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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1: 김장원 우리은행 지점장

국내 체류 외국인은 거대한 ‘블루오션’ 소소한 배려로 새 시장 선점하다

정지영 | 189호 (2015년 1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 수가 크게 늘고 있다. 영업 담당자들에게 이들은 아직까지 블루오션이다. 성공적으로 외국인 영업을 진행하고 있는 김장원 우리은행 원곡동 외환송금센터 지점장은 이와 관련해 몇 가지를 조언했다.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타깃 고객을 정해 접근하라, 사소한 배려로 고객의 마음을 돌려라, 영업의 범위를 특정 지역에 한정시키지 마라 등이다.

 

지난해 한 해 동안 202개 국가에서 14244508명의 외국인이 국내에 들어왔다. 2013년에 비해 16.9%가 증가했다.1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의 국적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국내 출산률 감소, 인구 고령화로 생산인구가 감소하면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외국인의 수는 점점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많은 기업들에게 한국인 못지않게 외국인 영업 역시 중요해지는 이유다. 외국인 영업 분야에서 선전하는 곳이 있다. 바로 우리은행 안산시 원곡동 외환송금센터다. 지점이 있는 안산시나 주변 도시 외에도 경상도 김해, 제주도에 사는 외국인까지 이곳을 찾아온다. 처음 문을 열었을 때 하루에 찾아오는 고객이 채 10명도 안 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괄목한 만한 성과다. 지금은 전국에서 외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은행 중 하나가 됐다. 2012 9월 지점 개설 때부터 센터장을 맡아 고객영업을 이끌고 있는 김장원 지점장을 DBR이 만났다. 김 지점장은 1991년 우리은행에 입행한 후 상품개발 영업을 비롯해 여러 가지 영업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 수는 국내 대학생 수와 맞먹는 정도다. 이런 통계는 금융시장에서 외국인이 새로운 고객군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야말로 블루오션이다라고 말했다.

 

 

 

영업과 관련해 어떤 일들을 했나.

 

영업 경력만 따지면 20년이 조금 넘는다. 주로 본점에서 상품개발 업무를 담당했다. 상품개발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맨투맨 영업만 생각하는데 상품개발도 엄연한 영업이다. 고객의 니즈를 찾아내고 발굴해 이를 제품에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 기업 담당자를 찾아가 우리 은행과 같이 일하자고 협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도 영업의 대표적인 행위다. 2012년 원곡동 외환송금센터로 자리를 옮기면서 본격적으로 여러 가지 영업활동을 했다. 예전에는 내가 하는 영업의 성격이 B2B와 비슷했다면 지금은 B2C와 좀 더 비슷해진 것이다.

 

문을 연 지 3년 만에 외국인에게 사랑받는 은행 중 하나가 됐다.

 

처음에 문을 열었을 때만 해도 상황이 심각했다. 우선 경쟁 은행들이 근처 지역에서 10년 넘게 영업을 해오고 있었다. 경쟁 은행 대부분은 1층에 자리를 잡고 있어 고객들의 눈에 쉽게 띄는 데 반해 우리은행 원곡동 외환송금센터는 2층에 자리를 잡았다. 얼핏 지나쳐서는 그 건물에 은행이 있는지조차 알기 어려웠다. 외국환 관련 업무가 주인 대부분의 은행이 그러하듯 우리 은행도 문을 열 때 중국인을 타깃으로 했다. 시장 조사 결과 외국인 노동자의 절반 이상이 중국인이나 중국 동포였기 때문이다. 이들을 공략하기 위해 중국인을 직원으로 채용하고 만반의 준비를 했다. 그런데 시장은 우리의 예상과 달랐다. 우선 중국인들의 금융소비 패턴이 우리의 생각과 달랐다. 중국인들은 계산에 아주 밝다. 그래서 은행 및 금융 관련 이슈에 관심이 많지만 동시에 충성도는 약하다고 할 수 있다. 아무리 좋은 관계를 맺고 있더라도 다른 곳에서 조금만 더 좋은 상품이나 조건이 제시되면 바로 거래 은행을 바꾸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중국인만 바라보고 있을 수는 없었다.

