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프로세스의 IT화가 경쟁력이다

앤드루 맥아피(Andrew McAfee),에릭 브린욜프슨 | 14호 (2008년 8월 Issue 1)
앤드루 맥아피, 에릭 브린졸프슨
 
다른 사람과의 경쟁에서 앞서 나가는 것은 누구에게나 어렵다. 최근 연구 결과 인터넷과 기업 소프트웨어가 대대적으로 도입된 1990년대 중반 이후 미국 내 경쟁은 전례 없는 수준으로 심화됐다. 경쟁이 가속화한 이유에는 기업 인수합병(M&A), 세계 시장 개방, 기업들의 부단한 연구개발(R&D) 노력 등 다양한 원인이 존재한다. 하지만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 변화의 중심에는 엄청난 정보기술(IT) 투자 확대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는 IT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기업 경쟁력으로 이어지는지를 이해하기 위해 1960년대부터 2005년까지 미국의 모든 업종 내 상장 기업들을 대상으로 상대적 실적지표(매출액·순익·수익성·시가총액 등)를 분석했다. 이 결과 놀라운 패턴을 발견할 수 있었다.
 
가장 중요한 특징은 1990년대 중반 이후 새로운 경쟁 양상이 나타났다는 사실이다. 한 업종 내 선두 업체와 부진 업체 간 격차가 점점 커짐에 따라 시장의 독점화와 경쟁 심화가 가열됐다. 놀랍게도 이러한 패턴은 60여 년 전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가 처음 예견한 자본주의의 격렬한 ‘창조적 파괴’ 양상과 정확히 맞아 떨어진다.
 
많은 기업이 인터넷과 기업 소프트웨어를 통해 기존 운영 모델을 강화하거나 전부 교체하면서 IT 투자가 규모와 질적 측면에서 급격히 개선되는 동시에 경쟁도 심화된 것이다. 이러한 경쟁 양상의 변화는 당연히 IT 투자 비중이 높은 업종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다.
 
즉 컴퓨터 소프트웨어나 음악과 같은 디지털 제품 시장에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의미이다. 승자 독식과 격변으로 점철된 이들 업종에서는 혁신이 너무 빈번하게 나타나 어떤 업체도 주도적인 입지를 유지하기 어렵다. 구글이 야후의 아성을 어떻게 무너뜨렸는지, 이에 앞서 야후는 알타비스타 등 검색엔진 시장 초기 업체들을 어떻게 앞질렀는지를 생각해 보라.
 
물론 역사적으로 볼 때 대부분의 산업에서는 이러한 경쟁이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연구 결과 인터넷과 기업 IT는 미국 전체의 전통 산업 내에서 경쟁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이유는 더 많은 ‘제품’이 디지털화하기 때문이 아니라 더 많은 ‘프로세스’가 디지털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트를 복사함으로써 디지털 사진이나 웹서치 알고리즘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끊임없이 재생산할 수 있는 것처럼 어떤 기업 특유의 비즈니스 프로세스 역시 기업 IT에 입력함으로써 조직 곳곳에서 정확하게 재생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더 효과적으로 혁신을 이루는 기업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산업을 장악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경쟁사는 제품군과 각 지역 시장에 걸쳐 프로세스 혁신을 가속화함으로써 시장점유율을 다시 빼앗을 수 있다. 승자는 상당한 몫을 빠른 속도록 챙길 수 있지만 이러한 상황이 반드시 지속되리란 보장은 없다.
 
CVS, 시스코, 오티스 엘리베이터 등은 기술 기반 프로세스 혁신을 통해 시장 경쟁력을 확보한 기업들이다. 이들 기업은 업무 프로세스를 면밀히 점검하고 대대적으로 정비한 뒤 이러한 변화를 잘 구축한 기업 소프트웨어 및 네트워크 기술을 기업 곳곳에 전달, 어떤 곳에서도 실행될 수 있도록 했다. 다음 장에서는 1990년대 중반부터 기술과 경쟁 간 상관관계가 왜 훨씬 강화됐는지를 살펴보고 이처럼 새로운 환경 아래에서 업계 리더와 기업 기술이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생각해 본다. 이처럼 빠른 속도로 경쟁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으며,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하지만 기업 리더들이 이러한 경쟁을 따라잡는 데 성공할 경우 비즈니스 프로세스가 대폭 개선될 뿐 아니라 시장 점유율과 시장 가치도 확대될 것이다.
 
