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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X 마케팅

좋은 경험은 고객을 움직인다 샤오미도, 산펠레그리노도 마케팅 강자가 된다

주재우 | 190호 (2015년 12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표적 세분 시장과 산업을 분석해 마케팅 전략을 짜고 수행하는 기존의 방식이 먹히지 않고 있다. 사회의 다원화에 따라 소비자의 선호가 분화됐고 이는 소비자들이대단위 시장 기반 변수에 따라 움직이지 않고 자신의 세밀한 개인경험을 기반으로 사고하고 행동하기 때문이다. 또한 IT의 발달과 다양한 디바이스의 등장으로 산업 구분 자체가 희미해진 것 역시 전통적 마케팅 분석과 전략수립을 어렵게 하고 있다. 수많은 국내외 기업의 성공사례를 살펴보면 이 시대 마케터들은 다시장과 산업 대신 고객 경험을 분석해야 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이에 따른 조언은 다음과 같다.

1) 시장 대신 고객 경험을깊이 있게분석해 표적 세분 시장을 발견하라. 이를 위해 다양한 정성적 마케팅 기법을 활용하라.

2) 산업 대신 고객 경험을폭넓게분석해 차별화하라. 이를 위해 제품이 제공하는 가치와 서비스 전체를 보고 그로부터 고객이 얻는 경험의 전체를 재구성하라.

  

3∼4년 전 주로 전자제품과 컴퓨터 등을 중심으로 한 UX(User Experience) UI(User Interface) 디자인이 첨단제품 제조업체들에 화두가 된 이래로 많은 기업들이 자신들의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갖게 되는경험에 관심을 둬 왔다.1 단순히 첨단기기에 대한사용자경험을 넘어 전체적인 고객 경험관리 차원의 문제로 논의가 번지면서, CX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마케터들의 역할과 위상은 더욱 커지는 듯했다. 하지만 많은 마케팅 부서들이 전통적인 방식으로 수행한 마케팅 활동이 통하지 않는 상황을 맞이하면서 오히려 위기가 발생하고 있다.

 

1. 마케팅의 시대는 저무는가

 

지난 50년 동안 마케팅은 기업 활동의 꽃이었다. P&G, Nike, 코카콜라 등 글로벌 기업들은 표적 세분 시장에서 제품을 차별화한다는 마케팅의 지상 과제를 실현하기 위해서 크게 두 가지 마케팅 활동을 수행했다. 선호가 동질적이면서 충분한 구매력이 있는 소비자 집단을 분리하고 선택하기 위한(segmenting and targeting) 시장 분석이 하나의 마케팅 활동이었다면 경쟁사 제품에 비해서 자사 제품이 경쟁적으로 우위에 있거나 무언가 다르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positioning) 산업 분석이 또 다른 마케팅 활동이었다. 표적 세분 시장을 선명하게 선택한 SK텔레콤의 TTL이나 도브의 Real Beauty 마케팅은 시장 분석의 성공 사례로 일컬어졌고, 차별화에 성공한 폴크스바겐의 Lemon2 이나 Avis We try harder는 산업 분석을 통해 경쟁을 효과적으로 극복한 사례로 거론됐다. 결국 시장 분석과 산업 분석에 기반한 마케팅은 짧은 시간에 기업 생존의 핵심 기능으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마케팅의 화력이 예전에 비해 약해졌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마케팅 실무자들은 예전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해도 종종 실패한다. 마케팅 책임자들은 마케팅 실무자들이 노후화된 기법에 수동적으로 의존한다며 답답해한다. 마케팅의 화력이 약해진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주된 이유는 위에서 언급한 (특히 경영학에서 중시하는) 시장 분석과 산업 분석이 어려워졌음에 기인한다.