 

그때 동남아 출신, 그중에서도 인도네시아 고객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무슬림이 대다수인 인도네시아 노동자들은 한번 거래한 은행을 잘 바꾸지 않는다. 해외송금 프로세스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는 점, 자국 내 은행산업 발달로 은행 이용이 익숙하다는 점, 집단생활 습성이 있어 집단적인 영업이 가능하다는 점 등이 그들을 타깃으로 한 이유였다. 또 하나의 이유는 지역적인 특성 때문이었다. 안산시 주변에 인도네시아인이 많다. 기업들이 외국인이나 한국인을 대상으로 영업을 할 때는 타깃을 명확히 해야 한다. 타깃 고객에 대해 조사하고 영업을 시작하면 훨씬 효과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다. 그렇게 하면 고객들은 단순히 자신들이 상품과 서비스를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계속해서 친구들을 데려온다. 이것이 진정한 영업의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주변에 대학교가 많다면 영업 대상은 교수나 학생이 될 것이다. 병원이 많다면 의료종사자와 간병인, 산업연수생 등이 타깃 고객이 될 것이다. 이런 점에 비춰보면 서울 한남동, 성북동, 이태원 등의 지역에서는 외교관, 전문직, 고소득, 미군 등이 타깃 고객으로 적절할 것이다. 제주도는 중국인 투자자를 노려볼 만하다. 이런 점에서 우리 은행은 인도네시아인을 타깃으로 해 외국인 영업을 강화했다. 인도네시아 고객들이 주변의 동료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온 노동자들에게도 우리 은행 얘기를 하면서 점점 더 바빠지기 시작했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을 사로잡기 위해 어떤 영업 전략을 사용했나.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것이 핵심이다. 고객에게 다가가서, 그들이 느끼는 어려움이 무엇인지 우리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 파악하는 일이 중요하다. 직접적으로 고객을 찾아다니는 것은 물론 고객들이 쉽게 찾아올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여러 가지 일들을 했다.

 

 

우선 외국인 노동자들은 영업시간에 은행을 찾기 힘들다. 그래서 우리은행 원곡동 외환송금센터는 한 달에 1∼2번 버스를 타고 전국 산업단지를 찾아간다. 그곳에서 찾아가는 금융서비스를 열어 교육을 진행하고 상품을 소개했다. 2년 전부터 이 버스를 운행하고 있는데 반응이 아주 좋다.

 

그 다음 했던 일은 한번에 모든 상품을 다 판매하는 방식이었다. 우리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One Shot, One Kill’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는 외국인 신규 고객이 방문했을 때 입출금 통장부터 인터넷 뱅킹, 스마트뱅킹, 체크카드까지 가능한 모든 상품을 파는 것이다. 다른 은행들은 이런 서비스를 잘 제공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외국인들은 공인인증서나 스마트폰 뱅킹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이들을 설득하고 가르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 회사들은 단순히 통장 개설 등 고객이 원하는 업무만 처리하는 데 그친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들과 소통하고자 노력했다.원곡동 외환송금센터에서 실제로 진행한 영업방식을 간단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단순히 해외송금을 위해 방문한 고객일 수 있지만 그 고객에게 다이렉트 해외송금을 소개하며 거래외국환은행 지정과 동시에 송금 전용계좌인 다이렉트 해외송금통장을 만들어준다. 그 다음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입출금 상품으로 우리주거래은행통장을 개설하게 하고 은행 방문 없이 금융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인터넷뱅킹과 스마트뱅킹 가입을 권한다. 마지막으로 자동화기기 이용과 교통카드 등의 업무도 처리한다. 처음에는 고객들도 어려워했지만 좋은 상품을 소개받으면서 점차 장기 고객이 되기 시작했다.

 

또 언어 문제도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다. 인도네시아 출신 직원을 채용하는 것은 물론 외부 강사를 초청해 6개월 동안 지점의 전 행원이 영업에 필요한 인도네시아어를 공부했다. 굳이 지점을 찾지 않아도 금융정보를 획득할 수 있도록 SNS 등도 활발히 사용하고 있다. 우리 지점의 페이스북을 들어가 보면 인도네시아 출신 고객들만 25000명에 이른다. 또 카카오톡도 만들어 운영한다. 직원들이 돌아가면서 카카오톡과 페이스북을 관리한다. 영업시간이 끝났다고 해서 SNS 관리도 중단되는 건 아니다. 외국인 고객들이 급한 용건이 있을 경우 늦은 밤 시간에도 직원들이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의 질문에 답한다.

