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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노엘 카페레 교수 인터뷰

“럭셔리는 고객이 꿈꾸게 하는 것. 온라인 시대도 ‘꿈’은 포기 못할 요소다”

김현진 | 200호 (2016년 5월 lssue 1)

 

Article at a Glance

 온라인 유통 채널 확대 및 소비 패턴의 변화로 럭셔리 업계는 일대 변혁을 경험하고 있다. 이런 시대에 럭셔리 업계 또는 럭셔리 마케팅을 추구하는 기업들은 과거 럭셔리 업계의 성공 공식과 새로운 질서 사이의 균형을 찾는 일에 주력해야 하다. 럭셔리 산업의 팽창은 급속한 성장으로 구성원 내 불평등을 경험하게 된 신흥 개발도상국 내에서 역풍을 맞기도 하다. 이러한 정치적, 사회적 이슈가 럭셔리 업계 내보이지 않는 적으로 떠오른 것이다. 온라인은 여전히 럭셔리 제품을 소개하기에 최적화된 채널은 아니다. 그럼에도 대세를 거스를 수 없다면 스스로 철학을 세워야 한다. 온라인을 통해할 수 있는 일보다해서는 안 되는 일에 대해 생각해보는 균형 감각도 필요하다는 뜻이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취재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손지현(이화여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인터넷의 발달과 소비자 태도의 변화는 고고하게그들만의 리그를 즐겨왔던 럭셔리 브랜드들에게빅뱅에 가까운 변혁을 기대하고 있다. 럭셔리의 본질적 가치라고 할 수 있는 희소성, 제왕적 리더십, 배타성 등이 인터넷 발달로 야기된 정보의민주화로 어쩔 수 없이 변형돼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프라다의 최근 행보 역시 이런 흐름을 반영한 결과다. 프라다는 411(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투자설명회에서 “1200∼1400유로대의 중저가 제품군을 늘리고, 온라인 사업 비중을 2배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실용적인 나일론 소재로 만든 포코노(pocono) 핸드백 가격이 2000유로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엔트리급의 라인업을 강화하겠다는 뜻이다. 또 오프라인 매장 위주의 고가 제품 판매 전략이 실적 부진으로 이어지자 온라인 채널과 이 채널에 특화된 제품에 좀 더 힘을 싣겠다는 포석이기도 하다. 프라다는 2년 연속 수익이 20% 이상 줄어들었다.1

 

게다가 럭셔리 산업이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면서 발생하는 정치적, 사회적 이슈도 럭셔리 브랜드 관점에서는보이지 않는 적으로 떠오르고 있다. 럭셔리 브랜드 운영 전략을 집대성해 전 세계 럭셔리 산업 종사자 및 관련 전공 학생들 사이에서 교과서로 불리는 책, 뱅상 바스티앙과 공저)>의 저자 장 노엘 카페레 교수는 집필 당시와 사뭇 달라진 럭셔리 비즈니스 환경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그는 본인의 저서에서 럭셔리 브랜드의 운영 전략으로가격(price)과 관련된 정보를 공개하거나 공유하지 말 것’ ‘온라인 유통을 지양할 것등을 소개한 바 있다. DBR은 그와의 e메일 인터뷰를 통해 새로운 럭셔리 전략에 대해 물었다.

 

 

장 노엘 카페레(Jean-Noël Kapferer) 교수는 브랜드 매니지먼트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이다. 프랑스의 명문 경영대학원인 HEC Paris에서 MBA, 미국 노스웨스턴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프랑스의 INSEEC 교수로 재직하면서 서울과 제주도, 베이징 등에서 럭셔리 관련 교육 및 컨설팅을 수행하는 전문 교육기관, ‘럭셔리 비즈니스 인스티튜트(LBI)’의 교육자문위원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브랜드 전략 경영, 럭셔리 경영, 브랜드 포트폴리오, 브랜드 아이덴티티 등의 분야에서 100여 개 이상의 논문을 집필했다. 저서로는등이 있다.

 

 

지금까지 럭셔리 브랜드들은 희소성, 배타성 등의 기본 원리를 바탕으로 성공의 역사를 써왔다. 앞으로도 같은 성공 공식이 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나.