 

1) 시장 분석 어려움과 산업 분석 어려움

첫째, 사회의 다원화에 따라 소비자의 선호가 분화되면서 시장 분석만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독특한 소비자들이 등장했다. 인구 구조적으로 젊은이들의 결혼 기피, 저출산 세태, 이혼의 증가 등으로 전체 가구의 25% 1인 가구를 이루고 고령화 가구가 크게 늘었다. 삶을 대하는 방식도 달라져서 조직에서의 치열한 생존보다 개인 수준의 편안한 안정을 원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이처럼 다원화된 사회는 연령, 성별, 지역 등 대단위 시장 기반 변수가 아니라 세밀한 개인 경험을 이해해야만 받아들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적지 않은 남자 대학생들은 유년기에 좋아했던 레고와 반다이 프라모델을 찾아서 피규어 숍을 들르고, 군대에서 사용했던 위장 크림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제대 이후에도 이니스프리에서 남성용 화장품을 구매하고, 어학연수를 떠나서 사 먹거나 요리했던 케밥과 파스타의 맛을 잊지 못해서 셰프가 운영하는 이태원이나 연남동 식당에 가고 외국 식재료를 찾아다닌다. 예전에는 소수 마니아만 알던 자전거, 가구, 인테리어 소품, 음향 장치를 찾는 사람들도 증가했다. 결국 가격이건, 품질이건, 디자인이건 개인의 경험을 확실히 만족시켜주는 제품이 사랑받는 롱테일(Long-tail) 경제가 자리를 잡았다.

 

둘째, 산업 구분이 희미해지면서 산업 분석을 통해 경쟁 제품을 찾아내는 것이 어려워졌다. 예전에는 식음료, 가전, 통신, 금융 등 산업 구분이 뚜렷했기에 자사의 상품을 차별화하기 위해서 분해하고 연구해야 할 경쟁 상품이 대체로 뚜렷했다. 하지만 이제는 스마트폰으로 제어하고 센서로 의사소통하는 제품이 하루가 멀다하고 등장하고, 배달, 택시, 부동산 등 플랫폼 기반 서비스가 경쟁적으로 소개되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대체재와 경쟁사가 등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예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제품이나 서비스가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다른 산업에 속한 기업들이 끊임없이 연합하고 새로운 경쟁자가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이면에는 소비자들이 하나의 제품군 내에서 상품끼리 대안을 비교하지 않고 제품군 바깥의 상품과 비교하며 자신의 경험을 확실히 충족하려는 성향이 있다.

 

이처럼 소비자 선호가 분화되고 산업의 패러다임이 무너지면 시장이 작동하는 원리가 변해버린다. 안타깝게도 기업 내부의 마케팅 실무자들은 시장이 변하지 않는다는 가정에 기반해 표적 시장 세분화와 차별화에 온 힘을 쏟고 있기 때문에 시장 분석과 산업 분석이 시장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했다는 문제점을 느끼지 못한다. 흥미롭게도 기업의 마케팅 화력이 약해지는 동안 전문적인 마케팅 교육을 받지 않은 창업자들이 시장을 선도하거나 급변하는 시장을 빠른 속도로 좇아간다. 다음 사례를 한번 살펴보자.

 

2) 사례: 기아 자동차 K5 광고 vs. Tesla Motors Model X 출시 영상

 

 

 

기아 자동차 K5 2개의 얼굴, 5개의 심장 광고

 

2015 7, 기아자동차는 ‘2개의 얼굴, 5개의 심장이라는 광고를 시작했다. 2010년 출시 후 전 세계에서 140만 대가 팔린 베스트셀러 차량인 K5 5년 만에 새롭게 론칭한 광고였다. 이 광고에서는 여러 대의 K5가 사막을 빠르게 달리는 모습을 보여주며 선택의 다양성을 강조한다. 약 두 달 후 테슬라(Tesla) Motors Model X SUV 차량을 론칭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이 차량은 전기배터리로 움직이고 문이 위로 올려서 접히는팔콘 윙을 장착했으며 회사의 대표인 일론 머스크(Elon Musk)는 기아자동차와는 조금 다른 시각으로 접근한다. 베이징을 비롯한 세계 여러 도시들이 공기가 나빠서 수명이 단축된다는 슬라이드를 보여준 후 이 차량에 장착한 커다란 공기 필터를 강조한다.