 

인도네시아 고객들에게 맨 처음 어떻게 다가갔나.

 

인도네시아 고객을 타깃으로 정한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전국 방방곡곡에 있는 무슬림 사원을 돌아다니는 일이었다. 인도네시아는 교통 인프라가 좋지 않다. 그들에게 국내에서 대중교통으로 2∼3시간 이동하는 것은 힘든 일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우선 전국의 외국인에게 접근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전국의 무슬림 사원을 돌아다니면서 그들을 잘 이해하고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그래도 여전히 중국인은 중요한 잠재고객이다. 이들을 잡기 위한 영업 전략은 없었나.

 

중국 고객들은 가격에 민감하다. 그렇다고 해서 체념하고 중국인 고객을 놓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원곡동 외환송금센터에서는 환율만 물어보고 돌아서는 중국 고객들을 쉽게 돌려보내지 않는다. 그들이 만족할 만한 서비스를 얻을 수 있을 때까지 끊임없이 노력한다. 먼저 중국인 고객들이 원하는 환율이 얼마인지 니즈를 파악한다. 직원 개개인이 끊임없이 환율을 모니터링하면서 고객이 원하는 환율에 도달하면 연락을 취해 송금을 유도한다. 이런 직원의 정성은 결국 고객의 만족으로 이어졌고 중국인들 사이에서도 긍정적인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현지화 전략이다.

고객 기준에서 알기 쉽게 상품을 설명해야 한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하면서 중점을 두는 부분은.

 

모든 것은 고객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우선 기본적으로 소통이 돼야 한다. 기본적으로 외국인 직원을 두지만 그들이 없다면 한국인 행원들이 외국인 고객을 응대해야 한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현지화 전략이다. 고객 기준에서 알기 쉽게 상품을 설명해야 한다. 예를 들면 외국인들은 퇴직금을 받고 이것을 이체한 후 자기 나라로 돌아가곤 한다. 그런데 퇴직금을 뭐라고 할 것인가. 우리는 고민 끝에 이를 TEJIGEUM으로 적었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이를퇴직금이라 이해하고 관련 업무 문의를 하기 시작했다.

 

원곡동 외환송금센터에서는 일반 영업점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환율 게시판을 볼 수 있다. 바로 한국 원화를 기준으로 한 환율 고시다. 외국인 고객들이 원화 100만 원으로 자국 통화를 얼마나 환전 또는 송금할 수 있는지 궁금해 한다는 것에 착안해 이런 게시판을 만들었다. 예를 들어, 중국인 고객들은 은행에서 일반적으로 고시하는 ‘1위안 송금에 180원이 필요하다라는 사실보다 ‘1만 원이면 55.45위안을 송금할 수 있다는 사실에 더 관심을 둔다. 원곡동 외환송금센터는 이런 점을 파악하고 주요 고객 국가인 인도네시아, 중국, 태국 통화 맞춤 게시판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후발주자였던 원곡동 외환송금센터의 성공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남들과 다르게, 남들보다 빨리 움직였다는 점이다. 원곡동 외환송금센터는 남들보다 빨리 영업을 시작해서 남들보다 늦게 문을 닫는 영업 전략을 펼쳤다. 인근 경쟁 은행보다 업무 시작이 자연스레 많을 수밖에 없다. 후발주자로서 이런 전략을 펼치자 원곡동 센터는 고객에게 부지런한 은행으로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행원 모두가 열심히 참여해 잘해줬다. 이 정책 덕분에 초반에 고객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정성이 담긴 작은 선물도 우리 은행만의 성공비결일 것이다. 일요 영업을 하는 날이면 영업장에는 요구르트나 음료가 여러 상자씩 쌓여 있다.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기 힘든 고객들에게 잠시나마 여유를 주기 위한 것이다. 별 게 아닌 것 같지만 이런 사소한 배려들이 고객들로 하여금 우리 영업장에 신뢰를 느끼게 한다.