기술이 어떻게 경쟁 양상을 변모시켰나
1990년대 중반은 경쟁 양상에 극명한 변화가 일어난 시기이자 기업 IT에 일대 혁신이 나타난 때이다. 기업자원관리(ERP)·고객관계관리(CRM)·기업콘텐츠관리(ECM) 등 인터넷과 기업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이 실용적인 비즈니스 툴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미국 경제분석국(BEA)에 따르면 기업 IT 투자액은 1994년 근로자당 약 3500달러에서 2005년에는 약 8000달러로 급증했다.(‘IT 설비 급증’ 참고)
 
동시에 미국 기업의 연간 생산성 증가율은 약 두 배로 늘어났다. 이전 20년 동안에는 생산성 증가율이 약 1.4%에 머물러 있었다. 많은 사람이 생산성 향상과 IT 투자 증가 간 상관관계에는 상당한 관심을 쏟아왔지만 IT와 경쟁력 간 관계에 관심을 갖는 이는 많지 않았다.
 
이에 우리는 2년 전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의 마이클 소렐 연구원과 펑주 연구원의 도움을 받아 IT 지출 증가와 다양한 경쟁 지표간 상관관계를 살펴보았다. 특히 세 가지 측정 가능한 지표인 집중도, 격변, 실적 격차에 초점을 맞춰 연구를 진행했다.
 
기술과 경쟁 간 상관관계는 1990년대 중반부터 크게 높아졌다. 우선 집중도가 높은 산업 또는 승자독식주의가 지배하는 산업에서는 소수의 기업들의 시장 점유율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연구에서는 각 산업의 집중도가 시간이 가면서 강화되거나 약화되는 정도에 초점을 맞췄다. 어떤 산업 내 기업들의 판매 순위가 빈번하게 바뀐다면 그 산업은 격변한다고 할 수 있다. 또 한 산업 내 주도 업체와 부진 업체들이 자본이익률(ROA), 이익마진, 매출액 달러당 시가총액 등 기업 임원과 투자자들이 중시하는 기본 실적 측정 지표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일 경우 해당 산업의 실적 격차는 크다고 할 수 있다.
 
IT 지출이 급증한 1990년대 중반 이후 경제 전반에 걸쳐 이 세 가지 지표에 변화가 나타났는가? 만약 그렇다면 이러한 변화는 IT 집약적인, 즉 산업 내 총 고정자산에서 IT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산업에서 더 두드러지게 나타났는가? 한마디로 답은 ‘예스’이다.


   
 
기업네트워크 솔루션 업체인 미국 BEA의 데이터 및 각 기업의 연간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1990년대 중반부터 미국 내 산업의 평균 격변 정도가 크게 증가했다. 아울러 이전 수십 년 동안 감소하던 산업 집중도는 증가세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실적 최상위와 최하위 기업들 간 격차 역시 확대됐다. 이러한 변화는 IT 투자 급증 및 이에 따른 생산성 향상과 함께 나타나 경쟁의 양상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음을 시사했다.(‘IT 지출과 경쟁 양상 변화의 관계’ 참고)
 
경쟁 양상의 변화는 소비자 가전, 자동차 부품 제조 업체 등 IT 집약도가 높은 산업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또 경쟁 환경 분석에서 M&A, 세계화, R&D 지출의 역할을 검토한 결과 미미하게나마 약간의 상관관계를 발견할 수 있었지만, 앞선 측정 결과를 뒤집을 정도는 아니었다.(‘IT뿐인가?’ 참고)
 
연구 결과를 통해 내릴 수 있는 한 가지 해석은 IT가 정말 경쟁을 심화시키고 있지만 이러한 경쟁 양상의 변화는 그저 일시적이라는 것이다. 즉 1990년대 중반 이후 IT 생산업체들 사이에 나타난 혁신은 일회적인 것으로, 단지 IT를 사용하는 기업들이 이를 흡수하는 데 오래 걸렸다는 얘기다. 이러한 견해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각 기업이 새로운 툴을 자신의 것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이해하고 나면 모든 산업은 다시 기존의 경쟁 양상으로 되돌아간다고 주장한다.
 
최근 몇 년 동안 기업 IT의 툴킷이 엄청나게 늘어나긴 했지만 새로운 기술이 남아돌 정도로 풍부하다고 해서 바로 경쟁 양상이 변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1990년대 중반 이후 기업 환경에서 경쟁이 확대된 것은 선택할 수 있는 IT 혁신이 풍부했기 때문이 아니라 이러한 새로운 기술 가운데 일부가 기업의 운영 모델을 개선시키고, 이러한 개선이 광범위하게 확산된 데 따른 것이다.
 
