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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스타트업 Case Study: 애드투페이퍼

“고객-광고주 욕구 동시에 충족” 애드투페이퍼 ‘혁신 모델’

김도현,최기영 | 214호 (2016년 12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애드투페이퍼는 창업 경험이 없는 대학생들이 모여 세운 스타트업이지만 국가기관과 투자사의 인정을 받으며 대규모 투자금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타깃 고객층과 이들이 원하는 바를 정확히 알았기 때문이다. 애드투페이퍼를 창업한 전해나 대표는 대학생들이 매일같이 수업 출력을 위해 쓰는 1000∼2000원을 아까워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또 대학생들이 애드투페이퍼에 가입할 때 입력하는 성별, 전공, 입학년도 등의 정보를 활용했다. 이를 통해 맞춤형 광고 캠페인을 제공해 광고주들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준 것도 성공 요인 중 하나다.


2009년 3월, 이제 막 대학교 3학년이 된 전해나 씨는 ‘캠퍼스 CEO’라는 교양과목을 들었다. 실제 창업 과정과 비슷하게 사업 아이템을 찾고, 시장 가능성을 테스트해보고, 사업계획서도 만드는 이 수업에서 그는 자신의 아이디어보다 다른 조에서 제출한 아이템이 더욱 눈에 들어왔다. 대학생들이 장당 얼마씩 비용을 내며 프린트를 하는 대신 인쇄물(복사용지)에 광고를 싣고 인쇄는 무료로 할 수 있게 한다는 내용이었다. 매일 아침 붐비는 복사실을 보니 ‘이 아이템이야말로 대학생에게 정말 필요한 서비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 대표는 이후 공짜 인쇄 아이디어를 냈던 팀에 합류해 그들과 함께 2009년 8월에 열린 ‘서울시 청년창업프로젝트2030’을 준비했다. 이후 팀재편과 중소기업청이 주관하는 예비기술창업자 공모전과 엔젤투자기관 프라이머(Primer)에서 시드머니(seed money)를 투자받으면서 본격적으로 애드투페이퍼를 시작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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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들이 시작한 사업이 국가기관과 투자사의 인정을 받게 된 이유는 사업 아이템이 아주 정확한 집단을 타기팅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애드투페이퍼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모두 대학생이다. 물론 그중 일부는 이제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인이 됐겠지만 처음 애드투페이퍼에 가입한 사람들은 무료로 인쇄를 하고 싶어 했던 대학생들이었다. 애드투페이퍼에 가입할 때는 학교, 입학년도, 학과, 성별 등을 입력해야 하는데 이 정보를 바탕으로 제공하는 타깃 마케팅이 애드투페이퍼의 가장 큰 경쟁력이 된 것이다. 구글의 광고 프로그램인 애드센스(AdSense)를 사용하는 웹사이트는 사용자들의 관심사에 따라 각기 다른 광고물을 보여준다. 이는 사용자가 최근 검색했던 키워드나 접속했던 사이트 같은 개인적인 온라인 활동 내역을 고려해 광고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광고 매체가 다양해지고 이용자들의 특성을 더 많이 알 수 있게 되면서 광고의 수익률을 측정하는 잣대 또한 더 정확해졌다. 그와 동시에 당연하게도 광고의 흐름은 타기팅으로 흘러가고 있는데 애드투페이퍼의 타기팅 광고 플랫폼은 이러한 흐름을 바탕으로 그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대학생과 광고주, 윈윈의 연결고리

요즘의 대학생들은 그 어느 때의 대학생들보다 자기표현에 적극적이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자 하는 욕구도, 해외에 나가 신선한 것을 체험해보려는 도전 정신도 강하다. 대학생이 소비문화의 주체적인 집단으로 떠오르자 저가의 코스메틱 브랜드나 의류 브랜드, 채용/인턴, 어학원, 공모전 등 다양한 산업과 기업들에서 그들을 주 고객층으로 잡고 고객으로 모시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기업들에게 애드투페이퍼라는 광고 플랫폼은 대학생에게 가장 효율적으로, 또 효과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매력적인 채널이다.