 

 

대학생이나 직장인을 대상으로 두 개의 영상을 함께 보여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아자동차의 광고에는 흥미가 없고 테슬라의 영상에 강한 호감을 보인다. 다양한 시각적 요소가 폭발적으로 등장하는 세련된 K5 광고에 비해서 말이 자주 끊겨서 예전 애플의 스티브 잡스처럼 멋지게 프레젠테이션을 하지 못하는 일론 머스크의 소개 영상은 소박해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는 미식 축구장에서나 들을 법한 남자들의 열광적인 환호를 받는다. 취향이 다른 소비자를 겨냥한 이른바표적 시장 세분화에 따른 차별화라는 마케팅의 정석을 따른 K5 광고가 Model X 영상과 같은 열광적인 호응을 얻지 못하는 이유는 광고의 초점이 자동차 구매에 맞춰져 있을 뿐 자동차 경험과는 관련이 적기 때문이다. K5 광고는 고객이 차량을 구매하는 시점에 집중해 경쟁사 대비 자사가 더 많은 대안을 제공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반면 Model X 영상은 고객이 자사의 차량을 사용하는 상황에 집중한다. 옆 차와 간격이 좁을 때에도 팔콘 윙이 열리면 타고 내릴 수 있고, 공기가 나쁜 곳에서 차를 타고 다닐 때 안전한 공기를 마실 수 있다는경험이 강조된다.

 

 

 

Model X 공기 필터(사진 위) Model X 공기 필터 들고 있는 일론 머스크(테슬라 Model X 출시 영상)

 

원래는 고객이 포기했을 수도 있는 상품, 구하기 어려웠던 물품을

정말 빠른 시간에 배송해줘 내가 원하는 시간에 얻을 수 있는

경험의 제공이 핵심이다.

 

2. 경험의 시대

 

도대체 소비자 경험, 고객 경험이란 무엇일까. 앞서 테슬라 사례를 통해서도 살펴봤지만 좀 더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알아보기 위해 다음의 흥미로운 사례들을 들여다보자.

 

1) 마켓 컬리: 제품과 경험을 동시에 구매하다.

 

 

 

마켓컬리(Market Kurly) 웹사이트

 

 

시간은 없지만 좋은 식재료로 요리하고 싶은 소비자는 유기농 식료품 직배송 쇼핑몰인 마켓컬리(Market Kurly)라는 웹사이트에 간다. 이곳은 직영 체제로 운영되는 장안 지역의 농장에서 유기농, 무농약 채소, 그리고 10년 이상 협력한 전국의 협력 농가들이 키운 친환경 과일, 축산을 전달하는 신선식품 전문 인터넷 쇼핑몰이다. 모든 식품은 농장에서 직접 공수하기 때문에 유통 비용이 없어서 가격이 저렴하지만 셰프, 푸드스타일리스트, 농부, 축산 전문가 집단의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한 질 좋은 식품을 소량 판매하기 때문에 사용자가 많다. 예를 들어, 아침 11시에 문을 열고 오후 1시면 빵이 모두 소진될 만큼 인기 있는 이태원 빵집인오월의 종빵을 온라인으로 주문할 수 있고, 미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온 주인과 인연이 없다면 연말까지 예약할 수도 없을 만큼 인기가 좋다는 마장동의 핫 스폿 정육점본앤브래드(Born & Bred)’의 고기를 주문할 수도 있다. 수준 높은 식재료를 제공하는 마켓컬리의 추가 강점은 2가지다. 하나는 50대의 차량을 이용해 산지에서 집까지 12시간 이내에 냉장 배송을 한다는 것이다. 특히 밤 11시 전에 주문하면 아침 7시 전에 문 앞에 배달이 돼 있다. 또 하나는 친절한 콘텐츠가 풍부하다. 웹사이트에 공개된 식재료 사진이 세련될 뿐 아니라 배달된 식재료에 관한 추가 설명과 요리 가능한 레서피가 함께 배달돼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이 보내준 듯한 느낌을 받는다.

 

단지 좋은 물건을 좋은 가격에 구매했다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원래는 고객이 포기했을 수도 있는 상품, 구하기 어려웠던 물품을 정말 빠른 시간에 배송해줘 내가 원하는 시간에 얻을 수 있는경험의 제공이 핵심이다. 욕구도 경험에서 시작하고 만족도 경험으로 완성된다.