 

 

외국인 가운데서도 고소득 고객이 많나.

 

그렇다. 앞으로 이런 추세는 점점 더 이어질 것이다. 고소득 외국인에게 접근할 때는 다음을 유념하면 좋다. 첫째, 블루칼라 외국인과 마찬가지로 고소득 외국인도 거래 은행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편이다. 따라서 고소득 외국인 비중이 높은 기업체를 적극 공략해 선점하면 좋다. 둘째, 자산운용에 대한 니즈가 높으므로 정기예금이나 펀드 등에 대한 외국어 수준을 높이길 추천한다. 금융용어가 어려운 것이 많고 또 복잡하기 때문에 언어적인 문제에 장벽이 있다면 소비자들의 마음을 열기 어렵다. 셋째,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는다는 느낌을 줘서는 안 된다. 서비스를 진행할 때는 외국인 고객들도 국내 소비자들과 동등한 서비스를 받고 있다고 느끼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국내 고객에게만 신용카드 발급을 제안한다든가 하는 행동은 좋지 않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영업을 했던 것 중 기억에 남는 일은.

 

영업을 하면서 사소한 것의 힘을 알게 됐다. 예전에 우리은행과 한 기업이 제휴해서 체크카드 상품을 내놓기로 했다. 당시 그 기업과 제휴하려고 하는 기업은 우리 외에 여러 곳이었고 우리은행은 다른 은행과 경쟁을 해야 했다. 조사해보니 그 기업에서는 디자인에 아주 많은 관심을 쏟고 있었다. 경쟁 은행은 이 수주를 따내기 위해 디자인에 많은 돈을 쏟아부었다. 우리는 경쟁 은행보다 적은 돈을 디자인에 투자했지만 결국 그 수주는 우리가 따냈다. 이유는 아주 사소했다. 우리가 해당 기업 CEO에게 해당 카드의 실물 디자인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경쟁 회사는 디자인의 모형을 프린트한 종이를 내밀었지만 우리는 실제 제휴카드 디자인을 소량 만들어서 기업 대표에게 보여줬다. 이것이 우리은행으로 하여금 정식으로 제휴카드를 만들 수 있도록 했다. 경쟁사에서는실제 카드 모형을 만드는 것이 뭐가 중요한가라고 생각할 수 있다. 비용이 들고, 추가적인 업무가 많기 때문에 귀찮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것들을 극복하고 철저하게 소비자의 관점에서 상품과 서비스를 제시했을 때, 그때 영업이 성공하는 것이다. 이 제휴카드는 400만 장 정도 발급이 이뤄졌다.

 

이런 적도 있다. PB 고객이 있는데 약간 까칠한 성격을 갖고 있었다. 경쟁 은행과 오랫동안 거래하고 있는 분이었다. 우리가 10번 찾아가도 매번 문전박대 당하곤 했다. 그런데 아주 사소한 걸로 이분과 거래를 시작하게 됐다. 날씨가 아주 더웠던 여름 아이스크림을 들고 찾아갔는데 고객이 여기에서 마음이 풀린 것이다. 그 고객은 우리의 마음 씀씀이가 너무 고맙다며 냉큼통장 개설하려면 뭐가 필요해라고 물었다. 10번 찾아갔을 때 안 됐는데 아이스크림 하나 때문에 의외로 영업의 물꼬가 트인 것이었다. 고객을 마음을 사려면 비싸고 그럴싸한 것보다는 오히려 정감 가는 사소한 것들이 도움이 된다.

 

영업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위에서도 말했지만 영업은 아주 사소한 것이 많은 것을 결정하는 분야다. 100가지를 잘한다고 해도 사소한 실수 하나가 있으면 신뢰 관계가 무너지기도 한다. 나도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있다. 거래하던 고객이 직원의 잘못된 정보 안내 때문에 화가 나서 관계가 틀어진 것이다. 우리는 다른 은행들이 제공하지 않던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등 특별 관리에 나섰지만 한번 깨진 신뢰를 다시 회복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영업을 할 때는 늘 조심하고 고객을 불쾌하게 만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영업을 하다보면 힘든 점은 무엇인가.

