸 HBS-1100부터는 하만-카돈 플래티넘 사운드가 적용됐다. 이 하만-카돈 플래티넘 사운드는 하만-카돈 플래티넘이라는 사운드 프로파일(음색)을 하만이 톤플러스만을 위해 직접 만들어 적용한 것이다. 이런 시그니처 음질이 무선 헤드셋에 적용된 것은 톤플러스가 최초다. 이 제품에는 또한 밸런스드 아마추어 유닛(balanced armature unit)도 최초로 삽입됐다. 이 유닛은 폭넓은 주파수 응답 성능으로 사운드 해상력이 뛰어나 원음에 충실한 사운드 재생과 풍부한 음량이 강점이다. 이 같은 노력으로 톤플러스의 하이엔드 제품인 HBS-1100은 2016년에는 일본의 VGP(Visual Grand Prix) 2016 섬머 어워드 블루투스 이어폰 부문에서 뛰어난 음질을 인정받아 금상을 수상했다.

HBS-1100 출시 이후 톤플러스의 시장 지위도 바뀐다. HBS-900 이전 모델들은 시장에서 제브라나 플래토닉스 등 기존 블루투스 시장의 강자들과 경쟁했다. 그러나 HBS-900부터 톤플러스는 보스, 비츠, 젠하이저 등 전통적인 헤드폰, 이어폰, 오디오 시장의 명가들과 경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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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상무는 “LG전자 입장에서 톤플러스는 시장 트렌드가 무선으로 옮겨갈 것임을 미리 내다보고 선도적으로 이 부분에 집중해 성공한 작품”이라며 “특히 젊은 층의 소비 트렌드가 ‘스몰럭셔리’를 지향하는 방향으로 바뀌는 것을 내다보고 음질에 집중한 것이 톤플러스가 명품 헤드셋 대열에 오르는 데 도움을 줬다”고 평가했다.

최근에는 4개의 외장 스피커와 고성능 하이파이 DAC(Digital to Analog Converter)를 탑재한 톤플러스 스튜디오를 출시하며 블루투스 헤드셋 시장 혁신을 이끌고 있다. 이 제품은 넥밴드에 외장 스피커를 탑재해 ‘Wearable Speaker’라는 카테고리를 소비자들에게 처음 소개했다는 점에서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애자일 경영 통해 고객 경험을 바꾸다

톤플러스는 LG전자 입장에서 보면 핵심 사업군에 속하는 품목은 아니다. LG전자가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영역인 TV, 세탁기, 에어컨 등에 비하면 판매량도 많지 않고 가격도 싸기 때문에 회사 전체에서 차지하는 매출도 크지 않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정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40%를 달성했다는 점은 놀랍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헤드셋 시장이 전통적으로 오디오 전문 생산 기업이나 칩셋 기술을 갖춘 기업들의 놀이터였다는 점에서 톤플러스의 성공은 큰 의미를 가진다.

톤플러스는 출시 이후 대규모 마케팅을 펼치거나 대대적인 광고를 한 적이 없다. 소셜미디어나 아마존 같은 e커머스(e-commerce) 업체를 통한 광고 집행 정도가 전부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톤플러스를 사용하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박형우 상무는 그 해답을 ‘소비자 경험’에서 찾았다.

지난해 12월 DBR 주최로 열린 동아비즈니스포럼에 연사로 참석했던 이타마르 시몬스 교수는 그의 책 <절대가치>에서 많은 정보가 공개되는 모바일 시대에 결국 ‘제품의 실제 사용경험이 마케팅과 브랜딩의 핵심’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사용자들이 실제 사용 후기와 리뷰를 SNS로 빠르게 공유하는 현대사회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 경험가치(절대가치)라는 것. 실제 톤플러스는 제품을 사용해본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소셜미디어 등에 리뷰를 올리고 입소문을 내면서 유명해졌다. IPD BD 역시 이런 고객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경청하고 발빠르게 불만에 대응해 신제품에 반영하면서 톤플러스의 브랜드 가치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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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의 요청이 반영된 대표적인 제품이 바로 톤플러스 ‘HBS-500’과 ‘HBS-850’이다. HBS-500의 경우 기존 제품들보다 넥밴드 길이를 2㎝ 줄여 22㎝로, 무게는 약 3g을 줄여 시리즈 중 가장 가벼운 29g을 완성했다. 톤플러스가 무겁고 투박하다는 여성 고객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제품이다. 그런가 하면 ‘톤플러스 액티브’라고 명명된 ‘HBS-850’은 운동할 때 불편하다는 소비자의 의견이 반영된 모델이다. 이 제품에는 몸에 안정적으로 장착되는 안티바운싱 디자인을 채택했다.