애드투페이퍼 앱에는 대학생에게 최적화된 ‘보드’가 나타난다. 광고캠페인 보드에서는 대기업 채용공고나 영화 트레일러, 체험단 모집 캠페인 등 대학생이 솔깃할 만한 정보들이 나열돼 있다. 대학생 커뮤니티 사이트의 게시판에서 흔히 보이는 종류의 것들이지만 애드투페이퍼가 그런 사이트들과 다른 점은 타깃 집단에 맞는 정보를 적절히 배치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대학 3, 4학년생들에게는 채용 공고나 취업박람회 관련 정보가, 여대생에게는 신상 립스틱이나 저칼로리 요거트에 대한 캠페인이 자주 노출된다.

이렇게 세세한 타기팅이 가능한 이유는 앞서 언급했듯 애드투페이퍼에 가입한 대학생들의 성별, 전공, 입학년도 등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페이스북에서 정보를 공유하는 식의 방법으로 캠페인에 참여하고, 그 대가로 애드투페이퍼의 가상화폐 ‘애딧’을 얻는다. 그리고 그 애딧으로 교내에서 무료로 프린팅을 할 수 있다.

하지만 학생들의 활동은 대개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잘 타기팅된 광고는 수용자에게 정보로 느껴지기 때문에 애드투페이퍼의 광고를 접한 대학생들은 실제로 오프라인 행사에 참여하거나 공모전에 지원하는 등의 활동을 보인다. 이런 점에서 대학생 집단에 한해서만큼은 애드투페이퍼가 카카오톡 플러스 친구나 페이스북보다 광고의 효율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에는 이름이나 나이 정도를 제외한 여타 정보가 거의 입력돼 있지 않을 뿐더러 정확하다고 할 수도 없지만 애드투페이퍼는 지역별, 대학별, 전공별, 학년별로 타기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기존의 모바일 광고 플랫폼과 차별화된다.

하지만 애드투페이퍼가 처음 사업을 시작한 2010년부터 약 2여 년간은 광고주들의 반응이 좋지 않았다. 광고 재구매율이 거의 없을 정도였으니 ‘좋지 않았다’ 정도가 아니라 ‘나빴다’고 해야 할 것이다. 당시 가장 큰 문제점은 애드투페이퍼의 초기 모델이 가지고 있던 한계, 즉 프린팅 하단의 단순한 광고 노출로는 광고주들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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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좋은 광고 플랫폼으로 이끈 표지판들

애드투페이퍼의 초기 사업 모델은 일본에서 프린팅 서비스로 성공한 타다카피(Tadacopy)의 콘셉트를 벤치마킹해서 만들었다. 타다카피는 뒷면에 광고가 인쇄된 이면지를 각 학교의 복사기에 직접 배포하면 그 종이를 이용해 학생들이 무료로 프린트를 할 수 있는 서비스다. 전해나 대표는 무료 프린팅 서비스라는 콘셉트가 좋긴 했지만 직접 실행하기에는 무리라는 판단이 들었다. 종이 뒷면에 광고를 미리 찍어서 학교에 배송하는 타다카피의 비즈니스 모델은 비교적 큰 규모의 초기 자본이 있어야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종이를 보관하는 공간이 별도로 필요함은 물론 배송비도 적지 않기에 거리가 먼 대학들과는 제휴를 맺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라서 이 사업은 시작하기도, 또 확장하기도 어려운 사업 모델이었다. 그래서 전 대표는 무료 프린팅이라는 골자만 남기고 나머지를 새롭게 발전시켰다. 처음 선택은 학생들이 프린팅을 할 때 실시간으로 애드투페이퍼 서버에서 그 컴퓨터로 광고데이터를 받아오는 형태였다. 종이의 뒷면이 아닌 인쇄면 위아래에 얇은 띠로 광고가 실리게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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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오랜 고민을 통해 발전시킨 사업 모델이었음에도 전 대표는 또 다른 난관에 직면했다. ‘종이’라는 광고매체에 대한 광고주들의 반응을 미처 예상치 못했던 것이 문제였다. 인터넷과 모바일이 광고 시장에서 집중 조명을 받으면서 인쇄 광고는 하향세를 타고 있었다.

미디어 학자인 마셜 맥루한이 ‘매체가 곧 메시지’라고 말했던 것처럼 대부분의 기업들은 프린팅 광고가 오히려 기업의 이미지를 떨어뜨린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힘겨운 설득 끝에 광고를 계약하기는 하나 재구매하는 곳이 없을 정도로 애드투페이퍼에 대한 기업들의 반응은 좋지 않았다.

