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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경쟁의 성공 열쇠, 통찰력

신병철 | 1호 (2008년 1월)
21세기는 무한경쟁의 시대다. 기업은 기업대로, 개인은 개인대로 이미 무한대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 가히 적자생존의 시대라 말할만한 수준이다. 이처럼 끝도 없이 벌어지는 초경쟁의 시대에 기업과 개인은 무엇으로 성공할 수 있을까? 여러 가지 답이 있겠지만 그중에 가장 유력한 것이 통찰력(Insight)이다.
 
이미 통찰력의 중요성은 여러 군데에서 감지된다. HP와 필립스 같은 글로벌 브랜드들은 소비자 통찰(Consumer Insight)의 발견과 적용을 경쟁전략의 우선순위에 놓고 있다. 국내 대기업들 역시 마찬가지다. 김신배 SK텔레콤 사장은 수시로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미래와 소비자를 읽는 통찰력”이라고 강조해왔다. 남용 LG전자 부회장도 최근 들어 소비자의 심리와 행동을 읽는 ‘소비자 통찰’을 자주 언급하고 있다.
 
통찰력에서 나온 맥도널드와 아이팟
레이 크룩(Ray Croc)이 1954년 창업한 맥도널드는 통찰의 전형적 사례다. 레이 크룩은 원래 믹서기의 독점 판매권을 갖고 이를 팔러 미국 전역을 다녔던 세일즈맨이었다. 그는 캘리포니아 샌버나르디노에서 8대의 믹서기를 운영하는 햄버거 판매점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당장 그 곳으로 달려간 레이 크룩은 딕과 맥 형제가 빠른 속도로 햄버거를 만들어 파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당시 형제가 운영하던 ‘맥도널드 레스토랑’은 햄버거, 감자튀김, 청량음료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없애버린 전혀 새로운 음식점이었다. 그 이전에는 풀코스의 레스토랑만 있었다. 두 형제가 세상에서 처음으로 패스트푸드(fast food) 레스토랑을 만든 것이다. 하지만 딕과 맥 형제는 이 비즈니스모델이 이렇게까지 소비자를 휘어잡을지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레이 크룩은 달랐다. 딕과 맥 형제에게서 맥도널드를 통째로 사들임으로써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이 능력이 바로 통찰력이다.
 
아이팟, 아이폰, 아이맥을 연이어 출시하며 통찰의 전형을 보여주는 인물이 또 하나 있다. 그는 스티브 잡스다. 그의 예는 더욱 흥미진진하다. 그는1978년 동료인 위즈니악과 작고 비싸지 않은 컴퓨터를 개발해 놓고 있었다. 아직 제품의 완성도가 높지 않은 시점이어서 어떤 경쟁력을 추가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었다. 스티브 잡스는 1979년 제록스와의 미팅에서 그 돌파구를 찾았다. 스티브잡스는 제록스가 갖고 있던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 (GUI· Graphic User Interface)를 보고 한눈에 반해버렸다. 그리고 자신이 개발해 놓은 작고 비싸지 않은 컴퓨터와 제록스의 인터페이스를 접목시켰다. 이 제품은 단기간에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것이 바로 맥킨토시다. 지금도 맥킨토시는 전 세계에서 그래픽시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전형적인 통찰의 효과를 보여준 사례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성공을 이루어낸 거의 모든 사례에는 통찰이 원동력이 되어왔다. 에디슨이 전구를 생각해내고, 라이트형제가 비행기를 구체화시키고, 빌게이츠가 마이크로소프트를 만든 것도 모두 통찰의 결과물들이다.
 
표면 아래의 진실을 발견하는 일
그러면 통찰력이란 무엇인가? 통찰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정의가 필요하다. 인류역사상 가장 넓은 유럽을 지배한 나폴레옹의 참모이자 ‘전쟁기술요약’의 저자인 프랑스의 조미니는 통찰을 ‘한눈에 알아보는 기술’이라고 정의했다. 인터넷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는 ‘감추어진 진실을 직관적으로 파악하는 일’이라고 적었다. 통찰력 컨설턴트인 리사 왓슨은 ‘표면 아래의 진실을 살펴보는 일’이라고 정의 내렸다. 이들의 관점은 통찰을 이전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다. 이미 있던 것들을 다른 관점으로 살펴보고 그 관계의 의미를 파악하고 발견하는 일이다. 하지만 이 정의에는 중요한 한 가지가 빠져있다. 그것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욕구’다. 문제를 해결하려는 욕구가 없다면 에너지가 발생하지 않는다. 에너지가 발생하지 않으면 통찰적인 해결방법이 나오기 힘들다. 결국 통찰이란 ‘문제해결을 위하여 표면아래의 진실을 발견하는 일‘로 요약할 수 있다. 필자는 이 코너를 통해 모두 16가지 정도의 통찰력을 키우는 방법에 대해서 살펴볼 것이다.
 
부족한 것을 찾아 해결하라
통찰에 이르는 가장 우선적인 요소가 결핍을 찾고 이를 해결하는 것이다. 지난 수천 년간 인류가 만들어온 대부분의 통찰은 바로 이 결핍을 찾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한 사례를 보자. 현대인의 문화생활을 바꾼데 크게 기여한 것 중 하나가 수세식 좌변기다. 재래식변기와 비교해보면 그 효용을 단번에 느낄 수 있다. 최초의 수세식 변기는 기록상으로 4000년 전에 선을 보였지만 기능상의 문제로 3500년 동안 빛을 보지 못했다. 그러던 중 1775년 영국의 수학자인 알렉산더 커밍이 지금의 수세식변기를 만들어냈다. 알렉산더 커밍 이전에도 좌변기는 있었지만 이 좌변기는 분뇨통과 좌변기기 직접 연결되어 있어 냄새를 차단하지 못하는 큰 단점이 있었다. 재래식 변기에 좌변기를 얹어놓은 형태였던 것.    
 
