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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라이프 ZERO 생명보험

생명보험은 車보험·카드랑 달랐다. ‘예쁜 마케팅’이 ‘대면영업’을 이길 수 없다

양선우 | 191호 (2015년 12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의 돌풍을 이끈 정태영 부회장은 2011년 녹십자생명을 인수해 현대라이프로 이름을 바꾸며 보험업에 진출했다. ‘어린이보험 405’ 등 상품명을 단순화하고 대형마트에 매대를 설치해 눈길을 끌었다. 타인에게 선물할 수 있도록 온라인 쇼핑몰에서 선불권 패키지 형태로 판매하는 과감한 시도도 했다. 그러나 현대라이프는 현대카드와는 달리 수년째 인상적인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상품 설계와 마케팅 역량에 힘입어 가입자 수를 확대할 수 있었던 신용카드업과는 달리 생명보험사업은 여전히 대면(face-to-face) 영업력, 그리고 자금운용 역량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예쁜 마케팅만으로 효과를 보기엔 기초 체력부터 부족했다. 이는 온라인 생명보험 상품들이 온라인 자동차보험만큼의 성공을 거두지 못하는 이유와 일맥상통한다. 가입자가 져야 하는 금전적 부담이 크고, 필수 가입이 아니며, 보장 내역도 매우 복잡한 생명보험의 경우 여전히 영업 현장 설계사의 역량이 절대적이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현대카드의 성공을 등에 업고 야심 차게 2011년 보험업에 진출했다. 이로써 현대카드-현대캐피탈-현대라이프로 이어지는 카드-캐피털-보험의 금융 포트폴리오가 완성됐다. 현대카드의 보험업 진출로 금융업계에선 정 부회장에게 또다시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침체에 빠진 생명보험 업계에 그가 가져올 또 한번의 마술에 대한 기대였다.

 

현대카드가 이룬 성과를 보면 이런 반응은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 카드업계 내에서 한 자릿수 점유율에 그친 회사를 인수해 단숨에 업계 상위권 업체로 탈바꿈시켰기 때문이다. 비단 회사를 키운 것만이 화제는 아니었다. 현대카드는 다양한 마케팅을 선보이며 경영학 수업의 단골 소재로도 활용되는 기업으로 변모했다.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도 현대카드는 단연 화제였다. 젊고, 트렌디한 감각을 지닌 회사로 인식되면서다. 여기에 나아가 현대카드는 현대차그룹의 이미지마저 변화시켰다. ‘남성적’ ‘권위적이라고 평가받던 현대차그룹에감성을 덧입혔다. 카드업계 내에서도 현대카드가 보여준 이미지 마케팅을 따라 하기에 분주했다.

 

이런 정 부회장도 보험업에선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실적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계속되는 부진에 자본건전성마저 악화했다. 여기에 운용수익률마저 업계 바닥을 면치 못하고 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현대카드의 성공과 비교해 보면 답이 보인다. 비즈니스 본질에 대한 이해도가 승부를 갈랐다.

 

현대카드의 성공

 

“아버지는 말하셨지 인생을 즐겨라∼”

 

2000년대 중반 유행한 광고의 한 카피다. 이 광고를 만든 회사는 다양한 마케팅 기법과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10년 넘게 소비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주인공은 바로 현대카드다. 2000년 현대자동차그룹이 대우그룹 계열의 다이너스클럽코리아를 인수하며 현대카드가 탄생했다. 인수 당시 다이너스클럽코리아는 업계 점유율이 2%에도 못 미치는 회사였다. 현대차그룹이 인수한 이후 현대차와의 연계영업 등으로 사업규모를 크게 확대했다. 2015년 상반기 기준 유실적 회원 수 약 670만 명에 이르는 업계 상위 업체로 탈바꿈했다.