 

2006년 이후 개인용 럭셔리 제품(personal luxury goods)의 성장을 이끈 요인의 3분의 2쯤은 본질적으로 부유층이 아닌 중산층의 증가 때문이다. 중산층은 부의 축적을 바탕으로 부유층의 소비 패턴을 따라 하려고 애썼고 이것이 명품 시장의 성장세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다. 중국뿐 아니라 아프리카 등 신흥 국가에서도 잠재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큰 중산층 집단이 등장했다. 하지만 이들의 성장에 따라 명품 시장이 유기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장밋빛 전망만 품기에는 적지 않은 걸림돌이 있다.

 

한때명품의 미래로 불렸다 최근 침체를 맞으며 많은 브랜드들에 시련을 주고 있는 중국 시장의 예가 대표적이다. 중국 정치 지도자들은 수년째 반부패 캠페인을 벌이며 관료들을 감독하고 있고, 이에선물용도로 쓰였던 명품 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2 전통적으로 선물용 제품 니즈가 컸던 중국의 럭셔리 시장은 시계 등 특히 고가(高價) 제품에서 타격이 컸다. 이 같은 정책이 무엇을 의미할까.

 

중국인 럭셔리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럭셔리를 누릴 수 있는 계층과 그렇지 못한 계층의 빈부 차가 커졌다. 즉 럭셔리 제품으로 상징되는 빈부 차가 사회적 평등을 해치게 된 것이다. 럭셔리 제품은 이런 불평등을 눈에 띄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정부의 타깃이 되기 쉬웠다. 게다가 럭셔리 업계는 주로 외국 브랜드로 구성돼 있다. 외국계 기업에 대한 배타성까지 곁들여지자 해외 명품 업체에 대한 부정적인 정서가 형성되기 시작했다.굳이 온라인 생태계 등 인프라적인 혁신 요인을 짚지 않더라도 이처럼 럭셔리 산업에 미치는 다양한 변수들을 고려해야 하는 때가 왔다.

 

 

그렇다면 과거 수립한성공 공식을 바탕으로 운영 중인 현재의 럭셔리 시장, 그리고 럭셔리 마케팅에 가장 큰 위협요소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역시 정치와 이에 따른 사회적 정서를 가장 먼저 꼽고 싶다. 세계 각국의 대도시들에서 럭셔리 브랜드의 매장들이 우후죽순 생겨 각축전을 벌이게 된 현상, 이로 인해 확대된 럭셔리 제품의 가시성(visibility)은 과거엔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는 럭셔리 제품의 온라인 유통에 따른 결과이기도 하다. 과거에는 소수의 부자들만 접근할 수 있었던 럭셔리 제품이 지금은 돈을 내기만 하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대중적인 쇼핑 타깃이 됐다는 뜻이다. 이들 브랜드가 위용을 점점 더 뽐내는 것과 동시에 어떤 이들은 이렇게 질문할 것이다.

 

 

 

 

“환경오염과 같이 인류의 생존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이슈도 해결되지 못한 마당에 왜 많은 사람들이 럭셔리에 탐닉하는 건가요?”라고 말이다. 기본적으로 럭셔리 제품이사치이거나꼭 필요하지 않은 것이라는 부정적 인식을 밑바탕에 깐 질문이다. 럭셔리 산업의 눈부신 성공은 각국 정부뿐 아니라 비정부기구(NGO)를 필두로 한 시민단체와 정치인들의 시선을 끌었다.

 