 

2) 우주: 주거는 경험 그 자체다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13번째 WooZoo 셰어하우스

 

이번엔 취향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모여서 사는 것을 돕는 우주(Woozoo)라는 셰어하우스 웹사이트를 한번 들여다보자. 우주에서 제공하는 셰어하우스는 공통의 관심사를 함께 나눌 수 있는 국내 최초의 디자인 콘셉트 하우스로, 보증금과 월세 이외의 부당한 입주 수수료를 요구하지 않고 체계적인 선발 과정을 통해 믿을 수 있는 입주자를 모집하고 룸메이트가 매칭되는 시스템을 제공한다. 1인당 월세 45∼55만 원을 지불하고 4명이 공동으로 거주를 하는 방식인데 현재 서울에 21호점까지 있으며 영화에 관심 있는 사람은 마포의 9호점, 디저트를 좋아하는 사람은 동대문구의 11호점, 재활용에 관심 있는 사람은 성동구의 21호점에 모여서 살 수 있다. 예를 들어, 성북구 삼선동에 위치한 13호점은 야구를 좋아하는 여자 4명이 함께 사는 공간이다. 공용 공간에는 선수 대기실처럼 락커가 일렬로 진열돼 있고 현재 시즌의 팀 순위를 표시하는 현황판도 있다. 방문에는 1, 2, 홈이 써져 있고, 벽에는 야구 방망이가 장식품으로 걸려 있으며, 거실은 야구 경기를 함께 시청하는 공간으로 세팅돼 있다. 웹사이트에 따르면, 다양한 콘셉트를 반영한 공용공간과 더불어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개인 공간이 있어서 혼자 지내지만 동시에 함께 사는 즐거움과 재미를 찾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3) 중국의 샤오미와 일본의 발뮤다: 좋은 경험에는 고객들이 충성한다

 

 

 

샤오미(Xiaomi) 스마트 TV와 분리형 스피커인 사운드바

 

2015 10월 중국의 가전 회사 샤오미(Xiaomi)는 한국, 일본의 가전 제조사들에 비해서 가격이 저렴한 ‘60인치형 TV’를 시장에 출시했다. 지난 몇 년간 애플의 아이폰을 모방한 휴대폰을 출시하고, 성능에 비해서 가격이 너무 저렴해대륙의 실수라는 별명이 붙은 Mi Powerbank(보조 배터리)로 유명한 이 회사는 이제 헤드폰, 이어폰, 공기정화기, 웨어러블 디바이스, 램프, 세그웨이에 이어 TV까지 출시했다. 특이하게도 이 TV사운드바’라는 이름의 스크린에서 분리된 스피커가 있는데, 사운드바는 무선 블루투스 기능이 있을 뿐만 아니라 데이터를 처리하고 저장할 수 있어 컴퓨터 기능을 한다. 크기가 60인치이고 얇은 곳은 두께가 11.6㎜인 LG 디스플레이의 스크린이 88만 원이고, 1.4㎓ 프로세서에 2GB , 8GB의 저장 공간을 갖춘 사운드바가 17만 원, 그리고 리모컨은 2만 원 정도 하니 모두 합쳐서 약 110만 원이 든다. 이 정도 가격으로 사운드바만 교체하면서 하드웨어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진정한 스마트 TV를 구매할 수 있다. 물론 샤오미 TV는 동일한 크기의 타사 제품에 비해서 20만 원에서 50만 원 정도 저렴하지만 샤오미라는 브랜드의 가격 경쟁력만으로 상황을 이해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그보다는 가격 수준에 맞춰 고객이 원하는 스마트 TV와 사운드바를 조합할 수 있으며, 그렇게 조합된 스마트 TV를 사운드바 교체로만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는 경험의 제공을 통해 경험 자체에 대한 충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 집중해야 한다.