 

 

현대카드의 이런 성공에는 신용카드업 본질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있었다. 흔히들 현대카드 하면 떠오르는 것은 독창적인 광고와 마케팅이다. 신용카드업계 최초로 알파벳 카드 시리즈를 출시하며 카드업계 트렌드를 선도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현대카드는 과감한 고객확보 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지했다. 신용카드업의 주 수입은 수수료다. 카드를 가맹점에서 사용할 경우 일정 수수료가 카드사로 지급된다. 최근 정부의 가맹점 수수료 인하 방침에 신용카드사들이 울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는 곧 카드사의 수익 감소로 직결된다. 즉 카드사로선 수수료 수입을 늘리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이 고객 확보다. 한 자릿수 점유율을 지닌 업체를 인수한 현대카드로선 고객 확보가 가장 절실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이를 위해 선보인 전략인 타사보다 공격적인 포인트 제공이다. 현대카드의 성공요인으로 현재까지도 가장 많이 거론되는 부분이다. 이 전략은 인수 초반 대규모 고객을 확보하고, 이들을 충성고객으로 만드는 데 주효했다. 특히현대카드M’의 성공이 단숨에 높은 시장 지위를 차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현대카드M은 포인트 카드의 대명사다. 현대카드M을 시발점으로 카드업계에포인트 마케팅이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용카드 포인트 최고 적립률과 최대 적립처를 내세웠으며 현대·기아차 구입 시 최대 50만 원까지 포인트를 선지급하는세이브 포인트 제도도 화제였다. 이는 5년간 최대 200만 원까지 차량 구매에 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는 파격적인 혜택이었다.

 

여기에 디자인이 더해지면서 마케팅 효과는 더 커졌다. 브랜드 전체의 일관성과 인지도를 높여나가는 데 일조한알파벳 마케팅’, 투명카드, 미니카드, 화폐 도안 카드 등 다른 카드와 다른 독특한 디자인을 통해 고객에게 어필했다. 현대카드의 디자인 전략은 고객들의 충성도를 높이는 데에도 일조했다. 고객은 독특한 디자인의 현대카드를 사용함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하나의 도구로 사용했다. 카드도 명품 시계와 액세서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여기에 카드사들이 놓치고 있던 틈새시장을 공략했다. 바로 VIP층이다. 대표적인 것이퍼플카드. 2004년에 출시한 퍼플카드는 무료 항공권, 호텔 숙박 할인 혜택 같은 서비스뿐 아니라 고소득 젊은 층을 공략한 여러 가지 프리미엄 혜택을 제공했다. VIP 카드는 40대 이상의 재력가만 쓴다는 통념을 깬 마케팅 전략이다.

 

현대카드의 변신은 계속됐다. 인수 초기 과감한 포인트 제도로 기존 시장을 흔들었다면 이제는 맞춤형 서비스로 승부수를 던졌다. 업계 내에서 시장 지위를 닦은 이후 기존 고객을 충성고객으로 묶어두기 위한 전략을 폈다. 2013년 선보인챕터2’란 이름의 새로운 마케팅 전략이 한 예다. ‘챕터2’는 사용처에 관계없이 포인트를 적립해주고 카드에 쌓인 포인트를 돈으로 돌려주는 단 두 가지 기능에만 초점을 맞췄다. 신규 회원보다는 기존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강화하자는 차원에서 실시됐다. 기존 고객이 낸 연회비를 신규 회원 유치를 위한 각종 혜택 부여에 사용하는 기존 관행을 깨자는 취지였다.

 

이런 시도는 긍정적 결과로 드러났다. 현대카드 챕터2 상품들은 월 평균 고객 1인당 이용금액이 기존 대비 60만 원대에서 90만 원대로 증가했다. 신규 회원 모집도 20%가량 늘어났다. 업계 내에서도 현대카드의 전략을 채용해 카드 브랜드를 축소하고, 충성도 높은 고객에게 혜택을 부여하는 전략이 확산되고 있다.