CVS가 좋은 사례이다. 처방약을 조제하거나 관련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점포는 충분하다. 따라서 CVS는 높은 수준의 고객 서비스를 유지하는 데 만전을 기했다. 2002년에 실시된 설문조사에서 고객 만족도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자 회사 임원들이 어떤 부분에 집중했는지를 생각해 보자. 이들은 심층 분석을 통해 핵심 원인을 파악했다. 처방전 가운데 약 17%가 보험 확인을 거치는 동안 처리가 지연된 것이다. 이에 처방전 작성 프로세스에서 보험 확인을 의약품 안전 점검보다 먼저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CVS는 이러한 프로세스 변화를 약국 영업지원 정보 시스템에 입력해 모든 점포가 이를 100% 준수하도록 했다.이에 따라 약사들은 보험 확인 화면에 있는 모든 부문 작성을 완료해야만 의약품 안전 점검 화면을 볼 수 있다. 안전 점검을 먼저 할 수는 없다. 이 회사는 이처럼 프로세스를 다시 설계함으로써 안전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고객 만족도를 제고할 수 있었다. 이러한 효과는 모든 점포에 걸쳐 나타났다. CVS는 자사의 기업 IT를 활용해 1년 만에 4000여 곳의 소매 약국에 새로운 프로세스를 전달했다. 실적은 급격히 개선됐으며, 전반적인 고객 만족도 역시 86%에서 91%로 상승했다. 의약품 시장이 공격적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눈에 띄는 발전이라고 할 수 있다.
 
변화를 이끈 기업의 IT 시스템은 두 가지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우선 새로운 프로세스가 기업 IT 시스템에 입력되면서 점원들과 약사들은 이전 시스템에 의존할 수 없었다. 더 중요한 것은 기업 IT가 4000개 지역으로 새로운 프로세스를 신속하고 쉽게 전파시킴으로써 초기 혁신의 경제적 가치를 빠른 속도로 증폭시켰다는 점이다. 기업 IT가 없었더라도 CVS는 프로세스 혁신 노력을 기울였을 것이지만 절차는 훨씬 더 번거로웠을 것이다. 업데이트된 프로세스 매뉴얼을 모든 CVS 점포에 보내거나 관리자들이 돌아가며 교육을 실시한 뒤 정기적으로 준수 여부를 점검해야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로운 프로세스를 디지털을 통해 전달함으로써 전 조직에 걸쳐 실행의 일관성이 크게 개선되면서 경쟁력 제고 효과는 훨씬 더 신속하고 강하게 나타났다.
 
현대적 상업용 기업 시스템은 도입된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지만(예를 들어 SAP의 ERP 플랫폼은 1992년 도입됐다) 오늘날 거의 모든 산업에서 쓰이고 있다. 추정치에 따르면 지난 2001년 기준 미국 기업들의 IT 투자 전체에서 이런 복잡한 플랫폼이 차지하는 비중은 75%에 달했다. IT 컨설팅 회사인 가트너 그룹은 2008년 세계 기업 소프트웨어 매출액이 1900억 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풍부한 기업 IT가 어떻게 산업 전반의 경쟁 환경을 변모시켰는지를 이해하려면 CVS도 다수의 경쟁사가 있다고 생각해 보자. 기업 IT가 등장하기 전에는 한 점포의 관리자가 혁신을 달성할 경우 해당 지역 시장 전체를 지배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 기업만이 우수한 관리자를 독점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회사 역시 다른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사내 메모, 프로세스 매뉴얼, 훈련 등의 아날로그 기법을 통해 혁신을 공유하고 전파시키는 것은 상대적으로 더디고 불완전한 작업이며, 이를 통해서는 전반적인 시장 점유율을 크게 끌어올리기 어렵다.
 
이때 기업 IT가 있을 경우 CVS뿐 아니라 경쟁사들 역시 프로세스를 개선시킬 수 있는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 일부는 IT의 위력을 의심하면서 이를 선택하지 않을 수도 있다. 다른 기업들은 기술을 도입하더라도 실패할 수 있다. 반면에 성공하는 기업은 효과적인 혁신을 신속하게 사내에 전파시킬 수 있다.
 
최고의 프로세스를 보유한 기업이 대부분 또는 모든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 동시에 경쟁사들은 더욱 빨리 전세를 역전시킬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선두 업체를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한층 발전된 IT 혁신을 단행함으로써 가능하다. 디지털을 통한 아웃소싱이나 교차 판매 및 상향 판매 기회를 포착하는 CRM 소프트웨어를 도입하는 것 등이 좋은 예이다.
 
이러한 혁신들은 기업 IT 시스템 내에 입력되어 있어서 신속하고 광범위하며 정확하게 확산될 수 있다. 성공하는 기업들은 더 광범위하게 더 자주 경쟁에 나설 것이며, 고객 역시 이에 따라 거래 기업을 바꿀 것이다.
 
결국 가장 효과적으로 IT를 활용하는 기업들이 나머지 업체들을 크게 따돌리면서 성과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다. 뒤처진 업체들이 소외되면서 집중도는 심화될 것이며, 그 사이에 있는 기업들이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IT를 통한 운영 모델을 잇따라 변경하는 등 격변의 강도 역시 높아질 것이다. 산업 내 경쟁이 기업 IT가 도입되기 이전보다 더욱 빨라지고 심화되며 역동적으로 변모할 것이라는 얘기다. 바로 이러한 변화가 데이터에 나타나 있다.
 