 

영업은 매일이 도전이다. 새로운 사람들을 꾸준히 찾아가야 하고, 거절당해도 다시 문을 두드려야 한다. 오지 말라고 해서 안 가면 영업을 할 수가 없다. 주변 한국인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러 많이 가는데 나 역시 거절을 많이 당한다. 그래도 하루에 두 번, 오전오후에 인사드리러 간다. 그럴 때는 사소한 말 한마디만 따뜻하게 해줘도 감사하다. 고객이 오지 말라고 해도 찾아가서 우리가 필요한 부분을 봐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경쟁사에서 제공하지 않는 서비스가 무엇인지 알고 우리가 그 부분에 대한 편의를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다. 영업사원에게 있어 고객에게 거절당하는 것은 큰 두려움이지만 반드시 극복해야 할 마음가짐 중 하나다.

 

싫어하는 고객에게 무작정 다가가는 것이 좋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렇다. 무조건 찾아간다고 되는 게 아니다. 꾸준한 태도와 성실한 마음이 필요하다. 동시에 센스도 필요한 것이 영업이다. 예를 들면 공사장에 자재를 납품하는 기업은 비가 오거나 날씨가 궂은 날 찾아가면 좋다. 납품 회사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날씨가 흐리면 공사를 진행할 수 없기 때문에 대부분 회사에 있는 경우가 많다. 비가 오면 영업사원들도 돌아다니기 싫다. 하지만 이런 날씨에 찾아가는 것이 얼마나 도움이 되고, 긍정적인 효과를 낳는지 알기 때문에 찾아가는 것이다. 무조건 매일매일 찾아간다고 해서 수주나 계약을 따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고객들이 있다고 해서 공사장으로 찾아가서는 안 된다. 그들이 일을 잘하도록 배려하고, 또 언제 그들을 찾아가는 것이 좋을지를 고려하는 작은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날씨가 좋으면 고객들도 여러 가지 이유로 바빠진다. 날씨가 궂으면 고객들도 밖에 나가기보다는 내부에서 시간을 보낼 확률이 높다. 날씨가 궂은 날일수록 영업사원은 바빠져야 한다.

 

영업 담당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원곡동 외환송금센터 고객들은 모두 안산에 거주하는 이들일까? 아니다. 전국 각지에 있는 곳에서 고객들이 찾아온다. 외국인의 경우 3∼4시간이 걸리더라도 굳이 이곳을 찾아온다. 우리 서비스가 입소문이 나고 신뢰감을 고객과 공유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영업을 할 때 거리에 연연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특히 외국인은 서비스에 대한 확신만 있다면 이동 거리에 신경을 않는다. 이 점을 잘 기억하면 좋을 것 같다.

 

또 편견을 깨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많은 은행에서는 외국인 고객이 신용카드를 발급받으려면 보증인이나 담보가 있어야 하는 등 절차가 까다로울 것 같아 미리 포기하곤 한다. 하지만 원곡동 외환송금센터는 이런 편견을 깨뜨렸다. 우리 지점은 중국인 고객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교통카드로 결제한다는 점에 착안했다. 그래서 충전이 필요 없는 후불교통카드를 전략적으로 내세웠다. 체면을 중시하는 중국인들이 버스에 오를 때잔액이 부족합니다라는 멘트에 부끄러움을 느낀다는 사실에서 낸 아이디어였다. 교통카드로 사용할 수 있는 외국인 전용 신용카드를 내세운 전략은 효과적이었다. 이 결과 원곡동 해외송금센터는 올해 상반기 전행에서 2번째로 빨리 신용카드 목표를 달성한 영업점이 됐다. 상대적으로 블루오션인 외국인 고객을 적극적으로 타기팅한 덕분이었다.

 

제휴 마케팅도 의미 있는 마케팅 방법이 될 수 있다. 고객들이 금융을 떠올릴 때 재미 요소를 찾기란 쉽지 않다. 신뢰와 정확성 등 딱딱한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재미나 재치가 들어간 요소가 있으면 더욱 소비자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다. 우리는 라마단 종료 축제 시기에 맞춰 서울랜드와 제휴해 자유이용권 할인권을 제작,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배부하기도 했다. 이렇게 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외국인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

 

정지영기자 jjy20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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