홍성욱 팀장은 “제품이 출시되면 이후 조직 내부에서 온라인 리뷰 등을 관찰하고, 데이터를 모아서 제품 개선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한다”며 “특히 상품기획팀에서 고객들의 반응을 모니터링해 반영하는데 피드백이 실제 제품에 적용되는 속도가 빠르다는 점 덕분에 외부에서도 반응이 좋다”고 설명했다.

톤플러스의 이런 발빠른 소비자 대응은 최근 경영학계에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애자일 방법론’을 떠올리게 한다. 애자일 방법론은 업부의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중요한 과업을 작은 조직단위에서 테스트하고 내외부의 피드백을 받아가면서 결과물을 빠르게 수정해 나가는 기법을 말한다. 톤플러스는 2010년 최초의 제품을 시장에 선보인 이후 지속적으로 소비자의 반응을 살피며 발빠르게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을 시장에 내놨다.

이 과정에서 LG전자는 2016년 IPD BD를 MC본부에서 독립시켜 별도 조직으로 만들면서 조직의 기민함을 더했다. 기존 스마트폰 액세서리로서의 톤플러스에서 벗어나 시장의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며 사물인터넷이나 인공지능 등 신기술과의 시너지를 만들어내라는 주문이다.

박 상무는 “IPD BD는 과거부터 휴대폰 시장 트렌드에 맞춰 빠르게 의사결정을 하고 제품을 개발해야 했기 때문에 벤처기업처럼 애자일한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며 “2016년 조직 개편 시 IPD BD가 MC본부에서 나와 CEO 직속 조직이 된 것도 IPD BD의 이 같은 특성을 더욱 강화하라는 주문”이라고 설명했다.



웨어러블 디바이스로서의 성공 가능성

톤플러스가 그저 품질 좋은 블루투스 헤드셋에 그친다면 아마도 그 수명이 많이 남지 않았을 수도 있다. 앞에서 설명했듯 경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톤플러스의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특히 향후 AI 기술의 발달과 함께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장의 성장이 점쳐지면서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한 형태로 넥밴드가 자리 잡을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휴대성을 높여 사람들이 옷이나 몸에 착용해 이용할 수 있는 기기다. 현재 일반 사용자 대상으로 출시됐거나 출시 예정인 제품으로는 머리에 쓰는 HMD(Head Mounted Display)나 얼굴에 착용하는 안경 형태(스마트안경), 손목에 착용하는 밴드 형태(스마트밴드)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각각의 한계가 있다. 일단 HMD나 안경 형태는 얼굴에 써야 하기 때문에 보기 좋지 않고 실생활에서는 불편할 수 있다. 최근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웨어러블 형태인 스마트 시계는 음성인식에 적합하지 않다. 음성인식이 중요한 이유는 향후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성패는 AI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결국 어떻게 AI에 인간이 원하는 것을 손을 쓰지 않고 전달하느냐가 중요한데 현재까지는 크게 음성인식과 제스처 인식으로 구분되고 있다. 그리고 음성인식 기기를 AI와 마이크·스피커로 나눴을 때 AI는 상당한 진전을 이룬 반면 마이크·스피커는 아직 마이크 입력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거리가 멀거나 잡음이 발생했을 때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결국 입과 귀에서 마이크와 스피커가 가까울수록 음성인식의 품질이 높아진다.

박형우 상무는 “톤플러스는 목에 거는 넥밴드 방식이기 때문에 입과 귀에서의 거리가 다른 웨어러블 디바이스에 비해 가까워 음성인식에서 탁월한 성능을 보일 수 있다”며 “이런 매력요소를 활용해 목에 거는 제품은 LG전자가 최고라는 인식을 소비자에게 줄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성공요인 및 시사점

신사업 발굴과 추진은 대기업에 숙명과도 같다. 하지만 대부분 실패한다. 대기업은 전통적으로 기존 사업 강화를 위해 조직구성원의 기존 행동 및 대응 양식을 수정해 가는 단일순환학습(single loop learning)에 최적화돼 있다. 현재의 운영 규범 및 가치체계에 의문을 던지고 이를 통해 새로운 사업을 개척하는 이중순환학습(double loop learning)은 과거의 성공 경험에 의해 형성된 기업의 제도적 관성에 가로막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LG전자 톤플러스 사례는 대기업이 신규 사업 아이템을 어떻게 발굴하고 이를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에 대해 유익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1) 비고객을 공략함으로써 블루오션을 창출했다.

