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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 Biz

쌀 대체재는 빵 아닌 고기.. 품질 좋은 쌀 편하게 먹는 제품이 해법

문정훈 | 208호 (2016년 9월 lssue 1)

Article at a Glance

우리의 주식이 점차 외면받고 있다. 누가 쌀의 자리를 대체하고 있을까. 흔히 상상하는 것과 달리 빵은 쌀의 대체제가 아니다. 빵은 여전히 국내에서는 간식의 성격이 강하다. 라면은 대체재 역할을 하지만 최근에는 라면의 소비도 줄고 있다. 오히려 빠르게 쌀의 자리를 대체하고 있는 것은 육류다. 그러나 육류를 많이 소비한다고 밥을 안 먹지는 않을터. 때문에 쌀 가공기술이나 쌀 육종기술의 발전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핵심은 역시 좋은 품질의 쌀을 편리하게 소비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우리가 쌀을 덜 먹는 것은 쌀이 싫어서가 아니라 쌀을 조리해서 밥과 반찬을 해먹는 과정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쌀의 소비가 줄고 있다. 우리 쌀 생산 농민들은 쌀 소비가 줄어드는 것에 힘겨워하고,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쌀 소비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여기에 또 다른 비즈니스 기회가 열리고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소비자들의 라이프 스타일이 바뀌면 반드시 거기에는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있기 마련이다. 또한 쌀 소비를 반등시키려면 왜 쌀 소비가 줄어드는지를 봐야 한다.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잡기 위해서라도 왜 쌀을 덜 먹는지 살펴봐야 한다. 그 이유를 찾아보자.

 

오래 전부터 중국과 일본에서는 우리를대식국(大食國)’이라 불렀다. 삼국사기에 나오는 무열왕 김춘추의 식사량을 보면 하루에 쌀 서 말과 꿩 아홉 마리를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굉장하다. 임진왜란 시절의 기록을 보면 군량미 기준 조선군의 한 끼 쌀 섭취량은 7홉인데, 일본군은 2홉이었다고 한다. 조선군이 일본군보다 무려 3배 이상을 먹었다. 조선군의 한 끼 쌀 섭취량인 7홉은 조선 중기의 기준으로 1홉이 60㏄였으니 7홉이면 대략 420㏄가 된다. 심지어 1890년대 자료를 보면 밥공기의 용량이 무려 900㏄에 달한다. 요즘 밥공기 하나에 들어가는 쌀의 양은 겨우 100∼120㏄ 정도이고, 밥공기의 용량은 190㏄ 정도인 것을 생각하면 실로 어마어마한 양이다. 예전에는 쌀을 지금의 네 배 이상을 먹었던 것이다. 이처럼 시간이 흐름에 따라 쌀 소비는 이미 상당량 줄어들었다.

 

쌀의 대체재는 빵일까?

소비자들이 밥을 줄였다면 분명히 다른 것의 소비를 늘렸을 것이다. 우리는 대식국의 후예들이 아니던가! 이에 관해 많은 이론과 의견이 분분하다. 가장 그럴듯한 이론은빵 대체재론이다. 많은 이들이 빵이 쌀을 대체한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농촌진흥청이 수집한 수도권 1000여 가구의 5년간 식품 구매 영수증 자료 분석에 따르면 믿음과는 달리 빵이 밥을 대체하고 있지는 않다. 한국인은 여전히밥심이기 때문에 빵은 주로 간식으로 먹는다. 그래서 국내에서 판매되는 빵들은 단맛 위주의 페이스트리류이다. 유럽식의 밍밍한 식사 대용 빵은 한국 시장에서는 선호되지 않는다. 빵은 빵대로 먹고 밥은 밥대로 먹어야 하는 것이 여전히 주류 소비자들의 음식 소비 패턴이다.