 

 

발뮤다 (Balmuda) 선풍기 Greenfan S

 

샤오미처럼 믿기 힘들 만큼 가격이 저렴하면서 조립의 경험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지만 반대로 믿기 힘들 만큼 가격이 비싸지만 대체 불가능한 경험을 제공하는 상품들도 인기가 많다. 5만 원대 제품이 주류를 이루는 스탠드형 선풍기 시장에 일본의 가전 회사 발뮤다(Balmuda)는 그린팬 S(Greenfan S)라는 이름의 선풍기를 무려 11배나 비싼 55만 원에 출시했다. 최소의 부품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둔다는 철학을 가지고 선풍기와 공기청정기를 만드는 이 회사는 최근 국내에 열성팬이 급증했다. 그린팬 S에 달린 팬은 내부와 외부가 나뉘어져 있어서 다른 선풍기보다 2배 먼 10m 거리까지 머리가 아프지 않은 자연풍을 보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제품을 구매해서 사용한 소비자들에 따르면 놀랄 만큼 조용해서 켜 두고 있을 때 켜져 있다는 사실을 모를 수 있다는 강력한 장점이 있다고 한다. 소음이 전혀 나지 않는 특징은 더운 여름밤에 질 높은 수면을 원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소리 없이 자연풍을 맞으면서 잠드는 경험만큼 소비자들에게마케팅그 자체인 게 또 있을까.

 

 

4) 계속 쏟아져 나오는경험 혁신사례들

2015 3월 정수기 회사인 코웨이는 통신회사인 KT와 손을 잡고 공기청정 사업에 진출했다. 스마트 에어 케어라는 이름이 붙은 신규 서비스는 공기청정기, 정수기, 비데 등 생활가전 제품과 실내 환경 컨설팅 서비스를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를 통해 연동한 것이다. 한 기사에 따르면 약 1100여 가정에서 시범운영 중인데 집 안에 센서를 설치하고 공기질에 관한 데이터를 수집한 뒤, 빅데이터로 분석해 가구별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는 시간에 맞춰 실내 환경 진단 모델을 만들고 이를 토대로 코웨이 코디를 통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물론 IoT 기술이 만드는 혁신의 한 형태이지만 이를 고객 차원에서 보자면경험의 개선이자 진화라 볼 수 있다

 

 

이탈리아 탄산수 산펠레그리노(San Pellegrino)

 

예전과 달리 오늘날의 고객들은 상품을 비교할 때 자신의 경험을 이용한다. 이탈리아산 탄산수인 산펠레그리노(San Pellegrino) 생수는 200ml 6개가 국내에서 정가 15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병당 2500원이 넘는 고가지만 광물향과 세밀한 탄산에 기반한 깔끔한 맛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선호한다. 이 생수를 정기적으로 구매하는 소비자들에게다른 생수나 탄산수와 비교하면 비싸지 않느냐는 질문을 하면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이 생수를 커피 대신 마시기 때문에 스타벅스 커피와 비교하면 오히려 싸다고 응답한다. 물을 다른 물과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생수를 마시는 경험과 스타벅스의 커피를 마시는 경험과 비교하는 것이다. 또 최근 지인 한 명이 수행한 야구장 개선 프로젝트에서도 야구장은 다른 지역의 야구장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핵심 인사이트였다. 야구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야구장을 야구 방송 TV 프로그램과 비교했고 야구에 관심 없는 사람들은 야구장을 렌터카나 놀이공원과 비교하고 있었다.

 

고객들은 제품뿐만 아니라 서비스도 경험을 통해 비교한다. 2015 10월 한 신문에 게재된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임정욱 센터장의 글에 따르면 우버(Uber)가 최근 합승 서비스인 우버풀(UberPool)을 내놓았는데, 다른 사람과 함께 타면 샌프란시스코 시내 어디든 7달러만 내면 도착할 수 있어서 택시를 타면 수십 달러의 비용이 나올 거리를 저렴하게 다녔다고 한다. 우버의 CEO인 트래비스 캘러닉은우버풀은 버스나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 수단보다 더 저렴해 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사람들은 우버라는 서비스를 택시, 지하철, 버스 등 모든 탈 것들과 비교한다.