인시아드(INSEAD)의 김위찬, 르네 마보안 교수는 저서 <블루오션 전략(Blue Ocean Strategy)>을 통해 미개척 시장 공간인 ‘블루오션’을 발굴하기 위해서는 기존 고객이 아닌 비(非)고객(non-customer)에 주목해야 함을 강조했다. 여기서 비고객이란 기존 시장의 제품을 제한적으로 사용하거나 의도적으로 거부하는 사람들을 포함해 업계가 한번도 목표 고객으로 삼지 않았거나 잠재 고객으로도 고려하지 않았던 부류를 의미한다. 따라서 경영자가 자문해야 할 것은 ‘기존 고객의 니즈가 무엇이며 우리가 이를 경쟁사보다 어떻게 더 잘 충족시킬 것인가’가 아니라 ‘기존 시장의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은 왜 사용하지 않으며 이들을 고객으로 만들기 위해 충족시켜야 할 니즈는 무엇인가’이다.

경영자가 자문해야 할 것은
‘기존 시장의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은 왜 사용하지 않으며 이들을
고객으로 만들기 위해 충족시켜야 할
니즈는 무엇인가’이다.


LG전자의 경우 2008년 ‘뉴 컨셉 태스크’를 구성하면서 핸즈프리 시장의 비고객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됐다. 미국 이동통신사인 버라이즌과 함께 시작한 핸즈프리 사업은 2008년 당시 시장의 수요가 더 이상 늘지 않는 성장 정체기를 겪고 있었다.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기존 고객의 니즈를 심층 연구하기보다 현재 핸즈프리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을 어떻게 고객화할 것인지에 초점을 두었다. 비고객 공략의 핵심은 음악과 음질이었다. 기존 블루투스 핸즈프리 제품은 주로 업무상 통화가 많은 비즈니스맨을 대상으로 했다. 그러나 LG전자는 이들보다 휴대폰을 이용해 음악을 듣고자 하는 사람들에 주목했다. 당시 출시된 블루투스 핸즈프리 제품은 스테레오 음원 전송을 지원하지 않아 휴대폰을 이용해 음악 듣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일반적인 유선 이어폰을 사용했다. 또한 업무상 통화가 많은 사람들은 마이크가 내장된 이어폰 대신에 블루투스 핸즈프리 제품을 사용했는데 일반 이어폰은 착용이 불편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음악 듣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핸즈프리 시장의 비고객이었고 통화가 많은 비즈니스맨은 유선 이어폰 시장의 비고객이었다. 각 고객의 니즈는 다른 시장의 제품에 의해 충족되는 것으로 여겨졌다. 이 틈새를 LG전자가 파고들었다. LG전자가 최초로 출시한 넥밴드 형태의 블루투스 핸즈프리 제품인 HBS-700은 스테레오 음원 전송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이어폰의 긴 선으로 인한 불편함 역시 해소했다.



이후에도 블루오션을 재창출하기 위한 LG전자의 혁신은 계속됐다. 특히 LG전자는 전통적인 핸즈프리 시장의 비고객에 해당하는 여성과 스포츠 활동이 잦은 사람들에 주목했다. 기존의 블루투스 핸즈프리 제품은 주 사용층이 남성으로 짙은 색깔의 투박한 디자인이 대부분이었다. LG전자의 넥밴드형 핸즈프리 제품은 후속 모델로 갈수록 디자인이 더욱 수려해지고 다양한 색상으로 출시되기 시작했는데 이로 인해 여성 고객의 비중이 높아졌다. 현재 전체 구매자의 절반이 여성일 만큼 LG전자의 톤플러스 제품은 여성 고객에게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최근에는 HBS-A100 제품을 바탕으로 스포츠 활동이 많은 사람들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운동 중 음악을 듣는 사람들은 기존 이어폰의 긴 선으로 인한 불편함이 많았으며 핸즈프리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 운동 중에 전화를 받는 것도 힘들었다. 반면 HBS-A100은 외장형 스피커와 생활방수 기능을 탑재해 운동 중에도 전화 통화와 음악 청취가 가능하다.