그에 반해 학생들의 호응은 뜨거웠다. 비록 프린트 한 장당 지불하는 금액은 50원에 불과하지만 한 학기 내내 드는 비용을 합해 보면 5만 원은 가볍게 넘곤 한다. 대학생들의 소소한 지출을 막아주는 애드투페이퍼는 여태껏 누구도 몰랐던 학생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서비스였고 덕분에 이용자 수는 증가일로였다.

하지만 아무리 이용자 수가 늘어나도 광고주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는 사업 확장이 불가능했다. 광고주가 많아지지 않으면 학생들이 무료로 출력할 수 있는 종이 수가 줄어들 것이고, 이는 이용자 감소라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 분명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 시기에는 중소기업청에서 받았던 시드머니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려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또 한번 사업 모델을 크게 전환해야 했다.

애드투페이퍼를 설립한 지 2년이 되던 2012년 말, 전 대표는 광고 채널을 인쇄지에서 모바일로 확장하기로 결심했다. 인쇄 광고는 애드투페이퍼의 2010년 초기 사업 모델을 유지하되 모바일 광고를 중심으로 내세우는 새로운 사업 모델이었다. 이 모델은 모바일 앱에서 여러 개의 광고 캠페인들을 동시에 진행하고 그 캠페인에 참여하는 대학생은 무료 프린팅을 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었다. 이처럼 노골적으로 전면에 광고를 내세우는 서비스는 어디에도 없었기 때문에 사실 전 대표는 성공 가능성을 확신할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뒷걸음칠 수도 없었기 때문에 가능성만을 믿고 진행했다.

2013년 새 학기가 시작되던 3월2일, 애드투페이퍼가 모바일 앱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대학생들의 반응은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엄청났다. 대학별 앱 다운로드 수나 출력된 종이의 수 등과 같은 모든 지표들이 크게 상승한 덕분에 5분마다 앱 데이터 분석 페이지를 새로 고침하며 들여다봐야 할 정도였다.

이전에는 대학생이라는 것을 제외하면 별달리 내세울 점이 없는 광고 플랫폼이었지만 모바일 앱을 론칭하면서 정교한 타기팅은 물론 광고 성과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가능해졌고 배너 광고뿐 아니라 클릭이나 설문조사처럼 대학생의 참여를 유도하는 새로운 형태의 광고 캠페인도 진행할 수 있었다. 이런 상황이 되자 모바일 앱과 관련된 광고 지표들을 본 광고주들의 반응은 180도 달라졌다. 인쇄 광고만 하던 이전의 2년 동안 광고주 수는 220개에 불과했지만 모바일 앱 론칭 이후에는 10개월간 120건의 광고를 계약했다.

2014년 9월, 애드투페이퍼는 또 한 번의 서비스 리뉴얼을 통해 변화했다. 더 이상 출력물 하단에 광고가 인쇄되지 않는 모바일 광고로 전환한 것이다. 또한 애드투페이퍼의 가상화폐인 애딧을 선보임으로써 유·무료 출력을 위한 충전형 ‘유료 포인트’를 통합했다. 이들은 앞으로도 다양한 시도를 통해 서비스를 확장해볼 예정이다.

20대가 만들고 20대와 함께 나이 들어가는 서비스 애드투페이퍼는 ‘우리는 이래야 한다’는 제약을 두지 않고 시장이 보여주는 표지판을 따라 진화해왔다. 타다카피의 모델에서 물리적 한계를 보완한 클라우드 기반의 지면 광고로, 다시 모바일 광고 플랫폼으로 변한 것이다. 이들은 애드투페이퍼의 잠재력에 의문을 가졌던 이들에게 휩쓸리지 않고 ‘대학생의 삶이 편해지는 서비스를 만들자’라는 열망으로 자신들의 친구인 대학생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이는 애드투페이퍼가 대학생들이 만든 회사였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즉, 같은 대학생이기에 알 수 있었던 불편함을 해소하고 이를 이용해 새로운 가치를 탄생시킨 것이다. 사실 대학생이 아니고서는 매일같이 수업 자료를 출력하는 데 쓰는 1000∼2000원이 가끔은 얼마나 아깝게 느껴지는지 알 길이 없고 대부분의 대학생이 매일 복사실에 간다는 사실도 떠올리기 어려웠을 것이다.