 

 

 

빵에 대해서 조금만 더 들여다보자. 국내에서 빵은 커피와 보완재인 것 같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둘 다 간식 비용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대체재 관계로 추정하고 있다. 빵을 많이 사 먹으면 다른 간식 비용을 줄인다. , 커피와 음료, 과자 등의 지출을 줄이게 된다. 그래서 카페가 잘되면 빵집이 힘들고, 빵집이 잘되면 카페가 힘들다. 요즘은 카페에서도 빵을 팔고, 빵집에서도 커피를 팔면서 대체재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고자 하고 있다. 반면에 쌀은 이들과는 다른 독립재이다. 자료 분석을 해보면 쌀의 대체재 역할을 하는 것은 라면이다. 쌀과 라면은 모두 주식비용 호주머니에서 나온다. 라면을 사 먹으면 그만큼 밥에 대한 욕구가 줄어들고 쌀을 사지 않게 된다. , 빵과 커피는 왼쪽 호주머니, 쌀과 라면은 오른쪽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돈으로 소비한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이제 라면의 소비도 감소 추세에 들어갔다. <그림 1>을 보아도 쌀 소비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으나 밀 소비는 증가하고 있지 않고 정체돼 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밥을 안 먹고 뭘 더 먹고 있는 것일까?

 

고기가 쌀을 대체하고 있다.

최근 5년간 수도권 주부들의 구매 패턴을 보면 단일 제품군으로 가장 구매액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은 육류 쪽이다. 물론 국내 외식에서도 단연 1위는 고깃집에서 돼지고기를 구워 먹는 것이다. 신선육 구매를 보면 앞서 언급했던 수도권 주부들의 경우 2012년에 연평균 58만 원을 지출했는데, 2015년엔 무려 74만 원을 지출했다. 가공육까지 포함하면 2012년엔 75만 원, 2015년에는 94만 원이다. 육류가 상당히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신선육의 경우 전체 구매액 중 41%가 돼지고기로 역시 대한민국 대표 육류 식재료는 돼지고기로 나타났다.

 

 

 

채소 쪽을 조사해보면 채소 소비량은 쌀보다도 더 급격히 줄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채소를 많이 먹는 국가인 대한민국의 위상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여전히 세계 1위인 것은 사실이지만 어쩌면 머지않은 미래에 그 자리를 이탈리아에 내줄 것 같다. 한국인의 1인당 채소 소비량이 놀라울 정도로 높았던 가장 큰 이유는 채소를 데쳐서 나물로 무쳐 먹는 습관 때문이다. 채소를 샐러드의 형태로 먹는 것에 비해 데쳐서 나물로 먹으면 훨씬 많은 양의 채소를 섭취할 수 있다. 그러나 외식이 증가하고 한 그릇 음식의 식문화가 증가하면서 나물의 섭취가 줄고 있다. 밥을 적게 먹으면 나물의 섭취도 줄어든다. 채소류는 쌀과 보완재인 데 반해 육류는 쌀과 대체재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제 한국인은 밥심이 아닌 육심으로 산다는 말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우리 국민의 고기 섭취량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서구 국가에 비하면 높지 않은 수준이다. 대표적인 육식국(肉食國) 독일과 비교해보면 적색육의 경우 우리가 독일의 72% 수준에 머물고 있고, 가공육의 경우 겨우 5% 수준으로 소비하고 있다. 소시지와 햄으로 대표되는 가공육은 우리 한국인의 식문화에 아직 제대로 편입되지도 않은 셈이다. 독일인들은 커다란 햄 덩어리를 스테이크처럼 썰어 먹는 경우가 꽤 많은데 한국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식문화이다. 반면에 채소의 경우 우리는 1년에 무려 222㎏을 먹고 있다. 독일의 2.5배 수준을 먹고 있는 것이다. 놀라운 양이다. ( 1)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추정해 보자면 앞으로 우리의 식생활은 더욱 서구화될 것이라는 전제하에 밥과 채소의 소비량은 더 줄고 고기의 소비량은 더욱 증가하리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쌀 소비 감소에 따른 새로운 기회

쌀의 소비가 감소한다는 것은 반찬의 소비가 감소한다는 것을 의미하니 특히 나물류의 소비는 더 줄어들 것이다. 미나리, 시금치, 고사리, 가지, 콩나물 등의 소비는 더욱 줄어들 것이다. 반면에 고기의 소비가 올라간다면 불에 고기를 구워서 쌈과 함께 먹는 문화가 발달한 우리의 식문화의 특성상 상추를 비롯해 고기와 함께 먹을 수 있는 독특한 쌈 채소류의 시장 성장이 기대된다. 청겨자, 치커리, 쌈채, 청경채, 코스타마리 등의 비교적 생소한 이름의 쌈 채소들이 요즘 우리의 식탁과 외식 업체의 식탁에 신선하게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들 쌈 채소들은 독특한 식감과 향을 가지고 있어서 단조로울 수 있는 고기 중심의 식단을 다양하고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