 

현대카드 하면 빼놓은 수 없는 것이 문화 마케팅이다. 특히 해외 유명 가수를 국내에 초대하는슈퍼콘서트로 큰 화제를 모았다. 비틀즈의 폴 매카트니를 비롯해 전 세계 최고 수준의 음악가들이 지난 10년간 슈퍼콘서트에 초대돼 공연을 선보였다. 현대카드에 관심 없던 고객들도 현대카드 문화마케팅을 즐기기 위해서 현대카드의 고객이 되고, 다시 이들이 충성고객이 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

 

현대라이프로의 확장

 

보험사 인수에선 계열사 간 시너지를 통한 고객층 확대를 기대했다.

현대카드, 현대캐피탈과 현대라이프 고객을 공유함으로써

시너지가 날 수 있다는 기대였다.

 

현대카드의 성공을 발판으로 현대차그룹은 2011년 현대라이프(옛 녹십자생명)를 인수하며 보험사업에 진출한다. 현대캐피탈과의 시너지를 보험업에서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 베팅한 것이다. 현대카드가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고객 수를 늘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현대캐피탈의 존재가 있었다. 부실자산을 정리해 줄 수 있는 캐피털사의 존재가 현대카드가 적극적으로 고객 확보에 나설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돼줬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보험사 인수에선 계열사 간 시너지를 통한 고객층 확대를 기대했다. 현대카드, 현대캐피탈과 현대라이프 고객을 공유함으로써 시너지가 날 수 있다는 기대였다. 여기에 정태영 부회장의 의중도 크게 반영됐다. 금융그룹으로 포트폴리오를 갖추기 위해선 보험사가 필요하다는 점을 정 부회장이 그룹 측에 강하게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후에는 그룹 측의 지원이 이어졌다. 현대라이프는 현대차그룹의 현대모비스가 58.94%, 현대커머셜이 39.6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대주주로서 현대라이프의 자본 확충에 참여했다. 인수자금과 별도로 현대라이프 유상증자에 이들이 투자한 돈은 2000억 원에 이른다.

 

외국계 투자자 모집에도 그룹의 영향력이 작용했다. 올해 대만 금융그룹 푸본의 자회사인 푸본생명보험은 현대라이프에 2200억 원 투자를 발표했다. 푸본금융지주는 총 자산 약 200조 원의 대만 금융그룹으로 생명보험, 화재보험, 은행 등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시가총액 약 20조 원과 당기순이익 약 22000억 원을 기록했으며, 중국과 베트남 등에서도 해외 사업을 펼치고 있다. 자회사 푸본생명은 지난해 약 13000억 원의 당기순이익(자산 102조 원)을 거둔 업계 2위 업체다.

 

대만의 대형 생명보험사 푸본의 현대라이프 투자는 업계에서 의외로 받아들여졌다. 국내 수많은 생명보험사 중에서 왜 현대라이프인가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국내 생보업계에서 현대라이프가 차지하는 위치를 감안하면 이런 의구심은 더욱 커졌다. 국내 생명보험업계는 빅3의 존재감이 확고한 가운데 현대라이프는 업계 내에서도 하위권 업체에 속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니 푸본생명이 현대라이프 투자를 통해 거둬들일 실익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 많았다. 따라서 현대라이프보다는 현대차가 푸본생명 투자 유치의 중요 변수로 작용했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푸본금융그룹은 대만해협을 넘어 중국 본토 확장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14년에는 상하이에 기반을 둔 시노은행의 지분 80%를 취득했다. 앞으로도 중국 내 확장은 지속할 방침이다. 이런 중국 진출에 현대차가 힘이 돼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미 일본의 생명보험사인 아이오이닛세이도와 손해보험은 도요타자동차와 손잡고 중국에 진출해 탄탄한 고객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푸본 역시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현대차와의 파트너십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현대차의 현대라이프 투자를 도왔다는 시각이다.