슘페터가 예견한 오늘날과 같은 극심한 경쟁사회에서 프로세스 혁신의 가치는 엄청나게 배가된다. 때문에 관리자에게는 전략적으로 혁신을 달성하고 새로운 업무 방식을 전파할 책임이 있다.
 
디지털 프로세스 경쟁
치열한 경쟁 환경에서 살아남거나 성공하려면 어떤 최고경영자(CEO)이든지 ‘도입하고 혁신하고 전파하라’라는 문구를 명심해야 한다. 우선 일관성 있는 기술 플랫폼을 도입한다. 둘째 더 효율적인 업무 프로세스를 마련해 다른 기업들과 차별화를 꾀한다. 끝으로 이 플랫폼을 통해 프로세스를 더 광범위하고 확실히 확산시킨다. 이런 의미에서 IT 서비스 도입은 혁신적인 아이디어의 촉매와 이를 전파시키는 엔진이라는 두 가지 특별한 역할을 한다. 이들 세 단계는 각각이 관리자에게 어려운 숙제다.
 
도입 관리자가 당면한 과제
1990년대 중반 이후 기업 소프트웨어 패키지가 상용화되면서 고위 관리자에게는 책임이 하나 늘었다. 기업 운영 모델에서 전 세계적으로(또는 최소한 광범위하게) 일관성을 가져야 하는 부분이 어디인지 판단하고 이를 정확하게 복제할 수 있는 기술을 사용하는 것이다. 일부 관리자들은 이를 기회로 판단하고 책임을 적극 받아들였지만, 더 많은 사람들은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넘어야 하는 두 가지 큰 장애물, 즉 분열과 자율을 깨뜨리는 일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지역별·제품별·부서별 관리자들은 적절하다고 판단하는 대로 IT 시스템을 구매·설치·변형할 수 있는 재량을 상당히 많이 갖고 있다. 하지만 공통의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 기존의 시스템을 취합하고 표준화한 프로세스를 지원하고 실행하는 일에는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는 사실은 수 차례의 뼈아픈 교훈이 입증하고 있다. 어떤 기업이 조직 전체를 위해 표준화한 기업 소프트웨어에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한다고 하더라도 이 시스템은 오랫동안 표준으로 자리잡지 못할 수 있다. 이 경우 서로 일관성 없는 데이터, 프로세스, 고객 인터페이스, 운영 모델 등이 혼란만 가중시키면서 애초에 이 시스템을 구매함으로써 얻고자 했던 혜택을 모두 상쇄할 수 있다.
 
대형 네트워크 기업인 시스코가 좋은 예다. 1990년대 중반에 시스코는 기업 전체에 단일 ERP 플랫폼을 성공적으로 도입했다. 관리자들은 이 플랫폼에 필요한 애플리케이션들을 원하는 대로 구매하고 설치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다. 시스코의 IT 부서는 전 세계의 다양한 부서나 기술 그룹의 결정에 제약을 가하거나 반대하지 않고 이들이 필요한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도왔다.
 
하지만 2001년에 새로 영입된 브래드 보스턴 최고기술책임자(CIO)는 시스코의 IT 상황을 평가하면서 기술에 대한 회사 측의 과도한 열의가 시스템·데이터·프로세스 분열이라는 부작용을 초래했음을 알게 됐다. 예를 들어 고객의 주문 상황을 체크하는 도구가 아홉 가지에 달했는데, 각각이 다른 저장소에서 정보를 불러올 뿐 아니라 핵심 용어도 각기 다른 방식으로 정의하고 있었다. 이처럼 다양한 데이터베이스와 일관성 없는 용어로 인해 주문 상황이 각기 다르게 보고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보스턴 CIO의 평가에서 고객 서베이 도구는 50개 이상, 비즈니스 인텔리전스 애플리케이션은 15개 이상 이었다. 추가적으로 진행 중인 IT 프로젝트도 200건이나 됐다.
 
기술 도입 작업이 진행되면 큰 회사에는 일반적으로 있게 마련인 전체적인 일관성과 국지적인 자율성 간의 갈등은 더욱 고조된다. 하지만 시스코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이러한 갈등은 의도한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생기는 것이다. 따라서 최고경영진이 이러한 갈등을 조절하는 데 집중할 경우 엄청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CIO의 평가에 대한 조치로 고위 관리자들은 시스코의 초기 ERP 시스템을 비롯해 표준화한 데이터 및 프로세스를 지원하는 주요 애플리케이션을 업그레이드하기로 결정했다. 예산은 3년 동안 2억 달러로 책정됐다. 시스코는 우선 시장-판매, 준비-수주, 문제-해결, 전망-구축, 아이디어-제품, 고용-은퇴 등 몇 가지 핵심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파악한 뒤 각각의 단계와 관련한 하위 프로세스를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고 전략에 대한 활발한 논의를 한 결과 조직 전체의 일관성은 크게 개선됐으며, 시스코는 지난 몇 년에 걸쳐 높은 실적을 낼 수 있었다.
 