 

 

우버(Uber)가 출시한 합승 서비스 우버풀(UberPool)

출처: http://www.hankookilbo.com/v/137459472fc940e397155d9eac1a11f4

 

3. 마케터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앞서 소개된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소비자들이 열광하는경험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봤다. 물론 기존의 마케팅 전략을 모두 폐기해야 한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표적 세분 시장에서의 차별화라는 전략적 마케팅 활동은 아직도 유효하다. 다만 세분화해서 표적을 선정하기 위한 시장 분석이 어려워졌고 차별화 대상을 찾는 산업 분석이 힘들어졌다. 이에 따라 전략적 마케팅 활동은 동일하게 수행하되 시장이나 산업을 분석하는 대신 고객 경험을 분석하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a) 소비자 덩어리인 시장을 스냅샷 찍듯이 정량적으로 나누지 말고 개별 고객의 경험을 동영상 찍듯이 정성적으로 분석해서 소규모 시장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며, (b) 동종 산업 내에서 속성을 중심으로 상품을 차별화하지 말고 산업과 무관하게 고객의 경험을 중심으로 경험을 차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래에 몇 가지 사례를 덧붙인다.

 

1) 시장 대신 고객 경험을깊이 있게분석해서 표적 세분 시장을 발견하자

고객 경험을 깊이 있게 이해하면 의미 있는 표적 세분 시장을 발견할 수 있다. 중고 자동차 매매업을 운영하던 모 기업은 자동차 구매자로부터 많은 불만사항을 받았다. 일반적으로 자동차 딜러들이 허위 매물이나 미끼 매물로 소비자를 유인한다는시장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소비자들에게 무한대의 신고 권한을 제공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중고차 구매를 관찰하고 일부 딜러들과 깊이 있는 인터뷰를 진행해 보니 대다수의 자동차 딜러는 규정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었고 의외로 많은 차량 구매자들이 제도를 악용해 딜러가 책임질 수 없을 만큼의 요청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 이에 따라 딜러뿐만 아니라 소비자를 대상으로도 중고차에 관한 추가 교육을 실시했고 고객의 불만접수가 점차 줄어드는 효과를 가져왔다.

 

사례에서 보듯이 고객의 경험을 깊이 있게 이해해 색다른 시장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법도 필요하고 그에 상응하는 추가 노력도 필요하다. 시장 조사업체를 통해 수집된 서베이 결과는 시장의 겉면만 보여줄 가능성이 크다. 정성적 마케팅 조사방법인 시장 기반 인류학(Market-oriented Ethnography)의 관찰, 인터뷰 기법도 사용하고, UI/UX 분야에서 사용되는 고객 여정 지도(Customer Journey Map), 터치포인트(Touch Point), 퍼소나(Persona)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조사 기법보다 더 중요한 점은 마케팅 실무자가 스스로 직접 고객 경험에 깊이 잠수(deep-dive)해야만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는 점이다. 새로 출시되는 수제 맥주와 와인과 커피도 마셔보고, 앱이나 웨어러블 디바이스, 3D프린터도 구매해서 사용해보고, 블로그 운영자나 전문가 동호회에도 가입해서 사람들이 어떠한 경험을 어떠한 이유로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직간접 경험을 해야만 한다.

 

2) 산업 대신 고객 경험을폭넓게분석해서 차별화하자

고객 경험을 폭넓게 이해하면 남다르게 차별화할 수 있다. 신세계에서 운영하는 SSG Food market은 여러 가지 이유로 다른 식료품 매장과 크게 다르다. 먼저 매장에 진열된 식재료 상품이 좋다. 상품 구색이 다양하고 다른 매장에서 구할 수 없는 식재료들이 많기 때문에 원하는 상품을 구하러 왔다가 허탕 치는 일이 드물고, 새로운 향신료나 음식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으며, 특히 식재료는 최대한 고객이 원하는 방식에 맞춰 제공한다. 가공육 코너에서 판매하는 소고기는 고객이 원하는 두께에 맞추어 썰어주는데 원하는 두께를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고객을 배려해 0.5㎝ 단위로 잘라둔 나무 조각을 준비해뒀다.

 

 

 

신세계 SSG Food Market은 고객이 원하는 두께로 소고기를 썰어준다.

사진은 두께를 가늠할 수 있도록 준비한 나무조각.

 

 

다음으로 매장 내에서의 경험이 즐겁다. 다른 식료품 매장에서는 철제 카트가 사용되는데 이곳의 카트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있어서 정전기가 일어나지 않고 바퀴도 모든 방향으로 부드럽게 잘 굴러다닌다. 신선식품, 육류수산, 가공품에 해당하는 각 섹션별로 벽의 색깔과 조명이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새로운 식재료를 구경하다 보면 음식 관련 놀이공원에 놀러왔다는 즐거운 느낌을 받는다.