 

밀이 쌀을 제치고 전 세계를 제패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다양한 가공기술에 있다. 밀로는 빵, 파스타, 과자 등 다양한 식감과 맛의 제품을 만들 수 있었던 반면 쌀의 경우는 쌀 원물의 형태로 소비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밀 가공기술의 역사는 수천 년이지만 쌀의 경우 삶아 먹는 방법 이외의 다양한 가공기술이 개발되기 시작한 것은 불과 50년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아직도 기술 발전의 여지가 많은 분야가 바로 쌀 가공기술이다. 매력적인 쌀 가공기술은 감소하고 있는 쌀 소비를 반등시켜 줄 중요한 요인이 된다. 또한 천편일률적이고 단조로운 쌀 맛을 개선하는 육종기술도 새로운 기회를 만드는 요인이 된다. 많은 이들이 밥을 어떻게 짓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을 뿐 어떠한 품종의 쌀이 어떠한 관능적 특성을 내는지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낮다. 밥맛을 바꾸어 주고, 다양한 밥맛을 내는 핵심은 쌀의 품종이다. 이 분야에서는 일본이 전 세계에서 가장 앞서나가고 있고, 우리도 그 뒤를 좇아가고 있다. 이에 따라 새로운 맛과 식감의 쌀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림 1>에 나타난 곡물 쪽의 소비 패턴을 보면 쌀은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다른 곡물들은 정체돼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그래프에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적은 비율이긴 하지만 최근 무섭게 떠오르고 있는 곡물의 서브 카테고리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슈퍼 곡물이다. 그런데 이 슈퍼 곡물은 학문적으로도 아무런 근거 없는 세일즈 용어이며 그 정의가 애매모호하다. 많은 미디어에서 <타임스>지가 10대 슈퍼 푸드, 6대 슈퍼 곡물을 선정했다고들 하지만 역시 근거 없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 슈퍼 곡물이라고 하는 세일즈 용어는 소비자들에게 대단히 효과적이어서 귀리, 치아씨, 퀴노아, 병아리콩, 렌틸콩 등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주로 다이어트용으로 수입돼 팔리고 있는 곡물들을 흔히 슈퍼 곡물이라고 하는데 앞서 언급했듯이 이 슈퍼 곡물에 대한 다이어트의 효과성은 의학적으로 전혀 검증돼 있지 않다. 하지만 이 슈퍼 곡물은 특히 젊은 여성과 주부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으며 쌀을 대체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앞으로도 이 슈퍼 곡물의 판매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어차피 아무런 의학적, 과학적 근거 없는슈퍼 곡물이라면 우리 현미를 슈퍼 곡물 리스트에 욱여 넣어 팔아보는 건 어떨까? 동물실험 수준에서는 우리 현미가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는 이미 나와 있으며 적어도 우리 쌀농가의 시름을 덜어 줄 것임에는 분명하다.

 

감소하고 있는 쌀 소비를 반등시키기 위한 핵심은 역시 편리하면서 좋은 제품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적절한 가격에 좋은 품질의 쌀 제품은 분명히 소비자들에게 어필한다. 우리가 쌀을 덜 먹는 것은 쌀이 싫어서가 아니라 쌀을 조리해서 밥과 반찬을 해먹는 과정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3500원짜리 편의점 도시락이 최근 1년간 무려 200% 이상의 매출 신장을 달성했다. 밥이 싫어서 먹지 않는 사람은 없다. 좋은 제품이 나오면 소비자는 기꺼이 밥에 지갑을 연다. 밥에도 혁신이 필요 하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부교수·Food Biz Lab 연구소장 moonj@snu.ac.kr

문정훈 교수는 서울대를 졸업하고 뉴욕주립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KAIST 경영과학과를 거쳐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에서 식품 비즈니스를 연구하고 있다. 국내외 주요 식품기업과 연구소를 대상으로 컨설팅하고 있으며 주 연구 분야는 식품산업 기업전략, 식품 마케팅 및 소비자 행동, 물류 전략 등이다.

  • 문정훈 문정훈 | - (현)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부교수
    - (현) Food Biz Lab 연구소장
    - KAIST 기술경영학과 교수
    moonj@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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