이들은 예컨대 메이저 럭셔리 브랜드들이 희귀한 자원(동물의 가죽 또는 광물 등)을 활용해 제품을 만들고, 큰돈을 번다는 사실을 어떤 방식으로든지적하고 싶어 한다. 럭셔리 산업과 그 소비자들을 현재 진행 중인사회적 불평등을 부채질하는 희생양으로 삼고 싶은 것이다. 이러한 이슈를 설명하기 위해 럭셔리 산업만큼 적합한 소재도 사실 찾기 쉽지 않다. 따라서 향후 럭셔리 산업은 이런 이슈와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기 위한 대관 업무 또는 사회적 소통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장기불황의 여파로 소비자들이 가성비(value for money)를 중시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이타마르 시몬슨 미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최근 입소문 마케팅 전문가 엠마뉴엘 로젠과 함께 쓴 저서 <절대가치(Absolute value,2015)>3 에서 온라인의 발달로 소비자가 물건을 사기 전 미래의 사용 경험을 세밀하게 예측할 수 있게 되면서 소비자들이 브랜드 이미지를 통한상대적 가치보다 실제 경험하는 품질 등의절대 가치에 더 집중한다고 소개했다. 이런 소비 트렌드가 럭셔리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브랜드의 명성이 소비 결정에 미치는 영향이 점점 줄어들 것이라는 얘기는 내가 이 업계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한 세월만큼이나 오랫동안 들어왔다. 하지만 럭셔리는경험의 상품(experience goods)’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이 경험을 통한 심리적 만족에는 브랜드 명성이 크게 작용한다. 럭셔리 핸드백을 구입하는 소비자는 이와 똑같은 핸드백을 가질 만큼의 능력은 없지만 이 브랜드의 가치는 잘 알고 있는 사람들로부터 자신이 얼마나 특별한 취향과 능력을 가진 사람인지를 인정받고 싶어 하는 마음을 갖게 되기 마련이다. 이러한 심리적 교환 작용이 일어나게 하는 기호가 브랜드 로고다.

 

물론 이미 당신이 에르메스 핸드백 10개를 갖고 있다면 11번째 가방을 사는 데 따른자부심이나 소유에 따른 효용은 그리 크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인간은 본성적으로 럭셔리 제품을 통해 여전히 배타성 또는 독점성(exclusivity)을 느끼고 싶어 하고, 이런 심리적 효용은 다른 사람들이 알아봐줄 때 훨씬 더 확대된다. 각 브랜드는 빅데이터 덕분에 이제 럭셔리 고객군 내에서도 과시지향형, 자기만족형 등으로 세분화해서 타기팅할 수 있게 됐고, 또 이들이 예컨대 로고가 크게 또는 작게 들어가는 제품 중 어떤 것을 선호하는지 등을 알 수 있게 됐다. 결국 럭셔리는 꼭 있어야 하는 필수제품도 아니고, 빨리 사야 하는 제품도 아니다. 럭셔리 비즈니스는을 파는 사업임을 명심해야 한다.

 

제품을 살 때 고객들은 이 제품을 사는 여정에서 만나게 되는 모든 요소를 경험하기 위해 럭셔리 제품을 구매하기도 한다. 직원들의 정성어린 서비스, 보고 듣고 느낀 모든 체험들이 곧 고객 경험(experience)인 것이다. 최근에는 예컨대 고급 시계를 하나 소유하는 대신 가족과 함께 제주도에서 럭셔리한 휴가를 보내면서경험의 럭셔리를 꿈꾸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럭셔리의 경험적 효용과 가치는절대가치로 설명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당신의 저서를 비롯해 럭셔리 전략을 다룬 교과서들은 모두 인터넷을 통한 럭셔리 제품의 판매는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미 거의 모든 럭셔리 브랜드들이 온라인을 통해 고객과 소통하고 물건을 판매한다. 이런 흐름에 맞는 럭셔리 마케팅 전략은 무엇인가.

 

인터넷은 확실히 럭셔리 브랜드의 존재를 대중에 알리는 데 기여했다. 과거의 럭셔리가 최고급 쇼핑가에서만 판매하고, 제한적인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패션잡지 속에서나 정보를 제한적으로 얻을 수 있는 대상이었다면, 이제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남녀노소 누구나 럭셔리와 관련한 구매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럭셔리의 핵심 요소인 차별화와 고가(高價)전략을 유지하기 위해 정보가 대중에게 낱낱이 알려지는 일은 경계해야 한다. 인터넷은 본질적으로 다수를 위한 대량 판매에 더 적합한 채널이기 때문이다.

 

에르메스의 파트릭 토마 전() 최고경영자(CEO)페이스북의 ‘Like’ 개수에 신경을 쓸 필요가 있나. 또 에르메스가 SNS를 통한즉각적 인지도 순위에서 톱10에 들지 못했다고 신경 쓸 일이 있을까라고 반문하곤 했다. 물론 에르메스도 여러 가지 디지털 활동을 은밀하게 벌이고 있다. 그러나 럭셔리 브랜드들이 대체로 접근 가능성이 높은 가격대인 매스티지4 브랜드와 같은 경기(race)를 뛰고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상기하라는 뜻으로 한 말이다. 에르메스가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가장 수익률이 높은 브랜드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그의 원칙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5 럭셔리 브랜드 역시 온라인이라는 대세를 무시할 수는 없다.