 

상품이 좋고 매장 내에서의 경험이 즐거운 사실보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매장에 도착하기 전과 매장에서 떠나는 경험이 좋다는 사실이다. 이곳을 자주 찾는 여성 고객들과의 인터뷰에 따르면 SSG Food Market의 최대 장점은 편안한 주차다. 자동차를 운전해서 쇼핑을 하러 오는 사람은 건물 외부에서 깜빡이를 켜고 기다린다. 안내에 따라서 지하 주차장에 들어서면 전담 주차 요원들이 대신 주차해준다. 쇼핑을 마친 후에는 차를 다시 가져다주고 쇼핑 봉투를 대신 들어서 트렁크에 실어준다. 쇼핑 경험의 시작과 끝 부분에 호텔에서 제공하는 발렛 파킹 서비스를 더해 즐거웠던 쇼핑 경험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신경을 쓴다. 주차는 쇼핑 경험과 별개라고 생각하는 다른 매장에서는 주차 공간이 부족하거나 주차장이 무섭거나 매장을 떠날 때 영수증을 확인해야 한다.이처럼 고객의 쇼핑 경험을 매장 내로 한정짓고 매장 외부의 경험에 신경을 쓰지 않으면 즐거운 쇼핑 경험이 즐겁지 않은 주차 경험에오염돼 재방문을 꺼리고 결국 이탈하게 된다.

 

무지 투 고는 여행 경험을 공항으로 한정짓지 않았기 때문에

공항이나 비행기 기내에서 필요한 물품뿐만 아니라

여행을 준비하거나 여행지에 도착해서 필요한 물품들도

함께 판매하고 있어서 들르는 사람들이 많다.

 

고객의 쇼핑 경험을 매장 진입 이전과 이후까지 폭넓게 고려해서 차별화할 수 있다는 점은 무지(Muji)가 공항에 운영하는 무지 투 고(Muji to Go)에서도 드러난다. 무지는 CD플레이어, 세면도구, 가습기, 이불, 옷 등 생활 소품이나 개인 용품을 판매하는데 2015 7월에 공개된 무지 투 고 2015 영상에는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떠나는 사람에게 언제 어떠한 제품을 필요로 하는지 상세하게 묘사했다. 한 명의 일본인이 여행 계획을 세우는 순간부터 도착지에서 패러글라이딩을 하기까지의 여행 경험을 잘게 나누어서 이어 붙이면서 각 순간별로 무지의 제품이 도움이 된다는 점을 알려준다. 여행 계획을 세울 때 필요한 종이 노트에서 시작해, 옷을 싸는 캐리어, 여권과 비행기 티켓을 넣어두는 파우치, 기내에서 먹는 목캔디, 머리를 기대는 쿠션과 무릎 담요, 피부 수분을 유지하는 미스트, 여행지에 도착한 후 사용하는 휴대용 세탁 용품과 선블럭 등이 등장한다. 무지 투 고는 여행 경험을 공항으로 한정짓지 않았기 때문에 공항이나 비행기 기내에서 필요한 물품뿐만 아니라 여행을 준비하거나 여행지에 도착해서 필요한 물품들도 함께 판매하고 있어서 들르는 사람들이 많다.

 

 

 

무지투고(MujitoGO)스토어이미지(출처: http://www.haijapan.com/article/details/91#.Vi-PkLfhC9I)

 

4. 결론

 

고객 경험을 분석하면 기존의 시장 분석보다 깊이가 있고 기존의 산업 분석보다 폭이 넓은 결론을 얻게 된다. 더 깊게 이해하면 기존에 없던 표적 세분 시장을 발견할 수 있고, 더 넓게 이해하면 새로운 상품을 기획하고 창의적인 마케팅 활동을 전개해 효율적으로 차별화할 수 있다. 결국 마케팅이라는 엔진의 화력을 극대화하려면 시장이나 산업보다 고객 경험이라는 질 높은 연료를 구하는 탐험을 떠나야 한다.