이처럼 시스코가 복잡한 기존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정리하는 동안 149년 전통을 가진 오티스의 아리 부스비브 사장은 회사가 경쟁에서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 시스템을 재구상하고 있었다. 2002년 부스비브 사장 취임 당시 오티스의 정보 시스템은 분열됐다기보다 사실상 공중 분해된 상태였다.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의 F. 워런 맥팔런 교수와 브라이언 J. 들레이시 교수가 2005년에 실시한 사례 연구에서 지적한 대로 당시 오티스가 적용하고 있던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은 고객의 새로운 엘리베이터 시스템 설치 요청을 취합하고 주문 내용을 구체적으로 파악한 뒤 최종 제안을 내는 핵심적인 프로세스를 실행하기에는 너무 노후한 상태였다. 사실 모든 프로세스가 완전히 서류상으로만 진행되는 지역도 상당수에 달했다.
 
오티스 역시 시스코처럼 핵심 프로세스를 철저하게 분석한 뒤 결국 기존 소프트웨어를 ‘e*로지스틱스’라고 불리는 새로운 기업 기술 플랫폼으로 교체했다. 이 플랫폼은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의 판매, 공장, 현장 영업을 연계시키는 역할을 했다. 오티스는 판매, 주문 처리, 현장 설치, 완료의 네 가지 프로세스를 정립하고 e*로지스틱스를 설계해 각각의 프로세스 실행 방법의 개선이 매번 균등하게 모든 곳에서 일어나도록 했다. 결국 오티스는 판매 주기를 대폭 단축시켰을 뿐 아니라 매출액과 영업이익 개선 효과도 거둘 수 있었다.
 
혁신: IT가 가져다 주는 기회
기업 IT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도출된 데이터 분석은 집단적 정보 등 웹 2.0 기술과 함께 아이디어를 전파하는 것뿐 아니라 이를 창출하는 데에도 상당한 도움을 준다. 물론 이들 수단이 일선 관리자의 머리나 회의에서 나오는 독창적이고 뛰어난 아이디어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업 프로세스 혁신 방안을 모색하는 작업을 보완하고 그 속도를 높여줄 수는 있다.
 
영국 유통기업 테스코는 기업 IT의 통합 및 분석 역량을 이러한 방식으로 적용한 대표적인 사례다. 전 세계의 많은 소매업체처럼 테스코 역시 고객 카드제를 실시, 개별 고객의 구매 성향에 대한 구체적인 데이터를 취합해 고객들을 분류한 뒤 이에 따라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재구매율을 매우 구체적으로 집계하고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프로세스를 미세 조정하는 조치도 취하고 있다. 미국 밥슨 대학 톰 대븐포트 교수는 직접 마케팅 캠페인을 실시할 때 업계 평균 재구매율이 약 2%인 반면에 테스코는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이를 약 20%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집단적 지식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웹 2.0 애플리케이션 역시 사업 혁신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된다. 기술 기업 라이트-솔루션스의 짐 라보이 최고경영자(CEO)는 사내 인트라넷에 ‘뮤추얼 펀(Mutual Fun)’이라는 시장을 만들어 (1)직원들이 비용 절감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세이빙스 본즈(Savings Bonds), (2)기존 제품을 확대하는 아이디어를 내놓는 보 존스(Bow Jones), (3)신규 제품 아이디어인 스파츠닥(Spazdaq) 등 세 개 지수에 투자할 수 있도록 했다.
 
라이트-솔루션스 직원이라면 누구나 이들 시장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을 수 있고, ‘아이디어 목록’을 열람한 뒤 게임머니를 투자할 수도 있다. 물론 아이디어들이 실현되기 위해 필요한 임무를 완수하는 작업에 참여할 수도 있다.
 
우리는 미래의 훌륭한 아이디어는 고위 경영진이 아닌 사람들에게서 나온다고 믿는다. 이러한 아이디어들은 관심을 갖지 않을 경우 결코 얻을 수 없는 것들이다. 우리가 모든 이에게 똑같은 발언권을 부여하고 이들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게임을 제공하는 것은 모두 이런 이유에서이다.”
 
라보이 CEO는 최근 비영리 단체인 비즈니스 이노베이션 팩토리(Business Innovation Fac -tory)와 온라인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전파: 하향식과 상향식
기업 IT 시스템의 매력 가운데 하나는 최고의 관행과 표준화한 프로세스를 회사 전체에 도입하고, 기존의 혼란스러운 관행들을 제거할 수 있는 기회를 관리자들에게 제공한다는 데 있다. 최고의 관행이 이미 있는데도 각각의 부서가 재고 관리를 위한 자체 프로세스를 개발하고 도입한다면 경쟁력은 생기지 않을 것이다.
 