 

어찌 됐건 현대차그룹의 지원으로 현대라이프는 녹십자생명의 색깔을 조금씩 지워갔다. 과거 녹십자그룹은 녹십자생명에 이렇다 할 투자를 하지 않았다. 녹십자그룹의 색깔이 공격적인 투자를 통한 사업규모를 늘리는 것보단 안정적으로 사업을 끌고 가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녹십자생명으로 인수된 대신생명 직원들이 인수 후에 바뀐 것은 회사 간판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현대차를 등에 업은 현대라이프의 등장은 업계에서도 초미의 관심사였다. 과연 현대차그룹이 카드업에 이어 보험업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다. 이미 1990년대 현대, LG, 대우, 태평양 등 국내 유수의 대기업이 생명보험업계에 진출해 실패한 사례가 있다. 현대라이프를 둘러싼 여건이 녹록지 못한 점도 현대차그룹의 보험업 진출이 관심받은 이유다. 인수 당시 녹십자생명의 시장점유율은 1%에 불과했다. 생명보험사의 영업자산이라는 설계사 인력도 1600여 명에 그쳤다. 이는 웬만한 대형 법인보험대리점(GA·general agency)1 의 설계사 수보다 조금 많은 수치로 경쟁사 대비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었다.

 

업계 내 상위권 업체들의 지위는 공고했다. 삼성, 한화, 교보는 오프라인에서 막강한 영업력을 바탕으로 3강 체제를 확고히 굳혀 놓은 상황이다. 업계 내에서도 인수 초기부터 현대라이프가 빅3는 고사하고 4위권 업체인 신한생명 수준에도 도달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많았다. 여기에 더해 생명보험업은 시장 포화에 따른 성장 정체를 겪고 있었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하면서역마진문제는 업계가 안고 있는 공통의 골칫거리였다. 대형 보험사들 몇 개만 남겨두고 상당수의 중소형 생보사가 문을 닫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는 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라이프가 어떤 변화의 바람을 몰고올지가 주목됐다. 경쟁자의 출현이 부담스럽기는 했지만 활로가 필요한 생명보험사들에겐 새로운 비즈니스에 대한 갈증이 컸다.

 

현대카드는 현대라이프에도 현대카드의 DNA를 심으려 했다. 가장 대표적인 상품이현대라이프 제로(ZERO)’. 이 라인업은어린이보험 405’ ‘사고보험 505’ 등 상품구성이 단순하다. 현대카드와 마찬가지로 숫자로 혜택을 표현해 소비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우려 했다. 즉 사망, , 5대 성인병, 어린이 보험 등 꼭 필요한 4대 핵심 보장영역을 중심으로 상품을 구성했다. 10/20/30/40년 중 고객이 필요한 기간을 골라 가입하도록 했다.

 

 

 

업계 최초로 대형마트에 매대를 설치해서 소비자가 직접보고 고를 수 있게 한 점도 업계의 관심을 모았다.(그림 1) 보험 상품을 마치 공산품 쇼핑하듯이 고를 수 있게 했다. 심지어 온라인 쇼핑몰인 옥션 등에서도 대표 상품을 팔았다. 선물용으로 구매할 수도 있게 했다. 나이와 성별에 맞는 상품을 선택하고 배송지 정보를 입력하면 보험 선불권이 들어 있는 패키지가 발송되는 형태였다. 온라인 오픈마켓을 통한 최초의 생명보험 판매였다.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쓰이는 패키지에는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특유의 심플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이 적용됐다. 각종 홍보물, 웹사이트도 마찬가지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제품 출시 당시 보험업계에선 현대카드그룹이 현대카드에 이어 보험업에도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실적 악화

 

그러나 현재까지 현대라이프가 보여준 결과는 실망스럽다. 고객 확대는 저조하고, 운용수익률도 타 보험사에 비해서 떨어진다. 2012 4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2013년과 2014년에도 각각 400억 원, 72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실적이 악화일로를 걸으며 지급여력비율(RBC·risk-based capital)2 도 하락했다. 2015년 상반기 현대라이프 RBC 비율은 118% 수준이었다. 금융감독원 권고수준인 150%에 못 미치는 수치다. 같은 기간 생명보험사의 평균 RBC 291%.(1)

 

 

현대카드와 현대라이프는 무엇이 달랐을까.