 

먼저 마케팅 실무자들은 오랫동안 익숙하게 사용해온 파워포인트나 엑셀의 2차 자료에만 의존하지 말고 고객 경험을줍기 위해서사무실 밖으로 직접 나가야 한다. 이전에는 해보지 않았던 것을 호기심을 가지고 시도하고 경험의 결과를 끊임없이 정리해 한 명의 고객으로서 자신의 경험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면 처음에는 이해하기 어려웠던 세분화된 시장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고 결국 하나의 문제를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다음으로 마케팅 책임자들의 경우 직접 경험도 중요하지만 이에 더해 실무자들의 보고서에 등장할 수 있는 생소한 프레임워크나 기법들을 받아줘야 한다. 경험을 깊게 이해하기 위해서 2∼4주 동안 운영하는 팝업 스튜디오(Pop-up studio)나 서비스를 급격하게 성장시키기 위해서 짧은 시간 동안 실험을 수행하는 그로스 해킹(Growth Hacking)과 같이 디자인이나 스타트업에서 통용되는 기법들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최종 의사 결정권자들은 고객 경험을 통해 마케팅 기능을 대신할 구원투수를 지속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기존의 경영학을 학습한 인력뿐만 아니라 심리학, 경제학, 통계학, 공학, 수학, 의학 등 새로운 지식으로 무장한 인력들에게 마케팅 활동의 기회를 꾸준히 제공해야 한다.

 

DBR Mini Box

 

 

고객 경험은 고객 만족과 다르다.

고객 경험은 한때 마케팅 학계와 실무를 견인했던 고객 만족(Customer Satis-

faction)과 비슷하게 들린다. 고객 만족은 제품에 대한 기대치와 실제 경험의 차이가 측정도구로 일반화됐고, 재구매나 재방문에 미치는 영향까지 연구가 진행될 만큼 심도 깊게 이해됐다. 이에 비해 고객 경험이라는 개념은 실무 마케터에게는 아직 조금 낯선 개념일 수 있다. 두 개념은 다음과 같은 차이점이 있다.

 

첫째, 고객 만족은 서베이를 통해 간편하게 측정된다는 특징을 갖게 되면서 결과지표로 사용됐다. 하지만 고객 경험은 고객이 왜 상품과 만나고, 만난 이후에는 어떤 경험을 하는지 세부적인 순간을 시간별로 쪼개어 이해하기 때문에 과정자료로 사용된다. , 고객 만족은 정량적인 결과 수치로 표시돼 기업이나 조직의 성과 측정이나 평가에 주로 사용되고, 고객 경험은 정성적인 과정으로 표시돼 시장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나 상품 기획에 주로 사용된다. (기업에서 흔히 활용하는고객 여정 지도터치 포인트 맵등이 대표적이다.)

 

둘째, 고객 만족은 자사의 상품을 구매한 고객이 구매 이후 상품과 관련해 어떠한 경험을 했는지에 초점을 두는 데 비해 고객 경험은 자사 상품을 구매하는 것과 무관하게 일상에서 어떠한 경험을 하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데에 초점을 둔다. 결과적으로 고객 경험은 고객 만족에 비해서 이해하려는 경험의 깊이가 깊고 폭이 넓으며, 따라서 가끔은 기업의 경영활동과 무관해 보이는 순간도 포함한다. SSG Food Market이나 무지 투 고 사례처럼 버진애틀랜틱(Virgin Atlantic) 항공도 자사 항공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여행을 예매하는 순간부터 도착지에 도착한 이후의 모든 경험들을 이해하고 이를 개선하려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주재우국민대 경영대 교수 designmarketinglab@gmail.com

 

주재우 교수는 서울대에서 인문학 학사와 경영학 석사를, 캐나다 University of Toronto Rotman School of Management에서 마케팅 박사 학위를 받았다. 행동적 의사결정 심리학을 바탕으로 디자인 마케팅, 신제품 개발, 소비자 행동에 관해 주로 연구하고 있다.

  • 주재우 주재우 |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

    필자는 서울대에서 인문학 학사와 경영학 석사를 받았고 토론토대에서 마케팅 박사 학위를 받았다. 신제품 개발과 신제품 수용을 위해 디자인싱킹과 행동경제학을 연구하며 디자인마케팅랩을 운영하고 있다.
    designmarketinglab@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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