물론 ERP 시스템이 관행과 프로세스 전파의 효과적인 도구이긴 하지만 다른 기술들 역시 중요하며, 이러한 기술들은 혁신이 반드시 본사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님을 보여 준다. 예를 들어 웹 2.0 어플리케이션은 프로세스가 조직의 하위 레벨부터 유기적으로 변화하는 데 일조할 수 있다.
 
시스코의 경우 매킨토시 사용자 약 1만 명이 시스코의 중앙 IT 그룹이 제공하는 서비스 수준에 불만족을 표시했다. 하지만 고객들은 불평하는 대신 커뮤니티를 만들어 매킨토시를 더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견해를 공유했다. 이들은 사용자 누구나 편집할 수 있는 정보·파일·링크·애플리케이션 등을 커뮤니티에 올렸는데, 이는 결국 생산성 개선에 엄청나게 기여했다. 프로세스 혁신이 기업 전체로 전파되면서 중앙 관리자의 지시 없이도 엄청난 효과를 발휘한 것이다.
 
[HBR TIP] IT뿐인가?
이전 연구들에 따르면 우리가 경쟁 환경에서 목격한 변화들의 근본 원인은 인수합병(M&A) 활동, 세계화 연구개발(R&D) 지출 등이 아니다. 뉴욕대 로렌스 화이트 교수는 2002년 경제전망저널(Journal of Economic Perspectives)에 실은 논문에서 M&A 활동은 1990년대 초반부터 중반까지의 집중도 약화나 그 이후의 집중도 확대를 설명해 주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2006년 산업과 기업 변화(Industrial and Corporate Change)에 실린 연구 논문에서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의 반카이 게마와트를 비롯한 연구진은 세계화가 가속화될수록 산업 집중도는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산업 집중도가 전 세계 경쟁 심화 때문이 아니라 경쟁 심화에도 불구하고 확대됐다는 것이다.
 
한편 하버드 디에고 코민 교수 등 연구진은 2005년 ‘기업 차원의 변동성 확대(The Rise in Firm-Level Volatility)’라는 제하의 논문을 통해 기업의 R&D 지출과 산업 격변 사이의 상관관계가 있음을 발견했다. 이에 우리는 R&D 지출을 중심으로 연구 결과를 다시 점검해 봤지만 이러한 요소가 IT의 중요성을 넘어서는 수준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IT는 R&D보다 경쟁 양상 변화와 훨씬 더 높은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정권의 역할
언뜻 보기에 시스코와 오티스 사례 모두 기업 IT를 사용해 프로세스를 전파할 경우 기업은 반드시 더욱 중앙 집중화된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것처럼 보인다. 중앙 집중화된 기업은 중요한 결정 대부분이 상부에서 이뤄지고 나머지는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기업을 말한다.
 
핵심 비즈니스 프로세스와 이를 지원하는 시스템에 대한 선택 가운데 상당수는 비즈니스 단위 리더나 지역 관리자의 통제에서 벗어나 있으며 기업의 변화 노력은 집중화의 수준을 종전보다 더 높이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현실은 훨씬 더 복잡하다.
 
일부 결정은 중앙 집중화, 표준화했지만 본사 외부에서 결정이 이뤄지는 경우도 많다. 핵심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결정하고 전파하는 데 주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고위 임원들이지만 프로세스 안에서 재량을 발휘해 고객의 수요를 충족시키고 정보를 적용하는 것은 일선 관리자와 직원들이다.
 
두 가지를 분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 이해하기 위해 정부의 경우를 예로 들어 생각해 보자. 헌법을 제정하는 일은 매우 중앙 집중화된 작업이다. 전체 국민을 대신해 소수가 결정을 내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제정된 헌법이 정부의 분권화를 명시할 수 있고, 실제 이런 경우가 많다.
 
시스코와 오티스의 지역 관리자들과 일선 직원들은 IT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운영 모델 내에서도 기존의 중요한 책임들을 그대로 가져갔고, 새로운 책임이 생기는 경우도 많았다. 오티스는 e*로지스틱스를 도입한 후 처음으로 현장 설치 감독들에게 엘리베이터가 선적되기 이전에 설치 위치를 확인하는 책임을 부여했다.(기존의 운영 모델에서는 장비를 제조 즉시 선적했다) 새로운 비즈니스 관행은 전 세계적으로 표준화되긴 했지만 중앙 집중화되지는 않았으며, 실제로 일선 직원들에게 더 많은 책임이 주어졌다.
 