 

카드업과 보험업은 다 같이 금융업으로 묶여 있긴 하지만 업태의 근본이 다르다. 카드업은 고객확대를 통한 수수료 수입이 주된 부분이다. 보험업은 고객의 자산을 어떻게 운용하는지가 핵심이다.

 

고객의 구매 성향도 다르다. 카드를 구매하는 고객은 카드사가 제공해주는 혜택을 보고 선택하는 성향이 강하다. 그러나 보험을 구매하는 고객은 카드를 구매하는 고객의 성향과는 다르다. 보험상품은 카드보다 고객이 지는 부담이 크다. 보장 범위에 따라 보험의 가격이 천차만별인데다 고객이 일일이 상품 정보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힘들다. 여기에 과거 보험구매 경험에서 나온불신도 상품판매에 영향을 준다.

 

보험사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다 보니 보험 구매 고객은 대면 영업에 신뢰하는 경향이 강하다. 전 세계적으로도 대면 상품 채널이 보험업에서 주류 판매 창구인 이유다. 그런데 현대라이프 제로는 대면 판매보다는 고객이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판매 방식을 강조했다. 아무리 보험상품을 단순화시킨다고 하더라도 복잡하고, 의무가 아닌 생명보험을 고객이 일일이 살펴서 구매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사실 현대라이프가 대면 판매방식 외에 판매 채널에 대해 고민한 배경에는 열악한 보험판매 채널도 작용했다. 3 보험사에 비해 오프라인 채널이 약하다 보니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 새로운 판매 채널을 뚫으려고 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과감한 혜택을 주는 상품을 만들기 어려운 보험업의 특징도 현대라이프가 고전하는 이유다. 국내 보험사들이 과거 고객 유치를 위해 내놓은 고금리 상품들이 저금리 시대에 독이 돼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라이프는 금리 매력을 높여 현대카드가 보여준 과감한 포인트 혜택을 주는 상품을 만들기 쉽지 않았다.

 

 

 

현대라이프의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운용에서도 업계 평균의 수익도 내지 못하는 점이 지적된다. 현대라이프의 운용자산이익률은 4%. KDB생명과 한화생명이 5% 중반대로 가장 높은 운용자산이익률을 기록한 가운데 대부분의 업체가 4% 중후반대 운용자산이익률을 기록했다.

 

보험업의 본질은 상품판매에만 있지 않다. 신용카드사의 경우 카드 가입자 수를 늘리고,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대카드의 성공비결로 인수 초기 과감한 마케팅으로 고객을 확보한 점과 현대캐피탈을 통한 부실자산 처리가 거론되는 이유다. 반면 보험사는 고객 수를 늘리는 것 외에도 고객으로부터 받은 자금을 어떻게 운용하는지가 핵심이다. 자금 운용에서 수익률이 많이 나야 더 매력적인 상품을 가입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 그만큼 운용 및 투자 노하우가 중요할 수밖에 없는 산업이다.

 

현대라이프는 대형마트 판매라는 새로운 접근을 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그러나 보험업의 핵심인 자산운용 역량이 부족하다 보니 본질은 외면하고 다른 부분에만 신경 쓴다는 비판도 받았다. 보험업은 현대카드 사례처럼 마케팅 전략만으론 성공할 수 있는 비즈니스가 아니라는 것이 이 업계의 중론이다.