2010년 당시 일본에서 크게 성공한 타다카피를 벤치마킹한 국내의 기업들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들은 하나같이 얼마 못가 결국 사업을 정리했다. 아마도 본인이 가려운 것이 아니니 고객들의 어떤 부분을 긁어줘야 할지도 몰랐다는 점이 가장 큰 실패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반면 대학생들로만 구성된 애드투페이퍼는 이 점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애드투페이퍼는 어느덧 누적 회원 57만 명을 달성하며 무료 프린트로 절감한 금액이 22억 원에 이르는 성과를 기록했다. 창업 초기에는 구성원들이 어리고 사업 경험이 없었기에 영업, 개발, 홍보, 고객 대응 등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었다. 광고주들이 사업 파트너보다는 멋모르는 젊은이로 치부할 때도 많았다. 하지만 애드투페이퍼는 사업의 핵심 포인트인 대학생의 사정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었기에 살아남을 수 있었고 앞으로 이어질 또 다른 미래도 그릴 수 있게 됐다.

애드투페이퍼는 최근 대학생 대상 마이크로크래디트 서비스 ‘애딧페이(ADDITPAY)’를 론칭해 새로운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대학생 대상의 비대면 무담보 소액 대출 서비스인 애딧패이는 1인당 최대 30만 원 한도로 두 달까지 지원하는 대출 서비스다. 연금리는 15%(매달 1.25%)로 두 달간 사용할 경우 원금의 2.5%가 이자로 부여된다. 한도액, 기간 등은 대학생들이 월세나 생활비 등으로 급하게 필요한 금액, 파트타임 등을 통해 상환할 수 있는 금액 등 대학생들의 생활패턴을 고려해 설계됐으며 애드투페이퍼를 통한 프린트 이용량, 학생 여부 등 수입과 신용도가 낮은 대학생들의 특성을 고려한 신용평가 모델을 개발했다. 애딧페이는 2015년 11월 론칭해 2016년 7월 기준으로 이용자 수 1000명, 이용 거래 건수 1만 건, 누적 대출 이용 금액 10억 원을 돌파했다. 애딧페이는 프린팅비를 아껴주는 것을 넘어 실제로 대학생들의 생활비와 경제적인 부분에 도움을 주기 위한 서비스라는 것이 애드투페이퍼의 설명이다.

여러 장점 중에서도 애드투페이퍼가 다른 서비스와 차별화된 매력은 우리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청춘을 함께하는 서비스라는 점이다. 유저들과 함께 성장하며 모바일 트렌드를 주도하는 20대에게 가장 영향력 있는 모바일 서비스가 되는 것이 애드투페이퍼의 비전이다.



성공 요인과 향후 과제

애드투페이퍼는 우리나라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고도화된 뒤 탄생한 첫 번째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2009∼2010년을 기준으로 크게 도약하는데 그중에서도 중요한 동력으로는 프라이머를 비롯한 엑설러레이터들의 탄생, 스타트업 육성을 목적으로 하는 민간재단의 등장, 정부의 초기 창업지원 프로그램의 강화를 들 수 있다. 특히 프라이머와 본엔젤스 사례처럼 선배 창업자들이 체계화된 육성프로그램과 자금을 바탕으로 엑설러레이터를 운영하기 시작한 것은 생태계의 근본적 변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목표고객과 같은 또래의 열혈 대학생이라는 점도 애드투페이퍼가 가진 큰 장점이었다.”


애드투페이퍼는 대학 내 창업교육으로부터 시작해 정부와 프라이머의 투자와 육성을 받았으며, 우리나라의 가장 대표적인 스타트업 육성 지원재단인 아산나눔재단이 개최한 정주영 창업경진대회 제1회 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해 상금과 투자를 받은 바 있다. 민간과 정부 부문으로부터 체계적인 지원을 받은 첫 번째 스타트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이처럼 주목을 받은 이유는 대상 고객의 특정한 문제를 명확히 포착하고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투자자 혹은 심사자의 입장에서 매우 명쾌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는 기업으로 평가받은 것이다. 물론 창업팀이 목표고객과 같은 또래의 열혈 대학생이라는 점도 애드투페이퍼가 가진 큰 장점이었다.