 

그래서 이를 활용하기로 결정했다면 먼저 스스로 철학을 세울 필요가 있다. 즉 온라인을 통해 할 수 있는 일들에 성급하게 착수하기에 앞서 오히려 어떤 일을해서는 안 되는지를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6 온라인 마케팅에서도 럭셔리 경영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 지키기 위한 벤치마킹 대상으로 뉴욕의 최고급 백화점 바니스(Barney’s)를 꼽고 싶다. 이 백화점의 디지털 담당 부사장은 항상모든 이(럭셔리 브랜드 및 유통업체)들이 소셜망을 통해 하고 있는 일들 가운데 우리가 유행에 편승해해서는 안 될 일이 무엇인지 스스로 수십 번씩 자문해본다고 말한다.

 

 

그러나 까르띠에나 샤넬과 같은 성공적인 럭셔리 브랜드들 조차 이미 대중적인 온라인 포털 사이트들을 통해 각자의 제품을 광고하고 있다. 과거의 럭셔리 마케팅 공식에 따르면 이런국민 플랫폼에 배타성이 높은 럭셔리 제품을 광고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럭셔리 브랜드 경영자의 가장 큰 책무는 앞으로 개방성과 폐쇄성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는 일이 될 것이다. 새로운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접근성이 높은 제품을 제안하는 것은 럭셔리 마케팅의을 침해하지 않는다. 예컨대 샤넬이 중국에서 티몰을 통해 화장품을 판매하고, 까르띠에가 중저가 액세서리를 파는 정도는 크게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까르띠에의 최고급 시계를 자기 집 소파에 앉아 클릭 한 번으로 구매하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럭셔리 산업에 있어 소비 행위는 곧 이벤트(event). 이런 일생의이벤트를 앞두고 오프라인에서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요소와 서비스를 통한 고객 경험을 생략한 채 클릭 한 번으로 구매를 결정하는 고객은 실제로도 많지 않을 것이다. 즉 제품군별로 타깃 유통 채널을 세분화해야 한다.

 

 

온라인 유통 시대에도 럭셔리 마케터들이 타협하지 않아야 할골든룰이 있다면?

 

극단적으로 들릴지는 모르겠으나 일단제품의 평균 가격은 계속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접근가능성이 점점 높아지는 럭셔리 제품을 사기 위해꿈꾸는고객은 없을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모든 제품을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온라인 트래픽을 높이기 위해 지나치게 셀러브리티에 의존해서도 안 된다. 럭셔리 브랜드의스타는 제품 그 자체여야 한다. 셀럽 마케팅에서 강약 조절에 실패하면 럭셔리 브랜드의 정체성을 잃고 패션 브랜드나 대중 브랜드로 전락할 수 있다.

 

 

앞으로 주 소비 계층이 될 밀레니얼세대7 의 특성을 고려해 럭셔리 산업이 염두에 둘 점은?

 

“밀레니얼세대를디지털 네이티브(native)’라고도 한다. 그들은 스마트폰의 세계에 살고 소셜 네트워크를 산소 삼아 숨을 쉰다. 멋진 표현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정작 필요한 능력은 과잉정보의 시대에 쓰레기 속에서 옥석을 가리는 힘이다. 즉 수많은 정보 중 필요한 것을 걸러낼 수 있는 힘이 필요하고 이는 브랜드에 대한교육을 통해 실천할 수 있다. 샤넬 핸드백은 토리버치 핸드백과 다르고, 까르띠에 시계는 마이클코어스 시계와 다르다. 또 부쉐론과 모브생도 태생적으로 다른 브랜드다. 이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럭셔리 제품에 대한 정보, 즉 이들이 감성적 혹은 이성적으로 인지할 수 있는 제품의 장점이 무엇인지를 그들이 좋아하는 포맷을 활용해 교육해야 한다. 예컨대 TV프로그램이나 크라우드소싱을 통해 우리 브랜드의 독창성을 알리는 방법을 택해야 한다. 밀레니얼세대의 박애주의적인 성향8 을 고려하고 기존의 성공 공식 중 이들 세계에도 적용 가능한 예술, 문화 요소에 대한 활용법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한국에서는 최근 명품 소비 경험이 많은 성숙한(mature)고객들을 중심으로노 로고핸드백을 선호하는 트렌드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미 너무 많이 알려진 유럽산 럭셔리 핸드백을 사느니 오히려 한국 디자이너가 만든 신생 브랜드 제품을 선택하기도 한다.