 

왜 온라인 자동차보험은 성공하고 온라인 생명보험은 실패했는가

 

현대라이프의 문제점은 온라인 생명보험이 안고 있는 문제와 유사하다. 온라인 생명보험이 처음 한국에 도입된 지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2014년 말 기준 온라인 생명보험료 초회보험료 비중이 전체 생명보험료의 0.01%에 불과하다. 이는 온라인 자동차보험과는 극명하게 대비된다. 손해보험사 1위인 삼성화재의 다이렉트(온라인) 자동차보험 가입자 수를 보면 이 시장이 얼마나 급속도로 성장했는지 알 수 있다. 2011년 다이렉트 자동차보험 가입자 수는 1000명에 그쳤다. 그러나 2012년 가입자 수가 5000명으로 늘더니 올해는 그 수가 10만 명을 넘겼다.

 

이렇게 온라인 자동차보험은 시장에 안착했으나 온라인 생명보험은 그렇지 못했던 까닭은 두 보험의 성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자동차보험은 의무보험이다. 차를 운전하는 사람은 반드시 가입할 의무가 있다. 생명보험은 그렇지 않다. 어디까지나 필요한 사람만 가입하면 된다. 소비자 입장에선 의무보험은 보장 내용에서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 저렴한 보험에 가입해 보험료를 줄이고자 하는 유인이 있다. 온라인 자동차 보험은 바로 이 부분을 공략했다. 온라인 자동차보험은 설계사 수수료가 없고 점포 운영비를 줄일 수 있다. 이런 비용효과로 인해 온라인 자동차보험은 일반 자동차보험보다 15%가량 싸다. 또 자동차보험은 가입하는 사람들(운전자들)에게 어느 정도 익숙한데다 보험마다 혜택 차이가 크지 않다. 굳이 설계사의 설명을 듣지 않아도 소비자 입장에선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생명보험은 자동차보험과는 다르다. 필요한 사람만 가입한다. 여기에 개인마다 원하는 조건도 다양하고, 보험약관도 자동차보험보다 복잡하다. 인터넷 검색으로 스스로 공부하기엔 어렵고 애매한 부분들이 많다. 더불어 한국에서는 일반인들이 생명보험 상품에 갖고 있는 불신도 크다. 자동차보험은 사고가 나면 보상을 쉽게 받을 수 있지만 생명보험은 보험사가 온갖 까다로운 조건을 걸며 보상을 잘 안 해주려 한다는 인식이 있다. 이런 점들이 얽히면서 온라인 생명보험은 좀처럼 확산되고 있지 않는 것이다.

 

한국에는 일반인들이 생명보험 상품에 대해 갖고 있는 불신도 크다.

자동차보험은 사고가 나면 보상을 쉽게 받을 수 있지만

생명보험은 보험사가 온갖 까다로운 조건을 걸며

보상을 잘 안 해주려 한다는 인식이 있다.

 

이런 추세는 국내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국내 온라인 생명보험의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일본 온라인 생보시장도 최근 성장세가 주춤하며 벽에 부딪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 온라인 생명보험은 지난 2012년부터 신계약이 감소하고 있다. 낮은 가격만으로 한계에 부딪쳤다. 일본의 대표 온라인 생명보험사인 라이프넷의 경우 2008년 출범 당시 돌풍을 일으키며 급성장했지만 2013년부터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계약 건수도 축소되고 있다. 온라인 생명보험이라는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라이프가 겪고 있는 문제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아무리 혁신적인 상품이라도 소비자들의 행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다. 현대라이프가 보험상품의 대형마트 판매라는 새로운 판매채널을 들고 왔지만 소비자는 외면했다. 생명보험은 강력한 대면 마케팅이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생명보험업계에서도 이런 고객 성향이 당장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온라인 채널이 중장기적으로 오프라인 채널을 대체할 수 있지만 소비자가 능동적으로 생명보험 상품 구매에 나서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는 전문가가 많다.

 

 

양선우 인베스트조선 기자 thesun@chosun.com

 

양선우 기자는 서강대에서 영미문화를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국제통상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2013년부터 인베스트조선 기업금융팀에서 금융산업을 취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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