그러나 이처럼 매력적으로 보였던 애드투페이퍼의 초기 사업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애드투페이퍼가 부딪혔던 난관은 양면시장의 작동원리를 살펴봄으로써 이해할 수 있다. 애드투페이퍼의 비즈니스모델은 전형적인 양면시장 플랫폼이다. 학생들과 광고주들은 상대편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애드투페이퍼를 통해 거래할 만한 유인이 생기는, 이른바 ‘교차네트워크효과’를 갖게 된다. 광고주들은 학생들이 많이 참여하면 광고노출이 늘어나는 효과를 갖게 되고 반대로 학생들은 광고주가 늘어나면 프린트를 더 많이 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애드투페이퍼의 초기 비즈니스모델에서 광고주는 실제로 학생이 얼마나 더 많이 참여했는지 정확히 판단할 수 없다는 어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가입 학생 수나 인쇄된 종이 수는 확인할 수 있었지만 과연 몇 명의 학생이 실제로 자신의 광고를 보았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학생들의 측면에서 보면 교차네트워크 효과는 광고주의 수에 실제로 연동되지 않는다. 광고주가 많든 적든 광고를 보기만 하면 인쇄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극단적으로 단 한 명의 광고주가 있다고 해도 인쇄에는 지장이 없는 셈이다. 교차네트워크효과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실제로 상대편 네트워크의 규모에 민감하게 연동된다고 보기 어려운 구조였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애드투페이퍼가 모바일 기반 광고로 전환한 것은 매우 바람직한 방향이었음을 알 수 있다. 광고주들은 이제 실제로 몇 명의 학생이 자신의 광고를 보았는지 확인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또한 학생들 역시 광고주가 늘어나면 볼 수 있는 광고의 수가 늘어남으로써 인쇄 가능량이 증가하는 효과를 직접 느끼게 된다. (물론 학생들의 불편도 다소 늘어났다고 볼 수 있다)

애드투페이퍼가 출시한 새로운 서비스 애딧페이는 양면시장 플랫폼이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벗어난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핀테크 영역에서는 P2P 대출을 비롯한 다양한 양면시장기반 비즈니스 모델이 존재하는 데도 불구하고 애딧페이는 그동안 애드투페이퍼의 비즈니스 모델과 유사한 P2P 대출이 아니라 직접 대출을 실행하는 형태의 마이크로크레디트 대출 모형으로 설계됐다는 점은 흥미로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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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애딧페이의 미래는 어떨까? 애딧페이의 성패는 두 가지 요인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우선 자본조달 비용이다. 현재 애드투페이퍼는 투자받은 자금을 대출에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앞으로 대출 규모가 증가한다면 추가 조달이 필요하다. 기존 금융기관들이 채권발행을 비롯한 다양한 자본조달방안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과의 격차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그러나 자본조달보다 더 중요한, 그리고 아마도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은 축적된 데이터이다. 다시 말해서 그동안 축적된 대학생들의 행태자료가 실제로 신용도 평가에 활용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은행이나 카드 거래가 충분하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신용평가는 오랫동안 금융기관들에 큰 골칫거리였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해외의 카드사들은 심리분석과 같은 새로운 방법으로 신용도를 예측하는 서비스들(예를 들면 Visual DNA서비스)을 도입하는 등 비금융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결합하는 시도를 실행하고 있다. 만약 애드투페이퍼가 그동안 수집한 대학생들의 행태 정보가 다른 금융기관들이 갖고 있지 못한, 신뢰할 만한 신용평가 근거자료로 밝혀진다면 애딧페이는 큰 경쟁우위를 갖게 될 수 있을 것이고 여러 금융기관의 러브콜을 받게 될 것이다. 진실의 순간(moment of truth)은 멀지 않았다.


최기영 현대오토에버 과장 stefhano0930@gmail.com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 drkim@kookmin.ac.kr

최기영 과장은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와 카이스트 테크노 MBA를 거쳐 스타트업 전문 미디어 비석세스에서 스타트업 취재, IT 트렌드 분석 등을 담당했다. 현재 현대오토에버에서 기획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저서로 <스타트업 코리아>, <한국의 스타트업 부자들> <왜 지금 드론인가>가 있다.

김도현 교수는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에서 학사부터 박사까지 마친 후 보스턴컨설팅그룹을 시작으로 투자은행과 스타트업을 거치면서 전략 수립과 인수합병 업무를 익혔다. 이후 영국 워릭비즈니스스쿨(Warwick Business School)에서 경영전략 및 창업을 공부해 두 번째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벤처창업학회장과 하버드대 방문학자를 지냈고 스타트업의 전략과 벤처캐피털의 행동에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있다.
  • 김도현 김도현 | - (현)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
    - 한국벤처창업학회장
    - 하버드대 방문학자
    drkim@kookmi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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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트업 코리아>, <한국의 스타트업 부자들>, <왜 지금 드론인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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