LG전자는 다른 핸즈프리 제조사와의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주류 고객인 비즈니스맨의 니즈에 집중하기보다 기존 핸즈프리 제조사들이 목표 고객으로 고려하지 않았던 비고객을 공략함으로써 핸즈프리 시장의 경계선을 확대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실제로 매장에서 LG전자 톤플러스 제품의 카테고리를 핸즈프리 제품으로 분류할지, 일반 이어폰 제품으로 분류할지에 대해 혼선이 있다고 한다. 그만큼 LG전자가 특정 시장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시장에 걸친 자신만의 블루오션을 구축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LG전자가 한 번의 성공으로 만족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블루오션을 재창출하기 위한 끊임없는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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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모순 해결을 위해 창의적인 접근을 했다.

신사업 추진에 있어 LG전자의 두 번째 성공요인은 서로 모순되는 점을 해결했다는 데 기인한다. 일반적으로 스마트폰을 구매할 때 번들로 들어가는 이어폰은 모두 마이크가 내장된 형태이다. 이 제품의 단점은 핸즈프리 상태로 전화 통화를 하기 위해서는 별도로 보관 중인 이어폰을 휴대폰에 연결해야 한다는 점이다. 또한 기존 블루투스 핸즈프리 제품은 한쪽 귀에 항상 걸고 다녀야 하므로 전화 통화를 하지 않을 때는 상당히 거추장스럽고 계속 통화 중인 듯한 인상을 줘 미관상 좋아 보이지 않는다. 즉, 이어폰과 블루투스 핸즈프리 제품의 기능이 결합된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평소에는 제품이 숨어 있다가 음악을 듣거나 전화가 왔을 때 바로 귀에 착용 가능해야 한다는 모순을 해결해야 했다. 또한 스포츠 활동이 많은 사람들을 위한 핸즈프리 제품은 귀에 아무것도 착용하지 않으면서 음악을 듣고 전화 통화가 가능해야 한다는 모순을 해결해야 했다. 기존 이어폰이나 블루투스 핸즈프리 제품은 음악을 듣거나 전화 통화하기 위해서는 귀에 무언가를 착용해야 하나 이것이 운동 중에는 무척 거추장스럽기 때문이다.

모순 해결을 위해 LG전자는 기존 산업 질서에서 형성된 핸즈프리 제품의 전형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했다. 넥밴드 형태의 첫 번째 제품인 HBS-700을 고안해낸 디자인 담당자는 일본에서 나온 목걸이 형태의 보청기에서 착안했다고 한다. 보급형으로 나온 이 보청기는 목걸이처럼 본체를 목에 걸고 다니고 이 본체에서 짧은 이어폰을 통해 증폭된 소리를 귀로 보내는 형태이다. 또한 스포츠용으로 나온 HBS-A100은 귀에 무언가를 착용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해 소형 스피커를 넥밴드에 부착시키는 형태로 문제를 해결했다. 이런 창의적인 디자인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LG전자가 2006년 ‘디자인 경영’4 을 선포하고 디자인 역량 강화에 많은 지원을 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3) 구조적으로 차별화된 신사업추진팀을 조직화했다.