스페인 의류 업체인 자라를 보자. 자라는 전 세계에 1000여 개 점포를 보유하고 있으며, 모든 점포가 거의 같은 방식으로 의류를 주문한다. 같은 디지털 양식을 사용하고, 엄격한 주간 시간표를 따라 주문을 내는 것이다. 다른 대형 의류 소매업체 대부분은 본사의 컴퓨터로 실행되는 정교한 예측 알고리즘을 통해 각각의 지역에 어떤 의류를 얼마나 판매할 것인지를 결정했다. 본사가 각 점포에 의류를 판매하도록 지시하고, 관리자들은 많은 역할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자라의 경우 각 매장 관리자들이 주문할 의류에 대해 거의 전권을 갖고 각 지역 고객의 취향과 수요에 기반해 결정을 내린다.
 
자라와 다른 소매업체들 간 접근법의 현저한 차이에서 우리는 중요한 시사점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는 기업 IT가 반드시 핵심 프로세스를 실행하는 최상의 방법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기업이 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 누가 가장 필요한 지식을 보유하고 있는지, 궁극적으로 결정권을 어디에 부여해야 할 지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기업 IT는 실험과 변화의 촉매 역할을 한다.
 
인재를 최대한 활용하려면
기업 IT가 프로세스 실행과 모니터링을 촉진하면서 단순히 기계적으로 지시만 따르는 직원들의 가치는 떨어지는 반면에 더 나은 방법을 내놓는 직원들의 가치는 올라갈 것이다. 어떤 경우 이는 최고 인재에게만 엄청난 보상이 주어지는 ‘슈퍼스타’ 효과를 발생시킬 수도 있다. 인사관리 정책과 기업 문화는 이러한 직원들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효과적인 리더와 체계적인 조직은 이처럼 우수한 직원들과 이들이 창출하는 혁신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야 할 뿐 아니라 이를 개발하고 이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
 
에릭 브린졸프슨 교수와 와튼 스쿨의 로린 히트 교수가 2005년에 발간한 미국 400개 기업에 대한 보고서에 따르면 성공적으로 IT를 활용하는 조직은 신규 인력 채용에 훨씬 더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더 많은 지원자를 검토하고 개별 지원자에 대해 좀 더 집중적으로 살폈으며, 채용 절차 초기나 면접 과정에 고위 관리자들이 참여하는 경우도 많았다.
 
최고 인재를 선별한 뒤에는 내외부 교육 및 훈련에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업무 방식에 더 많은 재량을 주고 경쟁사보다 훨씬 세부적인 시스템을 활용해 성과와 보상·급여·승진 등을 더 긴밀하게 연결시켰다. 이러한 방식으로 인재를 관리하는 데에는 비용이 많이 들 수 있지만, 어떤 점포 관리자 한 사람의 능력 덕분에 전 세계 점포 수천 개의 실적이 극대화된다면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강력한 새 정보 기술이 비즈니스 방식에 대한 기존의 가정과 지식 가치를 완전히 소멸시키는 것은 아니지만, 더욱 효과적인 실행의 기회는 열어준다. 우리는 연구를 통해 세 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우선 데이터에 따르면 IT는 기업 간 차이를 약화시킨다기보다 강화한다. 기업들 간에는 혁신을 선택하고 도입하며 활용하는 능력이 다른데, 기술이 이러한 차이를 가속화하고 확대하는 것이다. 둘째, 일선 실행자들이 중요하다. 기업 기술을 성공적으로 실행하기 위해서는 훌륭한 납품업체나 능력이 뛰어난 컨설턴트, IT 부서 등이 필요하지만 진정한 가치는 기술 플랫폼을 통해 전파되는 프로세스 혁신에서 온다. 필요한 혁신을 달성하고 이를 널리 전파시키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맡길 수 없는 실행자의 책임이다. 마지막으로 IT를 통해 나타나는 경쟁 양상의 변화는 결코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IT 집약도가 높은 미국 경제는 물론 다른 국가에서도 IT 투자가 늘어나는 가운데 이어질 것이다.
 
기업 IT를 성공적으로 도입하는 것은 대부분의 기업들에 쉬운 일이 아니다. 기술 자체를 설치하고 테스트하기도 복잡하지만, 기술에 대한 사람들의 행동이나 태도를 변화시키기는 더욱 어렵다. 기업 IT는 통상 많은 업무를 엄청난 방식으로 변모시킨다. 기업 IT를 다루는 일은 일반 직원이나 일선 관리자 모두에게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기업 IT로 인해 실적 격차, 집중도, 격변이 심화되는 가운데 관리자라는 직함을 수행하는 일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실수를 더욱 엄격히 문책하고 실적이 저조한 직원은 빨리 퇴출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준비된 실행자라 해도 이 불가피한 격변 속에서 반드시 살아남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끝까지 버티는 이들에게는 적어도 다른 사람이 IT를 통해 훨씬 효과적인 비즈니스 혁신을 단행하고 전파시키기 전까지는 커다란 보상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HBR TIP] 성공적인 IT기반 프로세스의 요소
기업 정보기술(IT) 비용과 이를 제대로 도입하지 못했을 경우 발생하는 리스크를 감안하면, 추진하는 변화 프로젝트가 IT의 강점을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기업의 사례를 가상으로 설정해 살펴보자.
 