바로 이점 때문에 이 제품을 최초로 사용했던 영국의 엘리자베스1세 여왕이 많이 불편해 했다고 한다. 알렉산더 커밍은 S 자 형태의 밸브를 중간에 집어넣는 방안으로 이 문제를 단번에 해결했다. S자 밸브에 항상 물이 고여 있게 함으로써 밑에서 올라오는 냄새를 차단시킨 것이다. 그는 ‘위생과 냄새에 대한 사회적 결핍’을 발견하고 이를 S자형 밸브를 통해 풀었다. 참으로 놀라운 발견과 해결법이 아닐 수 없다. 시간이 지나면서 수세식 좌변기에 대한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지금의 화장실 문화를 만들었다.
 
‘만남 전문 공간’이라는 상품을 만들어 낸 ‘토즈’도 그 중 하나다. 토즈는 강남, 신촌 등에 있는 모임 전문공간이다. 장소도 진화하기 마련인데 최근 진화한 곳이 바로 이 만남 전문 공간이다. 이곳이 해결해주는 결핍은 ‘스터디 공간’이다. 대학생과 직장인들은 요즘 다양한 관점의 모임을 갖고 자체적인 학습, 세미나, 회의 등을 진행해야 한다. 그런데 같은 회사의 사람이 아니라면 마땅히 갈 곳이 없다. 3∼4명이라면 카페에서 만날 수도 있겠지만 7∼8명이 넘어가면 문제는 복잡해진다. 당연히 장소에 대한 결핍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바로 이를 해소해주는 공간이 바로 토즈다. 이들 만남 전문공간은 단지 만남의 장소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회의진행을 위하여 보완적 장치들도 구비해 놓고 능동적으로 회원과 손님을 유치하고 있다. 향후 시간이 자나면서 소비자간 스터디 장소는 더욱 필요해 질 것이므로 만남전문공간의 효용은 높다.
 

[DBR TIP] 언어로 표현 못하는 부족함을 무의식에서 찾아라
 
필자가 통찰력을 키우는 방법 첫 번째로 제시한 ‘부족한 것을 찾아내라’는 어떻게 보면 현대 기업의 가장 큰 화두(話頭)일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소비자의 눈길을 잡기 위해서는 고객의 충족되지 않은 욕구(unmet needs)를 발견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는 전사적 전략수립과 신상품 및 서비스 개발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필자가 사례로 제시한 ‘수세식 좌변기’의 탄생 때만 해도 이러한 욕구를 발견하는 것은 지금보다 어려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달라졌다. 10년 전만해도 획기적인 발명품이라고 불리던 것이 일상품화된 현대 사회에서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을 찾아내는 일 자체가 가장 큰 과제다. 이러한 통찰의 과정은 여유로운 과정에서 저절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투자와 노력, 그리고 고심이 필요하다.
 
기업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고객이 부족해 하는 부분을 서베이 리서치를 통해서 찾고자 했지만 곧 고객들이 실제 생각하고 느끼는 것과는 다르게 얘기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최근에는 소비자의 감성과 체험이 중요시되면서 정성적 조사의 필요성이 더해가고 있다. 하버드MBA스쿨의 잘트먼(Zaltman) 교수는 인간의 사고는 95%가 무의식 가운데 일어나며 나머지 5% 조차도 언어로 표현하지 못한다고 강조한다.
 
이것이 인텔이 인류학자 및 사회학자들을 중심으로 소비자 조사를 담당하는 PPR(People and Practice Research)조직을 만든 이유다. 이들은 아시아 7개 지역의 100개 가정을 방문 조사해 컴퓨터를 대하는 태도가 문화 마다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들은 각 지역 및 국가별로 출시된 기존 컴퓨터들의 부족한 부분을 문화와 관습을 통해 찾아냈다. 이를 바탕으로 인텔은 2005년 중국에 ‘우스꽝스러운’ 가정교육용 PC를 내놓았다. 일반적인 소프트웨어 잠금방식이 아닌 눈에 보이는 실제 자물쇠를 단 가정교육용 PC를 내놓은 것이다. 중국 부모의 엄격한 교육관을 제품에 반영한 것이며 중국에서 ‘권위의 상징’으로서 ‘열쇠와 자물쇠’가 지니는 중요성을 제품에 적극 활용할 것을 인텔에 주문했던 것이다. 인텔은 기존 소비자 조사방식이 아니라 사회 및 인류학자를 통해 문화적 맥락을 파헤침으로써 보이지 않는 핵심을 발견하는 통찰력을 발휘한 셈이다.

 
편집자주 최근 기업의 화두로 부상하고 있는 ‘통찰력(Insight)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을 동아비즈니스리뷰(DBR)가 전해드립니다. 필자는 각종 마케팅 컨설팅을 해오면서 10년간 이 분야를 연구했으며 최근 이를 주제로 대기업 강의도 진행 중입니다. 또 공병호 박사에 이어 한국갤럽이 조사한 ‘마케팅 실무자들이 뽑은 만나고 싶은 경영 및 마케팅 전문가’ 2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저서는 ‘Brand Insights’ ‘삼성과 싸워 이기는 전략’‘ 돌연변이마케팅’이 있습니다.
  • 신병철 | - (현) 브릿지컨설팅 대표 (Brand Consulting Agency)
    - 숭실대 경영학과 겸임교수 (2005~현재)
    - 고려대 경영대/경영대학원, 이화여자대학교 경영대학원, 외국어대학교 경영대등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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