이런 소비 성향 변화가 과거 럭셔리 제품 제조와 관련해 프리미엄 이미지를 가질 정당성(legitimacy)9 을 확보하지 못했던 국가들에 좋은 기회로 작용할 수 있을까?

 

이미 당신의 옷장이 샤넬 백으로 가득하다면 다음에는 무엇을 사고 싶겠나. 아마도 잘 알려지지 않은 니치(niche) 브랜드나 신생 브랜드로 관심이 옮겨갈 것이다. 자신의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높을수록 이 자부심을 나타낼 수 있는 국가적 요소가 드러나는 제품을 찾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 문화를 사랑하는 한국인이라도 매일 한복을 입고 싶진 않을 것이다. 한국적 모티브, 또는 한국인이 익숙한 소비 습관을 담되 전 세계인들에게도 소구할 수 있는 디자인, 그리고 그에 맞는 품질을 갖춘다면 승산이 있다.

 

 

2009년 실시한 DBR과의 인터뷰에서 당신은 설화수와 아모레퍼시픽 등의 한국산 화장품 브랜드가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10 예측대로 이들 브랜드는 글로벌 시장에서 큰 성공을 이뤘고 한국산 화장품 전체의 이미지를 높이는 역할도 했다. 최근에는 현대자동차 같은 제조업체들이 프리미엄화를 통해 이미지 쇄신을 시도하고 있다. 이들에게 조언한다면?

 

일단은 이들 한국 제조업체들이 자리 잡고 있는 무대가 아직은 럭셔리가 아닌 프리미엄 시장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라. 럭셔리 시장은 프리미엄 시장과는 큰 차이가 있다. 럭셔리는 오리지널리티를 가진 최상위 계층의 기호를 반영하고, 프리미엄은대중화된 럭셔리. 프리미엄에서 럭셔리로 진입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과제다. 예컨대 폴크스바겐11 은 페이톤(Phaeton)이라는 품질 좋은 세단을 선보였지만 초반 판매는 신통치 않았다.

 

독일에서는 대중적인 이미지가 강한폴크스바겐엠블럼을 그대로 채택했기 때문이다. 한편 포르셰 카이엔은 폴크스바겐 투아렉과 플랫폼을 공유하는데다 가격 차도 크지 않지만 카이엔에 대한 선호도가 더 높다. 그만큼 가치가 더 높은 것으로 인식한다는 뜻이다. 럭셔리를 만드는 구성 요소 중 하나는시간이다. 사람들의 인식을 서서히 전환할 만한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과거 인터뷰에서 지적했듯 장기적 전략을 바탕으로 브랜드를 개발해야 하고 이런은 달라진 세상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One Point Lesson

 

1. 럭셔리 산업은 고조되는 사회적 갈등에희생양이 되기 쉽다. 이를 조절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

2. 럭셔리는을 파는 산업이다. 사람들은 대면하고 체험하는 서비스를 통해 브랜드를경험하며 꿈을 산다.

3. 온라인이란 대세를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온라인에서하지 말아야 할 일부터 고민하라.

4. 제품별로 타깃 유통 채널을 세분화하라.

5. 럭셔리 제품의 평균 가격은 계속 올려야 한다.

6. 온라인 트래픽을 높이기 위해 셀러브리티를 남용하지 말라. 이 구역의 유일한 스타는 럭셔리 제품 그 자체여야 한다.

7. 밀레니얼세대를 공략하려면 그들의 언어로 우리 제품의 차별점을 교육해야 한다.

8. 한국적 모티브, 한국인의 소비 습관을 담되 전 세계인들에게 소구할 수 있는 디자인과 품질을 갖추라.

9. 럭셔리는시간이 만든다. 사람의 인식을 전환할 수 있는 장기적 브랜드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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