한 미국의 가구 제조업체는 전국 100개 매장에서 기본형 및 맞춤형 가구를 판매하고 있다. 각 매장의 판매 직원들은 기업 공장 세 곳에 대한 정보나 접점이 없기 때문에 맞춤형 가구에 대한 리드타임을 안전하게 길게 잡는다.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이 회사는 제조·판매 활동을 통합해 볼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이를 한 지역 점포에 시범적으로 도입한다. 이 결과 판매 직원들은 맞춤형 가구 주문의 세부 사항을 입력하는 즉시 정확한 배달 시점을 확인할 수 있다.
 
이 회사는 또 이 소프트웨어를 고객 배달 관리에도 활용하기로 한다. 시범 점포 배달 팀이 고객의 자택을 떠나는 즉시 파견 센터에 전화를 하면 파견 센터는 바로 고객에게 연락해 만족 여부를 확인하고 불만 사항을 처리하는 것이다. 이 회사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배달 시간과 만족도를 측정한 결과 배달 시간은 단축되고, 만족도는 조금씩 올라가는 효과가 발생한다.
 
성공을 확인한 이 기업은 곧바로 새로운 프로세스를 기업 소프트웨어에 입력하고 다른 99개 점포에 전파시킨다. 고객들이 이러한 프로세스 혁신을 높이 평가하면서 이 기업의 전국 시장 점유율도 늘어난다.
 
이처럼 성공적인 IT 기반 비즈니스 프로세스 개선에는 다음과 같이 수많은 중요한 특징들이 있다.
 
광범위한 부분을 다룬다 새로운 업무 방식이 기업의 넓은 범위에 걸쳐 적용된다. 이 기업의 경우 적용 범위는 모든 점포, 공장, 배달 팀 등이다.
 
즉각적으로 성과가 나타난다 새로운 기업 시스템이 활기를 띠는 즉시 이를 통해 진행되는 프로세스 변화 역시 활발해진다.
 
구체적이다 일반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세부적인 부분까지 신경 쓰면서 비즈니스 활동을 매우 구체적으로 지정한다.(가구 주문 접수 및 배달)
 
일관성이 있다 언제, 어디에서든 같은 방식으로 실행한다. 모든 매장이 같은 방식으로 리드 타임을 산정하고, 배달도 매일 같은 방식으로 마감한다.
 
모니터링이 쉽도록 한다 모든 활동과 사건을 실시간으로 관찰하고 따라갈 수 있도록 함으로써 엄청난 테스트와 피드백 기회를 제공한다.
 
확실히 실행되도록 한다 IT에 입력되는 새로운 프로세스의 설계자들이 프로세스가 계획대로 실행될 것임을 확신할 수 있다. 기존의 방식대로 이 프로세스를 실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곧 드러나면서 문제가 시정된다. 이 가구 회사는 배달 프로세스에서 모은 데이터를 활용해 배달 팀이 제대로 전화를 하는지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
 
번역 홍정민 drew97@naver.com
 
앤드루 맥아피(amcafee@hbs.edu)는 미국 하버드 비즈니스스쿨 부교수로 <정보기술의 세 가지 세계를 완벽히 장악하려면(Mastering the Three Worlds of Information Technology)>(HBR 2006년 11월)의 저자이자 블로그 andrewmcafee.org/blog. 운영자이기도 하다. 에릭 브린졸프슨(erikb@mit.edu)은 매사추세츠공대(MIT) 슬론 스쿨 교수이자 MIT 디지털 비즈니스센터(Center for Digital Business) 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브린졸프슨 교수의 연구들은 digital.mit.edu/erik.에서 볼 수 있다.
  • 앤드루 맥아피(Andrew McAfee) | - MIT 디지털 비즈니스 센터 책임 연구원
    - 하버드 비즈니스스쿨 부교수
    - <정보기술의 세 가지 세계를 완벽히 장악하려면(Mastering the Three Worlds of Information Technology)> 저자
    amcafee@hbs.edu
    이 필자의 다른 기사 보기
  • 에릭 브린욜프슨 에릭 브린욜프슨 | MIT 디지털 비즈니스 센터(MIT Center for Digital Business) 책임자
    MIT 슬론 경영대학원(MIT Sloan School of Management) 슈슬가 교수(Schussel Family Professor)

    이 필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