LG전자의 핸즈프리 사업이 성공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요인은 구조적으로 차별화된 신사업추진팀을 조직화했다는 점이다. 구조적 차별화란 하위 조직 간의 목표, 시간 및 구성원 간의 상호관계에 대한 지향성이 서로 차별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즉, 하위 조직 간의 실제적인 경계를 만들어 신규 사업이 기존 사업에 대한 경영자의 인지 체계와 관성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스탠퍼드대의 오라일리(O'Reilly) 교수와 하버드경영대의 터시만(Tushman) 교수는 성공적인 신사업 추진을 위해 생산, 판매, R&D 전 기능이 모두 분리된 형태로 신사업추진팀을 조직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O'Reilly & Tushman, 2004). 이와 같은 구조적 차별화는 신사업추진팀의 자율성과 주인의식을 높이고 조직 내 지식 창출과 창의성을 촉진하는 것은 물론, 신사업추진팀을 성장과 실적에 대한 압박으로부터 해방시켜 좀 더 혁신적인 활동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LG전자 핸즈프리 사업의 경우 초창기부터 상당한 자율성과 독립성을 확보함으로써 기존 조직과 구조적으로 차별화될 수 있었다. 2008년 당시 MC사업본부는 혁신적인 디자인과 UI를 갖춘 초콜릿폰, 샤인폰, 뷰티폰 등의 잇따른 성공으로 고무적인 분위기였다. 특히 핸즈프리 사업 자체가 규모도 크지 않고 MC사업본부의 주요 고객 중 하나인 버라이즌과 함께 시작한 사업이기에 넥밴드형 디자인같이 새로운 시도를 하는 데 경영진의 저항이 심각하지 않았다. 또한 제품 개발과 생산을 아웃소싱한 점 역시 핸즈프리 사업의 자율성과 독립성 확보에 일조했다. 만약 제품 개발과 생산을 하는 데 내부 자원에 의존했다면 핸즈프리 사업에 필요한 충분한 자원을 확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수백억 단위의 사업을 위해 조 단위 사업의 최고 자원을 희생하는 경영자는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제품 개발과 생산을 대신할 외부 업체가 충분하다는 것도 주효했다. 거래할 수 있는 외부 업체가 많다는 점은 자사의 협상력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이는 거래비용의 감소로 연결된다. 물론 아웃소싱을 함으로써 내부에 축적된 지적 재산이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은 존재한다. 그러나 LG전자 핸즈프리 사업의 핵심 경쟁력이 블루오션을 발굴하는 능력과 새로운 고객 수요에 적합한 제품 디자인 역량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개발과 생산을 아웃소싱함으로써 성공적인 신사업 추진에 필요한 자율성과 독립성을 확보하는 편이 더 큰 가치를 창출한다. 2016년 LG전자는 핸즈프리 사업을 별도의 IPD BD로 독립시킴으로써 완연한 구조적 차별화를 달성했다. 이로써 LG전자 톤플러스는 스마트폰에 연계된 시장에서 벗어나 TV나 다른 가전기기와의 연동은 물론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 지속적인 블루오션 창출을 위한 조직적 토대를 마련했다.



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 강신형 KAIST 경영공학 박사 davidkang@kaist.business.edu

강신형 박사는 KAIST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경영공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LG전자 본사 전략기획팀에서 신사업기획, M&A, J/V 등의 업무를 수행한 바 있으며 LG전자 스마트폰 BD에서도 근무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경영혁신으로 개방형 혁신, 기업벤처캐피털(CVC) 등과 관련된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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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의 경제 vs. 생태계 활용

‘톤플러스’는 전 세계적으로 2000만 대 판매를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러나 LG전자는 여전히 톤플러스 생산을 100% 외주로 진행하고 있다. 개발과 디자인 등은 LG전자가 하고 설계와 생산은 블루콤이라는 회사가 담당한다. 초기 생산량이 많지 않을 때는 외주 생산이 훨씬 효과적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판매량이 꾸준히 늘고 있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외주 생산을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초기 톤플러스 비즈니스를 시작할 때는 이 제품 자체가 휴대폰과 함께 팔리는 부속품적 성격이 강했다. 때문에 외주 생산이 적합했다. 이후 생산량이 늘었고 LG전자 내부에서도 톤플러스 생산을 내부로 들여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박형우 LG전자 IPD BD 상무는 “외주를 결정할 때 크게 2가지를 살피는데 첫째, 우리 제품을 외부에서 생산했을 때 기술 유출의 위험이 있는가를 살펴봐야 하고 둘째, 외부 기술력이나 생산성이 내부에서 만드는 것과 비교해 경쟁력이 있는가이다”라고 설명했다.

블루투스 헤드셋 시장의 경우 이미 시장 내 블루투스 헤드셋을 생산할 수 있는 경쟁력 업체가 많고 이들을 중심으로 에코시스템이 형성돼 있어 충분히 비용을 낮추면서 우수한 품질의 블루투스 헤드셋 생산이 가능한 상황이다. 결국 제품 기획과 디자인 능력만 있으면 내부 고정비를 줄이고, 가볍고, 빠르게 비즈니스를 할 수 있다.

박 상무는 “톤플러스는 큰 틀에서 애플의 비즈니스 모델을 적용해 사업을 진행 중이다”며 “향후 큰 사업적 변화가 있지 않으면 기존 외주 생산 모델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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